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648화 (648/726)

#648화

에스라 대륙의 전쟁이 끝나고 정확히 일주일이 지난 시점.

엘리스가 말했었던, 에스라 대륙이 안정되는 시간이 눈앞에 다가왔다.

[남은 시간 : 0시간 0분 11초.]

.

.

-삑. 삑.

안정화 시간이 거의 다 끝나 갔고 초를 가리키는 알림이 0이 되자.

-피이이이-!

블랙 게이트에서 검은 광선이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마치, 검은 문이 막 나타났을 때와 비슷한 전조 증상.

-쿠구구!

하늘로 솟구친 검은 기둥이 점차 좌·우로 벌어지며 넓어졌고.

-스르륵. 우웅.

이내, 기둥 중앙에 휘몰아치던 새까만 기류가 잔잔해지며, 은은한 파동을 흩뿌렸다.

아스터 제국 중심에 나타난 블랙 게이트가 시스템에 의해 안정화된 순간.

-피이이! 피이! 피이!

에스라 대륙 곳곳에 새까만 기둥들이 추가로 나타나 하늘 높이 솟구쳤다.

모두 블랙 게이트가 나타나는 전조 증상들, 대륙 곳곳에 다수의 블랙 게이트들이 더 나타난 상황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에스라 대륙만 벌어진 게 아니라는 것.

-피이! 피이이!

-콰아아!

지구에서도 여러 개의 흑색 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블랙 게이트들이 나타났다.

그때.

-화아! 화아아!

에스라 대륙과 지구의 하늘 곳곳에서 황금빛이 번쩍이더니.

-크롸아아아!

거대한 덩치의 드래곤들이 나타나 날개를 크게 펼치며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황금빛과 함께 드래곤들이 나타난 장소는 바로 블랙 게이트가 발생한 상공 인근.

-우우웅.

드래곤들이 묵직한 포효를 내지르며 드래곤 포스를 넓게 퍼트리자.

-스르르륵.

형형색색으로 일렁이며 퍼지는 드래곤 포스가 블랙 게이트 주변을 부드럽게 감싸기 시작했다.

드래곤 포스가 닿은 주변 일대에는.

-우웅. 스르륵.

금빛이 반짝이는 반투명한 기류가 일렁였다.

드래곤들이 블랙 게이트 주변에 금빛이 반짝이는 기운을 퍼트림과 동시에.

-키이잉!

-두두두두-!

먼 상공에서부터 날아오는 헬기와 수송 비행선들이 나타났고.

-모두 움직여!

-신속하게 처리한다!

-탓! 타탓!

여러 육중한 장비들을 짊어진 헌터들이 뛰어내리며 블랙 게이트에 다가갔다.

그들이 짊어진 것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장비가 하나 있었다.

겉에 붉은빛으로 발광하는 문자들이 새겨진 흑색의 기둥들.

-제어 장치 설치를 시작해! 서둘러!

판데모니움 제어 장치라 불리는 여러 개의 검은 기둥들이었다.

헌터들이 블랙 게이트를 중심으로 넓게 퍼지고는.

-쾅! 쾅! 철컥! 철크럭!

지면에 흑색 기둥을 설치하고 그 위에 다른 기둥을 쌓아 조립하기 시작했다.

여러 조각으로 나눠진 조립식 전봇대를 하나하나 쌓으며 설치하는 듯한 모습.

총 여덟 개의 기둥이 모두 설치되자.

-우우웅!

기둥과 기둥 사이에 반투명한 검은 기류가 일렁이며 서로 연결되었다.

마치, 블랙 게이트를 중심으로 넓은 운동장 크기의 팔각형 링이 형성된 듯한 모습.

기계 장치들의 설치가 모두 끝난 후.

-그럼, 측정을 시작합니다.

탐색에 특화된 헌터들이 흑색 기둥에 손을 얹으며 마나를 내뿜었다.

던전 탐색과 측정에 특화된 헌터들이 각각 탐색을 시작했고.

-여기는 1-1팀, 측정 결과는…….

-여기는 1-5팀, 예상 폭주 시간은 2주 뒤…….

-2-4팀, 서열 60위 이하인 대악마로 예상…….

측정 결과를 즉각 보고하기 시작했다.

각 지역에 출동한 헌터들이 측정 결과를 ‘본부’에 보고하자.

“당장 위험해 보이거나, 삼천마의 성역으로 의심되는 장소는 없는 것 같네.”

이번 작전의 본부 중 하나, 커맨더의 함선인 마키나.

그곳에서 헌터들의 보고를 받고 정리한 커맨더가, 홀로그램 화면을 응시하며 말했다.

홀로그램에는 지구의 세계지도가 나타나 있었고 곳곳에 검은 점들이 찍혀 있었다.

그 검은 점들은, 다름 아닌 블랙 게이트가 발한 위치들이었다.

지구에서는 커맨더의 함선인 마키나.

에스라 대륙에서는 아라한 왕궁의 지하 시설이 본부의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렇게 블랙 게이트에 대한 대처가 한창일 때.

-본부! 여기는 1-9팀! 블랙 게이트에 폭주 조짐이 있습니다!

홀로그램 지도 위로 경고 메시지가 울리더니, 현장에 출동한 헌터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측정 결과는?”

커맨더가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평균치를 넘어섭니다! 예상으로는……. 서열 30위 이상으로 추정!

현장에 출동한 헌터가 다급히 측정 결과를 이야기했다.

지구에 나타난 블랙 게이트 중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폭주 조짐을 보인다는 것.

게다가, 그 블랙 게이트는 서열 30위 이상의 대악마가 거주하는 성역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였다.

여러모로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1-9팀, 전원 뒤로 물러날 것, 그리고-.”

돌발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커맨더는 침착한 모습을 보였고.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강림 작전’을 시작한다.”

지금껏 준비한 ‘메뉴얼’을 떠올리며 명령을 전파했다.

***

중국 산동성 동부 해안가 지역.

북한과도 가까운 서해안 바다를 끼고 있는 장소.

그곳에는 지금.

-쿠구구! 쿠구궁-!

불안정하게 흔들리며 마기를 흩뿌리는 블랙 게이트가 자리해 있었다.

당장이라도 재앙이 벌어질 듯, 불안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해당 지역 사람들은 이미 모두 대피한 상태였다.

그런 불안한 분위기 속에서.

-작전 준비!

-실수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

해당 지역에 출동한 헌터들은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블랙 게이트를 보며 두려움 어린 눈빛이 보이긴 했지만, 도망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모습.

그들은 블랙 게이트를 중심으로 넓게 설치된 여덟 개의 기둥 근처에 모인 채 대기 중이었다.

그리고.

“……좋아. 작전 개시! 게이트를 강제로 열어라!”

헌터들을 대표하는 팀장 헌터가 휘하 헌터들을 보며 큰 소리로 명령했다.

그러자.

-탁. 우우웅! 우웅!

각각 여덟 개의 기둥 앞에 선 헌터들이 기둥에 손을 뻗으며 마나를 흘려 보냈다.

장치가 활성화되자, 흑색 기둥에 새겨진 붉은 문자가 밝게 점멸했다.

그 순간.

-쿠구! 쏴아아아-!

블랙 게이트가 크게 흔들리며 요동치더니, 이내 게이트에서 검은 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새까맣고 질척이는 물길이 주변 일대를 휘감자, 블랙 게이트 인근이 검은 늪처럼 변했다.

“마기가 짙은 검은 물줄기…… 서열 30위 이상의 대악마…….”

그 모습을 유심히 본 팀장 헌터가 기억이 났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읊조렸다.

블랙 게이트가 나타나는 각 지역에 파견되는 헌터들을 이끄는 고레벨의 팀장급 헌터들.

그들은, 현장에 투입되기 전날까지.

-판데모니움의 각 지역을 상징하는 기본적인 특징들입니다. 각 팀장들께서는…….

WHU에서 판데모니움이라는 악마들의 세계에 대한 특징들을 숙지했었다.

다른 이도 아닌, 엘리스가 직접 WHU에 전달한 정보.

그녀가 전달한 정보는 간략하면서도 한 눈에 알아보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런 악마들에 대한 정보를, 팀장급 헌터들은 모두 달달 외며 숙지했었다.

이 때문에, 지금 폭주하는 블랙 게이트의 이변 증상만 봤음에도.

“판데모니움 서열 30위, 수심(水深)의 대악마 포르네우스입니다!”

게이트가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지, 어떤 대악마의 성역과 이어져 있는지 즉각 알아챘다.

팀장 헌터가 다급한 목소리로 본부에 연락을 보내며 상황을 전달했을 때.

-쿠궁! 스르륵.

블랙 게이트가 재차 흔들리며 큰 충격음을 내더니, 그곳에서 무언가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청색의 거친 비늘과 아귀처럼 긴 이빨이 이리저리 튀어나온 모습.

마치 리자드맨과 비슷한 외형에 아귀의 얼굴 가진 듯한 모습의 대악마.

[그렇군, 이곳이 바로 지구로군!]

-쿠구구구!

강렬한 마기를 내뿜으며 나타난 존재는 다름 아닌 수심의 대악마, 포르네우스였다.

그가 환한 미소를 내지으며 마기를 넓게 퍼트리자.

-쏴아아아!

바닥에 깔린 검은 물줄기가 크게 요동쳤고 해일을 일으키며 넓게 뻗어 나갔다.

블랙 게이트 속에서 흘러나온 검은 물줄기는 다름 아닌 판데모니움의 바다.

그것도 포르네우스의 성역 주변에 펼쳐진 검은 바다의 일부가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포르네우스는 그 검은 바다를 더 끌어들여 주변 일대를 자신의 영역처럼 만들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쏴아아- 콰콰쾅! 쾅!

높게 솟구치며 뻗어 나가던 검은 파도가 큰 충격음을 내며 가로막혔다.

바로 헌터들이 블랙 게이트를 중심으로 설치해 둔 흑색의 기둥들.

그 기둥들이 서로 연결되어 만들어진 팔각형 형태의 결계가, 검은 물줄기가 퍼지는 것을 막고 있었다.

대악마의 영향력이 더 퍼져 나가는 것을 저지하는 듯한 모습.

[호오? 나름 대비를 갖춘 것인가? 크흐흐.]

포르네우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읊조렸다.

자신의 성역과 연결된 게이트 주변을 인간들이 알 수 없는 장치로 봉쇄한 모습.

주변 일대에 일렁이는 금빛의 기류.

지구의 인간들이, 악마들의 침공에 대비책을 갖춘 듯 보였다.

하지만, 그래 봤자 연약한 하계종들의 수작.

그들이 만든 장치가 대악마의 힘을 가로막을 순 없었다.

-쏴아아! 콰아!

마기를 끌어 올린 포르네우스가 검은 파도를 더 강하게 일으켜 주변으로 퍼트렸다.

그때.

[벼락이여!]

-……콰르르릉!

하늘 위에서 샛노란 벼락이 번쩍이더니, 포르네우스 앞에 떨어졌다.

강렬한 전류를 튀기며 터지는 뇌전이 검은 파도의 물결을 절반가량 태워 버렸고.

[묠니르!]

벼락과 함께 지상에 강림한 토르가 몰니르에 뇌전을 휘감아 포르네우스를 향해 내던졌다.

-콰르릉! 슈우-웅!

샛노란 벼락이 휘감긴 묠니르가 풍차처럼 회전하며 포르네우스를 향해 쏘아졌고.

[흠!?]

-쏴아! 콰콰쾅!

포르네우스가 검은 파도를 두 팔에 휘감아 내지르며 쇄도해 오는 묠니르를 쳐냈다.

[천둥의 신?]

토르의 모습을 본 포르네우스가 의문을 읊조릴 때.

-쏴아아아!

돌연, 짙은 청색의 물결이 솟구치며 검은 바다를 밀어내기 시작했고.

[들이치는 밀물!]

파도 속에서 해전무신이 나타나 포르네우스를 향해 환도를 내질렀다.

[어딜!]

그 모습을 본 포르네우스가 손아귀에 창을 소환하며 소리쳤다.

네 개의 톱날 작살 날이 사각형을 그리며 나열되어있는 투창.

자신의 무구를 소환한 포르네우스가 창날에 검은 파도를 휘감아 내질렀고.

-쏴아아! 콰콰-콰아!

이내 청색의 파도가 휘감긴 환도와 충돌하며 거대한 물줄기 폭발을 일으켰다.

물 속에서 폭탄이 터진 듯, 검은 물줄기와 청색의 물줄기가 드높게 솟구쳤다.

[꼴에 신이라고 인간들을 돕는 것인가?]

-촤아아!

솟구친 물줄기 속에서 튀어나온 포르네우스가 토르와 해전무신을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전부 나와라! 놈들을 쳐부수고 이 세계의 바다를 집어삼키겠다!]

-촤아아!

짙은 마기가 일렁이는 포효를 내지르며 명령을 내렸다.

판데모니움의 권역을 다스리는 대악마의 명령이 크게 울리자.

-스르륵! 스륵!

블랙 게이트가 일렁이더니, 포르네우스와 비슷한 생김새에 그보다 덩치가 작은 이들이 튀어나왔다.

수심의 대악마, 포르네우스의 권속 악마들이었다.

그리고.

-캬아아!

-샤아아!

머리에 날카로운 외뿔이 달린, 5미터가 넘는 크기의 물고기들이 검은 파도 속에서 나타났다.

톱날처럼 날카로운 이빨과 새빨갛게 번들거리는 눈동자.

마치, 거대한 피라냐를 연상케 하는 듯한 몬스터.

판데모니움의 검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고유종, 포르네우스의 지배를 받는 마수들이었다.

포르네우스가 휘하의 권속들을 불러낸 순간.

“라이트닝 워리어! 토르 님을 돕는다!”

-파지지직!

토르 옆에 그의 신관, 루이스가 벼락을 휘감으며 나타났고.

-탓! 타탓!

라이트닝 워리어 길드에 속한 전투 헌터들이 합류했다.

동시에.

“동방불패 길드 전원! 검진을 펼쳐라!”

중국을 대표하는 길드.

동방불패 길드의 길드장, 하오찬이 휘하의 헌터들과 함께 나타나 대열에 합류했다.

이윽고.

[모조리 쳐부숴 주마!]

-파지직! 콰르릉!

한 줄기의 벼락으로 변한 토르가 포르네우스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시작으로.

-악마 놈들을 몰아내라!

헌터들이 기합을 내지르며 악마들을 향해 일제히 돌진했다.

그런 헌터들을 보호하듯, 해전무신이 다루는 청색의 파도가 넓게 퍼지며 함께 나아갔다.

[이것들이 감히! 전부 처치해라!]

-차카캉!

투창을 세워 토르의 공격을 막아선 포르네우스가 소리치자.

-캬아아!

-크아!

휘하 악마들과 피라냐 마수들이 검은 파도와 함께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악마들과 마수들이 득실대는 검은 파도와 청색의 파도를 휘감은 헌터들이 충돌했다.

세계를 침범해 오는 악마들.

자신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신과 함께 나란히 서서 악마들과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이네.”

그 광경을 본부, 마키나에서 지켜보던 처용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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