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639화 (639/726)

#639화

“엘리스. 공간 정지를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나?”

처용이 엘리스를 향해 전력을 물었다.

그녀가 앞으로 얼마나 더 싸울 수 있느냐에 따라, 처용 역시 전투 방향성이 달라지니까.

그런 처용의 질문에.

“내가 지치리란 걱정은 하지 마라.”

엘리스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 모습을, 적어도 반나절은 유지할 수 있으니까.”

자심감이 가득한 미소가 담긴 엘리스의 목소리.

그녀는 자신의 전력을 발휘할 수 있는 대악마의 모습, 마신의 형상을 반나절이나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방금처럼 공간 정지를 이용한 공격을 반나절 동안 퍼부을 수 있다는 것.

“과연, 학살의 마녀야.”

그 말에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냉정하게 말해서, 현재 엘리스의 전력이 처용보다 약한 건 사실이었다.

본인 또한 그 사실을 인정했고.

하지만, 현재 처용보다 약하다 하여, 그녀를 약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절대로 아니었다.

지금 엘리스 수준은, 어중간한 서열의 대악마 정도는 손쉽게 이길 정도였다.

괜히 그녀가 지금껏, 바알과 악신들, 악의 종주의 추적을 피해 온 것이 아니었다.

아니, 그들의 추적을 피하는 것을 넘어, 역으로 그들에게 피해를 누적해 왔다.

오죽하면 그녀를 잡기 위해, 순혈자들이 무리해서 신계에 정보를 퍼트렸을까?

그만큼, 적들에게 있어 엘리스가 처용만큼 성가신 적이라는 뜻이었다.

아마, 지상의 강자 중에서도, 처용을 제외하면 아무도 엘리스를 이길 수 없으리라.

“작전이 아주 간단해졌네.”

처용은 엘리스의 전력을 명확하게 알아낸 덕분에.

“일방적으로 저 새끼를 조진다.”

어떻게 아스터를 상대할지 결정을 내렸다는 듯, 투지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투지와 살의가 일렁이는 처용의 말에.

“아~주 마음에 들어.”

엘리스 역시 짙은 미소를 지으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스터를 응시했다.

그때.

[이 벌레 같은 하계종들이! 모조리 파멸시키겠다!]

계속 공격을 당하던 아스터가 분노를 내지르더니.

-우웅! 콰아아아!

파멸의 힘을 강하게 응축해 주변으로 크고 넓게 퍼트렸다.

-파사사……!

아스터를 향해 맹렬히 쏟아지던 엘리스의 흑마법과 처용의 신장들이 모두 사그라졌다.

다만, 압축하여 큰 힘을 퍼트리는 만큼, 주변으로 퍼져 나가는 그 속도가 조금 더뎠다.

-샥.

엘리스는 다가오는 파멸을 피해 뒤로 물러났고.

“가짜 파멸 따위에게 힘으로 밀리진 않겠지? 수라.”

-탁.

처용은 물러나지 않고 두 손을 합장한 채 분노의 파편, 수라를 향해 말했다.

그 말에.

-헛소리하지 마라.

수라가 코웃음을 치며 즉답했다.

-네놈이야말로 모방한 가짜 따위에게 진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럴 리가.”

자신감이 일렁이는 수라의 목소리에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답한 순간.

“일치단결.”

-일치단결.

-콰아아!

처용에게서 검붉은 신력과 황금빛의 신력이 강렬하게 솟구쳤다.

-파아! 촤라라-락!

강렬하게 요동치는 기운이 큰 파동을 한번 내뿜더니, 이내 처용을 감싸며 검붉은 갑옷을 형성했다.

날카로운 느낌의 검붉은 갑옷 위로 금빛의 선들이 추가로 이어졌고.

-촤라락. 철컥!

처용의 얼굴에 흉악한 도깨비 가면이 형성되며 씌워졌다.

다시 한번 수라와 일체화되어 초월의 경지에 접어든 처용은.

-슥. 콰아아!

왼손을 앞으로 겨누고는 겉으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을 정면으로 유도했다.

처용에게서 넘실거리는 짙은 기운이 거대한 파도가 되어 앞으로 쏟아졌고.

-콰아아!

아스터가 방출하는 파멸과 충돌하며 굉음을 일으켰다.

파멸의 힘은, 닿은 그 어떤 것이든 파멸시켜 사그라지게 만드는 힘이었다.

하지만.

-쿠구구……!

아스터가 방출한 파멸이 처용이 내뿜는 기운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럴 리가 없다!]

-콰아아!

그 모습을 보고 경악한 아스터가 모방한 파멸의 힘을 더욱 거세게 방출하며 소리쳤다.

아무리 모방했다고 해도, 무려 악의 종주가 발휘하는 권능, 파멸이었다.

악의 종주에게서 힘을 내려받고 파멸의 모방까지 허락받아 만들어 낸 파멸.

그 힘으로 악의 종주를 넘볼 순 없지만, 본래의 파멸과 거의 흡사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파멸의 힘이 고작 하계종의 힘에 밀려난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헛수작은 통하지 않는다!]

아스터가 강한 부정을 토해 내며 소리치고는 파멸의 힘을 점점 더 강하게 이끌어 냈다.

-파지직! 파직! 콰아아!

모방된 파멸과 처용의 힘이 격렬히 충돌하며 전류를 강하게 피워 냈고 이내 크게 터지며 폭발했다.

아스터와 처용 사이에 신력의 폭발이 터지며 시야가 가려진 순간.

“태극천체일도.”

-스르릉.

처용이 오른손에 쥔 멸절에 신력을 압축하며 힘을 불어넣었다.

-스릉. 지이잉!

검붉은 칼날이 칠흑처럼 어둡게 변했고 그 칠흑 안에 금빛의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반짝이는 금빛의 별들이 빛을 발광하며 그 힘이 칼날에 압축된 순간.

-탓. 샤아악!

처용이 아스터를 향해 돌진하며 태극천체일도를 선으로 내리그었다.

폭발의 여파를 뚫고 나타난 처용이 정면으로 돌진해 오자.

[건방진 것!]

-우웅! 콰아아-!

아스터가 파멸의 검을 위로 크게 휘두르며 소리쳤다.

파멸의 힘이 응축된 대검과 처용의 태극천체일도가 충돌하며 굉음을 터트렸다.

서로의 힘을 격렬히 터트리며 대치하는 모습.

잠시 서로가 대등한 싸움을 벌이는 듯 보였지만.

-치지지……!

파멸의 검을 쥔 아스터의 두 손이 조금 떨리더니, 점점 아래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스터는 자신이 밀려나는 기세가 보이자마자.

[웃기지 마라!]

-쿠구구! 차카캉!

이를 부정하듯 크게 소리치며 파멸의 검을 강하게 밀어 쳤다.

처용은 아스터가 밀어내는 대검에 더 맞서지 않고 되려 힘을 빼며 칼날을 비틀었다.

-휘릭. 스르릉.

고개를 틀고 위로 솟구쳐 오는 파멸의 검을 피함과 동시에.

“비탈길 베기.”

-스르릉!

칼날을 비튼 태극천체일도를 앞으로 부드럽게 내질렀다.

금색의 별빛이 반짝이는 검은 칼날이 파멸의 검의 칼날을 타고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나아갔다.

이윽고.

-촤아아!

아스터의 오른쪽 어깨를 베어 내며 지나갔다.

상처를 입은 아스터가 인상을 찌푸리자.

“아주 형편없는 검술이야.”

처용의 입에서 비웃음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등한 하계종의 기술 따위!]

“그 하등한 기술에 처맞은 넌 뭐냐? 버러지냐?”

분노 서린 아스터의 목소리에, 처용이 다시 비웃음을 머금으며 답했다.

[이!]

-우웅. 촤자작!

아스터가 이를 갈며 인상을 거칠게 찌푸리고는 파멸의 힘을 어깨에 불어넣었다.

검에 베여 상처가 난 어깨의 갑옷이 즉시 복구되었고.

-스르릉!

파멸의 검을 가로로 크게 휘두르며 파멸의 힘을 크게 방출했다.

처용을 베어 냄과 동시에 전방을 크게 휩쓸어 버릴 생각이었다.

아스터가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광역 공격을 퍼부으려는 순간.

“공간 정지.”

엘리스의 잔잔한 목소리가 울렸고.

-피이이!

돌연, 시야와 감각이 차단되며 주변이 모두 암전되었다.

찰나의 순간, 감각이 차단되었고 다시 주변이 밝아지자.

-촤아! 콰아아아!

아스터가 파멸의 검을 크게 휘두르며 전방을 초토화했다.

하지만, 파멸의 검을 휘두를 때까지만 해도 앞에 있었던 처용이.

[어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스터가 당황스러운 듯 처용을 찾으려는 순간.

“단절.”

바로 등 뒤에서 처용의 목소리가 울렸고.

-촤아아아! 후두두-!

날카로운 칼날이 등을 세로로 갈라 버리며 지나갔다.

서늘하고 싸늘한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등 갑옷이 부서지며 떨어져 내렸다.

[네 이놈!]

-후우우!

아스터가 즉시 뒤로 돌아 파멸의 검을 들어 아래로 내리치려 할 때.

-화르륵. 화륵. 화륵.

엘리스가 만들어 낸, 검녹색의 불덩어리 수백 개가 아스터 주변을 감싸며 나타났고.

-화륵! 콰아아아아!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터진 화마가 아스터를 집어삼켰다.

[크아아!]

-우우웅! 콰아!

분노를 내지른 아스터가 파멸의 힘을 퍼트려 화염을 단번에 꺼뜨리고는.

[파멸을 내려 주마!]

-후욱! 쐐에에!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이.

엘리스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며 파멸의 힘을 크게 넓게 방출했다.

-콰아아!

마치, 엘리스를 포위해 휘감으려는 듯, 넓게 펼쳐진 보자기처럼 퍼지는 파멸의 힘.

알 수 없는 힘으로 성가시게 구는 엘리스부터 처리하려는 듯 보였다.

처용은 몰라도, 예언자는 파멸의 힘을 견디지 못하리라 판단했으니까.

그러나.

“공간 정지.”

다시 한번 엘리스가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자.

-피이이!

아스터의 감각이 일순간 차단되었다.

차단된 감각이 다시 돌아온 순간.

-샥.

파멸의 힘에 포위되었던 엘리스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콰아아아!

크게 펼쳐진 파멸의 힘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휩쓸었다.

동시에.

“어딜 노리는 거냐?”

-스릉. 촤아아아!

아스터의 바로 뒤에 나타난 처용이 태극천체일도를 아래로 내리치며 나타났다.

-파사사사……!

한 번 부수어진 등의 갑옷이 다시 베어지며 더 크게 부수어졌고.

[크아아아!]

-후욱! 훅! 콰아아!

아스터가 파멸의 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파멸의 힘을 사방으로 방출했다.

처용은 마구잡이로 검을 휘둘러 오는 아스터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며 짧게 뒤로 물러나고는.

“검의 비상.”

-후우욱! 콰지직!

발을 짧고 강하게 박차 태극천체일도를 앞으로 내질렀다.

날카롭게 세워진 칼날이 아스터의 가슴 중앙에 틀어박히며 갑옷을 부수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이를 악문 아스터가 파멸의 힘을 끌어 올리고는.

-후우욱!

처용을 향해 파멸의 검을 내리쳤다.

공격을 받음과 동시에, 처용에게 공격을 내지르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공간 정지.”

-피이이!

또다시 감각이 차단되며 암전이 찾아왔고.

-촤아아! 후두두-!

감각이 돌아오자마자, 처용은 사라지고 또 등 뒤가 베이며 갑옷이 부수어졌다.

[크아아! 크악! 이 빌어먹을 하계종들이!]

-콰아아! 콰콰쾅!

아스터가 파멸의 힘을 마구잡이로 터트리며 강렬한 분노를 내질렀다.

파멸의 힘까지 모방해 사용했음에도, 고작 하계종 둘을 이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

분이 터지다 못해 열불이 끓어올랐다.

무려, 파멸의 힘과 대등하게 맞서오는 처용의 무력도 이해할 수 없었고, 용납되지 않았지만.

[이 개 같은 년이 감히-!]

그런, 처용보다도 성가신 존재는 따로 있었다.

바로.

“공간 정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권능을 사용하는 예언자가 문제였다.

시야와 감각이 일순간 차단되고 다시 돌아온 순간.

-샥. 샤샥.

처용과 엘리스가 순식간에 사라지며 자신의 공격을 말끔하게 피해 버린다.

동시에.

-샥! 콰콰쾅! 사가각!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에서 폭발과 검격이 쏟아졌다.

피하고 싶어도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었다.

막으려 해도 소용이 없었다.

지금조차도 처용이 내리쳐 오는 검을 막기 위해 검을 치켜올려 막으려 했지만.

“공간 정지.”

-피이이!

다시 한번 감각이 차단되었고 다시 감각이 돌아오자.

-샥.

눈앞에 있었던 처용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아스터가 사라진 처용을 찾기도 전에.

-후욱! 촤아아-! 후두둑……!

아스터를 감싼 갑옷 곳곳이 베어지며 부수어진 갑옷 파편이 떨어져 널브러졌다.

처용과 엘리스는 아스터에게 단 한 번의 공격도 맞지 않았다.

반면에 아스터는 처용과 엘리스에게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적을 단 한 대도 때리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공격만 맞는 상황.

속으로 천불이 터지다 못해, 미쳐 버릴 지경이었다.

결국,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한 아스터는.

[내 모든 것을 걸고! 네놈들을 파멸시키리라!]

-우우우웅!

무리하여 파멸의 힘을 한계치 이상까지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처용이 펼친 결계, 징벌의 선고 전체를 뒤덮을 듯, 파멸의 힘이 크게 솟구치며 퍼져 나갔고.

-화아아! 촤라락!

이내, 아스터를 향해 모여 압축되며 부서진 갑옷이 다시 복구되었다.

아니, 복구되는 것을 넘어서.

-촤자작. 철크럭!

압축된 파멸의 힘이 팽창하며, 악의 종주의 모습으로 변한 아스터의 크기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마치, 악의 종주가 본신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와 같은 모습.

“이야, 많이 빡쳤나 본데?”

-샥.

처용 옆에 나타난 엘리스가 폭주하는 아스터를 바라보며 말하자.

“놈이 무리하면 무리할수록 좋지, 그래야, 모든 것을 잃게 만들 수 있으니까.”

처용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항마의 화신 – 강신의 상.”

-우우웅.

상반신만 있는 것이 아닌, 완전한 형태의 항마의 화신을 불러내었다.

점점 덩치가 커지는 아스터와 비슷한 크기로 형성된 항마의 화신이 나타났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우우웅. 촤라라라-!

검붉은 신력이 피어나 항마의 화신을 감싸기 시작했다.

붉은 무늬가 새겨진 검은 용포와 망토가 형성되며 항마의 화신에게 둘러졌다.

동시에.

-철컥.

금빛의 문양이 빛나는 도깨비 가면이 얼굴에 씌워졌다.

이윽고.

“멸천의 화신.”

항마의 화신에, 수라와 멸천의 힘까지 더해져 탄생한 새로운 화신이 나타났다.

-우웅. 스르릉.

멸천의 화신이 두 손을 앞으로 모으자, 금빛의 별이 반짝이는 검은 칼날, 태극천체일도가 형성되었다.

그 칼날을 아래에서 위로 부드럽게 들어 올리자.

-콰아아아!

멸천의 화신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신력이, 아스터가 내뿜는 파멸의 힘을 크게 밀어냈다.

[이-!]

그 모습을 본 아스터가 분노를 내지르다 말고 긴장감 어린 침음을 흘렸다.

강렬한 위화감이 머리를 울리며 경고를 전했다.

절대로 정면으로 맞서면 안 된다고 이성이 경고를 전하는 듯했다.

그러나.

[어디서 감히! 하등한 하계종 따위가아아아-!]

-우웅. 콰아아!

아스터는 그 경고를 무시하고 파멸의 힘을 내뿜으며 분노를 내질렀다.

자신은 이 세계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존재다.

반면에, 상대는 열등하고 저열한 하계종이다.

그런 하계종에게, 신이 위협을 느끼고 밀려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아스터는 영겁의 세월을 하계종 위에 군림해 온 ‘절대자’로 살아왔기에.

[당장 내 앞에 조아려라! 신의 명령이다!]

처용을 하등한 존재라고, 자신을 세뇌하듯 끊임없이 되새기며 소리쳤다.

-스르릉! 탓!

파멸의 힘을 격렬히 분출하며 몸집을 키운 아스터가 처용을 향해 돌진해 나갔다.

처용은 무모한 돌진을 감행해 오는 아스터를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하고는.

“태극천체일도-.”

-우우웅!

멸천의 화신의 두 손에 들린 태극천체일도에 묵직하고 잔잔한 신력을 휘감았다.

이윽고.

[당장 내 손에! 죽어라!]

분노를 내지르며 달려온 아스터가 지척에 다가온 순간.

“천지멸절.”

-스릉.

들어 올린 태극천체일도를 부드럽게 아래로 내리쳤다.

큰 힘이 실리지 않은 듯한, 깔끔하고 간결한 동작의 내려 베기.

하지만, 금빛이 반짝이는 검은 칼날의 끝이 완전히 아래로 내려가자.

-쩌적!

아스터의 정수리부터 발끝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칠흑의 선이 그어졌고.

-피이이!

그 사이로 황금빛의 얇은 선이 한 번 더 그어졌다.

[커……!]

-촤아-! 쩌저저적……!

아스터가 반으로 갈라지며 그의 겉을 감싼 갑옷과 파멸의 힘이 부서지며 사그라졌다.

동시에.

“에스라 성운의 주신 아스터, 네놈이 가진 모든 것을 몰수하겠다.”

처용이 신력을 담은 목소리로 아스터를 노려보며 읊조렸다.

그러자.

-파아아……! 콰콰콰쾅!

징벌의 선고가 해제되었고 반으로 갈라진 아스터가 대신전을 부수며 쓰러졌고.

-스르르륵.

반으로 갈라진 아스터에게서 뿜어져 나온 반투명한 기류가 태극천체일도에 흡수되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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