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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631화 (631/726)

#631화

처용이 아스터 제국을 보호하는 결계를 단칼에 반으로 갈라 버린 순간.

-콰아아아!

강렬한 에너지 파동이 폭풍처럼 퍼져 나갔다.

그 모습을 본 길드장들이 소리 없는 경악을 드러내며 뒤로 물러났고.

“저 미친 괴물 놈이……”

레나는 눈앞에서 몰아쳐 오는 강렬한 힘에 저항하며 침음을 흘렸다.

정확히는 레나가 아닌, 그녀 안에 깃든 또 다른 인격.

엘리스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처용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

그 기운을 그저 살펴봤을 뿐인데도.

“전성기의 힘을 되찾았다고!? 이렇게 빠른 시기에?”

회귀 전, 전성기의 처용을 마주했을 때의 긴장감이 솟구치고 있었다.

길드장들과 레나, 아니 현재 상황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경악을 드러내고 있을 때.

-쿠구구! 쿠콰콰!

아스터 제국을 지키는 결계가 완전히 무너졌고.

-탓. 콰르릉!

처용이 한 줄기의 검붉은 벼락으로 변하며 앞으로 돌진했다.

-콰릉! 쿠르릉!

아스터 제국의 성벽 앞에 검붉은 벼락이 내리치며 처용이 나타나자.

“고, 공격을 퍼부어라!”

가장 높은 성벽 위에 있던 화려한 사제복의 나이 든 남자.

대주교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병사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 명령에 병사들과 사제들, 마법사들이 즉각 움직였고.

-위이잉! 위잉!

-지이잉!

마도포의 포구에 강렬한 마나가 모이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마법사와 사제들도 마나를 끌어모으며 공격을 준비했다.

그리고.

-콰아아!

-콰쾅!

-푸화아아!

처용을 대상으로 온갖 공격들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사제들과 마법사들의 폭격 마법부터 시작해, 화려한 불을 뿜는 마도포의 포격.

쉴 틈 없는 포격이 계속 쏟아졌고.

-초토화 마도포를 쏴라!

성벽 중앙에 배치된 다른 마도포보다 다섯 배는 거대한 마도포.

-콰아아아!

드래곤과 같은 생명체를 잡기 위해 아스터 제국에서 특수 제작한 거대 마도포가 발사되었다.

강렬한 마나의 광선이 처용을 지우고 지면을 파괴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한순간에 강렬한 화력이 한 지점에 집중되었고 잠시 포격이 끝나자.

-치이이!

검게 그을려 쓸려 나간 지면이 드러났고 그 위에 피어오르는 연기가 자욱하게 퍼졌다.

“……마신은? 해치운 건가?”

성벽 위에서 아래를 살핀 대주교가 간절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곳은 아스터 제국, 다른 왕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제국이었다.

방금의 폭격은 드래곤도 버티지 못할 화력이었다.

아무리 마신이라고 해도, 아스터 제국의 화력을 버티지는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화아아.

자욱하게 퍼지던 안개가 은은한 바람과 함께 하늘로 퍼지며 사라졌고.

“고작 이건가?”

-우우웅.

불길한 기운을 흩뿌리는 검붉은 갑옷과 흉악한 도깨비 가면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라 하나를 멸망시키고 남을 법한 폭격에 직격당했음에도.

“실망이 큰데?”

처용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

푹 패여 새까맣게 타 버린 지면 위를 여유롭게 부유하고 있는 처용이 읊조리듯 말하자.

“다, 당장! 당장! 공격해라! 저 마신을 주, 죽여! 죽이란 말이야!”

안색이 새파래진 대주교가 입술을 덜덜 떨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대주교의 명령에 병사들 역시 안색이 파랗게 질린 채 서둘러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동시에.

-후욱. 파아아아!

하늘 위에서 빛무리가 쏟아지더니.

[이 변종 놈이!]

[감히 신성한 신의 성지를 침범하는 것이냐!]

다수의 천사가 분노 어린 고함을 내지르며 나타났다.

대천사만 다섯에 상급 천사만 스물, 그 휘하의 천사들만 적어도 이백이 넘는 숫자.

아무리 처용이 강하다 해도,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든 전력이었다.

예전이었다면…….

“큭.”

처용이 허둥지둥 움직이는 병사들과 사제들, 하늘 위에 나타난 천사들을 보며 짧은 비웃음을 흘리고는.

“어이 쓰레기들, 그리고 거기 하얀 날파리들까지.”

눈앞의 적들을 여유롭게 훑어보며 말했다.

“한 번 더 전력으로 공격해 봐라.”

-까닥.

검지를 들고 까닥이며 전력으로 공격해 보라는 도발 어린 목소리.

그 말이 울린 순간.

[건방진 하계종 따위가!]

[모든 공격을 퍼부어라!]

-위잉! 지이잉!

천사들이 분노를 토해내며 손아귀에 빛을 모아 검과 창을 형성했다.

성벽 위의 병사들과 사제들, 마법사들도 공격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윽고.

-지잉! 파아아앙!

-콰아앙!

천사들이 처용을 향해 빛의 투창과 검을 날리며 공격을 퍼부었다.

빛으로 이루어진 무구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졌고.

-콰쾅!

-푸화아아!

성벽 위에선 마도포의 포구와 마법사, 사제들이 마나를 터트리며 폭격을 퍼부었다.

성벽 앞의 지면이 크게 폭발하며 주변 일대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강렬한 연쇄 폭발이 처용을 휘감으며 터져 나갔고.

[공격을 멈추지 마라!]

[저 하계종을 확실하게 처치해라!]

-후욱! 후우욱!

그 폭발의 화마 속으로 천사들이 쏘아 보낸 빛의 무구들이 들이닥쳤다.

빛의 무구들은 폭발 속에 휘감긴 처용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들었다.

[신의 심판을 받아라!]

-후웅! 콰아앙!

대천사 하나가 힘을 모아 거대한 빛의 창을 형성하며 처용을 향해 내던졌다.

성벽쯤은 단번에 파괴하고도 남을 거대한 투창이 처용의 머리를 향해 쇄도했다.

그러나.

-콰쾅!

강렬한 폭음을 내며 처용의 머리에 창날이 닿은 순간.

-팅!

창이 허무하게 튕겨 나갔고 폭발 속에 휘말려 사그라졌다.

대천사가 힘을 모아 내지른 공격이 머리에 작렬했음에도, 아무런 피해도 받지 않은 상황.

다른 천사들의 공격 역시 마찬가지였다.

-팅! 까강!

처용과 닿은 빛의 무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허무하게 튕겨 나가떨어졌다.

게다가 처용은 조금의 충격도 받지 못한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에인션트급 드래곤조차 버티기 힘들 공격들이 계속 쏟아지며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지만.

“…….”

처용은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그 어떤 공격에도 피해를 받지 않고 있었다.

이윽고.

-치이이……!

마도포가 과열되어 김을 내뿜자 공격이 멈추었다.

마법사들과 사제들도 한순간에 모든 힘을 쏟았는지, 지친 기색을 보였다.

전력을 다해 공격했던 천사들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다 했냐?”

-우드득.

처용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유로운 목소리를 내며 손과 목을 풀었다.

그런 여유로운 처용의 목소리와 행동에.

[……분신?]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놈에게서 느껴지는 저 사악한 기운은 뭐란 말이냐!]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천사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문에 휩싸이며 소리쳤고.

“아니야…… 아무리 마신이라도 이건 불가능해……!”

대주교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현실을 부정했다.

성벽 위에 있는 병사들과 사제, 마법사들을 역시 패닉과 혼란을 드러냈다.

처용은 공황 상태에 빠진 적들을 여유롭게 관람하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모든 스테이터스가 증폭됩니다.]

[일시적으로 ‘초월(超越)’의 경지에 진입합니다.]

조금 전, 수라와 다시 하나가 되어 일시적으로 완전한 존재가 된 처용의 앞에 떠오른 시스템 창.

초월의 경지는, 처용이 400레벨을 돌파했을 때, 경험했었던 경지였다.

진정한 초월자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의미.

초월자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자신보다 ‘격’이 낮은 이들의 공격은 일절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아니, 닿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했다.

격의 수준이 낮은 이들의 공격은 드높은 격을 지닌 초월자에게 닿지 않았다.

지금 처용은 대천사의 화신체가 발휘하는 공격을 직격으로 맞아도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았다.

즉, 대천사 이상의 존재가 직접 강림하려 처용을 공격하지 않는 한, 처용을 절대로 막을 수 없다는 것.

“이젠 내 차례다.”

-스르릉.

처용이 싸늘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손에 쥔 태극천체일도를 앞으로 겨누자.

[이-!]

“마, 막아! 막으란 말이야!”

천사들이 인상을 확 찌푸리며 방어에 나섰고 대주교가 사색 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나 멸천의 신이-.”

-스릉. 차카캉!

처용이 태극천체일도를 비스듬히 세워 들어 올리고는.

“아스터 제국의 파멸을 선고한다.”

-사가각!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사선을 그리며 내려 베었다.

동시에.

“에스라 성운의 완전한 파멸을 선고한다!”

-촤아!

아래로 내리그었던 칼날을 옆으로 돌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한 번 더 베며 소리쳤다.

-쿠궁! 콰쾅!

하늘과 땅을 잇는 검은 사선이 두 번 그어졌고 그 사이에 금빛이 일렁이며 갈라진 순간.

-콰콰쾅! 콰아-!

아스터 제국을 감싸는 드넓은 성벽.

만리장성이라 봐도 무방한, 넓고 드높은 굳건한 성벽이 가로로 반토막 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촤아! 촤아아!

성벽 위를 지키던 병사들, 마법사들, 사제들의 머리가 일제히 베어지며 떨어져 내렸고.

-촤자자자-자작!

하늘 위에 빼곡한 수백의 천사들까지 사지와 날개가 잘려 나가며 땅으로 추락했다.

아스터 제국을 지키는 결계를 손쉽게 갈라 없애 버리고.

이어지는 두 번의 검격으로 적들의 방어선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압도적인 힘으로 적의 방어를 궤멸한 처용은.

-파직. 콰르릉!

다시 검붉은 벼락으로 변하며, 아스터 제국의 중심지로 향했다.

동시에.

“공격 개시!”

-쿠구구!

신력을 담은 목소리를 크게 내질러 공격을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

처용이 아스터 제국을 보호하는 결계를 단칼에 베어 버리자 나타난 국경 방어선.

만리장성이라 봐도 무방한, 아스터 제국 전체를 감싸는 두껍고 거대한 성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벽 위에 빼곡한 마도포와 수많은 병력.

게다가, 제국을 지키기 위해 강림한 수백의 천사들까지.

방어선을 뚫어 내고 앞으로 나아가기엔, 많은 희생이 뒤따를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파멸을 선고한다.

처용이 단 두 번의 검격을 휘두르자.

-쿠구구-! 쿠구! 쿠콰콰!

아스터 제국 전체를 감싸는 길고 거대한 성벽 전체가 단번에 무너졌다.

처용을 가로막는 성벽의 앞부분만 무너진 게 아니었다.

말 그대로 아스터 제국을 감싸는 성벽 전체가 와르르 무너졌다.

아스터 제국을 보호하는 거대한 울타리이자 방패였던 긴 성벽이 단번에 무너지자.

“…….”

“…….”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헌터들이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헌터들뿐만 아니라, 각 왕국에서 파병된 병사들과 기사들, 마법사들까지, 모두가 멍한 모습을 보였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인지 꿈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듯한 모습이었다.

멀리서 희극처럼 바라보는 그들조차 멍한 심정이 드는데.

-쿠콰콰! 쿠콰!

눈앞에서 비극을 당하는 아스터 교단의 심정은 어떨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300레벨을 달성하면…… 아니 고작 300레벨로 저게 가능할 리가 없지.”

눈앞의 상황을 지켜보던 연화가 기가 막힌 심정으로 말하자.

“300레벨 찍는다고 저 결계를 힘으로 부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옆에 있던 연아가 연화의 말에 동의하듯 헛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아스터 제국을 지키는 결계는 대신급 성좌들조차 해결하지 못한 결계였다.

처용이 그 결계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하며 전면전 준비를 요청했을 때.

-무슨 획기적인 방법을 떠올렸는지 기대되는데?

연아는 처용이 어떤 기발한 방법으로 결계를 해결할지 내심 기대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는 광경처럼, 그냥 힘으로 냅다 때려 부숴 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어떤 신도 해결하지 못한 결계를 힘으로 해결한 상황.

“본신 상태의 신이라 해도, 어지간한 신은 씹어먹을 거 같은데?”

연아가 옆에 있는 연화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마침 나도 같은 생각을 했어.”

연화가 그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지금 처용이 보인 무력은, 300레벨을 달성한다 해서 보일 수준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멍한 모습을 보일 때.

-와아아!

일부는 아스터 제국의 방어선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환호를 내질렀다.

대표적으로, 오크들을 비롯한 이종족들.

그들은 아스터 교단에게 숱한 탄압을 받았던 이들이니만큼, 아스터 교단의 비극을 격하게 반겼다.

처용을 믿고 신뢰하는 아라한 왕국의 병사들과 기사들 역시 사기가 가득한 환호를 내질렀다.

그동안, 에스라 대륙을 지배하며 횡포와 패악을 부렸던 이들이 무너지는 모습.

그 모습을 보며 희열을 내지르는 듯 보였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처용이 순식간에 아스터 제국의 방어선을 무력화한 순간.

-공격 개시!

처용의 목소리가 크고 묵직하게 울리며 공격의 신호를 보내왔다.

“건랜스 나이츠! 전원 밀집 대형으로 나아간다!”

아나샤가 아라한 왕국의 병사들을 향해 소리치며 지휘를 시작하자.

-쿵! 쿵! 쿠궁!

강철의 힘을 개방하고 거대한 골렘으로 변한 왕실 기사들이 렌스의 포구를 앞세우며 묵직하게 걸어 나갔다.

움직이는 성벽처럼 일렬로 붙어 나아가는 모습.

그런 그들의 뒤를 따라, 아라한 왕국의 병사들과 기사들, 마탑의 마법사들이 진군을 시작했다.

동시에.

“우리는 측면으로 진군한다!”

“그랜드 실더 길드는 전방으로!”

제시카를 포함한 올림포스 산하 길드의 길드장들이 휘하 헌터들을 이끌고 나아갔고.

각각 다른 지역에 자리를 잡고 대기하던 이들 역시, 아스터 제국을 향해 일제히 나아갔다.

무너진 아스터 제국의 방어선을 넘어 제국 내부로 진군해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

에스라 대륙의 명운을 결정하는 마지막 전쟁이자 최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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