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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626화 (626/726)

#626화

처용이 재생석을 쥐고 분노의 파편이 제안한 방법을 수락하자.

-스르르륵.

심상 세계가 사라지고 잿빛으로 변한 판데모니움이 펼쳐졌다.

점점 희미해지며 사그라지는 보살과 그 위에서 거대한 손을 내뻗고 있는 순환의 포식자.

그리고 순환의 포식자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악의 종주의 모습.

처용이 다시 본래 있던 장소로 돌아오자.

“기회는 단 한 번이다. 명심해라.”

분노의 파편이 처용을 향해 경고하듯 낮은 목소리를 흘리고는.

-스르륵.

검붉은 기류로 변하며 처용에게 깃들었다.

동시에.

-피이이!

날카로운 이명이 들리며 잿빛으로 변한 주변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사고 가속이 풀리고 다시 시간이 흐르려는 것.

처용이 하늘 위에 있는 보살을 강하게 응시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스르륵!

잿빛이 완전히 사라지고 정지된 시간이 다시 흐르는 순간.

-파지직! 콰쾅!

처용이 다리에 강렬한 벼락을 휘감으며 높이 뛰어올랐다.

“보살님!”

-후우욱! 탁!

뛰어오른 처용이 보살을 향해 왼손을 뻗으며 그녀의 오른 손목을 잡아챘다.

처용이 보살에게 다가가자.

“……다행이에요. 계승자.”

보살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처용의 뺨에 왼손을 가져다 대었다.

핏빛으로 번들거리며 악의와 분노가 들끓었던 처용의 눈빛과 분위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상황.

보살이 안도의 미소를 지을 때.

-스르르.

처용의 뺨과 닿은 보살의 손이 점점 흐려지며 빛을 흩뿌렸다.

마치, 빛무리가 되어 사그라지는 듯한 모습.

“……!”

그 모습을 본 처용이 하늘 위, 순환의 포식자를 강하게 노려봤다.

처용의 눈동자가 다시 스멀스멀 핏빛으로 변했고 강렬한 악의와 분노가 일렁이자.

“소용없습니다. 이건…… 제가 선택한 운명이니까요.”

보살이 그런 처용을 향해 진정하라는 듯,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처용을 되돌리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한 것.

병원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학의 신과 같았다.

스스로의 운명을 선택했기에, 그 결과 또한 본인이 감당해야 했다.

아무리 운명을 거스르는 힘을 지닌 자라 해도, 현재의 상황을 저지할 순 없었다.

보살 본인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에, 처용을 만류한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비극을 다시 보려고 지금껏 노력한 게 아닙니다!”

처용은 보살의 만류를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 강하게 말하고는.

“보살님에게 걸린 그 불공정한 ‘운명’ 그 운명을-!”

왼손으로 잡아챈 보살의 왼팔을 강하게 잡아끌며 소리쳤다.

절대로, 순환의 포식자에게 끌려가게 두지 않겠다는 모습.

이윽고.

“멸천의 신의 신명을 걸고 끊어 버리겠다!”

-탓!

처용이 오른손에 쥐고 있던 재생석을 들어 잡아챈 보살의 오른손에 강제로 쥐여 주었다.

그 순간.

[대상에게 스킬석, ‘재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처용의 눈앞에 시스템 알람이 떠올랐고.

“사용한다!”

그것을 본 처용이 강하게 소리치듯 말했다.

동시에.

“인도하라! 관천!”

멸천의 신명 속에 깃든 권능 중 하나.

정해진 운명을 비틀고 새로운 운명을 개척하는 힘.

관천의 권능을 발현하며 신력을 강하게 방출했다.

처용에게서 뿜어져 나온 신력이 보살의 손에 쥐어진 재생석을 휘감자.

-파사사……!

재생석이 과자처럼 부서지며 처용의 신력 속에 깃들었고.

-스르르르!

이내, 보살에게 스며들며 사라졌다.

그 결과.

-사라라……!

점점 반투명해지며 흩어지던 보살의 육체가 다시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건?”

분해가 멈추자 보살이 자신의 손을 보며 놀라움을 읊조렸다.

동시에.

-촤라라라-!

그녀의 주변에 신력이 단단하게 뭉치며 타원형의 막을 형성했다.

마치, 타원형의 알에 휩싸이는 듯한 모습.

“괜찮을 겁니다. 보살님.”

처용이 알 속으로 점점 사라지는 보살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

보살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이윽고.

-탓. 촤라락!

처용이 붙잡은 보살의 손을 놓자, 반투명한 알이 새하얗게 변하며 보살을 완전히 감쌌다.

그 순간.

-대가를 가로챌 순 없다.

-쿠구구!

하늘 위, 순환의 포식자에게서 무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화아아!

그가 뻗은 손에서부터 바람을 빨아들이듯, 강한 인력이 작용했다.

-스스!

보살을 감싼 타원형의 알이 그 인력에 의해 점점 하늘로 빨려가자.

“절대로,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지이잉!

처용이 확 붉어진 핏빛의 눈동자를 치켜뜨며 강하게 소리쳤다.

그때.

-콰아아아!

검붉은 신력이 거세게 휘몰아치며 처용 위로 솟구쳐 나갔다.

솟구쳐 나간 검붉은 신력, 징벌자의 힘이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 냈고.

“명심해라 한처용! 기회는 단 한 번이다!”

분노의 파편이 검붉은 갑옷의 거신으로 변하며 처용을 향해 소리쳤다.

동시에.

-콰아아!

하늘 위, 순환의 포식자를 향해 손을 뻗으며 검붉은 신력을 강하게 방출했다.

-쿠구!

하늘로 가해지는 인력이 잠시 멈칫하며 그 힘이 약해졌다.

그러나.

-절대적인 법칙에 따르리라.

순환의 포식자가 무거운 목소리를 내뱉고는 손아귀를 쥐듯, 힘을 주었고.

-쿠구구! 쿠구!

판데모니움 중심부가 거세게 진동하며 흔들렸다.

순환의 포식자에게 향하는 인력이 더욱 강해졌고 보살을 감싼 알이 다시 하늘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이 세상에-!”

-우우웅!

처용이 손아귀에 강렬한 신력을 모으며 소리쳤다.

“절대적인 건 없다!!”

분노와 증오를 한껏 담은 처용의 외침이 크게 울려 퍼졌고.

-파아아! 지이잉!

양손을 모은 처용의 손아귀에 강렬한 에너지가 모이며 칼날이 형성되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태극천체일도-!”

스스로의 심상과 의념을 현실에 구현하는 심검, 태극천체일도였다.

그러나.

“멸천(滅天)!”

처용이 태극천체일도에 지금껏 없었던 강렬한 분노와 증오, 살의를 담자.

-화아아!

검신이 빛 한 점 보이지 않는 우주처럼, 칠흑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핏. 피핏.

검은 태극천체일도에 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치, 멸망한 우주에 새로운 별들이 탄생해 빛을 내는 듯한 모습.

태극천체일도의 칼날, 그 검은 우주 안에서 빛나는 금빛의 별들에는 처용의 의지와 심상이 담겨 있었다.

불합리한 이 세상의 법칙을 파괴해 버리겠다는 의지.

보살에게 불합리한 계약을 걸고 그녀를 잡아가려 하는 우주를 파멸시키겠다는 의지였다.

그런 처용의 강렬한 의지에 반응하듯.

-핏! 피핏! 화아아!

검은 칼날 안에서 빛나는 금빛의 별들이 거세게 진동했다.

처용의 주변으로 검붉은 빛과 금빛의 신력이 서로 엉키며 거세게 휘몰아쳤다.

동시에, 처용의 눈이, 붉은 저녁노을을 마주한 황금처럼, 금빛과 검붉은 빛이 동시에 일렁였다.

지금 처용의 눈에는.

‘보인다!’

-스스스.

알 속에 웅크린 자세로 갇힌 보살에게서 뻗어 나온 반투명한 선들이 보였다.

그 선은 순환의 포식자가 앞으로 뻗은 손바닥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순환의 포식자의 뒤, 먼 우주와 연결되어 있는 모습도 포착했다.

이 우주가, 그녀에게 건 불공정한 계약의 상징이자, 강제로 부여한 ‘운명’이었다.

그 운명의 선이 이어져 있는 한, 보살은 저 우주 너머에 있는 존재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우드드!

처용은 그 선들을 노려보며 태극천체일도를 강하게 쥐었다.

“태극천체일도-!”

-스릉. 화아아!

태극천체일도에서 빛나는 금빛의 별들이 강하게 발광하며 칼날을 빛냈다.

흑색의 도신 아래로 금빛의 칼날이 빛을 내며 압축되었고.

“천지멸절(天地滅絶)!”

-스르릉! 촤아아아-!

처용이 태극천체일도를 강하게 발도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샤아악!

하늘 위로 금빛의 선이 사선으로 그어졌고.

-샥! 촤아아!

뒤이어, 금빛의 선 사이에, 보다 얇은 칠흑의 선이 그어졌다.

금빛과 칠흑의 선이 하늘을 반으로 가를 듯 그어진 순간.

-촤자자자-!

보살과 우주를 잇는 반투명한 실선들에 금빛과 칠흑빛의 자상들이 마구잡이로 새겨졌다.

-끼긱! 끼기긱!

보살과 우주를 잇는 운명의 선들이 저항하는 듯, 거세게 진동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이 세상의 법칙 따위-!”

태극천체일도를 강하게 쥐고 발도를 준비하며 소리쳤다.

동시에, 손에 쥔 심검, 검은 태극천체일도에 더욱 강한 염원과 심상을 담았다.

바로.

“모조리 파괴해 버려!”

우주가 보살에게 강제로 부여한 운명.

그녀에게 붙어 있던 ‘운명’ 그 자체를 파괴해 버리겠다는 염원이었다.

동시에, 보살에게 불합리한 운명을 내린 우주의 법칙을 향해 강렬한 증오와 분노를 불태웠다.

-촤아아-!

다시 한번 금빛의 별들이 반짝이는 검은 태극천체일도가 하늘을 향해 크게 그어졌고.

-사가각! 사각! 사각!

보살과 우주를 잇는 운명의 선들에 칼날이 무참히 그어지며 잘려 나갔다.

그 순간.

-쿠구구!

순환의 포식자에게서 강렬한 진동과 울림이 터져 나왔다.

마치, 우주의 법칙을 파괴하고 비틀어 버린 처용을 간과할 수 없다는 듯한 모습.

-법칙을, 대가를-.

순환의 포식자가 강한 울림을 표하며 목소리를 내고는.

-후우우!

무언가를 움켜쥐려는 듯, 거대한 손을 앞으로 내뻗기 시작했다.

그 손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보살이 깃들어 있는 알.

“웃기지마!”

-지이잉! 촤아아!

인상을 확 찌푸린 처용이 하늘 위로 쏘아져 달려 나가며 태극천체일도를 크게 휘둘렀고.

-쿠구구구!

순환의 포식자를 저지하던 분노의 파편 역시, 더 강한 신력을 하늘 위로 방출했다.

그러나.

-파아아!

순환의 포식자가 내뻗는 손길이 처용과 분노의 파편이 내지르는 모든 공격을 무시하고 쇄도했다.

이윽고.

-쾅! 쿠콰콰!

“크흡!”

-제길!

처용과 분노의 파편을 강하게 밀쳐내며 보살이 깃든 알과 가까워졌다.

순환의 포식자가 내지른 손아귀가 알을 손에 쥐려는 듯, 우악스럽게 굽혀졌다.

-지이잉!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자세를 빠르게 고치고 다시 앞으로 달려 나가려는 찰나.

-삑!

맑고 고운 울음소리가 귓가에 울림과 동시에.

-우웅. 후우우-!

유리아가 처용 앞에 나타나 보살을 향해 쇄도했다.

“유리아?”

처용이 유리아의 이름을 부르며 의문을 표한 순간.

-후우. 하아아-아압!

순식간에 보살 앞에 다가간 유리아가 입을 크게 벌리며 숨을 들이켰다.

그러자.

-슈르르륵!

보살이 깃든 알이 마치 게이트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유리아의 입속으로 나선을 그리며 빨려 들어갔다.

알이 완전히 유리아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부욱!

유리아가 마치 화가 난 복어처럼 몸이 둥글게 부풀며 팽창했다.

-흡!

보살을 빨아들인 유리아가 앙증맞은 손으로 제 입을 막고는.

-파닥! 파닥!

비대해진 몸에 의해, 더욱 앙증맞아진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뒤로 물러났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겉모습에 비해, 그 속도는 매우 신속했고.

-후욱! 콰쾅!

이내, 강하게 쥐어 오는 순환의 포식자의 손아귀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났다.

빠르게 뒤로 물러난 유리아가 처용 옆에 도달하자.

-삡! 삐빕!

두 손으로 막은 입속에서 다급한 울음소리를 내었다.

처용은 유리아의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어서 가라!”

-우우웅. 탁.

태룡전의 열쇠를 꺼내 유리아의 이마에 댔다.

-화아아!

풍선처럼 둥글게 커진 유리아의 겉에 황금빛이 일렁이며 점멸했고.

-우우웅. 파아-!

이내, 작은 게이트가 열리며 유리아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정확히 어떻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태룡전의 열쇠와 유리아가 닿은 순간, 태룡전과 이어지는 작은 게이트가 열렸다.

유리아는 보살을 집어삼키고 서둘러 태룡전으로 몸을 피신한 것이었다.

처용은 유리아가 태룡전으로 이동한 것을 확인하자, 작은 안도를 표하고는.

-우웅!

태극천체일도를 강하게 쥐며 하늘 위를 노려봤다.

순환의 포식자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태룡전으로 도망친 유리아와 보살을 바로 추격하기엔 힘들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네가 운명의 선을 끊어 버린 이상, 놈은 이제 보현을 잡아갈 수 없다.

분노의 파편 역시, 처용과 같은 의견을 표하듯 말했다.

아니, 이 모든 건, 사전에 계획된 일들의 일환이었다.

바로 보살을 잡아가려는 순환의 포식자를 완벽히 저지하는 것.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보살을 순환의 포식자에게서 완전히 벗어나도록 만드는 것.

그 작전이 훌륭하게 성공한 셈이었다.

문제는.

-쿠구구!

순환의 포식자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우려하던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분노의 파편이 순환의 포식자를 보며 침음을 흘렸다.

순환의 포식자가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보살 때문이었다.

하지만, 보살을 옭아매던 운명의 선은 끊어졌고 태룡전으로 이동한 상황.

순환의 포식자는 이제 이 우주에 더 있을 이유가 없었다.

본래 법칙대로라면, 순환의 포식자가 사라졌어야 했지만.

-법칙을 비틀 순 없다.

순환의 포식자는 사라지지 않았고 무거운 진동을 흩뿌리고 있었다.

마치, 처용과 분노의 파편이 부린 꼼수를 용납할 수 없다는 듯한 모습.

이윽고.

-후우욱!

순환의 포식자가 앞으로 내뻗던 오른손 주먹을 강하게 쥐고는 위로 크게 들어 올리고는.

-후욱! 콰아아아-!

강렬한 충격파를 흩뿌리며 들어 올린 주먹을 강하게 내리쳤다.

“이런 미친!”

-콰아아!

그 모습을 본 분노의 파편이 기겁을 내지르며 신력을 강하게 방출했다.

동시에.

“태극천체일도 - 멸천!”

-스르릉! 촤아아!

처용 역시 하늘을 향해 태극천체일도를 크게 휘둘렀다.

이윽고.

-콰아아아-!

순환의 포식자가 내리친 주먹과 처용, 분노의 파편이 쏘아 보낸 공격이 충돌하며 굉음을 터트렸다.

강렬한 충격파가 크게 퍼지며 판데모니움 중심부를 뒤흔들었고.

-쿠구구! 파창! 차카캉!

무언가가 깨져 나가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전, 악의 종주와 처용의 싸움으로 인해, 판데모니움 중심부에 금이 갔었던 상황.

거기에 방금의 충격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이 세계가 점점 붕괴되고 있었다.

그때.

“네놈이 개입할 명분은 없어졌다.”

악의 종주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고.

“내 세계에서 당장 꺼져라!”

-스릉. 파아-앙!

손에 쥐고 있던 파멸의 검을 강하게 내던졌다.

날카로운 검은 칼날을 빛내며 쏘아진 파멸의 검이.

-팍! 콰콰쾅-!

순환의 포식자의 얼굴 중앙에 틀어박히며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행성보다도 거대한, 순환의 포식자의 얼굴 전체를 뒤덮을 정도인 강렬한 파멸의 폭발.

어지간한 세계 하나쯤은 단번에 멸망시키고도 남을 위력이었다.

그러나.

-스르륵.

파멸의 폭발이 빠르게 걷혔고 멀쩡한 순환의 포식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은 듯 보였다.

-후우욱!

순환의 포식자가 이번엔 왼손 주먹을 강하게 쥐며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방금처럼, 이 세계를 부술 듯이 주먹을 내리치려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스륵.

순환의 포식자가 행동을 멈추고는 고개를 조금 뒤로 돌렸다.

마치,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듯한 모습.

그리고.

-……쿠르르.

공격적인 모습을 일제히 거두고 뒤로 물러나며 우주 너머로 점점 사라졌다.

순환의 포식자가 물러나자.

“이런, 판데모니움이 갈가리 찢겨나가겠군.”

-쩌적! 쩌저적! 쿠구구-!

악의 종주가 점점 깨지고 무너지는 주변을 보며 읊조리고는.

“내가 한 제안은 아직 유효하다. 계승자.”

처용을 응시하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오늘 일을 잊지 말아라. 저들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단 하나뿐이니.”

이곳에서 처용에게 했었던 제안, 이 우주를 구할 단 하나뿐인 방법.

새로운 무한의 순환을 만들어 이 우주를 지키는 것.

악의 종주가 그 말을 다시 한번 언급했을 때.

-쩌저적! 파창-차창!

판데모니움 중심부가 무참히 깨져 나가며 거세게 뒤흔들렸다.

악의 종주와 처용 사이에 굵은 핏빛의 균열이 그어지며 서로 공간이 멀어졌다.

“네 제안을 받아들일 일은 결단코 없다! 조크 - 크타니드!”

처용이 악의 종주의 제안을 강하게 거절하며 소리친 순간.

-쩌적! 차카캉!

깨지며 무너지는 공간과 함께, 처용이 순식간에 멀어지며 사라졌다.

그리고.

“……기대하면 아니 된다.”

악의 종주가 처용이 멀어지며 사라진 장소를 응시하며 읊조렸다.

동시에.

‘포기를 모르는 것인가?’

조금 전, 순환의 포식자를 향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달려들던 처용을 떠올렸다.

처용은 순환의 포식자를 마주하자마자 그것이 어떤 존재인지 깨달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다!!

법칙 그 자체인 존재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들었다.

죽음과 파멸의 개념이 통하지 않는, 법칙 그 자체인 존재를 마주하고도.

-이 세상의 법칙 따위-!

-모조리 파괴해 버려!

그 법칙 자체를 파괴하고 파멸시키겠다는 진심을 보였다.

죽음이라는 개념 그 자체를, 진심으로 죽이겠다는 모습.

‘……무모한 짓이다.’

악의 종주는 그런 처용의 행동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수를 써도 죽일 수 없는 존재는 죽일 수 없다.

이미…… ‘두 번’이나 실패해 봤으니까.

때문에, 처용이 보인 행동은 무모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악의 종주가 하늘 위, 조금 전 순환의 포식자가 나타났었던 곳을 강하게 노려보고는.

“다른 방법 따위는…… 없다.”

단호한 목소리로 강하고 낮게 읊조렸다.

두 번의 실패를 통해 겨우 알아낸 유일한 방법.

이 우주를 구할 유일한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다.

“이 우주를 구원할 것이다.”

악의 종주가 다짐 어린 목소리를 흘리고는.

-후욱!

조금 전 처용이 사라졌을 때처럼, 무너지는 판데모니움과 함께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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