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화
처용에게서 흘러나온 검붉은 기운.
징벌자의 신력이 악의 종주를 밀어내고 그 안에서 분노의 파편이 목소리를 흘리자.
“이게…… 도대체 어떻게?”
악의 종주에게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치,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듯한 모습.
그리고.
‘……뭐 하는 거냐?’
처용 역시 당황스러움을 숨기며 분노의 파편을 향해 물었다.
어째서, 파편이 지금 자신을 드러내는 것인가?
지금까지 처용이 악의 종주와 마주칠 때마다.
-스스…….
은은하게 흘러나오던 징벌자의 힘이 확 가라앉았었다.
마치, 분노의 파편이 악의 종주에게 자신을 노출하는 걸 꺼리는 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쿠구구!
강렬한 기운을 한없이 분출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왜 지금 나선 거냐?’
처용이 파편을 향해 묻자.
-네가 이기는 것을 바라고 있으니까.
분노의 파편에게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가 이기길 원하고 있다고?’
처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분노의 파편이 지금 악의 종주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처용이 악의 종주를 이기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래, 그럴 경우는 없겠지만…….
분노의 파편은 처용이 악의 종주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확신하며 말을 이었다.
악의 종주를 이길 수 없다고 단언하면서 처용을 도와주고 이기길 바라는 상황.
처용의 말에 분노의 파편이 답할 때.
“물었다. 왜 네가 계승자에게 있는 것이냐?”
-지이잉! 콰아아-!!
악의 종주가 처용을 향해 파멸의 광선을 쏘아 보내며 말했다.
“천수 - 반탄신장!”
처용이 다급하게 재생을 마친 손들을 쏘아 보내며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파사사-!
악의 종주가 쏘아 보낸 파멸의 광선을 조금도 버티지 못하고 빠르게 사그라졌다.
그때.
-우웅! 쿠구구!
태극천체장의 손들 위로 검붉은 기류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쿠구! 쿠구궁! 파사사-!
조금도 버티지 못하고 사그라졌던 손들이 어느 정도 파멸의 힘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놈과 나의 힘은 비슷한 성질이다. 그것을 이용해.
분노의 파편이 처용에게 목소리를 전한 순간.
“반탄신장 – 방멸(防滅)!”
천수의 손바닥 위로 징벌자의 신력을 강하게 압축시켜 두르며 내질렀다.
그러자.
-콰콰쾅! 콰아!
손들이 파멸의 광선을 잠시 밀어내더니, 이내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광선을 막던 대부분의 손이 파괴되었지만.
-치이이……!
악의 종주가 쏘아 보낸 파멸의 광선 역시 사그라졌다.
처용이 본래 지닌 파마의 신력은 수호신이었을 당시 각성한 신력.
공격적인 성질보단 방어적인 느낌이 강한 신력이었다.
하지만, 징벌자의 길을 선택하고 얻은 검붉은 신력은 반대였다.
방어보다는 오롯이 상대를 쳐부수는 공격과 파괴의 성질을 지닌 신력.
악의 종주가 발휘하는 ‘파멸’에 가까운 힘이었다.
방금은 그런 파멸의 성질을 지닌 징벌자의 신력을 압축시켜 반탄장의 묘리를 발휘한 것이었다.
서로 같은 성질을 이용해 상대의 공격을 튕겨 낸 것.
‘……그래, 저놈하고 네가 같은 ’형제‘라 이거냐?’
파멸의 광선을 튕겨 낸 처용이 분노의 파편에게 묻자.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저놈과 내가 가까운 건 사실이다.
분노의 파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녀석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것이 나였으니까.
‘……너도 원하는 게 있으니, 지금 나를 돕는 것이겠지.’
처용이 자신의 안에서 느껴지는 또 다른 자아.
분노의 파편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단순히 처용이 악의 종주에게 이기길 원해서 지금 나선다?
악의 종주를 구성하던 태초의 파편인 분노의 파편이?
처용은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가 뭘 원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울 것이면 확실하게 돕고 아니면 빠져라.’
-건방진 녀석.
도울 것이라면 확실하게 도우라는 처용의 말에 분노의 파편이 희미한 미소를 섞어 말했다.
그러자.
-우우웅! 콰아아!
처용에게서 흘러나오는 파마의 신력 위로 은은하게 일렁이던 징벌자의 힘이 더 짙어졌다.
행동으로 직접 제 의지를 보여 준 것.
이 싸움에서 처용을 돕겠다고 확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지만, 놈을 이기는 건 불가능할 거다.
분노의 파편은, 처용이 악의 종주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확실하게 말했다.
그 말에.
‘그건, 해 봐야 알겠지!’
-으드득!
처용이 주먹을 강하게 쥐며 다짐하듯 말했다.
-크크. 그럼 한번 해 보든가.
미소를 머금은 분노의 파편에게서 대답이 들려온 순간.
“당장 돌아와라.”
-콰아아아!
악의 종주가 파멸의 힘을 모아 크게 퍼트리며 파멸의 파도를 쏘아 보냈다.
“천수 – 금강대종문(金剛大縱門)!”
-촤라라라-!
처용은 즉시 천 개의 손을 한곳에 모아 길고 두껍게 벽을 세웠다.
단순히 평평한 벽을 세우는 것이 아닌, 삼각형 형태로 비스듬하게 세워 나열했다.
이윽고.
-쏴아아! 콰아아!
파멸의 파도가 처용이 세운 벽을 덮치며 강렬하게 쏟아졌다.
본래라면, 처용이 버틸 수 없는 공격이었다.
그러나.
-파자작! 파삭! 파삭!
천수로 세운 벽은 조금씩 깨지거나 몇몇 손들만 부서질 뿐,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지금 벽 겉에 일렁이는 힘은 파마의 신력만이 아닌.
-쿠구구!
보다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검붉은 기운.
악의 종주가 발휘하는 파멸의 힘과 닮은 징벌자의 힘.
분노의 파편이 발휘하는 패도 적인 힘이 파멸의 힘을 어느 정도 상쇄하고 있었다.
서로 비슷한 성질을 지닌 힘이었기에, 서로에게 유효한 타격을 주지 못하고 상쇄된 것이었다.
징벌자의 힘이 파멸의 힘을 어느 정도 상쇄해 그 힘을 빼 놓자.
-화아아!
그 뒤를 파마의 신력이 받쳐 밀어내며 파멸의 힘을 몰아냈다.
이윽고.
-파아아! 파아!
악의 종주가 쏘아 보낸 파멸의 파도가 사그라졌고 처용은 굳건하게 버텨 내었다.
파멸의 파도가 그친 순간.
“다시 내게 돌아오라 말했다.”
-쿠구구!
악의 종주가 다시 파멸의 힘을 끌어 올리며 말했다.
처용의 안에 있는 분노의 파편을 겨냥한 목소리.
그런 악의 종주의 말에.
“이 녀석이, 돌아가기 싫다고 전해 달란다!”
처용이 짙은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높이고는.
“태극천체장 - 천보명환신권(千步明煥神拳)!”
-촤라락! 후우-욱!
벽을 해제하고 천 개의 손들을 모아 주먹을 쥐며, 악의 종주를 향해 쏘아 보냈다.
-우웅. 콰아아!
악의 종주가 파멸의 힘을 크게 퍼트려 넓게 파도를 세웠다.
본래라면, 태극천체장의 손들이 파멸의 힘에 닿자마자 사그라져야 했다.
그러나.
-쾅! 콰쾅! 쾅! 쿠구구!
파멸의 파도에 충돌한 천수들은 바로 부서지지 않았다.
오히려.
-쾅! 콰쾅! 콰아아!
천 개의 손들이 번갈아 부딪히며 파멸의 파도를 조금씩 밀어내기 시작했다.
지금 파마의 힘이 일렁이는 새하얀 주먹 위로는.
-우우웅.
검붉은 징벌자의 힘이 일렁이며 그 위력을 더해 주고 있었다.
그 징벌자의 힘이 파멸의 힘과 충돌하여, 악의 종주의 힘을 어느 정도 상쇄해 냈기에.
-쿠콰콰콰!
처용이 발휘하는 파마의 힘이 파멸의 힘을 밀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가능하다.’
속으로 미소를 담아 읊조리며 확신에 찬 눈빛을 보였다.
어느 정도 전성기에 가까워진 힘을 되찾았음에도, 악의 종주를 정면으로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
아니, 전성기의 처용이라 해도, 악의 종주를 정면으로 상대할 순 없었다.
그 어떤 대신급 성좌도, 주신도 그 누구라 해도, 악의 종주와 정면승부를 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분노의 파편이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처용은 악의 종주와 어느 정도 힘 싸움이 가능해졌다.
“태극천체장 – 백검진(百劍陳).”
처용이 오른손에 쥔 역천의 절을 앞으로 겨누며 신력을 집중하자.
-우웅!
천수 중 백 개의 손이 처용 옆에 모여들며 손아귀를 쥐더니.
-차카카캉!
그 손 위로 신력이 모이며 길게 뻗어 나갔다.
마치, 신력으로 이루어진 검을 쥔 모습.
“검성류 오의-.”
-스르릉.
처용이 역천의 절을 위로 들어 올리며 신력과 강기를 집중하자.
-우웅. 스르릉!
검을 쥔 백 개의 손들도 칼날을 위로 들어 올렸다.
처용을 따라 움직이는 듯한 모습.
이윽고.
“단절!”
-사각! 촤아아!
역천의 절이 아래로 부드럽게 내리그어지자.
-우웅! 촤아아!
백 개의 손들 역시 칼날을 아래로 내리그었다.
-키잉! 키이잉!
검은 우주에 얇고 가는 백 개의 금빛 선들이 그어졌고.
-사각! 촤아! 촤아아!
악의 종주가 퍼트리는 파멸의 힘이 여기저기 갈라지며 틈이 생겨났다.
그 순간.
“항마의 화신 – 심심상인.”
처용은 항마의 화신이 스스로 전투하도록 명령하고는.
“의념기 – 태극천체일도.”
-후우욱! 치이잉!
검을 형성한 백 개의 손들을 역천의 절에 흡수해 태극천체일도를 만들어 내었다.
동시에.
-탓! 콰아아-!
발을 강하게 박차 악의 종주를 향해 돌진했다.
-우웅! 쐐에에-!
선명한 황금빛의 태극천체일도가 갈라진 파멸의 힘을 지나쳐 악의 종주에게로 향했다.
“……모여라.”
그 모습을 본 악의 종주는 오른손을 뻗어 주변에 퍼진 파멸의 힘을 끌어모으고는.
-콰아아!
그 파멸의 힘을 압축시켜 길게 늘였다.
마치, 파멸의 힘이 거칠게 솟구치는 광선검을 쥔 모습.
이윽고.
-지잉! 콰아아아!
처용의 태극천체일도와 파멸의 검이 서로 충돌하며 강렬한 굉음을 퍼트렸다.
“과연 대단하구나.”
악의 종주가 처용과 태극천체일도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전대, 그 어떤 계승자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느니라.”
처용을 높게 평가하는 듯, 놀라움이 일렁이는 목소리.
그러나.
“허나, 고작 이 정도로는 네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이내, 차가운 목소리를 이으며 읊조리고는.
-우우웅! 쿠구구!
강렬한 파멸의 힘을 거칠게 내뿜기 시작했다.
-콰콰! 까가각-!
팽팽하게 맞서는 듯 보였던 처용이 빠르게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태극천체일도가 불꽃을 튀기며 점점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후와아아아!
악의 종주에게서 강렬하게 솟구치던 파멸의 힘이 파도를 형성하며 처용에게 쇄도했다.
그때.
-우웅! 콰콰쾅!
항마의 화신이 처용 주변으로 손들을 쏘아 보내며 파멸의 힘을 저지했다.
주변에서 몰아쳐 오는 파멸의 힘이 저지되자.
-탁. 차캉!
처용이 손목을 아래로 살짝 틀어 칼날을 비스듬히 내렸다.
-우웅. 촤-카가강!
파멸의 검이 태극천체일도의 칼날을 타고 사선으로 미끄러져 내려간 순간.
“검성류 – 비탈길 베기.”
-차캉! 사가각!
처용이 발목과 허리를 틀고 팔을 왼쪽으로 비틀며 파멸의 검을 옆으로 완전히 흘려보냈다.
동시에.
-차카캉! 촤아아!
비틀었던 몸을 바로잡지 않고 그 위력을 그대로 실어 칼날을 내질렀다.
태극천체일도의 칼날이 악의 종주의 옆구리 부근을 정확하게 베어 내자.
-촤아! 파아아……!
옆구리 부분을 감싸던 검은 갑주 부분에 금빛 선이 생겨났다.
갑주에 검상이 새겨짐과 동시에, 그 주변에 넘실거리던 그림자가 찢어지며 사그라졌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이 세상에-!”
-우우웅!
태극천체일도에 신력과 강기를 최대치로 불어넣으며 소리쳤다.
“절대적인 건 없다!”
-우웅! 스릉! 스르릉!
처용이 앞으로 내질렀던 태극천체일도를 살짝 뒤로 빼 고쳐 잡은 후, 오른쪽으로 내지르자.
-촤아!
악의 종주의 가슴 흉갑 부근에 가로로 길게 금빛 선이 그어졌다.
두 번의 공격을 허용 당한 악의 종주는.
-우우웅! 콰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손에 쥔 파멸의 검을 사선으로 크게 휘둘렀다.
파멸의 힘이 날카롭게 벼려진 검은 칼날이 위에서 아래, 사선으로 강하게 떨어져 내렸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태극천체일도를 비스듬히 세우며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조금 전과 같은 방법으로 공격을 흘릴 듯 보였다.
그러나.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다.”
-후욱!
파멸의 검이 태극천체일도의 칼날과 충돌한 순간.
-콰콰쾅! 콰콰-!
태극천체일도의 칼날을 타고 미끄러지지 않은 채, 처용을 강하게 짓눌렀다.
마치, 자석처럼 태극천체일도와 파멸의 검이 강하게 밀착된 모습.
“크으읍-!”
-우우웅!
처용이 이를 강하게 물으며 신력과 강기를 끌어올려 버터 내었다.
검붉은 징벌자의 힘이 태극천체일도의 칼날에 일렁이며 처용을 도와주고 있음에도.
-콰콰콰-!
처용이 점점 밀려나며 아래로 떨어졌다.
그때.
-잡았다.
분노의 파편에게서 미소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우우웅! 콰화아아!
징벌자의 힘이 한순간 강하게 솟구쳐 터지며 파멸의 검을 밀어냈다.
처용은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태극천체일도 - 천지단절!”
-우웅! 스르르릉!
태극천체일도를 높게 들어 올린 처용이, 앞으로 한 발 나아가며 강하게 내리쳤다.
그러자.
-우웅. 콰아아아!
검은 우주 공간 속, 판데모니움의 중심 속에서 선명하게 빛나는 한 줄기 선이 그어졌다.
마치, 이 검은 세계를 반으로 나누는 듯한 그 황금빛 선의 중심에는.
-파사사사……!
악의 종주가 반으로 베인 채, 갑옷이 부서지고 있었다.
처용은 공격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천지단절!”
-우웅! 촤아아!
다시 한번 신력과 강기를 극한으로 끌어 올리며 악의 종주를 향해 내질렀다.
-우웅! 콰아아!
세로로 그어진 황금빛 선에 이어, 가로로 그어지는 황금빛 선이 추가로 이어졌다.
악의 종주의 가슴 갑옷 부분에 금빛 십자 모양의 자상이 선명하게 새겨졌다.
-파사사……!
갑옷과 갑옷 사이에서 넘실거리는 그림자와 그 그림자 속에 일렁이는 눈동자, 찢어진 입들도 사그라졌다.
“훌륭하군.”
악의 종주에게서 감탄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온 순간.
-파아아-!
검은 갑옷이 산산이 조각나며 악의 종주가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허. 허억……!”
한순간, 모든 전력을 다해 공격한 처용이 거친 숨을 내쉬었다.
악의 종주의 모습과 그 주변에 넘실거리는 파멸의 힘까지 모두 사라진 상황.
드디어…… 드디어 악의 종주를 완전히 처치한 것처럼 보였다.
처용이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절대 죽일 수 없었던 악의 종주가 태극천체일도의 일격을 맞고 사라졌다.
아무리 극강의 고수라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지만.
“…….”
처용은 여전히 악의 종주가 소멸한 듯 보이는 이 상황이 잘 체감이 되지 않았다.
그때.
-네가 이긴 것 같나?
분노의 파편에게서 실소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과연 훌륭하구나.”
소멸한 줄 알았던 악의 종주의 목소리가 판데모니움의 중심을 뒤흔들며 퍼져 나갔다.
“젠…… 장.”
처용이 굳은 목소리를 내뱉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차카캉! 쿠구구구!
판데모니움의 중심, 검은 우주가 유리처럼 깨지며 거대한 형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처용은 한 손에 쥐어 터트릴 법한, 거대한 크기의 거인.
그 모습은, 조금 전 처용이 처치한 악의 종주가 거대화한 듯한 모습이었다.
“방금 그게…… 분신이었다고?”
가까스로 방심을 유도하고 분노의 파편에게 도움을 받아 처치한 존재는 악의 종주의 분신.
지금 눈에 보이는 거대한 형체가 바로, 판데모니움 중심에 자리 잡은 악의 종주 본체였다.
-분명히 말했을 텐데?
분노의 파편이 멍한 표정을 짓는 처용을 보며 실소를 지었고.
-넌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다시 한번, 처용은 악의 종주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이어진 순간.
“네 발버둥은 여기까지로구나.”
-콰아아아!
처용의 머리 위로 판데모니움의 중심부 전체를 뒤덮는 파멸의 파도가 쏟아졌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