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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617화 (617/726)

#617화

처용이 마공간에 자리를 잡고 사흘이 지났을 시점.

“나를 찾았나?”

-화아아!

잿빛의 공간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설계자, 메르핀이 밝은 목소리로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꽃이, 완전히 개화했다.”

-저벅.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창백한 피부의 리치가 메르핀 앞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그리고 손을 들어 올려 어둠을 내뿜고는.

-우웅. 탓.

섬세한 손길로 어둠 속에서 꽃 한 송이를 꺼내 단상에 내려놓았다.

약 20센치 정도 길이의 꽃대와 그 양옆으로 붙어 있는 이파리.

그리고 꽃대 끝에는.

-우웅.

은은하고 선명한 푸른 빛을 내뿜는, 푸른색의 마괴 꽃이 환하게 피어나 있었다.

‘일반적인 마괴 꽃보다 선명하다. 이것만 해도 상급…….’

리치가 내민 꽃을 본 메르핀이 진지한 눈빛으로 푸른 마괴 꽃을 감정하며 속으로 읊조렸다.

은은하게 퍼지는 푸른 빛에 일렁이는 농밀한 마기.

그 마기의 농도가 평범한 마괴 꽃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 같았다.

판데모니움에서 거래를 통해 어렵게 구할 수 있는 일반적인 마괴 꽃보다도 더 좋은 품질.

“흐음.”

마괴 꽃을 감정한 메르핀이 침착한 침음을 흘리고는 눈을 돌려 리치를 바라봤다.

마치, 이것이 전부냐고 무언으로 묻는 듯한 모습.

그런 메르핀의 눈빛에.

“그대가 원하는 건…….”

리치가 두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어둠을 끌어 올리고는.

“이것이겠지?”

-우우웅.

푸른 마괴 꽃을 꺼낼 때보다도 더 조심스럽고 섬세한 손길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꺼내는 순간, 잿빛 공간 전체에 선명한 자줏빛을 흩뿌리는 마괴 꽃.

일렁이는 자줏빛 안에는, 푸른 마괴 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짙은 마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보는 악마들을 단번에 매료할 듯한 그 영롱한 자줏빛에.

“아…….”

메르핀이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지으며 감탄을 흘렸다.

그리고.

“호, 혹시-.”

침을 한번 삼킨 메르핀이 떨리는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할 질문은, 자줏빛 마괴 꽃을 확인하고 거래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했으니까.

그런 메르핀의 입이 열리고 리치를 향해 질문을 이으려는 순간.

“더 만들 수 있다.”

리치는 메르핀이 묻고자 하는 말을 다 듣지도 않고 대답했다.

마치, 메르핀이 할 질문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한 모습.

“그대들이 원하는 이 ‘자줏빛’ 꽃도.”

“……!”

-쿵!

이어지는 리치의 대답에 메르핀이 저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눈을 크게 떴다.

“……무엇을 원하지?”

흥분을 가라앉힌 메르핀은 진지한 눈빛으로 리치를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자세한 사정은 말할 수 없지만, 우린 이 자줏빛 마괴 꽃이 필요한 상황이다.”

거래를 통해 우위를 점하고 이득을 취하기 위해선, 먼저 필요한 것을 말해선 안 된다.

자신의 패를 감추고 상대의 수단과 수를 읽으며 우위를 점해야 한다.

이는 장사와 거래의 기본이자, 판데모니움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잿빛 군도를 관리하는 설계자, 메르핀 역시 그 사실을 모르는 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협조하지.”

메르핀은 손해를 감수하고 최대한 리치에게 맞춰 주는 거래를 제안했다.

그러자.

“나의 안전, 자유.”

잠시 생각하는 듯, 침묵한 리치는 메르핀의 질문에 답했다.

스스로의 안전과 자유를 바라는 리치의 말에.

“마괴 꽃을 주기적으로 거래해 주기만 한다면, 잿빛 군도가 네 편이 될 것이다.”

메르핀이 약속하듯 강하게 말했다.

잿빛 군도 전체가 편이 되어 주겠다는 말.

즉, 잿빛 군도의 주인이자 삼천마인 메피스토가 안전을 책임지겠다는 소리였다.

리치는 그러한 뜻이 담긴 메르핀의 말을 알아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이번엔 운이 좋아 첫 번째로 자줏빛을 만들 수 있었지만, 이후엔 시간이 좀 걸린다.”

마괴 꽃의 거래와 관련해서 중요한 사실을 이야기했다.

바로 가장 중요한 자줏빛 마괴 꽃의 생산에 관한 일.

“얼마나 걸리지?”

“다시 자줏빛을 내려면…… 적어도 두, 세 달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

시일을 묻는 메르핀의 말에 리치가 답하자.

“……그, 그런가? 그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

메르핀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살짝 어긋난 목소리로 말했다.

자줏빛 마괴 꽃은 극도로 희귀한 꽃.

적어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예상외로 다시 만드는 시간이 짧은 상황.

메르핀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

마괴 꽃을 받은 메르핀은.

“자, 우리가 가진 것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마수정이다.”

-딸그락.

받은 물건에 대한 대가, 큼직한 보석 하나를 단상 위에 올려 두며 말했다.

야구공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검은 다이아몬드 같은 모습.

“무려, 전대 삼천마의 마기가 깃든 마수정이다. 어디서도 구할 수 없는 물건이지.”

메르핀이 대가로 제시한 검은 다이아몬드가 무엇인지 이야기하자.

“새로운 꽃이 피면, 알리겠다.”

-탁. 스르륵.

리치가 검은 다이아몬드를 손에 쥐며 뒤로 돌아 나아갔다.

메르핀이 제시한 대가를 받아들이고 거래를 승낙한 듯한 모습.

첫 번째 거래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이야기하도록.”

메르핀이 아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동시에.

-스르륵.

잿빛으로 가득했던 공간이 일그러지며 사라졌다.

-우우웅.

이윽고 리치가 다시 나타난 공간은, 그가 대여받은 마공간, 그의 정원이었다.

-탓. 우우웅.

정원 중앙에 앉은 리치가 어둠을 내뿜으며 정신을 집중하자.

-우우웅. 화아!

앉은 자세 그대로 분신을 만듦과 동시에, 바닥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꼬르르륵.

검은 늪과 같은 어둠 속 공간에 리치가 발을 들이자.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주인님.”

리치가 고개와 허리를 숙이며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수고했다. 긴.”

어둠 속에서 진법을 만들고 있던 처용이 리치를 바라보며 답했다.

조금 전, 메르핀을 만났던 리치는 변장한 처용이 아니었다.

처용이 소환 마법진을 만드는 일을 더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만든 노예였다.

바로, 영혼이 파괴되어 껍데기만 남은 리치, 추기경의 시체를 이용해 만든 리치였다.

처용에게 ‘긴’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새로 태어난, 처용의 명령만을 따르는 새로운 충복이었다.

“놈들이 거래 대가로 이것을 바쳤나이다.”

긴이 처용에게 다가가 두 손을 내밀며 말했다.

정중히 내민 긴의 두 손 위에는 큼지막한 검은 다이아몬드, 최상급 마수정이 있었다.

“……전대 삼천마의 마기가 깃든 마수정?”

검은 다이아몬드 마수정을 감정해 본 처용이 의문을 읊조리고는.

“상당히 쓸 만하네, 마법진 제작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어.”

-탁.

이내, 관심을 거두고 검은 다이아몬드 마수정을 제작 중인 소환 마법진 중앙에 내려놓았다.

-우웅. 화아아!

검은 마수정 안에 압축된 강력하고 농밀한 마기가 흘러나와 소환 마법진에 깃들기 시작했다.

“이대로 이틀 정도 두면, 어느 정도 완성되겠군.”

처용이 저절로 완성되어가는 소환 마법진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제, 니알라에게서 소환 마법진을 거의 다 완성했다는 소식도 들은 상황.

이대로, 사흘만 무사히 보내고 마법진이 완성된다면, 판데모니움을 벗어날 수 있었다.

“따로 명령을 내리기 전까지, 내가 지시한 사항을 지키면서 움직여라.”

소환 마법진을 지켜보던 처용이 긴을 향해 명령하듯 말하고는 몸을 풀었다.

“알겠습니다. 주인님.”

-스륵.

긴이 정중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처용을 향해 왼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동.”

-우웅.

마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설계자의 팔찌에 어둠을 주입하며 말하자.

-우웅. 샥!

처용에게 잿빛이 번쩍이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마공간을 빠져나온 처용이 잿빛 군도의 거리, 인적이 드문 장소에 나타났고.

-스르륵.

곧장 동화경을 발동하여 기척과 모습을 감추었다.

처용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바로 ‘정보 수집’을 위해서였다.

지금 처용은 악마들에게 추적당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거의 일주일 가까이 추적을 피하는 상황이었다.

불과 이틀 전에는, 판데모니움의 중심, 악의 제전에서 강렬한 어둠의 폭발이 솟구쳤었다.

처용을 잡지 못해 바알의 분노가 터져 버린 것.

그 결과.

-캬아아아-!

판데모니움 서열 69위의 대악마, 데카라비아가 소멸했다.

분노한 바알이 하위 서열의 대악마 중 하나를 처형해 버린 것이었다.

처용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이유는, 잿빛 군도에서 악마들이 떠드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조차도.

-내일 악의 제전이 열린다. 메피스토 님도 가시는…….

-인간 하나를 아직도 못 잡은 건가?

-그 인간이 도대체 뭐길래?

처용은 동화경으로 몸을 숨긴 채, 악마들이 서로 떠드는 대화를 들으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동시에, 잿빛 군도 내부를 샅샅이 살피며 이곳저곳을 정찰하고 있었다.

이곳은 악마들의 소굴, 적진의 지리를 익혀 두어서 나쁠 것은 없었으니까.

홀로 잿빛 군도에 정찰을 나와도 크게 문제 될 부분도 없었다.

소환 마법진은 순조롭게 완성되어 가는 중이고 또 긴이 마공간에 자리해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설계자가 긴이 있는 마공간에 나타난다 해도, 큰 걱정은 없었다.

긴은 리치, 자아를 가지고 생각할 줄 아는 존재였다.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고 해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따로 지시까지 내려 놓았으니,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은 적었다.

처용이 잿빛 군도 내를 돌아다니며 염탐과 정찰을 계속할 때.

‘……녀석은 지금 뭘 하는 거지?’

돌연, 떠오른 생각을 곱씹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바로 악의 종주, 조크 – 크타니드.

녀석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의 본체는 판데모니움에 있는 것이 확실한 상황.

그럼에도, 그는 처용이 악의 제전에 떨어졌을 때, 나타나지 않았다.

지금조차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군.’

처용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악의 종주를 향해 경계 어린 심정을 드러내며 속으로 읊조렸다.

그 순간.

-쿠구구구!

돌연, 잿빛 군도 전체가 요동치며 흔들렸고.

-후우우웅-!

주변 일대에 검붉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며 퍼져나갔다.

불길하게 일렁이는 검붉은 기운이 잿빛 군도 일대 전체에 뒤덮이며 일렁이자.

-콰자작! 파작!

지면과 건물에 금이 가며 점점 부서지기 시작했고.

-으아아!

-아악!

잿빛 군도 안에 있던 대부분의 악마가 주저앉으며 고통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지닌 기운이 강한 상급 악마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어느 정도 버티는 듯 보였지만.

-커으으……!

-으윽……!

-투둑! 툭!

힘이 약한 악마들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숨통이 조여 오는 듯, 침음을 흘리며 쓰러졌다.

“……!”

그 모습을 본 처용이 눈을 크게 뜨며 긴장감과 경계심을 드러냈다.

잿빛 군도 전체를 뒤흔들며 무겁게 퍼지는 기운.

가까이 가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파괴되어 분해되어 버릴 것 같은 힘.

‘설마……?’

그 강렬한 기운을 느낀 처용이 잿빛 군도의 중심부를 올려다보며 읊조리자.

-화아아!

그곳에 검붉은 기운이 짙게 뭉치며 무언가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칠흑같이 어둡고 날카로운 느낌의 갑주와 그 사이사이에 넘실거리는 검붉은 기류의 그림자.

-지이잉!

넘실거리는 그림자가 여기저기 찢어지며 기괴한 눈동자와 이빨을 드러냈다.

‘조크 - 크타니드……!’

처용이 잿빛 군도 하늘 위에 나타난 악의 종주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곳에 직접 나타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니까.

-후욱! 콰아아!

악의 종주가 잿빛 군도 중앙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며 파멸의 기운을 퍼트리자.

-파지지직! 파직!

잿빛 군도를 뒤덮은 검붉은 기운, 파멸의 힘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힘이 약한 악마들은 물론, 다른 이들도 모두 죽어 갈 듯 보였다.

아니, 잿빛 군도 전체가 사라질 것 같았다.

그때.

-후욱! 콰아아!

잿빛 마기가 폭발하며 파멸의 기운을 한순간 몰아내고는.

“이게 무슨 짓이오!”

-샥!

잿빛 군도 중심에 메피스토가 나타나 하늘 위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악의 종주에게 분노한 듯한 모습.

메피스토는 악의 종주를 따르는 이였기에.

“…….”

처용은 처음 보는 메피스토의 모습에 의아해하면서도 신기해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어째서 나의 영토에 파멸을 내리려 하는 것인가!”

메피스토가 배신감이 담긴 목소리로 하늘을 보며 소리치자.

“……놈이 이곳에 있다.”

악의 종주, 검은 갑주 사이사이에서 흘러나온 그림자.

그 그림자가 갈라지며 나타난 입이, 날카로운 이빨을 들썩이며 무거운 목소리를 내었다.

“……!”

메피스토는 악의 종주가 한 말의 뜻을 알아듣고 표정을 굳혔다.

처용이 잿빛 군도 안에 숨어 있다.

악의 종주가 한 말의 뜻은 이러했으니까.

“그럴 리가 없소.”

메피스토가 단호한 목소리로 부정하듯 대답했다.

악의 제전을 폭발시키고 탈출한 처용이 잿빛 군도 안에 숨어 있다?

무슨 수로? 도대체 어떻게?

메피스토는 악의 종주가 한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스탈크.”

그래도, 혹시나 하는 심정에 잿빛 군도의 입구를 수호하는 악마.

스틸 데몬들의 수장인 스탈크를 불렀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메피스토 님.”

메피스토 뒤에 있던 스탈크가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악마가 아닌 다른 존재가 이곳에 발을 들였다면, ‘설계자’가 알아챘을 겁니다.”

스탈크가 설계자, 메르핀을 언급하며 말하자.

“이곳에 그 변종이 있을 리가 없소.”

메피스토가 확신하듯 강한 목소리로 악의 종주를 향해 말했다.

“놈은 인간이되…… 인간이라 볼 수 없는 존재다.”

악의 종주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메피스토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조차도, 판데모니움의 모든 권역과 감각을 동화해서야 놈을 찾아낼 수 있었으니까.”

“……말이 안 되오. 있을 수 없는 일이오!”

이어지는 악의 종주의 말에도 메피스토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그러자.

“……직접 보여 주지.”

-우웅. 파아아!

악의 종주가 파멸의 힘을 얇고 넓게 흩뿌리며 말했다.

검붉은 파동이 일렁이며 잿빛 군도 전체로 넓게 퍼져 나갔고.

“여긴 없다고 하지 않았소!”

-화아아!

메피스토가 주변의 악마들을 보호하듯, 마기를 넓게 퍼트리며 소리쳤다.

그때.

-콰아아!

넓게 퍼진 파멸의 힘이 뒤틀리며 어느 한 지점에 뭉치더니.

-파아아-!

그 주변의 사물을 파괴하며 나선으로 휘몰아쳤다.

동시에.

-우웅!

황금빛 파마의 신력이 파멸의 힘 속에서 새어 나왔고.

-파아아아!

“……이런, 씨발.”

주변을 둥글게 휘감은 파멸의 힘을 걷어 낸 처용이 욕을 내뱉으며 나타났다.

동화경이 완전히 풀려 버린 처용이 제 모습을 드러내자.

“……!?”

메피스토가 믿을 수 없다는 듯, 한쪽 눈썹을 크게 일그러뜨리며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

“그 일이 일어나 버렸는데…….”

그의 뒤에 있던 스탈크와 메르핀 역시 당황스러움을 드러내며 읊조렸다.

그리고.

“……들켜 버렸네?”

처용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스러워하며 긴장감 어린 목소리로 읊조렸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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