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607화 (607/726)

#607화

태룡사를 향한 악신들의 침공은 성공적으로 막아 내었다.

하지만, 저승에서 최악의 소식이 전해졌다.

하데스의 성역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하데스의 성역이 악신들에게 점령당했다.

저승의 감옥인 타르타로스가 열렸고 그 안에 수감 되어 있던 죄수들까지 모두 풀려났다.

때문에, 저승의 배신자인 염라를 처치하기 위해 나섰던 아누비스가 급하게 회군했다.

본래는 거의 다 잡은 염라를 처치하고 하데스에게 향하려 했었다.

하지만, 악신들과 타르타로스를 빠져나온 죄수들이 아누비스의 성역까지 침공하려 하자.

-……젠장!

아누비스는 염라를 더 추적하지 못하고 성역을 방어하러 돌아가야만 했다.

이 소식이 헤르메스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었고.

-아무래도 내가 직접 가 봐야겠구나.

아테나는 곧장 올림포스로 돌아갔다.

올림포스에서 관할하는 저승의 성역이 적들에게 점령된 것도 모자라 타르타로스까지 열린 상황.

주신인 아테나가 직접 나서 작금의 상황을 수습할 필요가 있었다.

비단 아테나뿐만이 아니라.

-아누비스 혼자선 버거울 것입니다.

-나도 나서마.

헬리오폴리스의 성좌, 이시스와 라가 아누비스를 돕기 위해 나섰다.

오시리스도 나서고 싶었지만, 그는 아직 순혈 의회 일원 중 하나로 잠입해 있는 상황.

그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적들의 정보를 염탐하기 위해 이곳에 남았다.

“……제길.”

태룡전에 돌아와 상황을 정리한 처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침음을 흘렸다.

“저승을 잘 지키던 하데스가 갑자기 소멸한 것이…….”

인상을 찌푸리며 침음을 흘린 처용이 잠시 생각에 잠기며 읊조렸다.

처용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다름 아닌, 회귀 전에 있었던 일.

저승을 잘 지키고 있던 하데스가 돌연 소멸했고 저승이 순식간에 ‘파멸’했을 때를 떠올렸다.

회귀 전 당시의 처용은 그 경위를 알 수 없었지만, 이젠 어찌 된 일인지 조금 짐작할 수 있었다.

[믿었던 정인에게 배신을 당했기 때문인 것 같구나.]

처용의 읊조림을 알아들은 여래가 그 말에 답하듯 입을 열었다.

여래는 처용이 전해 준 미래의 지식을 알고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처용이 읊조린 말이 무슨 의미인지 바로 파악한 것이었다.

[타르타로스의 죄수를 풀어 줄 수 있는 자, 하데스의 눈을 가리고 은밀하게 방해할 수 있는 자.]

여래가 그간 마음속에 의문점으로 남았던 부분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저승의 안주인, 페르세포네라면 가능하겠구나.]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한 범인의 이름을 언급하는 여래의 말에.

“같은 미래가 반복되는 것만큼은 막으려 했는데…….”

자신을 책망하듯 처용이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처음 타르타로스에 갇힌 아레스와 아폴론을 아르테미스가 탈옥시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용은 하데스를 의심했었다.

추후에도 조금씩 의심 어린 생각을 계속 이었었다.

제아무리 염라라 해도, 하데스 모르게 타르타로스에 침입하여 죄수를 빼내는 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계속 하데스를 향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하데스가 회귀 전 끝까지 악의 종주에게 맞서며 저항군을 도왔어도 계속 의심했다.

순혈 의장이었던 태양신 라.

오시리스, 로키, 아프로디테 등, 회귀 전에는 그 정체를 몰랐던 순혈자들.

아마테라스와 이자나기 성운이 멸망한 이유.

재앙의 나무였던 에블린에 대한 비밀.

세계 가문 연합과 마인의 시작점인 데미갓 프로젝트 등.

이 모든 것들은 처용이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었다.

처용은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내고 이를 해결할 때마다.

-회귀 전의 정보를 무조건 맹신하는 건 위험하다.

회귀 전 있었던 일들을 다시 생각하고 그 과정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데스가 악의 종주에게 맞서 싸운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가 악의 종주를 따르는 이중 스파이였다면?

저승을 악의 종주에게 고스란히 넘기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면?

하데스가 소멸하는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한 처용은 이러한 의심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하데스를 의심했던 내가 병신이지…….”

하데스를 의심한 자신을 탓했다.

그 말에.

[미래를 알고 있다 하여, 모든 것을 예상하고 대비할 순 없다. 제자야.]

여래가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나도, 보살님도, 천찰의 대신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처용이 전해 준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는 이들.

여래는 자신을 포함해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작금의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리 대비하지 못한 건 처용의 탓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미륵님께서도 나서셨으니, 어떻게든 수습될 것이다. 그들을 믿고 우리 할 일을 하자꾸나.]

“후, 알겠습니다. 스승님.”

이어지는 여래의 말에 처용이 깊고 짧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답답한 상황이긴 하지만, 저승에서 터진 일을 지금 처용이 나서서 해결할 순 없었다.

그 일을 해결하러 나선 이들을 믿고, 지금은 자신이 할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맞았다.

“저승의 일이 해결되기 전에, 에스라 대륙의 일을 처리해야겠군요.”

처용이 다음 해야 할 일을 언급하며 말을 이었다.

때마침.

-여신님께서 결계 분석이 끝났다고 하셔.

커맨더가 에스라 대륙의 소식을 전해 주었다.

바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조사하던 결계의 분석이 끝났다는 것.

아스터 제국을 지키는 강력한 결계를 해제할 방법을 알아냈다는 것이었다.

“망할 아스터 교단을 정리하고 무림의 일도 알아봐야겠지요.”

[네 동료, 검성에 대한 이야기는 보살님께 들었다.]

무림을 이야기하는 처용의 말에 여래가 답했다.

바로 요정들의 납치를 조력하고 요정 여왕인 티타니아를 습격한 존재.

그는 회귀 전, 처용의 동료였던 검성이었다.

심지어 납치된 요정들의 힘을 악용하던 이는 아프로디테의 신관, 헬레나로 밝혀졌다.

어째서 무림 세계의 지존 중 하나인 검성이 순혈 신교에게 협력하고 있는가?

그 사실도 어서 알아봐야만 했다.

무림 세계와 이어지는 게이트가 나타나기 전에 에스라 대륙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가 봐야겠군요.”

해야 할 일을 생각한 처용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룡사에서 할 일은 더 이상 없었다.

아직, 태민에게 생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제길.

멸천의 권능으로도 태민에게 생긴 페널티를 없앨 순 없었다.

처용의 능력이 더 상승하고 권능의 힘이 더 강해진다면 모르겠지만, 당장은 불가능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용이 더 성장하기 위해서라도.

“그 망할 놈들을 다 쓸어버리고 오겠습니다.”

악의 종주에게 협력하며 세상을 좀먹는 쓰레기들을 없애야 했다.

적들을 죽이고 레벨을 올리고 더 강해진다.

지금 당장 처용이 해야 할 일들이었다.

[조심하거라. 네가 강하다 해도, 방심해서는 아니 될 테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에스라 대륙으로 향하려는 처용에게 여래가 조언하듯 말하자,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우우웅!

태룡전의 열쇠가 에스라 대륙으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형성했고 처용이 안으로 들어섰다.

아라한 왕국의 왕궁 2층에 나타난 처용이 계단을 내려가자.

-……적들의 공세가-.

-천 제국의 배는 간간히 모습을-.

아냐사와 커맨더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 왔다.

처용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 왕궁 1층의 대전으로 향했다.

-스르륵.

조용히 대전 안으로 처용이 들어서자, 목소리를 들었던 커맨더와 아나샤의 모습이 보였다.

테이블 중앙에 펼쳐진 홀로그램 지도를 보며 서로 의견을 나누는 듯한 모습.

그 주변에는 몇몇 귀족들과 연화, 백호를 포함한 헌터들도 있었다.

“그분께서 돌아오시면, 말씀을 드리고 차후 계획을 의논해 봐야겠군요.”

마침, 아나샤가 처용을 이야기하는 듯한 말을 꺼내자.

“나를 찾았나?”

-스륵.

처용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아나샤가 화들짝 놀란 듯 소리 없는 침음을 삼켰고.

“……진짜 몰랐어.”

“기척조차 읽지 못했는데.”

연화와 커맨더를 포함한 헌터들도 놀람을 표했다.

그들은 모두 200레벨 중반은 바라보는 이들.

헌터들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강한 이들이었다.

그런 그들조차도, 처용이 다가오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괜히 300레벨이 아니로구만?”

놀라움을 드러내던 헌터 중 하나, 백호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자.

“그 이유도 한 몫 하죠.”

처용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처음 200레벨에 도달했을 당시처럼, 처용이 300레벨에 도달했을 때.

[최초로 300레벨을 돌파한 자가 나타났습니다.]

공개적으로 시스템 알림이 떴었다.

백호를 포함한 헌터들은 그 알림을 확인한 순간, 300레벨을 달성한 자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챘다.

“저 망할 결계에 대해 알아냈다고 들었습니다.”

처용이 커맨더를 보며 본론을 물었다.

아스터 제국의 수도 외곽에 펼쳐진 결계.

그 결계 때문에, 아군은 적진에 쳐들어가지 못하고 적의 공격만 방어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아스터 제국의 결계를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분석에 성공했다.

이제, 결계를 해제하기만 한다면, 전면전을 일으켜 아스터 제국을 멸망시킬 수 있었다.

처용이 이곳에 온 본론을 이야기하자.

“이비, 나인.”

커맨더가 뒤에 서 있던 두 안드로이드.

이비와 나인을 불렀다.

“저 결계에 관해선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처용 님.”

커맨더의 부름에 앞으로 나온 이비가 뚜렷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많이 성장했군. 보기 좋아.”

처용이 이비를 향해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 보였던 어눌하고 뚝뚝 끊어지는 말투는 이제 온데간데없었다.

게다가.

-스스스.

이비와 나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세 역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였다.

이전의 수준이 대략 100레벨 후반대의 헌터였다면, 지금은 200레벨 중반 정도.

백호와 진호 같은 최상위 헌터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깨달음을 주신 덕분입니다.”

이비는 자신과 나인의 성장이 처용 덕분이라 말하며 감사를 전하고는.

“저와 나인이 힘을 합쳐 저 결계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지잉.

처용의 질문에 대한 본론을 이야기하며 홀로그램 지도 앞에 섰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아스터 제국을 보호하는 결계를 분석하기 위해, 이비와 나인을 보냈었다.

아스터 제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검은 군세를 아라한 왕국과 협력하는 모든 이들이 막아 낼 때.

이비와 나인은 아스터 제국에 접근하여 그들을 보호하는 결계를 조사했었다.

그 결과.

“결계를 구성하는 마나와 신력의 일부분을 해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스터 제국을 지키는 결계를 일부분 해킹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결계의 중심은 대신전이고 그 에너지는 동쪽 너머에서 흘러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그 강력한 결계를 어떻게 어디서 힘을 받아 형성하는지 알아내었다.

이비가 설명을 잇자, 나인이 홀로그램 지도에 손가락을 뻗어 조작하기 시작했다.

-지잉. 우웅.

아스터 제국을 축소해 놓은 듯한 지도가 나타났고 그 주변에 펼쳐진 결계의 모습도 나타났다.

제국의 중심이자 황궁보다도 더 거대한 건축물인 대신전.

결계의 중심은 바로 그곳이었다.

이에 더해.

-스스스!

하늘과 땅을 통해 대신전으로 흘러들어오는 강력한 에너지의 흐름도 그려져 있었다.

바로 결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외부 공급 에너지였다.

그 에너지가 흘러들어오는 방향은 다름 아닌 동쪽.

“동쪽이라…… 천 제국이겠네.”

이비의 이야기를 들고 홀로그램 지도를 살핀 처용이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전에 저희가 노획한 배를 통해 천 제국으로 정찰을 가 볼까 의논 중이었습니다.”

“아니면, 내 수송선을 통해 살펴보기만 하고 올 수도 있고.”

아나샤와 커맨더가 처용을 보며 말을 이었다.

적들의 방어 수단에 대해 분석했으니, 그 수단을 무력화할 방법을 찾을 차례.

결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보내는 것으로 추정되는 먼 장소.

천 제국으로 정찰을 할 계획이었다.

“옵저버를 통해 마키나에서 궤도로 살펴볼 순 없었습니까?”

처용이 커맨더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

하늘을 넘어 우주로 나아갈 수 있는 커맨더의 함선이자 성지인 마키나.

하늘 높이 떠오른 마키나가 궤도에서 옵저버를 보내 지상을 살필 수 있었으니까.

“해 봤는데…… 궤도에서 관측이 불가능해.”

처용의 의문에 커맨더가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동쪽 끝에는 안개가 짙게 펼쳐져 있어서 밖에서는 안을 볼 수 없었어.”

에스라 대륙의 동쪽 너머, 천 제국이 있어야 할 장소에는 안개만이 가득했다.

그렇기에, 옵저버를 통해 내부를 볼 수 없었다.

게다가.

“내가 그 안개 너머로 함포도 쏴 봤거든, 그런데 아무 반응이 없더라고”

커맨더는 마키나를 통해 안개 너머로 공격도 가해 봤었다.

함선에서 쏘아진 함포가 안개를 향해 쏟아졌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곳에 땅이나 무언가가 있었다면, 분명 폭발하는 소리라도 들렸어야 정상이었다.

“그 안개에 대해 알아보기 전까진, 함부로 접근하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커맨더가 동쪽에 넓게 펼쳐진 안개를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흐음…….”

처용은 커맨더와 다른 사람들의 증언, 이비와 나인의 분석 결과를 들으며 잠시 생각하고는.

“제가 직접 가 보죠.”

생각을 마친 듯,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를 유인해 내려는 함정일 수도 있어.”

“그래서 제가 가야 합니다.”

커맨더가 우려 어린 목소리로 말하자, 처용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안개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커맨더의 말대로 아군을 유인하는 적들의 함정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놈들이 무슨 짓을 꾸미든, 다 박살 내 버릴 자신이 있으니까요.”

처용은 적들이 무슨 짓을 하든 다 쳐부술 자신이 있었다.

그럴 능력도 지녔다.

“제가 직접 천 제국으로 가 확인해 보죠.”

가장 강한 헌터인 처용이 직접 나서서 정찰해 보겠다는 말에.

“좋아, 우리는 계속 이곳을 사수할게.”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커맨더와 아나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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