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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98화 (598/726)

#598화

옥황상제에게서 흘러나오는 어둡고 불길한 기운.

그 새까만 기운이 천벌과 뒤섞여 검은 벼락을 만들어 내었다.

본래 옥황상제가 발휘하던 천벌보다 두 배는 커졌고 위력 또한 증폭된 듯 보였다.

[네놈을 멸(滅)해 주마!]

-콰르르릉!

옥황상제가 흑백으로 나뉘어 번쩍이는 천벌을 처용에게 쏘아 보내며 소리쳤다.

처용은 빠르게 쇄도해 오는 흑백의 천벌을 차분하게 응시하고는.

-파지직! 샥!

벼락을 휘감은 다리를 박차, 있던 자리를 벗어났다.

-콰르릉! 파지지직!

처용이 있던 자리를 흑백의 벼락이 몰아치며 지나갔고.

-파사사삭!

땅거죽이 새까맣게 그을리며 타들어 갔다.

단순히 벼락이 닿아 고열로 타들어 간 정도가 아닌.

-파사사! 파사사사삭!

천벌이 닿은 땅 일대가 거의 석탄 가루에 가까워질 정도로 새까맣게 변하며 타들어 갔다.

지면에 남은 흔적만 봐도, 정면으로 받아치면 위험하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처용은 변해 버린 천벌의 위력을 잘 알고 있기에, 뢰신보로 신속하게 피한 것이었다.

-콰르르릉! 콰릉!

재차 처용을 향해 흑백의 천벌이 쇄도했고.

-파지직!

처용은 뢰신보로 재빠르게 있던 자리를 벗어나며 천벌을 피해 냈다.

[도망치는 것이냐!?]

-파지지직!

옥황상제가 회피에 집중하는 처용을 보며 호기롭게 소리쳤다.

동시에.

‘망설이지 않고 천벌을 피했다고?’

속으로는 인상을 쓰며 의문을 표했다.

악의 종주에게서 내려받은 강력한 힘을 천벌에 응축시켜 만든 흑백의 벼락.

이 힘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위험하고 다루기가 어려운 힘일뿐더러, 이 힘을 오래 사용하면 ‘대가’를 바쳐야 했다.

그저 기존의 천벌만 사용해서는 처용을 죽이기 힘든 상황.

이 때문에, 악의 종주에게서 하사받은 힘을 사용한 것이었다.

마침, 처용은 천벌을 정면으로 받아쳐 튕겨 내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런 처용에게 ‘파멸’의 권능이 깃든 천벌을 내리쳐 단번에 끝장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처용은 변화한 천벌을 보자마자, 그것을 받아치지 않고 얄밉게 피해 버렸다.

[쥐새끼 같은 것! 어디 방금처럼 오만하게 받아쳐 봐라!]

-콰르르릉!

옥황상제는 답답한 마음을 숨기고 처용을 향해 천벌을 쏘아 보내며 소리쳤다.

그런 옥황상제의 말에.

“파멸의 권능을 정면으로 받아치려는 머저리가 어디에 있냐?”

-파지직!

처용이 재차 쏟아지는 천벌을 뢰신보로 가볍게 피해 내며 조롱하듯 읊조렸다.

“확실히, 조금 전에 허접하기만 했던 네 천벌과는 다르네, 과연 조크-크타니드의 힘이야.”

마치, 흑백으로 나누어진 천벌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분위기.

악의 종주를 언급하는 처용의 말이 울리자.

[이-!]

여유를 보이는 척, 미소를 짓던 옥황상제의 안면이 일그러졌다.

그런 옥황상제의 모습을 본 처용이 피식 미소를 짓고는.

“어쩌냐. 아무 이득 없이 네 ‘생명력’만 갖다 버릴 것 같은데? 크크크.”

옥황상제의 비밀 중 하나를 언급하며 말을 이었다.

그 말에 옥황상제의 안면이 더 크게 일그러졌다.

어떻게 그것을 알고 있냐는 듯한 분위기.

“내가 모를 줄 알았나?”

경악을 드러내는 옥황상제를 본 처용이 비웃음과 혐오감 어린 미소를 흘렸다.

처용은 옥황상제가 선보인 힘에 대한 비밀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악의 종주에게서 하사받은 축복이 짙게 일렁이는 천벌.

흑백으로 나누어진 천벌 속에 깃든 힘은 다름 아닌 파멸의 권능이었다.

그 천벌에 닿는 순간, 파멸의 권능이 달라붙어 대상을 완벽히 파괴한다.

회귀 전, 처용이 지녔던 수호신의 권능조차도 무너뜨렸던 천벌.

그 위력만큼은, 악의 종주가 발휘하는 파멸에 필적했기에, 정면으로 막아서는 안 되는 힘이었다.

다만, 그 위력이 기존의 천벌보다 강력해진 만큼, 부작용이 있었다.

첫 번째는.

-콰르릉! 콰릉!

옥황상제가 발휘하는 기존의 천벌보다 다소 느리다는 점.

강력한 힘이니만큼, 옥황상제조차 다루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파지직!

처용은 옥황상제의 손짓과 천벌이 쏘아지는 방향만 보고 뢰신보로 가볍게 피할 수 있었다.

제아무리 천벌의 위력이 악의 종주가 발휘하는 파멸에 필적한다 해도, 맞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두 번째는 강력한 힘을 쓰는 만큼, 그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

옥황상제조차도 악의 종주에게서 하사받은 파멸의 힘을 아무 대가 없이 천벌에 담아 쏠 순 없었다.

강력한 파멸의 힘을 안정적으로 천벌에 담기 위해 필요한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옥황상제가 지닌 ‘생명력’이었다.

천벌에 파멸의 권능을 담아 쏘아 보낼 때마다, 옥황상제는 생명력이 조금씩 깎인다.

이것이 두 번째 부작용이었다.

다만, 옥황상제도 제 나름대로 대비책을 강구해 놓은 것이 있었다.

바로 깎여 나가는 생명력을 대체하는 방법.

[네놈들의 힘을 짐에게 진상하라!]

-훅! 우우웅!

옥황상제가 왼손에 쥐어진 옥쇄를 옆으로 뻗으며 소리치자.

-스스스!

옥쇄에 신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아니, 옥쇄가 겨누어진 대상들에게서 신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 대상은 다름 아닌.

[크으으-!]

[상제를 도와야 한다!]

나타를 포함한 천교 휘하에 있는 성좌들이었다.

다수의 신하들에게서 생명력과 신력을 조금씩 갈취하여 잃어버린 생명력을 대체한다.

휘하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천황의 옥쇄.

그 옥쇄의 권능을 이용한 대처 방법이었다.

“부하들 생명이나 갈취하고…… 군주라는 새끼가 참 잘하는 짓이다.”

옥쇄로 휘하 성좌들의 생명을 갈취하는 옥황상제를 본 처용이 진심 어린 혐오를 담아 읊조리자.

[닥쳐라!]

-콰르르릉! 콰릉!

옥황상제가 처용에게 오른손을 뻗어 천벌을 날림과 동시에.

[당장 저 하계종을 붙잡아라! 이번에 반드시 죽여야 한다!]

주변을 향해 명령하듯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주 성가신 존재 중 하나인 처용을 이 자리에서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것.

그런 의미가 담긴 옥황상제의 외침에.

-화르륵! 샤가각!

판데모니움 서열 7위, 염수의 대악마 아몬이 처용을 향해 달려들었다.

날카롭고 길게 솟아나 화염이 이글거리는 손톱이 처용을 향해 쇄도한 순간.

[선법 – 빙류태극장(氷流太極掌).]

-탓! 사라락.

여래가 두 손에 냉기를 휘감으며 아몬의 앞을 가로막았다.

냉기가 휘감긴 여래의 두 손바닥이 작게 태극을 그려 낼 때.

[불살라 찢어 주마!]

-화르륵! 사가각!

아몬이 오른 손톱에 격렬한 화염을 휘감으며 앞을 가로막는 여래를 향해 휘갈겼고.

[빙백신장(氷白神掌)!]

여래가 눈앞에서 다가오는 화염의 손톱을 향해 냉기가 휘감긴 오른손을 뻗었다.

-차카캉! 콰쾅!

아몬의 손톱과 여래의 손바닥이 충돌하자 화염과 냉기가 터지며 폭발을 일으켰고.

[이 괴물 같은!]

-치이이!

놀랍게도 뒤로 밀려난 것은, 여래보다 다섯 배는 덩치가 큰 아몬이었다.

게다가.

-쩌적. 콰자작!

길고 날카롭게 뽑아낸 오른손 손톱이 얼어붙어 깨져 나가고 있었다.

반면에.

[방해할 수 없다.]

아몬을 맨손으로 가로막은 여래는 오른손 소매 옷자락만 조금 타 버렸을 뿐,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과연, 상상 이상이구나. 혈선!]

-화르륵! 치이이-!

아몬은 깨져 나간 오른손에 화염을 일으키며 냉기를 녹여 버리고는.

-차카캉!

더 길고 두꺼운 손톱을 뽑아내며 투쟁심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처용에게 향하려던 아몬이 여래에게 가로막히자.

[저 하계종 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우우웅! 샥!

조제군을 포함한 검은 별들이 처용의 뒤를 가로막듯 나타나며 소리쳤다.

그때.

[감히 내게서 도망치려 하는가?]

-차캉 후우우욱!

붉은 신력이 일렁이는 방천극의 창칼이 검은 별들을 크게 휩쓸며 나타났다.

처용을 노리던 다섯 명의 검은 별들은 눈앞에서 쇄도해 오는 방천극을 막으려 검은 칼날을 치켜세웠지만.

-차카캉! 콰쾅!

강렬하게 후려쳐오는 방천극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일제히 뒤로 크게 밀려났다.

[봉선!]

조제군이 앞을 가로막은 성좌, 적무신을 노려보며 소리치고는.

[놈을 포위해라! 소원대로 네놈부터 죽여 주마!]

열 명의 검은 별들과 함께 적무신을 포위하듯 둘러쌌다.

새까만 신력이 넘실거리는 검은 칼날을 소환한 검은 별들이 일제히 달려들려는 순간.

[적귀살 - 혈화난무!]

-후욱! 후욱! 콰콰콰-!

적무신이 방천극으로 크게 원을 그리며 두 번 휘둘렀다.

강렬하게 솟구치는 적무신의 신력이 방천극을 따라 크게 회전하며 핏빛의 폭풍을 만들어 내었고.

-촤자자자자!

이내, 생성된 핏빛의 소용돌이가 점차 영역을 넓혀 갔다.

전장 일대를 휩쓸어 버리는 적무신의 기술, 혈화난무가 발현되자.

[말려들면 끝이다!]

[물러나면서 방어해라!]

검은 별들이 기겁하며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적무신은 검은 별들을 몰아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조리 쓸어 주마!]

-후욱! 콰아아-!

방천극을 크게 휘둘러 혈화난무를 넓게 퍼트렸다.

주변에서 각개전투를 펼치고 있는 아군과 맞서는 적들을 노린 것.

그때.

[진리를 들어라.]

-우우웅!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울리며 거칠게 휘몰아치는 혈화난무 위로 옅은 빛이 일렁였다.

[피를 머금은 삿된 바람은 사라질지어다.]

에덴의 다섯 하늘 중 하나이자 진리의 대천사 가브리엘.

순혈 의회의 일원이자 배신자인 그가 진리의 서를 펼치며 잔잔한 파동을 흩뿌렸다.

그 결과.

-콰아아……!

거칠게 휘몰아치던 적무신의 혈화난무가 점점 느려지며 사그라졌다.

가브리엘은 적무신의 혈화난무를 제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주의 진리를 거스르는 삿된 자를 속죄하게 만들지어다.]

-훅! 우우웅!

처용을 향해 손을 뻗으며 진리의 서를 읊었다.

그 순간.

-치지직……! 쿵!

처용의 다리에 휘감긴 벼락, 뢰신보가 사라지며 다리가 무거워진 듯, 땅이 깊게 파였다.

[천벌을 받아라!]

-콰릉! 콰르르릉!

그 순간을 노린 옥황상제가 처용을 향해 흑백의 천벌을 쏘아 보냈다.

처용이 혀를 차고는 신력과 강기를 내뿜으며 대비하려는 순간.

[인도해라. 티라루인.]

-화아아! 탓!

빛이 번쩍이며 처용의 옆에 미카엘이 나타나 처용의 왼손을 잡아챘다.

-화아아!

다시 빛이 번쩍였고 미카엘과 처용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 조금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콰르릉! 파지지직!

미카엘의 방해로 옥황상제의 천벌이 애꿎은 맨땅을 불태우며 지나갔다.

[미카엘…… 감히, 그 삿된 하계종을 구하다니-.]

가브리엘이 처용을 구한 미카엘을 향해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린 순간.

[가브리엘-!]

-화르륵! 쐐에엑!

샛노랗게 불타오르는 창을 치켜든 우리엘이 가브리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불타오르는 창날이 정확히 가브리엘의 가슴을 향해 쇄도했고 거의 지척의 달했지만.

-후욱! 탓!

가브리엘이 날개를 크게 펼쳐 뒤로 물러나 우리엘의 창을 피해 냈다.

[이-!]

우리엘이 가브리엘을 향해 재차 달려들 때.

[방해할 수 없다!]

-스릉! 차카캉!

죽음의 대천사이자 가브리엘과 같은 순혈 의회 일원인 마티엘이 대낫을 들고 우리엘의 앞을 가로막았다.

마티엘 혼자였다면, 우리엘을 막기 버거웠겠지만.

-스릉. 스르릉!

마티엘의 곁으로 그와 같은 순혈자인 대천사 둘이 곁에 서며 우리엘을 향해 창을 겨누었다.

[이 배신자들이-!]

-화륵! 콰아아!

우리엘이 배신한 천사들을 노려보며 분노를 내지르고는 마티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처용은 우리엘에게서 도망친 가브리엘을 잠시 노려보고는.

‘미카엘 님, 저 배신자부터 처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자신을 도와준 미카엘을 향해 조용히 전음을 보냈다.

미카엘이 처용을 눈짓하며 반응을 보이자.

‘가브리엘 근처에 갈 수 있게만 도와주십시오.’

처용이 말을 이었다.

[……알았다.]

미카엘이 처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고는.

[눈을 가려라. 티라루인!]

-스릉! 차카캉!

손에 쥔 검, 티라루인을 거꾸로 들고 바닥을 강하게 내리쳐 찌르며 사방에 빛을 내뿜었다.

섬광탄처럼 강렬하게 번쩍이는 빛이 주변에 퍼지며 적들의 시야를 가린 순간.

“오의 - 백귀야행!”

-스르릉! 콰아아아!

처용이 역천의 절에 강기를 강하게 압축하여 주변에 퍼트렸다.

강렬한 빛이 퍼진 뒤에 쏟아지는 새까만 백귀들.

백귀들이 괴성을 지르며 주변 일대로 퍼져 나가자.

[이 지저분한 것들, 진리를 들어라.]

-촤라라락.

가브리엘이 인상을 찌푸리며 진리의 서를 발동했다.

백귀들이 겉에 빛무리가 일렁였고 점차 옅어지며 사라지려는 찰나.

[인도하라. 티라루인.]

-파아아!

미카엘이 가브리엘을 향해 티라루인을 겨누며 빛을 쏘아 보냈다.

그저, 단순히 견제 목적으로 쏘아 보낸 듯한 빛줄기.

-우웅! 파아아!

가브리엘은 진리의 서를 쓰지 않고 왼손을 뻗어 빛을 내뿜어 방어했다.

빛과 빛이 허공에서 서로 충돌하고 상쇄되며 퍼진 순간.

-파아아! 스릉!

터져 나간 빛무리 속에서 처용이 역천의 절을 치켜든 채 나타났다.

[……뭣!?]

그 모습을 본 가브리엘이 당황을 표하며 미카엘의 옆에 서 있는 처용을 노려봤다.

-스스스.

미카엘의 옆에 서 있는 처용의 모습이 마치 빛에 흔들리는 그림자처럼, 작게 흔들리자.

‘우리의 눈을 가린 순간, 더미를 놓은 건가?’

가브리엘이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미카엘이 빛을 내뿜으며 주변의 시야를 가리고 뒤이어 처용이 백귀를 소환한다.

그 백귀에 정신이 팔린 순간, 더미를 놓고 몸을 숨긴 듯 보였다.

[……진리를 들어라.]

가브리엘은 빠르게 접근해 온 처용을 노려보며 진리의 서를 읊조렸다.

그러자.

-우웅! 쿠구구!

당장이라도 가브리엘을 베어 버릴 듯 쇄도해 오던 처용이 그 자리에 멈추었다.

그 모습을 본 가브리엘이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미소를 보인 순간.

“루나, 지금이다.”

처용이 짙은 미소를 드러내며 읊조렸다.

-우우웅!

돌연, 처용의 뒤로 핏빛의 혈기가 모이며 게이트가 생성되었고.

-파아앗!

붉은 게이트 속에서 ‘밤의 마신’으로 변한 루나가 솟구쳐 나왔다.

이미 가브리엘에게 어느 정도 가까이 접근한 처용과 그를 저지하기 위해 진리의 서를 사용한 가브리엘.

그렇게 대치 중인 와중에 루나가 나타난 상황이었다.

진리의 서를 다시 사용하기엔, 너무 늦은 상황.

[이런-!]

가브리엘이 경악을 내뱉으며 날개를 펼쳐 뒤로 도망치려 했지만.

-후욱! 우우웅!

이미 루나가 양손에 새까만 검, ‘밤의 관철자’를 치켜든 채 가브리엘의 앞에 도달했다.

“죽어.”

-우웅! 촤아아!

루나가 밤의 관철자에 자신의 의지를 가득 담으며 아래로 내리쳤다.

하늘과 땅을 잇는 검은 선이 그어졌고.

[크으윽!?]

가브리엘이 밤의 관철자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완전히 피할 순 없었고.

-촤아아!

오른팔과 오른 날개 일부분이 잘려 나갔다.

그 결과.

-스르륵.

가브리엘의 오른손에 잡혀 있던, 녹색과 청색이 일렁이는 책.

진리의 서가 가브리엘의 손을 떠나 떨어졌다.

그 순간.

-후욱. 탁!

구속을 풀어낸 처용이 오른손을 뻗어 떨어지려는 진리의 서를 잡아챘다.

[멍청한 놈! 하계종 따위가 진리의 서를 맨손으로 잡다니!]

가브리엘이 잘려 나간 오른팔 단면을 잡고 뒤로 물러나며 비웃음을 흘렸다.

에덴의 신물인 진리의 서는 허락받은 자 외에는 대천사조차도 함부로 손댈 수 없었다.

허가받지 않은 자가 진리의 서에 손을 댄다면.

그 우매한 자는 죽거나, 죽음에 필적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네 우매함을 탓하며 죽-.]

가브리엘은 처용이 곧 진리의 서에 의해 죽으리라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스스스!

진리의 서에서 흘러나온 기운이 처용을 감싸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역천을 들어라.”

처용이 미소를 짓고는 진리의 서를 강하게 쥐며 읊조리자.

-스스! 파사사……!

녹색과 청색이 어우러진, 진리의 서의 겉면이 검붉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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