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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97화 (597/726)

#597화

태룡사 상단에 침투한 헬레나가 막 저지되었을 때.

태룡사 하단,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방에서는.

-놈들을 저지하라!

-어떻게든 막아!

몰려오는 검은 군세와 악신들을 저지하기 위해 방어선을 펼치는 이들과.

-보이는 모든 것들을 죽여라!

-모두 처치해라!

태룡사를 공격하는 악마들과 악신들의 격돌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태룡사를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 서서 가장 강력한 적들을 상대하는 이들.

처용을 포함한 강한 성좌들이 가장 앞 전선에 서서 적들을 저지하고 있는 상황.

아직까지 태룡사의 호수 인근과 다리에 펼쳐진 방어선을 뚫고 침투한 악신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나쁘지 않네.”

전선의 상황을 잠시 살펴본 처용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처용은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 삼천마 중 한 명을 상대로 시간을 벌려 했었다.

그들의 전력은 성좌들의 힘을 아득히 상회하는 존재들이었으니까.

삼천마들의 힘과 능력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처용이었기에, 그러한 판단을 내렸던 것이었다.

하지만.

[하하…… 하하하!]

-콰화아아아!

진짜 모습을 개방한 채, 매우 즐겁다는 듯 광소를 내뿜고 있는 디아블로.

그는 주변 일대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며 흉악한 도끼질과 강렬한 흑염을 퍼붓고 있었다.

그런 그를 상대로.

[하아아압!]

-차카캉!

강완의 무신이 디아블로의 도끼질과 화염을 힘으로 받아치며 버티고 있었다.

디아블로는 정면에서 자신을 가로막는 강완을 처리하기 위해.

-화르륵! 휘리리릭!

왼손에 샛노랗게 타오르는 채찍을 소환해 강완을 휘감으려 했다.

뱀처럼 움직이는 채찍이 강완의 창을 피해 그의 뒤를 노리려는 순간.

-스릉! 차카캉!

창무신이 귀신처럼 나타나며 강완의 뒤를 노리는 채찍을 창으로 쳐내었다.

디아블로의 공격이 모두 가로막힌 순간.

[벼락이여!]

-파지지직! 파직!

라트요른과 묠니르에 벼락을 휘감은 토르가 디아블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콰콰쾅! 파지직!

토르의 공격이 직격하며 샛노란 벼락의 폭발이 크게 터져 나갔다.

디아블로가 토르의 공격에 제대로 적중당했음에도.

[하아-압!]

-파지지직!

토르는 공격 한 번에 그치지 않고 라트요른과 묠니르에 재차 벼락을 휘감아 내리쳤다.

그때.

-화르륵! 사아악!

벼락의 폭발로 인한 흙먼지 속에서 흑염에 휩싸인 디아블로의 도끼날이 튀어나왔다.

-까가강! 콰쾅!

검은 화염이 휘감긴 도끼날과 벼락이 휘감긴 묠니르, 라트요른이 서로 충돌했고.

[크흡!]

-촤아악!

토르가 침음을 흘리며 뒤로 크게 밀려났다.

[하하하하!]

-화아아!

디아블로가 도끼를 크게 휘둘러 폭발의 여파를 걷어 내고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다.

토르의 공격에 직격당했음에도, 겉 피부가 조금 그을리기만 했을 뿐, 거의 멀쩡한 모습.

[이 미친 괴물 같은…….]

그런 디아블로의 모습을 본 토르가 인상을 찌푸리며 침음을 흘리자.

[차륜격!]

-후웅! 후웅! 화르르륵!

디아블로가 도끼를 머리 위로 크게 회전시키며 흑염을 크게 일으켰다.

강렬하게 타오르는 검은 화염이 거세게 회전하며 몸집을 키웠고.

-콰아아아!

디아블로가 전방을 향해 도끼를 크게 후려치자, 나선으로 회전하는 화염의 덩어리가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자신을 가로막는 성좌들을 단번에 밀어 버리려는 듯한 모습.

그 뒤, 태룡사와 이어지는 다리와 방어선까지 단번에 폭발시켜 무너뜨리려는 듯 보였다.

[모두 물러나게.]

-우드드-!

전방에서 몰아쳐 오는 강렬한 화염을 본 강완이 굳은 목소리로 말하며 오른손에 힘을 모았다.

그때.

[태양 방벽!]

-화륵! 화륵! 화륵! 콰아아!

다리 정중앙에 부유하며 그곳을 사수하던 신격.

태양신 라가 태양열을 크게 펼치며 앞으로 쏘아 보냈다.

뭉쳐진 태양열들이 직사각형으로 넓게 펼쳐지며 불타오르는 벽들을 만들어 내었다.

-콰콰쾅! 콰화아아!

거세게 회전하는 디아블로의 차륜격이 태양열로 만들어진 벽과 충돌했고.

-콰화아아-! 파사사!

차륜격이 라가 만들어 낸 태양열의 벽들을 거침없이 부수며 나아갔다.

하지만, 마지막 하나의 벽을 남겨 두고.

-콰아아……!

점차 흑염의 회전 속도가 느려지며 차륜격의 위력이 낮아졌다.

그 순간.

[태사아-안! 붕괴!]

-후우욱!

강완이 우렁찬 기합을 내지르며 강하게 쥐었던 오른손 주먹을 앞으로 내뻗었다.

-콰아아아-!

태산붕괴의 힘이 강렬하게 쏘아지며 위력이 다소 떨어진 차륜격을 단번에 뚫어 없애 버렸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크으으-!]

-콰아아! 치이이-!

디아블로에게까지 쇄도하며 다리 인근까지 다가왔던 그를 뒤로 크게 밀어내었다.

태양신 라의 도움을 받아 성좌들이 디아블로를 다리에서 멀리 밀어냈을 때.

[성가시군.]

-샤악! 쐐에엑!

마기가 일렁이는 열 자루의 대검, 메피스토의 사네가 라를 향해 쇄도했다.

다른 상좌도 아니고, 태양신이 다리 위에 서서 다가오는 모든 적들을 저지하는 상황.

그녀 때문에, 검은 군세도, 악마들도, 검은 별들도 쉬이 다리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던 디아블로 역시 태양신의 방해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메피스토는 그런 다리를 지키는 태양신을 저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며 샤네를 쏘아 보낸 것.

그러나.

[어딜!]

-후욱!

아테나가 하늘로 뛰어 올라 라에게 향하는 샤네의 앞을 가로막았다.

-철컥! 피이이!

그녀가 왼손에 든 방패를 앞으로 치켜세우자, 녹색의 빛이 전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 결과,

-스스스. 휘리릭!

라에게 나아가던 열 자루의 샤네가 칼날의 방향을 아테나에게 돌리며 나아갔다.

마치, 자력에 의해 강제로 칼날의 방향을 돌린 듯한 모습.

[흐읍!]

-차카캉! 타앙!

아테나는 방패를 강하게 찔러 오는 열 자루의 샤네를 버티고 강하게 밀어 쳐 튕겨 내었다.

동시에.

[아스트라페!]

-콰르르릉!

오른손에 쥔 아스트라페에 벼락을 모아 강하게 내던졌다.

아스트라페의 창날이 향하는 방향은 다름 아닌 메피스토.

[세워라. 샤네.]

-우웅. 스르릉!

메피스토가 오른손에 들린 샤네에 마기를 휘감아 아래에서 위로 가볍게 올려 베자.

-차라랑! 스릉!

스무 자루의 샤네가 메피스토의 옆에 서며 아래에서 위로 칼날을 올려쳤다.

메피스토의 검격을 따라 움직이는 듯한 모습.

이윽고.

-콰쾅! 파지지직!

아래에서 위로 올려친 스무 자루의 샤네가 아스트라페의 창날을 가로막으며 저지했다.

그때.

[해룡의 격노!]

-쏴아아! 촤아아-!

해전무신이 환도에 파도를 휘감아 앞으로 내려치며 파도를 쏘아 보냈다.

강렬하게 쏘아진 파도가 용머리의 형상을 만들어 내었고.

-쏴아아아! 콰아아!

파도의 용이 입을 크게 벌리며 메피스토를 향해 쇄도했다.

메피스토는 정면에서 다가오는 파도의 용을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하고는.

-촤라라라-라락!

백 자루의 샤네를 앞으로 모아 길고 두꺼운 칼날을 만들어 내었다.

[갈라내라.]

메피스토가 뭉쳐진 칼날을 아래로 내려치자.

-촤아아!

해전무신이 힘을 모아 쏘아 보낸 일격, 파도의 용을 단번에 갈라 내었다.

그 순간.

-파아아! 후우욱!

반으로 갈라진 왼쪽 용머리가 크게 터지더니, 우람한 덩치의 누군가가 메피스토를 향해 쇄도했다.

-우드드득!

묵직한 몽둥이를 양손으로 쥐고 메피스토를 향해 돌진해 나가는 이는 헤라클레스.

메피스토가 해전무신의 공격을 막기 위해 큰 동작을 보인 순간을 노린 것이었다.

헤라클래스의 몽둥이가 메피스토를 향해 순삭간에 쇄도해 왔고.

-스르릉! 착!

메피스토는 재빨리 왼손에 샤네를 한 자루 쥐며 앞으로 세웠다.

-타아-아앙!!

짙은 갈색의 신력이 휘감긴 헤라클레스의 몽둥이가 샤네를 강렬하게 후려쳤고.

[크흠!]

-콰쾅! 촤아아아!

메피스토가 헤라클레스의 힘을 온전히 견디지 못한 듯, 뒤로 크게 밀려났다.

[성가신 것들이……!]

-쿵! 까가강!

뒤로 밀려나던 메피스토가 샤네로 지면을 강하게 내리쳐 자세를 고쳐 잡고는.

[모든 적들을 증오하라. 샤네!]

-우우웅! 촤자자자작!

수백 자루의 샤네를 곁으로 불러모으고는 무차별적으로 주변에 쏘아 보냈다.

주변 일대를 크게 파괴해 적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그 순간을 노려 방어선을 뚫을 생각이었다.

그때.

[백염의 회랑.]

-화륵. 화륵. 화륵.

태룡사의 방어선을 향해 쏟아지는 사네의 앞에 새하얀 화염이 피어나더니.

-콰아! 콰아아아! 촤라락!

나선으로 휘몰아치는 불꽃의 고리를 그리며 길게 이어졌다.

마치, 새하얀 불꽃이 뭉쳐져 만들어진 고리들이 서로 이어져 벽을 만들어 낸 듯한 모습.

하얀 고리들이 사슬처럼 이어진 사슬 갑옷이 허공에 나열된 모습이었다.

-차카카캉! 차캉!

태룡사 전역에 퍼지려던 샤네의 칼날들이 새하얀 고리 사이에 끼며 모두 저지되었다.

동시에.

-화르륵! 후우욱!

새하얀 불꽃이 타오르는 거대한 괴수의 꼬리가 나타나 메피스토를 향해 후려쳤다.

-탓! 콰쾅!

메피스토는 위로 가볍게 뛰어오르며 그 꼬리를 피해 내고는.

-스르릉!

오른손에 쥔 사네를 크게 휘두르며 자신을 공격한 괴수의 꼬리를 잘라 내려 했다.

하지만.

[……!]

-탓! 탓! 스르릉!

이내 휘두르려던 샤네의 방향을 틀고는 다리를 뒤로 박차 물러났다.

마치, 일부러 공격하려는 것을 피한 듯한 느낌.

[호, 나에 대해 들은 건가?]

-화르륵!

타오르는 새하얀 화염과 함께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괴수.

크루마가 메피스토를 노려보며 읊조렸다.

[허…….]

메피스토가 자신을 가로막은 이들을 한 번씩 번갈아 응시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거대 성운의 성역조차도, 삼천마와 악마들을 저지하지 못하고 함락되었었다.

이번엔, 세 명의 삼천마를 포함한 판데모니움의 거의 모든 전력이 나선 상황.

당연히, 신계의 성역보다도 손쉽게 이곳을 무너뜨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성지가 무엇이길래…….]

눈앞의 성지는 무너지기는커녕, 전투가 이어질수록 점점 방어선이 굳건해지고 있었다.

아직도 방어선을 돌파하지 못했고 다리조차 건너지 못하고 있었다.

삼천마들이 나름, 전력을 발휘하고 있음에도 전선을 밀어내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

[바알, 너는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거냐?]

메피스토가 전장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삼천마.

바알을 향해 불만 어린 목소리를 읊조렸다.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를 향해 불만을 드러내는 이는 메피스토만이 아니었다.

[거대한 어둠은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옥황상제가 답답한 감정이 가득한 고함을 내지르며 소리쳤다.

그 말에.

“바알이라면, 아주 즐거운 데이트를 하고 있을 거다.”

-탓.

처용이 바알을 상대하고 있을 니알라를 떠올리며 미소를 담아 답했다.

-바알은 내가 작정하고 붙잡아 놓을게.

이번 전쟁이 일어나기 전, 니알라가 호언장담했던 말이었다.

전장에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존재들은 다름 아닌 삼천마.

그중 바알만큼은 제대로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런 막중하고도 중요한 역할을 니알라가 맡은 것.

그녀는 자신감을 보였던 만큼, 홀로 바알을 상대로 훌륭하게 시간을 버는 듯 보였다.

다른 두 삼천마 역시, 성좌들이 전력을 잘 나누어 맡고 있었다.

다리 위만큼은 굳건하게 사수하는 라와 방어선을 맡은 다른 이들까지.

모두 제 역할에 충실하며 방어선을 굳건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이게 고작이라면, 내가 정말 실망할 거다. 옥황상제.”

전장의 상태를 빠르게 확인한 처용의 옥황상제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래 처용은 삼천마 중 한 명을 맡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전장에 선 다른 이들이 제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주는 상황.

덕분에, 처용은 그토록 증오하던 원수와 직접 맞붙을 수 있게 되었다.

상대는 한 성운의 주신이기에 쉽다고 볼 수 없는 상대였지만.

“또 도망칠 생각인가? 버러지.”

처용에겐 삼천마나 한 자릿수 서열의 대악마에 비하면, 한 수 아래로 느껴졌다.

옥황상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비열함과 모략으로 인해 성가신 존재일 뿐.

그의 무력이 디아블로나 메피스토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처용의 도발 어린 목소리가 울리자.

[이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하계종이-!]

-쿠구구!

옥황상제가 전신으로 강렬한 신력을 내뿜으며 분노 어린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파지직! 파직! 치지직!

그의 신력을 타고 퍼져 나가는 새하얀 벼락인 천벌.

새하얀 번개 겉에 일렁이는 검은 기운, 악의 종주에게서 하사받은 그 검은 기운이 점점 더 짙어졌다.

동시에.

-스스스.

옥황상제의 눈동자가 점점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눈의 동공만이 아닌, 흰자위까지 새까맣게 변하는 듯한 모습.

[기어이 이 천황이! 그분의 힘을 사용하게 만들다니!]

옥황상제가 분노 어린 목소리로 소리치자.

-파직! 파직! 파지직!

그의 주변에서 몰아치는 새하얀 벼락인 천벌의 절반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이젠 검은 기류가 일렁이는 새하얀 번개가 아닌, 흑백이 반으로 나뉜 듯한 모습이었다.

“이제야 그걸 꺼내셨나?”

처용이 본격적으로 ‘악신’의 힘을 발현하는 옥황상제를 보며 비웃음을 흘렸다.

옥황상제 주변에 몰아치는 천벌이 전보다 두 배는 강해진 듯한 모습임에도.

“네놈은, 차라리 처음부터 그걸 사용했어야 했어.”

-쿠구구!

처용은 물러서려는 태도 없이 옥황상제를 향해 한 발 나아가며 강기와 신력을 거칠게 내뿜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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