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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89화 (589/726)

#589화

태룡사를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던 바알이 갑자기 사라지자.

[무어냐?]

[어디로 사라진 건가!?]

악마들이 혼란스러운 듯 목소리를 내었다.

가장 앞서 나아가는 바알 덕분에 사기가 차오르던 찰나, 사라져 버린 바알.

마치, 적들의 함정에 당해 사라진 듯한 모습이었다.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그들이 잠시 주춤할 때.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네놈들이 넘보는 것이냐?]

-화아! 화르르륵!

라가 타오르는 불길의 날개를 크게 펼치며 다리 위에 나타났다.

강렬하게 넘실거리는 열기에 의해 악마들과 검은 군세들이 주춤거릴 때.

[태양 정화.]

-후우-욱! 화르륵! 화륵!

라가 양손을 앞으로 펼치며 태양의 신력을 넓게 퍼트렸다.

그녀를 중심으로 이글거리는 태양열이 휘몰아치며 뭉쳐 들었고.

-화륵! 콰화아아아!

다리 위에 작은 태양이 만들어지며 주변 일대에 강렬한 태양열을 퍼트렸다.

무엇이든 태워 버릴 듯한 열기였지만, 태룡사에 세워진 다리나 나무, 호수의 물결은 영향받지 않았다.

라의 태양열이 태워 버리는 대상은.

-화륵! 화륵! 스스스……!

태룡사 주변 일대를 포위하듯 메꾼 검은 안개와.

-캬아아아!

-크아아!

그 안개 속에서 무한히 나타나는 검은 군세와 마수들이었다.

검은 안개에 이어, 점점 태룡사의 호수를 잠식해나가던 검은 대지까지 점점 밀려나자.

[큭, 태양신!]

[다리에서 떨어진다.]

악마들도 라가 내뿜는 열기에 저항하며 뒤로 밀려났다.

다리 너머 인근 땅까지 검은 안개가 밀려나며 검게 오염된 곳이 정화된 순간.

-샥! 탓!

미카엘을 포함한 대천사들과 천사들.

스사노오와 아테나를 포함한 성좌들이 라의 뒤, 태룡사와 중앙 다리 사이에 나타났다.

신격들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후.

-호수를 건너오는 놈들을 저지해!

-탱커들은 개미들을 보조해! 나머지는 원거리에서 놈들을 요격한다!

호수 끝에는 헌터들과 태룡사를 지키고 관리하는 개미들이 나타나 진형을 갖추었다.

마지막으로.

[로오오-키!!]

-쾅! 파지지직!

라트요른과 묠니르를 쥐며 다리 한가운데에 나타난 토르가 다리 건너 너머를 향해 분노를 내질렀다.

그가 노려보는 방향 끝에는.

[이야, 빈사 상태로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멀쩡해졌어? 형님.]

비프로스트 앞에 선 로키가 비아냥거리는 듯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신계의 비극이 반복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토르가 로키를 향해 묠니르를 겨누며 선언하듯 소리쳤다.

태룡사는 신계의 성운들처럼, 방심한 상태에서 기습당한 것도 아니었다.

나름 적습에 대한 대비가 잘 갖추어진 탄탄한 요새였다.

게다가, 가장 강력한 존재였던 바알까지 사라진 상황.

제아무리 대악마들과 검은 군세들이 다수라 해도, 전력은 태룡사 측이 우위였다.

아테나를 포함한 주신급 성좌들과 대신들, 그 외에 상당한 전투력을 지닌 성좌들까지.

게다가, 곧 각 성운에서 지원까지 올 예정이었다.

[네놈들을 모조리 박살 내 주마!]

토르가 투지를 가득 담아 함성을 내지르고는.

-탓! 파지직! 콰르르릉!

라트요른과 묠니르에 번개를 휘감아 로키를 향해 뛰어올랐다.

라가 내뿜은 정화의 태양열에 의해 적이 밀려난 상황.

토르는 주변의 적을 무시하고 비프로스트를 다루는 로키부터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때.

[미안한데 형님, 우리도 아직 전력을 다 드러낸 게 아니거든?]

-쾅! 우우웅!

로키가 궁니르를 들어 땅을 강하게 내리쳐 신력을 내뿜었다.

칙칙한 녹색의 신력이 궁니르를 타고 증폭되어 비프로스트에 닿았고.

-우웅! 화아아!

비프로스트가 한 번 번쩍이며 밝게 점멸했다.

동시에.

-화르륵! 콰쾅!

비프로스트에서 검은 화염이 휘감긴 도끼날이 튀어나왔다.

그 도끼날이, 로키를 노리던 토르의 라트요른과 묠니르로 향하며 충돌했고.

-콰콰콰-! 화륵!

[크윽!?]

검은 화염과 뇌전이 섞어 터지며 토르가 뒤로 크게 밀려나며 날아갔다.

[디아블로!]

-파직! 촤아아!

전신에 번개를 휘감으며 자세를 고쳐 잡은 토르가 자신을 가로막은 이를 보며 분노하듯 읊조렸다.

비프로스트에서 튀어나와 토르를 날려 버린 이는 다름 아닌 디아블로.

[다시 한번, 네 녀석과 싸움을 즐길 수 있게 되었구나!]

-스릉. 콰아아!

디아블로가 흑염이 휘감긴 도끼를 크게 휘두르며 토르를 향해 돌진해나가자.

[흡!]

-스릉. 차캉! 콰콰콰-쾅!

토르가 라트요른과 묠니르를 교차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쳐 오는 디아블로의 도끼를 막아섰다.

디아블로가 한 손으로 휘두른 도끼를 두 손과 두 무기로 막았음에도.

-치이이이-!

토르가 디아블로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뒤로 밀려났다.

[이게 고작인가? 천둥의 애송이.]

디아블로가 뒤로 크게 밀려난 토르를 향해 소리치며 왼손을 뻗자.

-화르르륵! 촤라락!

강렬한 화염이 응축된 샛노란 채찍이 길게 뻗어 나갔다.

[닥쳐라!]

-파지지지직! 콰쾅!

토르가 인상을 거칠게 일그러뜨리며 디아블로가 쏘아 보낸 채찍을 향해 라트요른과 묠니르를 후려쳤다.

뇌전을 휘감아 양방향으로 교차하듯 후려치려는 모습.

정면에서 쭉 뻗어 오는 공격을 효율적으로 받아치기 위한 방어였다.

하지만.

-타아-아앙! 콰쾅!

디아블로의 채찍과 토르의 뇌전이 휘감긴 묠니르, 라트요른과 충돌하자 강렬한 폭발이 터졌고.

[크으윽!]

-타탓.

그 폭발력을 이기지 못한 토르가 뒤로 한 바퀴 구르며 침음을 흘렸다.

제아무리 토르가 같은 세대의 신격들 중 상당한 전투력을 지닌 성좌라 해도 상대는 삼천마.

대악마들 중에서 범접할 수 없는 강함을 지닌 존재였다.

[그렇게 비실거리다간, 또 눈앞에서 모든 것을 잃겠구나!]

-스릉. 화르르륵!

디아블로가 밀려나는 토르를 향해 맹공격을 퍼부으려는 듯, 흑염이 휘감긴 도끼를 다시 한번 크게 휘두를 때.

-……후우욱!

물결처럼 휘어진 창날이 토르의 뒤에서 나타나 디아블로의 머리를 향해 쇄도했다.

-화륵! 차카캉!

디아블로는 빠르고 묵직하게 쇄도해 오는 창날을 향해 도끼를 사선으로 후려쳐 쳐냈다.

그러자.

-치이이!

공격을 쳐낸 디아블로가 뒤로 조금 밀려났다.

[호오?]

디아블로가 자신을 힘으로 밀어낸 이를 향해 흥미로움을 표하자.

[여, 천둥 형씨.]

-쿵!

토르의 옆으로 그보다 우람한 체격을 지닌 이가 굵을 목소리를 내며 나타났다.

그가 방금, 디아블로를 향해 내질렀던 창을 바닥에 꽂자.

-콰쾅!

그 창이 상당한 무게감을 자랑하듯, 거대한 쇠기둥이 떨어진 듯한 소리를 내며 지면에 박혔다.

[상대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끼어들어도 괜찮은가?]

호승심과 투지 어린 굵은 목소리에 토르가 고개를 돌렸고.

[고맙군. 강완.]

자신을 도와준 이를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좌들 중에서도 나름 큰 체격을 지닌 토르보다도 우람한 체격과 굵고 짙은 털보 수염이 돋보이는 전사.

물결처럼 휘어진 창날이 돋보이는 두꺼운 창을 쥔 성좌.

토르를 도운 이는 무신전의 성좌, 강완의 무신이었다.

-화르륵! 콰아아!

디아블로가 흥미로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도끼에 흑염을 휘감아 사선으로 내리쳤다.

토르와 강완을 동시에 갈라 버리려는 듯한 모습.

[하-압!]

-우우웅! 차카캉!

강완이 앞으로 한 발 더 나서며 손에 쥔 창을 아래에서 위로 크게 휘둘렀다.

-차카카캉!

물결무늬의 창날과 디아블로의 도끼날이 서로 충돌했고.

-콰콰! 쿠콰콰-!

주변 일대에 지진이 일어난 듯, 크게 요동치며 강완의 신력과 디아블로의 흑염이 퍼져 나갔다.

[오오. 아주 묵직하구나!]

디아블로가 자신을 상대로 힘에서 밀려나지 않은 강완을 보며 짙은 미소를 지었고.

[보기엔 이래도, 그쪽의 흉악한 도끼보다 육중한 녀석이다!]

-차카캉!

강완 역시 투지 어린 짙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창을 쥔 손에 힘을 더했다.

디아블로와 강완이 서로 힘 싸움을 벌이며 대치할 때.

-스릉!

날카롭게 빛나는 창날이 디아블로의 옆머리를 꿰뚫을 듯, 순식간에 쇄도해왔다.

[하하하!]

-쿵! 콰콰!

디아블로는 자신을 노리는 공격을 보며 미소를 짓고는 땅을 강하게 밟아 흑염의 폭발을 일으켰다.

강완과 그 뒤에 있던 토르가 잠시 뒤로 물러나고.

[흠!]

-촤아아!

디아블로를 기습하려던 창무신 역시 잠시 뒤로 물러났다.

동시에.

-탓! 쐐에에!

다시 땅을 박차 디아블로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유룡창(流龍槍)!]

-우웅. 스르릉!

선명한 강기가 일렁이는 창날이 디아블로의 머리를 향해 쇄도해 나갔다.

큰 기교나 움직임이 없는 아주 정석적인 찌르기.

그다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큰 특징이 없는 적절한 공격과 속도였다.

[흐.]

-스릉. 차캉!

디아블로는 그 공격이 별것 아니라 판단하고 도끼를 아래에서 위로 올려 받아치려 했다.

그러나 디아블로의 도끼날이 창무신의 창날과 닿아 쳐내려는 순간.

-우웅! 슈르륵!

창무신의 강기가 강하게 압축되듯 줄어들더니, 디아블로의 도끼날을 타고 지나갔다.

마치, 창이 허공을 자유자재로 유영하는 용처럼 유연하게 휘어 나아가는 모습.

그 결과.

-사아!

디아블로의 도끼는 창무신의 창을 쳐내지 못한 채, 허공을 가르며 지나갔고.

-후우! 촤아아!

창무신의 창은 디아블로의 어깨에 선명한 자상을 입히며 지나갔다.

[흠.]

-스릉. 차캉!

불만족스러운 침음을 낸 창무신이 내지른 창을 거두고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창무신이 물러난 순간.

-스릉! 콰콰쾅!

디아블로가 허공에 내질렀던 도끼의 궤도를 틀어 아래로 후려쳤다.

창무신이 발 빠르게 뒤로 물러난 덕에, 디아블로 도끼가 땅을 크게 부수며 틀어박혔다.

[과연, 삼천마인가? 만만치 않군.]

-차캉! 스릉!

창을 고쳐 쥔 창무신이 눈앞의 적, 디아블로를 노려보며 읊조렸다.

조금 전, 디아블로를 향해 내지른 공격은, 그의 머리를 꿰뚫어버리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디아블로가 빠르게 고개와 몸을 틀어 피해냈다.

완전히 피하진 못해 어깨에 자상을 입혔지만.

[하하하하!]

즐겁다는 듯, 미소를 내지르는 디아블로에겐 큰 상처로 보이지 않았다.

디아블로가 환한 미소를 짓고는.

[차륜격.]

-화르르륵! 화륵! 콰아아!

도끼날에 강렬한 흑염을 휘감아 머리 위로 크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회전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검은 화염이 더 강렬하게 타오르며 더 거세게 회전했다.

이윽고 디아블로가 도끼를 강하게 내려치자.

-콰아아아!

풍차처럼 회전하는 흑염의 덩어리가 창무신을 향해 쇄도했다.

[물러나게나, 창무신!]

-촤아!

창무신의 앞에 오른손 주먹을 강하게 쥔 강완이 나타났고 창무신이 잠시 뒤로 물러났다.

-우드드! 우드득!

신력이 일렁이는 강완의 오른팔 힘줄이 불거지며 근육이 팽창된 모습.

이윽고 디아블로의 차륜격이 강완의 지척에 도달했을 때.

[태산-붕괴!]

-후우우-욱! 콰콰쾅!

강완이 강하게 쥔 오른손 주먹을 강렬하게 내질렀다.

어지간한 성좌는 한 번에 소멸시킬 법한 위력을 지닌 디아블로의 차륜격이.

-콰쾅! 콰아아아!

강완의 강력한 힘을 상징하는 권능.

태산붕괴의 위력에 밀려나며, 거대한 폭발과 함께 터져 나갔다.

-콰아아아!

[흐음!?]

단순히 차륜격만을 날려 버린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뒤에 있던 디아블로에게까지 닿은 모습.

디아블로가 양팔을 교차하고 도끼날을 앞세워 태산붕괴의 위력을 걷어내려 했지만.

-촤아! 치이이-!

그 여파를 온전히 흘려내지 못하고 육체 여기저기에 그을리고 스친 흔적이 남았다.

무려 삼천마인 디아블로가 권능의 위력에 밀려난 모습.

그러나.

[재밌구나! 아주 즐겁도다!]

디아블로는 자신의 힘을 밀어내고 몰아붙인 신들을 보며 환한 미소를 내질렀다.

그리고.

[지금껏 상대했던 시시한 놈들보다도, 내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겠구나!]

-우웅! 화르르륵!

강렬하게 타오르는 검은 마기를 크게 분출하며 소리쳤다.

이윽고.

-후우욱!

흑염이 압축되며 디아블로를 감싸더니.

-콰아아아아!!

강렬하게 터져 나가며 주변 일대를 크게 휩쓸었다.

마구잡이로 주변 일대를 파괴하려는 디아블로의 흑염이 퍼지자.

[태양 방벽!]

-화르르륵!

다리 위를 사수하듯 그 위에 부유하던 라가 태양열을 모아 긴 벽을 만들어 내었다.

새까맣게 타오르는 흑염의 해일과 환하게 타오르는 화염의 장벽이 서로 충돌했고.

-쩌적! 콰아아-!

라가 만들어낸 태양열의 방벽이 터져 나감과 동시에, 디아블로의 흑염 역시 크게 터지며 사그라졌다.

이윽고.

-후욱! 스르릉!

몸집의 크기가 배로 줄어들어, 이전보다 작아진 디아블로의 모습이 드러났다.

본격적으로 전투를 즐기기 위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 것.

[이야…… 살벌하게 무섭구만?]

그 모습을 본 강완이 왼손등으로 콧잔등을 쓸며 말했다.

눈앞의 강력한 적을 두려워하기는커녕, 그 적과의 전투를 기대하며 감정을 고조시키는 듯한 모습.

강완 역시 강한 상대와의 싸움을 기대하며 그 전투를 즐기는 이였다.

[방심하지 마시오. 강완. 적은 삼천마이니.]

-차캉.

그런 강완의 흥분 어린 모습을 본 창무신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며 투지를 끌어 올렸다.

[무신전의 형제들과 천둥 형씨가 함께인데, 삼천마가 두려울 리가!]

강완은 창무신의 말에 신력을 끌어 올리며 왼손에 쥔 창을 고쳐 잡고는.

-탓! 콰아아!

디아블로를 향해 가장 앞장서 돌진해나갔다.

-스릉! 차카캉!

그 뒤를 창무신의 보조하듯 뒤따랐고.

-파지지직! 쿠르릉!

토르 역시 라트요른과 묠니르에 번개를 휘감으며 디아블로를 향해 돌진해 나갔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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