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582화 (582/726)

#582화

기척도 없이 갑작스럽게 들려온 맑고 짧은 울음소리.

처용은 그 울음소리를 듣자마자.

“……유리아?”

울음소리를 낸 것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리며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삐익.

은색과 금색으로 일렁이는 비늘을 빛내는 아담한 크기의 생명체.

유리아가 푸른색과 붉은색의 오드아이를 빛내며 반가운 목소리를 내었다.

[이 아이…… 드래곤? 무엇이지?]

아테나가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유리아를 보며 의문을 표했다.

드래곤처럼 보이기도 하고, 청룡이나 황룡과 같은 신수처럼 보이기도 하는 작은 생명체.

“그게…….”

처용이 유리아를 차마 뭐라고 소개해야 할지, 고민 어린 침음을 흘릴 때.

[……뭐, 뭐야? 정보의 신인 내가 전부 파악할 수 없다고?]

유리아를 빤히 바라보며 관찰하던 헤르메스가 한쪽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입을 열었다.

[태초……? 계승자한테서 태어나……? 이게 다 뭔 소리야?]

마치 뜨문뜨문 글자가 지워진 문장을 읽는 듯, 뚝뚝 끊어지고 흐리는 목소리를 이었다.

[그나마 내 눈에 제대로 보이는 게 네 자식이라는 정보뿐인데……?]

“이 녀석이 제 자식인 건 사실이긴 합니다만…….”

처용이 헤르메스의 말에 긍정하며 말을 흐리자.

[드래곤과 맺어져서 자식까지 보았다고? 언제? 네가 그런 기미는…….]

아테나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아니,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물었다.

처용을 오래 본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성운의 성좌보다 자주 지켜봤었다.

언제나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 처용이었지만, 그에게 연인이 있었다는 것도, 자식이 있었다는 것도 처음 들었다.

“드래곤이 아니고 밤의 마신, 그러니까 루나…… 아니 이걸 어떻게 말해야-.”

아테나의 말에 얼떨결에 답하던 처용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탄식을 내뱉었다.

유리아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가?

이건 한 문장으로 요약하여 설명할 수 없었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서로 이리저리 얽히고 얽혀 만들어진 결과였으니까.

처용이 차마 뭐라고 말을 잇지 못할 때.

[어째서…….]

유리아를 지긋이 바라보면 라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지금, 유리아에게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기운.

그 기운 속에는 다름 아닌.

[어째서, 태초신의 신력이 이 아이에게?]

태초신의 힘이 느껴졌다.

라는 태초신에게서 태어난 선천적 신격이자, ‘태양’의 신명과 ‘순혈 의장’이라는 권한까지 부여받은 존재.

그만큼, 다른 신격들보다도 태초신에 대해 잘 알고 그 기운에 익숙한 신이었다.

그랬기에.

[이 느낌이 착각일 리가 없다. 이건 천찰의 대신, 그대보다도 더 짙은…….]

유리아를 보며 받은 느낌이 착각이 아니라 확신하듯, 황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라의 말에.

[흐음…….]

천찰의 대신이 유리아를 잠시 응시하며 침묵했다.

[이 아이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 같구나.]

작금의 분위기를 살핀 아테나가 처용에게 묻자.

“……그렇죠.”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고는.

‘차기 태초신…… 이걸 함부로 말할 수 있을 리가.’

차마 섣불리 말하지 못하는 황룡을 이해한다는 듯, 속으로 읊조렸다.

유리아의 진짜 정체.

창세룡(創世龍), 차기 태초신.

이 사실을 과연 밝혀도 괜찮은 것인가?

아무리 신뢰하는 아테나라지만, 유리아의 정체를 선뜻 밝히기가 힘들었다.

다른 신격들도 이 자리에 있기에, 더더욱 함부로 말할 수 없었다.

처용처럼 사실을 알고 있는 신격들, 여래와 미륵, 보살 역시 침묵하고 있었다.

세 신격 모두 선뜻 입을 열기 힘들다는 듯한 모습.

그때.

[흐음, 괜찮을 것이다. 계승자.]

유리아와 조용히 시선을 마주치던 황룡이 침묵을 깨며 입을 열었다.

[이 아이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는 건, 이 중에는 자신에게 해가 될 존재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황룡이 유리아의 의도를 파악했다는 듯 이야기하자.

-삑.

유리아가 그 말이 맞다는 듯, 아담한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밝은 목소리를 내었다.

“……그렇군요.”

처용이 황룡의 말에 처용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고.

[그 작은 아이가, 나를 부활시킨 장본인이라네.]

황룡이 이전, 신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말하지 못했던 비밀을 이야기했다.

소멸한 줄 알았던 천찰의 대신이 부활한 사건.

심지어 그는 태초신의 힘을 일부분 수계받아 이 우주에 새로운 관리자가 되었다.

황룡의 등장에 당연히 신계의 신들은 혼란스러움을 보였었다.

그중 가장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은 다름 아닌.

어떻게 소멸한 대신이 관리자로 부활했는가?

다른 건 백번 양보하여 납득한다 해도, 이 부분만큼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 신들의 의문에.

-미안하지만, 그 부분만큼은 대답할 수 없다네.

다른 것들은 모두 이야기해도, 스스로의 부활에 대한 비밀만큼은 말하지 않았다.

태초룡, 아니 창세룡인 유리아의 존재를 함부로 밝힐 수 없었으니까.

“제가 지닌 태초신의 임명권과는 별개로, 차기 태초신의 자격을 지닌 아이입니다.”

처용이 황룡의 말을 이어서 유리아에 대해 이야기하자.

[차기…… 태초신이라고?]

아테나가 생각이 잘 정리되지 않는 듯, 이마를 부여잡고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유리아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듣는 다른 신격들 역시, 혼란스러운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아직 미숙하기에 완전하지는 않지만, 그 아이는 창세(創世)의 힘을 지니고 있다.]

[세계를 구축하는 자…….]

이어지는 황룡의 말에 라가 복잡한 눈빛으로 유리아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동시에.

[……콘슈, 그리고 너희들도.]

이 자리에 있는 헬리오폴리스 소속의 신격들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그들을 불렀다.

그러자.

[신 콘슈! 밤과 달의 신명에 맹세하니, 이곳에서 들은 모든 사실을 일절 발설하지 않겠나이다!]

콘슈가 라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 신명을 걸고 방금 이곳에서 들은 말들을 일절 발설하지 않겠다는 것.

[걱정하지 마십시오. 태양신이시여.]

[언급조차 하지 않겠습니다.]

오시리스를 포함한 세 명의 대신들도, 비밀엄수를 약속했다.

[……헤르메스.]

생각을 정리한 아테나 역시, 진지한 목소리로 헤르메스를 부르자.

[일단, 우리 둘만 알자고 이건…… 최고기밀 기록 보관소에조차 함부로 기록할 수 없어 보이니까.]

헤르메스가 아테나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유리아의 비밀을 처음 들은 신격들이 저마다 함부로 발설하지 않겠다 약조했다.

그리고.

“유리아, 왜 지금 모습을 드러냈지?”

처용이 유리아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왜 유리아가 지금 모인 이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가?

처용은 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런 처용의 물음에.

-삑.

유리아가 작은 손으로 제 가슴을 한 번 두드리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무언가 자신을 믿어 달라는 듯, 자신감을 드러내는 듯한 행동.

“……네가 도와줄 수 있다고?”

처용이 신수의 격을 통해 유리아에게서 전해지는 의지를 읽으며 말했다.

순혈 의회에 참석한 오시리스가 중요한 정보를 알아낸 상황.

그러나 순혈 의회의 법칙 때문에, 정보를 전달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유리아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어떻게?”

처용이 유리아에게 그 수단을 묻자.

-우우웅.

유리아가 왼손을 들어 금빛과 은빛이 섞인 기운을 내뿜더니.

-우웅. 샥.

손아귀 위로 뭉친 기운이 작게 터지며 무언가가 나타났다.

앙증맞은 용의 손 위로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팔레트?”

흔히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는 도구 중 하나.

끄트머리에 형형색색의 물감들이 짜여 있는 납작하고 투명한 판.

다소 오래된 느낌이 가득한, 구식 디자인의 팔레트였다.

처용은 유리아의 왼손에 나타난 팔레트를 보며 의문을 표하다가.

“잠깐, 이거……!”

이내, 눈이 점점 커지며 놀라움이 일렁이는 목소리를 흘렸다.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팔레트가, 처용에게는 익숙하게 느껴졌으니까.

이윽고.

‘이건, 샬럿이 준 미스터 밥의 유품?’

유리아가 소환한 팔레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기억해 냈다.

회귀 전, 연옥에서 만났던 귀한 인연 중 한 명.

삭막한 연옥을 아름답게 만들어 보겠다는, 다소 엉뚱한 꿈을 이야기했던 화가.

처용에게 동화경을 깨닫게 해주었으며, 연옥을 나가기 전까지 많은 도움을 주었던 영혼.

그리고.

-할아버지가 생전에 사용하셨던 거예요.

그의 손녀, 샬럿 로스에게서 받아 산신각에 보관했었던 유품.

유리아가 손에 든 팔레트는 바로 그 유품인 그림 도구 세트 중 하나였다.

게다가.

-우우웅.

더 놀라운 것은 유리아가 소환한 팔레트에서 알 수 없는 묵직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분명, 샬럿에게서 처음 그림 도구 세트를 받았을 때, 그것들은 낡고 평범한 물건들이었다.

그러나 처용이 유리아의 손에 나타난 팔레트를 통찰의 눈으로 응시하자.

[천지창조(天地創造)의 숨결 / 신물]

[등급 : 신화]

[확인 불가.]

[확인 불가.]

신화급 아티팩트, 신물이라는 정보가 나타났다.

고인의 유품에 불과했던 낡고 평범한 도구가 신물로 변해 버린 상황.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처용이 헛웃음을 흘리며 말할 때.

-삑. 삐빅.

유리아가 오른손을 들어 무언가를 그리듯, 제스처를 취하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보여 달라…… 순혈자의 상징을 알려달라고?”

처용이 유리아가 하고자 하는 말을 바로 알아듣고는.

-우웅. 스르륵. 스륵.

허공에 마나를 모아 순식간에 그림을 그려 내었다.

핏방울 모양의 문양이 처용의 손가락을 따라 그려지자.

[그 문양.]

[고귀한 피의 상징…….]

이 자리에 있는 순혈자 둘, 오시리스와 콘슈가 처용이 그린 문양을 알아보며 읊조렸다.

처용이 그린 것은 다름 아닌, 순혈자를 상징하는 문양이었다.

-삑.

문양을 확인한 유리아가 처용을 향해 고맙다는 듯, 밝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스륵. 탓.

왼손의 팔레트 가운데 놓여 있던 낡은 붓을 오른손으로 잡아 들었다.

그리고.

-스르륵. 스륵.

붉은 물감을 붓에 발라 처용이 마나로 그린 순혈자의 문장 위에 붓질을 하기 시작했다.

마나로 그려진 반투명하고 푸른 문장이 핏빛으로 변하며 선명한 색이 입혀졌다.

문양을 채색한 유리아가 붓을 떼자.

-우우웅.

붉게 색이 입혀진 순혈자의 문양에서 핏빛의 기운이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그저 색만 덧칠했는데도, 마치 살아있는 듯, 생동감이 느껴지는 듯한 모습.

“……뭘 하려는 거지?”

순혈자의 문양에 색을 입힌 유리아의 행동을 처용을 포함한 모두가 궁금해하며 지켜볼 때.

-탁.

유리아가 붓에 까만 물감을 바르더니.

-촥! 촥!

정교하게 그려진 순혈자의 문양에, 거친 붓 터치로 크게 X자를 그려 보였다.

공들여 채색한 순혈자의 문양 위로 시커먼 X가 그려진 모습.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황당한 표정을 내비친 순간.

[……제, 제약이?]

돌연 오시리스가 입을 들썩이며, 놀라운 듯한 목소리를 흘렸다.

가슴을 옥죄던 답답함이, 확 풀어진 듯한 느낌.

해방감 비슷한 느낌을 받은 오시리스가 놀라움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리고.

[크흠, 순혈 의회의 일원 중 하나는 저승의 신격이다.]

차마 말할 수 없었던 말을 조심스럽게 읊조려보았다.

놀랍게도.

[말할 수…… 있군.]

오시리스의 입에서 순혈 의회의 비밀이 흘러나왔다.

“……제약이 풀린 겁니까!?”

처용이 눈을 크게 뜨며 오시리스를 향해 묻자.

[음…… 전부는 아니다. 아직, 순혈 의회 일원을 직접 언급할 순 없다.]

오시리스가 침착하게 입을 들썩이며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처용의 말에 답했다.

제약이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었다.

순혈 의회의 일원들이 누구인지 직접 언급하는 것은 아직도 불가능했으니까.

하지만, 직접 그 이름을 언급하는 것만 불가능할 뿐, 그 외에는 말할 수 있었다.

오시리스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중얼거리듯, 읊조리며 제약의 기준을 확인할 때.

-스르륵. 삑.

유리아가 처용을 향해 미소를 보이며 밝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마치, 자신이 잘했냐고 표현하는 듯한 모습.

“훌륭해. 네 덕분이다.”

-탁. 스륵.

처용이 유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특하다는 듯 답했다.

그리고.

“혹시, 놈들이 이후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오시리스에게 순혈자들이 이후 어떻게 움직일지를 물었다.

[……제약이 풀린 덕분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잠시 생각하며 입을 들썩인 오시리스가 처용의 질문에 답하듯 입을 열었다.

[놈들은 두 계획 중 하나를 선택해 추진한다고 했다.]

순혈자들, 정확히 말하자면 로키가 세운 두 가지 계획.

태초신의 성역인 태룡전을 노리는 것과 예언자를 사냥하는 것이었다.

오시리스가 그 내용을 언급하자.

“으음, 하나는 예상대로인데, 예언자는 예상 밖이군요.”

처용이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태룡전을 노리거나…….]

[혹은,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를 노리거나인가.]

여래와 미륵도 번갈아 목소리를 내며 생각에 잠긴 듯, 침음을 흘렸다.

아테나와 라를 비릇한 다른 신격들도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

“놈들의 입장에선 둘 다 구미가 당기는 계획인데…….”

처용이 오시리스가 말한 두 가지 계획을 계속 머릿속에 상기하며 읊조렸다.

[의장의 자리를 차지한 순혈자는…… 전자를 원하는 분위기였다.]

오시리스가 라를 제치고 순혈 의장 자리를 차지한 순혈자를 간접적으로 언급하자.

“옥황상제.”

처용이 차가운 목소리로 오시리스가 말하는 새로운 순혈 의장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채며 즉답했다.

[제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로군요.]

보살은 왜 옥황상제가 태룡전을 노리는지 알아챈 듯, 말을 이었다.

“음, 예언자를 노린다 해도, 저희가 도울 방법이 없습니다. 예언자를 믿을 수밖에…….”

짧게 생각을 마친 처용이 입을 열었다.

악신들이 예언자, 엘리스를 노리는 것을 선택한다면, 처용은 당장 그녀를 도울 방법이 없었다.

때문에.

“놈들이 이곳을 습격한다 가정하고 대비를 해야겠군요.”

태룡전을 노린다는 가정하에 대비를 갖추는 것이 좋아 보였다.

“다른 건 없습니까?”

처용이 오시리스에게 다른 중요한 정보는 없는지를 묻자.

[우선, 순혈 의회의 일원들부터-.]

오시리스는 그토록 말하고 싶었던 내용 중 하나, 순혈 의회의 일원들에 대한 정보를 이야기했다.

직접 그 이름을 호명할 순 없지만.

[올림포스 성운 소속 출신이 둘 있다. 그리고 에덴에도…….]

그들이 어느 성운 출신인지를 언급하는 것은 가능했다.

[둘이나…… 있었다고?]

오시리스의 말을 들은 아테나가 분노와 경악을 담아 읊조리자.

[한 명은, 성운 안에 없을 것이오. 올림포스 주신.]

오시리스가 조금 더 명확한 정보를 전해 주었다.

“배신자로 확정된 놈 중 하나로군요. 아르테미스나 아레스 같은…….”

처용은 오시리스의 말을 바로 이해하고는, 그 용의자가 누구인지 대충 짐작했다.

“에덴의 대천사 중에서도 순혈자가 있을 줄이야. 참나……!”

[나 역시, 순혈 의회의 일원 중 에덴의 천사가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어지는 처용의 말에 오시리스가 공감하며 답했다.

순혈 의회에서 오갔던 이야기들이 오시리스의 입에서 계속 언급될 때.

-쩌적!

돌연, 유리아가 허공에 그려 놓은 그림.

순혈자의 문양 위로 검은 X자가 그려진 그림에 실금 같은 균열이 일어났다.

“……그렇군, 내구도가 있는 건가?”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유리아를 바라보며 물어보듯 말하자.

-삑.

유리아가 처용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오시리스가 순혈 의회의 비밀을 언급할수록.

그 비밀의 누설이 크면 클수록, 유리아의 그림이 손상되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림이 완전히 훼손되면, 오시리스가 다시 비밀을 말할 수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해.”

비밀을 굳이 두 번 반복하여 들을 필요는 없는 법.

한 번 제대로 듣고 이후의 일을 대비하면 되기에 문제는 없었다.

[……그 외에도-.]

상황을 파악한 오시리스가 유리아의 그림을 곁눈질하며 순혈 의회의 정보를 언급했다.

-쩌적. 쩌적.

실금이 일어나고 있는 그림을 계속 확인하는 것으로,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모두 전할 생각이었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