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581화 (581/726)

#581화

천사들의 성운인 에덴.

에덴의 모든 천사들을 총괄하는 존재는 바로 메타트론이었다.

그런 메타트론의 밑에는 그가 가장 신임하는 이들이자, 메타트론 다음으로 가장 강한 천사 다섯.

에덴의 다섯 하늘이라 불리는 대천사들이 있었다.

정의의 대천사 미카엘.

정화의 대천사 우리엘.

회복의 대천사 사하퀴엘.

수호의 대천사 라파엘.

마지막으로.

“에덴의 대천사는 가장 고귀한 자로 선택받으면 안 된다는 법이 있나?”

자신의 정체를 간접적으로 밝힌 하늘색 로브의 순혈자 Ⅴ.

에덴의 다섯 하늘 중 하나이자, 진리의 대천사 가브리엘.

그가 놀람을 감추지 못하는 순혈자들을 하나하나 노려보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듯 말했다.

“아아, 좀 의외라서 말이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달까?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군.”

로키가 손을 저으며 순혈자 Ⅴ, 가브리엘을 향해 너스레 웃으며 답했다.

가브리엘은 가벼운 태도를 보이는 로키를 보며 작게 인상을 찌푸려 보이고는.

“Ⅸ의 신분은 내가 보증하지, 의심하지 말게나.”

불편한 기색을 누그러뜨리고 주황색 로브의 순혈자, Ⅸ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고결한 이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이들에게 ‘죽음’을…….”

-스르륵.

순혈자 Ⅸ가 로브 속에 감추어진 새하얀 날개를 일부분 보이며 입을 열었다.

놀랍게도 순혈자 Ⅸ역시 Ⅴ, 가브리엘과 같은 에덴의 천사였다.

“죽음의 대천사, 마티엘.”

로키가 순혈자 Ⅸ의 정체를 언급하며 말했다.

죽음의 대천사 마티엘.

그는 에덴의 다섯 하늘에 속한 이는 아니었지만, 대천사들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

다섯 하늘에 속해 있는 대천사들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대천사 중 하나였으니까.

간접적으로 자신을 콘슈라 밝힌 순혈자 Ⅹ.

자신의 정체를 대천사라 간접적으로 언급한 Ⅴ와 Ⅸ.

순혈자들이 하나둘 감춰두었던 스스로의 정체를 언급하자.

“저승의 ‘심판’을 관장하는 자로서, 참으로 흥미롭군.”

옥황상제에게 불쾌감을 드러냈던 순혈자 Ⅳ가 팔짱을 끼며 자신의 정체를 간접적으로 알렸고.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저도, Ⅳ의 말에 동의합니다.”

아르테미스가 신뢰를 보증한다는 순혈자, Ⅸ도 자신의 정체를 간접적으로 알렸다.

“이야~ 역시 순혈 의회의 일원들이야, 생각보다 거물들이고만?”

로키가 제 정체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순혈자들을 쭉 둘러보며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본래 순혈 의장이었던 태양신 라를 제치고 Ⅰ의 자리에 앉은 옥황상제.

때문에, 공석이 되어버린 Ⅱ.

그 밑으로.

순혈자 Ⅲ.

에스라 성운의 주신인 아스터.

순혈자 Ⅳ.

저승을 관장하는 대신급 신격, 심판의 신 염라.

순혈자 Ⅴ.

에덴의 다섯 하늘 중 하나이자 진리의 대천사 가브리엘.

순혈자 Ⅵ.

전 아스가르드 소속 장난과 기만의 신, 이제는 배반의 대악마가 된 로키.

순혈자 Ⅶ.

전 올림포스 소속 사냥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순혈자 Ⅷ.

올림포스 소속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순혈자 Ⅸ.

에덴의 대천사 중 하나인 죽음의 대천사 마티엘.

마지막으로.

“동감이네. Ⅵ.”

순혈자 Ⅹ.

헬리오폴리스 소속 달과 밤의 신 콘슈.

라고 스스로를 밝힌 오시리스가 순혈자들을 쭉 둘러보며 로키의 말에 답했다.

“이제 좀 믿음직하군. 아니 그런가? 친구들. 하하하!”

로키가 각각 순혈자들의 정체를 다시금 상기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두 가지 길이 있네, 그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

앞으로 어떤 계획이 예정되어 있는지를 이야기했다.

바로 판데모니움에서 대악마들에게 이야기했던 내용.

“태초신의 성역이냐…… 예언자냐…….”

-탁. 탁.

Ⅳ, 스스로를 염라라고 간접적으로 밝힌 순혈자가 팔걸이를 툭툭 두들기며 입을 열었다.

로키가 이야기한 두 가지 계획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고민에 잠긴 듯한 모습.

“태초신의 성역을 점령할 수만 있다면-.”

“예언자부터 처리하지 않으면, 또 방해를 받을 텐데?”

“둘 다 준비하는 것이…… 아니, 아무리 봐도 무리겠군.”

아스터와 가브리엘, 아르테미스를 포함한 순혈자들도 각각 의견이 갈렸다.

“자, 우선-.”

-짝!

로키가 손바닥을 한 번 치며, 집중해 달라는 듯, 입을 열었다.

“적들의 분위기를 살필 필요가 있지요? 해서, 태초신의 성역을 염탐할 이가 필요합니다.”

사전 정찰이 필요하다는 로키의 말이 이어졌다.

예언자는 제 정체를 드러내기 전에는 찾을 수 없는 상황.

그나마 태초신의 성역은 그 위치가 드러난 상태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태초신의 성역과 연결된 성지, 태룡사의 위치가 드러나 있었다.

본격적으로 작전을 구상하기 전에, 그곳의 분위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것.

“도망친 태양신도 태초신의 성역에 있으니, 적들의 동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지요.”

그런 로키의 말이 울리자.

“Ⅹ가 정체를 들키지 않은 것이 행운이로군.”

“헬리오폴리스 안에 있던 순혈자들이 모두 소멸한 이때, Ⅹ를 의심하는 이는 없겠지.”

아스터와 염라를 포함한 몇몇 순혈자들이 Ⅹ, 오시리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태양신도 태초신의 성역에 있겠다. 같이 피난을 간 성좌를 의심할 리가 없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그런 순혈자들의 의견에 오시리스가 인상을 확 찌푸려 보이고는.

“나는 전혀 도울 수 없는 상황이다.”

진지한 목소리로 협조할 수 없다며 답했다.

그 말에.

“이 중요한 계획에 발을 빼겠다는 건가?”

아스터를 포함한 몇몇 순혈자들이 오시리스를 노려보며 물었다.

중요한 계획에 빠지겠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분위기.

그러자.

“내가 지금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올림포스의 영역이다!”

오시리스가 자신에게 불쾌한 기색을 보이는 순혈자들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지금 살아남은 헬리오폴리스의 신민들과 성좌들 대부분은 올림포스의 영역에 체류하고 있었다.

태초신의 성역에 들어선 이들은 라와 세 명의 대신, 호루스를 포함한 극소수일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콘슈는 태초신의 성역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게다가.

“올림포스 놈들이 살아남은 헬리오폴리스의 성좌들과 신민들을 감시하고 있다.”

신세를 지고 있는 헬리오폴리스의 생존자들은 지금 감시를 받고 있었다.

그러므로.

“여기서 몰래 빠져나가 태초신의 성역에 잠입하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지껄여라.”

콘슈가 태초신의 성역, 아니 성지에도 발을 들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아니면…… 의회의 일원인 나를 이번 계획의 버림패로 쓸 생각-.”

오시리스가 분노 서린 강한 목소리로 말을 이으려는 때.

“아아, 화내지 마시오. 곤란한 사정이 있는 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으니.”

로키가 분노를 드러내는 오시리스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이며 말리듯 말했다.

그리고.

“내, 그대들의 정체를 모두 알았으니, 은밀히 각각 지령을 내리도록 하지.”

생각에 잠기듯, 침묵하고 있던 옥황상제가 입을 열었다.

로키의 계획은 거대한 틀만 세워져 있을 뿐, 세세한 계획은 아직이었다.

그렇기에.

“세세한 계획이 세워지는 대로, 판데모니움과 함께 움직일 것이다.”

계획이 세워지는 대로, 옥황상제가 순혈자들에게 각각 지령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분께서 거의 다 준비를 마치셨다. 이번엔 직접 나설 것이라는군.”

옥황상제가 한 가지 희소식을 더 전했다.

바로 악의 종주가 직접 나설 준비를 마쳤다는 것.

“……그분께서 직접 나서신다고?”

옥황상제의 말에 로키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싹 지운 채, 진지하게 물었다.

그조차도 전혀 듣지 못했다는 듯한 분위기.

“조금 전, 내게 직접 말씀해 주셨다.”

옥황상제가 조금 전, 순혈자들의 의견을 들으며 잠자고 있었던 이유.

바로 악의 종주에게서 전해져 온 메시지를 듣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세세한 계획이 결정되면, 그때 다시 전달하도록 하지.”

-탁.

말을 이은 옥황상제가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후욱. 화아아!

팔을 크게 휘저으며 사라졌다.

“……뭐, 그렇다는군. 다음에 보자고 동지들.”

-화아아!

로키 역시 옥황상제를 따라가듯,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화아!

-화아아!

다른 순혈자들도 신기루처럼 사라지며 돌아갔다.

모두가 사라지고.

“…….”

-……화아아.

마지막 남은 순혈자, 오시리스가 깊은 생각에 잠기듯 침묵해 보이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태초신의 성역인 태룡전.

그 안에 세워진 전각 중 가장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전각.

성역의 이름과 같은 태룡전 내부에는.

-우우웅.

금빛이 일렁이며 신법재판소가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후-.]

순혈 의회에 참석했던 오시리스가 눈을 뜨며 깊고 굵은 한숨을 토해냈다.

안도가 담긴 한숨을 두어 번 내뱉은 후.

[들키지 않았습니다. 태양신이시여.]

걱정스러운 표정을 내비치는 태양신, 라를 향해 작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위험한 일에 끌어들였구나. 미안하다. 콘슈(Khonsu).]

자신의 앞에서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성좌.

머리 위에 난 회색빛의 사슴뿔이 도드라져 보이는 긴 잿빛 머리의 남자를 향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그런 말씀 마십시오. 오시리스 님.]

오시리스의 앞에 눈을 감고 집중하듯 앉아 있던 성좌.

밤과 달의 신인 콘슈가 눈을 뜨며 오시리스의 말에 답했다.

[그 간악한 늙은이가, 태양신께서 지니신 자격을 강탈했습니다. 용납할 수 없습니다.]

콘슈가 분노가 일렁이는 목소리로 강하게 말했다.

헬리오폴리스 소속 밤과 달의 신인 콘슈.

그는 오시리스와 같은 순혈자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순혈 의회의 일원은 아닌, 평범한 순혈자.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저는 태초신에게 인정받은 순혈 의장을 따를 뿐, 찬탈자를 따를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는 본래 순혈 의장이었던 라와 그런 라를 보필하는 순혈 의회 일원, 오시리스를 따르는 순혈자였다.

오시리스가 콘슈의 도움을 받아, 순혈 의회에서 그인 척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덕분에, 정체가 들키지 않은 오시리스가 순혈 의회의 일원들을 속이고 스파이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콘슈 같은 순혈자가 더 있습니까?]

신법재판소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신격 중 하나.

아테나가 오시리스를 향해 물었다.

그녀 옆에 있던 헤르메스도 궁금한 듯, 오시리스를 바라봤다.

올림포스의 주신과 정보의 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 누구도 모르게 콘슈를 데려와 주십시오.

오시리스와 라의 요청 때문이었다.

본래, 올림포스의 성역에 있어야 할 콘슈가 태룡전, 신법재판소 안에 있는 이유.

아테나와 헤르메스가 은밀하게 콘슈를 데려왔기 때문이었다.

[아마……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아테나의 물음에 답한 것은 콘슈였다.

[설령, 저와 비슷하게 찬탈자인 옥황상제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이들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 순혈 의회를 저버리는 순혈자들은, 더 없을 것이오. 올림포스 주신.]

이어지는 콘슈의 말에 오시리스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콘슈처럼 순혈 의장 자리를 찬탈한 옥황상제에게 불만을 가진 순혈자들은 있었다.

당장 순혈 의회의 일원인 아스터와 염라만 봐도, 옥황상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으니까.

그러나 그렇다 해도, 그들이 옥황상제를, 순혈 의회를 배신할까?

그럴 리가 없었다.

콘슈는 태양신과 오시리스를 따르는 순혈자이기에, 이번 일을 기꺼이 도운 것이었다.

더 협조적인 순혈자가 없을 것이라는 오시리스와 콘슈의 말에 아테나가 한숨을 내쉴 때.

“혹시, 더 알아낸 건 없습니까?”

처용이 오시리스를 향해 물었다.

그 말에.

[순혈 의회에 속한 순혈자들이 각각 누구인지는 알아내었다.]

오시리스가 씨익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 말에 처용을 포함한,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눈이 커졌다.

다만.

[다만, 각각 누구인지는 발설할 수 없다…….]

순혈 의회의 규칙 때문에 오시리스가 직접적으로 언급할 순 없었다.

[혹시, 올림포스에…….]

아테나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녀 자신의 성운을 언급하자.

[…….]

오시리스의 표정이 돌연 어두워지며 고개를 숙였다.

[제……길……!]

아테나가 오시리스의 표정을 확인하고는 인상을 확 찌푸리며 침음을 흘렸다.

아니기를 그토록 바랐지만.

[그냥 순혈자도 아니고, 순혈 의회의 일원이 숨어 있었다고?]

올림포스에는 평범한 순혈자도 아닌, 순혈 의회의 일원이 숨어 있었다.

아테나가 이마를 부여잡으며 인상을 쓸 때.

“각 성운에 순혈 의회의 일원들이 얼마나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잠시 침묵하며 생각에 잠겼던 처용이 오시리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방금 질문에-, 제길 간접적으로 알리려 해도 제약이 걸리는군.]

오시리스가 처용의 질문에 대답을 하려다가 멈칫하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아테나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었다.

그러나 무언가 알 수 없는 힘이 그를 확 붙잡듯, 몸이 순간 고정되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제재에 당한 듯한 모습.

처용의 질문에 이를 설명하려 했지만, 그 또한 언급하기가 힘들었다.

[제길…….]

오시리스가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목소리를 흐리자.

“흐음…….”

-우우웅.

조심스럽게 멸천의 신력을 끌어올리던 처용이 무언가를 생각하듯 침음을 흘렸다.

정확히는 방금 오시리스에게 걸린 순혈 의회의 제약을 면밀하게 관찰했다.

멸천의 권능으로 순혈 의회의 제약을 끊어 버릴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본 것이었다.

그 결과.

“제약 자체를 없애 버리는 건, 불가능하군요.”

오시리스에게 걸린 순혈 의회의 제약을 없애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혈 의회라는 우주의 법칙 자체를 파괴하지 않는 이상, 제약만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

“뭔가…… 방법이 있을 텐데.”

처용이 골똘히 생각하며 무언가 방법이 없는지를 고민할 때.

-삑.

맑고 고운 울음소리가 처용의 옆에서 울려 왔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