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8화
소룡의 호신강기가 깨지며 그의 가슴에 핏빛의 검격이 새겨지고.
[수련탑의 수행자 중 한 명이, ‘아라한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수련탑의 시스템 알림이 울려 퍼진 순간.
-화아아아!
루나와 소룡을 중심으로 펼쳐진 수련탑의 결계가 환하게 빛나며 내부를 휘감았다.
새하얀 백색의 섬광이 퍼지며 시야가 가려지고 빛이 서서히 가라앉자.
-쪼르륵. 째잭!
은은하게 귀를 울려오는 물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울렸다.
“후, 여긴?”
루나가 지친 숨을 짧게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나무판자들이 정갈하게 나열된 바닥과 주변에 세워진 대나무와 작은 향나무들.
그 나무들 사이에 놓인 바위 수로 위에 흐르는 맑은 물.
수로와 나무 위로 잠시 앉았다가 날아가는 새들까지.
“여긴 뭐야?”
주변을 둘러본 루나가 고개를 들고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마치, 야외에 구축된 무술 대련장 같은 분위기.
루나가 의문을 읊조린 순간.
“아라한의 수행자들이 처음 세운 수련장이다.”
-스르륵.
뒷짐을 진 소룡이 루나의 앞에 나타나며 답하듯 말했다.
아무런 기척 없이, 갑작스럽게 환영처럼 나타난 상황.
게다가, 소룡은 회색빛의 골렘, 금강역사의 모습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금오도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 중 하나였지, 지금은 사라졌지만…….”
주변을 둘러본 소룡이 슬픔이 담긴 듯한 목소리로 말을 잇자.
“금오도…… 신들이 멸망시킨 세계.”
루나가 처용에게서 들었던 말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수련탑에 자주 방문해 소룡과 대련하던 루나가 금강역사들에 대해 궁금하여 물어봤었다.
그 당시 처용은 루나에게 수련탑의 금강역사들이 누구인지 알려주었었다.
금강역사들의 고향인 금오도에 대한 이야기와, 과거 신들이 저지른 추악한 행위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때문에, 루나 역시 소룡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했다.
동시에.
“잠들어있던 자아가 깨어난 건가?”
소룡을 보며 궁금한 듯 말을 이었다.
수련탑의 시스템이자 장치인 금강역사들은 모두, 금오도의 수행자들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들.
아니, 그들의 영혼이 깃들어 구축된 골렘들이었다.
그런 금강역사들에게 깃든 수행자의 영혼이, 모종의 이유로 깨어난 듯 보였다.
“그래, 다시 한번 말하지만, 계승자와 네 덕분-, 아니 수련탑을 찾아오는 모든 이들 덕분이겠군.”
소룡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루나의 말에 답하고는.
“그대가 걷는 아라한의 길은 무엇인가?”
루나를 향해 질문했다.
아라한의 길이 무엇인지 묻는 소룡의 질문에.
“……나는 밤(夜)의 마신. 낮이 오기 전의 세계를 다스리는 자.”
잠시 생각한 루나가 입을 열었다.
아라한의 길이 무엇인지, 아직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 의미가 ‘스스로의 목표’라는 것쯤은 자각하고 있었다.
루나는 밤의 마신, 어둠을 안식처 삼아 살아가는 이들의 군주이자 신이었다.
“나는 밤의 일족들을 책임지는 자이자, 계승자의 서약자다.”
자신이 보살펴야 할 이들을 위해, 그들을 지키기 위해.
추가로 악신들과의 전쟁에서 처용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다.
루나의 대답에.
“그렇군.”
소룡이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밤의 세계를 지배하는 자여, 그대가 나아가는 길에 아라한의 축복이 함께하길.”
-탓!
왼쪽 손바닥과 오른손 주먹을 맞부딪혀 포권을 취했다.
그러자.
“그대가 나아가는 길에 아라한의 축복이 함께하길!”
“그대가 나아가는 길에 아라한의 축복이 함께하길!”
-스르륵. 스륵.
소룡의 옆으로 다른 금강역사들이 나타나며 루나를 향해 포권을 올렸다.
그 순간.
-후우-! 화아아아!
주변에 펼쳐진 공간이 일렁이며 루나를 향해 빨려 들어가는 듯, 왜곡되기 시작했다.
수련장과 같은 주변의 환경도, 눈앞의 소룡도, 그 뒤에 금강역사들도.
마치, 환영처럼 주변에 펼쳐진 모든 것들이 루나에게 깃드는 듯 보였다.
이윽고 주변이 다시 백색으로 변하고는.
-파아아!
수련탑 내부로 돌아왔다.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자.
“그 어떤 고난과 역경이 있더라도, 나아가는 길을 잃지 말게나.”
가슴에 붉은 검격이 그어진 금강역사.
잿빛의 골렘으로 돌아온 소룡이 루나를 향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때.
“드디어 소룡을 이겼네.”
조금 전, 시스템을 보고 수련탑으로 찾아온 처용이 루나에게 다가왔다.
“많은 걸 얻었지?”
마치, 루나가 무엇을 얻었는지 알고 있다는 듯한 말이 이어지자.
“아주…… 많이.”
루나가 처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조금 전, 환영 속에서 자신에게 빨려들어 오던 다양한 기운들.
그 기운은 다름 아닌, 수행자들의 ‘경험’이었다.
금강역사들은 모두 선인의 수련을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화시켜 스스로의 길을 나아가던 이들.
그런 그들이 쌓아온 경험과 지혜의 일부가, 루나에게 전달된 것이었다.
수련탑의 인정을 받은 이에 대한 보상이었다.
추가로.
“하루에 한 번, 이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네?”
루나가 자신에게 깃든 지식과 힘을 되새기며 말을 이었다.
“도움이 될 때가 많을 거야.”
처용이 루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어르신.”
-탁.
소룡이 처용의 뒤에 있던 이, 여래를 향해 포권하며 정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오랜만이구나.]
잠시 침묵한 여래가, 작은 미소를 보이며 반가움을 보였다.
다시 마주한 소룡과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말을 아낀 모습.
“제천께서 지금 우리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군요.”
소룡이 그런 여래를 향해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천?”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루나가 묻자.
“제천대성(齊天大聖) 손, 가장 빛나는 아라한이자, 금오도의 왕이었지.”
소룡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루나는 소룡의 대답을 들으며 짧게 생각에 잠기고는.
“……내가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어.”
재차 떠오르는 의문을 물었다.
“내가 볼 때, 어지간한 신격은 너를 상대조차 못 해.”
조금 전, 소룡을 상대할 때의 루나는 완전한 ‘밤의 마신’ 상태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본신 상태의 아스모데우스와 거의 동급의 격을 지닌 신격이었다.
물론, 이곳이 밤의 성채가 아니기에, 밤의 마신 상태라 하도 온전한 힘은 발휘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신격은 신격.
어지간한 대악마나 성좌는 밤의 마신으로 변한 루나를 상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소룡은, 그런 루나를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아니, 밀리기는커녕, 힘과 기술로 루나를 압도했다.
“도대체, 신들은 어떻게 금오도를 멸망시킨거야?”
소룡을 비롯한 강자들이 즐비하던 세계.
신들은 도대체 그 세계를 어떻게 멸망시킨 것인가?
이것이 조금 의문이었다.
“과거의 인간들은 ‘신’을 공격할 수 없었다.”
잠시 눈을 감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소룡이 루나의 말에 답해 주었다.
“우주의 관리자인 신들은, 우주의 법칙에 보호를 받았기 때문이었지.”
“신법재판소가 발휘하던 본래의 권능.”
이어지는 소룡의 말에 처용이 카투라가 보여준 과거의 환영을 떠올리며 읊조렸다.
소룡은 그런 처용의 읊조림에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리도 불합리에 맞서 싸우긴 했지만……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루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마저 이었다.
금오도의 수련자들은 신들과 맞설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신들은 ‘우주의 법칙’에 보호를 받고 있었기에, 그 어떤 공격도 받지 않았다.
저항을 하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어르신께서 신들의 신법을 부순 이후, 그 법칙이 사라진 듯 보이지만.”
[……그래.]
여래를 바라보며 말을 잇는 소룡의 말에 여래가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깨어난 것은 너 하나뿐이더냐?]
“다른 형제들은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소룡이 여래의 물음에 답하고는.
“아무래도…… 제 의식을 유지하는 건 여기까지인 듯…… 싶군요.”
조금씩 끊어지는 목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스스스…….
소룡에게서 흘러나오던 짙은 기운 역시 조금씩 흩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괜찮다. 이제 언제든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테니.]
“다음에 뵙겠습니다. 어르신.”
괜찮다는 여래의 말에 소룡이 고개를 숙이며 답한 순간.
[수련탑의 금강역사, 소룡이 72시간 동안 휴식기에 들어갑니다.]
-스르르…… 후두두-.
소룡에게서 흘러나오던 기운이 완전히 사라지며, 끈이 끊어진 인형처럼 흔들리며 쓰러졌다.
-탁.
처용이 작동을 멈춘 듯 보이는 소룡을 잡아 지탱하고는.
“풍운부 – 바람의 인도.”
-스륵. 휘이이!
바람을 일으켜 소룡을 휘감아 본래 그가 있던 자리에 세워놓았다.
“생각지도 못했지만…… 좋은 소식입니다. 스승님.”
처용이 여래를 바라보며 다행이라는 듯 말하자.
[그래, 드디어 다시 이들과 마주 볼 수 있게 되었구나.]
여래가 주변에 세워진 금강역사들을 쭉 둘러보며 미소를 담아 답했다.
그토록 오래 기다렸음에도, 의식이 깨어나지 않던 이들.
그들을 다시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이, 진심으로 기쁜 듯 보였다.
***
판데모니움 악의 제전.
“감히, 나를 능멸하다니……!”
바알이 분노가 일렁이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번에도 ‘실패’했냐? ‘무능’한 놈.
처용을 통해 예언자가 전달한 도발.
-으드드!
바알은 또다시 자신을 가로막고 방해한 ‘예언자’를 떠올리며 옥좌의 팔걸이를 강하게 쥐었다.
짙게 넘실거리는 어둠이 그의 분노를 대변하는 듯 보였다.
다른 대악마들이 바알의 분노가 튈까 두려워 차마 입을 열지 못할 때.
“태양신을 놓친 것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만, 저희의 진짜 목표는 달성했습니다. 바알 님.”
32위의 대악마를 상징하는 좌석.
그곳에 앉아 있던 로키가 바알을 향해 정중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주도권은 저희가 잡고 있으니, 언제든 놈들에게 보복할 수 있습니다. 노여움을 푸시지요.”
-탁. 우우웅.
로키가 오른손에 들린 궁니르로 지면을 찍고는, 왼손을 들어 무지갯빛으로 일렁이는 빛을 내보였다.
그의 왼손에 일렁이는 기운은 다름 아닌 비프로스트의 기운이었다.
“……이전의 건방짐은 어디다 팔아먹었느냐?”
바알이 자신에게 정중한 모습을 보이는 로키를 향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순혈 의회의 일원으로 그가 판데모니움에 왔을 때와는 분위기와 말투가 달랐으니까.
“이제 전 성좌가 아닌, 서열을 가진 대악마이니까요. 거대한 어둠을 따르는 걸,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로키는 그런 바알의 물음에 고개와 허리를 숙여 보이며 답했다.
자신은 이제 성좌가 아닌, 대악마가 되었다.
그러니 가장 드높은 대악마에게 예의와 충성을 보이는 것.
“제 잘난 것밖에 모르는 머저리들보다, 현명한 군주이지 않습니까.”
로키가 다소 차갑게 일렁이는 눈빛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 로키의 말에 바알이 미세하게 인상을 드러냈다.
바알은 그다지 아첨을 좋아하는 이가 아니었지만.
“좋다. 그 혀를 현란하게 놀리는 만큼, 네 능력을 입증했으니.”
그는 로키를 인정하는 듯 말하며 들끓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지금 로키가 하는 말속에 깃든 감정.
그가 속해 있던 성운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느껴졌다.
때문에, 성운의 성좌들보다 바알이 낫다는 로키의 말은, 모두 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게다가 로키는 제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인재.
바알은 로키가 이번 일에 상당한 공을 세운 것을 인정했다.
“성운을 노리는 건 여기까지라 들었는데, 어째서인가?”
디아블로가 로키를 향해 물었다.
아쉬우면서도, 불만이 일렁이는 듯한 목소리.
“여기서 더 하면, 손해가 납니다.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로키는 그런 디아블로의 불만 어린 목소리에, 침착하게 그 이유를 이야기했다.
“놈들을 이미 대비를 갖추었을 테니, 이득을 충분히 봤을 때 빠지는 것이 현명하겠지요?”
더는 비프로스트를 이용해 성운을 습격해 봐야, 크게 얻는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
지금은 의미 없는 소모전보다.
“우리에겐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더 큰 목표를 위해 행동할 때라고 로키는 판단했다.
로키가 손가락 두 개를 펴며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자.
“어디 말해 보아라.”
바알이 로키를 향해 말해 보라 명령했다.
“첫째, 계획대로 지구와 태초신의 성역, 계승자를 노리는 겁니다.”
로키가 바알의 명령에 고개를 숙이며 자신이 생각한 계획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선택지는 바로 기존의 계획대로 지구를 노리는 것이었다.
지구는 각 차원과 이어지는 중요한 세계였기에, 반드시 차지할 필요가 있었다.
천교가 실패한 계획을 이어서 실현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 선택지였다.
그리고 두 번째 선택지.
“둘째는 비프로스트와 궁니르를 이용해 예언자를 노리는 겁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 예언자를 노리는 것이었다.
그 말에 바알의 눈이 커지며 반응을 보였다.
“가능한가?”
바알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예언자는 반드시 잡아야 할 존재.
무엇보다도 지금껏 바알을 골탕 먹인 존재이니만큼, 바알이 반드시 잡길 갈망하고 있었다.
“예언자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가능합니다.”
집착과 분노가 일렁이는 바알의 시선에, 로키가 진지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답했다.
“비프로스트로 예언자가 나타난 세계를 단절시키고 궁니르로 ‘명중’시킨다면…… 잠시 붙잡을 수 있습니다.”
로키는 비프로스트와 궁니르를 이용해 예언자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 외에, 예언자를 잡는 것이니만큼, 준비할 것들이 더 많다는 말을 이었다.
지금껏 대악마들이 치밀하게 세운 계획을 요리조리 빠져나갔던 이가 예언자였으니까.
당연히, 로키가 준비한 계획 말고도 그녀를 잡을 함정을 더 준비하는 건 당연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마…… 두 가지 선택지를 동시에 준비하기란 불가능할 겁니다. 적들도 놀고만 있지는 않을 테니.”
로키가 이야기한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준비할 수는 없다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만 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는 둘 다 놓쳐 버릴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흐음…….”
두 가지 선택지 모두를 준비할 수는 없다는 로키의 말에, 바알이 인상을 쓰며 침음을 흘렸다.
마음 같아서는 두 가지 계획 모두를 준비하고 싶었지만, 이성적으로는 로키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다.
-기존의 계획대로 나아가는 것이…….
-예언자부터 잡아야 한다!
악의 제전에 모인 이들도 서로 의견이 갈렸다.
대표적으로는.
“그 변종들을 처치하고 태초신의 성역을 점령해야 한다!”
천교의 주신, 옥황상제는 기존의 계획, 지구를 노리는 것을 주장했고.
“예언자가 계속 방해할 거다.”
“가장 성가신 존재부터 잡을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대악마들은 예언자를 잡을 것을 추구했다.
메피스토와 디아블로는 고민을 하는 듯, 침묵하는 모습을 보였다.
바알 역시 눈을 감고 인상을 드러내며 고민했다.
신중하게 생각을 이으며 고민하고 침묵한 끝에.
“……결정했다.”
결정을 내렸다는 듯, 감았던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