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7화
수련탑(修練塔).
성지, 태룡사에 방문한 헌터들이 가장 자주 드나드는 시설이자, 훈련장.
특수한 훈련장이니만큼, 고레벨의 헌터가 전력을 발휘해도, 무너지거나 흔들리는 일은 일절 없었다.
즉, 시설의 내구성 하나만큼은, 믿음직하다는 뜻.
심지어, 태룡사 상단에 위치한 수련탑은 태룡시에 구축된 수련탑보다 더 크고 견고한 시설이었다.
제시카처럼, 초대를 받은 각 길드의 길드장이나 S급 헌터들, 스피릿 팀의 헌터들이 훈련하는 장소였으니까.
그들이 아무리 격한 훈련을 한다고 해도.
심지어는 결전기의 위력을 시험해도 수련탑이 무너질 걱정은 없었다.
그런 태룡사 상단의 수련탑이.
-쿠구. 쿵.
내부에서 퍼지는 진동으로 인해 외부까지 울리고 있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던 현상.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수련탑의 내부는 지금.
-쿠구! 콰콰콰!
외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막을 거세게 울리는 굉음이 울리고 있었다.
개개인의 수련에 방해가 없도록 펼쳐진 결계조차 의미가 없는 듯한 모습.
때문에, 수련탑 내부에 있던 소수의 수련자들은 모두 수련을 멈추고 외곽 쪽에 물러서 있었다.
갑작스럽게 수련을 방해받아 물러선 이들은 짜증이나 불만을 드러내기보단.
“…….”
“…….”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수련탑의 중앙을 바라보며 침묵하고 있었다.
지금, 수련탑을 거세게 뒤흔드는 원인.
-콰콰콰-! 쿠구!
중앙의 결계가 핏빛의 기운과 짙푸른 기운을 결계 밖으로 흘려보내며 굉음을 퍼트리고 있었다.
너무나도 짙고 거친 기운에 의해, 반투명한 수련탑의 결계 안쪽도 잘 보이지 않을 지경.
그런 결계 속에서는.
-우웅! 쏴아아!
핏빛의 혈기를 거대한 해일처럼 일으켜 내리치는 루나와.
-후-욱! 콰쾅!
전신에 짙푸른 강기를 두른 소룡이 맨주먹으로 핏빛의 해일을 쳐부수고 있었다.
거대한 핏빛의 자연재해를 인간이 맨주먹으로 맞서는 모습.
“칫.”
-쏴아아!
루나가 소룡에게 쏟아내던 혈기의 해일을 거두며 혀를 찼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혈기의 힘과 양으로 소룡을 끊임없이 몰아붙이는 것.
밤의 마신이 되어 이전보다도 압도적인 힘을 지니게 된 루나가 생각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혈기를 압축하여 만들어 낸 괴물과 거대한 파도를 쏟아내도.
-콰아-!
강기가 압축된 소룡의 주먹과 두, 세 번 충돌하자, 모두 처참하게 박살 났다.
단순히, 혈기로 주변 일대를 장악하여 힘을 쏟아붓는 것으로 소룡을 이기기 힘들어 보였다.
이윽고.
“혈지군무.”
-슈르르륵! 파아!
주변의 혈기를 거둔 루나가 혈기를 압축하여 주변에 펼쳤다.
-스르륵. 스륵.
압축된 혈기들이 서로 모이고 뭉쳐 루나의 분신들이 만들어졌다.
-쏴아! 샤악!
루나가 혈기 속에서 검은 목도, 어둠의 찬가를 꺼내 소룡에게 겨누자.
-스르륵! 슈륵!
분신들의 손에 혈기가 뭉치며 새까만 목도가 만들어졌다.
거의 백에 달하는 수의 분신.
이전, 루나가 만들어 낼 수 있던 분신의 배가 넘어가는 숫자였다.
-샥! 쐐에에-!
루나의 분신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소룡을 향해 돌진했다.
서로의 공격 반경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간격을 벌린 채 흩어져 접근하는 모습.
전장에서 고수들이 서로 힘을 합쳐 펼치는 검진(劍陳)과 같았다.
-샤아-아악!
가장 먼저, 세 명의 루나가 각각 소룡의 정면, 좌·우로 달려들며 소룡을 향해 어둠의 찬가를 휘둘렀다.
그 뒤로 후속 공격을 준비하는 듯, 다섯 명의 루나가 간격을 벌린 채,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룡은 돌진해오는 루나의 분신들을 하나하나 빠르게 응시하고는.
“절권 – 연격!”
왼 주먹을 앞으로 내밀고 오른손을 가슴께로 살짝 접은 후 상체를 조금 숙였다.
양손을 교차한 채 주먹을 쥔 격투 자세.
이는 처용이 성운 결전에서 신관들을 상대로 선보였던 절권의 기술 중 하나.
파괴력이 좀 낮지만, 빠르고 신속한 연속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연격이었다.
-샤아악!
정면에서 루나의 분신이 휘둘러오는 어둠의 찬가가 소룡의 지척에 다가가자.
-스르륵. 탓.
소룡이 뒤로 뺀 오른쪽 발목을 부드럽게 돌리며 상체를 왼쪽으로 살짝 틀었다.
정면에서 내리쳐오는 어둠의 찬가가 소룡의 오른쪽 어깨로 닿으려는 순간.
-후우-욱!
소룡이 가슴께로 뺐던 오른손 주먹을 부드럽게 뻗으며 앞으로 내질렀다.
-차카카캉!
강기가 서린 주먹이 정면에서 덮쳐오는 어둠의 찬가의 칼날을 스치며 지나갔고.
-콰아!
정면에서 공격해 오던 루나의 명치를 가격했다.
-푸화아아-!
공격받은 루나의 분신이 소룡의 공격 한 번을 버티지 못하고 핏물로 변하며 흩어졌다.
소룡이 정면의 분신을 파괴한 순간.
-스르륵. 샥!
허리를 오른쪽으로 살짝 틀며 왼손 주먹을 오른쪽으로 뻗었다.
-카카캉! 쾅! 푸화아!
강기가 서린 소룡의 왼손 주먹이 다시금 어둠의 찬가를 스쳐 쳐내며 루나의 분신을 가격해 터트렸다.
동시에.
-스륵! 샥!
뻗었던 왼 주먹을 접고 허리를 왼쪽으로 틀며 오른 주먹을 내질렀다.
그 결과.
-쾅! 푸화아아-!
왼쪽에서 돌진해오던 루나의 분신이, 앞서 같은 방법으로 반격당하며 터져 나갔다.
뒤이어 돌진해오던 다섯의 분신 역시 마찬가지.
-스르륵. 스륵.
빈틈없이 몰아치며 내질러 오는 어둠의 찬가는 소룡을 스치기만 할 뿐, 제대로 타격하지 못했다.
그리고 소룡을 스친 루나의 분신들은 모두.
-쾅! 쾅! 파아아-!
소룡의 연격에 당해 터져 나갔다.
루나의 모든 공격을 완벽하게 쳐내지 못하고 스치듯 공격을 받고는 있었지만.
-까강! 까가강!
소룡의 전신에 둘러진 짙푸른 기운.
금강불괴(金剛不壞)의 피부 위에 덧씌워진 호긴강기(護身罡氣)를 뚫지 못하고 있었다.
강기의 겉을 살짝 긁어내듯 스크래치만 낼 뿐, 소룡의 피해는 전무하다 봐도 무방했다.
호신강기와 금강불괴의 방어력을 믿고 최소한의 공격만을 허용하며 적을 효율적으로 격파하는 모습.
“……혈지군무.”
-슈르르륵! 슈륵!
루나는 분신들을 빠르게 격파하는 소룡을 침착하게 바라보며 파괴된 분신들을 다시 재생시키고는.
“블러드 웨펀.”
-슈화아! 슈르륵!
은밀하게 혈기를 허공 위로 모아 핏빛의 칼날들을 만들어 내었다.
루나가 소룡의 빈틈을 노리는 듯, 진지하고 침착한 눈빛을 보일 때.
“저 움직임 제대로 보이는 놈 있냐?”
“아주…… 희미하게?”
“보는 것만으로도 눈알이 빠질 것 같다.”
수련탑의 외곽에서 작금의 전투를 지켜보는 이들.
스피릿 팀의 헌터들이, 강하게 집중하듯 눈을 부릅뜨며 서로를 향해 문답했다.
다른 헌터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이들.
지구의 헌터들 중, 강함의 순위로만 따져도 모두 100위 안에 드는 그들이.
-스르륵. 스륵.
소룡의 움직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작금의 싸움을 지켜보는 이들 중 하나.
“내가 지금 매트릭스를 보고 있는 건가…….”
연아가, 아주 어릴 때 봤었던 영화 제목을 언급하며 읊조리자.
“나도 그렇게 보여.”
옆에 있던 연화가 연아의 말에 공감하듯, 소룡에게 시선을 집중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자리에 있는 헌터들 중 가장 강하다고 할 수 있는 둘에게조차도, 소룡의 움직임이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마치.
-스르륵! 스륵! 스르르-!
소룡의 상반신이 수십 개로 분리되어 환영처럼 빠르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형태로 보였다.
쉴 틈 없이 소룡을 몰아붙이는 루나의 분신들.
소룡은 끝도 없이 몰아쳐 오는 루나의 분신들을 빠르게 처치하면서도 전혀 지치는 기색이 없었다.
그때.
“혈검군무.”
-슈르륵! 촤라라락!
허공에 혈기를 모아 칼날을 만들어 내던 루나가 칼날을 넓게 퍼트리며 하늘 위를 메꾸었다.
동시에.
-샥! 샤샥!
루나의 분신들이 일제히 소룡을 향해 사방에서 돌진해 나갔다.
본래, 포위 진형이란, 서로의 공격 반경에 방해되지 않도록 일정 간격을 벌리는 것이 원칙.
루나의 분신들은 지금껏 지켜온 그 간격의 원칙을 무시한 채, 무작정 달려들고 있었다.
마치, 소룡의 움직임을 붙잡으려는 듯한 모습.
게다가.
-샤아아아-아악!
하늘 위를 메꾼 수백 개의 핏빛 칼날들이 소룡을 향해 칼끝을 겨누며 쇄도했다.
아무리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도, 온전히 피하거나 막기란 불가능해 보이는 공격이었다.
“흐읍!”
-우우우웅!
소룡은 전신에 두른 호신강기의 힘을 더 끌어 올리며 오른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허리를 숙이고 지면 아래를 응시한 채, 팔을 접어 주먹을 들어 올린 모습.
마치 지면을 향해 주먹을 내지르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이윽고.
-샥! 샤샤샥! 쐐에에-!
루나의 분신들과 핏빛의 칼날들이 소룡의 지척에 다가온 순간.
“절권 – 진권(震拳)!”
-후우우욱! 콰쾅!
소룡이 지면에 주먹을 내지르며 압축된 강기를 강하게 폭발시켰다.
-콰아아! 쿠구구-!
지면에 강렬한 충격이 전해지며 크게 진동했고 소룡의 강기가 그 진동을 타고 넓고 두껍게 퍼져 나갔다.
마치, 땅에 울리는 지진을 타고 강기가 진동하며 퍼지는 듯한 모습.
소룡의 강기가 거칠고 묵직하게 진동하며 주변에 퍼져 나가자.
-파사사사! 파사……!
루나의 분신도, 허공을 가득 채운 핏빛의 칼날들도.
소룡에게 쇄도하던 모든 것들이 그 진동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가루처럼 사그라졌다.
강기가 진동하는 그 충격파에는 소룡이 가장 가까이 있었지만.
-쿠구구-!
소룡은 겉에 둘러진 호신강기가 반 정도 사그라졌을 뿐, 피해는 없었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호신강기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주변 일대를 크게 파괴하여 포위를 벗어난 것이었다.
핏빛의 칼날들과 루나의 분신들이 모두 사그라진 순간.
“절권 - 강격!”
-우웅! 탓!
소룡이 루나의 본체를 향해 쇄도하며 강기가 둘러진 주먹을 내질렀다.
포위망을 돌파함과 동시에 적을 노리는 기습 공격.
정면으로 돌진해오는 소룡을 본 루나는.
“절권 – 혈!”
주변에 흩어진 혈기를 손아귀에 끌어모아 주먹을 쥐었다.
소룡의 권법을 혈기를 이용해 재현한 것.
이윽고.
-콰콰콰-!
푸른 강기가 타오르는 소룡의 주먹과 핏빛의 혈기가 응축된 루나의 주먹이 서로 충돌했다.
귀를 울리는 굉음이 크게 울리며 충격파가 터졌고.
-촤아아!
루나가 힘 싸움에서 밀린 듯, 뒤로 밀려났다.
“칫.”
밀려나던 루나가 날개를 뒤로 펼치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탓! 후우욱!
소룡은 뒤로 밀려난 루나를 몰아붙이려는 듯, 주먹에 강기를 두르며 돌진함과 동시에.
“절권의 묘리는 단순히 강기를 주먹에 압축한 것이 아니다.”
-쐐에에-!
공격을 퍼부으며 입을 열었다.
“외부는 단단하게, 내부는 유연하게, 겉의 단단함이 부서지지 않도록 내부를 다지는 것.”
루나와 격렬한 전투를 펼치고 있음에도, 그녀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듯한 모습.
“그 어떤 것과 맞서도 스스로가 부서지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지.”
“나도…… 알아!”
-콰쾅! 쿵!
혈기를 펼쳐 소룡의 공격을 막아내던 루나가 소룡의 말을 알고 있다는 듯, 긍정하며 답했다.
지금껏 무수히 봤고, 또 무수히 그 기술에 당했었으니까.
-우웅! 콰아아-!
소룡의 공격을 막아내던 루나가 혈기를 압축해 터트리며 소룡을 밀어내고는.
“아 젠장…… 이것만큼은 안 써 보려고 했는데…….”
굳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리고.
-……스르르륵!
결계 전체에 퍼진 핏빛의 기운.
루나가 소룡을 상대하기 위해 펼친 혈옥의 기운이 다시 루나에게로 빨려들어 가기 시작했다.
혈옥이 사그라지며 다시 루나에게로 되돌아가는 모습.
언뜻 보면 혈옥을 해제한 듯 보였지만, 그녀는 혈옥을 해제한 것이 아니었다.
루나가 지닌 고유의 힘이자, 심상이라고 할 수 있는 혈옥 그 자체가.
-슈르르륵!
한 지점으로 압축되며 루나의 손아귀에 모여들었다.
이윽고 루나의 손아귀에 압축된 혈옥이 조금씩 길어졌고.
“혈옥 - 밤의 관철자.”
-슈르륵. 스릉!
끝이 날카롭게 각져 있는, 검신의 폭이 넓지 않은 대검으로 변했다.
심상 구현의 형태 중 하나인 심검(心劍).
스스로의 심상(心象)과 의지(意志)를 한 지점에 모아 담아내 검으로 구현하는 경지.
처용의 태극천체일도가 바로 심검의 경지를 현실에 구현한 기술이었다.
루나는 자신의 심상이자 근원인 혈옥 그 자체를 압축시켜, 심검을 구현한 것.
처용의 태극천체일도를 본 후, 예전부터 꾸준히 연습해 오던 기술이었다.
밤의 성채에 돌아가기 전에는 검의 형태만 엇비슷하게 잡힐 뿐, 전혀 성공하지 못했었다.
그 심검이 지금 이 순간 완벽한 검의 형태를 띠며 완성된 것.
루나가 밤의 마신이 되어, 그녀의 격이 높아진 것도 이에 한몫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문제가 있다면.
“내가 밤의 마신이 된 후, 이걸 시험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루나는 자신이 구현한 심검을 한 번도 시험해 본 적이 없다는 것.
심지어 지금 그녀는 완전한 밤의 마신으로 변한 상태였다.
밤의 마신 상태에서 혈옥 그 자체를 한 지점에 끌어모아 형성한 심검.
‘밤의 관철자’가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오늘만큼은 이긴다.”
루나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소룡을 이기리라는 강한 의지를 다짐하며 말을 이었다.
-마나에 의지를 담아내는 강기의 경지가 극에 이르면, 자신의 의지를 현실에 구현할 수 있다.
루나가 자신의 심상, 혈옥을 다루기 위해 처용에게 심상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들었던 대답.
그 당시 들었던 대답의 의미를 전부 이해할 순 없었다.
하지만, 의지를 담아내라는 처용의 말만큼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지금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 가장 갈망하는 것.
그 선명한 의지를.
“오늘! 기필코 너를 이기고 만다!”
-우우웅!
강하게 열망하며 혈옥 안에, 밤의 관철자 안에 담아내었다.
-후욱! 스르릉!
루나가 핏빛의 대검, 밤의 관철자를 양손으로 쥐며 치켜들자.
“절권 – 오의.”
-쿠구구!
소룡이 강렬한 강기를 내뿜으며 주먹을 쥐고 자세를 낮추었다.
“제천(齊川).”
-후우……! 우우웅!
강렬하게 솟구치던 소룡의 강기가 한순간에 잔잔해지며 오른 주먹에 모여들었다.
지금껏 보였던 파괴적이고 패도적인 소룡의 강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
마치, 잔잔한 하늘처럼, 한 치의 울림도 없는 고요한 강기였다.
“오너라, 그 의지를 시험해주마.”
소룡이 루나를 향해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한 순간.
“하-압!”
-스릉!
루나가 밤의 관철자를 양손으로 쥐어 들어 올리고 사선으로 내리 베며 돌진했다.
그에 맞서.
-스르륵.
소룡 역시 잔잔한 강기를 두른 오른 주먹을 앞으로 빠르게 내뻗었다.
강하게 주먹을 내질렀는데도, 바람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그러나 루나의 심검, 밤의 관철자와 잔잔한 소룡의 강기가 충돌한 순간.
-……콰아아아!!
물이 가득 저장된 댐이 단번에 무너져 터지듯.
소룡의 강기가 강렬하게 폭발하며, 주변 일대를 거세게 휩쓸었다.
지금껏 소룡이 보이던, 그 어떤 절권의 기술보다도 강렬하고 파괴적이었다.
제아무리 밤의 마신으로 변한 루나라 해도, 견디기 힘들 듯 보였다.
하지만.
“하아아-압!”
루나가 터져 나오는 강기에 눈을 돌리지 않고 기합을 지르며 나아가자.
-촤아아아-!
그녀의 심검, 밤의 관철자가 소룡의 강기를 갈라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강렬하게 터져 나오는 강기의 폭발을 갈라내며 쭉 나아간 결과.
-스르릉!
루나가 밤의 관철자를 사선으로 크게 휘두르며 소룡을 스쳐 지나갔고.
-후욱!
소룡 역시 주먹을 내지른 자세 그대로 루나를 스쳐 지나갔다.
“……젠장.”
-툭!
가장 먼저 주저앉은 이는 다름 아닌 루나였다.
-까강! 파아아……!
그녀가 손에 형성한 심검, 밤의 관철자가 그녀의 손을 벗어나 바닥에 떨어지며 핏빛의 가루로 변했다.
동시에.
-스스스……!
밤의 마신으로 변했던 루나의 체격이 점점 줄어들었다.
혈옥을 해방해 일시적으로 되찾았던 밤의 마신으로서의 본모습이 사라진 것.
밤의 마신이 되기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아…… 짜증 나.”
루나가 이번에도 소룡을 이기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짜증을 내뱉은 순간.
“……훌륭하도다.”
소룡의 입에서 루나를 칭찬하는 듯한 목소리가 울렸고.
-피이! 촤아아-!
핏빛의 사선이 그의 상체를 가르며 굵게 그어졌다.
동시에.
-파창! 차차창! 파아……!
지금껏 단 한 번도 뚫린 적이 없었던 소룡의 호신강기가 깨져 나갔고.
-촤아아……!
한 번도 상처를 허락하지 않았던 금강불괴의 피부 위로 핏빛의 검격이 새겨졌다.
-스르르르…….
루나와의 대련을 위해 일시적으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던 소룡.
그런 그가 핏빛의 검상 주변부터 시작해 다시 골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번엔 네가 이겼구나.”
미소를 머금은 소룡의 입에서 루나가 이겼다는 말이 울리자.
[수련탑의 수행자 중 한 명이, ‘아라한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수련탑 내부에 시스템의 알림이 울렸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