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574화 (574/726)

#574화

로키(Loki).

아스가르드 소속 장난과 기만의 신이자 토르의 동생.

그는 회귀 전.

-성운을 위해 제 목숨을 희생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크타니드에게 무릎을 꿇으며 항복한 성좌였다.

올림포스의 디오니소스나 아프로디테와 같은 경우.

로키는 크타니드에게 항복하여 악신이 된 후, 크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배신하여 악신이 된 로키를 추적하던 토르에 의해.

-로키……! 이번에도 도망치다니!

처용의 귀로 간간이 소식만 전해졌을 뿐, 처용과 전장에서 마주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저항군의 세력이 점차 줄어들고 토르 역시 전장에서 쓰러져 소멸하면서 자연스럽게 로키에 대한 소식도 끊겼다.

처용 역시 눈앞의 더 위험한 적들을 생각하느라 로키를 잊었었다.

악의 종주에게 항복한 그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종국에는 어떤 최후를 맞이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단순히 악신이 된 게 아니라, 서열을 가진 대악마가 되었다고? 아레스처럼?’

그런 그가 사실은 순혈자였고 대악마로 변모해 오딘을 직접 죽였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냐?’

회귀 전과는 너무나도 다른 상황에, 처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알고 있던 미래와는 완전히 다른 현상이 발생한 상황이었다.

처용이 미래를 바꿔 가는 이상, 회귀 전과는 다른 상황이 펼쳐지리라고는 충분히 예상했었다.

하지만, 로키의 변화는 처용의 예상을 넘어선 변수였다.

‘궁니르를 강탈하고 오딘을 죽인 것도 모자라 비프로스트까지 차지했다라…….’

처용이 로키가 일으킨 강력한 변수에 대해 다시 생각을 이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예상보다 더 심한 변수지만, 지금은 그 변수에 대한 대처 방안을 생각할 때였다.

그때.

-드르륵. 탁!

일행들이 있던 정자와 가까이 있는 병원의 문이 열리더니.

“아……!”

[고생했네.]

피로가 일렁이는 짧은 숨을 내쉰 이종국 병원장과 의학의 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토르가 병원에서 나온 둘을 향해 무언으로 묻듯, 시선을 보내자.

“다행스럽게도, 위기는 넘겼습니다. 천둥의 신님.”

이종국 병원장이, 침착한 목소리로 토르의 시선에 답하듯 이야기했다.

상태가 좋지 않았던, 아스가르드의 생존자들.

특히, 헤임달을 포함한 몇몇 이들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생명이 꺼지기 직전이었다.

다행히, 더 늦기 전에 조치를 받은 결과, 그들 중 치료 중간에 사망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급한 위기는 넘겼고 자비의 대신께서 치료를 돕고 있으니, 모두 무사히 일어나실 겁니다.”

[다행……이군.]

토르가 이종국의 말에 안도를 드러내자.

[그대의 치료도 끝난 것이 아니오. 당분간은 요양해야 할 필요가 있소.]

의학의 신이 토르를 보며 말을 이었다.

지금 토르는 다른 성운의 신격들에게 현재 상황을 알리려고 응급조치만 받은 상태였다.

그 역시 당분간은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부상이 심각했다.

[눈의 흉터를 더 방지하면 고통과 흉이 남을 것이오.]

의학의 신이 토르의 오른쪽 눈을 가린 붕대를 보며 말을 잇자.

[아니, 이것만큼은 없애지 않을 것이오.]

토르는 깁스를 하지 않은 오른손을 들어 눈가를 가리며 말했다.

날카로운 날붙이로 길게 그은 듯한 눈가의 흉터.

아직도 고통이 느껴지는 그 흉터는 다름 아닌.

-형님은 아버지에게 ‘처벌’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지!

궁니르를 쥔 로키가 ‘명중’과 ‘고통’의 권능을 사용하여 새긴 상처였다.

제아무리 토르가 강하다 해도, 궁니르를 온전히 막을 수는 없었고 눈의 상처는 그 결과 새겨진 것이었다.

[오늘 있었던 일을…… 절대로 잊을 생각이 없으니까.]

토르가 오른쪽 눈의 흉터에서 전해지는 고통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각오와 다짐이 느껴지는 토르의 말에 의학의 신이 더 치료를 권장하지 않고 침묵했다.

‘로키가 궁니르를 강탈한 것도 모자라, 그 권능까지 자유롭게 사용했다라…….’

토르의 모습을 본 처용은 복잡한 생각을 이으며 속으로 읊조렸다.

잠시, 회귀 전과는 다른 로키의 변화와 행동을 생각한 처용은.

“……당장, 언제 올지 모를 악마들의 습격을 대비해야 합니다.”

로키에 대한 생각을 곱씹으며, 당장 중요하게 따질 법한 일을 언급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건.

“가장 심각한 건, 로키가 비프로스트를 다룰 수 있다는 겁니다.”

바로, 로키가 강탈한 궁니르를 이용해 비프로스트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

언제 비프로스트를 작동시켜, 어느 순간 악마들이 신계를 또 습격할지 몰랐으니까.

이것이 작금의 상황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이자, 당장 대비해야 할 문제였다.

게다가 더 중요한 점은.

“헬리오폴리스처럼, 순혈자들이 내부에서 조력하면, 대비한다 해도 완전히 막는 게 불가능합니다.”

악마들의 공격을 대비한다고 해도, 그들의 침공을 완전히 막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헬리오폴리스와 아스가르드가 허무하게 무너진 이유는 순혈자들의 조력 때문이었다.

그 순혈자들이 각 성운에 얼마나 숨어있는지, 누가 순혈자인지 알 수 없다는 점.

이것이 당장 해결할 수 없는 가장 큰 문제였다.

벌써 거대 성운 둘이 손 쓸 새도 없이 당한 상황.

거대 성운이 몰락하는 참사가 재차 발생한다면, 앞으로의 전쟁에서 크나큰 차질을 빚게 된다.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하는데…….”

처용이 답답함이 일렁이는 한숨을 담아 읊조리자.

[그래도 대비를 안 할 순 없는 노릇.]

[이미, 츠쿠요미에게 항시 전쟁과 습격을 대비하라 전해놓았다.]

아직 대악마들의 습격을 받지 않은 두 성운의 대표.

아테나와 스사노오가 번갈아 말했다.

둘 역시 처용과 같은 위험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성운마저 무너진다면, 말 그대로 최악 중에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신계 전체가 대악마들의 손아귀에 넘어갈 가능성마저 발생해 버리는 것.

그런 최악의 경우만큼은 방지해야 했다.

하지만, 처용의 말대로 당장은 대비하는 것만 가능할 뿐, 악마들의 습격을 완전히 방지할 방법이 없었다.

전혀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을 크게 한 방 맞은 다음에, 방어하는 꼴이었다.

그때.

[조금 더 나은 대비책이 있다네.]

-화아아!

처용의 옆에 금빛이 뭉치며, 미륵이 나타나 말했다.

[정확히는, 천찰이 준비해 준 대비책이지만.]

-우우웅.

미륵이 오른손을 내밀자, 금빛이 일렁이는 투박한 생김새의 청동검이 드러났다.

천찰의 대신, 황룡의 신물인 세 개의 천부인 중 하나였다.

[이걸로, 태룡전과 각 성운 주신의 성역을 연결하는 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네. 그리고-.]

미륵이 손에 쥔 청동검을 보며 설명을 이었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신계의 각 성운과 성운을 잇는 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성운과 성운을 연결하는 문의 중간 다리이자 중심부가 태룡전이 된다는 것이었다.

즉, 태룡전을 중심으로 각 성운의 성역을 연결하여 언제든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성운의 주신들과 천찰, 양측의 허가가 있어야 문을 만들고 열 수 있지요.]

성역과 성역을 잇는 문의 권한은 각 성운의 주신들과 천찰의 대신이 나누어 갖는다.

서로의 허락 없이는 양측의 문을 열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저는 동의합니다.]

[어느 성운이 공격을 받더라도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겠군요.]

아테나와 스사노오가 미륵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듯, 긍정적인 의견을 표하며 말했다.

만약, 올림포스가 공격을 받는다면, 태룡전과의 연결을 통해 다른 성운이 빠르게 지원을 갈 수 있다.

반대로 이자나기 성운이 공격받는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보다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하여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이것 하나만 해도, 각 성운을 연결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것 외에도, 각 성운을 연결하는 문의 가치는 그 활용 가치가 무궁무진했다.

아테나와 스사노오가 긍정적인 의견을 드러내고.

[무슨 일이 발생한다면, 무신전의 형제들도 기꺼이 나설 것이오.]

이미 태룡전과 협력 중인 태무신 역시 긍정적인 의견을 표할 때.

“태룡전을 중심으로 각 성운을 연결한다. 이거…….”

처용은 무언가를 생각하듯, 작게 인상을 찌푸린 채 읊조렸다.

동시에, 미륵, 여래와 번갈아 시선을 마주했다.

미륵과 여래 역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처용과 시선을 마주쳤다.

마치, 서로가 같은 생각을 떠올린 것이 맞는지, 그 생각을 확인하는 듯한 모습.

[아무래도…….]

[우리 셋 모두 같은 가능성을 떠올린 것 같구나.]

서로 시선을 마주했었던 여래와 미륵이 번갈아 입을 열었다.

[……무언가 좋지 않은 문제가 있군요.]

그 모습을 본 아테나가 진지한 목소리로 묻자.

“살아남은 성운이 서로 협력한다. 그 중심은 ‘태룡전’이 된다.”

처용이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며 아테나의 말에 답하듯 입을 열었다.

천찰의 대신, 황룡이 준비한 대비책을 듣고 떠올린 가정.

미륵과 여래도 같이 떠올렸던, 충분히 일어날 법한 가정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 가정의 시작은 바로.

“우리가 이렇게 할 것이라는 점은, 적들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적들이 바보가 아니라는 점.

악신들 역시 처용과 신계의 성운들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생각하고 예상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면, 처용과 성운들의 움직임을 예상한 악신들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이러한 가정을 생각한 처용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가정이 있었다.

“악신들의 진짜 목표는, 아니 악의 종주가 노리는 진짜 목표는 바로…….”

바로, 악신들의 목표.

그들의 다음 목표가 무엇인가?

거대 성운들을 무너뜨리는 것만이 목표다?

처용이 진지하게 생각해 본 결과, 그것은 아니라 판단했다.

거대 성운들을 몰락시키는 건, 과정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악신들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처용이 생각한 악신들의 최종 목표는 다름 아닌.

“태룡전이다.”

차기 태초신의 성역, 태룡전이었다.

처용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자.

[지금, 태룡전을 직접 공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완전히 불가능한 건 아니지요.]

미륵과 여래가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태룡전은 다른 성운의 성역과는 개념 자체가 다른 장소였다.

완전한 신계에 속해 있는 것이 아닌, 한 차원 위의 개념에 있는 아공간에 가까웠다.

설령, 태룡전 내부에 악신들과 협력하는 순혈자가 있다고 가정해도.

태룡전 내부에서 악마들의 군세가 갑자기 들이닥칠 가능성은 제로였다.

계승자인 처용과 대신들의 허락을 받은 자 외에는 발조차도 들일 수 없는 장소였으니까.

아무리 비프로스트를 사용한다 해도, 태룡전 내부에 허락 없이 게이트를 만들 수는 없었다.

게다가, 되살아난 천찰의 대신, 황룡 덕분에 태룡전의 기운이 더 짙어진 상황.

악의 종주가 나선다 해도, 태룡전을 직접 공격하는 건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했다.

즉, 태룡전 내부에 적들이 나타날 가능성은 완전한 제로인 셈.

그러나.

“강제로 진입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죠.”

처용은 침투가 불가능한 태룡전이 회귀 전 어떻게 공격을 받았는지 직접 겪어봤다.

종국에는 최후의 보루였던 태룡전 역시 악의 종주의 손에 무너졌었다.

그랬기에, 적들이 태룡전을 노릴 수 있다는 가정을 떠올린 것이었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으니까.”

많은 의미가 함축된 처용의 말이 울리자.

[이런…….]

[태초신의 성역이 무너지는 건 최악 중 최악이다.]

성역을 연결하는 것에 긍정적인 의견을 표하던 두 성좌.

아테나와 스사노오가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해결책이 나타나나 싶었더니, 그로 인해 더 큰 위험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생겼으니까.

그러나.

“청동검으로 각 성운들을 연결하고 악신들의 공격을 대비하죠.”

처용은 천찰의 대신이 준비한 대비책을 실행하자며 말을 이었다.

태룡전이 공격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그 위험성을 감수하겠다는 듯한 모습.

[괜찮은 것이냐?]

아테나가 처용을 향해 물으면서 미륵과 여래를 눈짓했다.

정말로 괜찮은 것인지 진지한 걱정을 담은 질문.

그 말에.

“쳐들어올 테면, 어디 한 번 쳐들어 와 보라죠.”

처용이 투지 어린 눈빛을 보이며 답했다.

태룡전이 공격당할 수 있음에도,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기피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역으로 쳐들어오는 적들을 박살 내면 그만입니다.”

적들이 나타나 주기를 바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대비를 해야겠구나.]

[나는 일단 각 성운과 연결되는 문부터 연결해 놓겠네.]

여래와 미륵 역시 처용의 말에 동의하며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이야기했다.

[적의 공격을 두려워하지 않고…… 단순히 잃는 것만을 겁내지 않는다라.]

-탁!

처용과 두 대신의 말에, 토르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읊조리듯 입을 열었다.

조금 전, 성운과 동료들을 잃었다는 자책감과 무력감 어린 분위기가 사라지고.

[적들이 나타나면, 내가 가장 앞서 싸울 것을 약속하겠다.]

투지 어린 의지가 가득한 목소리로 강하게 말했다.

마치, 처용과 미륵, 여래의 말과 행동에 자극을 받은 듯한 모습.

[지금의 나로서는 이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군.]

“그것만으로도 저희에겐 큰 도움입니다. 토르 님.”

다시금 의지를 다지고 일어선 토르의 모습과 말에,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답하듯 말했다.

[우리도 대비를 갖추겠다.]

[우리 역시도.]

아테나와 스사노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처용과 태룡전의 대신들이 다른 성운을 돕기 위해 위험을 감수한 상황.

그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철저하게 대비하고 준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처용은 힘을 합쳐 위기에 대비하는 신들을 보며 작은 미소를 짓고는.

“저는 에스라 대륙을 예의주시하면서,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일들을 생각하며 말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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