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2화
헬리오폴리스가 악신들의 공격을 받고 라가 막 태룡사로 탈출했을 시점.
“……일이 틀어졌구나.”
아스가르드 주신의 성역.
오딘이 심기가 좋지 않은 듯,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쿵!
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듯, 오른손에 쥔 창을 들어 바닥을 강하게 한 번 내리찍었다.
괴수의 뼈를 깎아 만든 듯, 날카롭게 각이 진 창날.
그 창날을 검은 나뭇가지가 휘감아 올린 듯한 형태의 투창.
아스가르드의 주신만이 다룰 수 있는 오딘의 신물, 궁니르였다.
다만, 기존의 궁니르와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궁니르의 창날이 시작되는 바로 아랫부분.
검은 나뭇가지가 휘감긴 창대의 중심에는.
-우우웅!
요사스러운 검붉은 빛을 빛내는 보석이 박혀 있었다.
한 손에 탁 잡히는 크기인 붉은 타원형 보석.
그 붉은 보석의 중심에는 검녹색의 작은 보석이 빛을 발광하고 있었다.
마치, 붉은 자위 안에 빛나는 검녹색의 눈동자와 같은 모습.
불길함과 요사스러움을 빛내는 그 보석이.
-스스스!
궁니르와 오딘을 감싸며 그 힘을 더 증폭시켜주는 듯 보였다.
“모두 네 계획대로 움직였다.”
-스릉.
오딘이 궁니르의 창날을 뒤로 겨누며 낮은 목소리를 이었다.
궁니르의 창날 끝에는 검녹색 로브를 뒤집어쓴 이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부복하고 있었다.
“로키, 네 말을 믿고 비프로스트까지 사용했다.”
오딘이 고개를 돌려 부복하고 있는 이, 로키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비프로스트(Bifrost).
아스가르드 성역 중심부에 세워진, 무지갯빛으로 일렁이는 거대한 문.
떨어진 공간을 서로 연결하여 어디로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신물이자 신계의 건축물이었다.
태초신에 의해 아스가르드가 처음 세워질 때부터 있었던 태초의 신물.
오직, 아스가르드의 주신만이 다룰 수 있는 신물이자 장치였다.
다만, 다른 공간을 연결할 수 있다 해도, 어디로든지 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아무리 태초신에게서 받은 신물이라 해도, 시스템의 장벽을 마음대로 넘나드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게다가, 강력한 권능을 발휘하는 데는 큰 대가가 필요한 법.
주신인 오딘조차도, 비프로스트를 작동시키는 데 상당한 힘이 소모되기에, 함부로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자에게 받은 이 태초의 조각으로 비프로스트를 작동시켜 신계와 판데모니움을 연결하는 데도 성공했다.”
오딘이 궁니르의 창에 박혀 있는 보석을 잠시 눈짓하며 말했다.
로키가 ‘위대한 존재’에게서 받아왔다는 보석인 태초의 조각.
그 힘을 궁니르에게 이식하여 격과 신력을 증폭시킨 결과.
“순혈자들 덕에, 헬리오폴리스 내부에 비프로스트를 여는 데도 성공했다.”
오딘은 비프로스트로 판데모니움과 신계를 서로 연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아니, 순혈자들의 도움 덕에, 헬리오폴리스 성역 내부에도 비프로스트의 문을 여는 데 성공했다.
대악마들이 헬리오폴리스 내부에 나타나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들도록 도운 것이었다.
더 정확히는.
“태양신이 소멸했다면, 네 계획은 성공한 것이었다.”
판데모니움의 세력들과 악신들이 헬리오폴리스의 주신, 태양신 라를 소멸시키도록 도왔다.
이 모든 것은, 아스가르드가 모든 권한을 쥐고 신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였다.
로키가 세운 계획이 성공만 한다면, 아스가르드가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태초신의 권한도, 계승자라는 하계종이 지녀서는 안 될 강력한 자격까지도.
그 모든 것을 쥐고 신계의 중심이 되어 우주를 호령할 수 있었다.
과거, 천교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나.
“헌데, 왜 태양신이 소멸하지 않은 것이냐?”
그 중요한 계획 중 하나.
라를 소멸시키고 태양을 꺼뜨려 우주를 혼란에 빠뜨린다는 계획이 무산되었다.
본래라면, 그 혼란을 틈타 비프로스트로 오딘이 태룡사에 침입하고.
태초의 힘을 응축한 궁니르로 계승자를 죽여 그 권한을 빼앗는 것이었다.
가능하다면, 되살아난 천찰의 대신, 황룡도 죽여 그에게 이식된 태초의 힘도 강탈한다.
이것이 로키가 미리 말했던, 다음 계획이었다.
문제는, 라가 살아남는 바람에 태양이 꺼지지 않았다는 것.
“계획은 완벽하다고 네놈이 호언장담하지 않았느냐? 이게 어떻게 된 것이냐?”
-스릉.
오딘이 로키를 향해 분노 어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궁니르의 창날이 로키의 바로 턱밑까지 다가왔다.
계획이 실패했으니 그 책임을 묻는 것.
그러나.
“흐흐흐…….”
로키는 궁니르의 창날이 목에 겨누어졌음에도, 여유로움이 일렁이는 웃음소리를 흘렸다.
아니.
“흐흐…… 하하하! 실패? 계획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
그의 웃음소리에는 여유만이 아닌.
“덕분에…… ‘진짜 계획’이 성공했으니까요.”
진심으로 자신이 세운 계획이 성공했다는 듯, 과도한 기쁨의 광기가 서려 있었다.
로키가 웃음소리를 점점 더 크게 드높이며 미소를 보이자.
“……네가 미쳤구나.”
-스릉. 툭!
오딘이 궁니르의 창날을 아래로 조금 내려 강하게 찔렀다.
로키를 죽일 생각이 아닌, 심장 부근을 찔러 흉터를 새길 생각이었다.
궁니르는 목표를 ‘명중’시키는 권능도 있었지만, 공격당한 대상의 ‘고통’을 증폭시키는 권능도 있었다.
날카로운 궁니르의 창날이 로키의 왼쪽 가슴 부분을 향해, 짧고 빠르게 쇄도했다.
이제, 창날 끝부분이 로키의 가슴을 찌를 테고 그 고통이 몇 배는 증폭된 채 로키를 괴롭게 만들 터였다.
그러나.
-툭.
날카로운 창날로 피부를 찔렀다고 볼 수 없는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궁니르의 창날은 로키의 가슴을 뚫고 들어가기는커녕, 옷깃조차도 찢지 못했다.
“……음?”
-후욱!
오딘이 다시 한번 궁니르를 강하고 짧게 내질러 로키를 찔렀지만.
-탁.
나뭇가지로 나무를 때린 듯, 약한 소리만이 들릴 뿐, 로키는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왜 그러시죠? 아버지.”
-스륵.
로키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부복하던 몸을 일으켜 서며 말했다.
“평소처럼, 궁니르로 제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새기고 한 달은 고통스럽게 만들어야죠?”
-저벅. 저벅.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앞으로 한 발 한 발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그 눈빛은 웃음이 아닌, 깊은 증오와 시린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
-저벅.
로키가 가슴에 궁니르의 창날이 닿은 채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마치, 로키가 창날을 제 가슴에 박히도록, 일부러 힘을 주어 나아가는 모습.
그러나 궁니르의 창날은 로키의 가슴을 파고 들어가지 않았고.
-탓. 타탓.
오히려 창을 쥔 오딘이 점점 다가오는 로키에 의해 뒤로 한 발 한 발 밀려났다.
“네놈이 감히-!”
-스릉! 콰아아!
오딘이 강렬한 신력을 내뿜고는 궁니르를 뒤로 뺀 후, 앞으로 강하게 내질렀다.
주신급 성좌의 강렬한 신력이 휘감긴 신물의 공격.
로키가 절대로 버틸 수 없는 공격이었다.
잘못하면, 그 공격으로 로키가 소멸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로키의 복부에 궁니르의 창날이 닿은 순간.
-툭. 파아아!
바위를 약하게 친 듯, 둔탁한 소음이 울렸고 궁니르에 휘감긴 신력이 사그라졌다.
마치, 궁니르가 로키를 공격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당장 이 잡것을 ‘명중’시켜라! 궁니르!”
-우우웅!
오딘이 신력을 내뿜으며 궁니르의 권능을 발동했지만.
-파아아!
궁니르가 오딘의 명령을 거부하듯, 신력이 풀어졌다.
그때.
“신기한 거 보여드릴까요?”
-스륵.
로키가 싸늘한 미소와 차가운 눈빛을 치켜뜨고는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입을 열고는.
“이 늙은이를 ‘명중’시켜라. 궁니르.”
궁니르를 바라보며 명령을 내리듯 읊조렸다.
그 순간.
-팅! 휘리릭!
오딘의 손에 잡혀 있던 궁니르가 제 주인의 손에 벗어나 튕겨 나가더니.
-휘리릭. 탁!
창대를 돌리듯 회전하며 로키의 오른손에 탁 잡혔다.
궁니르의 창날은 이제 로키를 향하는 것이 아닌, 오딘을 향하고 있었고.
-후우욱!
로키가 손에 쥐어진 궁니르를 강하게 앞으로 내질렀다.
그 결과.
-푸우욱! 촤아!
“크허어어억!?”
궁니르의 창날이 오딘의 복부를 관통하며 등 뒤로 창날이 튀어나왔다.
오딘의 허리가 크게 꺾이며 주변에 피가 퍼져 나갔고 그의 입에서 강렬한 고통 어린 비명이 튀어나왔다.
“커헉!? 이게……! 이, 이게 도대체……?”
고통, 의문, 경악, 여러 감정이 뒤섞인 침음이 오딘의 입에서 이어지자.
“제가 당한 고통을 느껴보는 기분이 어떠십니까? 아버지.”
로키가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허리가 꺾인 오딘과 시선을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엄살이 좀 심하십니다? 난 그 고통을 거의 평생 달고 살았는데?”
“무슨…… 짓을…… 한-!”
궁니르의 창대를 움켜쥔 오딘이 입으로 피를 게워내며 말했다.
갑자기, 명령에 따르지 않는 궁니르.
그 궁니르가 로키의 명령에 따르고 주신인 자신을 공격한 상황.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우우웅!
신력을 끌어 올리며 궁니르를 제어하려고 했지만.
-스스스!
궁니르는 그런 오딘의 제어에 따르지 않고 오히려 ‘고통’의 권능을 내뿜어 오딘을 더 고통스럽게 했다.
“크흐읍!”
오딘이 궁니르의 권능에 저항하며, 계속 궁니르를 제어해 보려 할 때.
“당신이 그 ‘배반의 핵’을 궁니르에 이식시킨 순간-.”
로키가 오딘의 발버둥 치는 모습이 즐겁다는 듯 미소를 담아 바라보며 말했다.
“내 계획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어.”
“배반의…… 핵이라고?”
이어지는 로키의 말에 오딘이 힘줄이 벌게진 눈을 치켜뜨며 의문을 토했다.
궁니르에 이식된, 붉은 자위에 녹색 눈동자를 빛내는 눈처럼 보이는 보석.
오딘은 궁니르에 이식된 보석이 강화된 ‘태초의 조각’으로 알고 있었다.
그것도 평범한 태초의 조각이 아닌, 되살아난 태초신, 악의 종주의 힘이 담긴 태초의 조각이었다.
이는 순혈 의회 일원이자, 이중 스파이인 로키가 악의 종주를 속여 얻어 낸 물건이었다.
그런데, 실상은 그게 아니었다?
“배반의 핵은 태초의 조각이 아니야, 내 권능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신물이지.”
로키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새로운 신명을 얻은 내가…… 이 순간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이다. 크크크.”
“새로운…… 신명?”
오딘이 그런 로키의 말에 고통스러운 침음을 섞어 의문을 표할 때.
-파지직.
주신의 성역에 내에 짧은 번개가 일렁이더니.
“……로키?”
눈앞의 광경을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다부진 체격의 성좌.
천둥의 신, 토르가 로키의 이름을 읊조리며 나타났다.
로키의 손에 쥐어진 궁니르와 그 궁니르가 오딘의 복부를 관통한 모습.
작금의 상황이 전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로키!”
-파지지직!
토르가 강렬한 벼락을 내뿜으며 로키를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성운의 주신을 공격한 것만으로도 작금의 상황은 명백한 ‘배신’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리고 작금의 광경을 본 토르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
“네가…… 네가 순혈자였다고?”
로키가 자신이 속한 성운의 주신.
제 아버지를 공격할 만한, 납득이 될 만한 이유.
로키는 아스가르드에서 제 정체를 숨기고 있던 ‘순혈자’였다.
이 가설이라면, 작금의 상황이 설명이 되었다.
그런 토르의 말이 울리자.
“……형님은 정직하고 간혹 무식할 정도로 우직하지만, 바보는 아니야.”
로키가 토르를 향해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눈치채고 있었잖아? 내가 순혈자라는 것을.”
“……아니라고 믿었다. 너만큼은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이어지는 로키의 말에, 토르가 주먹을 강하게 쥐며 소리쳤다.
아스가르드 내부에서 살해된 순혈자, 바록.
토르는 아직도 그 범인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짓을 벌일 법한, 의심되는 ‘용의자’가 한 명 있었다.
아스가르드 가장 깊은 지하 감옥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존재.
감옥에 붙잡힌 성좌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처리해 버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
“아니길…… 바랐다!”
자신의 동생이자, 성운에게 미움을 받는 존재.
그럼에도 성운을 위해 힘쓰는 성좌.
장난과 기만의 신, 로키.
로키는 토르가 생각하는 용의자의 조건에 딱 들어맞는 존재였다.
하지만 로키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이는 자신의 감일 뿐, 로키가 범인이라는 명확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주신인 아버지와 다른 성좌들에게 미움을 받는 로키를 추궁하고 싶지 않았다.
더 명확한 증거가 발견되면, 그때 로키에게 물어도 된다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녕 네가! 네가 배신을-!”
-파지지직!
로키의 배신을 눈앞에서 목도한 상황.
이는 부정할 수 없는 확실한 배신의 증거였다.
“그렇게 올곧게 살다간, 오래 못 살 거라고 내가 전에 경고한 적 있었지?”
로키가 분노를 표하는 토르에게 진지한 목소리로 경고하듯 말하자.
“말장난은 집어치워라! 로키!”
-콰르릉! 탁!
토르가 오른손에 한 손 망치, 묠니르를 불러내 쥐며 소리쳤다.
당장이라도 로키를 향해 달려들고 싶었지만.
“크으으……!”
지금 로키가 쥐고 있는 궁니르가 오딘을 꿰뚫은 상황.
함부로 움직이면, 오딘이 잘못될 가능성이 있었다.
“장난? 형님은 이 상황이 장난 같아?”
분노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토르에게 로키가 비틀린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난 이제…… ‘장난과 기만의 신’이 아니거든.”
-스스스!
로키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잇고는 전신에서 검녹색의 어둠을 스멀스멀 내뿜었다.
본래 그가 지닌 신력과는 다른, 더욱 불길하고 짙은 기운.
대악마라 불릴 법한, 강렬하고 짙은 마기였다.
“나는! 판데모니움 서열 32위! 배반(背叛)의 대악마 로키다!!”
강렬한 마기를 내뿜으며 로키가 새로 얻은 신명, 배반(背叛)을 입에 담아 소리치자.
-콰드드득!
로키의 머리 위로 대악마를 상징하는 한 쌍의 뿔이 길고 두껍게 자라났다.
성좌가 대악마로 완전히 타락한 상황.
“로오오오-키이이!!”
-쿠르릉! 파지지직!
눈앞에서 로키가 타락하는 모습을 보이자 토르가 경멸과 분노를 담아 소리쳤고.
-파지직! 후욱!
로키의 뒤에 번개처럼 나타나 묠니르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려는 그 순간.
-……후우우욱! 스릉!
잿빛의 바람이 휘감긴 대검의 칼날이 토르에게 쇄도했다.
“흐읍!”
-차카! 캉!
토르가 내리치려는 묠니르의 방향을 틀어 옆에서 기습해오는 대검의 칼날을 쳐냈다.
-촤아악! 탓!
기습해오는 대검의 칼날을 쳐낸 토르가 뒤로 쭉 밀려났다.
그는 실력 하나만큼은 모두에게 인정받는 전투 성좌.
그런 토르가 자신을 기습한 상대와의 힘 싸움에서 밀려났다.
“감히 누가!”
토르가 자세를 빠르게 고쳐 잡으며 자신을 기습한 이를 노려봤다.
그러자.
“천둥의 신 토르인가?”
-스릉. 탓.
토르를 기습한 잿빛의 대악마.
메피스토가 대검을 고쳐 쥐며 로키의 옆에 섰다.
“……증오의 대악마? 네놈이 어떻게 여기에!?”
토르가 메피스토를 알아보며 경악했다.
이곳은 아스가르드 주신의 성역.
대악마, 그것도 평범한 대악마가 아닌, 삼천마가 무슨 수로 이곳에 들어왔단 말인가?
토르의 입장에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저벅. 화르륵!
어둠 속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는 불꽃과 함께, 메피스토보다 덩치가 큰 이가 모습을 드러내자.
“젠장!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토르의 안면이 더 거칠게 일그러졌다.
메피스토에 이어 나타난, 전신이 불타오르는 용암 같은 피부를 지닌 대악마.
“비프로스트라고 하던가? 참으로 신기하군. 일시적이지만, 이렇게 우리가 신계로 올 수 있다니.”
디아블로가 흥미롭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나타났다.
“비프로스트라고!?”
디아블로의 말에 토르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로키를 노려보자.
“형님, 살고 싶으면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게 좋을 거야.”
-우우우웅!
로키가 전신으로 강렬한 마기를 내뿜으며 경고하듯 말했다.
그 마기에 영향을 받은 듯.
-쿠구구!
궁니르에 박친 보석, 배반의 핵이 강렬한 파동을 내뿜었다.
주변을 진동시키는 파동이 점점 더 격해지며 당장이라도 터질 듯 요동칠 때.
“나, 배반의 대악마 로키! 오늘부로 아스가르드의 파멸을 선언하노라! 하하하!”
-피이! 콰아아아-!!
로키가 궁니르에 압축된 마기를 터트리며 광소를 내뿜었다.
“커-!”
-파자자작-!
궁니르에 꿰뚫려 있던 오딘이 그 마기의 폭발에 가장 먼저 휩쓸리며 사그라졌고.
-쿠구구구!
주신의 성역 전체에 강렬한 어둠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크흑!”
-촤아앗!
토르가 폭발하는 어둠을 막아 내며 주신의 성역 밖으로 크게 밀려났다.
동시에.
“적진 한가운데서 날뛴다라. 아주 재밌겠구나!”
“우리의 목적보다, 네 즐거움을 우선하지 마라.”
주신의 성역을 잠식한 어둠 속에서 메피스토와 디아블로가 걸어 나왔고.
-스륵. 스르륵. 탓.
다른 대악마들을 비롯한 악마들의 군세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스가르드 성역 중심부에서 악마들의 군세가 나타난 상황.
토르가 경악 어린 눈빛으로 그 광경을 보고는.
“아스가르드의 신군들은! 당장 전투 태세에 돌입하라!!”
-쿠구구!
아스가르드 전체에 울리도록 신력을 담아 포효를 내질렀다.
“나를 즐겁게 해 보거라! 천둥의 애송이여!”
-화르륵! 스르릉!
디아블로가 도끼를 크게 휘두르며 가장 앞서 토르를 향해 쇄도했고.
“적을 쳐부숴라! 라트요른!”
-쿠르릉! 파지지직!
오른손에 묠니르를 쥔 토르가 왼손에 한손 도끼.
그의 전투 무구 중 하나인 라트요른을 소환하며 전신에 벼락을 휘감았다.
이윽고 디아블로의 도끼가 토르를 반으로 갈라 버릴 듯, 맹렬한 기세로 내리쳐 왔고.
-차캉! 콰콰쾅!
토르가 묠니르와 라트요른을 교차해 디아블로의 도끼를 막아 내었다.
디아블로의 화염과 토르의 번개가 서로를 밀어내기 위해 힘 싸움을 시작하자.
-쿠구! 쿠구! 콰르르릉-!!
주변 일대에 벼락과 화염이 크게 폭발하며 땅거죽이 뒤집혔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