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화
쿠루타가 로메라를 격추시키며 그녀를 맞상대한 순간.
-화산의 전사들이여! 은혜를 갚을 시간이다!
-우두두두-!
하이 오크들을 앞세운 수백의 오크들이 우렁찬 함성을 내지르며 나타났다.
그 수백이 하나가 된 듯, 격렬한 화염을 내뿜으며 일제히 검은 괴물들을 향해 쇄도했고.
-콰화아아아!
검은 괴물들은 그 불타오르는 발걸음을 저지하지 못하고 거침없이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샥! 샤샥!
전방에서 검은 괴물들을 상대하고 있던 헌터들이 후방으로 빠지며 백호와 연아 주변에 나타났다.
오크 전사들이 최전방의 전투를 도와주는 상황.
헌터들은 즉시 오크들에게 전방의 지원을 맡기고 에스라 성운의 신격들과 천사들을 상대하기 위해 후방으로 빠진 것이었다.
신격들을 상대로 수월하게 싸울 수 있는 이들은 스피릿 팀의 헌터들 밖에 없었으니까.
그리고.
“다행히 늦지 않았군요.”
-탓.
오크들과 함께 아라한 왕국에 지원을 온 이종족들.
하이 엘프 테시아를 포함한 엘프들이 나타났고.
“그 녀석이 없으면, 우리를 손쉽게 이길 것 같았어?”
-우웅! 샥!
텔레포트 마법으로 아나샤의 옆에 나타난 루비아가 신격들을 노려보며 차가운 목소리를 읊조렸다.
불리했던 전황이 오크들과 이종들의 합류로 확 나아진 상황.
“바다는, 제가 시간을 벌어 보겠습니다.”
엘프들과 함께 나타난 이종족.
인어의 상위 종족, 세이렌인 프시케가 동쪽 바다 너머를 향해 날아오르며 말했다.
“제가 바다를 정리할게요.”
그 모습을 본 연아가 백호를 향해 말했다.
“아무리 네가 불사신이라 해도, 저 많은 배를 혼자서 막기엔 힘들어 보이는데?”
백호가 동쪽 너머의 해안,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범선들을 흘끗 바라보며 물었다.
언뜻 봐도 모습을 드러낸 범선만 백여 척.
그 뒤에 얼마나 더 있을지 몰랐다.
게다가 그 배에 어떤 이들이 타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
아무리 연아가 불사신이고 강하다 하지만, 인어들과 세이렌의 도움만으로는 힘들어 보였다.
그러자.
“백호 아저씨, 캐리비안의 해적 알죠?”
연아가 작은 미소를 보이고는 그녀가 아주 어릴 때 개봉했었던 영화 제목을 언급했다.
그 말에 잠시 생각한 백호가 멈칫하고는.
“……알다마다.”
연아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눈치챈 듯, 마주 미소를 보이며 답했다.
“그럼 갔다 올게요~.”
-쏴아아!
백호의 대답에 연아가 물줄기로 몸을 휘감아 사라졌다.
방금 동쪽 해안을 향해 나아간 프시케를 도우러 나선 것.
아니, 동쪽 해안에 접근하는 이들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하늘 위에 멈춰 선 연아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접근해오는 범선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언뜻 봐도 수백 척의 전투 범선.
게다가 전투 준비를 이미 갖춘 듯, 장전해 놓은 대포들이 눈에 보였다.
갑판 위에는 전투 준비를 마친 마법사들과 오러가 느껴지는 전사들이 있었고.
-스릉.
해적들이 쓸 법한 휘어진 외날 검은 든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적들의 습격을 받는 아라한 왕국에 접근하는 전투 준비를 마친 수백 척의 범선들.
연아가 볼 때, 그들은 아라한 왕국을 돕는 것이 아닌, 공격할 목적으로 보였다.
“야!”
-우우웅.
연아가 가장 앞서 나아가는 거대한 전투 범선에 접근하며 신성력을 담아 소리쳤다.
“아라한 왕국에 쳐들어오려고?”
바로 본론을 묻는 연아의 목소리가 울리자.
-공격하라!
-하늘의 명령을 이행하라!
곧장 범선에서 연아를 향해 공격하라는 선장들의 외침이 울렸다.
-쾅! 콰콰쾅! 쾅!
함선에 장착된 대포들이 연아를 겨누며 불꽃을 내뿜었고.
-화르륵! 파지직!
갑판 위에 선 마법사들이 연아를 향해 마법을 쏘아 보냈다.
“이것들이 겁도 없이 바다로 쳐 기어와?”
연아는 쏟아지는 공격들을 모두 받아 흘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렸다.
아라한 왕국을 향해 접근해오는 수백 척의 전투 범선들은 명백한 적들이었다.
만약, 눈앞의 적들이 아라한 왕국 동쪽 해안에 상륙한다면?
정면의 적들을 상대하던 아라한 왕국의 뒤를 급습한다면?
아무리 강자들이 많고 방어 대비를 갖춘 아라한 왕국이라 해도, 엄청난 피해를 받을 건 당연했다.
“두 번 다시 바다로 넘어오지 못하게 만들어 주마.”
연아의 두 눈동자에 보랏빛이 일렁이며 살기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동시에.
-탁. 우우우웅!
짙은 청색의 신성력을 내뿜으며 두 손을 합장했다.
엄청난 양의 물이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
아니, 거의 대해에 가까운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스킬이 하나 있었다.
이곳은 아라한 왕국 동쪽의 드넓은 바다.
수백 척의 범선들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넓고 깊은 바다였다.
그랬기에.
“계약 소환-.”
까다로운 조건을 지녔기에 지금껏 쓰지 못했던 스킬을 쓸 수 있었다.
연아가 신성력을 내뿜으며 스킬을 발동시킬 때.
-무시한다!
-신의 명령을 속행한다!
대포와 마법을 쏟아내던 범선들이 연아를 향한 공격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갔다.
아마도, 연아를 무시하고 아라한 왕국을 공격하려는 것을 우선하는 듯 보였다.
연아는 바로 아래에서 지나가는 범선들을 지켜보며 싸늘한 미소를 보였고.
“나와라, 데비(Davy).”
-파아아!
합장했던 두 손을 떼며, 스킬을 사용했다.
동시에.
‘프시케 언니, 외곽에 있는 배들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해 줘요.’
바다 밑에서 대기하고 있는 세이렌.
프시케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맡겨 줘요.
연아의 전음을 받은 프시케가, 그 말에 대답했고 주변의 인어들과 함께 헤엄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순간.
-쿠구! 쿠구구! 쏴아!
파도가 크게 넘실거리며, 나름 잔잔하던 바다가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키를 잡아라!
-노를 더 깊게 저어라! 앞으로 나아가라!
배의 선장들이 큰 목소리로 범선들을 지휘하며 소리쳤다.
그때, 가장 앞서 나아가던 거대한 범선 중 일부.
-콰쾅! 콰콰쾅!
두 척의 범선이 크게 기울어졌고 단단한 무언가가 부수어지는 듯한 소리가 고막을 울렸다.
웬만한 파도와 해일에는 굳건히 견딜 법한 수십 미터 크기의 대형 범선이 기울어지는 모습.
기울어지는 범선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고 다른 배의 선원들이 멍한 모습을 보일 때.
-콰드득! 쏴아아아!
크게 기울어지던 두 개의 범선이 바다 아래로 순식간에 수장되며 빨려 들어갔다.
무언가가 배를 부수고 바다 밑으로 가라앉힌 듯한 모습.
그리고.
-스스스.
갑자기 주변 일대의 바닷물이 새까맣게 변하기 시작했다.
-사, 사악한 마법이다!
-바다 밑을 경계해라!
배를 지휘하는 선장들이 검게 변한 바다를 경계하며 소리쳤다.
“흐흐흐-.”
연아는 우왕좌왕하는 범선들과 선장들을 보며 기대감 어린 미소를 지어 보였고.
“데비, 만찬의 시간이야.”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손짓했다.
그 순간.
-쏴아아! 콰지지직! 콰직!
수백 척의 범선들 정중앙에서 물줄기가 드높게 솟구쳐 올랐다.
대충 백 미터에 도달할 법한 드높은 크기.
중앙에 있던 범선들이 높게 솟구친 물줄기에 밀려나며 처참하게 부수어졌다.
갑자기 태산처럼 솟구친 물줄기에 범선들이 혼비백산한 모습을 보였고.
-쏴아아! 쿠구!
솟구쳤던 물줄기가 아래로 흘러내리며 검고 단단한 산 같은 것이 드러났다.
배의 선장들과 선원들이 갑자기 섬처럼 솟구친 검은 산을 멍한 표정으로 볼 때.
-쩌저적! 지이잉!
거대한 검은 산의 중앙이 세로로 찢어지며 10미터 크기의 샛노란 눈동자가 나타났다.
동시에.
-쩌적! 지잉! 지이잉!
그 주변이 추가로 갈라지며, 보다 작은 크기의 눈동자 여섯 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사해, 크라켄(Kraken)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
연아가 신성력을 담은 목소리를 퍼트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크라켄(Kraken).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무시무시한 초거대 바다 괴물.
배를 타는 뱃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는 들어봤었던 바다 괴담 속의 존재였다.
제아무리 거대한 전투 함선이라 해도, 바다에서 크라켄의 손에 붙잡히면 절대로 살아나올 수 없다.
그 전설로만 전해지던, 사람들의 입담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바다의 괴물이.
-쿠우우우!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무거운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바, 발포하라!
-공격을 퍼부어라! 당장!
크라켄의 모습을 본 배의 선장들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치며 공격을 명령했다.
-콰콰쾅!
-콰콰!
범선에 설치된 대포가 격렬한 불꽃을 뿜었고.
-우웅! 화르륵! 화륵!
-파직! 쿠콰콰!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발현하며 거대한 생명체, 크라켄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수백 척의 배가 단 하나의 생명체를 향해 내지르는 초토화 공격.
아무리 크라켄이라 해도, 사냥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콰콰! 콰콰콰!
폭약이 실린 묵직한 대포알은 크라켄의 검은 피부에 흠집조차 내지 못했고.
-콰콰! 콰르릉! 파아……!
마법사들의 공격 또한 크라켄의 피부에 생채기조차 내지 못했다.
평범한 야생 크라켄이었다면, 수백 척의 범선에서 쏟아지는 일제 공격을 피해 도망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 내가 잘못 말했네.”
연아가 아무 피해도 받지 않는 크라켄, 데비를 보며 말했다.
“이 녀석은 그냥 크라켄이 아니거든.”
연아의 계약 신수인 데비.
그 정체는 카투라의 정수를 내려받고 태고의 모습으로 원시 회귀한 에인션트 크라켄이었다.
일반적인 크라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진 피부와 더 압도적인 덩치를 지니고 있었다.
“데비, 모조리 쓸어 버려.”
연아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진 순간.
-쿠구구! 콰콰콰! 콰콰-!
여덟 개의 두꺼운 문어 다리가 거대한 범선들을 꼬치처럼 꽂으며 솟구쳐 올랐다.
그나마도 크라켄의 다리가 워낙 두꺼운 탓에.
-콰지지직! 콰직!
촉수에 관통되며 하늘로 솟구친 범선들이 크게 찢어져 부수어졌다.
이어서 다리를 휘두르며 아래로 한 번 내리칠 때마다.
-콰콰! 콰콰쾅! 콰직-!
적어도 다섯 척 이상의 범선들이 부수어지고 침몰했다.
-약점을 찾아라!
-저 눈을 공격해라!
배의 선장들은 어떻게든 데비를 처치하기 위해, 지휘를 계속했다.
척 봐도, 단단한 피부와는 다르게 연약해 보이는 데비의 눈 부분.
그 중, 가장 거대한 중앙의 눈을 노려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데비와 가까운 함선들이 거대한 촉수에 의해 부수어지고 침몰하는 동안.
-콰콰! 콰콰쾅!
빠르게 뱃머리를 돌린 범선들이 데비의 눈을 향해 포격을 퍼부었다.
이어서.
-파지직! 화륵!
마법사들도 데비의 눈을 노려 공격 마법을 발현했고.
-신을 위해!
-저 괴물을 처치하라!
-스르릉!
갑판과 부수어진 배의 잔해들 위를 뛰어다니던, 전사들이 오라를 내뿜으며 데비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콰콰! 쾅! 슈우우……!
대포와 마법은 데비의 눈 근처에 닿자, 절로 폭발하며 흩어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데비의 눈 주변에 둘러져 보호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뒤이어 칼을 빼든 전사들이 데비의 눈을 향해 뛰어들며 용감히 달려들었지만.
-촤라락! 촤락! 푸욱!
수면 밑에서 솟구쳐 오르는 작은 촉수들이 전사들을 휘감아 바닷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에는 공격이 통하지 않고 전사들은 접근조차도 하지 못하는 상황.
게다가.
-우우웅!
데비의 가장 큰 눈이 발광하며 마치 힘을 모으듯 빛을 점멸하고 있었다.
이윽고.
-지이이잉!!
샛노랗게 빛나던 데비의 눈에서 강렬한 에너지 광선이 일직선으로 쏘아져 나갔다.
지평선을 가로지르는 샛노란 광선에 닿은 범선들이 일제히 관통되며 부수어졌고.
-콰자자자작!
데비가 눈을 돌리자, 광선이 그에 따라 움직이며 다수의 범선들을 반으로 갈라 내었다.
수백 척의 범선들이 데비를 처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지만.
-콰지직! 콰직!
부수어지고 침몰하는 배가 실시간으로 늘어나는 중이었다.
에인션트 크라켄, 데비가 바다 위에서 폭군처럼 날뛰고 있을 때.
“데비~! 저 뒤에 있는 가장 큰 배 몇 개는 부수지 마!”
멀리서 도망칠 준비를 하듯, 슬금슬금 뒤로 빠지는 거대한 범선.
적들의 사령선으로 보이는 배를 본 연아가 데비를 향해 명령하듯 말했다.
***
연아가 동쪽 해안선으로 향하고.
-콰아아! 콰아……!
바다 위에 거대한 검은 크라켄이 나타나 범선들을 부수며 난동을 부릴 때.
“……동쪽 해안에서 접근하는 적들은 신경 쓰지 마라! 전방에 집중하라!”
잠시 동쪽 바다의 상황을 멍한 표정으로 지켜본 아나샤가 병사들을 향해 명령했다.
조금 전, 수백 척의 거대한 범선들을 상대하러 나선 연아가 걱정되었었지만.
‘저걸 불러 낼 줄이야…….’
딱 한 번, 아스터 교단에 암살 위협을 받았을 때, 보았었던 거대한 괴물.
처용의 성지 앞마당을 지키는 수문장, 데비를 본 아나샤가 연아에 대한 걱정을 접었다.
그녀 자체가 불사신이니 죽을 걱정은 없고 바다 위에는 크라켄까지 나타난 상황.
크라켄은 처용을 비릇한 헌터들,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이들을 제외하고는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평범한 병사들과 마법사들로는 고작 배만 가지고 바다 위에서 크라켄을 상대할 수 없었다.
아나샤는 동쪽 바다에 대해서는 더 신경 쓰지 않고.
“곧 성자에게서 지원이 온다! 맞서라!”
곧 지원이 온다는 말을 외치며 병사들의 사기를 끌어 올렸다.
그때.
[그 빛의 기운을 지닌 인간도, 우리의 손아귀에 떨어질 것이다.]
-피이이!
두 쌍의 날개를 지닌 중급 천사 하나가 기회를 노리고 아나샤를 기습했다.
빛의 창이 아나샤를 향해 쇄도하자.
“어딜!”
-파지직! 쾅!
백호가 아나샤의 앞에 나타나 천사가 내지른 창을 왼손 주먹으로 쳐냈고.
“벽력 쇄권(碎拳)!”
-파지직! 타앙!
미리 뇌전을 모으며 준비하고 있던 오른손 주먹을 천사를 향해 내질렀다.
[이-!]
-타앙! 촤아아-!
백호의 주먹에 맞아 밀려난 중급 천사가 뒤로 크게 밀려나며 아나샤와 멀어졌다.
천사를 밀어낸 백호가 뒤로 날아가는 중급 천사를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쇄도했다.
지금의 백호라면, 중급 천사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는 이단자 놈들이 감히-!]
-스스스!
분노를 내지르는 천사에게서 불길할 정도로 새까만 기운이 스멀스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파사사!
백색으로만 가득했던 천사의 깃털 일부분이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순백의 천사가 칙칙한 어둠에 오염되어 가는 듯한 모습.
[그 변종도! 빛을 지닌 그 인간도! 모두 신의 제물이 될 것이다!]
-쿠구구!
감정이 고양된 듯, 불길한 기운이 섞인 빛을 내뿜는 천사의 외침에.
“나도 이기지 못하는 비둘기 새끼가 말이 많아.”
-파지지직!
백호가 전신으로 강렬한 강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적들의 공격은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닌 듯 보였다.
지금, 다른 곳보다도 맹렬한 공격을 받는 아라한 왕국.
조금 전, 성자에게서 이곳을 돕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에스라 성운은, 그런 성자도 노리는 것 같았다.
성자는 헌터들에게 있어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성자는 나보다도 강한데 말이야?”
백호는 성자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았다.
성자는 신을 모시는 신관, S급 헌터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
그런 성자가 적들의 손에 쉽게 잡힐 리가 없었다.
“결전기 - 뇌호!”
-크허허-!
눈앞의 적에 집중하기로 한 백호가 결전기를 발동하며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순백의 천사를 점점 검게 퇴색시키는 불길한 검은 기운.
그 검은 기운은 다름 아닌, ‘가장 위대한 존재’라 불리는 자.
악의 종주가 내린 힘으로 보였다.
[신의 제물이 되어라!]
-스르륵! 콰아!
점점 검게 변해가는 천사가 백호를 향해 붉은 눈빛을 번뜩이며 달려들었고.
“뇌호의 격노!”
-파지지직! 쐐에-!
백호가 오른손에 너클과 완갑을 소환하며 달려드는 천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