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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67화 (567/726)

#567화

헬리오폴리스가 습격을 받고 처용이 파라오 길드의 신관들과 함께 사라진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쿠구구! 쿠구!

-캬아아!

-크아!

아스터 제국 쪽에서 엄청난 숫자의 검은 괴물들이 에스라 대륙 전역을 향해 퍼져 나갔다.

마치, 처용이 사라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다행인 점은.

-놈들이 온다!

-모두 위치로!

에스라 대륙에 자리를 잡은 각 길드들과 살아남은 왕국들과 아라한 왕국.

아스터 교단과 맞서는 모든 이들이 단단한 방비를 갖춰 놓았다는 점이었다.

비록 처용이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왕국과 길드들은 쉽게 무너질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게다가, 집요하게도 적들의 공격이 아라한 왕국에 집중되는 탓에, 조금 여유가 생긴 이유도 있었다.

그 덕분에.

“도무지 끝이 없군……!”

아라한 왕국은 다른 지역보다도 두 배, 세 배로 분주했다.

북쪽 해안선의 방어를 지휘하는 아나샤가 전방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지평선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밀려오는 검은 괴물들.

이런 거대한 몬스터 웨이브가 벌써 네 번째 반복되고 있었다.

아무리 방어를 단단히 갖추었다 한들, 적들은 무한하고 병사들은 반복되는 싸움 속에 지쳐간다.

그나마, 반복되는 싸움 속에서도 지치지 않는 이들 덕분에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헌터들.

“경험치 노가다하기엔 아주 제격이로구만.”

-파지직! 콰콰쾅!

백호가 주먹에 뇌전을 모아 몬스터들을 향해 내지르며 미소를 짓자.

“이번 웨이브 막으면, 레벨 오르겠는데요?”

“광역 스킬 가진 놈들은 아주 물 만났어.”

같은 스피릿 팀의 헌터들이 몬스터들을 처치하며 답했다.

헌터들은 무한히 밀려오는 몬스터들을 보며 오히려 좋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압도적인 물량의 적들을 쓸어 버릴 때마다.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경험치가 실시간으로 오르고 있었으니까.

그들은 오히려 작금의 상황을 기회로 삼아 성장의 발판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리고 아라한 왕국에 공격이 집중되는데도 버틸 수 있는 또 다른 이유.

-광역 마법은 후방으로!

-표적 마법에 자신 있는 마법사는 최전선의 병사들을 도와라!

-명중에 자신 없는 놈들은 그냥 저 시커먼 너머 뒤로 날려!

-우웅!

-콰콰!

-콰르릉!

바로 성벽에서 끊임없이 마법을 난사하는 마탑의 마법사들 덕분이었다.

마탑의 마법사들은 이제 적이 아닌, 루비아를 탑주로 인정하고 따르는 이들.

그들이 각각 4교대로 번갈아 성벽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방어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런 마탑의 마법사들을 이끄는 탑 마스터(Top Master).

“인페르노 스왐프.”

루비아가 화 속성 마나를 구름처럼 옅게 분해하여 넓게 퍼트리자.

-화륵! 화륵! 콰화아아아!

불똥이 끊임없이 튀기는 붉은 안개가 넓게 퍼져 나갔다.

그 안개가 아라한 왕국에 몰려드는 괴물들을 향해 뻗어 나갔고.

-화륵! 치이이-!

괴물들은 그 안개에 닿는 즉시, 살이 녹아내리고 타오르며 죽어갔다.

안개가 퍼진 지역 자체가, 강력한 7서클의 화염 마법, 인페르노의 힘이 응축되어 있었다.

루비아는 8서클의 마나와 그에 걸맞는 대마법으로 아라한 왕국에 몰려드는 괴물들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그녀 역시 끝없이 몰려드는 괴물들을 보며 질린 기분도 들었었지만.

“……다음은 어떤 마법을 실험해 봐야 하나.”

작금의 상황을 이용해, 평소 쉽게 실험할 수 없었던 8서클의 마법들을 시험하고 조율하는 기회로 삼았다.

마치, 이 상황을 즐기는 헌터들에게 감화된 듯 보였다.

일당백을 자랑하는 헌터들과 루비아 등의 강자들.

이런 상황을 대비해 훈련한 병사들과 갖은 준비들 덕에 위험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오늘은 오지 않은 건가?”

아나샤는 안심하지 않고 전방을 쭉 둘러보며 경계심 어린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때.

-쩌적! 차차창!

하늘이 갈라지는 소리가 크게 울렸고.

[이번에야말로!]

[저 사악한 이단들을 멸절시키리라!]

갈라진 하늘의 틈새에서 에스라 성운의 천사들이 강림했다.

심지어 천사들에 그치지 않고.

[모조리 참회시켜주마! 이 더러운 하계종들이!]

-화르르륵!

참회의 여신 하메라가 직접 화신체로 강림해 분노를 내질렀다.

“모두 충격에 대비한다!”

그 모습을 본 아나샤가 예상했다는 듯, 진지한 눈빛으로 보이며 대비를 명령했다.

무한한 검은 군대가 세 번째로 몰려왔을 때, 방심을 틈타 천사들이 강림해 공격해 왔었다.

그 기습에 가까운 공격 덕분에, 방어선의 일부분이 무너지고 사망자들이 발생했었다.

다행히, 헌터들이 즉각 천사들을 처리하여 피해가 더 생기진 않았지만.

‘이번엔, 참회의 여신이 직접 나타났다.’

이번엔 천사들에 그치지 않고 하메라를 포함한 신격들도 여럿 강림한 상황이었다.

위험하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용님이 무섭긴 무서웠나 봐? 그분께서 자리를 비우시자마자, 이렇게 기어 나오다니 말이야?”

아나샤는 미소를 보이며 적들을 향해 도발 어린 목소리를 흘렸다.

그 도발 어린 말은 나름 진심이었다.

처용이 자리를 비우자마자, 보란 듯이 공격을 감행한 적들.

그것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신들이 직접 강림까지 했다.

그렇다면, 눈앞의 신격들은 진심으로 처용이 무서웠기에 잠자코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런 아나샤의 진심 어린 도발에.

[네년은! 만 년 동안 붙잡아 참회의 불길로 태울 것이다!]

하메라가 제대로 넘어간 듯, 격렬한 분노를 불태웠다.

“어디 붙잡아 보든가.”

-까닥.

아나샤는 여신의 분노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여유를 보였다.

당연히.

-화륵! 화르륵!

하메라는 즉시 손아귀에 신력을 모아 참회의 화염을 압축시켰다.

주변의 천사들과 신격들 역시 신력을 모으며 공격을 준비했다.

당장이라도 아라한 왕국을 향해 신들의 분노가 쏟아지려는 순간.

-피이이!

은빛의 섬광이 넓게 퍼지며 신들과 천사들을 덮쳤고.

-파아아……!

그들에게 넘실거리던 신력의 기세가 확 수그러들었다.

동시에.

[이 나라엔 손 하나 댈 수 없다.]

-화아아!

넓게 퍼진 은빛이 한 곳에 뭉치며 거대한 덩치의 실버 드래곤, 유르티나가 나타났다.

유르티나가 에스라 성운의 신들과 천사들을 가로막듯 나타나자.

[그 변종에게 굴복한 드래곤이!]

[이 세계의 주인인 우리들에게 맞서려는 것이냐!?]

천사들과 신격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진정 사악한 존재에게 머리를 조아린 건 네놈들이겠지.]

유르티나는 시스템의 장벽을 부수고 아라한 왕국을 공격하려는 신들을 차갑게 노려보며 읊조렸다.

그러자.

[우리가 이 세계의 주인이다! 우리가 옳다고 하면 옳은 것이다! 하등한 생물 따위가!]

-화르르륵.

참회의 여신 하메라가 유르티나를 향해 소리쳤다.

감히 신의 앞길을 막는 드래곤에게 분노를 표하듯, 하메라의 전신에서 이글거리는 신력이 뿜어져 나왔다.

게다가.

-스스스.

그 화염 속에는 본래 하메라가 지닌 참회의 신력만이 아닌, 새까만 오오라가 섞여 있었다.

[이젠, 타락한 모습을 숨기려 들지도 않는구나, 참회의 여신.]

그 오오라 속에 일렁이는 불길한 기운을 느낀 유르티나가 경멸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신을 위해 죽어라. 드래곤.]

[빛과 지혜를 위해!]

-샥!

하메라의 뒤에 있던, 그녀를 보좌하는 두 신격.

절망의 신 타르간과 속죄의 신 데르바가 유르티나를 향해 돌진해 나갔다.

[실버 드래곤을 사냥한다.]

[위대한 신을 위해 제물이 되어라!]

-후욱!

다른 천사들 역시, 유르티나를 향해 돌진해 나갔다.

마치, 작정하고 유르티나를 잡기 위해 이곳에 강림한 듯한 모습이었다.

[……날 사냥하겠다? 어디 한번 해 보거라!]

-화아아아!

유르티나는 눈앞의 악신들을 향해 차가운 포효를 내지르고는 은빛의 섬광을 내뿜으며 주변을 휘감았다.

은빛의 드래곤 포스가 주변 일대의 하늘을 뒤덮었고.

-파아아!

하메라를 포함한 신격들, 천사들 대부분을 휘감으며 사라졌다.

싸움의 여파가 밑에 있는 아라한 왕국에 끼치지 않도록, 그녀 주변 일대를 아공간으로 휘감은 것이었다.

아라한 왕국을 침공한 하메라와 대부분의 신격들이 유르티나에게 가로막혔을 때.

-파창! 차창!

한 번 더 하늘이 갈라지고 깨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실버 드래곤이 사라졌군?]

-화아아!

하메라와는 대비되는 옅은 청색의 머리를 흩날리는 여신.

회개의 여신 로메라가 한발 늦게 강림했다.

마치, 하메라와 다른 신격들이 유르티나를 상대하는 틈을 노린 듯한 모습.

또 다른 대신격의 신이 강림한 것에 이어 천사들과 신격들이 추가로 나타나자.

“……오늘이야말로 작정한 것인가?”

최전방을 지휘하는 아나샤의 표정이 굳어졌다.

하메라와 신격들, 천사들이 강림할 것이라고는 예상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안심하고 있었다.

무려 대신급 신격에 버금가는 존재, 에인션트급 실버 드래곤이 이 왕국에 있었으니까.

예상대로 하메라와 신격들이 강림했고 이를 유르티나가 막아 주었다.

그런데 하메라에 이어 로메라까지 강림한 상황.

게다가.

-쿠구구!

하늘 위에 번지고 있는 균열 속.

그 균열 너머에서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아마도.

‘설마…… 에스라의 주신까지?’

하메라, 로메라에 이어 아스터까지 이곳에 직접 나타날 것 같았다.

‘시스템의 방벽이 고쳐지기 전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인가?’

곧 지구에서 넘어온 신격들이 망가진 시스템의 방벽을 고칠 것이라고 들었다.

아마 적들은 그 시스템의 방벽이 고쳐지기 전에 끝장을 볼 요량인 듯 보였다.

심지어 문제는 또 있었다.

-둥. 둥. 둥.

동북쪽 바다 너머에서 크게 울려오는 북소리와 동시에.

-스스스.

거대한 범선들이 지평선 너머에서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범선의 깃발에는.

“천 제국…….”

구름과 번개를 상징하는 문양, 천 제국.

아니, 지구에서는 천교라 불리는 배신한 신의 세력을 상징하는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무한히 밀려오는 검은 괴물들.

하늘 위에서 강림해오는 에스라 성운의 신격들과 천사들.

동쪽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천 제국의 범선들까지.

아무리 방어 준비를 단단히 갖추었다지만, 작금의 상황은 위험했다.

막는다고 해도, 엄청난 피해가 생길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대기 중인 모든 병력을 집결하라! 전투를 준비한다!”

아나샤는 마음을 다잡고 다가오는 적들을 노려보며 전투를 준비했다.

처용이 믿고 이 나라를 자신에게 맡긴 이상, 그 믿음에 보답해야 했으니까.

[신의 이름으로 회개하라.]

-파직. 파직. 콰르릉!

로메라가 손아귀에 녹색의 뇌전, 회개의 벼락을 끌어모아 아래로 내리쳤다.

정확히는 아라한 왕국의 북쪽 방어선 중앙, 아나샤가 있는 방향이었다.

“에실록스!”

-철컥! 철크럭!

아나샤와 주변에 있는 왕실 기사들이 철갑 기사로 변하며 그 공격에 대비했다.

신의 심판이라 해도, 두려움 없이 맞서려는 듯한 모습.

회개의 번개가 지상에 닿기 직전.

“절연체 악령!”

-꾸르륵! 쏴아!

점성이 짙어 보이는 물줄기를 휘감은 연아와.

“뇌류 반탄장!”

-파지직!

손아귀에 벼락을 휘감은 백호가 손바닥을 앞으로 뻗으며 회개의 번개를 가로막았다.

회개의 번개가 가장 먼저 연아에게 닿자.

-파지직! 파직! 파아……!

연아의 주변에 몰아치는 슬라임처럼 끈적한 액체에 휘감기며 점차 사그라졌다.

회개의 번개가 연아에게 가로막혀 대부분 상쇄되었고.

-파직! 파아아……!

남은 번개는 백호가 펼친 뇌전의 반탄장이 모두 튕겨내 흩어 버렸다.

수(水) 속성은 뢰(雷) 속성에 약하다.

연아는 아쿠아 팬텀, 물로 이루어진 악령 같은 존재.

때문에, 그녀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뢰 속성에 대항하여 만든 것이 방금의 기술이었다.

절연체(絶緣體), 혹은 부도체(不導體)라고도 불리는 물질.

전기와 열의 전도율이 거의 통하지 않는 물질을 뜻하는 말이었다.

물의 입자를 극한으로 압축시키고 신성력을 섞어 끊임없이 진동시킨다.

그렇게, 전류가 흐르는 것을 일시적으로 막아내는 액체를 만들어 낸 것.

그것이 연아가 번개에 대항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 낸 기술이었다.

다만.

“아오! 꼴에 대신이라고! 번개가 통하지 않는데도 저릿하네……!”

아무리 번개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라고 해도, 상대는 대신급 성좌.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벼락에 연속으로 맞으면, 아무리 절연체라고 해도 파괴되는 법이었다.

-촤락. 촤락.

연아가 주변에 펼친 끈적한 물줄기를 흩어 없애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백호와 연아가 강자라지만, 대신급 성좌를 포함한 다수의 신격을 상대로는 불리했다.

[우주의 법칙을 거스른 하계종들.]

-파지지직!

로메라가 자신의 공격을 가로막은 백호와 연아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다시 손아귀에 벼락을 모았다.

감히 신의 앞길을 막는 인간들에게 불쾌함을 드러내는 것.

[가축에 불과한 것들이, 감히 신의 앞을 막다니……!]

신에 대한 우월주의가 드높은 순혈자로서의 당연한 반응이었다.

“크크, 한처용이 무서워서 꿩 마냥 대가리 박고 숨어있던 새끼들이-.”

연아는 그런 대신급 성좌를 도발하듯, 비웃음을 담아 말했다.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미소를 짓는 모습.

“그렇게 한처용이 무서웠어? 니들 성운 쫄보 성운으로 신명 바꿔라. 이 한심한 새끼들아.”

연아가 배배 꼬인 목소리로 도발하며 신격들의 속을 박박 긁어내자.

[네년은 특별히…… 영원토록 회개하게 만들어 주마!]

하메라와는 다르게 어지간하면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로메라가 이마에 힘줄이 돋아난 채 소리쳤다.

주변의 신격들 역시 와락 일그러진 표정으로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드러냈다.

“귀신 꼬마야, 계획이 있어서 도발한 거냐?”

백호가 신들을 도발한 연아를 향해 떨떠름한 미소를 보이며 말하자.

“그럼요.”

연아가 백호와 등을 맞대고 주변의 신격들과 천사들을 경계하며 답했다.

[모조리 없애 주마!]

-파지지지직!

회개의 번개를 최대치로 끌어모은 로메라가 백호와 연아를 향해 벼락을 내리치기 직전.

-화륵. 화륵.

로메라의 뒤, 먼 곳에서 붉은 화염의 덩어리가 맹렬한 속도로 쇄도해왔다.

[감히, 신을 기습하다니!]

-파지직! 콰르르릉!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오는 강렬한 화염 덩이를 향해 끌어모은 회개의 벼락을 급하게 내질렀다.

그러자.

“불-! 카르!”

-화르륵! 콰아아!

로메라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돌진해 나가는 화염 덩어리.

쿠루타가 대검을 크게 휘두르며 함성을 내질렀다.

-화륵! 콰아아아!

뜨거운 화염이 휘감긴 쿠루타의 대검이 로메라가 쏘아 보낸 회개의 번개를 쭉 갈라 내며 앞으로 나아갔고.

“화산의 심판을 받을 시간이다!”

-화아아!

이내, 화염이 걷어지고 로메라의 앞에 대검을 치켜든 채, 쿠루타가 모습을 드러냈다.

-후욱! 콰콰쾅!

검붉은 칼날이 조립된 각진 형태의 대검이 로메라를 위에서 아래로 후려치자.

[크윽!?]

-콰콰쾅!

로메라가 쿠루타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아래로 떨어져 지상에 추락했다.

“쿠루타 아저씨!”

연아가 로메라를 격추시키며 나타난 쿠루타를 향해 반가움을 드러냈고.

“저 사악한 신격은 내게 맡겨라!”

-쾅! 화르륵!

쿠루타가 지상에 추락한 로메라를 향해 허공에서 땅을 박차 달려 나가며 소리쳤다.

[이 더러운 하계종이……!]

-파지직! 파직! 콰르릉!

지상에 떨어진 로메라가 쿠루타를 향해 분노를 담아 회개의 벼락을 쏘아 보냈고.

“불-! 카르!”

-쾅! 콰화아아!

땅에 착지한 쿠루타가 대검의 칼날을 앞으로 뻗으며 그대로 로메라를 향해 달려 나갔다.

-콰콰! 파직! 콰화아아-!

벼락과 화염이 서로 맹렬하게 충돌하며 힘 싸움을 벌일 때.

-화아아!

쿠루타의 전신에 새겨진 문신이 빛을 발하며 뜨거운 화염이 타올랐다.

문신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쿠루타의 위로 우람한 덩치를 지닌 오크의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바로 쿠루타의 대검 속에 깃든 존재.

초대 화산의 오크이자 오크들에게 신으로 숭상받는 위대한 조상.

불카(Bul-ka)가 쿠루타의 화염을 이용해 모습을 드러냈다.

대신급 신격과 용감하게 맞서 싸우려는 쿠루타를 돕기 위해 나선 것이었다.

-콰아아아!

불카의 힘이 더해진 쿠루타의 화염이 더 맹렬하게 타올랐고.

-파직! 파직! 파사사……!

로메라의 벼락을 반으로 갈라 내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스릉! 콰콰쾅!

회개의 번개를 힘으로 밀어내며, 다시 한번 로메라를 뒤로 날려 보냈다.

[이 하찮은 신격에 하계종 따위가-!]

-파지직! 파직! 콰르릉!

또 한 번 쿠루타에게서 힘으로 밀린 로메라가 격렬한 분노를 토해 내며 소리쳤다.

그 분노가 형상화된 듯, 이전보다도 더욱 강렬하게 타오르는 벼락이 로메라의 주변에 휘감겼다.

“이번에야말로, 내 손으로 네놈들을 박살 내 주마!”

쿠루타는 대신급 성좌의 분노에 더 격렬한 분노를 드러내듯 목소리를 높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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