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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65화 (565/726)

#565화

헬리오폴리스 성운이 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처용에게 들린 직후.

-파지직! 쿠르르릉!

처용은 뢰신보의 속력을 최대치로 발현하며 전속력으로 하늘을 달려 나갔다.

이윽고.

-콰르릉!

한 줄기 벼락이 되어 지상에 내려섰다.

처용이 다시 돌아온 곳은 바로 아라한 왕국에 설치된 게이트웨이 앞이었다.

그리고 처용이 나타나자.

“여, 역천군주?”

막 길드의 주둔지로 돌아가려는 길드장 중 하나.

태양의 신관, 라진이 제시카와 함께 사라졌다가 되돌아온 처용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급하게 자신을 찾아온 듯한 분위기였으니까.

“셋 다 여기 있는 게 천만다행이군.”

처용은 라진과 그 뒤에 있는 두 신관.

죽음의 신관 아일라와 풍요의 신관 이리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긴급상황이다. 라진.”

“……설마!”

긴급상황이라는 처용의 말에 라진이 표정을 굳히며 눈을 크게 떴다.

처용의 입에서 긴급상황이라고 나올 만한 주제는 단 하나뿐이었다.

라진은 불길함을 느낌과 동시에.

‘태양신이시여, 무슨 일 있으십니까?’

자신의 성좌, 태양신 라를 향해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이 없었다.

“죽음의 신이시여?”

“대답이 없으셔…….”

아일라와 이리스 역시 자신의 성좌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라진과 마찬가지로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아마, 헬리오폴리스 전체에 사악한 기운이 펼쳐졌을 거다. 평범한 신관의 말은 전달되지 않을 테지.”

처용은 왜 신들이 신관의 물음에 대답이 없는지 짐작하며 말하고는.

“태양의 신관은 200레벨을 넘겼고 너희 둘은?”

아일라와 이리스를 향해 레벨을 물었다.

아니, 굳이 묻지 않아도.

“……아직 200레벨이 되지 못했군.”

그녀들이 아직 199레벨에 그쳐 있다는 것을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네, 저희는 아직…….”

“…….”

처용의 말에 아일라와 이리스가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읊조렸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헬리오폴리스 성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듯 보였다.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 이전 처용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바로 헬리오폴리스 성역이 악신들에게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악신들이 태양신의 신변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최악의 경우, 태양신이 소멸하면.

-태양이 꺼진다.

어떤 재앙이 발생하는지도 들었었다.

그리고.

-반년 안에 200레벨을 돌파할 것.

그 재앙을 방지할 방법도 전해 들었었다.

문제는 처용이 말했던 기간인 반년.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태양신에게 문제가 생기기 전에 200레벨을 돌파하라는 조건.

그 조건을 달성한 이는 라진 하나뿐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199레벨에 도달한 것은 불과 한 달 전.

어떻게든 200레벨을 돌파하려 했지만, 그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악신들이 헬리오폴리스를 침공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일라와 이리스의 표정이 어두워지며 자책하는 분위기를 보일 때.

“……운 좋은 줄 알아.”

처용이 세 사람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200레벨에 도달하여 단 하나뿐인 권한을 얻은 건 라진 뿐.

그렇다면, 작금 상황에서 태양신만큼은 구할 수 있었다.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아누비스와 이시스 그리고 오시리스였다.

그들의 신관이 200레벨에 도달하지 못한 이상, 그들을 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게다가 오시리스는 신관조차도 없는 상황.

본래라면, 태양신을 제외한 나머지 대신들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처용에게 ‘다른 수단’이 없었다면 말이다.

“지금 당장 가야 한다.”

당장 가야 한다는 처용의 말이 울리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라진이 잠시만 기다려 달라 말하고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그의 부관.

“기존의 계획대로 운용해라. 변수가 발생하면, 네 재량껏 처리하도록.”

고레벨의 A급 헌터에게, 길드장의 권한을 일임하며 명령했다.

지시를 받은 헌터가 고개를 숙이며 답하자.

“가시죠.”

라진이 처용을 향해 말했다.

처용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우웅.

즉시, 태룡사로 이어지는 게이트를 열었다.

***

처용이 세 명의 신관을 이끌고 향한 곳은 태룡사에서 가장 높은 곳, 세계수 위의 구름 속에 지어진 전각.

운사(雲師), 청룡의 도움을 받아 만들었던 전각, 운룡전이었다.

이곳에 거주하는 신격들이나 처용이 허락하지 않으면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장소.

-우우웅.

처용이 파라오 길드의 신관들을 데리고 운룡전에 발을 들이자.

[기다리고 있었다.]

운룡전 중앙에서 황룡과 미륵이 미리 처용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살님은요?”

처용이 미륵에게 보살의 안부를 묻자.

[걱정하지 말거라. 지금 태양신의 성역에서 다른 신격들과 함께 있다.]

미륵이 작금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헬리오폴리스 성운은 내부에서 갑자기 발생한 침입자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아니, 막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가장 처음에 나타난 침입자가 바로.

“바알이…… 헬리오폴리스에 나타났다고요?”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 바알이었으니까.

처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미륵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수로 판데모니움의 대악마, 그것도 삼천마 서열 1위가 신계에 강림했단 말인가?

심지어 단순히 신계에 나타나 헬리오폴리스를 외곽에서 습격해온 것도 아니었다.

내부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미륵 또한 처용이 느끼는 의문을 똑같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적들이 정확히 어떤 방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태양신을 배신한 순혈자들 중 하나는 세트다. 그놈이 길을 열어 주었겠지.]

내부의 배신자가 이번 일을 초래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신했다.

세트는 태양신 라의 직계 신격 중 하나.

그만큼 헬리오폴리스 성역과 신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신격이었다.

[지금 태양신이 신민들을 대피시키고 시간을 벌고 있- 이런!]

처용에게 작금 헬리오폴리스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야기하던 미륵이, 돌연 인상을 찌푸렸다.

[숨어 있던 배신자가 또 있었군. 상황이 좋지 않구나. 서둘러야겠다.]

라가 태양의 성역 내부에서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하자.

“라진, 그 스킬을 준비해.”

처용이 태양의 신관, 라진을 향해 스킬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정확히는 200레벨을 달성하고 얻은 ‘자격’을 의미했다.

라진이 처용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저희는……!”

아일라가 안절부절못하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옆에 있던 이리스 역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녀들은 라진과 다르게 200레벨이 되지 못했으니까.

“성좌를 살리고 싶나?”

처용이 두 신관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태양신 라는 신관인 라진을 아껴주는 듯 보였지만, 아누비스와 이시스는 알 수 없었다.

아레스나 다른 순혈자처럼, 신관을 그저 소모품으로만 여기는 이들일 수도 있었다.

만약, 이 질문에 두 신관이 망설임을 보인다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것.

그러나.

“방법이 있다면, 알려 주십시오.”

“도와주세요. 부탁입니다.”

두 신관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성좌를 구해 달라 부탁했다.

그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을 간파한 처용은.

“상황이 급하니, 일단은 도와주지.”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이 빚은 반드시 갚아.”

“태양신의 신관이 제가 모든 것을 걸고 반드시 은혜를 갚겠습니다.”

도와주겠다는 처용의 말에, 라진이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 단언하며 답했다.

그 말에 처용이 아일라와 이리스를 향해 각각 손을 뻗었다.

-우우웅.

붉은빛이 일렁이는 황금빛 신력이 처용에게서 스멀스멀 뻗어 나왔다.

그 기운이 아일라와 이리스에게 깃든 순간.

“환원의 심.”

처용이 선인의 육체 안에 저장된 에너지를 밖으로 끌어 올렸다.

[환원(還元)의 심(心)]

[포확으로 온전히 다 흡수하지 못한 일부 잔여 에너지를 저장합니다.]

[저장된 에너지를 경험치로 환원하여 활용할 수 있습니다.]

-타인에게 경험이 부여 가능.

환원의 심은 포확으로 온전히 흡수하지 못한 잔여 에너지를, 팔괘축기 중심에 저장하는 예비용 그릇이었다.

아무런 개성도 남지 않은, 말 그대로 흡수하다 남은 무개성(無個性)의 에너지.

환원의 심에 저장된 개성이 없는 에너지를 활용할 방법은 여럿 있었지만.

-타인에게 경험이 부여 가능.

작금의 상황에서는 시스템에 표기된 방법을 활용해야 할 때였다.

처용은 팔괘축기가 성장하여 생긴 환원의 심을 얻고, 무수한 적들과 싸워 왔다.

그 적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그 과정에서 상당한 에너지들을 팔괘축기에 쌓아두었다.

최근에는 제르멜이 다루는 마탑의 마나를 가로채 그 에너지를 통으로 흡수하기도 했으니까.

그렇게, 환원의 심에 저장된 막대한 에너지의 일부를.

“절대로, 정신 놓지 말고 똑바로 받아들여.”

-우우웅.

경험치로 환산시켜, 아일라와 이리스에게 흡수시켰다.

처용이 두 신관을 향해 막대한 양의 에너지를 전송하자.

[막대한 경험치가…….]

[막대한 경험치가…….]

.

.

그녀들의 눈앞에 경험치가 오른다는 시스템 창이 무수히 떠올랐고.

“으윽!”

“으으윽!”

머리가 아픈 듯, 이마와 가슴을 부여잡으며 답답하고 숨 막히는 침음을 흘렸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막대한 에너지로 인해, 육체에 부하가 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고통스럽고 숨이 턱 막힌다 해도.

“…….”

“…….”

이내 고통을 꾹 눌러 참고 눈을 감으며 집중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자신들의 성좌가 소멸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2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환원의 심에 저장된 에너지가 60% 정도 남았습니다.]

환원의 심에 저장된 에너지의 40% 정도를 사용했을 때.

-파아아!

이리스와 아일라에게서 강렬한 신성력이 뿜어져 나왔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00레벨에 도달했습니다.]

[새로운…….]

이내, 아일라와 이리스의 눈앞에 200레벨을 달성했다는 시스템 문구가 떠올랐다.

동시에.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이거로군요.”

라진이 이야기했던, 단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 무엇인지 확인하며 읊조렸다.

[축하합니다.]

[성좌를 위해 노력한 대가로 단 한 번, ‘성좌 강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200레벨에 달성하여 축하한다는 메시지에 이어.

[당신의 성좌를 지상으로 강림시켜, 24시간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성좌를 단 한 번, 24시간 동안 지상에 강림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본래, 신과 인간은 신관과 성좌라는 특별한 관계라 해도, 서로가 쉽게 만날 수 없었다.

시스템에 의해, 신이 지상에 함부로 관여하거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제약이 걸려 있었으니까.

신전과 성지를 통해 분신과 화신체로 강림은 가능해도, 그 신이 직접 지상에 내려올 수는 없었다.

다만, 계승자인 처용이 형성한 차기 태초신의 성지이자, 신과 인간이 화합할 수 있는 유일한 성지.

세계에서 단 하나뿐인 가장 특별한 성지, 태룡사에서는 신과 인간이 지상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를 제외하고 신을 모시는 신관들에게 있어, 신을 직접 영접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이자 자격.

그것이 바로 200레벨을 달성하고 얻는 특별한 스킬, ‘성좌 강림’이었다.

단.

[신관의 초대를 받은 성좌는 시스템의 방벽이 둘러진 채, 지상으로 소환됩니다.]

[성좌와 의논하여 신중하게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지상에 본신 상태로 소환된 성좌는 시스템의 방벽이 둘러져, 본래의 힘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소환된 신이 함부로 힘을 발현할 수도 없고 외부에서 영향을 받을 수도 없었다.

스킬의 지속 시간인 24시간 동안 유지되는 시스템의 조치였다.

오직 자신의 성좌와 시간을 보내고 친목을 다지기 위해 사용해라.

시스템의 의도는 이렇게 느껴졌다.

세 명의 신관 모두가 200레벨을 넘어서고 ‘성좌 강림’을 확인하자.

“지금 사용하면 됩니까?”

라진이 스킬을 준비하며 처용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직, 아직 기다린다.”

처용이 지금은 아니라는 듯, 손을 뻗어 저지했다.

동시에 눈을 감고.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보살님.

보살과 소통하며 스킬을 사용해야 할 타이밍을 계산했다.

이윽고 라가 보살의 도움을 받아 ‘태양 일출’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

모든 신민들과 신군들, 성좌들이 무사히 대피했고.

-지금입니다. 계승자.

마지막으로 보살이 천부인에 오시리스를 끌어들여 함께 대피한 순간.

“지금이다. ‘성좌 강림’을 사용해!”

처용이 세 명의 신관에게 지시하듯 강하게 말했다.

“태양의 신관이, 드높은 태양신님을 지상에 부릅니다.”

“죽음의 신관이, 저승문 수호자님을 지상에 부릅니다.”

“풍요의 신관이 풍요를 부르는 여신님을 지상에 부릅니다.”

미리 준비하고 있던 세 명의 신관이 자신들의 성좌가 가진 이명을 언급하며 그들을 불렀다.

-우우웅!

세 명의 신관이 스킬을 사용하자 그들의 앞에 반투명한 게이트가 열렸다.

물결처럼 꿀렁거리던 게이트가 거울처럼 평평해지며 그 안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스스스!

시스템의 보호를 받는 라와 아누비스, 이시스의 뒷모습이 드러났고.

-……시스템?

-시스템이라고? 시스템이 왜!?

그런 대신들을 향해 당황스러움을 드러내는 악신들의 모습이 비추어졌다.

‘성공했군!’

처용은 속으로 쾌재를 내지르며 작은 웃음소리를 흘리고는.

“눈앞에서 목표를 놓친 기분들이 어떠신가? 무능한 머저리들.”

게이트 앞에 서며 당황스러움을 드러내는 악신들을 향해 도발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대로, 넘어오시지요. 저 머저리들은 아무런 방해도 할 수 없습니다.”

태양신, 라를 향해 태룡전으로 넘어오라고 말했다.

[크나큰 은혜를 입었구나.]

-우우웅.

처용의 말에 라와 아누비스, 이시스가 게이트로 넘어왔다.

그 과정에서.

-절대로 놓쳐선 아니 된다!

세트의 경악 어린 외침이 울려 퍼졌고.

-콰콰콰! 콰콰!

-쿠콰콰!

게이트를 향해 악신들의 무수한 공격이 이어졌다.

그러나.

-후우우……!

게이트 너머로는 그 어떤 공격도 닿지 않았다.

라, 아누비스, 이시스가 무사히 태룡전으로 넘어오자.

“어이 바알, 예언자가 이렇게 전해달라던데?”

처용이 게이트 너머에서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노려보는 대악마.

“이번에도 ‘실패’했냐? ‘무능’한 놈.”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 바알을 향해 씨익 미소를 지으며 비꼬는 듯한 목소리로 도발했다.

실패와 무능.

바알을 자극하는 처용의 목소리가 울린 순간.

-콰콰콰콰콰-!!

주변 일대를 확 암전시킬 정도로 강렬한 어둠의 파도가 게이트 밖에서 덮쳐들었다.

바알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작금의 공격으로 그가 상당히 분노했다는 것은 명확했다.

하지만, 바알의 격노가 담긴 공격에도 게이트는 조금 흔들리기만 할 뿐, 멀쩡했다.

그리고.

-도망친 보현과 그 잡것들을 추적한다! 다앙-장!!

옥황상제의 격노 어린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우우웅…….

게이트가 닫혀들며 사라졌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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