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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64화 (564/726)

#564화

태양신의 성역 내부에서 옥황상제가 나타나고 세트가 배신자로 드러났다.

헬리오폴리스의 대신들은 주민들을 보호하고 대피시키기 위해 결계를 유지하는 상황.

직접 나설 수 없는 그들을 대신해, 호루스와 이모우시스 등의 성좌들과 신군들이 검은 별들에게 맞서고 있었다.

검은 별들에게 힘에서 밀리고 있었지만.

-물러서지 말고 맞서라!

-버텨야 한다!

보살의 도움 덕에 간신히 적들을 막아 내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푸욱! 촤아아!

검은 별들에게 맞서던 헬리오폴리스의 성좌들 중 일부가, 갑자기 등을 돌려 같은 편을 공격했다.

“아포피스! 뭐 하는-!?”

그 모습을 본 호루스가 경악을 내지르며 소리친 순간.

-쐐에에!

호루스의 뒤로 날카로운 곡도가 쇄도해왔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호루스가 급하게 몸을 굴러 피했지만.

-촤아아!

왼쪽 등 어깨가 크게 베이며 부상을 입었다.

“세베크…… 네놈들 설마?”

호루스가 재빨리 자세를 고쳐잡고는 자신을 공격한 성좌, 아니.

“네놈들 모두…… 순혈자로구나!”

배신자들을 향해 인상을 거칠게 일그러뜨리며 분노를 표했다.

“가장 위대한 존재를 위해, 낡은 태양은 사라져야 한다.”

헬리오폴리스를 배신하고 본 모습을 드러낸 순혈자.

독사와 인간의 형상이 합쳐진 듯한 모습의 성좌, 아포피스가 호루스를 향해 말했고.

“선택받지 못한 네놈은 스스로를 원망해라. 호루스.”

아포피스와 마찬가지로 순혈자, 악어의 형상을 띈 세베크가 호루스를 향해 창을 겨누며 말을 이었다.

“배신을 고귀하다고 말하는 순혈의 자격 따위-!”

호루스가 아무 망설임 없이 배신을 저지르는 이들을 보며 격한 분노를 드러냈다.

“필요 없다! 이 배신자 새끼들아!!”

-콰화아아아!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하듯, 호루스가 주변에 거대한 붉은 태풍을 일으키며 적들을 밀어내었다.

잠시 적들이 호루스에게서 멀어지며 주춤한 순간.

“물러나야 하오. 열풍의 신.”

-탓. 샥!

호루스의 곁으로 이모우시스가 다가오더니, 그를 잡고 뒤로 크게 물러났다.

갑작스럽게 아군의 뒤를 공격한 배신자들로 인해, 팽팽하던 방어가 확 무너졌다.

라를 보호하기 위해 싸우던 성좌들 중 일부가 소멸하기까지 한 상황.

성좌들과 함께 이 자리에 남아 싸우던 신군들은 절반만이 서 있을 뿐이었다.

호루스와 이모우시스를 중심으로 점점 물러나며 항전하고는 있지만.

-탁.

이제는 바로 뒤에 라가 있을 정도로 벼랑 끝에 몰려 버렸다.

더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

“보현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조리 없애도 좋다.”

보살에게 분노를 담아 공격을 퍼붓던 옥황상제가, 구석에 몰린 이들을 보며 미소를 드러냈고.

“새로운 세상을 위해, 희생해 주셔야겠습니다. 낡은 태양신이시여.”

세트를 포함한, 배신한 성좌들이 라에게 칼끝을 겨누며 말했다.

위기일발의 상황 속.

“아직, 시간이…….”

라가 옥황상제와 배신자들을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직……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

가장 성가신 적이었던 옥황상제를 자비의 대신이 막아주고는 있지만.

“제길……!”

“포기하지 마시오. 열풍의 신.”

호루스와 이모시우스를 포함한, 라를 지키는 이들이 열세에 몰린 상황이었다.

그들마저 모두 쓰러지면, 자비의 대신 혼자 적들을 감당해야 했다.

“자비의 대신은,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

“치명상을 입혀 제압해라.”

배신자들이 신력을 내뿜으며 라와 남은 이들을 향해 넓게 퍼지며 점점 다가왔다.

“거의 다 되었거늘……!”

점점 악화되는 상황 속에, 라가 조급한 모습을 드러내며 읊조렸다.

그때, 그런 라의 읊조림을 들은 성좌 하나.

“……태양을 지키는 첫 번째 문지기로서 최후의 권한을 사용하겠다.”

-탁!

이모우시스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땅을 강하게 찍으며,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을 발동했다.

-쿠구구구!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신력이 이모우시스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이모우시스! 당장 그만두거라!”

그 모습을 본 라가 이모우시스를 향해 소리쳤다.

그녀는 이모우시스가 어떤 권능을 사용하려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명령을 어기는 불충을 용서해주시옵소서, 태양신이시여.”

이모우시스는 태양신의 만류를 듣지 않고 방대하게 뿜어져 나오는 신력을 거두지 않았다.

태양신을 지키는 문지기이기 전에, 그녀를 가장 가까이 보필하던 신격인 이모우시스.

그는 라를 향해 문지기로서 새로 부여받은 자신의 이름이 아닌.

“첫 번째 사도 이모테프. 고귀한 태양의 영원함을 기원하겠나이다.”

한때, 인간들에게 태양신의 위대함을 전파했던, 사도로서의 이름을 읊조리며 말했다.

-화아아!

이모우시스에게서 뿜어져 나온 신력이 태양신의 성역 전체에 퍼져 나갔고 주변 일대에 금빛이 일렁였다.

그러자.

-피이! 피이이!

검은 별들과 배신자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신력이 크게 위축되었다.

이모우시스가 발동한 권능은 ‘중재(仲裁)’의 권능.

헬리오폴리스에서 벌어지는 모든 싸움을 강제로 멈추게 만드는 강력한 권능이었다.

그 대상이 대신이나 주신급 신격이라 해도, 벗어날 수 없었다.

다만, 그 권능을 유지하는 대가는.

“크허……!”

-주르륵.

이모우시스의 생명이었다.

그의 눈과 코, 입, 귀에서 피가 새어 나오며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크나큰 대가를 바쳐 발현하는 권능이니만큼.

“이런 성가신-!”

옥황상제조차 자신을 구속하는 금빛의 기운을 좀처럼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리석은 것, 한때 인간들과 어울리더니 그들처럼 하등해진 것이냐? 이모우시스. 아니 이모테프.”

세트가 제 스스로 생명력을 불태우는 이모우시스를 보며 혀를 찼다.

“그게, 네놈이 고귀한 자로 선택받지 못한 이유다.”

과거, 스스로 지상으로 내려가 인간들에게 신의 지식을 나누어주고 태양신의 위대함을 전파했던 신격.

그 신격이 바로 건축의 신 이모테프였다.

그러나.

“왜 네게 형벌을 내린 태양신을 위해 목숨을 버리려 하는가?”

세트는 이모우시스를 회유하듯 그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그 권능을 거두고 이쪽으로 와라. 그러면 네가 고귀한 자로 선택받을 수도 있다.”

이모우시스 역시 과거의 세트처럼, 과오를 저질렀고 형벌을 받았었으니까.

건축의 신이었던 이모우시스가 성벽의 신명을 추가로 짊어지고 태양신의 성역을 영원히 지키는 문지기가 된 이유였다.

“거절한다. 세트.”

이모우시스가 미소를 드러내며 세트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신의와 은혜를 저버리고 얻은 고귀함 따위, 거저 준다 해도 거부하겠다.”

자신의 형벌은 과오를 저질렀기에 받은 것.

즉,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대가였다.

그럼에도 태양신은 그 잘못을 용서해 주고 이모우시스의 소원까지 이루어 주었다.

그런 은혜를 받았기에.

“그 먼지만도 못한 고귀함을 맹신하는 네놈들을 영원히 모를 것이다.”

지금, 태양신을 구하기 위해.

헬리오폴리스를 구원하기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할 수 있었다.

“어리석고 미련한 놈이.”

세트가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이모우시스를 향해 인상을 일그러뜨렸다.

“낡은 태양은, 오늘부로 사라진다. 네놈은 헛된 소멸을 맞는 것이다.”

“두고 보면…… 알겠지.”

조롱하는 세트의 말에 이모우시스가 힘겨움 숨을 몰아쉬며 답하고는.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대신들이시여.”

고개를 돌려, 라를 포함한 헬리오폴리스의 대신들을 바라봤다.

마지막 염원을 말하는 듯한 그의 눈빛에.

“내가 괜히 그 아이를 내 신관으로 삼은 것이 아니다.”

헬리오폴리스 저승의 신이자, 죽음을 관장하는 대신.

아누비스가 이모우시스의 눈빛에 대답하듯 말했다.

과거 지상으로 내려가 인간들과 신들 사이에서 소통의 역할을 맡았던 제사장 이모테프.

태양신을 위해 헌신하던 그가 저지른 단 하나의 잘못은 다름 아닌.

그가 사랑하던 단 한 명의 인간을 죽음으로부터 되돌린 것이었다.

우주의 인과율, 삶과 죽음의 법칙을 무시하고 자신이 사랑했던 인간을 불사로 되살리려 했다.

신과 인간이 맺어지기 위해, 인간을 사랑한 신은 그 인간을 신처럼 만들려 한 것이었다.

삶과 죽음의 순환을 가장 중요시하는 태양신교에서 제사장이 그 교리를 거스르려 한 상황.

신이라 해도, 중죄(重罪)를 면할 수 없었다.

모두가 이모테프의 형벌과 감히 신의 사랑을 받은 인간의 영혼을 소멸시킬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모테프는 스스로의 잘못을 시인하고 모든 죄를 감당하는 대가로.

-어떤 형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부디…….

단 하나의 자비를 원했다.

태양신은 스스로의 과오를 인정하는 이모테프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본래, 신의 과분한 사랑을 받은 대가로 소멸의 위기에 처했던 영혼.

그 영혼은 다시 삶과 죽음의 순환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저승의 순환을 거친 그 영혼은 다시 태어나 죽음의 신, 아누비스를 모시는 신관이 되었다.

“안케세나…….”

이모우시스는 과거 자신이 사랑했던 인간의 이름을 읊조리고는.

“태양신이시여, 이것으로…… 제 남은 죄업을 속죄하겠나이다.”

라를 향해, 과거의 잘못을 진심으로 속죄하고 있다는 듯,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자신이 희생하는 것으로, 남은 영겁의 형벌을 대신해도 되겠냐는 것.

그런 부탁 어린 이모우시스의 목소리에.

“……미안하다.”

라는 자신을 탓하듯,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태양의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이모우시스는 그런 라의 말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말을 전하고는.

-툭.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그럼에도.

-우우웅!

이모우시스가 펼친 최후의 권능, 중재가 황금빛을 내뿜으며 마지막 힘을 발휘했다.

-파사사……!

이윽고 무릎을 꿇은 이모우시스가 금빛 모래로 흩어지며 소멸해 가자.

-스스스.

성역 내의 모든 싸움을 중재하던 황금빛이 점차 사그라졌다.

“하등한 신격 따위가! 감히 짐의 발걸음을 막다니!”

-쿠르릉! 파사사삭……!

옥황상제가 천벌을 거칠게 내뿜고는 주변에 일렁이는 황금빛을 단번에 걷어내며 소리쳤다.

동시에.

-콰콰쾅!!

“방해가 있었군.”

바알이 태양의 성역에 펼쳐진 결계를 부수며 나타났다.

그 뒤로 대악마, 악마들이 불길한 마기를 넘실넘실 내뿜으며 걸어 나왔다.

배신자들에게 전력으로 밀리는 와중에, 악마들까지 결계를 뚫고 침입한 상황.

한마디로 최악이자,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결국, 네놈은 헛되이 희생되었구나.”

-후욱! 파사삭-!

세트가 금빛 모래로 흩어지며 사그라지는 이모우시스를 향해 칼날을 휘두르며 말했다.

그러자 소멸해가던 이모우시스의 잔해가 단번에 흩어지며 완전히 사그라졌다.

라가 그 모습을 보며 표정을 굳히고는 소리 없는 분노를 드러냈다.

그리고.

“헛된 희생이 아니니라.”

굳은 목소리로 이모우시스의 희생이 절대로 헛되지 않았음을 알렸다.

“네 염원은…… 태양의 신명을 걸고 내가 지켜 주리라.”

-스르륵. 탓.

라가 바람에 실려 흩어지는 금빛 모래.

이모우시스의 잔해 한 줌을 손으로 쥐며 읊조린 순간.

-피이이!

라를 포함한 헬리오폴리스의 대신들을 중심으로 밝은 태양 빛이 퍼져 나갔다.

대신급 성좌들에게서 뻗어 나간 태양 빛이 가장 먼저 보살과 호루스를 감쌌고.

-후우! 후우욱! 후욱!

그 주변에 살아남은 이들마저 감싸기 시작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 넓게 뻗어 나가.

-후욱! 화아아!

아직 악마들을 피해 도망치지 못한 헬리오폴리스의 주민들과 신군들, 성좌들을 감쌌다.

이윽고 태양 빛에 휩싸인 모든 이들이.

-사라라락-.

다른 장소로 이동되듯, 하나둘 사라져갔다.

“일출(日出)을 사용했다고!?”

그 모습을 본 세트가 경악을 드러냈다.

태양 일출은 헬리오폴리스에 위기가 닥쳤을 때, 사용하는 권능.

대신급 성좌들이 힘을 합쳐 헬리오폴리스의 주민들을 강제로 다른 장소에 보내는 권능이었다.

다만, 이 권능을 발현하려면.

“달의 서가 내 손에 있는 이상, 쓸 수 없을 텐데!”

태양의 서와 달의 서를 함께 사용해야만 했다.

달의 서는 지금 세트의 손에 쥐어져 지배되는 상황.

애초에 달의 서를 빼앗아 쥔 이유가, 일출의 사용을 막기 위해.

헬리오폴리스 내에 거주하는 이들의 ‘도주’를 막고 그들을 학살하기 위해서였다.

세트가 주변에 퍼진 태양 빛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리자.

“달의 서를 대체할 신물이 있으니까요.”

태양 빛에 휩싸인 보살이 두 손을 펼치며 입을 열었다.

-키이잉!

무언가를 받치듯 펼친 보살의 손 위로 무언가가 부유하며 나타났다.

배구공 크기의 청동 원판을 중심으로 천천히 회전하는 여덟 개의 작은 구체.

-띠링. 띠링.

그 구체 안에서, 청명하고 맑은 방울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천부인? 청동 방울이라고!? 그럴 리가 없다!”

옥황상제가 보살의 손 위에 나타난 신물을 보며 경악을 드러냈다.

천찰의 대신, 환인의 신물인 천부인(天符印).

천부인은 청동 거울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청동검, 청동 거울, 청동 방울, 전부 총 세 개였다.

옥황상제는 천찰의 대신을 살해할 때, 청동 거울을 제외한 남은 신물을 모조리 파괴했었다.

분명 자신의 손으로 직접 파괴했었던 신물이 다시 나타난 상황.

-따랑. 따라랑. 스스스-.

그 청동 방울이 맑은 소리를 내며 라의 손 위에 있는 태양의 서로 기운을 보내고 있었다.

옥황상제가 당황스러움을 드러낼 때.

“다른 신물로 달의 서를 대체했기에, 일출이 불완전하게 발동되었군.”

짐짓 당황하던 세트가 다시 침착함을 되찾으며 말했다.

“어차피, 태양신은 이 자리에서 소멸할 것이오.”

이 자리에서 라가 반드시 소멸한다고 단언하는 세트의 말.

그 증거로.

-화아아! 화아!

다른 장소로 강제 이동시키는 일출의 권능.

밝은 태양 빛이 라를 포함한 대신들에게는 닿지 않고 있었다.

불완전하게 발동된 탓에, 시전자인 라와 대신들은 그 대상에서 제외된 듯 보였다.

“참 눈물겨운 희생입니다. 태양신이시여.”

세트가 라를 향해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헬리오폴리스의 주민들을 살리기 위해, 대신급 성좌들이 희생한 듯 보였으니까.

대신급 성좌와 성운의 주신이 지닌 가치를 생각하면, 그래선 아니 되었다.

오히려 다른 모든 이들을 희생시키더라도, 주신과 대신급 성좌들이 살아가는 게 이득이었다.

세트는 그런 간단한 계산조차 하지 못한 라를 비웃은 것.

그때.

“천부인이여, 오시리스를 담아내라.”

보살이 태양 빛에 사라지기 직전, 오시리스의 손을 잡으며 천부인의 권능을 발동했다.

“무슨-?”

당황한 오시리스가 차마 말을 더 잇기도 전에.

-파아아!

천부인에서 흘러나온 신력이 오시리스를 감싸 그를 빨아들였다.

오시리스가 천부인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태양신.”

-화아아!

태양 빛에 휩싸인 보살이 오시리스를 담은 천부인과 함께 사라졌다.

이윽고.

-파아아……!

헬리오폴리스를 밝히던 태양 빛이 사그라졌고 라와 아누비스, 이시스만이 그 자리에 남았다.

그들은 결국 탈출하지 못한 듯 보였다.

-척. 처척.

악마들과 배신한 성좌들이, 라, 아누비스, 이시스를 포위했다.

아무리 대신급 신격이라고 해도, 바알을 포함한 수많은 악마들과 배신자들을 상대로 이길 순 없었다.

“낡은 태양이, 저물 때가 되었도다.”

-스릉.

세트가 라를 향해 칼끝을 겨누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고.

“감히 보현을 빼돌리다니!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죽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 자비의 대신을 눈앞에서 놓친 옥황상제가 분노하듯 소리쳤다.

“일출로 사라진 이들은 헬리오폴리스 신계 외곽에 나타났을 것이오.”

“이런 상황을 대비해 외부에도 병력을 주둔시켜 놨으니, 곧 추적할 수 있을 것이오.”

그 말에 세트와 같은 순혈자, 아포피스와 세베크가 아무 문제 없다는 듯, 말을 이었다.

태양신이 빠져나갈 것을 대비해 헬리오폴리스 외부에도 검은 별과 순혈자들이 대기해 있었다.

이곳에서 세 명의 대신들을 확실하게 처리하고 그들을 추적하면, 곧 잡을 수 있었다.

그때.

“그대는 이번에도 실패했다. 천황, 아니 천견.”

라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옥황상제를 도발하듯 말했다.

절체절명의 상황 속에서 보이는 미소.

“네년이 드디어 실성했-.”

그런 라의 태도와 미소에 옥황상제가 헛웃음을 지으려는 순간.

-우우웅!

라와 아누비스, 이시스의 뒤로 공간이 갈라지며 게이트가 생성되었다.

“-뭐?”

그 모습을 본 옥황상제가 눈을 크게 뜨며 의문을 내뱉었다.

다른 이들 역시 눈을 크게 뜨며 순간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태양신은 일출까지 사용한 이상, 이곳에서 더 빠져나갈 수단이 없었으니까.

“태양신을 죽여라!”

-우웅! 콰화아아!

더 생각하기를 그만둔 세트가 라를 향해 검은 바람을 쏘아 보내며 소리쳤다.

어떻게 라의 뒤로 게이트가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태양신이 도망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

-우웅! 콰콰!

-푸화아아!

다른 악신들 역시 세트를 따라 태양신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 순간.

-우우웅.

게이트에서 무형의 기운이 흘러나와 라와 아누비스, 이시스를 보호하듯 감쌌고.

-파사사사……!

주변에서 무수히 쏟아지던 강렬한 공격들이, 그 무형의 보호막에 닿자 가루처럼 사그라졌다.

“무슨!”

“저게 뭐냐!?”

세트를 포함한 순혈자들이 경악과 당황스러움을 드러냈고.

“……이건.”

바알은 눈앞에 일렁이는 무형의 기운이 무엇인지 짐작한 듯, 속으로 경악을 감추며 읊조렸다.

그리고.

[네놈들은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았더냐?]

장막의 보호를 받은 라의 입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약간의 에코가 담긴 듯, 끝이 아주 살짝 메아리치며 울리는 목소리.

작은 변화가 생긴 라의 목소리가 울리자.

“……시스템?”

“시스템이라고? 시스템이 왜!?”

세트를 포함한 순혈자들이 경악을 내질렀고.

“……이해할 수가 없다.”

-까가가각!

바알이 마기가 일렁이는 손톱으로 무형의 장막을 긁어 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읊조렸다.

판데모니움을 빠져나갈 수 없는 감옥처럼 고립시키는 기운.

눈앞에서 라와 대신들을 보호하는 기운은 바로 시스템의 장막이었다.

그때.

“흐흐흐…….”

라의 뒤에 나타난 게이트 속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눈앞에서 목표를 놓친 기분들이 어떠신가? 무능한 머저리들.”

-탁.

게이트 안쪽에서 처용이 미소를 지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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