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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60화 (560/726)

#560화

-우우웅.

아라한 왕국의 게이트웨이를 탄 처용이 나타난 곳은 에스라 대륙의 남쪽 중앙.

바로, 올림포스 길드가 자리를 잡은 주둔지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남쪽 중앙에 자리한 나라.

아라한 왕국에 협력하며 길드를 받아들인 남쪽의 나라, 슈르메 왕국의 대도시였다.

“별다른 마찰은 없는 것 같네.”

처용이 슈르메 왕국의 도시를 쭉 둘러보며 읊조렸다.

일상생활을 하는 슈르메 왕국민들 사이로 보이는 길드 소속의 헌터들이 눈에 보였다.

일부 헌터는 성벽에 서서 병사들과 함께 경계를 서고 있었고 또 일부는 용병처럼 자잘한 일들을 돕는 듯 보였다.

딱히, 왕국민들과 헌터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나거나 문제가 보이지는 않았다.

“길드 헌터들이 여러 자잘한 민원 해결도 돕고 있어서, 이미지는 나쁘지 않아.”

처용과 함께 게이트웨이를 타고 온 메리가 처용의 읊조림에 답하듯 말했다.

헌터들은 모두 다양한 능력을 각성한 이들.

모두 일반인들에 비해 몇 배의 힘을 낼 수 있거나, 마법과 스킬을 통해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의 능력은 아스터 교단이 보낸 검은 괴물들과 싸우는 것 외에도 빛을 발할 곳이 많았다.

게다가 헌터들은 위기에 처한 왕국과 왕국민을 돕기 위해 싸워준 이들.

왕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들을 반기면 반겼지, 배척할 이유는 크게 없었다.

그로 인해.

-도시에 신의 신전이 세워지는 것은 오히려 환영하는 바입니다.

아라한 왕국과 협력하는 모든 나라들은, 길드의 신전과 거점이 국내에 세워지는 것도 허가했다.

지금 처용과 제시카, 메리가 가고 있는 장소.

올림포스의 신전이 빠르게 세워진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신전이 세워진 영향으로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이 나라 왕국민들 중에, 각성자가 나타났어.”

메리가 처용을 향해 말을 이었다.

신전이 개설되자, 이 나라의 국민들 중 극히 일부가.

-……이게, 뭐야?

-이상한 게 보이는데?

신의 가호를 받고 시스템과 연결되어 각성자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대충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예상하긴 했는데…… 직접 들으니 놀랍긴 하네.”

처용이 마치 예상했다는 듯,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회귀 전에도 있었던 일이었기에, 처용에게는 크게 놀랍지는 않은 일이었다.

딱히 문제가 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좋은 상황이었다.

일반 왕국민이라면 모르겠지만, 기사와 병사들 중에는 마나와 육체를 수련한 이들도 있었다.

이미 전쟁에서 전력이 될 만한 이들이 각성까지 하여 시스템의 능력을 얻는다?

이는 보유한 전력의 증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걸 예상했다는 게 더 놀라운데?”

메리는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처용의 말에 놀라움을 표하고는.

“신의 힘을 받았다며, 성기사처럼 신전에 강제로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소동이 있긴 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소한 문제들을 설명하며 말을 이었다.

시스템과 연결되어 각성을 한 소수의 에스라 대륙인들.

그런 이들 중에는 각 왕국에 소속된 기사와 병사, 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들은 고향과 왕국을 떠나 외신의 세력에 복속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내비쳤었다.

물론.

“지구의 정책을 이곳에 적용해서 유연하게 해결했지.”

이는 각 길드들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으로 완만하게 해결되었다.

“신관이 아닌 이상, 일반 각성자들은 꼭 길드에 들 필요는 없지.”

처용이 메리의 말에 대답하듯 말했다.

각성을 했다 해서, 해당 성좌가 소속된 길드에 반드시 들어야 하는 법은 없었다.

선택은 본인의 몫이자 자유였다.

“길드원들이 새로 각성한 사람들에게 시스템의 조작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대가로 이 세계의 마나 수련법과 전투기술을 받았고.”

제시카가 새롭게 각성한 이들이 헌터들에게 도움을 받는 중이라 말했고.

메리가 그 대가로 이 세계의 수련법을 공유받았다며 말을 이었다.

“좋은 현상이네.”

처용은 작금의 상황을 좋게 평가하듯 말했다.

각기 다른 문명을 살아온 타 세계인들끼리의 지식 공유.

큰 마찰과 혼란 없이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며 이로운 영향을 받는 것이었다.

회귀 전, 에스라 대륙인들과 지구인들이 서로가 마찰을 일으키던 상황보다는 확연히 좋은 상황이었다.

도시의 분위기를 살피며 앞으로 쭉 나아가자.

-탁.

도시 중심부에 세워진 거대한 그리스 양식의 건축물.

이곳에 세워진 올림포스 신전이 눈에 들어왔다.

신전을 지키는 헌터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척.

제시카와 처용을 가로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내부에 들어서자, 천장을 받치는 기둥과 중앙의 화로가 보이는 공동이 드러났다.

벽에 올림포스를 상징하는 벽화가 새겨진 것 외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는 모습.

신의 신전이라기엔, 크게 화려함은 없고 넓은 공터 같은 느낌이었다.

“으음…… 아직 내부 완공을 다 안 한 건가?”

처용이 신전 내부를 둘러보며 말하자.

“전쟁 중이고 신전의 기능에만 문제가 없다면 이대로 써도 상관없다고 하셨습니다.”

제시카가 처용의 말에 답하듯 말했다.

본래 신전이란, 신들의 조각상과 수많은 공물이 쌓인 장소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인간들에게 신의 위엄을 과시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테나는 굳이 필요하지 않은 일에, 과한 투자를 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지금은 다른 세계, 다른 성운과 전쟁 중인 상황.

우주의 명운이 걸린 전쟁이 진행 중이었다.

때문에, 무의미한 지출보다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부분만을 추구하는 것이었다.

“아테나 님답군요.”

제시카의 말에 처용이 작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서로 이야기를 하던 와중.

-저벅.

세 사람이 신전의 중앙 화로 앞에 도달했다.

겉에 푸른 기운이 일렁이는 붉은 화염이 타오르고 있는 화로.

-화륵. 화르륵!

화로 위로 타오르는 화염이 크게 일렁이더니.

-스스스.

화염 위로 아테나의 형상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빨리 왔구나.]

신전 중앙의 화로 위로 나타난 아테나의 분신에게서 반가움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울리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테나 님이 불렀으니까요.”

처용이 작은 미소를 담아 답했다.

그 말에 아테나가 마주 미소를 보이고는.

[바로 가지.]

-화아아!

주변 일대를 신력으로 휘감기 시작했다.

다소 어둠이 깔려 있던 신전 내부가 환한 빛으로 차올랐고.

-파아!

처용과 제시카, 메리가 신력에 휘감기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화아아!

눈앞을 가리던 신력이 사라지며 새로운 환경이 드러나자.

“여긴?”

처용이 주변을 둘러보며 의문을 표했다.

보통, 아테나가 처용을 부르면, 올림포스의 성역이 아닌, 그녀의 개인적인 공간으로 초대한다.

하지만, 지금 이 장소는 아테나의 개인적인 공간도, 올림포스의 중앙 성역도 아니었다.

푸른 화로가 타오르며 주변을 밝히는 다소 어두운 장소.

잿빛으로 이루어진 공동 속에 흑색으로 이루어진 가구들이 나열된 공간.

전체적으로 검고 어둡게 디자인된 신의 신전 같은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악신의 신전이라기엔, 사악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처용은 주변을 한번 쓱 둘러보고는.

‘……올림포스 저승의 성역인가?’

이곳이 어디인지 알아챘다는 듯, 속으로 읊조렸다.

검은 분위기의 신전을 밝히는 푸른 횃불.

이 불은 저승의 관리인들이 길을 밝히기 위해 사용하거나 영혼을 인도하기 위해 쓰는 푸른 화염이었다.

회귀 전, 지옥과 저승을 한 번 오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름 잘 알고 있었다.

처용이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제시카와 메리가 낯선 환경을 관찰할 때.

-스르륵.

일행들의 눈앞에 원형의 검은 테이블이 신기루처럼 나타났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다.]

테이블에 홀로 앉아 있는 검은 그리스식 드레스를 입은 여인, 아니 여신.

짙은 갈색의 긴 웨이브 머리에 중간중간 검은빛이 돋보이는 브릿지.

올림포스 저승의 신, 하데스의 반려이자 저승의 어머니라고도 불리는 신격.

[앉거라.]

저승과 꽃의 여신 페르세포네가 작은 미소를 보이며 일행들을 반기듯 말했다.

이곳에 방문한 세 사람이, 페르세포네의 말마따나 자리에 앉았고.

[분명, 나를 처음 볼 텐데, 내가 누군지 아는 눈치구나.]

페르세포네가 처용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물었다.

그 말에.

“페르세포네 님 아닙니까?”

처용이 정확히 알고 있다는 듯 답했다.

사실, 페르세포네를 직접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나마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저승의 신들이 악의 종주에게 모두 소멸할 때, 같이 소멸했다는 것.

하데스가 소멸할 때, 그녀 역시 소멸했다. 이것이 그나마 아는 사실이었다.

페르세포네는 처용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탁. 타탁.

미리 앞에 준비해 두었던, 둥근 찻잔들을 일행들에게 내밀었다.

반투명한 푸른 꽃잎과 붉은 꽃술이 인상적인 꽃 하나가 떠 있는 꽃차.

꽃에서 우러나온 푸른빛과 붉은빛이 나선을 그리며 찻물에 퍼지는 것이 보였다.

“손님에게, 귀한 걸 내주시는군요.”

차를 잠시 바라본 처용이 페르세포네를 향해 말하자.

[흐음? 이걸 알아볼 줄이야.]

페르세포네가 놀란 듯한 반응을 보였고.

“……이게 뭔데?”

메리가 궁금한 듯, 처용에게 물었다.

그녀의 감정 스킬로도 페르세포네가 건넨 차를 알아볼 수 없었으니까.

옆에 있던 제시카 역시 궁금한 듯한 눈빛을 보였다.

“적청화(赤淸華).”

처용이 찻물 위에 동동 떠다니는 꽃잎을 보며 입을 열었다.

반투명한 푸른 꽃잎과 붉은 꽃술.

붉고 푸른 꽃이 아닌, 붉고 맑은 꽃이라는 의미를 지닌 꽃.

마치 저승의 불을 상징하는 듯한 모습.

“이건, 저승 유리꽃이 아닙니까?”

저승 유리꽃, 또는 지하 유리꽃이라고도 불리는 희귀한 꽃이었다.

지상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저승에서만 볼 수 있는 식물.

아주 맑고 신성한 영혼이 환생할 때 그 기운을 받고 피어난다는, 전설로만 전해지는 꽃.

저승에서도 굉장히 보기 드문 꽃이었다.

-호로록.

차 위에 떠 오른 꽃의 정체를 말한 처용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러자.

[선인의 육체가 농축된 맑은 기운을 흡수, 받아들입니다.]

[모든 스텟이 20 증가합니다.]

모든 스텟이 올랐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지금의 처용은 육체가 상당한 스펙에 오른 상태.

웬만한 영약으로는 이제 스텟을 올리기 힘든 경지에 올랐다.

그런 처용이 무려 20여 개의 스텟이 오를 정도.

적어도 눈앞의 꽃차가 적어도 카투라가 전해 준 레전더리급 영약, 심해의 공청석유와 동급이라는 의미였다.

처용이 차를 음미하자.

-호록.

-호로록.

이를 지켜보던 제시카와 메리 역시 조심스럽게 차를 들이켰다.

그리고.

“흐음!?”

“어…….”

처용과 마찬가지로 눈앞에 떠오른 시스템을 보며 경악과 침음을 흘렸다.

“귀한 걸 대접받았군요. 감사합니다.”

차를 한 모금 더 마신 처용이 페르세포네를 향해 감사를 전했다.

처용은 페르세포네에 대해 잘 몰랐지만, 그녀는 엄연히 선천적 신격이었다.

선천적 신격들은 대부분이 인간을 하찮게 여기는 성향이 있는 이들.

신에 대한 우월감을 기본적으로 지닌 존재들이었다.

아무리 처용에게 호의적인 올림포스 성운의 신격이라 해도, 선천적 신격인 그녀가 한 대접은 과할 정도였다.

[성운을 위해 힘써준 이들이니, 좋은 대접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

페르세포네가 처용의 말에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가식이나 다른 부정적인 분위기는 없는, 말 그대로 순수 호의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명왕과 주신께서는 급하게 들어온 보고를 확인하느라, 조금 늦으신다고 하시더구나.]

어째서 페르세포네 혼자 처용과 제시카, 메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애초에 일행들을 부른 아테나가 왜 자리를 비웠는지를 이야기했다.

그때.

-화아아!

[불러 놓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구나.]

허공이 신력이 모이며 환한 빛을 내뿜더니, 아테나가 나타났다.

뒤이어.

-화아아!

올림포스 저승의 성역 주인, 하데스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테나와 하데스가 페르세포네 옆에 앉았고.

-조르륵. 탓. 탁.

페르세포네가 찻잔에 차를 따라 아테나와 하데스의 앞에 내밀었다.

[……귀한 걸 내주셨구려.]

하데스가 찻잔 위에 떠오른 꽃, 저승 유리꽃을 보며 말하자.

[우릴 위해, 더 나아가 세계를 위해 애써주는 이들이 아닙니까?]

페르세포네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금 전 처용과 제시카, 메리에게 보였던 미소는 온데간데없고 위엄과 진중함만이 남아있는 모습.

[이들을 자상하게 대해주어서 감사하오. 부인.]

[명계의 안주인으로서 본분을 다했을 뿐이랍니다.]

감사를 전하는 하데스의 말에 답하는 페르세포네의 목소리에는 옅은 차가움도 일렁이는 듯 보였다.

‘페르세포네는 본래 데메테르의 딸이자 꽃의 여신, 하데스로 인해 저승의 여신이 된 신격이었지.’

처용은 진지하고 차갑게 변한 페르세포네를 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하지만, 신들의 개인사는 지금 중요하게 생각할 부분이 아니었다.

처용은 페르세포네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고는.

“저승의 신 중 배신자로 의심되는 자를 찾았다고 들었습니다.”

아테나와 하데스를 향해 본론을 이야기했다.

애초에 아테나의 부름을 받고 이곳에 방문한 이유.

저승의 신들 중 악의 종주에게 협력하는 자가 누구인가?

누가 영혼들을 잡아다 악의 종주에게 바쳐 검은 별들을 만들어 내는 데 일조하는가?

그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방금 그것을 다시 확인하고 오는 참이었다.]

본론을 묻는 처용의 질문에 아테나가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처용을 부른 아테나가 하데스와 함께 잠시 자리를 비운 이유.

방금 처용인 언급한 주제, 저승의 신들 중 배신자에 대한 단서를 새로 얻었기 때문이었다.

아테나는 하데스와 함께 그 정보를 확인했고.

[다른 이들 모르게, 연옥의 입구와 지옥의 밑바닥을 수시로 드나든 저승의 신이 있었다.]

저승에서 벌어지는 은밀하고 수상한 정황을 보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굽니까?”

처용이 싸늘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묻자.

[염라(閻羅)다.]

하데스가 처용의 말에 답했다.

저승에서 수상한 정황을 보인 신격의 이름이 언급되자.

“그렇……군요.”

-으드드.

처용이 주먹을 쥐고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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