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7화
열 번이 넘는 죽음을 경험한 제니퍼.
이제 그녀에게 남은 목숨은 단 ‘하나’였다.
마지막 남은, 최후의 더미가 있는 위치는 에스라 대륙 북서쪽에 숨겨진 아르테미스 신전 지하였다.
아르테미스를 상징하는 조각상이 원형으로 나열된 신전 지하 제단.
그 제단 위에 놓인 마지막 더미가 제니퍼의 모습으로 변했다.
마지막 남은 더미를 사용했으므로 이제 남은 목숨은 없는 상황.
여기서 죽으면 그야말로 완전한 죽음이었다.
제니퍼는 마지막 더미로 몸을 일으키는 즉시.
“사, 살려 줘! 제발!”
바닥에 엎드리며 살려 달라고 빌었다.
누군가를 향해 비는 것이 아닌, 허공 속에서 홀로 엎어져 비는 듯한 모습.
“살려 줘…… 살려 달라고……!”
살려 달라는 제니퍼의 말이 아르테미스의 신전 지하 공동에 울렸다.
짙은 공포가 어린 제니퍼의 말이 이어졌지만.
-…….
조금 전처럼 아무런 기척도,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제니퍼가 고개를 숙인 채 눈을 조심스럽게 굴려 주변을 살펴봐도, 보이는 건 없었다.
여신의 신전 지하에는 오롯이 자신뿐.
그러나.
“주, 죽고 싶지 않아. 제발…… 살려 줘…….”
제니퍼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향해 호소하듯, 살려 달라는 말을 이었다.
그렇게 10분, 20분, 시간이 계속 흐름에도.
“……으으.”
제니퍼는 도망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하고 공포에 사로잡혀 주저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처용이 나타나 칼을 휘두를지 모른다.
이번에 목이 잘려 나가면, 다음은 없었다.
남은 더미는 이제 없었고 이번에 죽으면 완전히 끝장이었다.
항상 타인의 목숨을 뺏어 왔던 암살자가 역으로 죽기 직전까지 몰렸다.
언제나 남에게 선사했던 죽음의 공포가 되려 자신을 조여 오자, 그 무게와 두려움이 남달랐다.
이윽고.
“뭐, 뭐든지 하겠어. 제발 살려 줘.”
제니퍼의 입에서, 살려만 준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살고 싶다는 염원이 담긴 말이 계속 이어졌지만.
-…….
신전 내부는 여전히 고요했다.
그럼에도.
“제발…….”
제니퍼는 도망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하고 계속 살려 달라 빌었다.
처용은 이곳에 이미 와 있다.
어딘가에서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열 번이 넘는 죽음을 경험한 제니퍼이기에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게 도망치지 않고 살려달라고 말한 지 30분이 넘어갈 무렵.
-스륵.
아주 희미한 기척 하나가 제니퍼의 귀를 울렸다.
제니퍼는 그 인기척에 절대로 반응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자신의 근처에 나타났는지.
아니, 일부러 기척을 드러냈는지, 굳이 고개를 들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니까.
“사, 살려만 준다면, 무엇이든지 하겠어!”
제니퍼가 고개를 숙인 채 간절함을 담아 소리쳤다.
신전 내에 제니퍼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대답이 바로 들려오지 않았다.
3분 정도의 정적이 이어지고 제니퍼가 눈을 질끈 감은 채,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무엇이든?”
살기가 실린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니퍼는 뒤늦게 들려오는 처용의 대답에 어깨를 떨며 흠칫하고는.
“내, 내가 할 수 있는 뭐든…….”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하겠다고 답했다.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이 벗어날 수 없는 죽음의 늪 속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테니까.
나름 간절함과 각오가 담긴 말이 울리자, 다시 처용의 대답이 끊어졌고 침묵이 이어졌다.
제니퍼는 어떻게든 두려움을 억누르고 초조한 티를 감추며 기다렸다.
처용이 생각을 이으며 고민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 제니퍼의 예상이 옳았는지.
“네가 가진 모든 신성력과 신관의 권한.”
생각을 마친 듯 보이는 처용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 모든 것을 내게 양도해라.”
“……신성력? 신관의…… 권한?”
처용의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제니퍼가 의문을 읊조렸다.
그때.
-스릉.
귀를 긁는 쇳소리가 빠르게 울렸고.
“다, 다 가져! 필요 없어!”
제니퍼가 다급하게 소리치며 대답했다.
대답이 조금만 늦었다면.
-차캉.
목에 닿아 차갑게 느껴지는 날카로운 날붙이가 머리를 날렸을 테니까.
그리고.
“피, 필요 없어! 이제 신관 따위 안 해! 안 한다고!”
뒤늦게 처용이 하고자 한 말을 조금이나마 이해한 제니퍼가 소리치듯 말했다.
처용이 한 말을 모두 이해할 순 없었다.
하지만, 신관의 자격을 버리라는 것쯤은 이해했다.
제니퍼는 그동안 누려 온 아르테미스의 신관 자격을 버리겠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그야.
‘정말…… 정말 도와주지 않을 겁니까?’
아직도 아르테미스를 향해 간절하게 도움을 구걸하고 있지만.
[…….]
아르테미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으니까.
마치, 이 자리에서 그녀가 죽기를 바라는 듯 보였다.
그때.
“아르테미스는 널 도와주지 않을 거다.”
처용이 제니퍼가 아르테미스에게 도움을 구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모든 것을 아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에, 제니퍼의 표정이 굳었다.
개수작이 발각된 이상, 처용은 곧장 칼을 휘둘러 목숨을 거둬갈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제니퍼의 몸이 공포에 잠식되며 점점 떨려올 때.
“다시 묻지, 내 제안을 받아들일 건가?”
놀랍게도 처용이 기회를 주는 듯, 잔잔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말에 제니퍼가 숙인 고개를 움직이지 않고 눈만 요리조리 굴리며 생각했다.
알 수 없는 처용의 의도에 제니퍼가 머릿속으로 거친 생각을 이어갈 때.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살려 주겠다.”
처용의 입에서 기회를 주는 듯한 말이 흘러나왔다.
마치, 그토록 죽여 버리기 위해 노력했던 아르테미스의 신관을.
그동안 성가시게 굴었던 제니퍼를 정말로 살려 줄 듯한 분위기.
처용은 그 말대로 정말 제니퍼를 살릴 생각이었다.
아니, 반드시 살려 두어야만 했다.
그래야.
‘내가 모르는 녀석이 아르테미스의 신관이 될 변수를 막는다.’
또 다른 아르테미스의 신관이 나타나는 변수가 사라질 테니까.
제니퍼를 죽인다 하여 아르테미스가 새로운 신관을 선출하지 말란 법은 없었다.
회귀 전, 악신들의 충실한 끄나풀이 되어 저항군들을 무참히 살해했던 악신의 신관들.
처용은 파멸의 미래를 막기 위해, 그 신관들을 척살하는 데 노력했다.
대표적으로 아레스의 신관인 모건.
모건이 마인으로 변하기 전에 미리 죽여 버리는 것으로, 그가 미래에 저지를 참변을 막아내었다.
그러나 악신들의 신관들을 미리 처치한 결과, 처용이 예상 못 한 변수가 발생했다.
모건보다도 신에 대한 광기가 드높았던, 아스터 교단의 이단심판관, 안테르가 아레스의 신관이 되었다.
또 다른 예시로 본래 신관인 헤리스를 잃은 아폴론.
그는 아스터 교단의 교리를 진리이자 절대적인 정의로 여기는 성기사단장, 아데인을 신관으로 만들었다.
즉, 회귀 전 성가시게 굴었던 악신들의 신관을 처치해 봤자, 그들은 새로운 신관을 선출한다.
보다 악독하고 잔혹하고 신들에게 충성하는 이들이 새로운 신관으로 선출되었다.
새로 선출된 이들을 죽인다 해도, 또 다른 이들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었다.
어차피 악신들에게 있어 신관은 그저 ‘유능한 도구’일 뿐.
도구가 망가지거나 부서지면, 다시 만들거나 구하면 그만이었다.
악신들에게 있어 신관이란, 그런 존재였다.
올림포스의 주신, 아테나와 그녀의 신관인 제시카.
서로를 신뢰하며 믿는 성좌와 신관.
그녀들과 같은 관계성은, 악신들에게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뼛속까지 신에 대한 우월감으로 가득한 ‘순혈자’들이었으니까.
그런 순혈자 중 하나, 아르테미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니퍼는 그런 아르테미스를 오랜 시간 따른 신관이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성좌, 아르테미스의 성향을 모를 리가 없었다.
신관은 그저 ‘유능한 소모품’일 뿐, 언제든 다른 이로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금 전, 아르테미스가 위기에 처한 제니퍼를 도운 이유는 별것 없었다.
그저 제니퍼라는 유능한 도구의 대체품을 구하기가 귀찮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신관을 위기에서 구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혹은 성좌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렇다면, 뼛속까지 순혈자인 아르테미스는 어떻게 나올까?
그에 대한 답은 안 봐도 뻔했다.
‘사냥의 여신이…… 내 죽음을 바라고 있다.’
제니퍼는 어째서 아르테미스가 자신의 간절한 구원 요청에 답하지 않는지 깨달았다.
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도구는 버린다.
쓸데없이 적에게 가진 정보를 유출하지 말고 얌전히 죽어라.
신관이면 신을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희생해라.
이것이 아르테미스의 의도이자 생각이었다.
제니퍼는 아르테미스가 자신을 구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자.
“사, 살려만 준다면, 무, 무엇이든지 하, 하겠어.”
처용의 요구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 없어도, 그에 따르기로 결심했다.
그러자.
-쿠구구구!
신전 지하 공동에 지진이 들이닥친 듯, 거세게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히 신관이 신을 배반하게 만들다니!]
-화아아아!
아르테미스의 화신체가 신전에 강림하며 분노를 내질렀다.
[이 변종이! 내 신관에게 개수작을-!]
처용을 향해 강렬한 분노를 내지른 아르테미스가 활을 치켜들고는.
[죽여 주마!]
-우웅! 피이이!
세 개의 화살을 쏘아 보냈다.
아르테미스는 충실한 신관이 신을 배반하도록 유도한 처용에게 분노한 듯 보였다.
그러나.
“내 그럴 줄 알았다.”
처용은 아르테미스가 쏘아낸 화살을 보며 차가운 조소를 흘렸다.
아르테미스의 분노는 오롯이 처용에게만 향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처용은 그런 아르테미스의 태도가 거짓이라는 것을 바로 간파했다.
그 이유는 지금 쏘아낸 아르테미스의 화살에 있었다.
-피이이! 피이!
두 개의 화살은 처용의 머리와 심장을 노리고 쇄도했지만.
-피이이!
나머지 하나는 바닥에 엎드린 제니퍼의 머리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앞서 처용에게 발사한 두 화살보다도 강렬한 에너지가 휘감겨 있었다.
신전에 강림한 아르테미스가 의도를 감추고 쏘아낸 세 번째 화살.
“어?”
제니퍼는 뒤늦게 위기를 직감하며 고개를 들어 의문을 내뱉었다.
그때, 처용이 날아드는 세 개의 화살을 정확히 응시하고는.
-샥.
가장 먼저, 고개를 가볍게 왼쪽으로 젖혀 첫 번째 화살을 피했다.
뒤이어 날아드는 두 번째 화살, 심장은 노리는 화살은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팅! 까강!
심장 부근에는 태초의 주괴로 만들어진 강편이 있었으니까.
처용은 두 개의 화살을 회피하고 막아냄과 동시에.
-스릉. 차캉!
고개를 든 제니퍼의 앞으로 강기를 두른 역천의 절을 세워 위로 올려 베었다.
그러자.
-까가강!
제니퍼의 미간을 향해 날아드는 아르테미스의 화살이, 역천의 절의 칼날에 튕겨 나갔다.
“지, 진짜로…… 나를?”
자신의 성좌가 쏜 화살에 미간이 뚫려 죽을 뻔한 제니퍼가 멍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개수작은 잘 봤다. 아르테미스.”
그런 제니퍼의 반응을 본 처용이 작은 미소를 흘리며 아르테미스를 향해 도발하듯 말했다.
[……달빛의 심판.]
-위이잉!
아르테미스는 그런 처용의 도발에 응하지 않고, 활시위를 당겨 달빛의 신력을 끌어모았다.
-피비비비빗!!
달빛의 신력으로 이루어진 수십 발의 화살이 처용을 향해 끊임없이 쏘아져 나갔다.
처용의 옆에 엎어져 있는 제니퍼의 생사는 중요하지 않다는 듯 보이는 공격.
아니, 오히려 제니퍼 쪽으로 더 많은 화살이 향하고 있었다.
“항마의 화신.”
-우우웅!
처용은 즉각 항마의 화신을 소환했고.
“반탄신장!”
항마의 화신이 처용의 의지에 따라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티티팅! 티팅!
아르테미스가 쏘아낸 화살이 항마의 화신을 뚫지 못하고 저지되었다.
처용은 항마의 화신에게 방어를 맡기고는.
“내 제안을 받아들이면, 멸천의 신명을 걸고 나는 널 죽이지 않겠다.”
제니퍼를 향해 신력이 일렁이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신명이 언급되는 처용의 목소리가 울리자.
-우우웅!
짙은 신력이 처용에게서 흘러나와 제니퍼에게로 향했다.
제니퍼는 자신에게 넘실넘실 향해 오는 처용의 신력을 보며 두려움에 떨었다.
하지만.
‘세, 세계 헌터 회의에서 본인이 직접 언급한 신명, 이건 진짜다!’
처용이 스스로 말한 신명이 진짜 그의 신명임을 깨닫고는.
“시, 신관의 자격! 권한! 신성력! 다 필요 없어! 전부 가져!”
처용이 제안한 거래를 받아들였다.
제니퍼가 처용의 거래를 받아들이자.
“거래는 성사되었다.”
처용이 제 신을 배신한 신관을 내려다보며, 기대감 어린 미소를 흘렸다.
마치, 이 순간만을 노려 왔다는 듯한 모습.
-우우웅!
멸천의 권능이 담긴 처용의 신력이 제니퍼를 감쌌고.
-푸화아아아!
제니퍼에게서 은빛의 신성력을 거칠게 뽑아냈다.
강제로 뽑혀 나온 은빛의 신성력이 반항하듯 날뛰었지만.
“진압해라. 역천.”
처용의 신력이 은빛의 신성력을 감싸고 강하게 압박하자, 그대로 진압되었다.
이윽고.
-스르르륵!
처용의 신력에 진압된 제니퍼의 신성력이 처용에게 모두 흡수되었다.
“으…… 으어억.”
-툭.
제니퍼가 힘이 완전히 빠진 듯, 옆으로 쓰러지며 침음을 흘렸다.
동시에.
“하하…… 하하하!”
처용이 손아귀를 강하게 쥐어 보이며 기쁨 어린 웃음을 내뱉었다.
지금 처용의 손에는.
-우우우웅!
제니퍼가 지녔던 신성력, 아르테미스가 제니퍼에게 하사한 달빛의 신성력이 일렁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신성력 안에 내재된 신관의 권한.
[달빛과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의 신관 권한을 계승합니다.]
[팔괘축기에 저장된 ‘달빛과 사냥의 신성력’이 완전해집니다.]
그 권한이 자신의 손아귀에 들어왔음을 확인했기에, 기쁨의 미소를 흘린 것이었다.
[무슨 짓을 한 거냐!]
아르테미스가 무언가 좋지 않은 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을 깨닫고는 경악과 분노를 내질렀다.
“흐흐흐.”
처용은 그런 아르테미스를 향해 즐겁다는 듯한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너는 이제 앞으로…… 영원히 신관을 만들 수 없다.”
원하는 것을 이룬 처용이 성취감 어린 미소를 담아 말을 이었다.
회귀 전, 가장 상대하기 성가셨던 권능인 아르테미스의 권능.
달그림자 꼭두각시와 사냥 군주의 더미로 인해 눈앞에서 놓쳤던 적만 수두룩했었다.
이 자리에서 제니퍼를 죽인다고 해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새로운 신관이 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그 신관이 제니퍼보다 재능이 좋아 더 성가신 능력을 각성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아르테미스만큼은, 새로운 신관을 선출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것이 처용의 진짜 계획이었다.
“팔괘봉마진 – 영옥(靈獄).”
처용이 쓰러진 제니퍼를 향해 팔괘의 진법을 형성하자.
-우웅. 피이이! 피잉!
제니퍼가 팔괘의 진법에 휩싸였고 이내 작은 상자 안에 갇히며 축소되었다.
“너는 이제 지상에 아무런 영향을 발휘할 수 없다.”
처용이 제니퍼가 갇힌 작은 상자를 쥐며 아르테미스를 향해 도발하듯 말하고는.
“항마의 화신 – 폭렬신장(爆裂神掌).”
-쿠구구! 쿠구!
강렬한 폭발력과 화기를 응축한 손바닥들을 형성했다.
이윽고.
“폭렬삼십이장(爆裂三十二掌)!”
-쐐에에엑! 콰콰콰!
허공 위에 형성된 타오르는 손바닥들이 주변 일대를 마구잡이로 쇄도했다.
아르테미스의 신전 벽에 폭렬신장이 틀어박히며 크게 흔들렸고.
-피이이!
벽에 박힌 신장이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환한 빛을 내뿜었다.
[안 돼!]
-콰아아!
아르테미스는 자신의 신전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방으로 신력을 내뿜었다.
어떻게든 처용의 기술을 막아보려는 셈.
그러나 처용이 항마의 화신으로 발현하는 기술을 막기엔 터무니없이 부족해 보였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내가 네년을 직접 죽여 버리는 일까지.”
-우웅! 스륵.
처용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손가락을 당장이라도 튕길 듯, 엄지와 중지를 맞댄 모습.
이윽고.
“그때, 다시 사냥놀이를 즐겨 보자고.”
-탁!
처용의 마지막 말이 끝남과 동시에, 손가락이 튕겨졌다.
그러자.
-피잉-!!
벽에 틀어박힌 폭렬신장들이 빠르게 금이 가며 빛과 화염이 새어 나왔고.
-쿠구! 쿠콰콰!!
신전 지하가 성대하게 폭발하며 화염에 휩싸였다.
그 화염과 폭발이 지상을 뚫고 나가 하늘 위로 솟구쳐 올랐다.
지상에 세워진, 마지막 아르테미스의 신전.
두 번 다시 지상에 세워지지 않을 아르테미스의 신전이, 완전히 무너졌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