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화
“어, 어떻게?”
현실을 부정하는 듯한 제니퍼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순간.
-피이!
제니퍼의 눈앞에 한 줄기 섬광이 그어졌다.
시선보다도 조금 아래로 그어진 섬광.
그 섬광이 시야를 스치고 지나가자.
-휘릭.
눈에 보이는 처용의 모습이 확 뒤집히며 시야가 거꾸로 돌아갔다.
“무슨……?”
제니퍼가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 바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듯, 의문을 읊조렸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거꾸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듯한 모습.
-후우욱.
이내, 어지럽게 돌아가는 시야가 점점 아래로 향하자.
-툭.
머리를 잃은 채 무릎을 꿇은 자신의 몸통이 눈에 보였다.
이윽고 허공을 부유하는 제니퍼의 시선이 점점 바닥에 가까워졌고.
-빡. 투둑.
머리가 바닥과 충돌하며 고통이 느껴졌다.
바닥에 떨어진 제니퍼의 머리가 의문 어린 눈빛을 보이고는 점점 눈을 감았다.
그런 감겨오는 시야 앞으로.
“크흐흐.”
-후우욱.
처용이 싸늘한 미소를 지은 채 손아귀를 뻗어 오는 모습이 보였다.
처용의 손이 가까워짐과 동시에 시야가 완전히 암전되었고.
“……으허어어억!!”
-후욱!
다른 신전에서 깨어난 제니퍼가 경악 어린 들숨을 거세게 몰아쉬며 상체를 일으켰다.
“허억. 허억…….”
혹시 몰라 미리 준비해 둔 안전장치.
아스터 교단의 신전에 미리 퍼트려 놓은 예비용 더미.
그 더미를 이용해 죽음을 피한 제니퍼가 날뛰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 그…… 그 괴물 새끼가…… 도대체 무슨 수로……?”
제니퍼가 조금씩 진정하려는 듯, 몰아쉬던 숨의 빠르기를 천천히 안정시키며 읊조렸다.
방금, 자신이 본 것이 꿈인가?
눈치채지도 못한 채 자신의 머리가 잘려 나간 것이 꿈인가?
이것은 악몽인가?
아니, 현실이었다.
칼날에 잘려 나가 드러난 목의 절단면 사이로 느껴지던 서늘한 감각.
그 감각이 거짓일 리가 없었다.
-탁.
현실을 인지한 제니퍼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동시에.
“도, 도망…… 도망가야 해.”
힘겹게 입을 열어 떨리는 목소리를 토했다.
처용이 자신의 뒤에 나타나 자신의 목을 날린 건 꿈이 아닌 현실이다.
어떻게, 무슨 수로 이러한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쳐야 하는 건 확실했다.
당장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과 감각을 지배했다.
“아니, 이 세계를 완전히 벗어나야-.”
제니퍼는 단순히 도망가는 것이 아닌, 완전히 이 세계를 벗어나 자취를 감출 생각도 하고 있었다.
집행자처럼 판데모니움, 악마들의 소굴로 향할 생각까지 했다.
그런 어두운 세계가 아니라면, 처용에게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
조금 안정된 제니퍼가 앞으로 한 발 나서며 걸어가려는 때.
“상황 파악은 다 되었나?”
또다시 들려오는, 소름이 끼치도록 차가운 목소리.
처용의 목소리가 제니퍼의 귓가를 울리자.
“아니야…….”
제니퍼가 사색이 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스르륵.
제니퍼의 시선이 닿은, 신전 기둥 뒤의 어두운 그림자 속에서 처용이 귀신처럼 나타났다.
제니퍼는 처용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탓!
본능적으로 자리를 박차 전속력으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면, 끝장이었으니까.
그러나.
-샥. 휘리릭!
날카로운 소리가 제니퍼의 귀를 울렸고 그녀의 시야가 다시 한 번 뒤집혔다.
갑자기 몸이 위로 솟구치는 듯, 시야가 올라감과 동시에, 시선이 아래로 이어졌다.
그 아래에는.
-탓. 탓. 타탓.
머리를 잃었다는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듯, 제니퍼의 몸통이 앞으로 쓰러지듯 달려가고 있었고,
“넌 영원히 도망칠 수 없어.”
역천의 절을 든 처용이, 허공 위로 솟구친 제니퍼의 머리를 노려보며 싸늘한 목소리를 흘렸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스륵.
제니퍼의 눈이 감기며 시야가 암전되었다.
그리고.
“으아아아-아악!!”
-후욱!
또 다른 신전에서 제니퍼가 몸을 일으켰고 거친 비명을 내질렀다.
동시에.
“으악! 으아악! 아악!”
귀신이라도 본 듯, 매서운 괴성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다, 달빛의 인도!”
-우웅!
제니퍼가 이동 스킬을 발동하자, 검은빛이 일렁이는 달빛의 신성력이 그녀의 발을 휘감았고.
-화아악!
달빛이 번쩍이며 제니퍼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제니퍼는 이동 스킬을 한 번만 쓰지 않았다.
-화악! 화악! 화아악!
달빛을 번쩍이며, 조금 전 자신이 일어난 신전에서 전속력으로 벗어났다.
스킬을 연속해서 열 번 정도 사용한 결과, 신전에서 상당히 멀어진 숲에 도달했다.
“허억. 허억. 으허…….”
도망친 제니퍼가 나무에 팔을 대고 고개를 숙인 채 숨을 몰아쉬었다.
“도대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천천히 마음을 진정시킨 제니퍼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달의 여신이시여, 지금 역천군주가-.’
아르테미스를 향해 말을 건넸다.
작금의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기에, 자신의 성좌에게 조언을 구한 것.
그러나 제니퍼가 아르테미스에게 말은 건넨 순간.
[……이런!]
아르테미스가 낭패감 어린 목소리를 흘렸고.
[당장! 그 자리를 벗어나라!]
제니퍼를 향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경고를 담아 소리쳤다.
“네?”
아르테미스의 경고 어린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제니퍼가 의문을 읊조린 순간.
-스릉.
제니퍼의 등 뒤, 목을 향해 차가운 날붙이가 닿은 감각이 느껴졌다.
“도망쳤다고 생각했나?”
목에 느껴지는 차가운 칼날의 감각보다도 시리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제니퍼의 귀를 울렸다.
제니퍼가 굳은 눈빛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내, 차가운 목소리의 주인, 처용을 눈에 담은 순간.
-사각. 후우욱!
다시 한 번 제니퍼의 시야가 뒤집히며, 목을 잃은 제 몸뚱이를 눈에 담았다.
제니퍼의 시야가 다시 암전되고.
“아아악! 아악! 으아악! 아아-!!”
-탓!
신전에서 몸을 일으킨 제니퍼가 날카로운 비명을 흩뿌리며 달려 나갔다.
“누가 신전에서 이딴 소리를-? 외신의 신관님?”
“무슨 일입니까?”
이번에 제니퍼가 몸을 일으킨 신전은 성기사와 사제들이 거주하는 거점 중 하나.
신전 내부를 지키는 사제들과 성기사들이 제니퍼를 향해 인상을 찌푸리며 다가왔다.
“나, 나를 지켜! 침입자다!”
제니퍼가 다가온 사제들과 성기사들을 향해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자.
“여긴 신전 최심부입니다. 허락 받은 자 외에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최근엔, 방문하는 다른 신전의 성기사도 없었습니다.”
성기사와 사제들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평온한 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성기사와 사제들의 모습에, 제니퍼가 답답하다는 듯 인상을 크게 찌푸렸고.
“이런 답답한! 당장 다른 신관들과 성좌님들께-!”
자신에게 처한 위기를 당장 다른 이들에게 전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제니퍼의 명령이 다 끝나기도 전에.
-피이!
귀를 울리는 날카로운 이명이 들리며 얇은 선이 제니퍼의 눈앞에 그어졌다.
그 선이 그어진 방향은 성기사와 사제들의 목 부근.
“어-?”
“눈이 어지럽-.”
성기사와 사제들의 입에서 의문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의문을 다 내뱉지도 못하고.
-촤아아!
제니퍼 주변에 모여든 성기사와 사제들의 목이 일제히 허공으로 솟구쳤다.
-툭. 투둑!
머리가 사라졌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한 성기사와 사제들의 몸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고.
-탁! 타탁! 툭!
솟구친 머리가 땅에 떨어진 순간, 무릎 꿇은 몸뚱이들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바닥에 널브러진 사체 절단면에서 흘러나오는, 찐득하고 뜨거운 피가 바닥을 천천히 적셔 나가자.
“으…… 으으……!”
제니퍼가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으며 사색 어린 표정으로 침음을 흘렸다.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었기에, 그녀가 공포를 드러내는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
숱하게 사람을 죽이고 암살해 온 그녀에겐 죽음 따위는 익숙했으니까.
제니퍼가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난자한 현장이 아니었다.
-지잉.
어둠 속에서 핏빛의 눈동자를 빛내며 씨익 웃고 있는 존재.
저승사자처럼 살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처용이었다.
“사냥감이 된 기분이 어떠신가? 아르테미스의 사냥개.”
-스릉.
핏빛의 저승사자, 처용이 차가운 미소를 담아 말하자.
“도, 도대체…… 무슨…… 수로-.”
-딱. 따닥-.
제니퍼가 입을 가까스로 열고는 떨리는 이를 부딪치며 물었다.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데?”
처용은 그런 제니퍼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사각!
역천의 절을 가볍게 가로로 휘둘렀다.
또다시 제니퍼의 시야가 뒤집히며 눈앞이 검게 암전되었다.
“아악! 아아악!”
-탓!
죽음을 경험하고 다시 몸을 일으킨 제니퍼가 혼비백산하며 뛰었다.
떠오르는 의문과 경악을 모두 내버리고 오로지 살기 위해 땅을 박찼다.
그러나, 제니퍼가 어디로 도망치든.
“이게 고작인가?”
-스릉. 촤아아-!
숨을 고르며 안도하려는 순간 나타나, 머리를 날려 버렸다.
“아악! 으악! 다, 달빛의 인도! 달빛의 쇄도!!”
-후욱! 화아아!
살아나는 대로 있는 힘을 다해 도주도 해 보고.
-스릉! 촤아아!
제 손으로 머리를 베어 자살하고 숨겨진 장소에 구비해 둔 더미로 몸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이번에야말로, 도망친 줄 알았어?”
이 보이지 않는 죽음의 향연 속에서, 도저히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심지어, 처용은 일부로 제니퍼가 안심했을 때를 노리고 나타났다.
제 손아귀 안에서, 있는 힘을 다해 발버둥 치는 사냥감을 가지고 노는 듯한 모습.
사냥감이 무슨 수를 쓰든, 어떻게 도망치든, 그 수단이 막혀 절망감을 드러냈을 때.
-스릉. 촤아악!
사신의 낫처럼 번뜩이는 처용의 칼날이 제니퍼의 머리를 날렸다.
제니퍼의 죽음이 여섯 번 이어졌을 때.
[이 간악한 변종 새끼가 감히!!]
-콰아아!
아르테미스가 제니퍼에게 강림하여 격한 분노를 드러냈다.
유능한 신관인 제니퍼를 살리기 위해, 직접 나선 것이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순식간에 나타나는 처용을 상대로는.
“네년이라고 별 수 있을까?”
-촤아아!
이미 근접한 상태에서 휘둘러 오는 역천의 절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는 멀리서 적을 먼저 포착하고 암살하는 데 특화된 여신.
언제나 어둠과 달빛 속에서 적의 죽음을 이끌고 싸늘하게 미소를 짓던 그녀가.
“사냥감이 된 기분이 어떤가? 사냥의 여신.”
-사각. 촤아아!
역으로 어둠을 타고 나타나는 포식자의 손아귀에 잡혀 벗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이 새끼가-!]
-스릉. 사가각!
아르테미스는 특기인 활을 버리고 달빛이 번득이는 사냥 나이프를 꺼내 대항하려 했지만.
“사냥감의 발버둥이 하찮구나.”
-촤아아!
처용의 무력은, 이제 본신 상태의 성좌도 상대할 수 있을 정도.
신관에게 강림한 아르테미스가 근접전으로 처용을 이길리 만무했다.
결국, 신관에게 강림한 아르테미스조차 처용에게 세 번이나 살해당했다.
제니퍼가 아홉 번째 죽음을 맞이했을 때.
“사, 살려 줘! 제발!”
다시 신전 지하에서 눈을 뜬 제니퍼가 뒤로 나자빠지며 소리쳤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공동 속에서 제니퍼의 살려 달라는 목소리가 울렸다.
살려 달라는 제니퍼의 말이 메아리치며 공동을 울렸음에도.
-…….
주변에 아무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 10초 정도 정적이 이어지자.
“……어, 없-?”
제니퍼가 주변을 조심스럽게 둘러보며 침음을 흘렸다.
드디어, 그토록 두려웠던 저승사자의 추적이 끝난 듯 보였다.
안도의 한숨이 제니퍼의 입에서 흘러나오려는 순간.
“그 말을 벌써 내뱉기에는 아직 이를 텐데?”
-스릉.
제니퍼의 목에 날카로운 칼날이 겨눠지며 처용의 목소리가 울렸다.
죽음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안도를 담아 내쉬려던 한숨이, 다시 제니퍼의 목으로 넘어갔고.
“흑, 흐끅……! 으-.”
그 안도의 한숨이 공포가 가득 서린 딸꾹질로 변질되어 흘러나왔다.
처용은 공포에 사로잡힌 사냥감을 내려다보고는.
“아직, 남았잖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가장 중요한 정보를 이야기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네 목숨이, ‘세 개’나 남았잖아?”
제니퍼가 살아날 수 있는 수단.
즉, 남은 더미의 개수였다.
처용이 제니퍼의 스킬, 더미의 개수를 정확하게 언급하자.
“그걸…… 그걸…… 도대체 무슨 수로-.”
제니퍼가 도저히 알 수 없는 의문과 공포에 사로잡히며 읊조렸다.
그러나 그 말이 다 이어지기도 전에.
“이제 기회는 ‘두 번’ 남았다.”
-촤아악!
처용이 휘두른 칼날에 의해 제니퍼의 머리가 날아가며 말이 끊겼다.
“어디, 필사적으로 도망쳐 봐.”
허공으로 솟구치는 제니퍼의 머리를 향해 나지막하게 울리는 처용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핏.
제니퍼의 눈이 감기며 시야가 암전되었다.
이제 남은 기회는 두 번.
더미를 설치했었던 또 다른 신전 지하.
“…….”
그곳에 돌아온 제니퍼는 눈을 뜨지 않고 가만히, 죽은 듯이 누워있었다.
숨소리조차도 내지 않는, 시체와 같은 모습.
제니퍼는 눈을 뜨는 순간, 다시 처용을 마주할 것 같아 두려웠다.
현실을 필사적으로 피하고 싶은 마음에,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동시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속으로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지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아르테미스에게 간절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
조금 전부터, 아르테미스는 신관인 제니퍼의 말에 응답하지 않고 있었다.
10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거의 한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도.
“…….”
제니퍼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생각을 이으며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
성좌인 아르테미스는 여전히 아무런 답변도 주지 않고 있었다.
제니퍼가 고민에 고민을 이을 때.
‘……드디어 놈에게서 벗어난 건가?’
실낱같은 희망이 작게 솟아나며 마음속으로 읊조렸다.
현실을 도피하는 마음으로, 눈을 뜨지 않고 움직이지 않은 상황.
주변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주 조심스럽게, 은밀하게 눈을 뜨지 않고 주변의 소리와 기척을 다시 살폈다.
-…….
공기가 스치는 바람 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스륵.
제니퍼가 실눈을 뜨고는 조심스럽게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무도 없는 지하 신전 공동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 하아…….”
주변을 샅샅이 확인한 제니퍼가 안도를 내비치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 순간.
-스릉.
제니퍼의 목에 차가운 날붙이가 닿는 감각이 전해졌고.
“이제야, 일어났어?”
그토록 듣고 싶지 않았던 차가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드득.
제니퍼가 딱딱하게 굳은 움직임으로 목을 삐걱삐걱 돌리며 옆을 돌아봤다.
그러자.
“이제-.”
핏빛이 일렁이는 눈동자를 가늘게 휘며 잔혹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저승사자.
“마지막, 하나 남았네?”
처용이 잔혹한 살기를 담아 말하고는.
-사각. 촤아아!
완전히 두려움에 잠식되어 하얗게 질린 제니퍼의 머리를 날려 버렸다.
-툭. 파사사삭……!
머리를 잃은 제니퍼의 몸이 다시 제단 위에 쓰러지며 지푸라기 인형으로 변했고.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르테미스.”
-탓. 우우웅.
처용이 지푸라기로 변한 제니퍼의 몸에 손을 얹어 신력을 흘리며 읊조렸다.
그러자.
-우웅. 화아아!
검은빛이 일렁이는 달빛의 신력이 처용을 감싸기 시작했다.
동시에.
-파사사삭……!
처용의 몸이 지푸라기 인형으로 변하며 사라졌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