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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54화 (554/726)

#554화

마탑의 최상층.

마법사들 중 가장 드높은 권력을 가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소.

그곳은 마탑의 지배자, 제1마탑주 제르멜이 거주하는 개인적인 공간이었다.

온갖 호화스러운 가구들이 배치되어있는 장소.

그러나 지금은.

-콰콰! 콰지지직!

강렬한 폭발이 연속으로 터진 탓에 호화스러운 공간이 처참하게 어질러진 상태였다.

그리고.

“반갑다. 이 버러지 새끼야.”

-스르릉!

마탑의 최상층에 침입하여 폭발을 일으킨 테러범.

처용이 역천의 절을 들어 앞으로 겨누며 살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처용이 겨눈 칼끝이 가리키는 자.

“이런…… 마탑의 방어가 이리도 허술하게 뚫릴 줄이야.”

새하얀 수염과 검버섯이 핀 피부를 지닌 채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노인.

제1마탑주이자 마탑의 지배자, 제르멜이 침음을 흘리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보이는 연약한 모습의 노인.

하지만 연약한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과연, 예상대로 엄청나구나. 마신. 크흐흐…….”

마신이라 불리는 처용과 마주하고 있음에도 탐욕 어린 눈동자를 번들거리고 있었다.

“숨어 있을 줄 알았더니, 나를 기다렸다라?”

처용이 헛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동시에.

-우웅.

왼쪽 손목에 착용된 아티팩트, 마나 레이더를 발동했다.

-지잉.

마나 레이더의 불빛이 정확히 눈앞의 노인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즉, 지금 눈앞에 있는 연약한 노인은 제르멜이 맞다는 뜻.

마나 레이더의 불빛이 노인, 제르멜을 가리킨 순간.

‘검성류 – 낙뢰검.’

-스릉. 파지직!

역천의 절을 쥔 처용이 한 줄기 벼락이 된 듯, 제르멜을 향해 쇄도했고.

-쿠릉! 촤아아-!

벼락을 머금은 검격에 의해 연약한 제르멜의 육체가 타오르고 베어지며 쓰러졌다.

-툭. 투둑.

잘려 나간 제르멜의 머리와 팔다리가 바닥을 구르는 것을 확인한 처용은.

-스릉.

역천을 절을 옆으로 치켜들며 허공을 노려보았다.

적을 처치했음에도, 전투 태세를 거두지 않은 모습.

그 이유는.

-피이.

마나 레이더가 아직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육체가 제르멜의 ‘본체’, 본래의 육체는 맞다. 하지만…….’

처용이 방금 처치한 제르멜.

곧 죽어갈 듯 보이던 노인은 제르멜의 육체가 맞았다.

그러나.

‘이 육체 안에는 서클이 없다.’

제르멜의 본체, 본래의 육체 안에는 대마법사의 서클과 방대한 에너지가 없었다.

살아 있지만, 빈 껍데기나 다름없었다는 것.

그리고 회귀 전, 그 악랄한 광기와 집념, 잔혹성을 보이던 제르멜이 이리 허무하게 처치될 리가 없었다.

게다가 지금 그는 대악마의 신관이 된 상태였다.

“죽은 척 그만하고 이제 나와라 이 새끼야.”

처용이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리듯 말하자.

-크, 크흐흐흐!

-쿠구구!

마탑의 최상층 전체가 크게 울리며 제르멜의 낮은 웃음소리가 울렸다.

-쩌적! 쩌저적!

점점 진동이 거세지며 마탑 최상층 외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쿠구! 쿠콰콰!

마탑 최상층의 외벽 전체가 크게 부서지며 외부의 환경이 드러났다.

동시에.

“크흐하하하!”

-우우웅!

화려한 로브를 입은 긴 검붉은 머리의 남자가 허공을 부유하며 나타나 광소를 내질렀다.

흩날리는 검붉은 머리 사이로 불처럼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눈.

이마 중앙에 박혀 있는 붉은 보석.

-쿠구구!

대마법사의 경지인 7서클보다도 더 높은 경지인 8서클의 마나가 흘러나오는 모습.

겉으로 느껴지는 짙은 마나만 따져도, 드래곤 포스를 개방한 루비아보다도 방대해 보였다.

“드디어 내가 신이 되었다!”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 제르멜이 환희를 드러내며 소리쳤다.

8서클을 넘어, 곧 아무도 도달하지 못한 9서클을 넘볼 것 같은 방대한 마나.

전성기의 젊었을 시절 육체를 초월한 불사의 육신.

게다가 절대적인 존재에게서 내려받은 강력한 힘까지.

다시 태어난 제르멜은 마법의 신이 된 듯한 고양감에 휩싸여 있었다.

처용은 그런 제르멜의 모습을 보고는.

“신은 무슨, 리치의 형태도 벗어나지 못한 반푼이가.”

코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젊었을 시절의 육체를 복제해 강화하고 라이프 베슬을 만들어 리치가 되었군.”

“……내 실험의 비밀을?”

이어지는 처용의 말에 제르멜의 광소가 멈추고 당황을 드러냈다.

언뜻, 마법의 신이 된 듯 보이는 제르멜.

그러나.

“고작 데빌 리치(Devil Lich)밖에 되지 못한 건가?”

처용은 지금의 제르멜이 아직 ‘완벽’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보았다.

회귀 전, 제르멜은 데빌 리치 킹(Devil Lich king)이 되어 대악마에 근접한 존재가 되긴 했었다.

거의 완벽에 가까웠던, 회귀 전에 비하면 지금은 조금 부족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루비아보다도 약해 보이는데.”

완벽에 가까웠던 제르멜 조차도, 대마도사라 불리던 루비아를 이기지 못했다.

처용이 루비아를 들먹이며 도발하듯 말하자.

“네놈도! 저 혼종도! 드래곤도! 모두 내 완벽의 재료로 써 주마!”

-쿠구구!

제르멜이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크게 소리치고는 내재된 마나를 강하게 내뿜었다.

“모두 나오거라! 다시 태어난 마법사들이여!”

마기와 드래곤 포스, 언데드들만이 지닌 죽음의 기운 등, 온갖 기운이 섞인 제르멜의 마나.

그 칙칙하고 이질적인 마나, 데빌 리치의 마나가 파동을 그리며 퍼져 나가자.

-스륵. 스르륵. 스륵.

허공에 작은 게이트들이 생겨나며 무언가가 나타났다.

붉은 문자가 새겨진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수십의 해골들.

-우우웅.

제르멜과 비슷하지만, 보다 약한 기운을 내뿜는 언데드들.

그들은 모두 리치로 변해버린 마탑의 정예 마법사들이었다.

심지어.

“로드, 명령을.”

“하명하십시오.”

언데드가 되었음에도 또렷한 이지가 남아 있는지, 제르멜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명령을 기다렸다.

“모두-!”

제르멜이 자신만의 세력, ‘불사의 군단’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오의 – 단절.”

-차캉!

처용이 역천의 절을 칼집에 집어넣으며 작게 읊조렸다.

-피이이.

공기를 긁는 듯, 날카로운 소리가 귀를 울리고 지나가자.

-키잉!

마탑의 꼭대기 주변으로 원형의 얇은 선이 생겨났다.

그 선이 처용을 포위한 리치들의 허리를 훑으며 그어졌고.

-촤아!

그 결과, 처용을 포위한 리치들의 절반, 가장 앞에 있던 이들의 허리와 머리가 반토막 나며 갈라졌다.

순식간에 리치 군단의 절반이 처치당한 상황이었지만.

“멍청한 놈! 고맙게도 힘을 낭비해 주는구나!”

제르멜은 반으로 갈라지며 무너지는 자신의 부하들을 보고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리치는 어지간해선 소멸하지 않는다.

힘의 근원인 라이프 베슬이 크게 손상되지 않는 한, 죽지 않으니까.

심지어 자신의 실험으로 탄생한 리치들이 지닌 라이프 베슬은 그저 평범한 라이프 베슬이 아니었다.

리치가 된 마법사의 영혼과 마기를 융합하여 만들어 낸, 형체 없는 유령과 같은 라이프 베슬이었다.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파괴할 수 없었다.

“일어나라!”

제르멜이 자신감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나.

-파사사삭……!

처용에게 베인 리치들은 육체가 계속 무너지며 가루가 되었고 다시 복구되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이변을 느낀 제르멜이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타오르는 안광을 내비치며 부하들의 상태를 살피자.

“그, 근원이 단번에 파괴되었다고? 도대체 무슨 수로!”

눈이 커지며 경악을 내질렀다.

리치로 다시 태어난 마탑의 정예 마법사들.

그들의 약점이자 근원이라 할 수 있는 개조된 라이프 베슬.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절대로 파괴할 수 없는 근원.

처용의 검격에 베인 리치들은 그 근원이…… 깨끗하게 파괴되어 있었다.

“이런, 머저리 같은 새끼야.”

처용의 입에서 비웃음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도 날 마신이라고 부르니까. 내 신력이 뭔지 까먹었나 봐?”

“……제길!”

제르멜이 처용의 말에 인상을 거칠게 일그러뜨리며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처용의 말대로 하도 마신이라고 불려서 잊고 있었다.

아니, 그동안 처용이 보여주던 압도적인 무력 때문에, 망각하고 간과했었다.

처용은 대악마를 상대하기 위해 ‘파마의 신력’을 각성한 존재라는 것을.

그 특징은 마(魔)에 속하는 모든 것을 부수고 소멸시키는 힘이었다.

개조된 리치의 라이프 베슬은, 온갖 마의 기운을 담아 개조한 것.

평범한 방법으로 파괴할 수 없지만, 파마의 신력은 평범한 힘이 아니었다.

그저 파마의 힘이 담긴 검격에 베인 것만으로도 그 근원 자체가 완전히 파괴되어 버린다.

“모든 수단을 다 꺼내는 게 좋을 거다. 내 친히, 그 재롱을 감상해 주마.”

처용이 오만한 웃음을 보이며 도발하듯 말하자.

“전부! 내 뜻에 따라 움직여라!!”

-쿠구구!

제르멜이 이를 갈고는 칙칙한 마나를 넓게 퍼트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우웅. 우우웅.

그의 주변으로 수십 개의 크고 작은 게이트가 나타났고.

-스륵. 스르륵.

그 속에서 수십 명의 리치와.

-크라라!

-크르!

어두운 마기를 스멀스멀 내뿜는, 칙칙한 빛의 비늘로 변한 데스 드래곤 다섯 마리가 나타났다.

리치화를 받아들인 모든 마법사들.

데이베른과 같이 바하무트를 배신한 드래곤들.

모두 제르멜이 다루는 전력들이었다.

“네놈이라고 해도! 마탑의 모든 전력을 홀로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우우웅!

모든 전력을 내보인 제르멜이 거친 마나를 내뿜으며 소리치자.

“못할 것 같나?”

-스릉.

처용이 역천의 절을 제르멜에게 겨누며 자신감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근데, 나 혼자 여길 습격한 게 아니란 말이지?”

미소를 지은 처용의 말이 끝난 순간.

“서풍 질주.”

-휘이이이!

거칠게 부는 눈바람을 밟으며 허공을 달리는 남자.

-스르릉. 차캉!

양 옆구리에 채워진 쌍검을 굳게 쥔 진호가 강풍처럼 질주하며 나타났다.

순식간에 쇄도해 온 그가 발걸음을 멈추고 나타난 곳은 다름 아닌.

-휘리릭! 차캉!

제르멜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데스 드래곤의 머리 위였다.

쌍검을 쥔 진호가 허공에서 발도 자세를 잡고는.

“폭풍참 - 섬광!”

-차캉! 촤악!

쌍검을 발도하며 날카롭게 벼려진 강기를 내뿜었다.

진호가 쏘아낸 강기의 칼날이 데스 드래곤의 머리부터 시작해 몸통까지 X자를 그리며 지나갔고.

-촤자자작! 촤작!

단단한 드래곤의 비늘을 크게 갈라 베어 내었다.

-캬아아아!

순식간에 진호의 검격에 당한 데스 드래곤이 괴성을 지르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한 마리의 드래곤이 진호에게 처치당했고 제르멜이 막 인지한 순간.

“파공창!”

-쐐에에엑! 차캉!

거대한 독수리의 등에 탄, 창을 움켜쥔 헌터.

차루스의 등에 탄 정훈이 빠른 속도로 비행하며 또 다른 데스 드래곤의 뒤에 나타나 창을 내질렀다.

-콰아아아!

정훈의 창날에 강렬한 강기가 나선으로 휘몰아쳤다.

파공창은 무신전의 성좌인 창무신의 기술.

정훈은 이전 무신의 시련에 통과한 처용의 부탁 덕에, 창무신에게 시련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창무신이 가진 기술 중 일부를 스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창무신의 창술 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창술인 파공창.

거기에 독수리 조인족인 차루스의 비행 가속까지 더해져 파괴력이 더욱 중첩된 결과.

-콰쾅! 푸화아아아!

정훈의 파공창이 데스 드래곤의 거대한 몸집을 크게 뚫어 내며 지나갔다.

-캬아아아!

순식간에 두 마리의 데스 드래곤이 격추당해 쓰러지고 나서야.

“이런! 방해꾼들을 처치해라!”

뒤늦게 상황을 인지한 제르멜이 명령을 내리며 소리쳤다.

“다크니스 윈드 웹.”

“검은 바람의 감옥.”

-우웅! 우우웅!

리치들이 마기를 내뿜으며 흑마법을 발동했다.

검은 바람이 엮여 만들어진 새까만 그물과 창살이 정훈을 향해 쇄도했다.

다수의 리치가 발현하는 흑마법이 사방에서 몰아치는 상황.

하늘을 나는 독수리에 타고 있는 정훈이라 해도, 이를 전부 피하기란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리치들이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정훈을 태우고 있는 독수리, 정훈의 파트너는 그저 평범한 조인족이 아니라는 것.

-휘리릭! 휙-!

차루스가 날개를 접고 육체에 마나를 휘감아 오른쪽으로 강하게 회전했다.

거친 폭풍 속에서 몰아치는 작은 소용돌이가 된 듯, 차루스가 빠르게 회전하며 쇄도하자.

-촤라라락!

정훈을 구속하려던 어두운 마기의 그물이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동시에.

-휘리릭! 쐐에엑!

쇄도하던 차루스가 부드럽고 신속하게 유턴하며 리치들을 스쳐 쇄도했다.

겉으로는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한 듯 보였지만.

-촤아아! 촤악-!

날카로운 발톱이 리치들의 나약한 육체를 찢어발기고 가슴을 크게 가르며 지나갔다.

순식간에 정훈이 포위망을 돌파하고 리치들을 처치했음에도.

“적은 하나다.”

“불사의 몸을 던져 포위망을 좁혀라.”

다수의 리치들이 모여들며 정훈을 향해 모여들며 마기를 내뿜었다.

적은 고작 하나, 반면에 리치들은 다수였다.

숫자의 이점을 살려 정훈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혼자라…… 과연 그럴까?”

정훈이 그런 리치들의 포위망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리고.

“결전기 – 군용창병, 변형!”

그동안 꾸준히 연마해 온 최강의 기술인 결전기.

“창공의 군무!”

보다 발전한 형태의 결전기를 사용했다.

그러자.

-우우웅. 우웅!

정훈의 양옆으로 마나가 모이며 분신들이 만들어졌다.

본래 그의 결전기 군용창병은 본체와 같은 능력을 지닌 분신은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스륵. 스르륵. 화아!

만들어진 분신들은 정훈만이 아니었다.

바로 본체가 타고 있는 거대한 독수리, 차루스의 모습까지 분신으로 형성되었다.

차루스를 탄 정훈이 총 일곱 명, 도합 열넷의 숫자로 늘어났다.

“군용창병 - 하늘질주!”

-후욱! 쇄에에엑!

일곱으로 늘어난, 차루스를 탄 정훈이 일렬로 나열되었고 그대로 정면을 향해 돌진해 나갔다.

마치, 창공을 유랑하는 전투기들의 합동 군무와 같은 모습.

리치들이 방어 마법을 펼치며 돌진해 나가는 정훈을 저지하려 시도했지만.

-쾅! 파차창! 차창!

허공을 거침없이 질주해 나가는 정훈의 창날에 리치들의 방어 마법이 단번에 꿰뚫렸다.

창날은 리치들의 마법을 부수고 꿰뚫어 나간 것에 그치지 않고.

-파아! 파아아!

리치들의 몸에 구멍을 내며 그들의 육체를 부수고 지나갔다.

-스스스.

정훈에게 당한 리치들이 육체를 복구하며 뒤로 잠시 물러났다.

그들은 라이프 베슬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 이상, 소멸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이제야 훤히 보이는구만?”

-휘리릭!

육체를 복구하려는 리치들의 근처로 진호가 바람처럼 나타났다.

진호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곳은 바로 리치들의 부서진 육체 사이로 보이는 라이프 베슬.

검붉은 연기를 스멀스멀 내뿜고 있는 작은 구슬이었다.

-차캉! 촤자자자작!

강한 의지가 담긴 강기의 칼날이 리치의 라이프 베슬들을 마구잡이로 베며 지나갔고.

-파사사사……!

진호의 강기에 라이프 베슬이 베인 리치들의 육체가 허물어지며 사그라졌다.

정훈과 차루스, 진호, 단 셋이 보이는 무위를 리치들이 당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감히 일족을 희생시켜 이런 몰골로 만들다니!]

[용서할 수 없다!]

-후욱! 우우웅!

대마법사들을 상대하던 일부 드래곤들이 처용을 돕기 위해 가세했고.

“제르멜……!”

루비아 역시 제르멜을 향해 분노를 곱씹으며 나타났다.

“이런…….”

전황이 생각보다 좋지 않게 흘러가자, 제르멜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놈을 확실하게 처치하고 싶으면, 기다려.’

처용이 제르멜을 향해 끓어오르는 살기를 내비치는 루비아에게 전음을 보냈다.

이번 마탑의 습격은 마탑을 완전히 무너뜨리기 위함도 있었지만, 처용이 노리는 바는 따로 있었다.

마탑의 수장인 제르멜은 진짜 목적을 위한 ‘미끼’에 불과했으니까.

처용은 제르멜보다도 더 중요한 이를 이번 기회에 척살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 의도를 철저하게 숨기고 최적의 기회를 노릴 생각이었다.

“이게 고작이라면, 내가 정말 실망할 거야.”

-쿠구구구!

처용의 제르멜을 향해 살기를 담아 차갑게 읊조리고는.

“징벌의 선고.”

-콰아아아!

징벌의 선고를 발동하며 주변 일대를 붉은 신력으로 휘감았다.

붉은 신력이 처용과 제르멜, 그 주변에 있는 일부 리치들을 휘감을 때.

‘이놈을 직접 죽일 기회가 있을 거다. 나를 믿어.’

처용이 징벌의 선고 속으로 사라지기 전, 루비아를 응시하며 전음을 보냈다.

루비아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이이!

마탑의 꼭대기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존재.

제르멜의 꼭두각시로 변한 용기사를 보며 눈빛을 차갑게 빛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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