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548화 (548/726)

#548화

에스라 대륙, 아라한 왕궁의 2층.

-우우웅.

게이트를 타고 아라한 왕국으로 향한 처용이 왕궁의 1층으로 내려가자.

“역시, 곧장 오셨군요.”

왕궁 1층의 넓은 로비 앞에서 아냐사가 처용을 보고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그런 그녀의 앞에는 긴급하게 소집된 듯 보이는 왕실 기사들과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왕국에 이변이 발생했나?”

처용이 아나샤에게 어떤 이변이 일어났는지를 물었다.

이전에는 에스라 성운이 시스템의 장벽을 강제로 부숴 1차 대격변을 일으켰었다.

그것도 아라한 왕국 인근에만 1차 대격변을 일으켰었기에, 왕국에 이변이 있는지를 물은 것이었다.

“이전처럼 왕국 근처에서 이변이 발생하지는 않았습니다.”

아나샤는 이번엔 왕국 근처에서 이변이 일어난 게 아니라고 답하고는.

“이변이 일어난 건, 아스터 제국 같습니다. 지금 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변이 일어난 건 아스터 제국으로 추측된다는 말과 함께 조사 중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런 아나샤의 말이 끝난 순간.

-쾅!

“관측 결과가 나왔습니다!”

닫혀 있던 문 중 하나가 크게 열리며 몇몇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 중 앞에 있는 이는 다름 아닌 멜리제.

함께 온 이들은 모두 왕궁 지하에서 근무하는 이들, 정보를 담당하는 정보 부서의 사람들이었다.

멜리제와 정보 부서의 사람들이 아나샤에게 다가오다가 처용을 보고 흠칫할 때.

“결과를 보고하세요.”

아나샤가 막 들어온 멜리제와 정보 부서의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그 말에 멜리제와 정보 부서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는.

“이변이 발생한 건, 아스터 제국의 동부와 북부 쪽입니다.”

방금, 전해 들은 소식을 이야기했다.

아라한 왕국의 정보 부서로 정보를 전달하는 이들은 모두 암흑가 출신의 마법사들이었다.

그들은 에스라 대륙의 각지로 넓게 퍼져 주기적으로 아라한 왕국에 정보를 보내고 있었다.

작금의 상황처럼, 긴급한 일이 발생한 경우 역시, 곧장 소식을 전달해 준다.

정보 부서 사람들과 멜리제는 그들에게서 받은 정보를 정리해 가져온 것이었다.

“마치,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검은 문’ 같다고 해야 할까요?”

멜리제의 말이 이어졌다.

이변이 발생한 장소는 바로 아스터 제국의 동부와 북부 부근.

그곳에서.

-콰아아!

하늘 높게 솟구치는 검은 기둥 두 개가 나타났다.

나란히 솟구친 검은 기둥 두 개는 마치 여닫이문처럼 벌어졌고.

-우우웅!

그 벌어지는 기둥 사이로 넓고 네모난 게이트가 나타났다.

검은 대지가 드넓게 펼쳐진 모습이 일렁이는 검은 게이트.

게다가.

“그곳에서 검은 괴물들과 검은 병사들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검은 게이트 안에서 비틀거리며 걸어 나오는 새까만 인영들과 검은 괴물들이 있었다.

심지어.

“아스터 교단의 사제들이 그 괴물들을 지휘하는 듯 보였습니다.”

아스터 교단의 사제와 성기사들은 갑자기 나타난 검은 괴물들과 싸우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을 조종하여 어디론가 인도하는 듯 보였다.

“……현장은 녹화했나?”

처용이 멜리제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어 물었다.

“쇼 마인드.”

멜리제가 오른손을 이마에 얹으며 마법을 사용했다.

쇼 마인드는 자신이 보거나 경험한 것을 마나로 사진처럼 형상화하여 보여 주는 보조 마법이었다.

마법사 클래스 헌터들이 종종 사용하는 보조 마법 스킬, 쇼 아이즈와 비슷한 부류였다.

이마에 오른손을 얹은 멜리제가 왼손을 앞으로 펴자.

-화아아!

왼손 위로 마나가 뭉치며 홀로그램 사진처럼 형상이 떠올랐다.

멜리제가 만들어 낸, 마나 홀로그램 사진 속에는.

-후우우!

하늘 높이 솟구친 검은 기둥 두 개와, 그 기둥 사이에 열린 검은 게이트가 보였다.

“4차 대격변……?”

그 형상을 본 처용의 눈빛이 가늘어지며 읊조렸다.

악신들이 세계를 집어삼켜 장악하는 방식인 대격변.

이 대격변은 즉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이었다.

1차 대격변은 시스템의 방벽을 지속적으로 손상시켜 차원의 균열을 내는 것.

2차 대격변은 시스템을 지탱하는 성운들의 성지를 망가뜨리고 세계에 검은 대지를 퍼트리는 것.

3차 대격변은 성운들이 양성한 지상의 세력인 길드를 말살시켜 성운의 영향력을 줄이는 것.

마지막으로 4차 대격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시스템의 장벽이 완전히 무너지고 판데모니움의 군세가 들이닥치는 것이었다.

그리고 4차 대격변이 발생하면, 판데모니움의 군세를 불러오는 게이트가 생겨난다.

회귀 전, 검은 문, 블랙 게이트, 혹은 판데모니움 게이트라고 불렸던 차원의 균열이었다.

지금 멜리제가 보여주는 홀로그램 사진 안에는 그 ‘블랙 게이트’가 비춰지고 있었다.

회귀 전, 지구를 뒤덮어 멸망시켰던 판데모니움의 군세.

그 새까만 군대를 쏟아냈던 블랙 게이트와 거의 흡사한 모습이었다.

얼핏 봐서는 회귀 전 봤었던 블랙 게이트, 4차 대격변의 현상으로 보였다.

심지어 대충 따져 보면, 4차 대격변의 조건 또한 대부분 만족한 상황이기도 했다.

에스라 성운이 시스템의 방벽을 적극적으로 손상시키는 것으로 1차 대격변의 조건은 달성했다.

불완전하게 차원을 찢고 대신급 성좌인 하메라가 지상에 강림하기도 했으니까.

2차, 3차 대격변 역시, 어느 정도 조건이 충족된 상태였다.

이 세계를 지탱하는 성운은 에스라 성운.

그들은 악의 종주에게 이 세계를 팔아넘기고 충성을 맹세했으니까.

즉, 4차 대격변을 일으킬 조건은 어느 정도 만족시킨 셈.

다만.

“크기를 좀 확대할 수 있겠나? 특히, 저 기둥 사이에 보이는 게이트 부분을 자세히…….”

처용이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는 듯, 멜리제가 보여준 홀로그램을 보며 말했다.

“……여기까지가 한계입니다.”

-우우웅.

멜리제가 즉시 왼손에 피워올린 홀로그램 사진을 크게 넓히며 답했다.

사진이 두 배 정도 커졌고 검은 기둥과 게이트가 조금 더 자세히 보였다.

“흐음.”

처용은 크기가 커진 사진을 뚫어질 듯 응시하며 침음을 흘렸다.

조금 더 자세히 보이는 홀로그램 사진 속 검은 기둥과 그 사이에 있는 블랙 게이트.

그곳을 자세히 관찰하던 처용은.

“……저건, ‘멸망한 세계’와 이어지는 게이트다.”

이내 알았다는 듯,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멜리제가 보여 준 블랙 게이트는 판데모니움과 연결된 게이트가 아니었다.

바로, 악신들의 세력이 장악한 세계, 멸망한 세계와 이어진 게이트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악신들이 점령하여 그들의 전초기지로 전락한 세계였다.

마치, 회귀 전 지구처럼…….

“저기서 튀어나오는 괴물들은, 멸망한 세계에서 양산하는 악신들의 병사들이다.”

멸망한 세계와 이어지는 검은 게이트.

그곳에서 튀어나오는 괴물들은 바로 마수와 마수화가 되어 버린 그 세계의 주민들이었다.

회귀 전에는 ‘악마병’이라고 불렸던 존재들.

“쯧, 길드들이 자리를 잡는 대로 총공격을 하려 했는데, 일이 귀찮게 되었군.”

처용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다행히, 판데모니움과 직통으로 이어지는 블랙 게이트는 아니었다.

하지만, 악신들이 점령한 전초기지와 에스라 대륙이 서로 연결되었다.

이제 아스터 교단은 그 멸망한 세계에서 양산되는 병력의 지원을 받게 된 상황이었다.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아나샤가 처용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나라를 지키는 여왕으로서 떠오르는 대처 수단은 많았다.

하지만, 심상치 않아 보이는 이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다 판단했다.

그런 아나샤의 물음에.

“동부는 아라한 왕국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형성한다. 남부는 길드들이 맡아 줄 거다,”

처용이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는 대처 방안을 이야기했다.

“서부는 커맨더가 벙커 센터를 구축해 놓았으니, 그곳을 중심으로 방어하면 되겠지.”

“그곳과 연결된 게이트웨이를 통해, 병력과 물자를 조율하겠습니다.”

이어지는 처용의 말에 아나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리고 바다와 연결된 동쪽 해안에도 방어를 준비해 놓고 천 제국의 움직임을 주시해라.”

처용은 아라한 왕국과 가까운 동쪽의 해안을 주시하라고 말을 이었다.

바로 동방국이라 불리는 천 제국 때문이었다.

그 제국의 정체는 다름 아닌, 지구에서 도주한 천교가 장악한 나라였다.

그들 역시 적,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이들이었다.

바다 건너에 있는 나라이니, 바다를 통해 침략할 가능성이 있었다.

때문에, 동쪽 해안을 주시하고 방어를 준비하라고 명령한 것이었다.

“작금 알아낸 사실들을 길드 측에도 전파해 줘. 나머지는 네 판단에 맡기겠다.”

처용이 아나샤에게 지시한 것 외에는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하라 말하자.

“알겠습니다.”

아나샤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믿는다.”

-파지직!

처용이 아나샤를 향해 믿는다는 말 한마디를 전하고는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나샤는 자신에게 믿는다고 말하는 처용의 말에 자부심을 느끼고는.

“지금부터 비상 전시 체제를 선포한다!”

로비에 모여든 이들을 향해 강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

-파지직.

아라한 왕국을 나선 처용이 향한 곳은 에스라 대륙의 남부와 대수림 사이였다.

하늘을 질주해 나가던 처용의 발걸음이 허공에 멈추었고.

-…….

-……!

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 아닌, 마치 전쟁 중인 병사들의 주둔지로 보이는 장소.

게다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대부분이 백색의 사제복과 성기사 갑옷을 입고 있었다.

성기사와 사제들, 그들은 아스터 교단의 세력이 아니었다.

그들의 로브 망토와 갑옷에 새겨진 문양이 아스터 교단의 문양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찬란한 빛을 내뿜는 십자 형태의 문양.

그 문양이 상징하는 세력은 다름 아닌 ‘빛의 교단’이었다.

즉, 지금 성기사와 사제들이 머무는 주둔지는 성자와 교단의 헌터들이 구축한 전초기지였다.

처용이 교단의 전초기지를 허공 위에서 쭉 둘러보고는.

-후욱. 탓!

백색의 머리에 신관복을 입은 이를 향해 날아가며 지상에 착지했다.

“역천군주?”

처용이 다가간 이는 다름 아닌 성자였다.

성자가 갑자기 나타난 처용을 보며 잠시 놀람을 드러내고는.

“……수습을 마저 진행하고 적들을 대비해 주십시오.”

주변에 모여든 몇몇 성기사와 사제들을 향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성자의 지시를 받은 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물러나자.

“습격이 있었습니까?”

처용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성자에게 물었다.

곳곳의 지면이 파이고 나무가 불규칙적으로 부러져 있는 모습.

사제와 성기사들 중 몇몇이 부상을 입은 듯한 모습 등의 흔적이 눈에 보였다.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졌었다는 증거였다.

“그렇습니다.”

성자가 처용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고는.

“이전에 말씀해주셨던 그 괴물이…… 저를 찾아왔었습니다.”

누가 교단의 전초기지를 습격했는지 이야기했다.

처용이 성자에게 경고를 담아 말해주었던 괴물.

성자를 향해 집착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었던 존재.

“라사벨, 그 망할 년이 왔었군요.”

바로 아스터 교단의 성녀, 라사벨이었다.

처용이 차가운 목소리로 이곳을 습격한 범인을 이야기하자.

“네, 다짜고짜 쳐들어와서 제게 황당한 소리를 늘어놓더군요.”

성자가 오른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말했다.

손에 가려진 성자의 인상은 찌푸려져 있었고.

“신성한 성자가 마신에게 속고 있으니, 자신과 함께 가자고 하더군요.”

눈빛에는 짜증이, 목소리에는 혐오감이 일렁였다.

성자는 처용에게 이곳을 습격한 자, 아스터 교단의 성녀에 대해 이야기함과 동시에.

-그 간악하고 사악한 마신이 당신을 속였군요.

-제게 오셔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가 완전해집니다.

자신에게 짙은 집착을 드러내며 말하던 라사벨의 말을 떠올렸다.

사악한 마신, 처용이 당신을 속이고 세뇌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참회하고 회개하면, 신들이 용서해 주실 것이다.

성자로서, 당연히 성녀라 불리는 자신에게 와야 한다 등.

라사벨은 교단의 헌터들에게 공격을 퍼부으면서도.

-제게 오십시오. 제발……!

성자에게 구애에 가까울 정도로 설득을 계속했다.

“크크, 사악한 마신이라? 뭐, 틀린 말은 아니군요.”

처용이 성자의 말을 듣고 짧게 웃음을 흘려 보이고는.

‘다행히, 성자가 라사벨을 상대로 그리 고전하지는 않은 것 같군.’

성자의 안색과 분위기를 살피며 속으로 읊조렸다.

라사벨은 맞서 싸우기가 상당히 까다로운 존재였다.

그녀 역시 연아처럼 거의 불사에 가까운 존재였으니까.

그런 그녀가 성자를 향해 집착을 드러내면서도 일단은 물러났다?

그 말은 즉, 성자가 라사벨을 상대로 힘에서 밀리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처용이 속으로 작은 안도를 보일 때.

“직접 보니 알겠더군요. 왜 당신이 ‘추악한 괴물’이라고 했는지…….”

성자가 짙은 혐오감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을 덮던 오른손이 아래로 내려갔고.

-우웅.

드러난 성자의 두 눈에서 짧게 푸른 안광이 일렁였다.

그 모습을 본 처용은.

“고유 마나를 각성해서 다행입니다. 성자.”

성자가 왜 라사벨을 향해 깊은 혐오감을 드러내는지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처용의 말에 성자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고는.

“……모두 그대 덕분입니다. 역천군주.”

-착.

목에 걸린 목걸이를 쥐어 보이며 말했다.

눈을 감은 듯 보이는 눈동자 모양의 장식이 걸린 목걸이 아티팩트.

그것은.

[마(魔)를 꿰뚫어 보는 눈동자 / 아티팩트]

이전, 처용이 성자에게 주었던, 파마의 신력이 인첸트된 아티팩트였다.

처용이 성자에게 이 아티팩트를 준 이유는.

-저는 당신이 그것을 통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해답을 찾기를 바라고 있으니까.

성자가 자신만의 힘을 각성하도록 돕기 위해서였다.

그 도움 덕분인지, 성자는 자신만의 힘을 각성할 수 있었다.

“진실의 마나, 제가 각성한 힘입니다.”

성자는 자신이 어떤 힘을 각성했는지를 흔쾌히 이야기했다.

고유 속성, 혹은 고유 마나, 또는 유니크 마나라 불리는 힘.

강기의 경지에 이른 전사가 자신만의 독특한 마나를 각성하는 것을 뜻했다.

예시로, 류마가 각성한 자신만의 새로운 힘, 암철(暗鐵)이 고유 속성이었다.

성자가 각성해 낸, 성자만의 고유한 힘은 바로 진실(眞實)의 마나였다.

추악한 거짓을 간파하고 타파하는 힘.

그 거짓 속에 숨겨져 가려진 진실을 드러내는 힘이 있었다.

성자가 내뿜는 기운이 닿은 곳, 그 주변 일대 전체가, 진실의 마나가 힘을 발휘하는 영역이었다.

라리네가 미카엘에게서 내려받은 스킬인 ‘진실의 눈’보다도 상위의 능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성자는 이곳을 습격한 라사벨과 마주한 순간.

“영혼을 잡아먹고 고문하고 굴복시키는 괴물…… 그렇게 추악한 존재는 처음 봤습니다.”

아스터 교단의 성녀, 라사벨이 어떤 존재인지.

그녀가 영혼들을 잡아다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붙잡힌 영혼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바로 알아보았다.

성자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자.

‘다행이군.’

처용이 속으로 다시 한번 안도를 드러냈다.

회귀 전 성자는 라사벨의 추악함을 간파하고 진실을 보지 못했었다.

성자의 수준보다 라사벨의 격이 더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처용의 도움 덕분에 성자가 자신만의 힘을 빠르게 각성했다.

현재, 성자와 라사벨의 격은 서로 호각으로 보이는 상황.

처용은 지금의 성자가 라사벨에게 휘둘릴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기회가 되면, 그 괴물을 완전히 없애 버릴 생각입니다.”

속으로 안도를 표한 처용이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라사벨를 떠올리며 인상을 쓰던 성자가 처용을 보고는.

“…….”

복잡한 감정이 일렁이는 눈빛으로 침묵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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