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542화 (542/726)

#542화

“제길!”

-후욱. 탓!

디아블로에 의해 결계 밖으로 내던져진 나베리우스가 바닥에 착지하며 침음을 흘렸다.

“이 주변 일대를 ‘안개’로 뒤덮어 버린 건가?”

나베리우스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디아블로 덕분에 결계를 탈출한 나베리우스가 내려선 장소는 독 지대 협곡의 입구 부근.

본래 독 지대 협곡은 특유의 환경으로 인해 검보랏빛 안개가 은은하게 펼쳐져 있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후우우……!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까만 안개가 산맥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마치, 시커먼 매연 속에 산맥 전체가 잠식당한 듯한 모습.

“……거대한 어둠이시여-.”

-우우웅.

그 모습을 보며 침음을 흘린 나베리우스는 정신을 집중하고 마기를 내뿜으며 읊조렸다.

그의 입에서 바알을 부르는 듯한 말이 울리자.

-어디냐?

곧장 어디냐고 묻는 바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금 일어난 이변을 어느 정도 눈치챈 듯한 분위기.

“……안드로말리우스의 성역입니다. 하지만 배신자는 말석의 대악마가 아닌-.”

나베리우스는 바알이 작금의 상황을 어느 정도 눈치챘다 판단하고 곧장 보고를 올렸다.

그리고 작금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보고가 끝난 순간.

-……콰아아아!!

서쪽, 판데모니움 중앙에서 강렬한 어둠의 기둥이 솟구쳤다.

-후우우!

하늘로 솟구치던 기둥의 끝부분이 꿈틀거리더니.

-쿠구구구-!

독 지대 협곡이 있는 방향을 향해 크게 휘어졌다.

이내, 하늘로 솟구쳐 휘어지던 어둠의 기둥이 독 지대 협곡, 나베리우스 앞에 도달했고.

-콰콰쾅! 구구!

강렬한 어둠을 퍼트리며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 바알이 나타났다.

“사실이냐?”

순식간에 독 지대 협곡으로 강림한 바알이 차가운 목소리로 나베리우스에게 물었다.

방금 나베리우스가 전한 보고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분위기.

“안개의 대악마는…… 스스로 배신을 시인했습니다.”

나베리우스가 고개를 숙이며 바알의 말에 답하고는 눈과 고개를 살짝 돌려 옆을 응시했다.

그가 눈짓과 고개로 응시한 방향은, 검은 안개로 뒤덮인 독 지대 협곡이었다.

-으드득-!

바알이 나베리우스가 눈짓한 독 지대 협곡을 바라보며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러고는.

“안개의 대악마가 배신했다! 당장 이곳으로 모여라!!”

-쿠구구구!

마기를 담아 거대한 고함을 내질렀다.

판데모니움에서 가장 강력한 대악마가 마기를 담아 내지르는 고함.

그것은 단순한 고함이 아니었다.

판데모니움 내에 거주하는 모든 대악마들을 소집하는 부름이었다.

바알은 모든 대악마들을 소집시키는 고함을 내지른 후.

-우웅! 촤아아!

오른손을 위로 들고는 아래로 부드럽게 내리그었다.

그러자.

-피이! 촤아아아!

독 지대 협곡에 드리워진 검은 안개에 얇은 세로 선이 그어지더니, 좌·우로 쩍 갈라졌다.

공간이 갈라져 벌어진 틈 사이로는 칠흑 같은 어둠만이 가득했다.

-저벅.

바알이 갈라진 어둠 안으로 들어섬과 동시에.

“놈들이 오는 대로 내가 있는 곳으로 인도하라.”

뒤에 있는 나베리우스에게 명령을 내렸다.

“알겠습니다.”

나베리우스가 바알의 명령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고 바알은 어둠 속 깊은 곳으로 들어섰다.

-저벅. 저벅. 탁.

어두운 공간의 틈으로 들어와 계속해서 나아가던 바알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발걸음을 멈춘 바알이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린 순간.

-차카캉!

주변에 깔린 어둠의 일부분이 일렁이더니, 서로 뭉쳐 날카로운 칼날을 형성했다.

이윽고 바알을 향해 일제히 쇄도하자.

“거슬린다.”

-후욱.

바알이 한 마디를 내뱉고는 왼손을 들어 가볍게 좌측으로 내뻗었다.

그 결과.

-우드득!

바알에게 쇄도하던 어둠의 칼날들이 모두 우그러지며 사그라졌고.

-촤아아!

주변에 빼곡하던 어둠이 바알을 중심으로 크게 갈라지며 좌·우로 벌어졌다.

마치, 검은 바닷물이 세로로 갈라져 벌어지는 듯한 모습.

어둠이 완전히 갈라져 좌·우로 벌어지자, 바위 재질의 지면과 독기가 일렁이는 늪이 드러났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성역 중심, 독 지대 협곡의 가장 깊은 곳이 드러나자.

“감히,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인 나를 어둠으로 막으려 하느냐?”

바알이 안드로말리우스의 성역 중심에 서 있는 존재, 알레인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역시…… 오랜 시간 준비한 이 결계라 해도, 당신을 상대로는 시간조차 벌지 못하는군.”

알레인은 차가운 분노를 흩뿌리며 나타난 바알을 보고도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답했다.

그 모습을 본 바알이 한쪽 눈썹을 크게 들썩이며 소리 없는 분노를 드러내고는.

“……이유가 무엇이냐?”

알레인을 향해 배신의 이유를 물었다.

도저히 그녀가 왜 배신을 하게 되었는지, 바알조차 짐작하는 이유가 없었다.

단순한 변덕? 그럴 리가 없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성역을 장악한 대규모 결계 마법진만 봐도, 오랜 시간 배신을 준비한 듯 보였다.

게다가.

-쩌적. 쿠구구.

알레인의 앞에서 점점 크기를 넓혀가는 황금빛의 선.

그 갈라진 공간 속에서는 알 수 없는 성역의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저 공간이 완전히 벌어지는 순간, 알레인은 이곳에서 완전히 탈출하리라 생각했다.

알레인 혼자서 판데모니움을 빠져나가기 위해, 다른 신의 성역과 연결되는 공간의 틈을 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작금의 상황은 알레인이 오랜 시간 배신을 준비하고.

그녀를 돕는 이들 역시 오랜 시간 협력하여 만들어 낸 결과가 분명했다.

그랬기에.

“네년을 잡아 죽이기 전에, 이유라도 들어야겠다.”

바알이 알레인을 향해 답이 나오지 않는 의문을 물었다.

그런 바알의 의문 가득한 질문에.

“그야, 내가 악의 종주가 그토록 찾는 태초의 마수 중 하나니까.”

알레인은 바알에게 진실을 말해주었다.

“포식자에게 잡아먹혀 죽기 싫으면, 도망가야지. 안 그래 바알?”

“……뭐라?”

이어지는 알레인의 말에 분노로 꿈틀대던 바알의 눈이 점점 커지며 놀라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한 분위기.

“그래도 잘 숨기긴 했나 보네? 지금껏 당신에게 들키지 않았으니까.”

좀처럼 보기 드문 바알의 동요와 놀람이 일렁이는 표정을 본 알레인이 작은 미소를 담아 말했다.

마치, 도발하는 듯한 미소 어린 목소리에, 바알의 표정이 다시 차가운 분노로 뒤바꼈다.

동시에.

“……그렇군, 그렇게 된 것이었나?”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듯, 낮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읊조렸다.

스스로가 태초의 마수라고 제 정체를 밝힌 알레인.

바알은 그 말을 듣고 태초의 마수들 중 단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다.

판데모니움과 관련이 있는 태초의 마수는 단 하나뿐.

“네년이…… 니알라 – 크타니드였을 줄이야.”

아스모데우스가 지녔던 몽환의 원래 주인이자, 꿈의 종주라 불리는 어둠의 크타니드.

밤의 일족들을 창조한 존재인 니알라 크타니드였다.

다만, 바알은 알레인의 진짜 정체를 알아차렸음에도, 여전히 의문에 휩싸였다.

“몽환의 진짜 주인, 꿈의 종주는 태초의 관리자들이 안식에 들 때, 같이 안식에 들었을 텐데.”

태초의 마수 중 하나인 꿈의 종주.

그녀는 제 임무를 마친 태초신의 관리자들이 안식에 들 때, 같이 안식에 들었다고 들었다.

즉, 태초의 마수들 중 유일하게 안식에 들었다고 알려진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왜 대악마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꿈의 종주는 안식에 들었고 대악마 알레인이 되어 다시 태어났지.”

그런 바알의 의문에 알레인이 흔쾌히 답을 알려 주었다.

“난 소멸이 예정된 내 운명을 피하기 위해, 대악마가 되는 선택을 했을 뿐이야.”

알레인이 배신한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았다.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서였다.

“궁금증은 다 풀렸는지?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

“오냐, 친히 내 의문을 풀어주어서 고맙구나.”

알레인의 말에 바알이 낮고 시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리고.

“그러니, 내 손으로 네년을 잡아다 그분께 바쳐주마!”

-쿠구구!

강렬한 어둠을 내뿜으며 분노를 내질렀다.

-콰드드득!

바알에게서 뿜어져 나온 어둠이 서로 뭉쳐 거대한 뼈의 팔을 성형했고.

-쐐에-엑!

알레인을 붙잡으려는 듯, 손아귀를 크게 펴며 앞으로 쇄도했다.

그때.

“어딜!”

-쿠르릉! 파사삭!

한 줄기의 샛노란 벼락이 위에서 내리치며 거대한 뼈의 손을 가로막았다.

강렬하게 내리친 벼락으로 인해, 바알이 알레인에게 내뻗은 뼈의 손이 부러지며 바스러졌다.

그리고.

“이야, 이렇게 마주하는 건 처음이군?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

-탓!

바알과 알레인의 사이에 누더기 로브를 걸친 큰 체격의 남성이 나타났다.

얼굴을 가린 누더기 로브 아래로 보이는 샛노란 수염.

오른손에 쥐어진 날카롭게 각이 진 창날이 인상적인 창.

날카롭고 저릿한 느낌이 전해지는 신력.

바알은 갑작스럽게 난입한 불청객을 잠시 관찰하고는.

“올림포스 전 주신?”

곧장 불청객의 정체, 제우스를 알아보았다.

어째서 올림포스의 전 주신인 제우스가 이곳에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네놈도 그 하계종에게 놀아난 머저리로구나!”

주신급 성좌가 제 자리를 내팽개치고 이곳에 있을 법한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예언자가 알레인을 판데모니움에서 빼내기 위해 제우스를 끌어들였다.

가장 유력한 가설, 아니, 바알이 생각했을 때, 이는 사실이라 판단했다.

-쿠구구구! 콰드드득!

강렬한 어둠을 내뿜는 바알의 뒤로 여덟 개의 거대한 팔들이 나타났다.

바알이 여덟 개의 팔들을 앞으로 내지르려는 찰나.

“변화하라. 스퀴테.”

-후-욱!

제우스가 손에 쥔 아스트라페를 바알을 향해 내던졌다.

그가 손에 쥔 신물은 아스트라페가 아니었다.

전전대 올림포스 주신이었던 크로노스의 신물, 스퀴테였다.

진짜 아스트라페는 주신의 자격을 아테나에게 양도하면서 함께 양도했다.

때문에, 진짜 아스트라페는 아테나가 지니고 있었고 지금 제우스에겐 스퀴테만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스스스.

투창처럼 내던져진 아스트라페, 아니 스퀴테의 형태가 순식간에 변화하였고.

“내게 승리를 바쳐라. 궁니르!”

-파아아!

이내 그 형태가 오딘의 신물, 궁니르로 변했다.

-쐐에엑!

가볍게 던진 창이 순식간에 가속이 붙어 바알에게 쇄도했다.

한 번 정한 목표물은 반드시 명중시키는 투창.

그 힘이 바알의 심장을 꿰뚫어버릴 듯, 맹렬한 기세로 쏘아져 나갔지만.

“흉내에 불과한 것 따위가.”

-쿠구구! 콰쾅!

바알이 쇄도해오는 궁니르를 향해 네 개의 팔을 크게 휘둘렀다.

-콰쾅! 까가강!

궁니르가 바알의 팔과 충돌하며 잠시 힘 싸움을 벌였지만, 바알이 만들어 낸 팔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동시에.

-쏴아아!

남은 네 개의 팔이 강렬한 어둠을 휘감으며 제우스에게 향했다.

“돌아와라, 스퀴테.”

-탁! 파지지직!

제우스는 튕겨 나간 궁니르를 다시 손아귀로 되돌리고는 그 형태를 아스트라페로 되돌렸다.

양손으로 아스트라페를 쥔 제우스가 지면에 창날을 박으며 신력을 내뿜자.

-쿠구! 파지지직! 파지직!

다수의 벼락 줄기가 지면을 뚫고 솟구치며 번개의 장벽을 만들어 내었다.

이윽고.

-콰콰쾅! 쿠콰!

바알이 내뻗은 거대한 검은 손들과 제우스가 만들어 낸 벼락 줄기의 벽이 충돌했다.

제우스가 만들어 낸 벼락 줄기의 벽이 바알의 공격을 잘 저지한 듯 보였으나.

-쿠구! 파사사……!

벼락 줄기들이 하나둘, 바알의 어둠에 의해 흩어지며 조금씩 밀려났다.

“이거, 무시무시하구만.”

제우스는 생각보다 강력한 바알의 어둠에 깊은 침음을 흘리고는.

“조모님, 손자에게 힘 좀 빌려주십시오.”

-스르륵.

왼손을 허리춤으로 뻗어, 금빛이 일렁이는 작은 구슬을 꺼내었다.

-우우웅.

제우스가 손에 쥔 구슬에 신력을 흘려 넣자.

-우웅! 파지지지직!

구슬에서 강렬한 파동과 함께 여러 다발의 벼락 줄기가 솟구쳤다.

솟구친 벼락 줄기가, 점점 다가오던 바알의 팔들을 목표로 내리쳤고.

-쿠르릉! 쿠릉! 콰콰-!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바알의 팔들을 뒤로 밀쳐냈다.

“……태초의 조각?”

바알이 제우스가 손에 쥔 작은 구슬과 자신을 밀어낸 힘의 정체를 파악하며 읊조렸다.

힘 싸움에 밀려나던 제우스가 꺼내 든 수단은 다름 아닌 태초의 조각이었다.

“이제, 제대로 놀아보자고. 삼천마.”

-우우웅!

태초의 조각을 쥔 제우스가 바알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도발하듯 말하자.

“시간을 벌려는 수작질을 내 모를 것 같으냐!”

-쿠구구구-!

바알이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어둠을 분출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우우웅.

바알의 고함을 타고 짙은 어둠의 파동이 크게 퍼져나갔고.

-파사사. 파삭. 파사삭……!

제우스 주변에 일렁이는 벼락 줄기가 순식간에 절반 이상이 사라졌다.

태초의 조각까지 꺼내 들었음에도, 제우스가 힘에 밀려나는 상황.

하지만.

“시간 벌려는 거 맞다.”

-우우웅!

제우스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태초의 조각에 깃든 힘을 더 끌어 올렸다.

바알의 말대로, 알레인이 이곳에서 빠져나가기 전까지 끈질기게 버틸 생각이었으니까.

-쿠콰콰! 콰콰콰!

다시 한번 바알의 어둠이 쓰나미처럼 솟구치며 제우스를 향해 내리쳤고.

“하압!”

-파직! 파지지직!

제우스 역시 기합을 내지르며 벼락 줄기들을 내뿜었다.

어둠의 파도와 벼락 줄기의 벽이 재차 충돌했고.

-쿠구! 쿠구구!

그 영향으로 주변 일대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우스가 바알을 상대로 시간을 벌고 있을 때.

-쿠구! 스르륵.

알레인의 앞에 펼쳐진 황금빛의 선이 좌우로 크게 벌어지며 금빛의 기류를 주변에 흩뿌렸다.

-슈륵. 슈르륵.

일렁이는 황금빛 기운이 판데모니움의 환경에 뒤섞이며 주변 환경을 바꾸기 시작했다.

마치, 성역 너머와 판데모니움이 서로 일부분 섞이는 듯한 모습.

그러자, 독 지대 협곡의 환경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고.

-화아아!

검고 붉은 기운과 황금빛 기운이 서로 얽혀 일렁이는 공간이 주변을 뒤덮었다.

그리고.

“이제 얼마 안 남았습니다.”

더 크게 벌어진 황금빛의 균열 속에 처용의 모습이 비치며 목소리를 내었다.

그 모습을 본 니알라가 안도감 어린 미소를 지은 순간.

-!!

무겁고 싸늘한 기운이 주변 일대 공간 전체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

제우스를 압박하며 밀어내던 바알이 위를 올려다보며 놀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위험한 녀석이 오고 있다.”

제우스 역시 여유로운 표정이 싹 사라지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알아.”

그런 제우스의 말에 알레인이 굳은 목소리로 답했다.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존재.

“이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었는데…….”

알레인은 그 존재와 마주치기 전에, 어떻게든 이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촤아! 쩌저적!

하늘 위, 주변을 감싼 공간의 천장이 크게 갈라지며 벌어지는 것을 보고는.

“제길.”

인상을 거칠게 일그러뜨리며 낭패감 어린 침음을 흘렸다.

이윽고.

-쾅! 쾅!

갈라진 틈 사이로 검푸른 빛과 검붉은 빛이 일렁이는 거인의 손이 튀어나왔다.

-우드드드-드득!

균열의 틈을 우악스럽게 붙잡은 거인의 손이 균열을 좌·우로 벌리며 틈을 크게 찢어냈다.

그러자 크게 벌어진 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지이잉!

검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번들거리는 눈동자들이 나타났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