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1화
악마들이 거주하는 세계인 판데모니움.
그 어두운 세계의 중심에 자리한 곳은 다름 아닌 악의 제전이었다.
삼천마 서열 1위이자, 악의 종주에게 가장 큰 신임을 받는 존재인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
바알이 다스리는 어둠의 성역 중심이기도 한 장소.
악의 제전은 바알이 대악마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그들을 먼저 부르지 않는 한 들어설 수 없는 장소였다.
그러나 단 한 명, 바알의 허락 없이 악의 제전을 드나들 수 있는 존재가 있었다.
바알에게 가장 큰 충성심을 보이는 악마이자, 바알이 가장 신임하는 대악마.
판데모니움 서열 24위 대악마이자, 감찰의 대악마 나베리우스.
그는 바알의 허락 없이 악의 제전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존재였다.
“아직까지는…… 배신의 기미가 보이지는 않는군.”
-저벅.
방금 악의 제전에서 나온 듯 보이는 나베리우스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느끼며 살펴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대악마들에게도, 마인들에게도 ‘감찰관’이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진 대악마 나베리우스.
그가 가장 신경 쓰는 일은 다름 아닌 판데모니움에서 또 다른 배신자들은 없는지 찾는 것이었다.
판데모니움 서열 65위의 대악마.
변화의 대악마 안드레알푸스의 배신.
안드레알푸스는 ‘예언자’와 손을 잡고 판데모니움을, 바알을 배신했다.
아니, 거대한 어둠의 대악마보다도 더 드높은 존재, 악의 종주를 배신했다.
어째서 바알과 악의 종주를 배신하고 예언자에게 붙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안드레알푸스가 자신의 소멸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상위 서열의 대악마들은 어지간해선 서열이 교체되거나 소멸하는 일이 없다.
보통 서열이 바뀌거나 소멸하는 이들은 모두 하위 대악마들.
안드레알푸스는 하위 서열의 대악마로 언제든, 서열이 교체되거나 소멸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아마도, 예언자는 그런 안드레알푸스에게 미래를 알려주고 그의 배신을 독촉한 듯 보였다.
이것이 나베리우스가 생각한, 안드레알푸스가 배신할 만한 가장 큰 가능성을 지닌 가설이었다.
그리고 이 가설대로라면, 예언자는 다른 하위 서열의 대악마에게 접촉하여 배신을 독촉할 수도 있었다.
그 결과, 안드레알푸스처럼 다른 마음을 먹고 배신을 저지르는 이가 나올 가능성이 있었다.
때문에, 나베리우스는 하위 서열의 대악마들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다.
‘같은 일이 두 번 반복되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
-우우웅.
나베리우스가 잠시 눈을 감고 마기를 끌어 올리며 정신을 집중했다.
두 번 실수가 반복되는 일은 반드시 저지하리라 다짐하고는.
“아직…… 변수는 없군.”
감았던 눈을 뜨며 읊조렸다.
그는 안드레알푸스의 배신 이후로 이렇게 주기적으로 판데모니움을 감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대악마가 배신을 저지르려는 낌새는 없었다.
그 간악한 예언자도 바보가 아니라면, 같은 수법을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방심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렇게 나베리우스가 정신 집중을 풀려는 순간.
“……뭐지!?”
눈을 크게 뜨고는 판데모니움 남쪽 하늘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집중하던 정신을 풀고 감찰을 끝내려던 찰나.
-파지직!
그의 신경을 자극해 오는 수상한 느낌이 확 전해졌다.
나베리우스는 그 찰나의 거슬리는 느낌을 허투루 넘기지 않고.
-우우웅.
다시 눈을 감고 마기를 끌어 올리며 집중했다.
그의 권능은 이명과 같은 감찰(監察).
지정한 지역에 마기를 넓고 옅게 퍼트려 놓는 것으로, 그 일대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감시할 지역에 자신의 감각을 퍼트려 놓는 것이었다.
나베리우스는 그 감각을 통해 여러 지역을 직접 눈으로 관찰하거나, 이변이 발생하면 이를 감지할 수 있었다.
방금 눈을 감고 집중한 것은, 자신이 마기를 퍼트린 지역을 살펴본 것이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감찰한 지역이 바로 독 지대 협곡.
서열 말석의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의 영역이었다.
그 독 지대 협곡에서 받은 수상한 느낌.
단단한 무언가가 깨져 나가는 그 느낌은 다름 아닌.
-쩌적. 차캉! 캉!
차원의 벽에 금이 가는 징조였다.
이전, 안드레알푸스의 성역에서 보았었던, 판데모니움의 균열을 뚫었던 흔적.
그 흔적을 관찰하며 살펴볼 때와 아주 유사한 느낌이었다.
이변을 느끼고 상황을 파악한 나베리우스는.
“안드로말리우스! 네놈이 기어코!”
안드로말리우스가 배신을 저질렀다 확신했다.
서열 말석, 가장 위태로운 직위를 지닌 대악마.
얼마 전에도, 항상 그의 자리를 노리던 스톤 데몬, 록탄과 서열 교체 혈전이 있었다고 들었다.
혈전 결과, 안드로말리우스가 이기는 것으로 그는 자리를 보존했다.
하지만, 록탄을 이겼다 해도 그의 자리를 노리는 악마들은 수두룩한 상황.
‘예언자가 놈을 포섭했군!’
나베리우스는 안드로말리우스가 제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예언자와 손을 잡았다 판단했다.
생각을 마친 나베리우스는.
-슈르륵! 화라락!
지면에 마기를 불러일으켜 자신을 뒤덮었다.
마치, 검고 넓은 보자기가 크게 펼쳐지며 나베리우스를 감싸듯 뒤덮었고.
-스스스!
나베리우스를 뒤덮은 검은 천이 지면에 녹아들며 사라졌다.
***
-파아아!
마기에 휩싸여 사라진 나베리우스가 다시 나타난 장소는 독 지대 협곡의 입구였다.
그가 감찰의 권능을 흩뿌려 놓은 장소가 바로 독 지대 협곡 입구였기 때문이었다.
나베리우스가 곧장 독 지대 협곡으로 향한 이유는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서였다.
안드로말리우스는 고작 말석의 대악마.
반면에 감찰관 나베리우스는 서열 24위, 상위의 대악마였다.
안드로말리우스가 예언자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판데모니움 안에서는 나베리우스를 절대로 이길 수 없었다.
때문에, 서둘러 독 지대 협곡으로 온 것이었다.
독 지대 협곡에 도달한 나베리우스가 마기를 끌어 올리며 고개를 든 순간.
“이게, 무슨?”
당황스러운 침음을 흘렸다.
본래, 독 지대 협곡은 바위 산맥과 그 사이에 맹독의 계곡이 흐르는 지형이었다.
나베리우스가 권능을 흩뿌린 장소는 독 지대 협곡의 입구.
당연히 눈앞에 바위 산맥으로 향하는 산길이 나타나야 했었다.
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별빛이 반짝이는 어두운 공간.
게다가, 어두운 공간 속에는 상당한 격의 마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서열 말석의 대악마가 만들어 냈다고는 볼 수 없는 짙은 마기와 결계 공간.
“이게 도대체……!”
나베리우스가 당황스러운 침음을 흘릴 때.
“그렇군, 감찰자의 발걸음을 사용해 이곳에 곧장 온 건가?”
바로 근처에서 낮게 일렁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훅! 우우웅!
나베리우스가 마기를 끌어 올리고 전투를 준비함과 동시에 고개를 돌리자.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당신이 왜 여기에?”
곧 인상이 일그러지며 의문을 토로했다.
어두운 공간 속 어둠을 헤치며 나타난 존재.
새까만 어둠 속에서도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와 용암처럼 이글거리는 피부.
나베리우스에게 말을 걸어온 존재는 다름 아닌 디아블로였다.
그리고.
“제길! 디아블로 공! 이 결계는 내가 부술 수 없소!”
-우웅! 쿠구구-!
어두운 공간 위로 검보랏빛의 마기를 쏟아내는 또 다른 존재.
안드로말리우스의 모습이 나베리우스의 눈에 들어왔다.
“안드로말리우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냐!”
나베리우스가 안드로말리우스를 보고는 적대감과 의문을 담아 소리쳤다!
독 지대 협곡에서 이변이 벌어졌고 곧장 이변이 나타난 장소로 향했다.
나베리우스는 당연히, 독 지대 협곡의 주인인 안드로말리우스가 배신했다고 생각했었다.
독 지대 협곡에 도달하자, 거대한 이변이 발생한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문제는 나베리우스조차 능가하는 어둠이 이 일대 주변을 포위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삼천마인 디아블로가 이곳에 있었고 당황하는 안드로말리우스가 그 곁에 있었다.
마치, 이곳의 주인인 그조차도 작금의 상황이 당황스러운 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의문과 적대감이 일렁이는 나베리우스의 말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오! 내 성역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이란 말이오!?”
안드로말리우스가 큰 당황스러움을 드러내며 반박하듯 소리쳤다.
“나는 디아블로 공과 인간들의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단 말이오!”
“독 지대 협곡의 외곽에서 인간들의 능력과 기술에 대해 듣던 중,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런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에 이어 디아블로가 입을 열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권능으로 함께 성역으로 돌아와 보니, 이 결계가 우릴 환영해 주더군.”
“안드로말리우스가 배신한 것이 아니란 말입니까?”
나베리우스가 안드로말리우스와 디아블로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리며 의문을 드러냈다.
동시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심히 동요하며 당황하는 안드로말리우스의 태도.
우연히 이 사태에 휘말린 듯 보이는 디아블로.
상황을 볼 때, 안드로말리우스가 작금의 일을 초래한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이러한 일을 벌였단 말인가?
나베리우스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는.
“서…… 설마?”
점점 눈이 커지며 경악을 드러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절대로 만들어 낼 수 없는 강력한 어둠의 결계.
주변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어두운 ‘안개’들.
이러한 능력을 발휘할 만한 존재는 판데모니움 내에서도 몇 없었다.
나베리우스의 머릿속에 그 후보들이 몇몇 떠올랐다.
그리고…… 그 후보 중 하나가, 며칠 전부터 독 지대 협곡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안개의…… 대악마가?”
나베리우스의 인상이 점점 더 거칠게 일그러지며 읊조렸다.
그의 머릿속에 최악의 가정이 떠오르고 있었다.
상위 서열의 대악마가 배신했다.
이 말이 입안에 일렁이며 입술이 들썩였다.
나베리우스가 심히 동요를 드러내자.
“흐, 네 녀석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군.”
디아블로가 짧은 웃음을 내뱉으며 말했다.
“안개의 대악마가 배신했다.”
“……왜,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나베리우스가 디아블로의 직설적인 말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쳤다.
상위 서열의 대악마가 무슨 이유로 배신을 저지른단 말인가?
안개의 대악마 알레인은 바알 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살아온 대악마였다.
게다가, 바알에게 호의적이며 그와 많은 협력을 했었던 대악마이기도 했었다.
그런 그녀가 도대체 왜? 무슨 이유로 배신을 한단 말인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짐작한 사실이 맞았다는 뜻이겠지.”
디아블로는 그런 나베리우스의 말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
나베리우스가 알 수 없는 디아블로의 말에 의문을 표하며 물으려던 순간.
-우웅. 쐐에에-!
어두운 안개 속에서 시커먼 마기가 뭉쳐 만들어진 칼날이 나베리우스를 향해 쇄도했다.
“흐읍!”
-탓! 후욱!
갑작스러운 공격을 감지한 나베리우스가 자리를 박차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휘리릭! 훅!
손아귀에 마기를 모아 넓게 펼쳤다.
검은 보자기가 크게 펼쳐지며 나베리우스를 보호하듯 감쌌고.
-차카캉! 촤아악!
검은 칼날이 나베리우스가 펼친 보자기를 크게 찢어 내며 튕겨 나갔다.
“큭! 이게 도대체 무슨!?”
나베리우스가 아려 오는 손아귀를 쥐어 보며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그는 상위 서열의 대악마이니만큼, 짙고 강한 마기를 지닌 존재였다.
아무리 급하게 방어했다고 해도, 그가 펼친 방어가 손쉽게 찢어졌다.
나베리우스가 당황스러움을 드러낼 때.
-휘리릭! 쐐액!
튕겨 나갔던 어둠의 칼날이 채찍처럼 휘며 다시 나베리우스에게 쇄도했다.
그 순간.
-차캉!
넓고 두꺼운 원형의 도끼날이 나베리우스의 앞을 가로막으며 어둠의 칼날을 튕겨냈다.
그러자.
-디아블로, 당신의 그 짐승 같은 감은 정말이지 무섭군요.
-후욱. 후우우.
주변에 펼쳐진 어두운 안개가 천천히 휘몰아치며,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
“난 내 감을 믿으니까.”
-차캉!
디아블로가 차륜 도끼를 어깨에 걸치며 그 목소리에 답했다.
그러자.
“안개의 대악마! 정녕 우리를 배신한 것이냐!?”
나베리우스가 안개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주인, 알레인을 향해 소리쳤다.
명백히 자신을 노린 공격.
자신의 방어를 손쉽게 찢어 낼 정도의 위력을 지닌 강력한 마기.
방금의 목소리까지.
판데모니움 서열 8위, 안개의 대악마 알레인은 배신을 저지른 것이 확정되었다.
-가장 성가신 네놈을 처리하고 도망칠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내가 쉽게 당할 것 같으냐!”
나베리우스가 알레인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는 서열 24위의 대악마.
반면에 알레인은 무려 서열 8위의 대악마였다.
본래라면, 나베리우스는 알레인을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판데모니움 내에서는 나를 죽일 수 없다.”
-우우웅.
나베리우스는 알레인을 향해 강렬한 적대감을 드러내며 전투를 준비했다.
-과연 그럴까? 감찰의 대악마. 후후…….
그런 나베리우스의 말에 알레인이 낮은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때.
“차륜격!!”
-쿠구구구!
조용히 힘을 모으던 디아블로가 차륜 도끼에 강렬한 화염을 휘감고는.
-쿠콰! 쿠콰콰쾅!!
바닥을 내리쳐 압축된 화염의 힘을 폭발시켰다.
맹렬하게 터지는 화염이 굉음을 자아내며 솟구쳤고.
-후두두두!
디아블로가 차륜 도끼로 내리친 바닥이 깨져 나갔다.
깨진 어둠의 틈새 사이로 독 지대 협곡으로 보이는 산맥의 모습이 드러났다.
디아블로는 결계를 일부분 부순 것을 확인하고는.
-탁! 후우-우욱!
나베리우스를 잡아채 깨진 균열 사이로 집어 던졌다.
“뭐 하는-!?”
“당장 바알에게 이 사실을 알려라. 감찰의 대악마.”
내던져진 나베리우스가 당황스러운 의문을 토하자, 디아블로가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나베리우스가 디아블로에 의해 결계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간 순간.
-쩌저저적!
깨진 결계가 빠르게 복구되며 벌어진 균열이 닫혔다.
나베리우스가 균열 밖으로 빠져나가자.
“이제, 버티기만 하면 되는 것이오?”
안드로말리우스가 마기를 끌어 올리며 경직된 목소리로 말했다.
상대는 서열 8위의 대악마.
심지어 오랜 시간 준비한 듯 보이는 결계까지 펼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베리우스가 곧 바알에게 작금의 사실을 알릴 것이고 모든 대악마들이 이리로 몰려들 것이다.
안드로말리우스는 알레인과 적극적으로 맞서 싸울 생각이 없었다.
바알이 오기 전까지 잘 살아남아 버티면 되었다.
게다가, 자신의 곁에는 무려 삼천마가 있는 상황.
아무리 한 자릿수에 자리한 최상위 대악마라 해도, 삼천마를 이길 순 없었다.
그랬기에, 나름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만하면, 되었겠지? 알레인. 아니, 니알라 - 크타니드.”
디아블로는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에 답하지 않고 어둠 속을 응시하며 알레인을 향해 말했다.
“디, 디아블로 공?”
그 말에 안드로말리우스가 의문을 드러냈다.
디아블로의 성격상, 곧장 배신한 알레인을 향해 공격을 퍼부어야 했다.
그런데, 알레인을 향한 적대감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볼 때, 디아블로의 미소는 전투를 앞둔 자의 미소가 아니었다.
계략을 숨긴 듯 보이는 어두운 미소였다.
그런 디아블로의 태도와 목소리에.
-난 여전히 당신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알레인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적대감이 일렁이는 목소리였지만, 공격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디아블로는 그런 알레인의 대답에 작은 웃음을 흘리고는.
“맹독의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거래를 제안하지.”
그 모습을 본 안드로말리우스가 두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상황을 작금의 상황을 관찰했다.
방금, 들려온 디아블로와 알레인의 짧은 대화.
전투가 벌어지지 않는 작금의 상황.
짧은 시간, 생각에 잠겼던 안드로말리우스는.
“서, 서, 설마……? 디아블로 공이……!?”
머릿속으로 최악의 가정을 떠올리며 입을 덜덜 떨었다.
마치, 작금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파악했다는 듯한 모습.
“어떻게 하겠는가? 안드로말리우스.”
그 모습을 본 디아블로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손을 내밀자.
“…….”
안드로말리우스가 흔들리는 눈빛으로 디아블로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