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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37화 (537/726)

#537화

“성역으로 향하는 게이트로 들어가니까. 대웅전 앞으로 이동하더라, 그리고 이 녀석이…….”

태초룡의 정체에 대해 이야기한 처용이 말을 이었다.

“산신각에 있는 황룡 조각상 알지? 거기서 진짜 황룡이 튀어나오더라.”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태초룡이 어떤 존재를 부활시켰는지.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후, 직접 보고 겪은 나조차도 아직 상황 정리가 되지 않아.”

아직도 황당함이 가시지 않은 듯, 처용이 작은 실소를 섞으며 말을 마치자.

“……이놈의 집안에는 비밀이 왜 이렇게 많아?”

이마를 문지르며 생각을 잇던 연아가 황당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세계 가문 연합의 일원이었던 것도 모자라, 이젠 한반도의 시조가 봉인된 석상까지…….”

연화 역시 황당함 가득한 헛웃음을 지어 보이며 읊조리듯 말했다.

세계 가문 연합.

로스차일드를 포함한 세계의 유력 가문들과 세력들이 서로 힘을 모아 구축한 네트워크.

처용의 가문인 한씨 가문도, 과거 세계 가문 연합 소속이었던 명문가였다.

이는 같은 가족인 연화와 연아 역시 알고 있었다.

연화가 가문의 비밀을 언급하며 말하자.

“애초에, 우리 조상은 지구인이 아닌, 다른 차원에 거주하던 인간들이었으니까.”

처용 역시 가문의 비밀 중 하나를 언급하며 말을 이었다.

“이젠 나도 더 무슨 비밀이 남아있는지, 예상조차 가지 않아.”

헛웃음 섞인 한숨을 내쉰 처용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평범하지 않은 비범한 가문, 역시 서약자다운 가문이야.”

루나는 오히려 복잡하고도 깊이 있는 처용의 가문이 마음에 든다는 듯 작은 미소를 보였다.

“갑자기 떠오른 그 시스템 창도 뭔가 했었는데, 그게 천찰의 대신이라는 분 때문이었구나.”

연화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하자.

“아 맞다! 그거도 있었지.”

그 말에 연아가 맞장구치듯, 말을 이었다.

“스텟이 올랐다는 시스템 메시지?”

처용이 연화와 연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듯 묻자.

“응, 태룡사에 방문하는 헌터들은 스텟이 오른다는 시스템 창이 뜬금없이 떠오르더라.”

“헌터들은 스텟이 오르고 마인들은 스텟이 감소한다고 하더라고.”

연아와 연화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말했다.

갑작스럽게 눈앞에 나타났던 시스템 창.

이 현상은 비단 연아와 연화뿐만 아니라.

-……이게 뭐야?

-우리 아무것도 안 했는데?

모든 헌터들에게 공통적으로 발생했었다.

“황룡, 그러니까 천찰의 대신이 우리를 돕겠다는 증거겠지.”

처용이 시스템을 조정하여 헌터들을 도운 황룡을 떠올리며 말했다.

태초룡에 의해 다시 태어난 천찰의 대신.

-나라는 존재가 계승자에게 도움이 되기에, 무리를 하여 나를 태어나도록 만든 것인가?

황룡이 태초룡을 보며 했었던 말이었다.

태초룡은 다시 태어난 황룡이 계승자인 처용에게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다.

이것이 황룡 스스로가 생각했을 때, 태초룡이 자신을 부활시킨 이유라 생각한 듯 보였다.

“아직 스승님에게 연락이 오진 않았지만, 천찰의 대신은 우리 편일 가능성이 크다.”

처용이 황룡에 대한 정보를 다시 되새기며 말했다.

조금 전 있었던 황당하고도 당황스러웠던 사건을 직접 겪은 느낌으로는.

다시 태어난 천찰의 대신은 처용에게 ‘호의적’이다.

처용은 이 부분만큼은 사실이라 판단했다.

“이 작은 녀석이 대신급 성좌를 부활시켰단 말이지?”

연아가 옆에 앉은 루나에게 안겨 있는 태초룡을 바라보며 말하고는.

“이렇게 보니, 조금 귀엽네.”

-쿡. 쿡.

태초룡의 볼을 조심스럽게 쿡 찔러 보았다.

단단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태초룡의 피부에 닿은 연아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튕겼다.

“생각보다 말랑하네?”

연아가 신기한 듯, 몇 번 더 쿡쿡 태초룡의 볼을 검지로 찔러 보자.

“삐익.”

-스륵.

태초룡이 작은 울음소리를 내며, 연아의 손에 머리를 비볐다.

딱히 연아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는 모습.

“내가 한번 안아 봐도 돼?”

연아는 태초룡이 자신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자, 루나를 향해 물었다.

그 말에 루나가 태초룡을 잠시 바라보았다.

무언으로 괜찮냐고 묻는 듯한 모습.

태초룡은 그런 루나의 시선을 마주하고는.

“삑.”

-휘릭.

짧은 울음소리를 내며 대답하고 루나의 품을 벗어나 연아에게 안겼다.

“우와! 인형 같아!”

연아는 품에 안겨 든 태초룡의 감촉이 생각보다 좋은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 나도…….”

그 모습을 본 연화가 태초룡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자신도 안아 보고 싶다는 뜻.

“우리 삑삑이, 언니한테 가 볼래?”

연아가 태초룡을 보며 묻자.

-휘릭.

태초룡이 연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볍게 날아 연화에게 안겨들었다.

연화가 자신에게 안겨든 태초룡을 조심스럽게 잡아 안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안기 좋은 크기의 인형을 안아 들고 좋아하는 듯한 모습.

“그런 걸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처용이 의외라는 듯, 연화를 바라보며 묻자.

“귀여운 걸 싫어한다고 말한 적은 없어.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지.”

연화가 태초룡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답했다.

그리고.

“얘한테 삑삑이가 뭐냐 삑삑이가.”

조금 전 연아가 태초룡을 향해 불렀던 말을 지적하듯 말을 말했다.

“이름이 없으니까 애칭으로 부른 거지, 귀엽잖아?”

그런 연화의 말에 연아가 역으로 지적하듯 말을 이었다.

“네 자식이라며? 이름은 어떻게 할 건데?”

“……그러게.”

처용이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불과 조금 전까지, 태초룡 덕분에 파란만장한 일들을 겪은 상황.

태초룡의 이름을 생각했을 시간과 여유가 있었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아무 이름도 없이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

처용이 생각을 이을 때.

“유리아(Yuria).”

루나가 처용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밤하늘 위에 고고하게 빛나는 별을 의미해.”

“고고하게 빛나는 별이라…… 나쁘지 않네.”

처용이 루나가 말한 이름을 잠시 생각하며 읊조리고는.

“어때?”

연화에게 안겨 있는 태초룡을 바라보며 물었다.

태초룡은 그런 처용의 말을 알아들은 듯.

“삑.”

짧은 울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보다도, 밤의 성채에서의 일은 이걸로 완전히 마무리된 건가?”

연화가 처용과 루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밤의 성채에 일어난 반역은 완전히 진압되었고 그 주체인 마르크는 죽었다.

게다가 밤의 성채를 집어삼키려던 대악마까지 소멸시켰다.

당장 다가오던 큰 위협들은 모두 정리가 된 상황이었다.

“모두들 덕분이야. 정말 고마워.”

루나가 연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헌터들, 그들을 지지해주는 신격들까지.

모두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밤의 성채는 함락되고 밤의 일족은 대악마들의 노예가 되는 운명을 맞이했을 것이다.

너무나도 큰 은혜를 받은 셈이었다.

그랬기에.

“이젠 내가, 우리가 너희들의 싸움을 적극적으로 도와줄 거야.”

밤의 일족들은 헌터들의 싸움에, 처용의 싸움에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지금껏 처용과 함께하던 루나와 류마를 포함한 이들만이 약속한 게 아니었다.

군주인 체페슈를 포함한 ‘모든 밤의 일족’이 동의한 부분이었다.

“좋아.”

루나의 말에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밤의 성채에서의 일이 모두 끝나자, 처용은 다시 아라한 왕국으로 돌아왔다.

밤의 성채에 왔었던 헌터들도 모두 에스라 대륙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그리고 밤의 성채에 있던 모든 헌터들이 아라한 왕국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다.

그중 절반은 커맨더가 구축한 벙커 센터, 대륙의 서쪽에 남아 이종족 구출 활동을 재개했다.

아직, 아스터 교단에 의해 붙잡혀 핍박받는 이들은 너무나도 많았으니까.

게다가.

-아스터 교단이 다른 왕국에 무리한 공물을 요구하는 것 같았습니다.

다른 왕국의 동태를 살피던 아나샤가 전해주었던 정보.

아스터 제국이 휘하 다른 왕국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며 수탈을 일삼는다는 정보였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종족, 노예 등, 이단자로 낙인찍힌 모든 이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들인다는 것.

즉, 생명 에너지를 닥치는 대로 끌어모으려는 듯 보였다.

아나샤는 그런 상황 속에서.

-제가 다른 왕국의 국왕들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아스터 제국의 횡포에 고통받는 왕국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알아서 잘하고 있었겠지.’

아라한 왕국에 발을 들인 처용이 속으로 읊조렸다.

여왕이 된 아나샤는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

처용이 없다고 해도, 그녀는 스스로 잘 해내리라 믿었다.

그리고.

-우웅. 우우웅.

처용의 뒤를 이어, 연화, 연아가 게이트를 넘어왔고,

-우우웅.

마지막으로 루나가 걸어 나왔다.

그때.

-파아아……!

루나에게서 붉은 혈기가 증기처럼 옅게 뿜어져 나오더니.

-스스스.

신장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윽고 루나의 모습은 그녀가 각성하기 이전의 모습으로 변화했다.

“……아?”

갑작스럽게 변화한 자신의 모습에, 루나가 허무한 침음을 흘리며 의문을 표했다.

“……그렇군, 밤의 마신이니 밤의 성채 밖에서는 본래의 힘이 제한된 건가?”

그런 루나의 변화를 본 처용이 짐작하듯 말하자.

“……으음.”

-우우웅.

루나가 눈을 감고 스스로를 상태를 점검하듯 혈기를 끌어 올리며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본래의 힘을 개방할 순 있지만, 그것도 제한이 있는 것 같아.”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를 이야기했다.

밤의 마신은 밤의 성채 밖에서는 본래의 힘이 제한된다.

단, 혈기를 끌어 모아 일시적으로 본래의 힘을 해방할 순 있다.

“그 진짜 모습으로 변신하는 대악마들처럼?”

연화가 안드로말리우스와 디아블로를 떠올리며 말하자.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히히, 루나가 다시 귀여워졌어.”

연아가 다시 자신과 비슷한 눈높이가 된 루나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이자.

“나는 별로야.”

루나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불만을 토로했다.

“아나샤는 바쁘게 일하고 있나 보군.”

처용은 아라한 왕궁 내에 아나샤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둘은 슬슬 이곳에 도착하는 길드들을 도와줘, 밤의 일족들은 아나샤를 도와주고.”

세 사람을 향해 헌터들과 아나샤를 도와달라 말했다.

“너는 이제 어쩌게?”

연아가 그런 처용에게 묻자.

“나는…… 이 녀석에게 물어볼 게 있어.”

처용이 자신의 오른쪽 어깨 쪽에 부유하고 있는 태초룡, 유리아를 보며 답했다.

“그럼, 부탁한다.”

-저벅.

마지막 말을 전한 처용이 향한 곳은 바로 왕궁 2층에 구비된 보물전이었다.

처용이 보물전 안에 구비된 테이블 앞에 앉자.

-탁.

유리아가 테이블 한가운데 위로 내려앉으며 처용을 마주 봤다.

“나에 대해서 거의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처용이 유리아를 지긋이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 아이는 너에 대해서라면 거의 모든 걸 알고 있을 테니까.

-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어린아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구나.

황룡이 태초룡, 유리아를 바라보며 처용에게 했었던 말이었다.

그 말의 가장 신경 쓰이던 부분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부분.

때문에, 처용은 유리아와 단둘이 마주하여 물어보기로 한 것이었다.

아직 제대로 말할 줄 모르는 녀석이 어떻게 답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물어나 보기로 한 것.

아니나 다를까.

“삐익…….”

유리아가 고개를 기울이며 긴 침음을 흘리듯 울음소리를 내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곤란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아. 이제 막 태어난 녀석한테 뭘 기대한 것인지.”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작은 한숨을 내쉬며 읊조리자.

“삐익. 삐이익.”

유리아가 처용을 바라보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휙. 휙휙. 탁.

짧은 팔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한 모습.

그런 유리아를 지긋이 바라보며 생각한 처용은.

“……태룡전의 열쇠를 꺼내 달라고?”

자신이 생각한 바가 맞는지를 물었다.

유리아가 방금 보여준 손짓은, 마치 열쇠로 문을 여는 듯한 제스처로 보였었기 때문이었다.

“삑삑!”

그런 처용의 예측이 맞다는 듯, 유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우우웅.

처용은 곧장 태룡전의 열쇠를 꺼내 유리아 앞에 내밀어 보았다.

그러자.

-탁.

유리아가 짧고 아담한 손을 뻗어 열쇠를 만졌다.

그러자.

-화아아!

열쇠와 유리아가 동시에 은은한 파동을 퍼트렸다.

‘이건, 태초의 그릇과 공명할 때와 같은?’

처용은 작금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던 경우를 떠올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그리고.

[유리아가 계승자에게 반가움을 표합니다.]

처용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유리아가 자신의 이름을 불러 달라고 요청합니다.]

“…….”

시스템 창을 보며 잠시 생각한 처용은.

“유리아.”

그 요청대로 루나가 붙여준 태초룡의 이름, 유리아를 불러 보았다.

그러자.

“삐익.”

유리아가 기분 좋은 미소를 흘리며 밝은 울음소리를 내었다.

“시스템을 통해서 네 의지를 명확하게 전하는 건가?”

처용이 유리아를 바라보며 확인 차 묻자.

-끄덕.

유리아가 아담한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여 보이며 긍정했다.

처용은 유리아의 반응을 보며 잠시 생각하고는.

“나를 잘 알고 있다고? 어떻게? 무엇을?”

유리아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 처용의 말에.

[유리아가 계승자의 질문에…….]

시스템의 말이 다 이어지지 않고 말꼬리가 흐려졌다.

“삐익…… 삐이익…….”

유리아 역시 긴 침음을 흘리듯 울음소리를 내었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듯한 모습.

“질문을 잘못했나?”

처용은 자신의 질문이 명확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읊조렸다.

질문을 바꿔서 다시 물어보기 위해 잠시 생각할 때.

“삐익!”

-짝.

유리아가 박수를 치듯 두 손을 부딪치며 울음소리를 내었다.

마치, 어떻게 말해야 할지 알았다는 듯한 모습.

그런 유리아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 순간.

[대략 ‘47년’ 동안 지켜봐 왔었다고 대답합니다.]

조금 전, 처용의 질문에 대한 답이 시스템 창으로 떠올랐다.

“……이게, 무슨 소리야?”

처용이 유리아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리자.

“삑삑!”

[유리아는 계승자를 ‘수십 년’ 전부터 지켜봐 왔었다고 대답합니다.]

유리아가 다시 울음소리를 내었고 처용의 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수십 년 전이라고?”

처용은 조금 바뀐 시스템 창을 바라보며 읊조리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동시에, 무언가를 깨닫고는.

“……설마?”

눈을 점점 키우며 경악을 드러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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