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4화
태룡사의 중턱에서 황금빛의 기둥이 솟구쳐 오르자.
-뭐, 뭐야!?
-무슨 일인데?
성지 내에 거주 중이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태룡사 내에 잠시 방문한 극소수의 성좌들도 이변을 느끼며 하늘을 보았다.
그런 소수의 성좌들 중 일부.
[이 기운은?]
[신력? 아니야, 조금 더 격이 높은…….]
헤라클레스와 헤르메스가 황금빛 기둥을 바라보며 침음을 흘렸다.
특히.
[이건…… 태초의 힘?]
정보의 신인 헤르메스의 눈이 점점 커지며 경악을 드러냈다.
이전 세계 헌터 회의에서 빛의 신이 언급했었던 태초의 힘.
간단하게 말해서 태초신의 신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에너지.
지금 눈앞에 있는 황금빛의 기둥은 단순한 신력이 아닌.
태초신의 힘, 즉 태초신의 신력이 휘몰아치는 것이었다.
헤르메스가 걱정과 흥미가 일렁이는 복잡한 눈빛으로 황금빛 기둥을 응시할 때.
[일단, 이곳의 주인들이 나섰으니, 일단 상황을 지켜보지.]
헤라클레스가 황금빛 기둥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헤르메스를 향해 말했다.
지금 하늘 위로 솟구친 황금빛 기둥 근처, 하늘 위에는.
-우우웅!
이미, 이변을 감지한 여래와 미륵이 나타나 신력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스승님.”
-파지직!
다리에 번개를 휘감은 처용이 여래 옆에 나타났다.
처용은 여래에게 작금의 상황이 어떻게 벌어졌는지 말하려 했지만.
[보고 있었으니, 상황은 알고 있다.]
여래가 처용의 왼쪽 옆구리에 끼고 있는 작은 생명체, 태초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산신각에 비밀이 있었다는 것, 스승님께선 알고 계셨습니까?”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여래의 말에, 잠시 생각한 처용이 여래에게 질문했다.
산신각에 갈 때마다 종종 이상한 느낌을 받긴 했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평범한 사찰의 토굴일 뿐이었다.
여래에게서 산신각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은 없었지만, 혹시 몰라 질문한 것이었다.
그 말에.
[전혀 몰랐다.]
여래는 전혀 몰랐다고 답했고.
[나 역시, 당황스럽구나.]
미륵 역시 작금의 상황이 당황스럽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결론은, 둘 다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
“도대체……?”
처용이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작은 생명체.
지친 듯, 몸을 축 늘어뜨리고 있는 태초룡을 보며 읊조렸다.
그때.
-쿠구! 쿠구구!
강렬한 신력이 황금빛 기둥 주변에 폭풍처럼 휘몰아쳤고.
-쿠르릉! 파지지직! 파직!
황금빛이 일렁이는 푸른 번개가 폭풍 속에서 피어나며 사방에 뇌전을 흩뿌렸다.
-크롸라라! 크롸아아-!
그 황금빛 기둥 속에서 무언가가 옅게 비치며 거대한 울음소리가 천둥처럼 울렸다.
희미하게 눈에 보이는 실루엣은 다름 아닌, 거대한 용이었다.
땅부터 하늘까지 이어지는 황금빛 기둥 속에 꿈틀거리는 거대한 용.
“조각상에서 진짜 용이 나왔다고?”
처용이 거대한 용의 모습을 보며 의문을 읊조렸다.
언뜻 봐도, 수백 미터에 달하는 크기인 청룡의 본체보다도 거대한 몸집.
마치, 지금껏 가문 대대로 모셔 온 태룡산의 대산신.
황룡이 부활한 듯한 광경이었다.
처용이 의문과 황당함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읊조릴 때.
[……그럴 리가 없다.]
눈앞의 황룡을 마주한 미륵의 눈이 점점 커지며 경악을 내비쳤다.
웅장하게 휘몰아치는 신력.
황금빛 기류가 일렁이는 푸른 번개.
청룡보다도 거대한 크기인 금빛의 황룡.
미륵이 아는 한, 이러한 특징을 지닌 ‘신’은 단 한 명뿐이었다.
[……천찰(天察)?]
하늘 위에서 땅을 보살피는 대신.
한반도 건국의 시조로 언급되기도 하는 존재.
태초신에게서 ‘태초의 심장’을 받아 관리하던 자.
그로 인해 천교, 옥황상제에게 살해당했던 신.
눈앞에 보이는 황금빛의 용은, 천찰의 대신 환인이었다.
미륵이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말한 순간.
-우웅. 화아아!
미륵의 손아귀에서 황금빛이 튀어나왔고.
-우우웅!
일부분이 깨진 구슬처럼 보이는 둥근 구체, 태초의 심장이 나타나 황금빛 기둥으로 향했다.
동시에.
-스스스.
본래, 미륵의 손아귀에 딱 들릴 정도의 크기였던 태초의 심장이 점점 커지더니.
-후욱! 콱!
황금빛 기둥에서 튀어나온 용의 발톱이 태초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파아아아!
하늘 위로 솟구친 황금빛의 기둥이 휘몰아치듯, 풀려나가며 그 안에 일렁이던 거대한 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맑은 하늘 위, 구름과 함께 유영하고 있는 거대한 황금빛 비늘의 용.
-후우욱!
구름 위에 있던 용의 머리가 아래로 내려오며 모습을 드러냈고.
-스스스.
서서히 눈을 뜨며 짙은 청색의 안광을 내뿜었다.
그리고.
-우우웅.
본래, 윗부분이 깨진 구체 형태였던 태초의 심장.
점점 커지던 태초의 심장은 어느 세 용의 손아귀에 쥐어질 정도로 거대해졌고.
-촤라라락-! 촤락!
거대한 황룡에게서 몇몇 비늘이 떨어져 나오더니 태초의 심장의 깨진 부분에 붙어 완전한 구체로 복구되었다.
영락없이 여의주를 쥔 황룡의 모습이었다.
[……천찰? 아니, 너는 누구냐.]
미륵이 모습을 드러낸 황룡을 노려보며 물었다.
겉모습과 기운은 분명히 천찰의 대신, 환인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륵의 눈에 보이는 황룡 겉이 일렁이는 기운들.
그 기운들은 모두 온전한 신의 신력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겉모습은 천찰의 대신.
그 겉과 속에 일렁이는 짙은 기운은, 알 수 없는 복잡한 무언가.
미륵이 침착한 목소리로 황룡을 향해 묻자.
[나를 온전한 천찰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네, 관철이여.]
그런 미륵을 응시한 황룡에게서 잔잔하고 편안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천찰이 아닌가?]
미륵이 작은 적대감을 비치며 말하자.
[천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
황룡이 잔잔한 목소리로 미륵의 말에 답했다.
아무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듯, 침착한 목소리였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대를 다시 마주 볼 수 있게 되어 기쁘다네.]
짙고 선명하게 울려 퍼지는 용의 목소리 안에는, 기쁨 어린 미소가 일렁이고 있었다.
미륵은 황룡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간파하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고.
“누굽니까? 당신은.”
처용 역시 신수의 격으로 황룡의 감정을 읽으며 질문했다.
신수의 격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황룡의 감정.
그 속에는, 해방감과 기쁨, 걱정, 놀라움 등이 일렁이고 있었다.
심지어 황룡이 느끼는 놀라움은 자기 자신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마치, 자신이 이렇게 나타날 줄은 전혀 몰랐다는 듯한 감정의 놀라움이었다.
[먼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구나. 계승자.]
처용의 질문에 잠시 생각한 황룡이 입을 열었다.
자신을 태어나게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말을 먼저 전한 황룡은.
[네 질문에 답하기 전에, 모두가 같이 해후를 나누기에는 장소가 좋지 못하구나.]
시선을 내려 아래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갑작스럽게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황룡으로 인해, 지상에 있는 모두가 신기한 듯 시선을 모으고 있었다.
[저기가 좋겠군.]
황룡이 고개를 돌려 태룡사의 정상.
거대한 나무, 구름이 드리워진 세계수의 윗부분을 바라보며 말했다.
동시에.
-우우웅! 화아아아!
황금빛을 퍼트리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고.
-우웅. 우우웅. 파아아!
그 주변에 있던 처용과 여래, 미륵 역시 황금빛에 휩싸이며 사라졌다.
-후우! 쿠구구!
거대한 덩치의 황룡이 태룡사의 정상, 세계수의 위에 다시 나타났다.
“……운신전?”
-탁.
처용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황룡이 모두를 이동시킨 장소는 다름 아닌 운신전.
세계 헌터 회의가 열렸던 장소였다.
그리고 황룡은 단순히 장소를 이동시킨 것만이 아니었다.
[흐음, 후계자를 지켜보다가 이리로 불려오게 되었소만.]
갑작스럽게 운신전에 불려온 해전무신이 의문을 표했고.
[당신이, 우리 모두를 이곳에 불러 모았군요.]
드라이어드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세계수가 하늘 위에 부유하고 있는 황룡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룡전에 거주하는 모든 신격들.
황룡은 그들 모두를 운신전으로 불러 모은 것이었다.
이 자리에 소환된 신격들이 당황스러움을 드러내는 듯한 분위기.
그리고.
[……누님.]
경악이 일렁이는 눈빛으로 황룡을 바라보던 크루마가 읊조리듯 말하자.
[아니야.]
그 말에 카투라가 단호한 목소리로 답하듯 말했다.
[아버지는 절대로 아니야, 태초신의 기운이 조금…… 느껴지기는 하지만.]
카투라가 황룡을 관찰하듯 눈을 가늘게 뜨며 말을 이을 때.
[……환인이시여?]
황룡을 바라본 청룡의 눈동자가 점점 커지며 경악을 드러냈다.
청룡은 천찰의 대신에게서 태어난 신수.
그의 시선으로 보이는 황룡은 아무리 봐도 천찰의 대신, 환인이었다.
[모든 아이들의 소멸을 예상하고 슬퍼했거늘, 기적적으로 운사의 명맥만큼은 끊기지 않았구나.]
황룡은 자신을 바라보는 청룡을 향해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이 또한 네 덕분이다. 계승자.]
“이제 말해주시죠. 당신은 누굽니까?”
처용은 감사를 전하는 황룡의 말에 조금 전 전했었던 질문을 다시 언급하며 말했다.
그러자.
[……태초신의 힘과 기억을 일부분 수계 받아 다시 태어난 천찰의 대신.]
황룡이 자기 자신에 대해 고찰하듯, 잠시 생각한 후 처용의 질문에 답했다.
[나 역시, 스스로가 이러한 방식으로 다시 태어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미륵이 황룡의 대답에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나는 천찰에게서 태초의 심장을 받아 오랜 시간 맡아왔다. 그 안에…… 천찰의 흔적은 없었다.]
눈앞의 황룡, 스스로를 태초신의 힘을 수계 받아 다시 태어난 천찰의 대신이라 일컫는 존재.
미륵이 볼 때, 황룡이 수계 받은 태초신의 힘의 원천은 바로 태초의 심장이었다.
태초의 심장 안에는 태초신이 지닌 권한과 신력, 그의 기억이 담겨 있었으니까.
황룡이 태초신의 힘을 어떻게 수계 받았는지는 알았다.
그러나 황룡이 태초신의 힘을 일부분 수계 받았다는 부분을 따지기 전에.
[무슨 수로 소멸한 천찰이 부활했단 말인가?]
더 근본적인 의문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수로, 어떻게 소멸한 천찰의 대신이 부활한 것인가?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천찰(天察)의 신명을 짊어진 환인은, 지상과 신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
미륵의 의문에 황룡이 눈을 천천히 감으며 입을 열었다.
스스로가 천찰의 대신, 환인임에도 불구하고, 환인을 제3자 이야기하듯 말하는 모습.
마치, 환인의 행적이 기록된 책을 읽는 듯한 모습이었다.
[환인은, 지상에 천찰의 신명과 기록을 복제해 담아 놓은 보관함을 만들어 두었었다.]
지상과 신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었던 천찰의 대신.
그는 자신을 상징하는 신명과 그 기록들을 복제해 지상에 보관했었다.
그 보관함이 바로, 산신각에 있던 황룡의 조각상이었다.
천찰의 대신이 스스로의 힘과 기억을 복제해 따로 보관한 이유가 있었다.
[천찰의 존재만이 아닌, 기록까지 모두 사라진다면, 그에게서 태어난 아이들까지 사라지니까.]
천찰의 대신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소멸한다면, 그에게서 태어난 신수들도 모두 소멸한다.
대표적으로 이 자리에 있는 청룡.
만약 환인이 스스로의 신명과 기록을 복제해 남기지 않고 소멸했다면?
그 결과, 청룡 역시 소멸했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정리하자면, 환인은 자신이 만든 신수들을 위해 ‘천찰’의 이름과 기록이 지상에 남도록 만든 것이었다.
“사람들에게 잊혀진 신과 성운은 몰락한다…….”
처용이 미륵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읊조리자.
[신들에게 적용되는 우주의 법칙, 잘 알고 있구나. 계승자.]
황룡이 그런 처용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때.
[신명에 깃든 기록과 힘을 복제한다고? 그건 불가능하다.]
미륵이 황룡의 말에 반박하듯 말했다.
신명에 깃든 힘과 기록을 복제한다는 것은, 또 다른 자신을 완벽하게 하나 더 만드는 것과 같았다.
분신을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신이 자신의 분신을 만든다 해도, 그 분신이 온전한 신격의 힘을 발휘하는 건 아니니까.
[창조에 가까운 권능을 지닌 막내 공주도 제 신명을 복제할 순 없다.]
태초신에게서 태어난 마지막 신격.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태초신의 절대 권능 중 하나인 ‘창조’에 가까운 권능을 지닌 존재였다.
그런 그녀라 해도 온전한 신격과 신명을 복제하여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신명에 깃든 기록만을 복제하는 것 또한 불가능하다.
설령 신명에 깃든 힘과 기억을 온전히 복제한다 해도, 그것을 무슨 수로, 어디에 보관할 것이란 말인가?
태초의 그릇이나 태초의 심장 정도가 아니라면 온전한 신격을 담기란 불가능했다.
온전하게 담을 방법 또한 떠오르는 방안이 없었다.
미륵이 볼 때, 황룡의 부활은 불가능투성이였다.
그런 미륵의 말에.
[환인은 스스로 자신의 신명과 기록을 복제한 것이 아니었네, 그럴 능력도 없었고.]
황룡이 감았던 눈을 뜨고는 미륵의 말에 동감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신명을 온전하게 복제하여 그 기록과 힘을 지상에 보관한다?
누구에게도 들키기 않도록?
그 어떤 신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기록을 복제하고 보관함을 만들어 지상에 감추어 준 존재는 태초신이었다네.]
그 조력자가 태초신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태초신이 천찰의 기록을 복제해 지상에 두었다고?]
태초신이 천찰의 대신을 도와주었다는 말에 미륵의 의문을 표하자.
[그렇다네. 관철. 천찰이 태초의 심장을 짊어지는 대가로 받은 것이었지.]
황룡이 어째서 태초신이 천찰의 대신을 도와주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천찰의 대신은 태초의 심장을 보관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은 대가로 태초신에게 ‘보험’을 요구했다.
자신이 잘못되어도, 제 자식들, 신수들은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든 것이었다.
“큰 대가를 짊어지는 대가, 인과율의 힘을 이용했군요.”
처용이 황룡의 말에 어느 정도 납득한 듯 읊조렸다.
황룡이 한 말, 태초의 심장을 짊어지는 대가로 받은 것.
이 말에 딱 떠오르는 한 사람과 비슷한 사례를 떠올렸다.
바로.
“스승님에게 ‘신법’의 신명을 내린 대가로 ‘역천’의 신명을 봉인한 것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전 역천의 신, 현 신법의 대신인 여래였다.
태초신이 인과율의 조작을 활용해 보인 대표적인 예시라 볼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처용이 생각을 정리하며 말을 이었다.
“태초의 심장에는 태초신의 기록이 깃들어 있었다. 황룡의 조각상은 천찰의 기록이 담긴 보관함이었다.”
[그래, 그 두 가지가 합쳐져 ‘나’라는 존재가 된 것이지.]
황룡이 처용의 말에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 두 가지 기록을 합쳐 당신을 태어나도록, 만든 게 이 녀석이고요?”
처용이 잠시 생각을 정리하며 침묵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직 확신은 하지 못한 듯, 떠보는 듯한 목소리.
그 말에 황룡의 시선이 처용의 팔에 잡혀 늘어져 있는 태초룡을 담았다.
[그 아이가 없었다면, 계승자가 만든 변수가 아니었다면, 내가 태어날 리가 없었겠지.]
황룡이 처용의 짐작이 맞다는 듯, 긍정하며 말했다.
태초신의 힘과 기억을 일부분 이어받고 다시 태어난 천찰의 대신.
이론상, 설명은 되지만, 본래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황룡의 부활이라는 변수를 만들어 낸 변수는 무엇인가?
“이 녀석은 도대체 뭡니까?”
생각을 잇던 처용이 손에 든 태초룡을 바라보며 황룡을 향해 물었다.
천찰의 대신을 다시 태어나도록 만든 변수.
처용에 의해서 태어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변수.
그 변수는 다름 아닌 태초룡이었다.
눈앞에 있는 황룡은 ‘태초신의 기억과 힘’을 지닌 천찰의 대신.
처용은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황룡이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처용의 예상이 맞다는 듯.
[그 아이는-.]
황룡이 태초룡을 지긋이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갓 태어난 새로운 태초신이다.]
이어지는 황룡이 충격적인 대답에.
“새로운…… 뭐!?”
처용의 눈이 점점 커지며 경악을 드러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