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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28화 (528/726)

#528화

루나가 처용의 피를 입에 담았을 때.

‘죽을 수도 있다!’

그 피를 소화할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지금 입안에 고여 있는 피를 삼키는 순간.

피 안에 일렁이는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두려워하는 와중에도, 당장 피를 삼킬 듯, 입을 들썩였다.

피에 일렁이는 강력한 힘에 이끌리고 있었으니까.

신력과 신명의 힘이 일렁이는 피.

그 피를 삼키면 죽는다는 것을 뱀파이어 특유의 본능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강력한 힘이 응축된 피를 뱀파이어의 본능이 원하고 있었다.

죽음을 거부하는 본능과 강한 피를 원하는 본능.

루나는 두 본능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

눈을 딱 감고 입에 고인 피를 삼켰다.

피를 삼킨 순간.

-스스스!

마치, 뜨거운 용암을 삼킨 듯 식도에서부터 격렬한 뜨거움이 전해졌다.

동시에, 몸 곳곳으로 강렬한 에너지들이 퍼져 나가는 것도 느껴졌다.

뱀파이어의 육체가 피에 담긴 강력한 에너지들을 흡수하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피를 삼키기 전부터 예상했듯, 루나가 감당할 수 없는 힘이 담긴 피라는 것.

“아아악! 으……!”

루나의 입에서 고통 가득한 침음이 흘러나왔다.

육체의 내부로부터 화염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이 퍼지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아스모데우스의 저주로 인한 고통까지 더해져, 통증이 더 심해지고 있었다.

이윽고 손, 발부터 시작해서 심하게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다만, 그로 인한 영향인지.

-스스스.

루나의 육체 내부에서 그녀를 잠식시키던 아스모데우스의 마기가 흩어졌다.

검은 반점이 처용의 피로 인해 밀려나듯, 서서히 사그라졌다.

그 대신.

-치이이! 치이!

붉은 핏줄이 돋아나며 피부가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아스모데우스의 마기와 처용의 피가 루나의 내부에서 격돌하자.

“……! ……!!”

루나는 비명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듯, 소리 없는 고통을 지르며 몸부림쳤다.

처용은 격하게 몸부림치는 루나의 어깨를 잡아 붙잡아 누르고는.

“자비의 손길.”

-우우웅.

자비의 손길을 루나에게 퍼트렸다.

격렬히 날뛰는 기운이 자비의 손길에 닿아 그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지만.

-치이! 치이이!

고통을 조금 줄여주기만 할 뿐, 작금의 상황을 해결할 순 없었다.

처용은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작금의 상황에 인상을 찌푸리고는.

‘이 일이 잘못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루나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존재.

드래곤의 알을 향해 경고 서린 의지를 담아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자.

-우웅.

드래곤의 알이 잔잔한 파동을 내뿜으며 처용의 메시지에 답했다.

마치,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달라는 듯한 의미로 해석되었다.

처용이 자비의 손길을 유지하며 루나가 견딜 수 있도록 도울 때.

[내가 구경만 할 줄 알았더냐.]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스모데우스가 처용을 노려보고는.

-파아아! 쐐에에-!

주변에서 쏟아지는 신격들의 공격을 단번에 밀쳐 뿌리침과 동시에 처용에게 마기를 쏘아 보냈다.

크라켄의 다리처럼 꿈틀거리는 두껍고 거대한 촉수들이 순식간에 처용이 있는 곳으로 쇄도했다.

아니, 정확히는 처용이 보호하고 있는 존재.

[무엇을 꾸미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두고 볼 것 같았느냐!]

루나를 목표로 돌진해 나갔다.

“다중, 팔괘금강문!”

-쿠구구! 쿠구!

처용이 급하게 왼손으로 수십 장의 철벽부를 흩뿌리며 다섯 개의 팔괘금강문을 소환했다.

-쾅! 콰드득! 콰직!

순식간에 두 개의 팔괘금강문이 부서지고.

-콰직! 콰자작!

세 번째 팔괘금강문이 부수어진 순간.

“금강종문!”

마지막 두 개의 팔괘금강문이 삼각형 형태로 비스듬하게 세워져 하나로 합쳐졌다.

육중하게 덮쳐오는 마기의 물결이 마지막 벽, 금강종문에 닿자.

-콰아아!

아스모데우스가 쏘아낸 마기의 촉수들이 두 갈래로 갈라지며 좌·우로 스쳐 지나갔다.

공격을 잘 막아내는 듯 보였지만.

-우득! 우드득!

금강종문이 점점 갈라지더니, 조금씩 부수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하계종과 함께 네놈도 삼켜주마!]

우위를 점한 아스모데우스가 처용을 향해 비웃음을 흘리며 말하자.

“어디 한번 삼켜 봐라, 네년 뱃속을 찢어발겨 줄 테니.”

처용이 살의 어린 미소를 드러내며 받아치듯 말했다.

겉으로는 여유를 드러내는 모습이었지만.

‘제길.’

작금의 상황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곧 금강종문이 부서진다.

게다가 벽이 무너진다고 해도, 물러설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바로 뒤에 루나가 있었으니까.

결국.

“항마의 화신 – 결전-.”

처용은 루나를 보호하기 위해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항마의 화신 상태에서 발휘하는 결전기를 사용하면, 이제 더 태극천체일도를 쓸 힘이 없다는 것.

그렇다면, 최후의 수단인 이 성지를 파괴할 수단이 사라지게 된다.

그럼에도 처용은 루나를 보호하는 것을 선택했다.

신력을 모은 처용이 항마의 화신을 불러내려는 찰나.

-스스스.

고통에 지쳐 기절한 듯 보이던 루나가 혈기에 휩싸이더니 공중에 떠올랐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리더니.

-화아아압!

공기를 빨아들이듯 숨을 크게 들이쉬기 시작했다.

그 결과.

-꾸륵! 쿠-화아아악!

주변으로 뻗어 나간 아스모데우스의 마기 덩어리들.

검은 촉수들이 루나의 입으로 삼켜지듯,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뭐, 무슨 일이?]

갑작스러운 이변에 당황한 아스모데우스가 마기를 끊어 공격을 멈추려 했다.

그러나 아스모데우스와 루나가 강제로 연결된 듯, 촉수 다발이 끊어 지지가 않았다.

게다가.

-푸화아! 콰아아!

주변에 넘실거리며 점점 잠식해 오는 검은 안개까지 모두 루나에게 빨려 들어갔고.

“으, 으어……!”

“잠식이…… 사라진다?”

-슈르륵! 슈륵!

뱀파이어들을 잠식하던 저주까지 강제로 끌려 나와 루나에게로 향했다.

[크흡!]

힘이 빨려 나가는 것을 느낀 아스모데우스가 손을 크게 휘둘러 촉수 다발을 강제로 잘라내었다.

그 순간.

-슈르륵!

끊어진 촉수 다발의 끝.

루나에게 향하는 촉수의 끝에, 검붉은 덩어리가 꿈틀거리며 함께 딸려 나갔다.

[내 지배력을-!?]

아스모데우스는 마르크에게서 빼앗은 영향력의 일부가 강탈된 것을 느끼고는 경악을 내질렀다.

빼앗긴 힘을 다시 찾으려 시도하기도 전에.

-슈르륵.

마치, 아스모데우스에게서 도망치듯 쏘아져 나간 힘이 루나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쿠화아아! 쩌저저적!

거세게 휘몰아치는 혈기가 공중에 떠오른 루나의 몸을 둥글게 휘감았다.

마치, 나선으로 휘몰아치는 혈기의 구슬 속에 갇힌 모습.

혈기의 구슬이 루나를 감싸자.

-스스스.

그 겉으로 황금빛이 일렁이는 반투명한 기운이 구체 겉에 둘러졌다.

“……에테르?”

처용이 그 기운을 알아보며 읊조렸다.

우주가 분해되어 만들어진 순수한 에너지.

루나를 마지막으로 감싼 기운은 다름 아닌 에테르(ether)였다.

본래는 에테르는 태초의 그릇 속에 담겨 있던 기운이었다.

그리고.

-태초의 그릇 속에 담겨 있던 에너지의 일부가 네게로 흘러 들어갔다. 이유는······ 모르겠군.

엘리스가 미륵의 도움을 받아 바알의 낙인을 없앴을 때 했었던 말.

태초의 그릇에 있었던 기운이 흘러나와 처용이 지닌 태초의 조각으로 흘러 들어갔었다.

그 태초의 조각은 아스터가 강탈했었던 드래곤의 알로 스며들었고.

드래곤의 알은 루나의 혈옥 속에 스며들며 잠들었었다.

그 속에 저장된 에테르가 지금 발현된 것.

에테르와 혈기가 루나를 감싸자, 그 속에 갇힌 루나의 모습이 검은 실루엣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이잉!

감겨 있던 루나의 눈이 떠지며 붉은 안광이 선명하게 피어났다.

동시에.

-우드득! 우드드득!

팔, 다리가 조금씩 길어지며 몸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본래 루나는 연아보다 조금 작고 어려 보이는 인상착의였다.

아직, 루나가 다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녀가.

-우득! 우드드-!

어린 티를 벗고 완전한 성인 여성의 모습으로 자라났다.

순식간에 몸이 자라나던 루나의 성장이 멈춘 순간.

-화아아!

검은 실루엣으로만 보이던 루나의 등 뒤에서 세 쌍의 날개가 돋아나며 펼쳐졌고.

-콰직! 콰지직!

마치 알을 깨고 나오듯, 붉은 손톱이 자라난 루나의 오른손이 구체 외부를 뚫고 튀어나왔다.

-콰직! 우드득!

바로 근처에서 루나의 왼손 역시 구체를 뚫고 튀어나왔고.

-콰지지지-지직!

루나가 양손을 길게 찢으며 자신을 감싼 구체를 완전히 부수며 나타났다.

동시에.

“으아아아-!!”

살짝 웅크리고 있던 몸을 크게 펴며 포효를 내질렀다.

루나의 등 뒤에 자라난 세 쌍의 날개.

박쥐와 까마귀의 날개가 합쳐진 듯한 모습의 날개가 크게 펼쳐지자.

-콰아아!!

루나에게서 응축된 혈기가 크게 폭발하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혈기의 기둥이 하늘을 뚫고 나아가자.

-화아아!

아스모데우스의 마기로 인해 검게 드리워졌던 먹구름이 확 걷어졌고.

-후우우.

먹구름 속에 갇혔던 보름달이 붉은빛과 달빛을 내뿜으며 나타났다.

보름달이 루나의 바로 위에 떠오르자, 변화한 루나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길게 자라나 흩날리는 검은 머리와 중간중간 붉은 빛을 빛내는 브릿지.

어린 여성의 티가 확 사라진 성인 여성의 미형 얼굴.

한 쌍에 불과했던 박쥐 날개에 검은 깃털이 자라났고 세 쌍으로 늘어난 모습.

그리고.

-슈르르륵!

루나의 몸 위로 일렁이는 붉은 혈기가 실타래처럼 모여들며 루나를 감싸더니.

-촤라라락!

긴 자락을 흩날리는 붉은 드레스를 만들어 내었다.

처용은 루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혈기 폭풍에 저항하며 몸을 낮게 낮추고는.

“이건…… 신력? 아니, 그냥 신력이 아니라……!”

완전히 변한 루나를 바라보며 놀라움이 일렁이는 침음을 흘렸다.

[블라디미르 로 루나리스]

[신명 : 밤의 마신(魔神).]

[칭호 : 뱀파이어 제네시스(Vampire Genesis), 진조(眞祖).]

[특징 : 최초의 뱀파이어, 블라디미르의 힘을 온전히 각성해 낸 밤의 왕족.]

[성지, 밤의 성채의 절대적인 지배권을 가집니다.]

[확인 불가.]

.

통찰의 눈이 완전히 변화한 루나의 정보를 비추자.

“……밤의 마신?”

처용의 눈이 커지며 경악을 드러냈다.

밤의 마신.

뱀파이어와, 몽마 등, 밤의 일족들을 만들어 낸 존재를 의미하는 말.

처용은 그 존재가 바로 꿈의 종주, 니알라 크타니드를 의미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니알라의 신명은 몽환(夢幻).

밤의 마신이라는 이름은 그저 밤의 일족들이 그녀를 높게 칭하는 말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런 ‘밤의 마신’이라는 이름이 루나의 신명이 되어 나타났다.

“……아스모데우스!”

완전히 각성한 루나가 아스모데우스를 노려보며 차갑게 노려보고는.

“더는 우리의 성지를 더럽힐 수 없다.”

-후욱! 슈우-!

세 쌍의 날개를 크게 펼치며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쇄도했다.

[이 하계종이-!]

-우웅! 슈화아아!

아스모데우스가 돌진해오는 루나를 향해 마기를 내뿜으며 소리쳤다.

온갖 저주가 도사리는 두꺼운 촉수 다발들이 루나를 향해 쇄도했다.

루나는 정면에서 덮쳐오는 새까만 촉수들을 피하거나 막으려 하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육중한 질량의 검은 촉수들이 루나의 지척에 다가왔다.

루나가 거대한 벽처럼 보이는 아스모데우스의 마기에 삼켜질 듯 보였지만.

-촤아아아-!

루나는 자신의 주변에 혈기를 두르며 아스모데우스의 마기를 강제로 뚫고 나아갔다.

핏빛의 혈기가 루나의 주변에 몰아치며 그녀에게 접근하는 마기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있었다.

이윽고.

-파아아!

육중한 마기의 벽을 뚫어낸 루나가 아스모데우스의 지척에 도달했다.

-후우-! 콱!

붉은 혈기가 일렁이는 루나의 오른손이 아스모데우스의 목을 잡아챘다.

그 순간.

[어리석은 것, 나를 직접 잡다니.]

-탁. 촤라라락!

아스모데우스가 자신의 목을 잡아챈 루나의 오른손을 잡아챘고 주변을 마기로 휘감았다.

[제 발로 먹이가 되는 것을 자처하는구나!]

-츠즈즈즈!

아스모데우스가 퍼트린 마기가 진동을 토해내며 요동쳤고.

-스스스!

그녀를 잡아챈 루나의 팔에 검은 반점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스모데우스는 그 신체(神體) 자체가 강력한 저주의 덩어리와 같았다.

그런 그녀를 직접 잡아챈다는 것은, 가장 농밀하게 응축된 저주에 닿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루나는 자신의 팔에 번지는 짙은 저주는 신경 쓰지 않고.

“내놔라.”

-쿠구구!

혈기를 내뿜으며 차가운 목소리를 내었다.

“우리에게서 빼앗은 ‘몽환’을 내놓아라!”

루나가 강하게 외치며 혈기를 더 거칠게 뿜어대자.

-스스. 스스스!

아스모데우스에게서 검붉은 기운이 흘러나오더니, 그녀의 목을 붙잡은 팔을 타고 루나에게 흘러 들어갔다.

아니, 루나에게 기운을 빼앗기고 있었다.

바로 아스모데우스가 체페슈, 마르크에게서 강탈한 밤의 성채의 영향력과.

[모, 몽환의 기운을!]

거의 다 완성시킨 ‘몽환’의 기운을 루나에게 빼앗기기 시작했다.

아스모데우스가 경악을 내지르고는.

[이것은 내 것이다! 감히 네년 따위가!]

-우웅! 쿠구구!

마기를 거칠게 뿜어대며, 자신의 기운을 강탈해가는 루나의 혈기에 저항했다.

동시에, 그녀를 잠식시켜 잡아먹기 위해 저주의 힘을 더 끌어 올렸다.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눈앞에 있는 왕족이 새로운 ‘군주’가 된 듯 보였다.

그렇다면, 새로운 군주를 잠식해 잡아먹을 시, 이 전쟁의 완전한 승리자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아스모데우스는 화신체가 아닌 본신으로 강림한 상태였다.

거의 온전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뿐더러, 밤의 성채의 영향력을 상당히 빼앗기까지 했다.

지금은 루나에게 그 영향력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었지만.

-스스스!

아직 순수한 기운의 크기로는 아스모데우스가 압도적이었다.

[하하하! 얌전히 내 먹이가 되어라!]

아스모데우스가 마기를 더 거칠게 내뿜으며 소리쳤다.

승리를 확신하는 아스모데우스의 미소가 울린 순간.

[우리가 구경만 할 줄 알았더냐?]

-파지직!

아스모데우스의 오른쪽에서 아스트라페를 쥔 아테나가 나타났고.

-콰쾅! 파지지직!

아스트라페의 창날이 아스모데우스의 옆구리를 강타하며 거친 뇌전을 내뿜었다.

동시에.

[해일 가르기!]

-스릉. 쏴아아!

해전무신이 환도에 파도를 휘감아 아스모데우스의 등을 내리쳤다.

-쿠구! 까가가-각!

두 신격의 기운에 거칠게 내뿜어지던 아스모데우스의 마기가 거칠게 깎여 나갔다.

[이-!]

갑작스러운 방해에 아스모데우스가 다급한 표정을 내비치며 침음을 흘렸다.

아스모데우스는 겉에 마기를 둘러 아테나와 해전무신의 공격을 버티면서도.

-우우웅!

어떻게든 서둘러 루나를 잠식하기 위해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루나만 흡수한다면, 이 전쟁은 이긴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때.

[다중, 팔괘광명진.]

아스모데우스의 바로 위에 여래가 모습을 드러냈고.

-우웅. 우우웅!

그런 그의 뒤로 새하얀 팔괘의 진법 여덟 개가 겹쳐진 채 나타났다.

강렬한 빛과 파마의 기운이 여래 앞에 모여들고는.

-크롸아아아!

달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백룡의 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마룡(破魔龍)의 격노.]

여래가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손을 뻗으며 신력을 퍼트리자.

-쓰읍! 콰아아아-!!

거대한 백룡의 머리가 입을 크게 벌리며 숨을 들이쉬더니,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다.

[이-! 이이! 이런 미친!]

위에서 가해지는 강렬한 브레스에 아스모데우스가 반쯤 주저앉으며 비명을 토해냈다.

아군 적군 할 것 없이 모두 쓸어버리려는 듯, 광범위한 공격.

브레스에 휩쓸린 이는 아스모데우스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공격하던 해전무신과 아테나, 루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 어째서……!]

여래의 브레스에 공격을 받는 이는 아스모데우스 뿐이었다.

그녀를 공격하는 두 신격과 루나는 여래의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저들은 네놈과 같은 악한 존재가 아니다.]

여래가 신력을 더 끌어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이……!]

아스모데우스의 입에서 다급한 침음이 흘러나왔다.

주변의 거친 방해로 인해.

-스스스!

점점 루나에게 힘을 빼앗기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게다가.

-파아아……!

여래가 쏘아낸 파마의 힘이, 루나를 잠식하려는 저주의 기운을 짓누르고 있었다.

작금의 상황이 계속 유지되는 것은 결코 좋지 못했다.

[이대로 순순히 물러날 것 같으냐!]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의 영향력을 루나에게 강제로 더 빼앗기기 전에.

[이 성지를 네놈들의 무덤으로 만들어 주마!]

-우웅! 쿠구구!

자신의 남은 영향력과 힘을 발휘해 칙령을 퍼트리려 했다.

바로 이 성지를 완전히 무너뜨려 어둠 속에 빠뜨리는 것.

간단히 말해서 밤의 성채를 자폭시킬 생각이었다.

그토록 손에 쥐길 원했던 밤의 성채와 몽환의 힘을 포기해야 했지만.

[가질 수 없다면……! 모조리 파괴해 주마!]

이대로 순순히 모든 것을 잃을 것보단 나았다.

아스모데우스가 마지막 발악을 시도할 때.

-우득! 파앗!

루나가 아스모데우스를 붙잡은 손을 놓고 그녀를 밀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아스모데우스가 갑자기 물러난 루나의 행동에 의문을 품을 때.

“서약자.”

루나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처용을 불렀다.

그 순간.

“의념기 – 태극천체일도!”

-우웅! 쐐애에엑!

뒤로 물러나는 루나의 옆으로 태극천체일도를 쥔 처용이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스르릉!

순식간에 아스모데우스 앞에 도달한 처용이 그녀를 처형하려는 듯, 태극천체일도를 크게 들어 올렸다.

[이-!]

아스모데우스가 처용과 눈을 마주치고는 다급한 침음을 흘렸다.

차마, 방어를 시도하기도 전에.

“천지단절!”

-촤아!

처용이 자신의 의념(意念)을 강하게 담아 태극천체일도를 아래로 내리쳤다.

의념기(意念技), 태극천체일도에 담긴 염원은 바로.

“영원히 사라져라. 색욕악신!”

아스모데우스의 완전한 소멸이었다.

신을 소멸시키는 강렬한 힘이 담긴 태극천체일도가 황금빛의 선을 그려내었고.

-피이! 촤아아아아!

아스모데우스의 정수리부터 시작해 발아래까지, 반으로 갈라 버렸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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