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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26화 (526/726)

#526화

-스스스. 스스……!

주변에 흩뿌려진 어두운 잿빛의 마기가 메피스토 주변으로 모여들며 압축되었다.

여러 개로 뭉쳐 든 마기들이 길게 뻗으며 점점 형상을 갖추었고.

-스르릉.

마기가 뭉쳐 만들어진 형상이 모두 ‘샤네’로 변했다.

메피스토의 주변에 떠오른 샤네는 대략 백 자루.

-스릉. 촤라라라-!

백 자루가 넘는 샤네가 메피스토의 뒤에 벽처럼 정갈하게 나열되었다.

그 샤네 하나하나가 메피스토가 손에 쥐고 있는 샤네처럼.

-스스스!

어두운 잿빛의 폭풍을 휘감으며 짙은 마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게 고작이라니…….]

메피스토가 백여 자루의 샤네를 보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읊조렸다.

화신체로 강림한 그는 힘이 제약되어있는 상황.

즉, 본신의 무력을 전부 발휘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짧게 불만을 내뱉은 메피스토가 고개를 돌려 정면을 바라봤다.

처용이 메피스토의 시선을 마주하며 소리 없는 긴장감을 드러내고는.

“스승님.”

조용히 여래를 불렀다.

그러자.

[알고 있다.]

여래가 처용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듯, 답했다.

[저것, 하나하나가 ‘진짜’이지 않느냐?]

처용이 전해 주었던, 멸망한 세계 속 과거의 기억.

그 기억 속에는 처용이 맞서 싸웠던 존재, 메피스토에 관한 기억도 있었다.

증오의 검 샤네라 불리는 대검을 다루는 끝없는 증오의 대악마, 메피스토.

그가 내뿜는 어두운 잿빛의 마기는 다른 대악마의 마기와는 조금 달랐다.

가까이 가기만 해도 손이 잘려 나갈 것처럼 날카롭게 벼려진 마기.

메피스토의 어두운 잿빛 마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절단’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간단하게 말해서, 그저 마기를 내뿜기만 해도 검기처럼 날카롭게 벼려져 내뿜어진다.

메피스토는 그런 날카롭고 예리한 마기를 샤네에 폭풍처럼 둘러 공격하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 폭풍의 바람결 하나하나가 마기가 압축되어 벼려진 칼날과 같았다.

메피스토가 만들어 낸 어두운 잿빛의 바람에 잘못 휘말리면, 믹서에 갈리듯 갈기갈기 찢겨 나간다.

디아블로가 묵직하고 강력한 한 방 공격이 특징이라면.

메피스토는 날카롭게 쇄도해오는 연속 공격이 특징이었다.

그 하나하나의 위력이 디아블로의 도끼질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콰아아!

마기의 폭풍이 휘감긴 검격이 휩쓰는 범위는 디아블로의 공격 못지않게 넓었다.

그런 위험한 마기가, 지금 메피스토가 쥔 샤네 뿐만 아니라.

-휘이! 휘이이-!

그의 뒤에 생성된 백여 자루의 샤네에도 압축되어 휘감겨 있었다.

문제는 그런 날카로운 마기가 휘감긴 백여 자루의 샤네.

그 샤네들은 그저 마기로 만들어진 가짜, 레플리카(Replica)가 아니었다.

그것들 전부 ‘진짜 샤네’였다.

정확히 어떤 능력인지, 어떻게 발현되는 능력인지는 처용조차도 알지 못했다.

그저 메피스토의 검, 샤네의 능력이라는 것이 아는 것의 전부였다.

[네놈들을 증오한다.]

-스릉.

메피스토가 오른손에 쥔 샤네를 앞으로 겨누며 읊조리듯 말하자.

-스르릉. 스릉.

그의 뒤에 나열된 백여 자루의 샤네가 일제히 칼끝을 앞으로 겨눴다.

[저들을 증오하라. 샤네.]

메피스토의 읊조림이 끝난 순간.

-촤라라-락! 스르릉!

백여 개의 샤네들이 메피스토의 오른손, 샤네가 들린 손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마치, 백여 개의 검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검을 형성한 듯한 모습.

-스릉. 촤아!

메피스토가 오른손에 쥔 샤네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볍게 휘두르자.

-후우-웅! 쐐에엑!

백여 자루의 샤네가 뭉쳐져 형성된 거대한 검이 채찍처럼 휘어지며 쇄도했다.

그 방향은 다름 아닌 처용과 여래 등이 있는 방향이었다.

[철벽부 – 명계금강문.]

“철벽부 – 팔괘금강문!”

가장 앞에 있던 여래와 처용이 빠르게 반응했다.

철벽부를 소환한 처용과 여래가 두 손을 합장하며 신력을 끌어올리자.

-쿠구구!

가장 먼저 여래가 소환한 명계금강문.

20미터가 넘어가는 정삼각형 형태의 철벽이 솟구쳤다.

동시에, 명계금강문 뒤로 팔괘금강문이 솟구쳤고.

“변형 – 금강관건(金剛關鍵)!”

-촤라락!

처용이 손짓하자, 팔괘금강문이 길게 쪼개지며 명계금강문 뒤에 가로로 나열되었다.

마치, 굳게 닫힌 명계금강문의 대문에 걸쇠를 걸어 단단히 잠근 듯한 모습.

이윽고.

-콰콰쾅!

백여 자루가 뭉쳐져 채찍처럼 휘둘러진 샤네가 명계금강문을 강타했다.

-우드득! 콰직!

무려 여래와 처용이 힘을 합쳐 만들어 낸 철벽임에도 불구하고 명계금강문이 크게 일그러졌다.

강철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고 문이 반파되었지만.

-끼기긱! 끼긱!

백 자루의 샤네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저지되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긴 했지만……!’

처용이 반파된 명계금강문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과연, 차원이 다르다고 할 만하구나.]

여래 역시 메피스토가 선보이는 마기의 위력에 작게 인상을 찌푸렸다.

삼천마가 다른 대악마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 이론으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저 알고만 있는 것과 직접 마주하여 싸우는 건 전혀 달랐다.

[이걸 받아낼 줄이야?]

메피스토 역시 의외라는 듯, 작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무려 백여 자루의 샤네를 한곳에 모아 내지르는 일격.

그만큼, 샤네에 휘감긴 마기의 위력 또한 더해지는 일격이었다.

평범한 성좌는 물론, 주신급 성좌라 해도 쉽게 막을 만한 공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공격을 신과 인간이 힘을 합쳐 막아냈다.

[……그래 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놀라운 감정을 거둔 메피스토가 손에 쥔 샤네를 위로 치켜들며 말하자.

-스릉. 촤라락!

하나로 뭉쳐졌던 백여 개의 샤네가 확 퍼지며 공중으로 쇄도했다.

그리고.

-촤라라라!

일제히 처용과 여래를 향해 칼날을 겨누며 쇄도했다.

“팔괘 - 태극천체진!”

-스릉! 스르릉!

처용이 즉시 결전기를 발동하며 열두 개의 무구를 불러내었다.

-스릉! 까가강! 차강!

태극천체진으로 소환된 무구들이 메피스토가 쏘아 보내는 샤네의 일부분을 저지했다.

동시에.

“항마의 화신 – 태극천체일도.”

루나 위에 소환된 항마의 화신을 자신에게 불러내었다.

-화아아!

항마의 화신이 역천의 절로 스며들었고.

-지이잉!

황금빛으로 빛나는 도, 태극천체일도로 변했다.

처용은 태극천체일도를 만들어 내 손에 쥐는 즉시.

-스르륵.

동화경을 사용해 지면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었다.

처용이 메피스토의 공격을 일부분 저지함과 동시에 모습을 감추자.

[철벽부 – 뇌격부.]

여래가 사방에서 몰아쳐 오는 샤네를 막기 위해 철벽부와 뇌격부를 각각 열 장씩 전방에 흩뿌렸다.

[자력철궤(磁力鐵潰).]

두 손을 합장한 여래가 신력을 퍼트리자.

-촤라라락! 촤락!

전방에 흩뿌려진 자연부들이 서로 뭉치며 샛노란 사슬로 변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전격이 일렁이는 샛노란 사슬이 주변으로 뻗어 나가자.

-끼기긱! 끼긱!

주변에 퍼진 메피스토의 검, 샤네들을 끌어모으고.

-촤라락! 촤락!

추가적으로 뻗어 나간 사슬이 그것들을 한 번 더 묶으며 구속했다.

절반이 넘는 샤네가 여래의 선술에 구속되었을 때.

-스르릉! 스릉!

열 개의 샤네가 검 끝을 돌리고는 오른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쇄도했다.

검 끝을 돌린 열 개의 샤네가 쇄도한 방향은 다름 아닌 루나가 있는 방향이었다.

비록, 신격들의 개입으로 인해 판이 커졌지만, 작금의 싸움은 엄연한 블러드 쉬르였다.

즉, 본래는 루나와 마르크의 싸움이라는 것.

둘 중 하나가 쓰러지면 즉시 싸움이 끝나고 승패가 결정된다.

메피스토는 작금의 싸움을 빨리 끝내기 위해 루나를 노린 것이었다.

그때.

[멈춰라! 묶여라!]

-우웅! 촤르륵!

언문이 루나의 앞에 서고는 낡은 책을 펼치며 크게 외쳤다.

신력이 언문의 목소리를 타고 퍼져 나가며 메피스토의 샤네를 구속했다.

-끼기긱! 끼긱!

열 자루의 샤네가 강하게 진동하며 겉에 둘러진 신력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언문의 구속을 거의 빠져나가기 직전.

[흐으읍!]

언문이 구속된 샤네를 향해 왼손을 뻗어 강하게 움켜쥐었다.

-우웅! 우우웅!

열 자루의 샤네 위로 더 짙은 신력이 일렁이며 구속력이 강해졌다.

메피스토의 기습이 가로막힌 순간.

-피이이! 피이!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 쏘아 보낸 화살이 루나를 목표로 쏘아져 나갔다.

동시에.

[저 하계종을 노려라!]

-샥! 타앗!

조제군과 검은 별들, 아레스가 루나를 목표로 쇄도했다.

[어딜!]

-피이!

해전무신이 환도를 집어넣고 즉시 활을 꺼내 활시위를 당겼다.

-쏴아아! 파아……!

물줄기가 휘감긴 해전무신의 화살이 불타오르는 아폴론의 화살을 격추해 저지했고.

-쏴아! 콰아아!

청룡이 만들어 낸 물줄기의 파도가 아르테미스의 화살을 휘감아 부러뜨렸다.

-꾸륵. 콰아아!

동시에 압축된 물줄기를 터트리며 루나에게 접근하는 악신들 중 일부를 저지했다.

[끝이다!]

-촤아! 탓!

방해를 뚫고 들어온 이는 아레스를 포함한 두 명의 검은 별들.

“……혈지군무.”

-슈르르륵.

루나는 즉시 열 개의 분신을 불러내고는 어둠의 찬가를 두 손으로 쥐며 앞으로 겨누었다.

-스르륵! 샥!

여덟 개의 분신들이 반으로 나뉘어 각각 두 명의 검은 별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차카캉!

본체인 루나와 두 명의 분신이 어둠의 찬가를 앞으로 세워 아레스의 검을 막아내었다.

그때.

-탓! 스릉!

메피스토가 샤네를 두 손으로 쥐고는 루나를 목표로 돌진해 나갔다.

-차캉!

그런 메피스토의 앞을 가로막은 이는 다름 아닌 아테나.

[방해다.]

-콰아아아! 스릉!

메피스토는 그런 아테나를 단번에 밀어내기 위해 샤네에 짙은 마기를 불어넣으며 폭풍을 크게 키웠다.

이윽고.

-콰콰쾅!

거칠게 휘몰아치는 마기의 폭풍이 둘러진 대검이 아테나의 방패에 직격했다.

[크으읍!]

-치이-익!

아테나가 침음을 흘리며 뒤로 크게 밀려났다.

그럼에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방패를 밀착시키며 메피스토의 공격을 버텼다.

그 모습을 본 메피스토가 인상을 찌푸리며 샤네에 마기를 더하려는 순간.

“천마신권-.”

-쿠구구!

그림자 속에 동화되었던 처용이 오른손에 강렬한 강기를 휘감으며 나타났다.

‘어디-.’

메피스토가 처용을 찾지 못한 듯, 주변에 감각을 퍼트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분명 처용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가 내뿜는 강렬한 마나가 느껴졌지만, 처용이 시야에 보이지 않았으니까.

이내 처용의 위치를 찾긴 했지만.

[무슨 짓을-?]

메피스토가 인상을 찌푸리며 의문을 드러냈다.

처용이 나타난 방향은 다름 아닌 아테나의 뒤.

심지어 아테나의 등 뒤를 향해 강렬한 강기가 휘감긴 왼손 주먹을 쥐고 있었다.

마치, 아군인 아테나를 공격하려는 듯한 모습.

메피스토가 이해할 수 없는 작금의 상황에 의문을 다 내뱉기도 전에.

“방패착곤 – 삼보(三步)!”

-콰쾅!

처용이 아테나의 등 뒤를 향해 강렬한 강기가 휘감긴 왼손 주먹을 내질렀다.

누가 봐도, 명백히 아군을 배신하고 같은 편인 아테나를 공격한 상황이었다.

메피스토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 없는 의문을 드러냈다.

그 순간.

-후욱!

아테나의 앞에서 주먹의 형상을 띈 처용의 강기가 튀어나오더니.

-콰쾅!

메피스토의 명치를 가격했다.

[크흡!?]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공격에 메피스토의 허리가 꺾이며 자세가 흐트러졌다.

[아스트라페!]

-파지지직! 쐐엑!

아테나가 그 순간을 노렸다는 듯, 오른손에 굳게 쥔 아스트라페를 내질렀다.

샛노란 뇌전이 휘감긴 아스트라페의 창날이 메피스토의 심장을 향해 쇄도하자.

[어딜!]

메피스토가 급하게 샤네를 고쳐 쥐며 아래에서 위로 올려쳤다.

-차캉!

가까스로 아스트라페를 쳐내긴 했지만.

-푹! 파지직!

완전히 쳐내지 못했고 뇌전이 휘감긴 아스트라페의 창날이 메피스토의 왼쪽 어깨에 박혔다.

메피스토가 뒤로 자리를 박차며 물러나려 하자.

“태극천체일도 - 천지단절!”

-우웅! 샤아악!

처용이 재빨리 앞으로 돌진하며 오른손에 쥔 태극천체일도를 사선으로 휘둘렀다.

메피스토는 갑작스러운 기습에 자세가 틀어지고 아테나의 공격까지 당한 상황.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다.

결국.

-촤아아!

처용의 태극천체일도가 메피스토의 가슴을 크게 베어 내며 지나갔다.

[허…….]

가슴이 크게 베인 메피스토가 짧고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쩌적! 쩌저적!

처용이 태극천체일도로 베어낸 가슴 부분이 갈라지며 화신체가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과연, 그 오만한 신격들이 당할 만하구나.]

메피스토가 기가 막힌 듯, 헛웃음을 흘리며 읊조리듯 말했다.

판데모니움의 대악마들 중 가장 강력한 이들인 삼천마.

그런 삼천마 중 하나인 자신을 처치한 이가 올림포스의 주신도 아니고, 그 악명 높은 혈선도 아니었다.

나약한 존재에 불과한 인간이…… 삼천마인 자신을 단 한 번의 일격으로 처치했다.

메피스토는 이 기가 막힌 상황에 헛웃음을 내뱉고는.

‘과연, 디아블로가 관심을 보일만 정도로군.’

어째서 디아블로가 처용에게 깊은 관심을 보이는지 이해했다는 속으로 읊조렸다.

동시에, 자신이 당한 작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시간은 충분히 벌었다.]

-파사사삭.

메피스토는 화신체가 부수어져 사그라지기 직전, 마지막에 옅은 미소를 보였다.

처용은 분노가 아닌 미소를 보이는 메피스토의 모습에,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메피스토의 화신체가 사그라지고.

-사라라……!

주변을 뒤덮었던 샤네 역시 모두 사그라졌다.

전방의 시야가 탁 트인 순간.

“크헤에에-엑!? 어, 어째서?”

-콰아아아!

처용의 눈에 마기에 휩싸여 고통을 내지르고 있는 마르크의 모습이 보였다.

온몸에 이빨이 달린 검은 촉수에 휘감겨 몸부림치고 있는 마르크.

-까각! 까각!

검은 촉수에 붙은 날카로운 이빨들이 붙잡은 마르크를 게걸스럽게 갉아먹고 있었다.

그리고.

[네가 이 세계에 영향력을 빼앗아 준 덕분이구나.]

그런 마르크의 앞에서 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악신.

[네 덕분에…… 내가 온전한 밤의 마신, 몽환의 주인이 되었구나!]

-콰아아!

아스모데우스가 짙고 불길한 마기를 내뿜으며 환희를 내질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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