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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23화 (523/726)

#523화

“루나!”

루나에게 밀려난 체페슈가 당황스러움과 다급함이 담긴 목소리로 소리쳤다.

루나가 어릴 때를 제외하고는 부른 적 없었던 그녀의 애칭이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뒤늦게 루나를 잡으려 했지만.

-화아아!

이미 혈기의 폭풍이 루나를 휘감았고 체페슈를 더 멀리 밀어내었다.

동시에.

-쿠구구-!

루나와 마르크를 감싼 혈기의 폭풍이 점점 넓게 퍼지기 시작했다.

두 개의 폭풍이 하나로 합쳐졌고 드넓게 휘몰아치는 거대한 폭풍으로 변했다.

서로를 노려보는 루나와 마르크를 제외하고 다른 이들을 모두 밀어내는 모습.

“제길! 어째서…….”

폭풍에 저항하지 못하고 쭉 밀려난 체페슈가 폭풍 속에 있는 루나를 바라보며 읊조렸다.

“체페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루세핀이 반쯤 주저앉아 있는 체페슈를 향해 다가오고는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군주님.”

“루나리스 왕녀가 왜?”

카이덴 왕자와 스테판 후작 등, 체페슈를 따르는 이들 역시 당황스러움을 드러내며 다가왔다.

그리고 체페슈를 도왔던 헌터들과 이종족들도 다가왔고.

“……루나 님.”

류마, 세피아 등 처용을 따르는 뱀파이어들까지 체페슈에게 다가와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어째서 네년이!?”

당황스러움을 드러내는 이는 작금의 상황을 만들어 낸 존재, 마르크 공작 역시 마찬가지였다.

블러드 쉬르는 군주의 권좌를 놓고 군주와 도전자가 치르는 피의 혈투였다.

이 혈투에서 가장 강력하게 적용되는 규칙.

그것은 블러드 쉬르를 치르는 둘 외에는 그 누구도 공격행위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군주의 자리를 놓고 군주와 도전자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피의 혈투.

만약, 도전자가 이 혈투에서 이긴다면, 그는 밤의 성채의 모든 권한을 가지고 새로운 군주가 된다.

마르크가 노리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체페슈는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황.

반면에 자신은 휘하 일족들을 모두 잡아먹고 위대한 존재들에게 강력한 힘까지 부여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체페슈와 블러드 쉬르를 치른다면 승리는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나타난 루나가 체페슈를 밀어내고 블러드 쉬르에 난입했다.

“블러드 쉬르의 규칙 중 하나.”

마르크를 노려보던 루나가 입을 열었다.

“휘하 직계 혈족 중 하나가 군주를 대신하여 참전할 수 있다.”

블러드 쉬르는 군주의 자리를 놓고 양측의 대표가 혈투를 치르는 신성한 결투.

루나는 체페슈의 직계 혈족으로써 블러드 쉬르에 참가할 권한이 있었다.

“그래서 군주 대신 참전했다고? 고작 네년이?”

마르크가 그런 루나의 말을 비웃어 보였다.

그때.

“크읍!”

-화아아!

체페슈가 블러드 쉬르, 피의 폭풍 속에 자신의 혈기를 내뿜으며 침음을 흘렸다.

그러자.

-스스스.

거칠게 휘몰아치는 피의 폭풍이 조금 느려졌다.

“체페슈! 그래 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다!”

마르크가 그런 체페슈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한 번 선포된 블러드 쉬르는 혈투가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제길!”

체페슈가 마르크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며 침음을 흘렸다.

-샥.

“상황이 복잡해졌군요.”

처용이 체페슈 옆에 나타나고는 루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잘만 하면 이 지긋지긋한 내전을 손쉽게 끝낼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마르크가 무슨 발악을 한 것인지, 바알과 크타니드의 도움을 받아 기회를 얻었다.

그 결과 밤의 성채에서 가장 강력한 칙령이 선포되었고 작금의 변수가 발생했다.

문제는 처용이라 해도 그 칙령을 부수기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마르크가 부린 수작으로 인해 부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칙령을 강제로 부수면, 밤의 성채가 무너질 것이고 그렇다면 높은 확률로 군주인 체페슈가 죽는다.

체페슈가 죽으면 어부지리로 마르크가 군주가 되고 이 밤의 성채를 지배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또 무슨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는 노릇.

그나마 체페슈가 잘 버티고 있기에, 마르크와 악신들이 밤의 성채를 장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용이 판단할 때, 체페슈를 포기하는 선택지는 좋지 못한 결과를 불러오리라 생각했다.

체페슈는 지금도 온전치 못한 몸을 이끌며 그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분투 중이었으니까.

“……내 마지막 힘을 이용해 시간을 벌었소.”

-주륵.

무리하게 힘을 쓴 탓인지, 체페슈가 입가에 피를 토해내며 말했다.

“블러드 쉬르를 10분 지연시키는 것이 고작이라니…….”

그나마도 마르크를 제대로 방해하지 못한 것이 분하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도와주시오. 루나리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지금의 마르크를 상대로는 위험하오.”

체페슈가 처용에게 도움을 요청하듯 말했다.

“블러드 쉬르에 대해서는 루나에게 들었습니다.”

처용은 그런 체페슈의 말에 답하며 생각에 잠겼다.

루나가 체페슈를 밀어내고 그 대신 블러드 쉬르에 참가할 때.

-지금 군주님은 마르크를 이길 수 없어, 내가 대신 가야 해.

처용에게 블러드 쉬르가 무엇인지 이야기했었다.

“군주의 자리를 건 혈투라…….”

“그리 단순한 혈투가 아니오.”

블러드 쉬르에 대해 생각한 처용의 읊조림에 체페슈가 일그러진 표정으로 답하듯 말했다.

“블러드 쉬르에 들어선 이들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피의 세력에게 힘을 나눠 받을 수 있소.”

체페슈가 어째서 루나가 마르크를 상대로 불리한 것인지 이야기했다.

바로 블러드 쉬르에 적용되는 칙령 중 하나 때문이었다.

군주의 자리를 걸고 혈투를 벌이는 군주와 도전자.

그들은 각각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르크는 다수의 악신들과 ‘계약’을 맺어 그들의 마기를 내려받았다.

즉, 마르크는 블러드 쉬르에서 그를 지지하는 악신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뭐야? 그러면 간단하네, 우리가 도와주면 되잖아.”

체페슈의 이야기를 듣던 연아가 반색하며 말했다.

그러나.

“나와 내 일족들 외에는…… 루나리스에게 힘을 전해 줄 수가 없소.”

연아의 말에 체페슈가 고개를 저었다.

“블러드 쉬르 의식을 치르는 이들과 연결되어있는 이들만이 힘을 전달해 줄 수 있소.”

“예시로 신과 계약을 맺거나, 혹은 신의 신관이 되거나 하는 방법으로?”

체페슈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처용이 말하자.

“그렇소.”

그 말이 맞다는 듯, 체페슈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정리하자면.

블러드 쉬르에서 혈투를 벌이는 둘 외에는 서로를 공격할 수 없다.

다만, 각각의 세력은 혈투를 벌이는 이들에게 자신의 힘을 전달해 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같은 일족이거나, 계약 등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용님, 방법이 없겠습니까?”

류마가 처용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제 블러드 쉬르가 시작하기까지 3분도 남지 않은 상황.

작금의 상황을 벗어날 대책이 필요했다.

“이 거지 같은 상황을 뒤집어 버릴 방법은 있다.”

생각을 마친 처용이 입을 열자, 사람들이 안도와 반색을 표했지만.

“단, 그러려면, 너희들의 보금자리인 이 성지를 완전히 포기해야 한다.”

“……그런.”

이어지는 처용의 말에 류마가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

처용이 생각한 방법 중 하나는 간단했다.

멸천의 권능을 통해, 밤의 성채와 체페슈의 연결고리를 끊어 버린다.

동시에, 힘으로 블러드 쉬르를 뚫고 루나를 강제로 탈출시킨다.

그리고 체페슈를 따르는 이들과 함께 이 성지를 빠져나간다.

이것이 첫 번째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마르크를 처치할 수 없고 그가 밤의 성채를 완전히 장악하게 된다.

이후 마르크는 앞으로 더 성가신 적이 되어 다시 나타날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일족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포기하겠소.”

체페슈가 망설임 없이 일족의 고향인 밤의 성채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일족들을 위험하게 만들 바엔, 차라리 고향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었다.

그 말에 다른 뱀파이어들이 차마 반박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체페슈가 무슨 마음으로 밤의 성채를 포기하겠다고 했는지 알았으니까.

그러나.

“……그리고 다른 방법.”

처용의 말은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

첫 번째 방법은 ‘최악’을 가정했을 때의 차선책.

처용이 생각한 가장 이상적인 ‘최선’의 방법은 따로 있었다.

바로.

“루나가 저 개새끼를 조져버리고 승리하면 됩니다.”

블러드 쉬르에서 루나가 마르크를 처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류마가 처용의 말에 의문을 표하며 읊조렸다.

마르크는 그와 연결된 수 많은 악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자신을 따르는 일족들까지 모두 잡아먹어 그들의 힘을 흡수하기까지 했다.

반면에 루나는 부상을 입은 군주와 방금의 전쟁에서 살아남은 일족들에게 도움받는 것이 전부였다.

그 외, 헌터들이나 이종족, 드래곤들도 당장 루나를 도울 수 없었다.

처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악신들의 도움을 받는 마르크와 그나마 살아남은 일족들의 도움을 받는 루나.

루나에게 있어 너무나 불리한 싸움이었다.

그러나.

“방법은 있다.”

처용은 혈기로 이루어진 결계 속에 서 있는 루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스스스.

신력을 끌어올리며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

“하, 반푼이에 불과한 네년이 뭘 할 수 있다고.”

마르크가 군주 대신 블러드 쉬르에 참가한 루나를 향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자작에 불과한 가문의 여식과 군주 사이에서 태어난 왕녀.

차기 군주 서열에서 가장 거리가 먼 왕족.

별궁에 처박혀 나오지 않는 나약한 왕녀.

마르크에게 있어 루나는 밤의 성채에서 신경 쓸 가치도 없는 가장 나약한 왕족이었다.

그런 비웃음이 서린 마르크의 말에.

“그 반푼이한테-.”

-촤악!

루나가 다리의 간격을 벌리고 자세를 낮추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죽도록 처맞게 될 거야.”

-우드득.

오른손 주먹을 접어 옆구리에 대고 왼손은 편 채 앞으로 겨눈 모습.

루나가 자세를 잡은 순간.

-쿠구구!

체페슈의 혈기에 영향을 받아 느리게 휘몰아치던 혈기의 폭풍.

블러드 쉬르의 결계를 만들어 내던 혈기의 폭풍이 빨라졌다.

체페슈가 마지막 힘을 내어 만들었던 제한 시간이 끝난 것.

“하찮은 것!”

-우웅웅! 탓!

그것을 눈치챈 마르크가 칙칙하게 오염된 혈기를 끌어 올리며 루나를 향해 돌진했다.

“체페슈가 보는 앞에서 네년을 갈기갈기 찢어 주마!”

-화아아아-!

마르크의 오른손에 혈기가 휘몰아치며 날카로운 손톱을 만들어 내었다.

루나는 돌진해 오는 마르크를 차가운 눈빛으로 응시하고는.

-슈르륵! 콰아아!

혈기를 끌어올려 앞으로 내민 왼손에 둘렀다.

손바닥을 편 루나의 손에 혈기가 나선을 그리며 휘몰아쳤다.

이윽고.

“비로소! 내가 밤의 군주가 되는 것이다!”

승리를 확신하는 마르크의 광기 어린 목소리와 동시에 칙칙한 혈기의 손톱이 루나의 지척에 다가왔다.

그 순간.

-슈르륵! 훅!

루나가 손바닥을 편 왼손을 강하게 앞으로 뻗었다.

-콰아아!

거대한 혈기가 휘몰아치는 마르크의 손톱과 루나의 손바닥에 휘몰아치는 작은 혈기가 충돌했다.

“멍청한 년-!”

마르크는 자신의 힘을 무모하게 정면으로 막으려는 루나를 향해 비웃음을 흘렸다.

힘의 크기는 마르크의 혈기가 압도적으로 더 거대했으니까.

그러나 루나의 손바닥에 혈기의 손톱이 닿은 순간.

“반탄장 – 혈(血)!”

마르크의 힘을 견디던 루나가 왼손을 강하게 뻗으며 손바닥에 휘몰아치는 혈기를 터트렸다.

그 결과.

-콰아아! 파사삭!

루나의 혈기가 마르크의 혈기를 찢어발기며 터져 나갔고.

“크허헉!?”

-쿠궁! 쾅!

루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충격파에 의해 마르크가 뒤로 나자빠지며 물러났다.

“무슨 일이-?”

마르크가 루나와의 힘 싸움에서 자신이 밀렸다는 사실에 의문과 경악을 드러낼 때.

-샥!

루나가 뒤로 밀려난 마르크를 향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다가왔다.

동시에.

-우우웅! 후욱!

허리춤에 댄 오른손 주먹에 혈기를 끌어모아 휘감았다.

마르크는 뒤로 밀려나며 자세가 흐트러진 상태.

순식간에 쇄도해오는 루나의 공격을 방어할 틈이 없었다.

하지만.

“소용없다!”

-쿠구구!

마르크는 자신감 어린 미소를 짓고는 검게 오염된 혈기를 전신으로 내뿜으며 소리쳤다.

루나가 어떻게 자신의 공격을 튕겨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상관없었다.

동족들을 잡아먹은 결과 끓어 넘치고 있는 힘.

“고통의 가시.”

-촤자자자작!

그 거대한 힘을 날카롭게 벼려 사방에 펼치면, 루나가 역으로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날카롭게 솟구친 혈기의 가시가 루나를 향해 위협적으로 뻗어 나갔다.

마르크에게서 솟구치는 혈기의 가시가 루나를 꿰뚫어 버리려는 순간.

“절권 - 파권!”

-후우욱!

루나가 혈기를 응축시킨 오른손 주먹을 앞으로 뻗었다.

혈기가 휘감긴 루나의 주먹과 자라나는 가시의 끝이 서로 맞닿은 순간.

-콰아아아-!

주먹에서 터져 나간 혈기가 물결처럼 파동을 흩뿌리며 퍼져 나갔고.

-파사사사……!

그 파동에 닿은 마르크의 가시들이 잘게 쪼개지며 부서져 나갔다.

루나의 주먹이 부서져 나가는 가시들을 뚫고 앞으로 쭉 나아갔고.

-콰쾅!

마르크의 명치를 가격하며 굉음을 퍼트렸다.

-꾸드드-드득!

루나의 주먹이 마르크의 명치를 깊게 파고들자, 명치 주변이 갈라지고 부서져 내렸고.

“크헤에엑!?”

-슈-웅! 콰콰쾅!

그 힘을 견디지 못한 마르크가 괴성을 내지르며 뒤로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크헉! 이 무슨 사특한 힘을!”

-후두둑!

마르크가 쓰러진 몸을 일으키며 침음을 흘리자.

“네놈은 절대로 이기지 못할 녀석에게서-.”

-우우우웅!

전신으로 강렬한 혈기를 끌어 올린 루나가 말을 이었다.

“백 번이 넘는 패배를 거듭해 배운 기술들이다.”

루나의 말이 끝난 순간.

“혈옥.”

-콰아아아!

선홍빛의 혈기가 주변을 뒤덮으며 역으로 솟구쳐 오르는 폭포를 만들어 내었다.

“이 건방진 것!”

-콰아아아!

그 모습을 본 마르크가 인상을 거칠게 일그러뜨리고는 불길하게 일렁이는 어둠을 내뿜었다.

“네년이 고통스러운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쿠구! 화아아!

마르크에게서 뻗어 나오는 검은 어둠.

그 기운은 대악마들에게서 내려받은 마기였다.

검게 오염된 혈기와 마기가 서로 뒤섞여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마르크의 혈기는 이제 조금의 핏빛조차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새까맣게 변했다.

-쿠구구! 쿠구!

사방으로 뻗어 나간 혈기가 마르크의 주변에 뭉쳐 들었고.

[더 이상의 실패는 없다.]

[마지막 기회마저 실패한다면, 네놈의 영혼을 찢어 버릴 것이다.]

-스스스!

악신들의 화신체를 만들어 내었다.

무려 열두 명에 달하는 악신들의 화신체.

그중 대부분은 조금 전, 헌터들과 맞서 싸웠던 악신들의 화신체였다.

“……혈지군무.”

악신들의 화신체를 본 루나가 표정을 굳히고는 혈옥의 힘을 끌어모아 분신들을 만들어 내었다.

-슈르르륵!

검은 목도를 쥔 루나의 분신 스무 명이 나타났고.

-탁!

루나 역시 검은 목도, 어둠의 찬가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감히! 하계종 따위가 신 앞에 조아리지 않는 것이냐!]

-탓! 타탓!

그 모습을 본 악신의 화신체 중 하나, 아레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검과 방패를 치켜들며 돌진했다.

뒤이어, 다른 이들 역시 루나를 죽이기 위해 앞으로 나아갔다.

-촤아악! 콰쾅!

가장 앞서 돌진해 온 아레스의 검격에 의해 루나의 분신 하나가 핏물로 변하며 사라졌고.

-촤아! 파사사……!

다른 악신들의 공격에 의해 순식간에 분신 여덟 기가 사라졌다.

[조아려라!]

-스릉! 쐐에에!

루나의 분신들을 정면에서 뚫고 들어온 아레스가 검을 치켜들며 루나를 향해 내리쳤다.

아레스의 검이 향하는 루나는 분신이 아닌 진짜 루나.

날카로운 검날이 루나의 목을 꿰뚫어버릴 듯 다가오는데도, 루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레스의 검이 루나의 목에 닿기 직전.

-파아아아!

루나에게서 황금빛 신력이 뿜어져 나왔다.

-차카캉!

파마의 힘을 강렬하게 내뿜는 황금빛 신력에 의해 아레스의 검이 튕겨 나갔다.

[뭣!?]

뒤로 밀려난 아레스가 당황스러운 침음을 흘릴 때.

-쿠구구!

루나에게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 신력이 한 지점에 뭉치더니.

-화아아!

처용의 권능, 항마의 화신이 나타났다.

“반갑다. 이 새끼들아.”

항마의 화신에게서 처용의 목소리가 흘러나옴과 동시에.

“명환십육장!”

-화아! 화아아! 후욱!

열여섯 개의 빛나는 손들이 생성되더니, 악신들의 화신체를 향해 쇄도했다.

[이 무슨!?]

[저 변종의 권능이다! 도대체 무슨 수로 여기서?]

-쾅! 콰쾅!

아레스를 포함한 악신들이 처용의 권능, 항마의 화신을 알아보고는 경악을 내비치며 급하게 뒤로 물러났다.

“뭐, 뭐냐! 어떻게 블러드 쉬르 안에서?”

마르크 역시 경악을 토해내며 소리쳤다.

그때.

“네가 졌다. 마르크. ‘압도적인 전력 차’로.”

루나가 마르크를 향해 어둠의 찬가를 겨누며 자신감 어린 미소를 담아 말했다.

동시에.

-화아아!

그녀를 보호하듯 위에 떠오른 항마의 화신이 두 손을 앞으로 모아 신력을 뭉쳐 보였다.

신력을 뭉친 두 손을 떼자.

-우우웅!

황금빛 신력이 한 지점에 모이며 게이트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저벅.

그 게이트 속에서 푸른 안광을 내뿜는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백색의 분위기를 내뿜는 신선과도 같은 이.

[고생했다. 얘야.]

게이트 속에서 나타난 여래가 루나를 향해 작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동시에.

[지금부터, 단단히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쿠구구!

눈앞에 있는 악신들을 노려보고는 차가운 분노가 일렁이는 신력을 내뿜으며 읊조렸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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