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화
동쪽과 서쪽의 세력이 서로 격렬히 충돌했고 싸움의 여파는 점점 커져만 갔다.
겉으로 볼 때, 우세한 세력은 단연 서쪽이었다.
마인, 마수, 몬스터에 이어 반역에 가담한 뱀파이어들까지.
그들은 동쪽 진형에 비해 수적으로 압도적이고 악신들의 화신체까지 강림해 있었다.
그에 반에, 동쪽 진형은 소수의 최상위 헌터들과 부족한 머릿수를 커맨더의 군단이 메꾸는 형국이었다.
서쪽 진형이 수적으로 세 배는 많음에도 불구하고 양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었다.
언뜻 보면, 양측 모두가 서로를 밀어내지 못하고 전장이 교착화된 듯 보였지만.
-크아아!
-캬아아아!
명확하게 피해와 손해를 보는 진형은 놀랍게도 서쪽, 반역자들이 자리한 진형이었다.
반면에, 스피릿 팀의 정예 헌터들을 중심으로 싸우는 동쪽의 진영은 그 피해가 미미했다.
전장에서 이탈하는 이들은 대부분 커맨더의 안드로이드들이거나, 군주를 돕는 휘하 뱀파이어들이었다.
태룡사에서 수행을 받은 이들, 최상위 헌터들과 처용을 따르는 뱀파이어들은 아직도 굳건하게 버티며 싸우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은 전장에 난입한 악신들의 화신체까지 감당하고 있음에도.
“악신을 직접 상대하는 건 처음인데.”
“예상만큼 버겁진 않군.”
노련한 미소를 드러내며, 악신의 화신체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커맨더의 파티원인 진호와 백호.
[이! 이건 말도 안 되는!]
-콰쾅! 촤아아!
백호의 정권에 맞고 뒤로 밀려난 검은 별의 화신체 하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어떻게, 일게 하계종 따위가 이런 힘을 가진 것이냐!]
“네놈들이 두려워하는 친구에게 ‘신을 죽이는 방법’을 배웠거든, 악신 나으리.”
검은 별의 분노와 경악 어린 말에 백호가 미소를 지으며 답하고는.
“그리고 네놈은! ‘가장 약한’ 대악마보다도 약하구나!”
-파지지직!
결전기, 뇌호를 오른손에 압축시켜 샛노랗게 빛나는 너클을 만들어 내었다.
날카로운 발톱이 세워진 너클과 팔을 타고 이어진 완갑.
백호의 오른팔에 형성된 너클과 완갑은 마치, 호랑이의 앞발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이전, 그가 만들어 내던 너클보다도 더욱 강해지고 완성된 듯한 모습.
“뇌호의 격노!”
-파지직! 콰쾅!
결전기의 힘을 한 곳에 응축시켜 내지른 백호의 주먹이 검은 별의 가슴에 직격했고.
[커……!]
가슴이 뻥 뚫린 검은 별의 화신체가 경악 어린 침음을 흘리며 뒤로 고꾸라졌다.
화신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결과.
-파사사사……!
검은 모래처럼 흩어지며 화신체가 사그라졌다.
백호의 손에 악신의 화신체 중 하나가 끝장난 순간.
“폭풍참 – 소나기 참격!”
기회를 포착한 진호가 자신과 맞서던 악신의 화신체를 향해 쌍검을 내질렀다.
쌍검의 끝을 치켜세우고 순식간에 적을 향해 수십 번을 찌르자.
-촤자자자-차작!
[크학!]
날카롭고 얇게 벼려진 수십 줄기의 강기가 악신의 화신체를 꿰뚫고 지나갔다.
마치, 무수한 바늘이 몸을 꿰뚫고 지나가는 듯한 모습.
화신체 곳곳에 탁구공만 한 구멍이 무수히 뚫리며 중상을 입은 결과.
-파사사……!
진호와 맞서던 악신의 화신체 역시 모래처럼 흩날리며 사그라졌다.
“이런, 빌어먹을…….”
그 모습을 본 S급 마인, 릴이 인상을 찌푸리며 침음을 흘렸다.
본래, 압도적인 전력차로 동쪽을 밀어버리고 밤의 성채 전체를 수중에 넣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이 연달아 일어나 기존의 계획을 뒤집어엎어 버렸다.
그중 가장 강한 변수는 다름 아닌 처용의 개입.
그나마 처용은 집행자와 삼천마가 직접 나서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다.
또 직접 나선 존재가 가장 강력한 대악마이니만큼, 처용에게 치명상을 입히거나 그를 처치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처용의 문제가 겨우 해결되나 싶을 때, 커맨더와 지구의 헌터들이 나타났다.
심지어 가장 큰 문제는.
‘어떻게…… 도대체 무슨 수로 이리 강해진 거지?’
바로 그들이 보이는 전력.
고작 인간에 불과한 지구의 헌터들이 악신의 화신체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들 중 유독 강한 힘을 지닌 백호와 진호는 악신의 화신체를 처치해 버리기까지 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들이 신에 맞설 정도까지 강해질 수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릴이 전황을 잠시 살피고 인상을 찌푸릴 때.
“한눈을 팔다니.”
-스릉. 쏴아아!
싸늘한 목소리가 릴의 귀를 울렸고 파도가 휘감긴 칼날이 쇄도해왔다.
살기 어린 칼날이 릴의 눈앞에서 쇄도해 오자.
-샤-아악! 탓!
릴이 급하게 머리를 뒤로 젖힘과 동시에 땅을 박차 물러났다.
아슬아슬하게 칼날을 피해낸 듯 보였지만.
-……주륵.
릴의 뺨에 얇은 실선이 그어지더니, 검은 핏물이 조금 흘러나왔다.
“내 얼굴을……!”
남자의 모습을 한 릴이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분노가 일렁이는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런 릴의 번들거리는 눈동자가 비추는 이.
“아까워라, 그 작은 입을 더 크게 성형시켜줄 수 있었는데 말이야.”
-스릉.
릴의 뺨에 상처를 낸 연화가 환도를 치켜들며 여유로운 미소를 보였다.
“이!”
-우웅! 차카캉!
그 말에 분노한 릴이 손아귀에 마기를 휘감아 날카로운 손톱을 만들어 내고는 연화를 향해 내질렀다.
“솟구치는 파도.”
-스릉. 촤아아!
연화는 환도의 끝을 내려 지면을 가볍게 긋는 것으로 눈앞에 파도의 벽을 만들어 내었다,
-쾅! 촤아아!
릴의 손톱과 파도의 벽이 충돌하며 굉음을 자아냈다.
본래라면, 남자의 모습을 취한 릴이, 여자인 연화를 밀어내야 했다.
릴의 특성, 서로 다른 성별의 적을 상대로 능력치가 증폭하는 ‘이성포식자’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촤아아아!
마기가 일렁이는 릴의 손톱은 연화가 만들어 낸 파도의 벽을 뚫지 못했고.
-스릉. 까강!
이어지는 연화의 공격에 릴이 뒤로 물러났다.
릴이 다른 성별인 연화를 압도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힘에 밀려나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당황스러운 감정이 섞인 릴의 목소리가 울리자.
“……200레벨은 되지 못한 것 같네? 의회주 릴.”
연화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200레벨? 그게 말처럼 쉬운 줄 아냐!”
릴이 연화의 말에 반사적으로 소리치며 답했다.
그 말에 연화가 작은 웃음을 흘리고는.
“……내 손에 처치된 에스라 성운의 천사들 말이야, 스물 이후로는 세어보지 않았어.”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230, 지금의 내 레벨이다.”
“……!”
연화의 차가운 목소리에 릴의 눈이 점점 커졌다.
릴의 레벨은 196, 아직 200레벨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에스라 대륙에서 천사들을 상대하며 숱한 전투 경험을 쌓았던 연화는 진작 200레벨을 돌파한 상태였다.
아무리 릴이 이성을 상대로 자신의 능력치가 증폭되는 특성이 있다고 해도.
“이런, 제길.”
스킬과 특성만으로 상대와의 격차를 좁히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릴이 침음을 흘리며 빠르게 주변을 눈짓했다.
지금 이 자리에는 자신의 성좌인 대악마가 화신체로 현신에 있었으니까.
작금의 상황을 이겨내려면, 신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요망한 계집이 감히!]
아스모데우스 역시 릴을 전폭적으로 도와줄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뭐라고 지껄이나? 요망한 아저씨가.”
아스모데우스의 화신체가 다른 이를 돕지 못하도록, 연아가 끈질기게 달라붙어 방해하고 있었다.
[그 변종의 피붙이답게 건방이 하늘을 찌르는구나!]
-우웅! 화아아!
아스모데우스가 요사스러운 핑크빛이 일렁이는 마기를 모아 사방에 퍼트렸다.
그저 닿기만 해도, 육체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까지 겪게 만드는 저주.
온갖 저주를 품고 있는 마기, 아스모데우스의 권능이었다.
-화아아! 화아!
아스모데우스를 가장 가까이서 방해하고 있던 연아가 그 마기에 뒤덮였다.
아무리 불사의 특성을 지닌 연아라 해도, 대악마의 저주에 오래 노출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연아 역시 연화처럼 200레벨을 넘긴 상태.
-우우웅!
짙은 청색의 신성력을 두른 연아는 대악마가 퍼트리는 마기에 뒤덮여도 힘겨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저주를 품은 마기가 연아가 두른 신성력을 뚫어 내지 못했으니까.
-스스스. 촤악!
아스모데우스는 저주의 힘을 한 지점에 모아 연아의 신성력을 뚫어 내었다.
그 틈에 저주가 일렁이는 마기를 침투시켜 보았지만.
-촤르륵. 촤륵.
연아는 빠르게 오염된 부분을 분리해 털어 내는 것으로 간단하게 해결해 버렸다.
아스모데우스는 상위 대악마이니만큼, 검은 별들이나 하위 대악마들처럼 쉽게 당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녀를 상대하는 연아 역시 아스모데우스에게 유효타를 가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상대에게 유효타를 가하지 못하는 건 아스모데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하고 싸움을 질질 끌고 있었다.
아니, 연아가 아스모데우스를 붙잡으며 싸움을 질질 끌도록 만드는 상황이었다.
아스모데우스 역시 연아의 목적을 알아챘지만.
“어디가, 나랑 놀아줘.”
-쏴아아! 촤아!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는 불사의 악령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전장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악신들의 화신체 만이 아니었다.
“류마 백작……! 네까짓 게 어떻게 이런 힘을?”
“네놈만큼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제나 후작.”
혼잡한 전장을 틈타 루세핀을 습격하려던 제나 후작은 류마에게 저지당한 상태였고.
[이대로 밀어붙여!]
[우리가…… 저 타락한 드래곤을 저지할 수 있다!]
비크라를 포함한 어린 드래곤들도 현아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도움을 받아 데이베른을 저지하고 있었다.
“크으으으으!”
마르크가 인상을 거칠게 일그러뜨리며 길고 깊은 침음을 내뱉었다.
뜻대로 풀리는 일은 하나도 없고 너무나도 답답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인상을 한껏 찌푸린 마르크가 분노와 답답함을 내뱉을 때.
“네놈의 과욕과 자만이 스스로를 자멸하게 만드는구나. 마르크 공작.”
그런 그와 맞서던 뱀파이어 군주, 체페슈가 마르크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웃기지 마라!”
마르크가 그런 체페슈의 말에 언성을 높이며 소리쳤다.
“이 세계는 나의 것이다! 신보다도 위대한 존재를 따르는 내가 받은 대가이니라!”
-우웅! 쿠구구!
분노를 내지르는 마르크에게서 칙칙한 빛깔의 혈기가 거칠게 뿜어져 나오자.
“……이 멍청한 것.”
-우우웅!
체페슈 역시 선홍빛의 혈기를 내뿜으며 마르크의 기세에 맞섰다.
어느 한쪽이 밀리지도 않고 팽팽하게 맞서는 모습.
“어째서 쓰러지지 않는 것이냐!? 체페슈!”
마르크는 그런 체페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칙칙한 빛깔의 혈기를 더 끌어 올리며 소리쳤다.
지금 뱀파이어 군주는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반역이 막 벌어졌을 당시 당했던 저주를 아직도 해제하지 못했으니까.
체페슈는 그 저주에 지금까지 고통받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대악마들과 자신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왔었다.
지금까지 그 피로가 계속 누적되어왔을 터.
반면에 자신은, 가당 강력한 대악마의 가호부터 시작해, 악신들이 직접 강림하여 돕고 있었다.
혼자에 불과한 체페슈는 계속 지쳐갈 것이고 곧 쓰러질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체페슈는 쓰러지지 않았고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 전쟁은 네놈의 패배다. 마르크.”
체페슈가 믿음 어린 목소리로 읊조리며 말했다.
그 순간.
-콰아아아!
하루하고도 반나절 동안 하늘 위로 솟구치며 거세게 불타오르는 검은 화염 기둥.
-후우욱! 콰쾅! 콰아아!
그 기둥이 크게 부풀더니, 사방으로 불길을 퍼트리며 터져 나갔다.
-피해라!
-여길 벗어나!
강렬하게 터져나가는 검은 화염에 의해 그 주변에 있던 이들이 땅을 박차 물러났다.
이윽고.
-쾅!
터진 화염 속을 뚫고 나온 처용이 지상에 착지하며 모습을 드러냈고.
-콰쾅!
발록으로 변한 집행자 역시 화염 속에서 튀어나오며,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둘이 나타난 장소는 바로 전장의 한복판.
“너 괜찮아? 하루 반나절 동안 저 삼천마하고 싸운 거야?”
-슈르륵.
화염을 피해 잠시 물러났었던 연아가 처용을 향해 다가오며 물었다.
“……하루 반나절이라고?”
처용은 그런 연아의 말에 의문을 드러내며 되묻자.
“그래, 저 새까만 화염 속에 하루 반나절 동안 있었다고!”
연아가 다시 한번, 처용이 하루 반나절 동안 싸웠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말했다.
그런 연아의 말에 처용이 재차 의문을 드러냈을 때.
[시간이 다 되었군, 참으로 아쉽도다.]
디아블로가 매우 아쉽다는 듯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죄송합니다.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시여.”
-탓!
집행자가 그 말에 답함과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그런 집행자의 모습을 본 처용이 의문을 거두고 집행자를 끝장내기 위해 앞으로 달려 나가려 했다.
그때.
-화아아아!
작은 별이 반짝이는 새까만 안개가 솟구쳐 오르며 처용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건!?’
그 안개 속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낀 처용이 눈을 크게 뜨며 고개를 왼쪽으로 돌렸고.
‘……니, 니알라 님?’
자신을 저지한 이를 두 눈으로 확인한 처용이 속으로 경악을 드러냈다.
처용을 가로막은 존재는 다름 아닌.
[도와주는 건 이번뿐입니다.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
판데모니움 서열 9위, 안개의 대악마 알레인이었다.
물론, 이는 표면적으로만 알려진 그녀의 정체였다.
알레인의 진짜 정체는 니알라 – 크타니드.
진정한 밤의 마신이자, 제 정체를 숨기고 있는 태초의 마수였다.
그런 그녀가 디아블로를 돕고 있는 상황.
[…….]
알레인은 설명을 요구하는 듯한 처용의 눈빛을 차분하게 마주하며 침묵하고는.
[난 할 일이 많으니, 이만…….]
-스륵. 파아아……!
귀찮다는 듯한 목소리를 흘리고 검은 안개로 변하며 화신체를 해제했다.
동시에.
-화아아!
알레인이 사라지며 남긴 검은 안개가 집행자를 휘감았다.
[시간은 벌었다. 나머지는 네놈들의 몫이다!]
디아블로가 큰 목소리로 소리치는 것을 마지막으로.
-파아아……!
검은 안개가 집행자와 디아블로를 완전히 휘감아 감싸며 같이 사라졌다.
‘……어째서?’
처용이 속으로 의문을 읊조렸다.
알레인은 명백하게 집행자와 디아블로를 도와주었다.
게다가 연아가 말한 하루하고도 반나절 동안 화염 속에 있었다는 말.
처용은 그 긴 시간 동안 집행자와 싸운 것이 아니었다.
집행자, 디아블로와 맞서 싸운 시간은 고작 ‘한 시간 반’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네놈이 이길 것이다.
전투 도중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던 디아블로.
그런 그의 말이 다시금 상기되었다.
처용이 알 수 없는 복잡한 상황에 의문을 이으며 인상을 찌푸릴 때.
“하하하! 내가 이겼다! 체페슈!”
광소를 내뿜는 마르크의 목소리가 전장을 크게 울리며 퍼져 나갔다.
-콰아아아!
그런 그의 몸 위로 칙칙한 빛깔의 혈기가 하늘 위로 거칠게 분출하며 피의 기둥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동시에.
-우득! 우드득! 쩌저저적!
마르크의 몸에 칙칙한 빛의 혈기가 모여들며 그의 몸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어깨 위로 날카로운 뼈가 솟구치고 이마에 뿔이 자라나는 등, 점차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갔다.
그런 그의 앞에는.
“……기어코! 그 사악한 존재에게 네 영혼과 긍지까지 팔아넘겼구나!”
체페슈가 가슴을 부여잡고 피를 토해 내며 고통 어린 목소리를 내뱉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