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화
-콰아아! 화륵! 화르륵!
불타는 투기장이 크게 들썩일 정도로 매서운 화염이 솟구쳤다.
투기장 전체를 휘감는 화염의 주체는 다름 아닌, 결전기를 사용한 집행자.
-우드득! 우득!
응축되어 있던 마기를 해방시킨 그의 몸이 점차 뒤틀리며 변하기 시작했다.
피부 위로 뒤덮히는 새까만 갑각.
그 갑각 위로 용암이 흐르듯 붉게 일렁이는 균열들.
머리 위로 자라나는 두 개의 뿔과 등 뒤로 피어난 악마의 날개.
-화르륵! 지잉!
두 개의 뿔에 검은 화염이 타올랐고 그 아래에 번들거리는 악마의 눈동자에 안광이 비쳤다.
“……발록이 된 건가?”
처용이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집행자를 응시하며 읊조렸다.
판데모니움에서 가장 뜨거운 장소.
불타오르는 화염과 용암의 물결이 끊임없이 흐르는, 영원히 타오르는 강.
그곳은 삼천마, 디아블로의 성역. 디아블로는 영원히 타오르는 강의 지배자였다.
에스라 대륙의 대사막보다도 더욱 극한인 지역에서 살아가는 최상위 악마족들이 바로 발록이었다.
“크아아아!”
-화르륵! 콰아아!
완전한 발록의 형태로 변한 집행자가 끓어오르는 힘을 퍼트리는 듯, 화염이 서린 함성을 내질렀다.
‘제시카의 미네르바보다 강하군.’
집행자를 관찰한 처용이 냉정한 평가를 하듯, 속으로 읊조렸다.
제시카가 그녀의 결전기, 미네르바를 사용하면 무려 신력을 다룰 수 있었다.
처용은 발록으로 변한 집행자를 그런 제시카보다도 우위라 평가했다.
지금 집행자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마기는 그저 신성력처럼 대악마에게 내려받은 마기가 아닌.
-화륵! 쿠구구!
악마, 그것도 상당한 격의 고위 악마가 보일 법한 마기였다.
평범한 신관의 신성력쯤은 우습게 짓눌러 버릴 정도로 수준 높은 마기.
“……이건 예상 밖인데.”
처용은 완전히 변해 버린 집행자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알아챘다.
“벌써 ‘종족 진화’에 닿은 이가 있을 줄이야.”
종족 진화, 혹은 3차 전직이라고 불리던 현상.
300레벨에 가까워지던 헌터들 중 극소수가 보이던 현상이었다.
2차 전직을 의미하는 그 현상은 보다 높은 클래스를 얻는 것이었다.
예시를 들자면, 스킬석을 흡수한 현아의 클래스가 유니크 클래스인 ‘플레임 워록’으로 변한 것.
이 현상이 2차 전직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헌터들 중 3차 전직에 닿았다고 볼 수 있는 이가 바로 제시카였다.
하지만, 집행자에 비해 제시카는 아직 불완전한 3차 전직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녀는 아직 ‘인간’, 즉 등급을 벗어나지 못했으니까.
반면에.
[이름 : 제이슨 재커리]
[레벨 : 244]
[칭호 : 반마(半魔), 무한한 공포의 신관]
[클래스 : 워 발록(War Balrog).]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를 따르고 그 의지를 대행하는 신관…….]
[스킬 : 확인 불가…….]
집행자의 상태창에는 그를 상징하던 S급 마인, 즉 등급이 사라지고 ‘반마’라는 명칭이 자리해 있었다.
동시에, 그의 본래 클래스인 ‘집행자’가 사라지고 워 발록(War Balrog)이라는 명칭이 새로 생겼다.
아직 300레벨에 도달하지 못해, 전성기의 마녀처럼 반마‘신’이라는 칭호를 얻지 못한 듯 보였지만.
-쿠구구!
300레벨에 도달하지 못한 지금조차도 고위 발록에 버금가는 마기가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처용은 다른 신관들보다도 확 강해진 집행자를 보며 의아해하지 않았다.
그 시기가 회귀 전보다 빠른 것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제 신관을 용암의 강에 담금질한 건가? 담도 크군.”
디아블로의 신관이 어떻게 ‘발록’이 되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용의 말이 울리자.
[이 정도는 되어야.]
-화륵! 화르륵!
발록이 된 집행자의 몸에서 불타오르는 검은 화염이 크게 타오르며 디아블로의 목소리가 울렸다.
[네놈과 다시 마주해 싸울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화륵! 스스스!
크게 타오른 불길이 서로 뭉치더니 집행자의 위로 디아블로의 상반신이 만들어졌다.
[참으로 오랜 기다림이었다. 한처용.]
-화르륵! 스릉!
디아블로가 손아귀에 화염을 모으고는 그의 무구, 흉악한 도끼날이 번뜩이는 ‘공포의 집행자’를 불러내었다.
집행자의 위로 떠 오른 디아블로의 상반신은 그저 단순한 형상이나 분신이 아니었다.
발록으로 변한 집행자를 매개체로 소환된 그의 화신체였다.
[본신 상태였던 올림포스의 애송이를 상대로 살아남았다지?]
-스릉. 쿵.
디아블로가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는 흥미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버 드래곤을 잡기 위해 나섰던 검은 별들과 올림포스의 배신자들.
처용은 본신 상태의 악신들을 상대로 맞서 싸워 살아남았다.
아니, 디아블로가 눈앞의 처용을 마주하고 진지하게 판단한 결과.
처용은 다수의 악신들을 상대로 거의 대등하게 맞서 싸웠다 판단했다.
처음 처용을 마주했을 때와는 확연히 다를 정도로 강해진 상황.
그랬기에.
[그렇다면, 그때처럼 비실거리지는 않겠구나!]
디아블로는 순수한 기쁨을 드러냈다.
싸울 상대가 더 강해진 만큼, 더 큰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을 테니까.
“우워어어!”
-화르륵! 콰아-!
집행자가 머리 위로 도끼를 크게 한 바퀴 휘감아 화염을 모으고는 처용을 향해 돌진했다.
동시에.
[하하하!]
-스릉! 화르륵!
디아블로 역시 도끼에 화염을 휘감아 도끼를 치켜들고는 처용을 목표로 내리쳤다.
-스릉! 쾅!
처용은 역천의 절을 두 손으로 쥐어 세우는 것으로 집행자의 도끼날을 막아 내었다.
-스릉! 차카캉!
뒤이어 쇄도해 오는 디아블로의 도끼는 처용 위에 떠 오른 천마의 의지가 받아쳤다.
‘평범한 신관은 감당조차 못 하겠군.’
-스릉. 차카캉!
처용은 집행자의 도끼날을 역천의 절로 밀어내며 속으로 읊조렸다.
집행자의 도끼날을 받아낸 손아귀에서 상당한 묵직함이 전해졌다.
지금의 처용이 이 정도 무게감을 느낄 공격이면, 평범한 신관이나 헌터는 단 한 합도 받아낼 수 없는 위력이었다.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연화나 연아, 200레벨을 넘어선 이들도 감당하기가 버겁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처용에게는 발록으로 변한 집행자의 도끼질이 위협적이지가 않았다.
도끼와 검의 힘 싸움은 보통 묵직한 위력을 자랑하는 도끼가 우세한 법.
그럼에도 처용은 힘으로 집행자의 도끼를 쳐냈다.
아무리 집행자가 발록으로 변했다 해도, 지금의 처용을 압도할 순 없었다.
다만.
[네놈을 돕는 영령인가? 재밌구나!]
-스릉! 콰쾅!
디아블로의 도끼질을 받아낸 천마의 의지가 디아블로의 힘에 밀려났다.
진짜 문제는 집행자의 수호신처럼 그와 붙어 있는 디아블로의 화신체.
-화르륵! 스릉!
집행자의 도끼질과는 비교조차도 할 수 없는 위력.
그런 디아블로의 공격이 문제였다.
[차륜격.]
-화륵! 콰아아!
디아블로의 도끼에 타오르는 흑염이 거칠게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검은 화염이 거칠게 휘몰아치는 디아블로의 도끼날이 처용을 향하자.
“결전기, 팔괘 – 태극천체진!”
-스르릉. 스릉! 스릉!
처용이 아공간 속에서 열두 개의 무구를 불러내며 결전기를 발동했다.
무려 여덟 개의 무구가 처용의 앞에 칼날을 교차하며 전방을 방어하듯 가로막았다.
이윽고 흑염이 휘몰아치는 디아블로의 도끼날이 여덟 개의 무구들을 강타하자.
-화륵! 콰콰쾅!
흑염의 불똥이 사방으로 튀어 나감과 동시에, 여덟 개의 무기가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이런…….”
디아블로의 힘을 버텨 내지 못한 처용이 뒤로 물러나며 침음을 흘렸다.
어지간한 성좌의 화신체는 이제 처용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
대신급 성좌였던 하메라조차도, 처용을 압도하지 못했었으니까.
그러나.
[하하하하!!]
-화르륵! 스릉!
흑염이 휘몰아치는 디아블로의 매서운 도끼질은, 하메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차륜격!”
[차륜격!]
-콰아아아!
집행자와 디아블로가 동시에 두 손으로 도끼를 굳게 쥐고는 흑염을 크게 피워올렸다.
-탓! 쐐에에-!
흑염이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두 개의 도끼날이 처용을 향해 쇄도하자.
‘천마신공.’
-후욱. 탁!
처용이 태극천체진으로 소환된 무구 중 하나, 거대 해머를 두 손으로 굳게 쥐고 자세를 낮추었다.
천마의 의지 또한 강기로 해머를 만들어내어 처용과 같은 자세를 취했다.
흉악한 도끼날이 처용의 지척에 다가왔을 때.
“혜성반타 - 강(强)!”
날아오는 야구공을 향해 정확한 안타를 날리듯, 쇄도해오는 도끼날을 해머로 후려쳤다.
-콰콰! 쾅!
강렬한 두 힘을 맞부딪힌 결과 귀를 울리는 굉음과 충격파가 울려 퍼졌고.
-까강! 파사삭!
디아블로와 집행자의 공격을 받아친 처용의 해머에 금이 가며 앞머리 부분이 깨져 부스러졌다.
태극천체진으로 다뤄지는 무구는 ‘파괴 불가’ 특성을 지닌다.
게다가 지금 처용은 밤의 성채에 퍼진 ‘칙령’의 효과까지 받는 상황.
그럼에도 처용이 다루는 무구가 부서졌다.
한 지점으로 응축된 디아블로의 힘을 견디지 못한 결과였다.
‘이 허점투성이인 ‘칙령’에 의존하지 않기를 잘했군.’
-치익……!
뒤로 물러난 처용이 부서진 해머의 앞머리를 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본래 디아블로와 화신체가 소환되면, 그와 맞서는 모든 이들이 불타오르며 고통을 받는다.
처음 디아블로와 마주했을 당시에도 그러했으니까.
그나마 처용이 이전보다도 더욱 성장했고 또 ‘칙령’에 보호를 받는 꼼수를 썼기에, 피해를 받지 않았다.
다만.
‘직격당하면, 뼈도 못 추리겠어.’
아무리 칙령의 보호가 있다 해도, 디아블로의 공격을 맨몸으로 받아낸다?
그것은 미친 짓이었다.
머리가 반쯤 깨진 해머가 그 증거였다.
[계속 물러나기만 할 생각이더냐!?]
-화륵! 스르릉!
디아블로가 처용을 더 거칠게 몰아붙이려는 듯, 재차 도끼를 내질러 왔다.
처용은 부서진 해머를 내던지고는.
‘천마신창-.’
-샥. 스릉!
맹룡의 송곳니를 쥐어 창날을 앞으로 겨누었다.
-콰아아!
창날에 강기가 휘감기며 날카로운 이빨을 치켜세운 악어의 형상이 나타났다.
디아블로의 도끼날이 지척에 다가온 순간.
“악귀반진(惡鬼反鎭)!”
-스릉. 콰드드득!
창날에 형성된 악어의 형상이 디아블로의 도끼날을 물어뜯으며 저지했다.
그 무엇이든 쳐부수는 디아블로의 도끼와 다가오는 공격을 물어 부수고 맞받아치는 창격이 충돌했다.
-화륵! 콰아아!
맹렬하게 회전하는 흑염이 도끼날에 힘을 더하며 처용의 강기를 깎아내었다.
충격을 받은 처용의 창날이 파르르 떨리며 진동했다.
이대로 가다간 해머처럼 부서질 가능성 또한 있었다.
그러나.
‘천마신창 - 용귀반진(龍鬼反鎭)!’
-우우웅!
처용이 창날에 강기를 더하자.
-크롸아아!
디아블로의 도끼날을 물은 악어의 형상이 더욱 거대해짐과 동시에, 용의 형상으로 변했다.
지금 처용이 쥔 창은 단순한 창이 아닌, 창무신이 생전에 사용하던 그의 무구.
신의 무구임과 동시에 영웅의 유물이기도 한 아티팩트였다.
“하아압!”
처용이 기합을 내지르며 창날에 휘감긴 강기를 강하게 내지르자.
-콰아아! 콰앙!
흑염과 강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집행자와 처용이 동시에 물러났다.
[보통 창이 아니구나.]
디아블로가 처용이 쥔 창을 응시하며 흥미로운 듯 말하자.
“그래, 평범한 무구로는 네놈의 힘을 감당할 수가 없더군.”
-스릉. 스르릉.
처용이 주변에 널브러진 무구 중 일부를 아공간에 집어넣고 새로운 무구를 소환했다.
창날이 붉게 일렁이는 투창.
칼날의 끝부분만 검붉은색으로 빛나는 대검과 대낫.
그리고.
-우웅. 콰쾅!
날카로운 송곳들이 솟아난, 흉악한 형태의 검붉은 대형 해머까지.
처용이 새로 꺼내든 무구는 다름 아닌.
“지금부터는 다를 거다.”
루돌프가 ‘태초의 조각’을 덧씌워 만들어 낸 무구들이었다.
[재밌구나!]
-화륵! 콰아아!
디아블로가 그런 처용을 향해 즐겁다는 듯, 소리쳤다.
동시에. 격렬히 타오르는 흑염들이 집행자에게로 모여들었고.
-스르륵.
디아블로의 화신체 역시 집행자에게 점점 스며들었다.
마치, 집행자가 디아블로의 화신체를 갑옷처럼 두른 모습.
“……천마.”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천마의 의지를 향해 읊조리자.
-스르륵.
천마의 의지가 처용에게 스며들며 갑옷처럼 덧씌워졌다.
“헬카이트 디스트로이어!”
-화르르륵! 콰아아!
디아블로의 화신체를 갑옷처럼 입은 집행자가 도끼를 치켜들며 처용에게 돌진했고.
“극 이기어술 – 천체극섬.”
-스르릉. 스릉.
검붉은 칼날을 빛내는 무구들이 처용을 호위하듯 주변에 떠올랐다.
이윽고.
“흐아아압!”
흑염이 휘감긴 집행자의 도끼가, 처용의 앞에 나열된 무구들을 후려쳤다.
-콰아아-!!
집행자의 스킬 중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헬카이트 디스트로이어.
주변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 파괴해 버리는 위력과 처용의 결전기가 충돌하자 주변 일대의 지면이 크게 솟구쳤다.
흑염과 강기가 서로 충돌해 폭발을 일으키며 하늘 위로 솟구치는 불기둥을 만들어 내었다.
그 어떤 것이든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법한 불기둥 속에는 집행자와 처용이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이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도다.]
집행자에게 깃든 디아블로가 진심 어린 아쉬움을 담아 읊조리듯 말하자.
“……시간 제한이 있군.”
처용이 그런 디아블로의 말에 눈치챘다는 듯, 답했다.
거의 완전한 형태로 소환된 디아블로의 화신체.
발록으로 변한 집행자가 내뿜는, 대악마에 근접한 마기.
이 강력한 힘을 무한히 유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
디아블로는 그런 처용의 말에 순수히 인정하듯 말했다.
아무리 집행자가 디아블로와 상성이 좋은 신관이라 해도, 강신을 무한으로 유지할 순 없었다.
게다가, 결전기를 통해 발록으로 변하기까지 한 상황.
제시카 역시 미네르바를 오래 유지하지 못했듯, 집행자 역시 결전기를 오래 유지하지는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집행자의 결전기가 풀리면 강신 또한 해제된다.
즉, 제시간 안에 처용을 처치하지 못하면, 패배한다는 뜻.
그러나.
[어차피 네놈이 이기는 싸움이다.]
디아블로는 그러한 사실 또한 알고 있다는 듯 말을 이었다.
또한.
[이 세계에서의 싸움 또한 네 녀석이 이길 것이다.]
이곳, 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뱀파이어들 간의 내전.
디아블로는 그 내전에서도 처용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을 담아 말했다.
“……이 싸움의 패배를 확신한다? 삼천마인 네가?”
-차카캉!
처용이 디아블로의 도끼를 받아내 튕겨내며 뒤로 물러나고는 의문을 읊조렸다.
항상 싸움을 쫓는 무한한 공포의 대악마가 자신의 패배를 확정한다?
작금 일어나는 싸움뿐만 아니라, 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내전까지?
처용이 아는 디아블로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그렇다! 저 멍청이들은 모르겠지! 이 싸움은 애초에 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디아블로가 한 번 더 확신시키듯,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
그리고.
[의문을 가질 필요는 없다. 어차피-!]
-콰아아아!
드높게 솟구쳐 오른 검은 화염을 자신에게 끌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네 녀석이 이기는 건 변함이 없을 테니까!]
“……무엇을 꾸미는지 모르겠지만, 네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처용은 디아블로의 말에 눈빛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는 읊조리듯 말했다.
디아블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당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항마의 화신.”
-우웅! 화아아!
더는 시간을 끌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 처용이 항마의 화신을 소환했고.
“결전기 – 디아볼리스.”
디아블로가 모은 흑염을 흡수한 집행자가 결전기의 힘을 더욱 끌어올렸다.
“강신체!”
-우드득! 우득!
발록으로 변한 집행자의 덩치가 두 배는 더 커진 반면.
[하하하하!]
-화르륵! 콰아아!
흑염을 휘감은 디아블로의 덩치는 조금 줄어들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질의 드레이크의 모습에서 인간형에 가까워진 모습.
흔히 2차 개방,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이윽고 항마의 화신을 소환한 처용과, 진짜 모습을 개방한 디아블로의 화신체를 두른 집행자.
-콰아아!!
맹렬하게 타오르는 검은 화염과 마를 소멸시키는 파마의 힘이 서로 충돌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