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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17화 (517/726)

#517화

“화염부, 토류부, 뇌격부, 풍운부, 수류부.”

강기와 신력을 끌어올린 처용이, 속성이 깃든 자연부들을 만들어 내었다.

각각의 자연부들이 서로 뭉치며 팔괘의 진법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속성이 깃든 팔괘의 진법 다섯 개가 처용을 중심으로 둘러싸듯 나열되었고.

“선술 – 오의.”

-탁! 우우웅!

처용이 두 손을 합장하며 속성 마나를 끌어올렸다.

그러자.

“천재지변이다!”

“모두 대피해! 당장!”

상급 마인들이 경악을 내질렀다.

처용은 마인들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악몽과도 같은 존재.

그랬기에, 처용이 사용하는 스킬과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그 정보를 미리 파악했었다.

천재지변은 처용이 재앙의 나무를 상대로 자연재해를 불러일으켰던 기술.

그 당시 목격자가 많았던 만큼, 마인들 역시 그 기술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말려들면 다 죽는다!”

천재지변에 정면으로 말려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었다.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처용이 혼란을 보이는 마인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일대 반경이 완전히 초토화될 텐데? 어디로 도망치려고?”

천재지변은 광범위한 지역에 자연의 재앙을 일으키는 기술.

그 위력이 제대로 발휘되면, 이 주변 일대, 즉 서쪽의 성채가 완전히 박살 난다.

도망치기도 어려울뿐더러, 서쪽의 성채가 무너지면 군주와의 싸움에서 불리해진다.

천재지변이 터지기 전에 도망쳐야 한다.

하지만 서쪽의 성채가 무너지면, 뱀파이어의 내전에서 마르크의 패배가 거의 확정된다.

성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천재지변이 터지기 전에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다중 데몬 스피어!

-다크니스 버스트!

다수의 마인들이 천재지변의 발동을 저지하기 위해 처용을 공격했지만.

-스르륵. 스륵. 파아아……!

처용은 ‘칙령’에 의해 보호를 받는 상황.

대악마들의 공격조차 제대로 먹히지 않았기에, 마인들의 공격이 통할 리 만무했다.

[네 정신을 오염시켜주마.]

-우웅. 파아아!

보다 못한 아스모데우스가 요사스러운 핑크빛이 일렁이는 마기를 처용에게 쏘아 보냈다.

그녀의 특기는 직접적인 전투가 아닌, 저주와 오염, 즉 정신적인 공격이었다.

대상의 정신을 어지럽히고 무너뜨려 악에 빠뜨리는 것.

-화아아!

악의적인 저주가 실린 마기가 처용을 휘감고 지나갔지만.

“내 정신에 직접 타격을 주려면 네년의 본신이 강림해야 할 거다.”

처용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운이 빠지고 슬슬 잠이 올 거야.]

대악마의 화신체들 중 가장 높은 서열을 지닌 존재.

판데모니움 서열 13위인 상위 대악마, 나태의 대악마 벨페고르 역시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벨페고르의 권능은 그녀의 이명과 같은 ‘나태’.

그녀의 마기에 닿은 대상은 기운 점점 빠지고 마나와 신력이 흩어지게 된다.

벨페고르는 그 존재 자체가 ‘강력한 판테라움’과 같다고 볼 수 있었다.

-스르륵. 화아!

나태의 권능이 담긴 마기가 처용을 뒤덮었다.

그 결과.

-스륵……!

처용이 만들어 낸 팔괘의 진법이 흔들리며, 그 안에 담긴 기운이 조금 흩어졌다.

하지만.

“소용없어.”

-우우웅!

흔들리는 것은 잠시일 뿐, 처용이 곧장 신력과 강기를 집중해 진법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인간이…… 내 나태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귀찮고 따분한 분위기를 보였던 벨페고르가 놀라움을 표했다.

인간은 자신들의 욕망에 충실한, 나약하고도 어리석은 이들이었다.

그들이 욕망에 충실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스스로의 안락함을 추구하기 때문이었다.

나태는 그 안락함과 가장 가까운 개념.

인간이라면, 아니 안락함을 추구하는 생명체라면,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심지어 그저 평범한 나태가 아닌, 나태의 신명을 지닌 대악마가 발휘하는 권능이었다.

아무리 단련된 인간이라 해도, 대악마의 권능으로 승화된 나태에 닿으면 그 자리에 주저앉기 마련.

그러나.

[이게 가능해?]

인간인 처용은 그런 나태에 직접 닿고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나태의 반대말은 노력이 된다. 벨페고르.”

처용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에게 있어 가장 거리가 먼 감정이 바로 게으름이야.”

악의 종주가 몰고 오는 종말을 막고 절망적인 미래를 뒤바꾼다.

처용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단 한 순간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매 순간,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하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처용에게 있어 ‘나태’라는 감정만큼은 단 하나도 없었다.

대악마들이 나섰음에도 처용을 저지하지 못한 상황.

결국.

“막지 못했군?”

-우웅. 쿠구구!

준비를 마친 처용이 신력과 강기를 강하게 끌어올리며 말하자.

“젠장! 터진다!”

“전원! 방어를 준비해라!”

상급 마인들이 경악을 내지르며 다급하게 방어를 준비했다.

어떻게든 서쪽 성채가 완전히 무너지는 상황만큼은 막아야 했다.

그리고.

“천재지변이 아니다! 저건…… 괴물을 불러내는 스킬이다!”

상급 마인 중 하나가 처용의 주변에 떠오른 진법을 자세히 관찰하며 소리쳤다.

처용은 모든 속성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 알려져 있었다.

천재지변은 그런 속성의 힘을 최대치로 끌어내어, 주변 일대를 쓸어 버리는 대마법과 같은 기술.

그러나.

“마법진의 형태가 다르다! 저건…… 에스라 대륙에서 사용했던 기술이다!”

관찰과 탐색이 특기인 상급 마인은 지금 처용이 발휘하는 기술이 천재지변이 아님을 알아보았다.

“맞다. 네 말대로 이건 천재지변이 아니야.”

처용은 눈썰미가 좋은 상급 마인의 말에 긍정했다.

그 말대로 지금 사용하는 기술은 천재지변이 아닌 오제룡의 연회였다.

다만.

“그런데 말이야, 그때는 나름 힘 조절은 한 거고 지금은…….”

처용은 지금, 강기와 신력의 밸런스를 맞춘 ‘적당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은 ‘전력’이다.”

선술로 발휘할 수 있는 재앙의 위력을 최대치로 끌어낼 생각이었다.

본래라면, 적들에게 노려지는 이런 상황 속에서는 할 수 없는 일.

그러나 적들이 친절하게도 처용을 무적으로 만들어 주었고 10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었다.

“암영부, 명환부, 빙결부.”

-우우웅! 우웅! 우웅!

기존의 만들어진 다섯 개의 진법에 어둠, 빛, 냉기로 이루어진 진법 세 개가 추가되었다.

도합 여덟 개의 진법이 처용의 주변을 맴돌며 당장이라도 터질 듯 요동쳤다.

-파지지직! 파직!

요동치는 여덟 개의 진법을 가까스로 억누른 처용이 조심히 손을 떼고는.

“오의 – 역천룡의 연회.”

-파아아!!

팔괘의 진법 안에 응축되어 있던 힘을 해방하며 선술의 오의를 발동했다.

그러자.

-쿠구구! 캬아아아!

처용의 뒤로 건물 정도는 한입에 삼킬 듯한 크기인, 붉은 용의 머리 하나가 솟구쳤다.

-콰지직!

순식간에 솟구쳐오른 용의 머리가 처용의 뒤를 점거하고 있던 마인들을 집어삼켰고.

-캬아! 크아아!

-콰직! 우드득!

그 주변으로 같은 크기인 푸른색과 샛노란색의 용머리가 솟구치며 근처의 마인들을 집어삼켰다.

[반으로 쪼개 주마!]

-스릉! 샤아악!

뒤로 물러났던 푸르카스가 낫을 움켜쥐고는 칼날에 마기를 응축하며 돌진했다.

낫칼이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휘둘러졌고 가장 먼저 솟구친 붉은 머리의 용을 내리찍으려는 순간.

-우웅. 파아아아!

이글거리는 빛의 광선이 푸르카스의 측면으로 쇄도해왔다.

[이런.]

-스릉. 샥!

푸르카스가 낫의 방향을 돌려 자신에게 쇄도해오는 빛의 브레스를 반으로 가르며 물러났다.

그때.

-쿠구구!

푸르카스의 뒤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무엇-?]

뒤로 물러나던 푸르카스가 뒤를 보며 의문을 자아내는 순간.

-콰직! 으드득! 으득!

새까만 용의 머리가 스스로 제 입에 들어온 푸르카스를 물어 으스러뜨렸다.

대악마의 화신체 하나가 거대한 용머리에 집어삼켜져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사라졌고.

[크악!]

마찬가지로 검은 별 하나가 땅속에서 나타나 기습해 온 용머리에 물어뜯겨 사그라졌다.

[제길 물러나라!]

[전열을 재정비해라!]

악신들의 화신체가 솟구쳐 오르는 용의 머리들을 피해 뒤로 물러나며 명령하듯 소리쳤다.

서쪽 성채에 거주하는 마인들과 뱀파이어들이 모두 물러나고.

“……뭐냐. 이 괴물은?”

마르크가 처용 뒤로 솟구쳐 오른 거대한 무언가 보며 읊조렸다.

“히드라? 아니, 히드라라기엔 너무 크다.”

아스모데우스의 신관, 릴이 처용 뒤에 소환된 거대한 괴물을 보며 말했다.

히드라는 S급 몬스터로, 뱀의 머리가 여덟 개 달린 거대한 도마뱀이었다.

처용 뒤에 나타난 괴물 역시 여덟 개의 긴 머리가 보였기에 히드라로 생각한 것.

다만, 히드라의 덩치는 대략 20여 미터인 반면, 처용 뒤에 있는 괴물의 크기는 거의 두 배에 달했다.

“히드라? 그건 뱀이고.”

그런 릴의 말을 들은 처용이 싸늘한 미소를 담아 입을 열었다.

“이 녀석은 ‘용’이다.”

처용의 말이 끝난 순간.

-쿠구구! 지잉!

폭발의 여파로 인해 일어난 흙먼지와 어둠 속에서 금빛의 안광이 드러났다.

동시에, 실루엣만 보이던 거대한 몸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각기 다른 속성의 힘을 넘실넘실 내뿜고 있는 여덟 개의 용머리들.

마치, 거대한 드래곤의 육체에 머리만 여덟 개가 달린 듯, 기괴한 모습이었다.

처용이 굳이 재앙룡들을 분리시키지 않고 한 곳으로 융합시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첫 번째는 선술의 ‘전력’을 발휘하였기에, 그 속성의 힘을 하나하나 분리시키지 못했기 때문.

두 번째는 각자 개성을 담아 날뛰는 힘을 하나로 융합할 방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휩쓸어라. 블러디아.

바로 전성기의 마녀가 다뤘던 최강의 가디언.

본 키메라 드래곤, 블러디아를 베이스로 삼았으니까.

“어디 한 번 막아 봐.”

처용의 입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온 순간.

-캬아아!

-크롸아아!

여덟 개의 용머리가 사방으로 퍼지며 날뛰기 시작했다.

-쓰-읍! 화륵! 콰아아아!

뜨겁게 타오르는 불길로 이루어진 용머리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전방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다.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화염이 전방 일대를 모조리 태워 버리자.

-이-!

-막을 수가-!

미리 방어를 준비하고 있던 스무 명의 마인들과 뱀파이어들이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방벽을 덧씌워라!”

“어떻게든 방어해라!”

-쿠구구!

상급 마인들이 화염룡 앞으로 모여들며 마기를 덧씌우자, 가까스로 화염을 막아내었다.

그때.

-쓰읍! 파아아아!

거칠게 휘몰아치는 바람으로 이루어진 용머리가 숨을 들이쉬더니, 전방을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다.

이미 화염룡이 브레스를 내뿜고 있던 상황.

그 격렬하게 타오르는 불길에 강렬한 폭풍이 더해진 결과.

-콰아아아아!!

바람의 힘을 머금은 불길이 더 거세고 거대하게 타오르며 주변 일대를 뒤덮어 버렸다.

화염 브레스의 위력이 적어도 세 배는 강해진 상황.

“아, 안-!”

“지원을-!”

-파사사사……!

서로 뭉쳐 방어를 돕던 상급 마인들 조차도 비명조차 다 내뱉지 못한 채,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결국.

[피학의 형상.]

-샥! 우우웅!

더 보다 못한 아스모데우스가 앞으로 나서며 권능을 발동했다.

요사스러운 핑크빛이 일렁이는 마기가 화염이 닿은 순간.

-슈르륵! 쏴아아!

오염된 듯 칙칙한 빛깔의 물기둥이 솟구치며 화염을 집어삼켰다.

그때.

-파지지직! 파아아!

벼락이 뭉쳐져 만들어진 듯, 샛노란 뇌전을 튀기는 용머리가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브레스를 내뿜었고.

-위이잉! 콰아아!

그에 가세하듯, 새하얀 빛이 모여 만들어진 듯한 백색의 용머리가 브레스를 발사했다.

강렬한 뇌전과 광휘가 합쳐진 브레스가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쇄도한 순간.

[솟구쳐라.]

-우웅! 쿠구구!

벨페고르가 아스모데우스 앞을 막아서며 바로 앞에 검은 철벽을 세웠다.

-콰아아!

빛과 뇌전의 브레스가 판테라움으로 만들어진 검은 철벽을 강타했다.

벨페고르가 만들어 낸 검은 철벽은 판테라움으로 형성된 벽.

그 어떤 에너지라 해도, 닿는 순간 힘을 잃으며 사그라지게 만드는 권능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파직. 파지직……!

브레스의 위력을 전부 상쇄하지 못한 듯, 판테라움 벽에 점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별한 인간이라 들었지만, 이건 좀 너무한데?]

판테라움 벽에 마기를 부여하며 공격을 버티던 벨페고르가 헛웃음을 담아 읊조렸다.

만사가 귀찮은 듯 보였던 눈도 크게 떠지며 놀라움을 드러내는 모습.

그런 벨페고르의 반응에.

“그 말, 자주 듣는다.”

-샥! 스릉.

역천의 절을 뽑아 든 처용이 벨페고르의 측면에 나타나며 말했다.

방어에 집중한 틈을 노린 공격.

-스르릉!

강기가 일렁이는 역천의 절이 벨페고르의 목을 향하며 쇄도했다.

대처하기엔 늦은 상황.

그때.

“집행한다!”

-화르륵! 쐐에엑!

벨페고르의 뒤에서 검은 화염이 일렁이는 도끼날이 솟구쳐 나왔고.

-차카! 캉!

벨페고르를 노리던 역천의 절과 충돌하여 처용의 공격을 튕겨냈다.

처용의 앞을 가로막은 이는 의회주 중 하나이자, 디아블로의 신관인 집행자였다.

“너는 내가 상대하겠다.”

-스릉.

집행자가 도끼를 치켜들고 처용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하자.

“흐음?”

처용이 역천의 절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타격감에 의문을 드러냈다.

지금 처용의 무력은 일개 의회주가 본인의 힘으로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런데, 벨페고르를 노린 공격을 집행자가 받아쳐 튕겨냈다.

처용은 짧게 의문을 드러내고는.

“……나는 네놈과 놀아준다고 한 적 없다.”

뒤로 빠지려는 듯, 한발 물러나며 미소를 지었다.

단독으로 이곳을 습격한 목적은 바로 서쪽 성채의 ‘파괴’였으니까.

확연히 상승한 집행자의 수준은 의문이었지만, 굳이 집행자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할 필요는 없었다.

처용이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벗어날 수 없다!”

-쾅! 콰아아아!

집행자가 검은 화염이 일렁이는 도끼를 땅에 박아 넣으며 주변 일대를 불태웠다.

마치, 검은 화산이 폭발하듯, 땅에서 솟구친 흑염들이 주변을 포위하듯 타올랐고.

“불타는 투기장.”

-화르륵! 화륵!

처용과 집행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을 밖으로 밀어내며 결계를 형성했다.

디아블로와 처음 마주했을 당시, 그가 처용과 겨루기 위해 사용했었던 권능이었다.

“디아블로의 권능?”

처용이 집행자가 발현한 디아블로의 권능, 불타는 투기장으로 보며 의문을 드러냈다.

주변을 둘러싸며 결계를 형성한 검은 화염.

이 화염 결계는 중국에서 강림했었던 디아블로가 사용한 결계와 같은 수준이었으니까.

“저 엄청난 녀석을 만들어 냈으니, 네놈도 온전한 상태는 아닐 것이다. 역천군주.”

-스릉.

결계를 펼쳐 처용을 격리시킨 집행자가 땅에 박아 넣었던 도끼를 꺼내 치켜들며 말했다.

그 말에 결계를 지켜보던 처용이 눈을 돌려 집행자를 마주하고는.

“맞아, 밖에 날뛰고 있는 저 녀석을 만든 덕분에, 지금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진법은 한 개가 고작이야.”

-크아아!

-캬아아!

집행자가 만든 결계 밖에서 날뛰고 있는 역천룡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런데…… 속성 마나를 쓰는 게 제약되었을 뿐이지.”

-쿠구구!

짙은 강기를 내뿜고는.

‘천마강림.’

천마의 의지를 불러내었다.

“내 강기와 신력을 너 혼자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

전혀 지쳐 보이지 않은 듯한 처용의 모습에 집행자의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처용은 대악마조차도 1:1로 상대할 수 없다고 확실하게 알려진 존재.

그러나.

“……이제야 제대로 느껴진다. 네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집행자는 처용을 직접 마주하고도 두려운 모습을 보이거나 도망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의 나를 시험해보기엔 적절하군.”

-쿠구구!

뜨겁게 일렁이는 검은 마기를 격렬하게 내뿜으며 투지를 내비쳤다.

그리고.

“결전기-.”

-스르륵!

검게 불타오르는 마기를 자신에게 끌어모으며 한 곳에 응축시키고는.

“디아볼로스(Diabolos).”

-콰아아!

마치, 응축된 화염 속에 봉인된 무언가를 해방시키듯, 검은 불꽃을 퍼트리며 결전기를 발동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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