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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16화 (516/726)

#516화

-쿠구! 쿠구구!

지진이 들이닥친 듯, 격렬하게 흔들리는 땅과 그 영향을 받아 무너지는 건물들.

그리고 작금의 상황을 초래한 존재.

“천마군림보.”

-콰쾅!

처용이 땅을 강하게 밟으며 천마군림보를 사용하자.

-쿵! 쩌적! 쩌저적!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땅이 크게 갈라지며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면이 뒤틀리고 갈라지는 지각 변동 현상에 의해, 점점 무너지던 건물이 더 크게 무너져 내렸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재앙에.

-지면에 안정화 마법을 사용해라!

-상황부터 파악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 인근에 거주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난리가 났다.

이윽고 다급하게 대피하며 상황을 파악하던 이들 모두가 처용을 발견했고.

-역천군주!?

-동쪽의 마신!

마인들과 뱀파이어들이 처용을 알아보며 소리쳤다.

처용이 나타난 장소는 다름 아닌 서쪽에 자리한 밤의 성채.

군주가 자리한 기존의 성채와는 다른, 반역자들의 거점이자, 마인들의 기지인 장소였다.

-다크 블러드 버스트!

-어둠의 확산!

뱀파이어들과 마인들이 합세하여 처용을 저지하기 위해 공격을 퍼부었다.

처용은 주변에서 쏟아지는 온갖 흑마법과 어둠을 그저 바라만 봤다.

아무런 방어도 취하지 않는 모습.

-쿠구! 쿠콰콰!

수십 가지의 공격이 한 지역을 초토화시키듯, 처용을 향해 떨어지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한 번의 거대한 폭발이 거세게 일어나자마자.

“화력을 집중해라!”

“계속 공격해라!”

-위이잉! 쿠콰콰!

뒤늦게 나타난 상급 마인들과 고위 귀족 뱀파이어들이 합류하며 명령을 내렸다.

한 번 더, 처용이 있던 장소에 강렬한 흑마법의 폭격이 쏟아졌다.

-쾅! 쿠쿠-!!

주변 일대가 완전히 쓸려나갈 정도로 강렬한 연쇄 폭발이 터졌다.

무려 수십 명의 상급 마인과 고위 뱀파이어들까지 합세한 집중 공격.

방금의 공격은 아무리 성좌라 해도, 무사하지 못할 위력의 공격이었다.

“해치운 것인가?”

“생명 탐지를 사용해라! 상황을 파악해!”

상급 마인들이 전방을 경계하며 휘하 마인들을 향해 명령하듯 소리쳤다.

그때.

“효과가 아주 끝내주는데?”

-저벅. 파아아!

처용이 폭격으로 불타오르는 강렬한 화염 속을 헤치며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걸어 나왔다.

옷깃조차도 그을리지 않은 모습.

아니, 그 어떤 피해도 받지 않았다는 듯, 상처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이…… 이런…… 이런 미친!”

“괴물 같은……!”

멀쩡한 처용의 모습을 본 이들의 안색이 사색으로 변하며 뒷걸음을 쳤다.

상급 마인들조차도 경악을 감추지 못하고 눈동자를 떨며 두려움을 드러냈다.

그때.

“함부로 공격하지 마라!”

-스르륵. 화아아!

주변의 그림자에서 어둠이 모여들더니, 화려한 연미복을 입은 남자가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나타났다.

“마르크 공작.”

처용이 화려한 연미복의 뱀파이어, 마르크를 알아보며 읊조리자.

“하찮은 인간 따위가! 나는 밤의 군주 마르크다!”

마르크가 인상을 확 일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아 그래?”

처용은 그런 마르크를 향해 코웃음을 치며 비웃어 보이고는.

“지금부터 그 하찮은 인간한테 죽을 때까지 쳐 맞아 보겠군?”

-우웅. 위이이-!

두 손을 모으고 강렬한 빛의 마나를 응축시키며 싸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막아라!”

“스킬의 캐스팅을 중지시켜!”

처용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상급 마인들이 급하게 소리치며 마기를 모으자.

-위이!

-우우웅!

휘하 마인들이 처용을 향해 흑마법을 쏘아 보냈다.

하나하나가 성벽쯤은 우습게 구멍을 내 버릴 만한 위력들.

단일 타깃을 대상으로 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흑마법들이 처용에게 쏟아졌다.

그러나 처용에게 흑마법이 닿는 순간.

-파아……! 푸화아……!

마치 실타래가 풀리듯, 흑마법을 구성하는 마기들이 일제히 풀려나가며 흩어졌다.

처용은 가만히 있는데도, 흑마법의 공격을 전혀 당하지 않는 모습.

이윽고.

“저지먼트 헤븐, 변형.”

처용이 두 손을 떼자.

-위이이!

빛의 마나와 파마의 신력이 뒤섞인 새하얀 구체가 나타났다.

구체가 당장이라도 터질 듯, 파동을 흩뿌리며 요동칠 때.

“파마의 심판.”

-탁!

처용이 두 손으로 박수를 치듯, 구체를 강하게 쳐 터트렸다.

-피이! 콰아아아!

응축되어 있던 빛과 파마의 힘이 해일처럼 솟구치며 주변 일대를 뒤덮었다.

-크아아!

-안-!

처용과 가까이 있었던 마인들과 뱀파이어들이 빛 속으로 삼켜지며 단말마를 내뱉었다.

“감히 밤의 성채에 불결한 빛을 퍼트리다니!”

-슈르륵! 콰아아!

마르크가 두 손에 혈기를 휘감고는 앞으로 뻗으며 소리쳤다.

-슈화아아!

점점 크게 퍼져 나가는 혈기가 두꺼운 벽을 형성하며 빛의 해일을 가로막았다.

마르크가 처용의 공격을 잘 막아 내는 듯싶었지만.

“이이-!”

손아귀에 혈기를 집중한 마르크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이윽고.

-쿠구!

마르크가 만들어 낸 혈기의 장벽이 빛의 해일을 버티지 못하는 듯,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고작 이건가? 뱀파이어 ‘공작’ 마르크.”

처용이 마르크를 향해 도발하듯 말하자.

“이 하등한 생명체가! 네놈이 수작질만 부리지 않았어도!”

-우드득!

마르크가 손아귀에 힘줄을 세우며 분노를 담아 소리쳤다.

조금 전, 처용이 이곳에 도달하기 전.

-크허헉!? 이게 무슨 일……?

그는 피를 한 아름 토해 내며 격통에 시달렸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이 성지 전체를 강하게 타격했다.

그로 인해, 이 성지에 퍼트린 ‘칙령’이 거의 무너질 뻔했다.

그 영향으로 인해, 격통을 겪으며 쓰러졌었다.

지금은 휘하 일족들에게 수혈을 받고 대악마들에게 도움을 받아 그 피해를 겨우 수복한 상태였다.

그런 와중에 처용이 대놓고 쳐들어온 상황.

“이 간악한-!”

인상을 거칠게 일그러뜨린 마르크가 분노를 내지르며 처용의 공격을 막을 때.

-화르륵! 콰쾅!

빛의 해일과 혈기의 벽이 충돌하는 지점에 검은 화염의 기둥이 내리쳤고.

“피학의 형상.”

-샥. 쏴아아!

마르크의 옆에 ‘여성’의 모습을 한 릴이 나타나, 시커먼 물길을 퍼트렸다.

-화륵! 쏴아아!

검은 화염과 검은 물결이 빛과 혈기가 충돌하는 지점에 떨어지자.

-쿵! 콰콰콰!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충돌하던 에너지들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처용의 공격이 저지되자.

-샥. 샤삭!

상급 마인들보다도 더 불길한 마기를 내뿜는 마인 여섯 명이 나타났다.

전원, 악신들의 신관인 S급 마인들이었다.

그리고.

-피이! 화아아!

그런 그들 사이로 강렬한 어둠이 뭉쳐 들며 형상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어둠이 모여 만들어진 형상들은 다름 아닌.

[이 건방진 것이.]

[감히, 겁도 없이 혼자서 쳐들어올 줄이야.]

모두 악신들의 화신체였다.

처용이 모습을 드러낸 열 명의 악신들을 쭉 둘러봤다.

다섯은 검은 별, 다섯은 대악마.

“내 친히 대가리를 반으로 쪼개 놨는데, 잘 붙이고 왔나 보군?”

처용은 그들 중, 가장 익숙한 이를 알아보며 입을 열었다.

바로 조금 전, 동쪽 밤의 성채로 도발하러 나타났었던 대악마.

“화신체의 회복이 빠른데? 아스모데우스.”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도발하듯 말했다.

[이 간악한 하계종이 무슨 사특한 술수를……!]

좋지 못한 꼴을 당했던 아스모데우스가 분노와 경악, 의문이 일렁이는 목소리를 내었고.

“악마한테서 사특하다라…… 참으로 듣기 좋은 칭찬이군.”

처용은 그런 아스모데우스의 복잡한 심정이 일렁이는 목소리에, 비틀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이야, 예상외로 거물이 하나 있었네?”

대악마의 화신체들 중, 가장 구석에 있는 존재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나선으로 휘어진 양의 뿔과 웨이브진 짧은 검녹색 머리.

반쯤 눈을 감은, 졸리고 무료한 듯한 인상이 특징인 여성형 악마.

“벨페고르.”

판데모니움 서열 13위, 상위 대악마 중 하나.

나태의 대악마 벨페고르를 알아보며 말했다.

보통, 인간이 대악마의 진명을 언급하면, 대부분의 대악마들은 분노한다.

그러나.

[…….]

벨페고르는 소리 없이 작은 하품을 내보이며 시원치 않은 반응을 보였다.

처용을 노려보는 듯, 아닌 듯, 귀찮음이 일렁이는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

[하등한 것.]

[죽여 주마.]

-후욱. 샥!

두 명의 대악마가 전신에 마기를 휘감더니, 순식간에 처용과 거리를 좁히며 달려들었다.

“푸르카스, 벨리알.”

처용이 좌·우측에서 달려드는 두 대악마를 알아보며 읊조렸다.

구부러진 형태의 손잡이가 달린 대낫을 쥔, 삐쩍 마른 4미터 크기의 거한.

머리는 붉은 안광을 띤 해골마의 모습을 한 그는 판데모니움 서열 50위, 수확의 대악마 푸르카스였다.

그리고 1미터가 조금 넘는 작은 체구와 미라가 된 고블린처럼 말라 보이는 대악마.

전신이 언데드, 미라처럼 보였지만, 눈알만은 부패하지 않은 듯, 뒤룩거리며 번들거리는 모습.

왜소한 크기의 그는 판데모니움 서열 68위, 부정의 대악마 벨리알이었다.

-샤가각!

처용의 오른쪽에는 마기가 일렁이는 푸르카스의 대낫이 쇄도해오고 있었고.

-우우웅! 샤아악!

왼쪽에는 벨리알이 마기를 뭉쳐 거대한 손톱을 만들어 내고는 처용을 향해 휘둘렀다.

두 명의 대악마가 양방향에서 덮쳐들며 공격해 오는데도, 처용은 움직이지 않았고.

-우웅.

손아귀에 환한 빛을 모으며 집중했다.

적의 공격에 방어하려 하지 않고 오히려 공격을 하려는 모습.

[멍청하긴.]

그 모습을 본 벨리알이 비웃음을 흘렸다.

처용의 공격보다 두 대악마의 공격이 먼저 닿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샥! 촤아악!

푸르카스의 대낫이 처용의 목을 그었고 벨리알이 만들어 낸 마기의 손톱이 처용을 꿰뚫으며 지나갔다.

처용이 기습에 당한 듯 보였고 두 대악마가 환희의 미소를 지으려는 때.

“이야, 이거 정말 효과가 좋은데?”

공격을 당한 처용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유로운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뭐?]

[아니다. 이럴 리가 없다.]

벨리알과 푸르카스가 의문을 읊조린 순간.

“팔괘명환진.”

-화아아!

빛을 모으던 처용의 손아귀에서 여덟 장의 명환부가 만들어졌고, 처용 주변을 맴돌며 팔괘를 그렸다.

동시에, 파마의 신력이 일렁이는 새하얀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파마의 성화.”

-화륵! 화륵! 화아아!

파마의 신력, 백염을 머금은 빛이 주변을 불태우듯 화려하게 일렁이며 퍼져 나갔다.

[네놈의 빛을 부정한다!]

처용에게서 퍼져 나오는 새하얀 화염을 본 벨리알이 마기가 일렁이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우웅. 화아아!

벨리알의 손아귀에서 뻗어 나간 마기가 처용과 새하얀 불길을 막듯 포위했다.

‘부정’의 대악마 벨리알.

그의 자신에게 다가오는 공격을 부정하고 차단하는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쿠구!

벨리알의 권능이 일렁이는 마기가 새하얀 화염을 붙잡으며 멈춰 세웠다.

성공적으로 처용의 반격을 잘 막아낸 듯 보인 순간.

“뒤집어라, 역천.”

처용이 옅게 신력을 내뿜으며 멸천의 권능 중 하나, 역천을 사용했다.

그러자.

-화아아! 콰아-!

잠시 멈추었던 새하얀 화염이 더 크게 퍼지더니, 일제히 벨리알을 향해 쇄도했다.

[무슨 짓을!?]

벨리알의 표정이 확 일그러지며 당황스러움을 드러냈고.

[네놈의 공격을 부정하겠다.]

-우우웅!

다시금 자신의 권능, 부정을 발동하며 마기를 내뿜었다.

그러나.

-화르륵! 콰아아! 콰아!

새하얀 화염이 더 크게 불타오르며 크기가 더욱 커졌고 순식간에 벨리알을 휘감았다.

파마의 신력이 담긴 불꽃은 처음보다 크기와 위력이 두 배로 커진 상황.

-화륵! 파사사……!

그 위력을 견디지 못한 벨리알의 화신체가 불타오르며 점점 사그라졌다.

[내 권능에 간섭을-!?]

벨리알을 처용의 공격을 당한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며 경악했다.

[어, 어떻게…….]

검은 잿더미처럼 사그라지는 벨리알이 마지막 단말마를 내뱉듯 읊조리자.

“네 권능은 내 권능의 하위에 불과하다.”

-화륵! 파아아!

처용이 파마의 화염을 한 번 더 폭발시켜 벨리알을 완전히 끝장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벨리알의 권능은 마기에 닿은 대상을 ‘부정(否定)’하는 것, 간단히 말해 ‘거부’였다.

처용은 그런 벨리알의 권능에 역천을 사용하여 인과율을 반전시켰다.

부정(否定)의 의미가 반전되면, ‘수용(受容)’이 된다.

부정의 권능을 조작하여 그 힘을 반대로 작용하게 만든 결과.

-파아아……!

벨리알은 파마의 화염을 모두 ‘수용’해 버렸고 그로 인해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덕분에.

[괴물 같은 변종 놈이……!]

푸르카스는 새하얀 화염의 궤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딜 가나?”

-화르륵! 파아!

처용은 뒤로 물러나는 푸르카스를 향해 손을 뻗어 새하얀 화염을 쏘아 보냈다.

벨리알을 완전히 태워 버린 화염이 처용의 손짓을 따라 푸르카스를 향했다.

그 순간.

[귀찮아.]

-탁!

나태함이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은 벨페고르가 손가락을 튕겼고.

-쿠구구! 쿠구!

푸르카스 앞에 검은 벽이 솟구쳐 오르며 새하얀 화염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피시이이……!

새하얀 화염이 소화기에 맞아 힘이 빠진 듯, 바람 새는 소리를 내며 점점 사그라졌다.

[이 성채가 무너지면, 그분께서 질책을 하실 거야, 그건 귀찮거든.]

벨페고르가 옅게 짜증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읊조리자.

“이번 일을 실패하고 정직 처분을 받아 쉬면 되겠군.”

-스스스.

처용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려는 듯, 신력과 강기를 모으며 말했다.

“가서 한 번 혼나고 판테라움 동굴에서 영원히 잠이나 자지 그래?”

[……그거 좋은 생각이네?]

-짝! 파사삭……!

벨페고르가 처용의 말에 박수를 한 번 치고는 검은 벽을 해제하며 답했다.

여타 처용과 마주했던 대부분의 악마들과는 다른, 특이한 성향의 대악마.

나태의 대악마 벨페고르는 판데모니움에서 가장 깊은 산맥인 나태의 산맥의 주인이자.

나태의 산맥에서만 채굴되는 광물, 판테라움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대악마였다.

본래, 벨페고르는 지상의 일에 간섭하지 않은 채, 본인의 성역에서 판테라움만 생산하던 대악마였다.

회귀 전, 처용조차도.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가 버려.

판데모니움에서 딱 한 번 벨페고르르 본 것이 전부였으니까.

그마저도 귀찮다는 이유로 처용과의 싸움을 피하며 도망치거나, 성역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었다.

게다가 벨페고르의 성역은 판테라움으로 가득한 장소.

그곳에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힘이 빠지고 점점 기운이 나약해지는 곳이었다.

그 당시 처용은 맡은 바 임무를 위해 불필요한 싸움을 피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벨페고르의 성역을 공격하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갔었다.

그랬었기에, 작금의 상황이 조금 의문이었다.

나태의 산맥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던 그녀가 화신체로 지상에 소환되었으니까.

처용이 벨페고르를 바라보며, 회귀 전과 다른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생각할 때.

[너희들 때문에, 저 변종이 ‘무적’ 상태가 되어 버렸잖아. 이러면 내 탓이 아니지.]

벨페고르가 손가락으로 처용을 가리키며 질책하듯 말했다.

그런 벨페고르의 말에.

[그대 역시 이 계획에 찬성했었다. 나태의 대악마.]

아스모데우스가 표정을 굳히며 답했다.

귀찮은 티를 퍽퍽 내는 벨페고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한 모습.

그리고.

[저 하계종은 ‘칙령’에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다.]

처용을 면밀히 관찰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맞아, 내가 발휘하는 공격은 절반 정도의 위력으로만 적용되지.”

아스모데우스의 말에 처용이 긍정하듯 말했다.

그 말대로 처용은 밤의 성채에 퍼진 새로운 ‘칙령’에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분적으로 벗어났을 뿐, 영향은 받고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영향은 공격 데미지의 반이 감소되었다는 것.

이 거대한 세계에 흐르고 있는 ‘칙령’을 완전히 지배하지 못한 까닭이었다.

그러나.

“그런데 말이야. 네놈들이 감당할 수는 있고?”

처용이 자신의 공격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여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발휘하는 공격 데미지의 ‘절반’을?”

공격력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는 엄청난 페널티였다.

하지만, 처용이 발휘하는 공격들은, 성좌조차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자랑했다.

그런 막강한 위력인, 역천군주가 발휘하는 공격력의 절반.

그 위력을 감당할 수 있는가?

이것도 큰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네놈들은 날 공격하지도 못할 텐데?”

처용은 아스모데우스와 마르크가 펼친 ‘칙령’을 역이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처용은 절반의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한편, 적들의 공격은 처용에게 닿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어디 한번 막아 봐. 내 ‘전력’의 ‘절반’을 말이야.”

-쿠구구!

처용이 강기와 신력을 위협적으로 내뿜으며 말하자, 주변의 마인들과 뱀파이어들이 뒤로 물러났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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