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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14화 (514/726)

#514화

뱀파이어 군주, 체페슈가 처용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드러냈고 양측의 동맹이 성사되었다.

앞으로의 일에 중요한 목적 중 하나가 달성된 상황.

“그보다도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한 처용이 체페슈를 향해 의문을 표하며 질문했다.

“왜 밤의 마신에게서 독립한 겁니까?”

뱀파이어의 시조는 판데모니움의 대악마라는 역사가 있다.

그 대악마는 아마도 밤의 마신이라 불리는 아스모데우스를 의미하리라 생각했다.

다만, 조금 의문인 부분이 하나 있다면.

“아스모데우스가 밤의 마신, 당신들의 시조(始祖)가…… 맞겠죠?”

판데모니움 서열 32위의 대악마는 ‘종족 창조’가 가능한 것인가?

솔직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나의 종족을 탄생시키는 건, 태초신 정도는 되어야 가능할 테니까.

혹은, 태초신과 가까운 신들 중 유사한 권능을 지닌 존재만이 가능했다.

예시를 들자면, 기계 장치의 여신,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녀는 태초신에게서 태어난 직계 선천적 신격이자, 기계 장치를 제작하는 ‘창조’의 권능을 가지고 있었다.

이비와 나인이라는 자가학습형 안드로이드를 만들어 낸 것만 봐도, 그녀의 창조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그렇다면, 아스모데우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수준급의 창조가 가능한가?

처용이 개인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아니라고 판단했다.

심지어 아스모데우스는 창조가 아닌 저주, 역병과 관련된 권능을 지닌 악마였다.

그런 그녀가 하나의 독자적인 종족을 창조했다?

그 부분이 말이 안 된다 생각했고 의문이 들었다.

때문에, 이 의문을 해소할 겸, 어째서 뱀파이어들이 밤의 마신에게서 벗어나려는지 그 이유를 물은 것이었다.

그런 여러 가지 의문이 담긴 처용의 질문에.

“아스모데우스는 진짜 밤의 마신이 아니오!”

뱀파이어 군주, 체페슈가 목소리를 높이고는 밤의 마신의 진명을 언급하며 말했다.

지금껏 큰 표정 변화 없이 목소리 톤도 일정했던 뱀파이어 군주가.

“아스모데우스는…… 그년은 밤의 마신 자리를 찬탈한 대악마요!”

분노 서린 눈빛을 빛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군주가 보이는 확연한 분노에, 그와 함께 이곳에 온 뱀파이어들이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바로 옆에 앉은 두 측근, 카이덴 왕자와 스테판 후작 역시 마찬가지.

그리고.

“군주님, 그게 무슨 이야기입니까?”

“밤의 마신이…… 찬탈자라고요?”

그들 역시 처음 듣는 이야기에, 의문과 경악을 드러냈다.

군주와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이들 역시 놀란 눈치.

“뱀파이어 종족을 만들어 낸 밤의 마신은 본래 아스모데우스가 아니었다는 말입니까?”

처용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체페슈를 향해 정확히 물었다.

“우리 뱀파이어들만이 아니라 몽마들까지, 밤의 일족을 창조한 분은 그 간악한 대악마가 아니오.”

체페슈는 처용의 질문에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마르크 공작, 그놈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마신을 배반하고 대악마에게 충성을 맹세했소.”

“……진정한 밤의 마신은 아스모데우스가 아니라, 따로 있었다는 말이군요.”

처용이 체페슈의 말에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목소리를 흘리며 읊조렸다.

무언가…… 자신이 무언가 알고 있는 듯, 아닌 듯,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처용의 읊조림에.

“군주만이 열람할 수 있는 고서가 있소. 그 고서를 자세히, 면밀히 살펴보고 알아낸 사실이오.”

밤의 성채 내부, 군주와 직계 왕족만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

그곳에 보관된 고서는 혈기를 지닌 군주만이 읽을 수 있었다.

무려, 뱀파이어 군주와 왕족들, 그리고 최초의 귀족들에 대한 가계도가 적혀 있는 고서.

뱀파이어들에 대한 역사가 기록된 고서였다.

그 고서의 끝에는 최초의 뱀파이어가 직접 혈기로 새겨 기록한 역사 중 하나.

“밤의 일족은…… 진정한 밤의 마신인 ‘꿈의 종주’만을 따라야 하오! 그 거짓된 마신이 아니라!”

바로, 어떤 존재가 뱀파이어들을 창조했는지에 대해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 체페슈의 말이 울린 순간.

“꿈의 종주……?”

생각을 잇던 처용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

마치, 이리저리 퍼져 있던 퍼즐의 조각이 머릿속에서 딱 맞춰진 느낌이 들었다.

체페슈가 언급한 ‘꿈의 종주’가 바로 핵심적인 퍼즐 조각.

처용은 그 말을 들은 순간.

“니알라 – 크타니드.”

진정한 밤의 마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챘다.

“마신의 진명(眞名)을 어떻게……?”

체페슈가 처용의 읊조림에 눈을 크게 뜨며 읊조렸다.

피의 고서 마지막 장에 적힌, 최초의 뱀파이어 군주가 기록한 문장.

그곳에 적힌 문구는.

-꿈의 종주, ‘니알라 – 크타니드’께서 밤의 일족들에게 자유로운 축복을 선사했노라.

진정한 밤의 마신, 밤의 일족을 창조한 존재의 진명이 적혀 있었다.

군주인 자신만이 확인했었던 마신의 진명이 처용의 입에서 흘러나온 상황.

게다가.

“밤의 일족을 창조한 존재는 태초신의 첫 번째 자녀들 중 하나, 태초의 신수였군요.”

처용의 말이 추가로 이어지자.

“……!”

체페슈의 입이 턱 막히며, 소리 없는 경악을 내질렀다.

방금 처용이 말한 내용 역시 피의 고서 안에 기록된 내용 중 하나였다.

군주의 자리에 오른 자만이 열람할 수 있는 고서의 내용을 처용이 어찌 알고 있단 말인가?

체페슈가 경악과 혼란을 드러내며 침묵할 때.

“저희 성역에 태초의 신수 두 분이 계십니다. 그러니까…… 밤의 마신의 형제들이겠군요.”

“허…….”

처용의 말에 체페슈가 참았던 숨을 내뱉는 듯, 짧고 굵은 숨을 내쉬며 경악을 토했다.

그런 체페슈를 본 처용이 잠시 생각하고는.

“이 두 사람은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입니까?”

체페슈의 양옆에 앉아 있는 이들, 스테판 후작과 카이덴 왕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질문했다.

“이들만큼은 믿을 수 있소.”

처용의 질문에 체페슈가 믿음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그 말에 처용이 잠시 생각하며 침묵하고는.

“풍운부 – 차음의 결계.”

-탁. 휘리릭.

자신이 앉은 테이블 중앙에 풍운부 세 장을 붙여 작은 결계를 만들어 내었다.

이 테이블 주변 밖으로는 단 하나의 소리도 새어 나가지 못하게 만드는 결계였다.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은, 제 측근들도 모르는 기밀 중의 기밀입니다.”

처용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자, 처용을 제외한 다섯 사람이 진지한 눈빛을 띠었다.

“니알라 님은 지금 판데모니움에 갇혀 있습니다. 저는 그분을 탈출시키려 하고 있고요.”

“진짜 밤의 마신께서 살아 계신단 말이오!?”

체페슈가 처용의 말에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자, 체페슈가 마음을 가라앉히며 잠시 생각하고는.

“……우리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되겠소?”

진지한 목소리로 처용을 향해 물었다.

처용이 측근들도 모르는 기밀을 알려준 이유.

체페슈는 그 이유가 밤의 마신을 탈출시키는 데에, 밤의 일족이 지닌 힘이 필요하다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협력하겠소.”

“반역자들을 모두 쓸어 버리면, 제가 자세히 알려 드리지요.”

할 수 있는 무엇이든 협력해주겠다는 체페슈의 말에,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순간.

-쿠구! 쿠콰콰!

강한 지진이 순간적으로 들이닥친 듯, 지면이 크게 들썩이며 울렸다.

이변을 느낀 처용이 즉시 결계를 해제하고 자리를 박차 일어섰다.

“놈들이 무슨 짓을?”

체페슈 역시 이변을 느끼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먼 방향을 응시했다.

그가 응시하는 방향은 다름 아닌, 마르크가 세운 또 다른 밤의 성채.

처용 역시 같은 방향을 응시하며 작금의 상황을 파악하는 듯 보였다.

그리고.

“……이런!”

반역자들의 성채가 있는 방향을 응시하던 체페슈가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침음을 흘렸다.

“무슨 일입니까? 군주님!”

스테판 후작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묻자.

“밤의 성채에…… 새로운 칙령이 퍼졌다.”

체페슈가 눈을 감고 허공에 손을 짚으며 무언가를 읽듯 읊조렸다.

“삼 일 동안 휴전의 장벽이 펼쳐진다?”

“……휴전?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테판 후작이 체페슈의 말에 의문을 표하며 물었다.

“시간 벌기인 것 같습니다만?”

조용히 작금의 상황을 관찰하던 처용이 입을 열자.

“나도 그렇게 생각하오.”

체페슈가 작게 인상을 쓰며 답하듯 말했다.

“이제 와서 시간을 벌겠다고? 무슨 수작이지?”

“……나 때문이겠죠.”

처용이 체페슈의 의문에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 순간.

[그래, 네놈 때문이지.]

이 일대 주변을 울리는 불길하고 요사스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그 목소리를 들은 처용의 인상이 와락 일그러졌다.

단순히 목소리만 들었음에도, 짜증과 분노가 절로 솟구치는 기분.

체페슈 역시 처용과 같은 기분을 느끼는 듯, 인상을 찌푸리고는.

“아스모데우스…….”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채며 읊조렸다.

[건방진 피조물 따위가 감히 내 진명을 언급하느냐?]

-스르륵.

주변의 그림자들이 한 곳으로 빨려 들어가듯 뭉치더니, 칙칙한 색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질척이는 먹물이 모여 여성의 형태를 만들어 낸 모습.

[네 영향력이 많이 약해졌구나, 과연 언제까지 버티려나? 크크.]

아스모데우스의 화신체가 긴 손톱을 까닥거리고는 길게 찢어진 입으로 미소를 보이며 말하자.

“가짜 따위가! 당장 꺼져라.”

-슈르륵. 콰아!

체페슈가 손아귀에 혈기를 모으고는 아스모데우스의 화신체를 향해 쏘아 터트렸다.

그러나.

[내가 임명한 새로운 밤의 군주가 곧, 네 영향력을 완전히 넘어서겠구나.]

아스모데우스는 아무런 피해를 받지 않고 미소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때.

“들이치는 밀물.”

-스릉. 쏴아아!

연화가 환도를 뽑아 들며 아스모데우스의 등을 베었고.

“낫칼의 악령.”

-슈르륵. 촤아!

물줄기를 모아 날카로운 낫을 만들어 낸 연아가 아스모데우스의 정수리를 내려쳤다.

둘의 공격이 정확하게 들어갔지만.

[소용없다.]

-파아……!

신성력이 휘감긴 연화와 연아의 공격마저 통하지 않았다.

그 어떤 공격도 닿지 않는 듯한 모습.

“서로를 공격할 수 없다. 뭐 그런 규칙인가?”

그 모습을 면밀히 관찰한 처용이 알았다는 듯 말했다.

체페슈는 물론, 연아와 연화의 공격이 아스모데우스에게 통하지 않는 상황.

하지만, 아스모데우스 역시 주변의 이들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휴전, 말 그대로 양측의 적대 행위를 멈추는 것.

이 성지에 추가된 ‘칙령’이라는 것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작금의 상황을 알아챘다는 처용의 말에.

[건방진 녀석, 네놈만큼은 곱게 죽이지 않을 것이다.]

한껏 여유를 부리던 아스모데우스가 처용을 노려보며 시린 분노를 흘렸다.

이전, 에블린을 감염시키던 페러사이트 디멘터를 통해 받았던 모욕.

-반갑다. 이 쌍년아.

하등한 인간에게 받았던 모욕을 절대로 잊지 않았으니까.

[네놈을 어떻게 망가뜨리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것도 즐겁겠구나.]

차가운 저주가 일렁이는 아스모데우스의 교태 어린 목소리가 울리자.

“아, 그러셔?”

처용이 아스모데우스의 살기 어린 눈빛을 마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난 지금 네년을 망가뜨려야겠는데?”

-저벅. 스르르…….

신력을 스멀스멀 내뿜고는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여유롭게 걸어가며 말을 이었다.

동시에.

-휘익!

처용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멍청한 것, 네놈은 아무것도 할 수 없-!]

그 모습을 본 아스모데우스가 처용을 향해 비웃음을 흘리며 입을 연 순간.

-짜아악!

처용의 오른손이 아스모데우스의 빰을 강하게 후려쳤다.

본래라면, 앞서 체페슈와 연화, 연아의 공격이 통하지 않은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야 했다.

그러나.

[어-!?]

-빠아악!

아스모데우스의 화신체가 날아오는 처용의 손바닥에 맞아 고개가 휙 돌아가며 말이 끊겼고.

-콰쾅!

그대로 힘에 밀려 나자빠지며, 정원 기둥에 처박혔다.

“재수 없게 와서 쳐 웃고 지랄이야. 이 쌍년이.”

처용이 기분 나쁘다는 듯, 손을 털며 말하자.

[이, 이게 무슨? 무슨 수로……!?]

-후두둑.

몸을 일으킨 아스모데우스가 방금 일어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 의문을 읊조렸다.

밤의 성채는 그저 뱀파이어들이 사는 단순한 성지가 아니었다.

이 성지를 다스리는 군주만이 지닌 권한.

바로, ‘밤의 칙령’이라는 절대적인 규칙의 힘이 흐르고 있었다.

방금, 대악마 넷과 새로 선출한 밤의 군주, 마르크가 힘을 합쳐 선포한 새로운 칙령.

그 칙령으로 인해, 지금 밤의 성채는 사흘 동안 서로 공격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칙령을 선포한 진짜 이유는, 이후 이 성지를 차지하기 위한 진짜 계획을 위해서였다.

그런데, 처용이 밤의 성채에 퍼진 칙령을 무시하고 자신을 때렸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건…… 이건 불가능-.]

아스모데우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읊조린 순간.

“난 되는데?”

-휘익!

처용이 낮은 목소리로 답하고는 다시 한번 신력이 휘감긴 오른손을 내질렀다.

멍한 표정을 지으며 읊조리던 아스모데우스는 이번에도 차마 피하질 못했고.

-짜아악! 콰쾅!

다시 한번 뺨을 얻어맞으며 방금 처박혔던 기둥에 다시 처박혔다.

[이-!]

퍼뜩 정신을 차린 아스모데우스가 기둥 아래에 처박힌 몸을 빼내며 일어서려는 순간.

-빠악! 쾅!

뒤이어 날아오는 처용의 발길질에 목덜미를 얻어맞고 다시 기둥벽에 처박혔다.

처용이 쓰러진 아스모데우스의 목덜미를 밟아 짓누르자.

[이 개 같은 하계종 따위가!]

-우웅! 화르륵! 화륵!

분노를 내지른 아스모데우스가 손아귀에 보랏빛으로 타오르는 마기를 모아 터트렸다.

온갖 저주가 뒤섞인 보랏빛 화염이 처용을 휘감으며 불타올랐지만.

“……안 통하네?”

처용은 자신을 휘감은 보랏빛 화염을 구경하듯 둘러보며 미소를 담아 말했다.

강렬한 저주가 일렁이는 보랏빛 화염 속에서도, 처용은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았다.

아스모데우스의 저주가 가득한 화염을 맨몸으로 버텨낸 것이 아니었다.

조금 전, 아스모데우스가 아무런 공격을 받지 않은 것처럼, 공격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스모데우스가 소리 없는 경악을 내비치며 안면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분명, 처용은 성지에 퍼진 칙령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자신의 공격이 처용에게 통하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우드드-!

처용이 가하는 공격은 통하고 있는 상황.

이것이 어찌 된 일인지, 아스모데우스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자존심이 많이 상하겠어? 대악마라는 새끼가 기껏 도발하러 왔다가 따귀나 쳐 맞고 가고 말이야?”

이어지는 처용의 도발에.

[이 천박한 가축 따위가!]

아스모데우스는 작금의 상황을 진지하게 분석하지 못하고 분노를 터트렸다.

“그 가축한테 짓밟히고 쳐 맞는 네년은 얼마나 천박하고 하찮은 새끼일까? 응?”

처용이 아스모데우스를 짓밟은 상태로 계속 도발을 잇자.

[……!]

-화륵! 화르륵!

무언의 격노에 휩싸인 아스모데우스가 저주의 화염을 더 크게 키우며 분노를 터트렸다.

하지만 아무리 분노를 연료 삼아 화염을 키운다 해도.

-화륵! 파아아……!

화려하게 타오르는 보랏빛 화염은 처용을 완전히 불태우지 못했다.

“아무래도…… 네놈들이 제 무덤을 판 것 같다?”

처용은 작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스모데우스를 향해 싸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어, 어떻게 밤의 칙령을 멋대로-!?]

아스모데우스가 경악을 내비치며 읊조리자.

“가서 네년을 따르는 버러지들에게 똑똑히 전해라.”

-스릉.

처용이 역천의 절을 뽑아 들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네놈들이 날 ‘무적’으로 만들어 줬으니, 성능 테스트를 하러 갈 거라고 말이야.”

마지막 말이 끝난 순간.

-사각. 촤아아!

아스모데우스의 화신체가 정수리부터 아래로, 붉은 선이 쭉 그어지더니.

-촤아아!

반으로 쩍 갈라지며 사그라졌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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