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3화
가장 앞장서 별궁으로 나아가던 뱀파이어 군주, 체페슈가 입구 앞에 서서 멍한 표정을 짓자.
“벼, 별궁이 아닌가? 아니, 우린 분명 별궁 방향으로 왔습니다만!?”
그 뒤를 따르던 이들 중 하나, 스테판 후작이 경악을 내비치며 말했다.
그런 스테판 후작의 반응에.
“……별궁이 맞다. 다만, 주변이 확 변해 버렸을 뿐이지.”
그와 마찬가지로 체페슈를 따라 별궁으로 온 뱀파이어.
카이덴 왕자가 주변을 다시 한번 면밀히 살피며 말했다.
본궁보다도, 주변의 다른 궁보다도 작은 규모와 크기를 자랑하는 별궁.
그 건축물과 구조, 형태는 기존의 별궁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그 건축물 주변 환경이, 이전의 느낌을 확 지워 버릴 정도로 변해 버렸다.
기존의 별궁은 귀신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낡고 무너져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무너져가던 외벽과 깨진 보도블록들이 새것으로 교체된 듯 말끔해져 있었다.
낡고 오래된 별궁이 막 새로 건축된 것처럼 빛을 내고 있었다.
게다가, 이전에는 보지 못한 식물과 나무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정원을 그리고 있었다.
별궁의 분위기가 하루아침에 확 뒤바뀐 상황.
“……가지.”
체페슈가 앞장서 별궁 안으로 향했다.
잘 정돈된 길을 천천히 걸어 나가자, 길 주변에 나열된 나무들이 눈에 보였다.
-스르륵. 화아!
은은한 달빛을 퍼트리며 꽃잎을 흩날리는 백금빛 벚꽃 나무들과.
-쏴아. 사아아-!
긴 이파리를 아래로 축 늘어뜨린 채, 은은한 바람을 따라 휘날리는 버드나무가 눈에 보였다.
게다가, 벚꽃 나무와 버드나무의 이파리가 평범한 녹색이 아니었다.
-화아! 화아아!
달빛을 받아 은은한 은청색의 빛을 내는, 백색에 가까운 버드나무였다.
군주인 체페슈조차도 처음 보는, 신성한 느낌이 물씬 풍겨 오는 나무들이었다.
바람 따라 흩날리는 백금빛의 벚꽃과 조금씩 흔들리며 달빛을 빛내는 버드나무 이파리들.
항시 달이 떠 있는 이곳, 밤의 성채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나무들이, 주변 일대에 기운을 나눠 주는 것인가?”
가장 놀라운 것은 다름 아닌, 달빛을 빛내는 나무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었다.
체페슈가 달빛을 빛내며 늘어진 버드나무 이파리를 손으로 쓸자.
-스르륵.
이파리에서 달빛이 뿜어져 나와 체페슈의 손에 깃들었다.
달빛이 닿은 손에서 은은한 기운이 스며들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 체페슈의 반응에.
“가까이 있기만 해도, 피로가 가시는 것 같습니다.”
“반역자들에게 입었던 상처가 조금 회복되었습니다.”
스테판 후작, 카이덴 왕자 등, 군주를 따르는 뱀파이어들이 놀라움을 표했다.
“이 나무는 ‘신목’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이것을 본궁으로 옮기시지요.”
버드나무와 벚꽃 나무를 살핀 카이덴 왕자가 체페슈를 향해 의견을 표했다.
아름답고도 놀라운 성능을 자랑하는 나무들.
이것들은 별궁이 아닌 본궁에 놓아야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솔한 말은 삼가라.”
체페슈는 카이덴 왕자의 의견에 경고 어린 목소리로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누가 이 나무들을 하루아침에 만들어 냈겠느냐?”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군요.”
카이덴 왕자가 체페슈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듯,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목이라 칭해도 무방한 나무들이 하루아침에 자라났다.
게다가, 정원을 더 아름답게 꾸며주는 분수와 수로, 화단까지.
폐허나 다름없는 별궁이 단 하루 만에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별궁을 이렇게 바꾸었는가?
별궁에 거주하는 시녀들이? 시종들이?
아니면 오늘 귀환한 이 별궁의 주인, 왕비와 왕녀가?
그들은 이럴 능력이 없었다.
별궁을 이 정도로 격변시킬 능력을 지닌 자는 단 한 명뿐이었다.
“동쪽의 마신…… 그자가 별궁을 하루아침에 뒤바꿨군요.”
카이덴 왕자가 별궁을 변화시킨 이가 누구인지 눈치채고는.
“모두 정원에 함부로 손대지 마라! 자칫 잘못 훼손했다간, 문제가 발생한다!”
군주를 따라온 휘하 뱀파이어들을 향해 명령하듯 소리쳤다.
왕자의 명령에 나뭇잎과 꽃잎을 만지던 이들이 일제히 손을 뗐다.
그 순간.
“나무를 죽이거나 정원을 지나치게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면, 크게 상관없다고 하십니다.”
-스르륵.
별궁을 방문한 군주와 뱀파이어들 앞에 류마가 나타나며 말했다.
“류마 백작?”
“어느 틈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류마에 의해 스테판 후작을 포함한 귀족들이 경계심을 드러냈다.
류마가 목소리를 내기 전까지, 그가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으니까.
“……몰라볼 정도로 강해졌구나, 류마.”
뱀파이어 군주인 체페슈 역시, 류마를 바라보며 놀라움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체페슈 역시 류마가 거의 지척에 다가와서야, 그의 기척을 느꼈었으니까.
“용님께 지도를 받은 덕분입니다.”
류마가 자부심 어린 목소리로 체페슈의 말에 답했다.
그가 자신보다도 직위가 높은 귀족을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었던 이유.
그 이유는 바로 처용에게 혹독한 지도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철저하게 장점만을 극대화시키는 수련을 반복한 결과, ‘고유 속성’이라는 독특한 힘까지 각성해 냈다.
다른 누구보다도 처용과 루나를 지척에서 도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무력했던 과거를 딛고 지금처럼 강해지고 더 앞으로 나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처용 덕분이었다.
그런 자부심 가득한 류마의 말에.
“감히 군주님을 눈앞에 두고 다른 이를 드높이다니.”
군주의 측근, 스테판 후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지적했다.
“당장 군주님께 예를 갖춰라!”
본래 밤의 일족, 뱀파이어는 모두 군주의 신하들.
그런 밤의 일족, 그것도 귀족이 다른 이를 섬긴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고작 백작의 계급이 군주를 마주하고도 고개를 숙이지도 않은 모습.
군주의 충신으로서 류마의 태도는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마르크를 따르는 반역자들과 다름없는 태도.
그러나, 스테판의 지적 어린 말에 울린 순간.
-피이……!
검고 날카로운 실선 하나가 스테판 후작의 뺨을 스쳐 지나갔다.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을 인지하지 못한 스테판 후작이 당황하자.
“내게 명령하지 마라. 스테판 후작.”
그를 향해 암철을 쏘아 보낸 류마가 낮은 목소리로 적대감을 담아 말했다.
“나는 루나 님과 용님, 그 위에 계시는 위대한 분들을 제외하고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충성심 가득한 의지가 일렁이는 류마의 말이 울리자.
“……동쪽의 마신이 섬긴다는 신들인가?”
체페슈가 그 말에 루세핀에게서 들었던 말 중 하나를 떠올리며 류마를 향해 물었다.
한처용이라는 이름의 인간.
동쪽의 마신이라 불리는 강력하고도 불가사의한 존재.
그의 정체는 놀랍게도 신을 모시는 신관이었다.
신의 신관이면 당연히 그가 모시고 따르는 신이 있다는 소리.
그렇다면, 그 신은 동쪽의 마신보다도 더 강하고 드높은 존재라는 의미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런 존재가 한 명이 아닌, 셋이라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체페슈는 류마의 말에 한 명의 신이 아닌, ‘신들’이냐고 물은 것이었다.
“맞습니다. 군주님.”
류마가 체페슈의 말에 긍정하며 대답했다.
체페슈는 류마의 대답에 짧게 생각하고는.
“……모두 경솔한 행동은 삼가라.”
류마를 향해 적대와 경계를 보이는 휘하 뱀파이어들을 향해 명령하듯 입을 열었다.
“이 별궁은 이제, 내 영토가 아니라 제3의 세력이 된 것 같으니까.”
이 별궁에 자리 잡은 이들은 본래 궁의 주인인 루세핀과 루나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뒤를 받쳐주는 존재, 동쪽의 마신 처용이 자리해 있었다.
그런 처용의 뒤에는 더 드높은 존재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된 상황.
이젠, 작금의 상황을 절대로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아니 되었다.
처용과의 관계가 틀어지면, 루나와 루세핀, 그 휘하에 있는 모든 일족들이 돌아설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처용의 뒤에 있는 세력, 전력과 규모를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세력과도 관계가 틀어져 버린다.
한 가지 다행인 사실은, 처용이 이곳에 온 목적이 반역자들을 쓸어 버리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우리를 그에게 안내해 주겠나?”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대상은 이곳을 방문한 손님인 자신이었다.
체페슈의 요청에.
“……따라오시지요.”
류마가 뒤를 돌아 앞장서 나아가며 답했다.
체페슈가 앞서 나가는 류마의 뒤를 따랐고 다른 뱀파이어들이 군주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말끔하게 정돈된 길을 따라 쭉 나아가자.
-촤라. 쏴아아.
달빛이 반사되어 비칠 정도로 맑은 물이 흐르는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 호수 위에 나무를 겹겹이 쌓아 조립하여 만든 듯한 넓은 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 다리의 끝에는 호수 중앙에 솟아난 작은 섬처럼 보이는 장소가 있었다.
섬의 외곽에는 달빛을 빛내는 이파리가 축 늘어진 버드나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호수에 비친 달빛의 이파리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더 신성하고 신비한 느낌을 더해주고 있었다.
“본래 이런 곳은 없었을 터인데?”
체페슈가 그 경치를 감상하며 의문을 읊조렸다.
별궁은 아무것도 없는 평평한 땅이었다.
당연히 호수 또한 없었다.
그런데, 넓고 맑은 호수가 하루아침에 생겨났다.
아무것도 없는 평야 위로 호수와 섬을 하루 만에 만들어 낸다?
밤의 성채를 다스리는 군주인 체페슈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왕궁도 하루아침에 세우시는 분인데, 호수와 작은 섬을 만드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겠지요.”
류마가 호수 위, 섬을 향해 앞장서 나가며 체페슈의 말에 답했다.
체페슈는 그런 류마의 말에 소리 없는 놀라움을 표하고는 그를 뒤따라 나아갔다.
호수 위에 세워진 다리를 건너고 섬에 도달하자, 마치 야외 연회장 같은 장소가 펼쳐졌다.
푸른 잔디 위에 일정 간격으로 깔려 있는 네모난 대리석과 그 위에 놓인 원형 테이블.
하늘 위에서 쏟아지는 달빛을 일부분만 들이도록 설계된 아치형 지붕.
그리고.
-스르르…….
코를 확 자극하는 고소한 음식의 향이 느껴졌다.
“모셔왔습니다. 용님.”
류마가 호수의 경치가 보이는 외곽 쪽 테이블로 다가가 그곳에 앉아 있는 처용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설마,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나를 찾아올 줄은 몰랐군요?”
처용이 여유로운 목소리로 뱀파이어 군주, 체페슈를 바라보며 말했고.
“용님께서 허락하셨으니, 소소한 만찬을 즐기다 가시지요.”
류마가 체페슈와 그를 따르는 귀족들을 향해 말을 잇고 발걸음을 돌려 다른 곳으로 향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모두 경솔한 행동은 삼가라.”
체페슈는 휘하 귀족들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명령을 내리고는.
“밤의 성채에 방문한 중요한 손님이지 않소.”
처용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오며 처용의 말에 답했다.
그런 체페슈의 뒤를 후작인 스테판과 왕자인 카이덴이 뒤따랐다.
“왕비와 왕녀를 도와준 은인이기도 하니…….”
체페슈가 처용의 양옆에 앉아 있는 루세핀과 루나를 번갈아 보며 말을 잇고는 처용의 반대편에 앉았다.
그런 체페슈의 좌·우로는 그를 따라온 카이덴과 스테판이 자리했다.
“별궁이 많이 바뀌었지요? 군주님.”
루세핀이 바로 옆, 호수와 달빛을 빛내는 버드나무의 경치를 바라보며 말하자.
“……미안하오.”
체페슈가 많은 의미가 함축된 사과의 한 마디를 전했다.
그 말에 루세핀이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고는.
“원망하는 마음은 없답니다. 그리고 우리 루나의 서약자가 별궁을 멋지게 꾸며주기도 했고.”
이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이런 아름다운 정원에, 맛있는 식사까지, 전 루나의 서약자가 참 마음에 든답니다.”
“…….”
미소를 머금은 루세핀의 말에 체페슈가 미묘한 표정을 짓고는 처용을 응시하자.
“그렇다네요.”
처용이 어깨를 으쓱이며 작은 미소를 띠었다.
“루나, 네 선택에 후회는 없는 것이냐?”
체페슈가 작은 걱정을 담은 목소리로 루나를 바라보며 묻자.
“제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루나가 단호한 목소리로 체페슈의 말에 답했다.
그리고.
-파삭.
제 접시에 담겨 있는 치킨 한 조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파삭한 튀김의 식감과 담백한 닭고기의 육즙이 입안에 퍼지자.
“으음~!”
차갑게 굳어 있던 루나의 표정이 확 풀어지며 밝은 미소가 피어났다.
“이 맛을 후회할 리가 없죠.”
미소를 머금은 루나의 말이 끝난 순간.
“……!”
그 모습을 본 체페슈의 눈이 점점 커졌다.
비단 체페슈만이 아니라, 그의 곁에 앉은 카이덴과 스테판 역시 입을 벌린 채 멍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루나가 치킨을 넘기고 미소를 싹 지우고는.
“……식사하는 사람을 빤히 보는 건 왕가의 예절에 어긋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차가운 목소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을 향해 지적하듯 말했다.
“신기하지 않나요? 후후.”
루세핀이 체페슈의 놀란 반응을 보고 옅은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동시에.
-스륵.
치킨 조각이 담긴 접시를 체페슈를 향해 내밀었다.
“도대체…… 이게 무엇이기에?”
체페슈는 루세핀이 내민 접시를 응시하며 의문을 담아 읊조리고는.
-파삭.
적당한 조각 하나를 포크로 집어 맛을 보았다.
그 순간.
“……하하, 이럴 수가.”
체페슈의 입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어떤 음식을 맛봐도 한 번도 웃은 적이 없는 그였다.
그런 체페슈의 웃음소리에, 카이덴과 스테판이 소리 없는 경악을 보였다.
“맛이 나쁘지 않지요?”
“이걸 맛이 없다고 말하면…… 진정한 밤의 마신께서 천벌을 내리겠지.”
루세핀의 말에 체페슈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 흠잡을 데가 없군.’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읊조렸다.
체페슈가 처용을 찾아온 목적은 그저 작금의 상황에 대해, 협상을 나누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바로, 처용이 루나의 서약자로서 적합한 인물인지 파악하기 위함도 있었다.
나름 진지한 마음을 가지고 처용에 대해 생각하며 그를 파악할 요량이었지만.
“대단한 사람을 서약자로 선택했구나.”
체페슈가 작게 고개를 저으며 잡념과 걱정을 날려 버리고는 루나를 향해 말했다.
“맞아, 대단한 사람이야.”
루나는 그런 체페슈의 말에 자부심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처용은 나쁘지 않게 흘러가는 작금의 상황을 관찰하며 미소를 짓고는.
“저는 귀족들의 화법이나 예의는 모릅니다. 그러니…… 단도직입적으로 원하는 것을 말하겠습니다.”
체페슈를 향해 본론을 이야기했다.
처용의 진지한 물음에 체페슈가 귀를 기울였고.
“제 목적은 대악마를 따르는 마인들과 마르크를 없애고 뱀파이어들을 해방시키는 것.”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군요.”
체페슈가 처용의 말에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판데모니움 대악마 서열 32위, 색욕악신 아스모데우스를 소멸시키는 것.”
“아스모데우스를…… 소멸?”
이어지는 처용의 다음 말에는 체페슈가 경악을 표하듯 눈을 크게 떴다.
처용의 목적은 뱀파이어들을 내전에서 해방시키는 것만이 아니었다.
바로 이 내전을 일으킨 진짜 흑막.
색욕악신 아스모데우스를 처치하는 것.
이것이 진짜 목적이었다.
“협력을 원합니다. 밤의 군주.”
협력을 원한다는 처용의 말이 끝나자.
“이건…… 이건, 오히려 우리가 부탁해야 할 부분이오.”
밤의 군주, 체페슈가 처용을 마주 바라보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읊조리듯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협력을 원한다는 처용의 말에, 체페슈는 처용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로 답했다.
그리고.
“도와주십시오.”
-드륵.
자리에서 일어난 체페슈가 처용에게 손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밤의 군주가 정식으로 도움을 요청한 상황.
“기꺼이 도와드리지요.”
처용은 밤의 군주가 내민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이며 미소를 지었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