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509화 (509/726)

#509화

20분 정도 이어지던 지진과 충격음이 서서히 멎었고.

-……파지직! 쿠궁!

“내가 너무 늦었나?”

재앙이 발생하던 장소 중앙에서 벼락이 치더니, 처용이 날아왔다.

“30분은 걸릴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일찍 왔네?”

연아가 멀쩡한 상태로 태연하게 나타난 처용을 보며 묻자.

“함정은 함정이었어, 제나 후작 놈, 온갖 공격을 쏟아붓더니, 안 되니까 부하들 버리고 튀더라고.”

-툭.

처용이 조금 전 상황을 떠올리며 말하고는 왼손에 머리칼을 쥐고 있던 두 개의 머리를 땅에 내던졌다.

“제나 후작 놈은 제 육신을 버리고 튀었고, 거기 있던 놈들은 몰살했다.”

“루스몬 후작, 케론 후작…….”

류마가 처용이 내보인 두 개의 머리를 보고는 누군지 알아보며 말했다.

점차 검은 먼지가 되며 흩날리는 두 개의 머리는 제나 후작을 가장 가까이서 따르는 귀족들이었다.

“마인들이 생각보다 많더군? 밤의 성채를 장악하려고 작정한 모양이야.”

처용이 조금 전 싸웠던, 아니 자신이 몰살했던 이들을 떠올리며 말했다.

일부러 제나 후작의 함정에 빠져, 적진 한복판으로 이동했었을 때.

“아스모데우스의 신관이 여기에 있었다.”

처용의 얼굴을 보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친 마인 하나를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밤의 마신이라 일컫는 대악마 아스모데우스.

그녀의 신관인 S급 마인, 릴이 이곳에서 반역자들을 돕고 있었다.

“그 변태가 여기에 있었단 말이지?”

처용의 말에 연아가 릴을 떠올리며 인상을 찌푸렸고 연화 역시 인상을 찌푸려 보였다.

그렇게 작금의 상황이 완전히 마무리되었을 때.

“밤의 성채는 저쪽인가? 아니면 저쪽인가?”

처용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루나를 향해 물었다.

일행들이 있는 방향을 기준으로 각각 서쪽과 동쪽 먼 곳에 거대해 보이는 건축물이 보였으니까.

“……군주님이 계시는 성채는 동쪽이야.”

루나가 처용의 말에 서쪽보다 가까운 곳으로 보이는 동쪽의 성채를 가리키며 답했다.

“그렇다면 저쪽은…….”

처용이 루나의 말에 서쪽을 응시하며 읊조리자,

“마르크 공작이 밤의 마신에게 축복을 받아 세운, 새로운 성채 같아.”

루나가 핏빛의 눈동자를 차갑게 빛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차라리…….”

처용은 지금 당장이라도 서쪽의 성채로 향해 그 일대를 모조리 부숴 버릴까 생각했지만.

“아니다. 뱀파이어 군주부터 찾아가지.”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동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대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마르크 공작을 돕는 대악마 모두를 상대하긴 힘들 테니까요.”

처용의 선택에 루세핀이 안도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마르크가 세운 밤의 성채 근처에는 대악마들이 강림할 수 있습니다.”

루세핀은 어째서 처용의 선택이 옳다고 말했는지 그 이유를 이야기했다.

“대악마들과 그들을 따르는 타락한 인간들만 아니었어도…… 군주님이 마르크에게 밀려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마르크 공작이 자신의 영지에 세운 새로운 밤의 성채.

그곳은 대악마의 화신체가 강림할 수 있는 어둠의 성지였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뱀파이어들이 거주하는 이 작은 세계 자체가 성지와 같은 장소였다.

뱀파이어 군주가 주인이 되어 다스리는 작은 세계이자 성지인 곳.

처용이 관리하는 태룡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었다.

당연히 태룡사보단 격이 낮은 성지였지만, 보다 넓은 세계였다.

“대악마의 선택을 받은 마르크가 이곳에 검은 성지를 세웠고 성지쟁탈전을 벌이는 중인 건가?”

상황을 파악한 처용이 두 성채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성지쟁탈전은 서로의 성지를 걸고 작은 전쟁을 벌이는 것을 뜻했다.

회귀 전, 길드들이 주구장창 벌였던 전쟁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각 길드의 성운들이 제 욕심을 위해 벌였던 전쟁들이라 말하는 것이 정확했다.

물론, 지금 시기가 전쟁을 벌이기엔 좋지 않은 시기였기에, 성지쟁탈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처용이 각 길드와 성운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

처용의 존재 자체가 쓸데없는 싸움을 방지하는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때문에 회귀 전과는 다르게, 지금의 지구에서는 성지쟁탈전이 벌어지지 않았다.

설사 일어난다고 해도, 처용이 가만히 서서 구경만 할 리가 없었다.

“뱀파이어 군주를 밀어내면, 그대로 이 세계를 집어삼킬 생각이군.”

작금의 상황을 파악한 처용의 말이 울리자.

“좋은 소식은, 그대께서 방금 마르크 공작의 주요 거점 중 하나를 무너뜨렸다는 것이겠군요.”

루세핀이 고개를 들고 어느 한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쿠구……!

아직도 간간이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울리며 연기가 피어나는 곳.

조금 전, 처용이 초토화시킨 장소가 있었다.

“지구의 마인들이 이곳에 있고 서약자를 봤다면, 당분간 섣불리 공격해오지는 못할 거야.”

루나가 루세핀이 하고자 하는 말을 잇듯 말했다.

처용은 마인들에게 있어 공포의 상징으로 군림하는 존재.

그런 처용이 이곳에 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마인들이 섣불리 공격을 취할 가능성은 적었다.

“그럼 네 집으로 가서 군주를 만나자고.”

“……성채로 안내할게.”

루나가 ‘집’으로 가자는 처용의 말에 작은 미소를 짓고는 앞장서 나아가며 답했다.

-샥! 스르륵.

일행들이 가벼운 경공으로 동쪽의 성채로 향하자, 금세 성채의 입구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성채 앞에 일행들이 도달하자.

-샥! 스르륵!

검은 성벽 위와 입구 부근에 어둠이 일렁이며 수십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누구냐!”

성벽 가장 앞에 선 뱀파이어가 크게 소리치며 묻자.

“지금 누구 앞을 가로막는 것이냐?”

-스스스.

루나가 앞으로 나서고는 혈기를 스멀스멀 피워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왕족만이 다룰 수 있는 기운, 짙은 혈기가 퍼져 나가자, 앞을 가로막은 뱀파이어들이 멈칫했다.

그리고.

“와, 왕녀님? 왕비님까지?”

“류즈 백작님까지? 분명 놈들에게 붙잡혔다고…….”

앞을 가로막는 뱀파이어들이 루나와 그 뒤에 자리한 루세핀, 류즈를 알아보며 서로 읊조렸다.

“동요하지 마라!”

성벽 가장 앞에 선 뱀파이어가 큰 목소리로 혼란을 잠재우듯 소리치고는.

“사악한 인간들에게 붙잡혀 넘어갔을 수도-.”

강한 경계심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때.

“사이먼 후작.”

-저벅.

루나가 앞으로 나서고는 성문 가장 앞에 선 뱀파이어의 이름을 말하며 입을 열었다.

“길을 열어라. 당장.”

“…….”

루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하듯 말하자, 사이먼 후작이 표정을 굳히며 침묵했다.

마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당장 비킬 것 같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루나가 작은 한숨을 내뱉고는.

“겨우 살아 돌아왔는데…… 저와 어머니를 문전박대하실 겁니까? 군주님. 아니-.”

고개를 들어 성채 너머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체페슈 님.”

루나가 뱀파이어 군주의 이름을 언급하며 말을 마치자.

-끼이이……!

굳건하게 닫혀 있던 성벽의 철문이 좌·우로 열리기 시작했다.

성문을 연 사람은 아무도 없었는데도 스스로 열리는 모습.

-탁.

그 모습을 본, 사이먼 후작이 인상을 찌푸리고는 옆으로 한발 비켜섰다.

루나가 앞장서고 뒤이어 선 사람들이 성채 안으로 걸어 들어가려 할 때.

“인간, 너희들을 들어갈 수 없다.”

사이먼 후작이 적대 어린 목소리로 다시 앞을 가로막으며 섰다.

그 순간.

“난 분명-.”

-우우웅!

루나가 분노 서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며 거친 혈기를 내뿜었다.

“비키라고 말했다. 사이먼 후작.”

경고 어린 루나의 목소리에.

“…….”

-스스스.

사이먼 후작이 굳은 표정으로 어둠을 내뿜으며 가로막았다.

루나의 명령에도 비켜설 생각이 없는 모습.

그 모습을 본 루나가 핏빛의 눈동자를 차갑게 빛내고는.

“……블러드 비스트.”

-슈르르륵! 캬아!

혈기를 모아 거대한 핏빛의 괴수를 불러내 사이먼 후작을 향해 돌진시켰다.

“무슨!?”

10미터가 넘어가는 거대한 괴수가 돌진해오자, 사이먼 후작이 경악을 드러냈고.

-쾅! 콰콰-!

혈기의 괴수가 머리로 사이먼 후작을 들이받아 날려 버렸다.

-콰콰쾅! 쿵!

“크헉!?”

사이먼 후작이 뒤로 날아가 성벽에 처박히며 짧고 굵은 비명을 내질렀다.

성벽을 지키는 책임자였던 사이먼 후작이 순식간에 당하자.

“내 앞을 가로막으려는 놈이 더 있다면, 이름을 대고 앞으로 나와라.”

루나가 성벽에 선 뱀파이어들을 쭉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

그 말에, 성벽을 지키던 이들이 일동 침묵하고는 뒤로 일제히 물러섰다.

더 이상 루나와 그 뒤의 일행들을 막으려는 이들이 없는 듯 보이자.

“가자.”

루나가 열린 성문을 향해 당당한 걸음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뒤에 선 일행들이 그런 루나를 뒤따라 성안으로 향했다.

“일족들이 너를 만만히 보나 봐?”

루나의 옆으로 다가온 처용이 주변의 분위기를 살피며 묻자.

“……군주님을 따르는 이들이지, 나를 따르는 이들이 아니니까.”

루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성벽을 지키는 뱀파이어들을 쏘아보며 답했다.

그리고.

“고위 귀족들 중에는, 왕녀님을 하찮게 여기는 이들도 있습니다. 용님.”

류마가 뱀파이어들의 사회적 분위기와 루나에 대한 귀족들의 취급을 말해주었다.

“루나 님은, 다른 왕족들에 비해 아직 어려서 얕잡아 봅니다. 그리고…….”

“차기 군주 서열에서 밀리기도 하니까.”

말을 하다 말고 눈치를 보는 류마의 말에 루나가 말을 이었다.

루나가 한 말에 류마가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류마가 조심스럽게 하고자 했던 말을 루나가 정확하게 말한 듯 보였다.

불만 어린 표정을 보이며 침묵하던 류마는.

“고위 귀족들은 융통성 없이 머리가 꽉 막힌 이들이 많습니다. 방금의 일뿐만 아니라…….”

뱀파이어들의 분위기와 이전 밤의 성채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군주님께 충성은 하지만, 제 잇속을 챙기려는 이들도 있을 거야. 여차하면 배반도 저지를 것이고…….”

그런 류마의 말을 뒷받침하듯, 루나의 말 또한 이어졌다.

루나의 말에 류마가 어두운 안색으로 표정을 일그러뜨리고는.

“예상이지만, 아마…… 거의 절반 이상의 귀족들이 용님을 반기지 않을 겁니다.”

군주를 따르는 고위 귀족들이 처용을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며 말했다.

아니, 예상이 아닌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었다.

지구에서 생활하기 전에, 그런 답답한 이들과 숱할 정도로 마주쳤었으니까.

“뱀파이어는 자긍심 하나는 높은 종족이니까.”

처용은 류마의 말이 나름 이해가 된다는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하듯 말했다.

뱀파이어들은 스스로를 밤의 귀족이라 칭하는 이들.

이종족들 중에서도 스스로에 대한 우월감과 자긍심이 높은 이들이었다.

특히, 고위 귀족 계급으로 올라갈수록, 그런 성격이 강하게 나타났다.

즉, 간단하게 말하자면.

“제 콧대만 높은 머저리들이야.”

루나가 인상을 조금 구기며 간단명료하게 축약해 표현했다.

“류마의 말대로 서약자를 반기지 않을 거야, 나 또한 반기지 않을 거고…….”

작게 그늘이 드리워진 표정으로 루나가 말을 잇자.

“하, 기껏 도와주러 왔는데, 환영하지는 못할망정, 너를 내치려 한다고?”

연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귀족이고 나발이고 까불면 다 들이 받아버려, 책임은…… 그래, 여기 마신이 질 테니까.”

돌발 상황이 벌어지면 처용이 모든 책임을 져 줄 것이라는 연아의 미소 어린 말이 이어지자.

“이게 어디서 나를 함부로 파는 거냐?”

-우웅. 콱!

처용이 피식 웃음을 짓고는 오른손에 강기를 둘러 연아의 정수리를 잡았다.

가벼운 마사지를 하듯, 연아의 정수리를 잡은 손에 작은 힘이 들어가자.

“아악-!?”

연아가 제 머리를 붙잡으며 짧은 비명을 내뱉었다.

동생을 위한 짧은 마사지(?)를 끝낸 처용이 손을 떼고는.

“……그래, 내가 책임지마.”

루나를 향해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마음에 안 들면, 방금처럼 그냥 힘으로 밀어 버려.”

“그것참, 든든하네.”

이어지는 처용의 말에 앞서 나가던 루나가 작은 미소를 띠며 답했다.

책임은 자신이 질 테니 뒷감당은 걱정하지 말라 말하는 처용의 말.

그 말에 진심으로 안심이 되고 든든한 것은 사실이었다.

처용이 뒤를 받쳐준다면, 정말로 두려울 것이 없었으니까.

미소를 지은 루나가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앞장서 나아갈 때.

“아으, 언니도 이제 날 쉽게 못 잡는데, 어떻게 한 번에 잡은 거야?”

처용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연아가 아직도 지끈거리는 머리를 문지르며 의문을 내뱉었다.

“안도하지 말고 계속 정진해라, 앞으로 상대해야 할 놈들 중에는 너처럼 불사인 놈들도 수두룩하니까.”

연아의 의문에 처용이 진심 어린 조언을 담아 답했다.

팬텀의 클래스를 가진 연아는 거의 모든 공격에 면역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연아의 불사가 아무리 사기적이라 해도, 그 능력이 무적은 아니었다.

처용은 불사의 능력을 지닌 이들을 상대로 그들을 소멸시킨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옥황상제의 신관, 뤼장첸도 그랬고 아스터 교단의 성녀 역시 불사라 봐도 무방하니까.”

처용이 직접 처치했었던 뤼장첸과 앞으로 싸워야 할 적인 라사벨을 예로 들 수 있었다.

“더 노력하고 죽지 마라.”

처용이 진심을 담아 마지막 조언을 건넸다.

불사신이라는 스스로의 능력에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되, 자만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절대로 죽진 않을 테니까, 적정은 마시라고.”

연아가 툴툴거리는 목소리로 처용의 말에 답하듯 말했다.

처용의 조언은 지금껏 지겹도록 들어온 말들이었지만,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연아가 처용의 조언에 대답했을 때.

“그보다도, 마을 상태가 영 좋지 않네.”

주변을 둘러보던 연화가 작게 인상을 쓰며 읊조렸다.

그 말에 처용과 연아 역시 주변을 관찰하듯 눈을 돌려 살펴 보였다.

“거의 폐허나 다름없군.”

성채 내부의 광경을 둘러본 처용이 작은 한숨을 섞어 읊조렸다.

마치, 폭격이라도 맞은 듯, 반쯤 무너져 내린 도시 내 건물들.

중간중간 얼굴을 보이는, 피폐하고 지친 표정의 뱀파이어들.

도시 내부의 환경은, 활기라고는 일절 없는 무거운 고요함의 연속이었다.

오랜 시간 전쟁을 겪어 도시 자체가 피폐해진 듯한 분위기였다.

“흐음, 이런 상황 속에서 아군들끼리 알력 다툼을 잇는다고……?”

처용이 조금 전, 류마와 루나가 했었던 말을 떠올리며 읊조리고는.

“다른 건 몰라도, 뱀파이어 군주가 적대적으로 나오면 성가신데…….”

작게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밤의 일족은 제 자존심이 높은 이들.

뱀파이어 군주는 그런 밤의 일족을 지배하는 자이니만큼, 그 자존심과 자긍심이 남다를 가능성이 컸다.

즉, 뱀파이어 군주가 루나와 처용을 반기지 않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는 것.

처용이 인상을 찌푸리고는 읊조리듯 말하자.

“그럴 리는 없어요. 여러분.”

조용히 일행들의 이야기를 듣던 루세핀이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군주님께서 그대들을 박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군주님의 ‘라인’을 받으셨군요. 어머니.”

루나가 루세핀의 말을 듣고는 뱀파이어 군주의 능력을 떠올리며 말하자.

“이곳에 다시 돌아왔을 때부터, 군주님과 연결되어 있었거든, 잠깐 대화를 나눠봤단다.”

루세핀이 루나의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군주님께서 걱정 많이 하신 것 같더구나.”

“……그렇군요.”

루나가 루세핀의 말에 답하고는.

-저벅.

이윽고 나타난 거대한 검은 성의 내부로 향하는 철문 앞에 섰다.

그러자.

-끼이이!

성으로 들어오라는 듯, 두꺼운 철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어머니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만나 봐야 알겠죠.”

루나가 곧 마주할 자신의 부친, 뱀파이어 군주를 떠올리며 말을 잇고는 앞장서 걸어 나갔다.

나 홀로 계승자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