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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507화 (507/726)

#507화

아라한 왕국에서 재정비 시간을 가진 지 하루가 지났을 시점.

-우우웅.

처용 일행이 임시 거점으로 사용하던 서쪽 산맥 부근에 황금빛 게이트가 열렸다.

“추적은…… 아직 여기까지는 오지 않은 건가?”

게이트 속에서 나타난 처용이 주변을 둘러보며 읊조렸다.

이쪽 부근에 자신이 나타나 휩쓸고 다녔기에 아스터 교단이 추적을 보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처용이 주변을 둘러볼 때.

“놈들이 추적을 보냈을 리가 없잖아.”

-스르륵.

게이트 속에서 연아가 나타나며 말했다.

“겁도 없이 추적하러 오겠냐? 상대가 그 마신인데.”

“그건 또 그렇네.”

연아의 말에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 듯 답했다.

아스터 교단과 반역을 일으킨 뱀파이어 측에서 추적을 보내지 못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

그 이유는 상대가 마신이라 불리는 처용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했다.

누가 겁도 없이 처용의 뒤를 밟아 추적하겠는가?

“자살하고 싶은 놈들 아니면, 여기 근처엔 얼씬도 안 할걸?”

연아의 말대로 자살을 원하거나, 엄청난 충성심을 가진 이들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추적이 없는 걸 보면, 적들은 의미 없는 일에 인력을 희생시킬 생각은 없는 듯 보였다.

-우웅. 우우웅.

처용과 연아의 뒤를 이어, 붙잡힌 이종족들을 구출했었던 이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그리고.

-우우웅.

“좋아, 위치 자체는 나쁘지 않네. 여기에 센터를 구축해도 되겠어.”

마지막으로 나타난 커맨더가 주변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소환.”

처용의 게이트를 타고 나타난 커맨더가 게이트를 소환하자.

-치지지! 지이잉!

허공에 전류가 모이더니, 처용이 연 게이트보다 크기가 큰 직사각형 형태의 푸른 게이트가 열렸다.

“건축 로봇.”

-지잉. 지이잉.

커맨더의 게이트 안에서 허공을 부유하는 투박하고 각진 형태에 견고한 팔이 달린 로봇들이 나타났다.

이전, 아라한 왕국의 성벽 보수를 도왔던 골렘, ‘건축 로봇’들이었다.

“벙커 센터 건설을 시작한다.”

-지이잉.

커맨더가 손목의 패널을 조작해 홀로그램을 띄우고는 건축 로봇들을 향해 명령하자.

-키이이잉!

-지이잉!

건축 로봇들이 산 중턱의 옆구리를 파헤치며 순식간에 터널을 뚫어 나아가기 시작했다.

두 건축 로봇이 드릴로 앞장서 터널을 뚫고 그 뒤에 붙은 로봇들이 흙과 바위를 밖으로 퍼 날랐다.

동시에.

-쿵! 쿵! 치지지!

다른 건축 로봇들이 뚫린 터널 외부에 건축 자재와 강철을 덧대고 용접하기 시작했다.

눈에 보일 정도로 순식간에 ‘벙커’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

“해가 지기 전에 센터 구축이 끝날 거야, 필요한 건 차차 옮기면 되고.”

커맨더가 건축 로봇들의 작업을 지켜보며 처용을 향해 말하자.

“감사합니다. 이곳을 거점으로 구출 작업을 계속하면 되겠습니다.”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커맨더의 벙커 센터는 그저 단순한 거점 역할을 하는 건축물이 아니었다.

거점 방어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는 ‘방어 요새’였다.

처용은 회귀 전, 커맨더의 벙커 센터를 중심으로 여러 작전을 수행해봤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신의 화신체들이 이곳에 직접 강림해 공격한다고 해도, 벙커 센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저쪽 천사 놈들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쉽게 무너지지 않을 거야.”

커맨더가 빠르게 완성되어가는 벙커 센터를 보며 말하자.

“그래도, 무슨 일이 생기면, 즉시 연락 주십시오.”

처용이 혹시 모를 사태를 생각하며 커맨더를 향해 답했다.

아무리 벙커 센터가 방어에 용이하고 이곳에 커맨더의 군단과 헌터들이 체류한다지만.

“놈들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까요.”

아스터 교단을 상대로 방심은 금물이었다.

“저번 같은 이변이 발생하면, 바로 연락할게.”

커맨더가 처용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로 알아채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벙커 센터가 점차 완성되고 이종족들을 구출할 이들이 팀을 짜 움직이려 할 때.

“우리도 슬슬 움직이지.”

처용이 대기 중인 다른 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에는 이종족들을 구출할 이들을 제외하고 또 다른 목적으로 움직일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바로, 밤의 일족들의 내전 문제를 해결할 이들.

“기다리고 있었어.”

그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루나가 처용의 말에 답하듯 말했다.

그리고.

“바로 가실 건가요?”

또 한 명의 핵심 인물인 뱀파이어 여왕, 루세핀이 처용을 향해 묻자.

“더 기다릴 필요는 없겠죠.”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 언니가 우릴 안내해주는 거야?”

이번에 뱀파이어의 성채로 향하는 이들 중 하나, 연아가 루세핀을 바라보고는 처용을 향해 물었다.

처용은 연아의 말에 그녀를 지적하려다가.

“……내가 미처 말하지 못했군, 이분은 뱀파이어 여왕이다.”

루세핀에 대해 말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그녀가 누구인지 설명했다.

“……쌍둥이 언니인 줄 알았는데?”

연아가 루나와 거의 흡사한 외모인 루세핀을 바라보며 전혀 몰랐다는 듯, 놀라움을 드러냈다.

처용의 설명을 듣기 전에는, 꼼짝없이 루나의 자매인 줄 알았으니까.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니까.”

연화는 나름 납득이 된다는 듯, 읊조렸다.

하지만, 자신보다도 어려 보이는 여인이 뱀파이어 여왕이었다는 사실에 그녀 역시 작은 놀람을 품고 있었다.

“후후, 나이가 들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칭찬이겠죠.”

둘의 반응에 루세핀이 밝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밤의 성채로 안내하죠.”

처용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루세핀의 말에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자.

-스르륵. 스륵.

대기 중인 뱀파이어들이 주변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며 사라졌다.

그들은 은밀하게 주변을 호위하며 일행들을 뒤따를 것이다.

주변의 뱀파이어들 대부분이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자.

“어머니.”

루나가 루세핀을 바라보며 그녀를 불렀다.

“그래.”

-스르륵.

루세핀이 루나의 말에 답하고는 그녀의 그림자 속으로 스며들며 사라졌다.

뱀파이어 여왕인 루세핀은 안전을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존재.

때문에, 뱀파이어들 중 가장 강한 루나의 그림자 속에 스며든 것이었다.

동시에, 루세핀이 그림자 속에서 루나에게 밤의 성채로 향하는 길을 이야기했고.

“이쪽이야.”

-스륵.

루세핀의 안내 대행을 맡은 루나가 앞장서 나아갔다.

“가지.”

-샥.

처용이 루나의 뒤를 따르며 말했고.

-스륵. 샥.

그런 처용의 뒤로 연화와 연아,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류마와 세피아, 류즈가 뒤따랐다.

루나가 앞장서 나아가는 방향은 벙커 센터가 구축되고 있는 서쪽 산맥의 북쪽이었다.

“서쪽 산맥 끝자락, 절벽 해안 동굴 안쪽에 밤의 성채와 이어지는 비밀 통로가 있대.”

앞장서 나아가던 루나가 루세핀의 말을 대신 일행들에게 전달했다.

“성채 중앙으로 이어지는 통로입니까?”

뒤따라오던 류마가 루나를 향해 묻자.

“……아니, 성채 외곽으로 이어진다네.”

루나가 루세핀의 말을 전달하며 류마의 말에 답하듯 말했다.

그리고.

“어쩌면…….”

“반역자들이 장악한 지역 한복판일 수도 있겠군요.”

불길한 듯 읊조리는 루나의 말에, 류마가 인상을 찌푸리며 답했다.

그때.

“무슨 상관이야?”

이야기를 듣던 처용이 입을 열었다.

“적진 한복판이면 더 좋지, 우리가 놈들을 기습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니까.”

“……그래, 전혀 문제가 없었네.”

처용의 말에 루나가 작은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비밀 통로로 이어지는 장소가 운이 나쁘게도 적진 한복판이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 해도, 처용의 말대로 전혀 문제가 없었다.

지금 밤의 성채로 향하는 이들 중 대부분은 일당백의 전력을 자랑하는 이들.

게다가, 다른 이도 아닌 처용이 함께하고 있었다.

적진 한복판에 처용이 나타난다?

적들의 입장에서는 재앙이 발생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내가 직접 가는 이상, 문제 될 건 전혀 없어.”

“믿음직하네.”

전혀 문제가 없다는 처용의 말에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고, 다른 이들 역시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이윽고.

-쏴아-!

파도 소리가 귓가를 울리기 시작했고 서쪽 산맥의 북쪽 끝, 해안 절벽이 눈에 들어왔다.

“……이쪽이야.”

-탓.

루세핀의 안내를 들은 루나가 절벽 아래로 뛰어내리자.

-샥! 타탓!

그녀를 뒤따르는 모든 이들이 루나를 뒤따랐다.

-화악! 휙!

날개를 펴고 절벽 아랫부분에 다가간 루나가, 절벽의 틈 속으로 향했다.

루나를 뒤따르는 이들 역시 어두운 절벽 안쪽 동굴에 들어섰다.

“화염부 – 호롱불.”

-탁!

처용이 손가락을 튕기자.

-화륵.

허공을 부유하며 주변을 밝히는 작은 불덩이들이 나타났다.

-똑. 똑.

동굴 외벽을 따라 물이 흐르며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만이 전부인 동굴.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동굴인 듯 보였지만.

“여기인가?”

“여기네.”

처용과 루나가 동시에 한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가 둘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고.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용님.”

“저도…….”

류마와 류즈는 처용과 루나가 바라보는 허공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세피아를 포함한 다른 뱀파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흐음? 뭐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연아는 고개를 기울이며 긴가민가한 표정을 지었고.

“희미하게 뭔가 있다고 느껴지지만, 보이지 않아. 정확한 위치도 특정하기 힘들고.”

연화는 감지될 듯 말 듯, 애매한 감각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때.

“보통 인간들이 아니군요? 군주님께서 직접 만들어 숨긴 통로를 어떻게……?”

-스르륵.

루나의 그림자에서 나타난 루세핀이 놀라움을 드러내며 읊조렸다.

동시에.

“우선, 문부터 열죠.”

-슈르륵.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혈기를 불러내었다.

그녀가 손을 뻗은 방향은 처용과 루나가 바라보는 방향.

-스륵. 우우웅.

루세핀의 손아귀에서 뿜어진 혈기가 소용돌이를 그리며 뻗어 나가자.

-슈륵. 스르륵.

허공 속에 일렁이는 투명한 무언가와 뒤섞이는 듯, 휘몰아치며 나선을 그렸다.

투명한 액체와 핏빛 혈기가 서로 섞여 한 점에 뭉쳐 들었고.

-파아! 후우웅!

뭉쳐 든 혈기가 다시 퍼지며, 허공에 검은 게이트를 만들어 내었다.

“다행히, 군주님께서 이 입구는 닫지 않으셨군요.”

밤의 성채로 향하는 입구를 연 루세핀이 안도의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동시에, 게이트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잠시.”

-탁.

처용이 루세핀의 어깨를 잡아 저지하고는.

“제가 먼저 가죠.”

게이트를 향해 앞장서며 말했다.

조금 전.

-반역자들이 장악한 지역 한복판일 수도…….

일행들이 했었던 말이 거슬렸기 때문이었다.

지금 게이트 너머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이런 상황 속에서 중요 인물인 뱀파이어 여왕이 앞장서는 것은 좋지 않았다.

“나, 다음은 연아, 연화, 류마, 그다음은 루나가 루세핀 님이랑 같이 들어와라.”

처용이 게이트 입장 순서를 지정하며 말하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더를 내린 처용이 가장 먼저 게이트게 발을 들였다.

-화아아!

새까만 어둠이 처용의 시야를 가렸고 주변에서 어둠 속성 마나가 짙게 느껴졌다.

‘뱀파이어들의 성역이라…….’

처용이 기대감을 담아 속으로 읊조렸다.

회귀 전에는 마르크를 따르는 뱀파이어들과 싸우기만 했을 뿐, 그들의 성역에 발을 들여보지 못했었다.

즉, 처용조차도 뱀파이어들의 성역, 밤의 성채에는 처음 가 보는 것이었다.

-스르륵.

주변을 가렸던 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주변의 시야가 드러났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인 것은 하늘 위.

-스스스.

은은한 빛을 내뿜는 핏빛 섞인 밝은 달과 거기서 쏟아지는 달빛이었다.

그리고 그 달빛 아래에 비친 광경은.

“놈들이 나타났다!”

“역시, 후작님 말씀이 옳았군!”

검은 벽돌이 쌓아져 올린 벽과 성채 위에 선 뱀파이어들.

반역을 일으킨 뱀파이어들이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째 예상이 빗나가질 않네?”

“그러게 말이야.”

-스르륵. 스륵.

뒤이어 나타난 연아와 연화가 즉각 주변 상황을 파악하고는 실소를 지으며 번갈아 말했다.

-스르륵. 스륵.

그녀들의 뒤를 이어 류마와 뱀파이어들, 루나와 루세핀이 게이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순간.

“왕비다! 잡아라!”

성벽 위의 뱀파이어가 루세핀을 알아보며 소리쳤다.

“이 주변을 반역자들이 장악할 줄이야……!”

루세핀이 주변에 빼곡히 들어찬 반역자들을 둘러보며 침음을 흘렸다.

완전히 적들에게 포위된 상황.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루세핀이 어두운 안색을 내비칠 때.

“다크 블러드 버스트!”

“다크 블러드 버스트!”

-슈화아아!

주변을 포위한 뱀파이어들이 어둠을 한곳에 모아 처용 일행을 향해 발사했다.

-후욱! 쿠구구!

어둠이 뭉쳐져 만들어진 거대한 검은 바위와 같은 덩어리가 루세핀을 목표로 쇄도하자.

“윽!”

루세핀이 저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그때.

“디펜트 팬텀.”

-슈르륵. 촤아!

연아가 물줄기를 휘감으며 루세핀을 향해 날아드는 어둠의 덩어리를 가로막았다.

-쾅! 푸화아아!

어둠의 덩어리와 연아가 충돌하자 사방에 어둠과 물줄기가 튀기며 폭발을 일으켰다.

폭발의 여파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자.

“세 번째 장 – 솟구치는 파도!”

-촤악! 쏴아아-!

연화가 환도를 뽑아 바닥을 그어 파도의 벽을 불러일으켰다.

-쏴아! 쏴아아!

바닥에서 솟구치는 파도가 덮쳐드는 폭발의 여파를 휘감았고.

“환영 인사가 격한데?”

-촤아아!

연화 옆에 물줄기가 모여들며 멀쩡한 모습의 연아가 나타났다.

“괘, 괜찮은?”

루세핀이 연아를 바라보며 의문과 걱정을 담아 물었다.

분명, 반역자들이 힘을 모아 발현한 공격을 홀로 가로막는 것을 보았다.

그런 그녀가 공격을 맞아 터져나가는 것도 보았지만,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 상황이었다.

“이 정도 공격으로 안 죽어요. 아니, 못 죽어요. 불사신이라.”

“……?”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연아의 말에 루세핀이 의문을 드러냈다.

그리고.

“포확의 손아귀.”

처용이 하늘 위로 손을 뻗어 신력을 끌어 올리자.

-푸화아아!

폭발의 여파로 퍼져 나간 어둠의 덩어리들이 처용의 손아귀 안으로 모여들었다.

동시에.

“뒤집어라. 역천.”

-파지직! 파직!

처용의 손아귀에 모인 어둠이 순식간에 전류를 튀기며 뇌 속성 마나로 뒤바뀌었고.

-파아아!

샛노란 전류를 튀기는 뇌 속성 마나에 빛 속성이 휘감기며 밝은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본래 처용은 속성 마나를 자유자재로 다뤘었기에, 속성을 뒤바꾸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여기에 인과율을 조작하는 권능인 역천이 더해진 결과.

-파지지직! 화아아!

그 속도와 위력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어둠을 반전시켜 빛과 번개로 뒤바꾼다.

적들에게서 강탈한 어둠 속성 마나는 처용의 손아귀에서 빛과 번개로 재탄생했다.

-파지직! 파직! 파아아!

손아귀에 뭉쳐진 빛과 어둠이 곧 터질 듯 강렬한 파동을 흩뿌릴 때.

“라이트닝 저지먼트 헤븐.”

-파아!

처용이 손아귀에 모인 빛과 어둠이 덩어리를 강하게 쥐어 터트렸다.

성자의 시그니처 스킬, 어둠을 몰아내는 강렬한 빛을 터트리는 스킬인 저지먼트 헤븐.

7서클 이상의 마법사가 발휘하는 뇌 속성 마법인 라이트닝 볼텍스.

두 가지 기술이 한 지점에 합쳐져 발현된 결과.

-피이! 파지지지직-!

새하얀 번개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주변 일대를 휩쓸어 버리기 시작했다.

주변을 포위하던 뱀파이어들이 새하얀 번개에 조금이라도 닿은 순간.

“캬야-!”

-파사사……!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주변에 존재하는 어두운 존재들을 모조리 태워 버리려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처용 주변에 모여든 일행들에게는 조금도 피해가 가지 않았다.

새하얀 번개가 주변에 떠다니며 류마와 세피아 등을 스쳐 지나갔지만.

“용님의 공격이 끝날 때까지, 대기한다.”

그들은 조금의 피해도 받지 않았다.

류마가 주변을 살피며 뱀파이어들을 향해 대기를 명령할 때.

“이, 이럴 수가…….”

루세핀이 눈을 크게 뜨며 읊조렸다.

새하얀 번개가 휘날리며 주변의 어둠을 몰아내고 적들을 쓸어 버리는 모습.

루세핀의 눈에 보인 그 전율적인 광경은.

“무섭고도…… 아름답네.”

밤의 성채에 드리워진 사악한 어둠을 몰아내는 구원처럼 보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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