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497화 (497/726)

#496화

볼일을 마친 처용이 기계 장치의 성역에서 나오자, 어둑해진 밤하늘이 보였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임에도 성지, 태룡사 안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돌아다녔다.

특히, 이번 세계 헌터 회의에 참가했던 헌터들이 거리의 카페나 정자 위에 모여 있었다.

같은 길드원들끼리 뭉쳐 다니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길드의 헌터들과도 함께 하고 있었다.

각각 서로 거래 관계이거나 동맹, 혹은 친분이 있는 이들.

그런 이들이 서로 모여 이번 세계 헌터 회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논의하는 듯 보였다.

심지어, 모여 있는 사람들 중에는 헌터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토르 님.”

[별들의 의회에서는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몇몇 소수의 성좌들은 신계로 돌아가지 않고 자신의 신관과 함께 행동하고 있었다.

보통 성좌들은 세계 헌터 회의가 끝나면, 신계로 돌아가 신들끼리 따로 모여 의논을 나눈다.

이곳에 남은 성좌들은, 별들의 의회 결과를 실시간으로 신관에게 전하며 서로 의견을 맞추고 있었다.

사실, 그들이 신계로 곧장 돌아가지 않고 지상에 남은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얼마 만에 밟아 보는 지상인데, 이대로 돌아가기엔 아쉽지.]

이대로 신계에 곧장 돌아가기 아쉽다는 이유였다.

그렇게 인간과 신이 호프와 카페, 식당에 함께 있는 진귀한 광경들이 펼쳐졌다.

그러한 광경들을 쭉 둘러본 처용은 발걸음을 옮겨 식당가 쪽으로 향했다.

이내 처용이 발걸음을 멈추었고.

[설백(雪白).]

설백이라 쓰여 있는 카페의 간판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긴 머리, 속눈썹에 눈동자까지, 마치 눈을 빚어 만든 듯한 새하얀 분위기의 여인이 나타났다.

새하얀 소복을 입은 하얀 여인의 정체는 눈의 일족이라 불리는 설녀였다.

설녀가 손을 내밀자 처용이 곧장 그 손을 잡았고.

-화아!

새하얀 냉기 구름이 처용과 설녀를 감싸며 사라졌다.

-후우!

이내 새하얀 냉기 안개가 걷히고 다른 장소에 처용이 나타났다.

깔끔하고 하얀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작은 카페 내부가 처용의 눈에 들어왔고.

“오셨군요.”

작은 카페 내, 하나뿐인 테이블에 앉아 있던 제시카가 처용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처용이 다가가자.

[기다리고 있었다.]

제시카의 옆에 있던 그녀의 성좌, 아테나의 모습이 보였고.

“…….”

그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성자가 작게 고개를 숙이며 소리 없는 인사를 건넸다.

그런 아테나와 성자의 옆에는 스사노오, 그리고 그의 신관인 야스라가 자리해 있었다.

처용이 다가가 제시카의 맞은편, 성자의 옆에 자리하고는.

“여기 있는 세 길드와 성운이 함께 움직이기로 했군요.”

왜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지 알아챘다는 듯 말했다.

그 말에 제시카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때.

“더 필요한 것이 있다면 불러 주십시오.”

-스르륵. 탓.

처용을 이 장소로 안내했던 설녀가 나타나 얼음이 띄워진 여섯 잔의 커피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감사합니다. 유카야 씨.”

커피를 받아 든 야스라가 친근한 목소리로 설녀의 이름을 부르며 감사를 전하자.

“……그럼, 필요하신 일이 있으시다면 불러 주십시오.”

-샤라락.

유카야라는 이름의 설녀가 흠칫하더니, 고개를 숙이며 말한 후 눈가루를 휘날리며 사라졌다.

방금, 유카야가 있던 자리를 야스라가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볼 때.

“참 쉽지 않은 길을 가십니다.”

처용이 작은 한숨과 미소를 섞어 지어 보이며 야스라를 향해 말했다.

방금 묘한 분위기를 보였던 야스라와 설녀 유카야.

놀랍고 황당하게도 둘은 연인에 가까운 사이였다.

아니,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야스라가 유카야를 좋아하고 있었다.

연인이라기보다는 아직 짝사랑에 가까운 사이.

유카야가 야스라를 딱 잘라 밀어내지 않고 있기에 이런 묘한 관계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녀 역시 야스라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다만, 둘의 입장과 환경 때문에 유카야가 야스라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처용은 그런 둘을 보며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서로 다른 종족의 남녀가 만나 맺어지는 것은 아름답다고 할 수 있었으나.

‘용기사와 루비아…….’

그 결말이 비극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용기사와 루비아의 가정사.

처용은 그 비극을 가까이서, 두 번이나 직접 보았기 때문에, 더더욱 잘 알고 있었다.

서로 다른 종족의 남녀가 이루어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심지어 야스라와 유카야, 둘 다 평범한 사람들이라기엔 거리가 먼 이들이었다.

야스라는 세계 가문 중 하나인 무라키 가의 적자(嫡子).

유카야는 설녀 일족을 대표하는 고위 설녀 중 하나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무라키 가가 설녀들을 잡아 마인들에게 팔아넘긴 이유가 야스라 때문이었다.

세계 명문가의 입장에서, 그들의 자제가 하찮은 이종족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좋아 보일 리가 없었으니까.

특히, 그 당시 무라키 가는 아마테라스와 야스라의 형 요키라가 권력을 잡던 시기.

그들은 야스라의 목줄을 잡을 겸 설녀들을 팔아 마인들에게서 이득을 취할 목적이었었다.

물론, 그 계획은 대차게 망했고 아마테라스와 요키라의 세력 또한 완전히 무너졌다.

더는 둘의 사이를 방해할 만한 요소가 없는 것 같았지만.

‘같은 비극이 반복될 가능성은 있다.’

아직은 이종족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야스라와 유카야가 루비아와 같은 비극을 맞이할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처용은 그 비극을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에.

‘이 세상에, 비극으로 확정된 미래는 없다.’

더더욱 둘의 사이가 잘 이어지도록 응원했다.

멸천의 신명을 얻은 자, 하늘을 부수고 운명을 거스르는 신의 길을 걷는 자로서.

“유카야 씨는 휴가 처리라도 해놓죠.”

야스라와 유카야가 루비아와 같은 비극을 맞이하지 않기를 속으로 바라며 말했다.

루비아와 용기사의 비극이 다른 이에게도 재현되는 상황은 원하지 않았으니까.

“세계 헌터 회의가 끝나기까지 5일이나 남았으니…… 뭐, 더 노력해 보십시오.”

처용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야스라를 향해 말하자.

“그…… 감사합니다. 역천군주. 여러모로…….”

야스라가 부끄러움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설녀들을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편의도 봐주시고.”

“편의를 봐주는 건 당연하죠. 저 역시 그들에게 합당한 대가를 받고 있으니까.”

-탁. 탁.

이어지는 야스라의 말에 처용이 눈앞에 있는 커피 잔을 손으로 탁탁 두들기며 말했다.

그때, 작금의 상황을 흥미로운 눈초리로 관찰하던 제시카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흐음!? 이거 정말 맛있습니다만?”

입안을 확 감도는 감칠맛과 감미로운 커피 향에 눈을 크게 뜨며 놀라움을 표했다.

“얼음에 백년빙옥(百年氷玉) 가루가 섞여 있으니 맛이 없을 리가 없지요.”

처용이 그런 제시카의 반응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백년빙옥은 땡볕에 놔둬도 백 년 동안 녹지 않는다는, 설녀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얼음 구슬이었다.

아티팩트 제작에 쓰기도 하지만, 마나와 체력 회복을 돕는 영약으로 쓰이기도 했다.

“어쩐지…… 마나가 조금 회복되는 게 느껴졌습니다.”

“효과가 좋은 만큼 비싸지만요. 한 잔에 달러로 치면 200달러니까.”

놀라움을 표하는 제시카의 말에 처용이 답했다.

백년빙옥 가루가 첨가된 커피에는 소량의 마나 회복과 하루 동안 마나를 회복 속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리고 이 커피 한 잔의 가격은 무려 한화로 30만 원 정도.

커피 한 잔의 가격이라기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비싼 가격이었다.

하지만.

“적절한 가격이군요. 저 같으면 메일, 아침마다 챙겨 먹을 것 같습니다.”

제시카는 이 높은 가격의 커피를 ‘적절한 가격’이라 표현했다.

헌터는 위험한 직업이니만큼, 그에 따라 높은 수당을 받는 이들.

그들의 입장에서는 사 먹지 못할 만한 가격은 아니었다.

“신전에서 받는 버프보다는 약하지만, 효율적이군요. 많은 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겠습니다.”

성자가 커피를 한 번 맛보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빛의 신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만?”

처용은 그런 성자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빛의 신을 따르는 성당에서는 헌터들에게 돈을 받고 하루 동안 유지되는 버프를 걸어준다.

교단이 벌어들이는 주 수입원 중 하나였다.

처용은 눈앞에 있는 버프 커피가 교단의 사업과 경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 목숨이 돈보다 중요하진 않으니까요. 세상을 지키는 헌터들의 목숨이라면 더더욱.”

성자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했다.

교단의 사업은 중요하다.

이 세상은 자본과 힘으로 움직이는 세상이니만큼, 돈의 가치는 중요했다.

하지만, 성자는 그런 자본 위에 사람의 생명이 가진 가치를 우위로 놓았다.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헌터들의 목숨이라면 더더욱 큰 가치로 판단했다.

이는 성자가 항상 마음에 품는 철학 중 하나였다.

그런 성자의 신념이 담긴 말에 처용이 작은 미소를 보였고.

[훌륭한 마음가짐이다. 빛의 신관.]

아테나 역시 그런 그가 마음에 든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구나.]

잠시 생각하듯 짧은 침묵을 보이고는 처용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왜 날 선택한 것이냐?]

어째서 자신을 선택했냐는 아테나의 말이 울리자.

“…….”

[…….]

야스라와 스사노오, 성자와 제시카 역시 궁금증을 표했다.

여기 있는 이들 모두 아테나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모르는 이는 없었다.

계승자로 밝혀진 처용.

그런 처용이 가진 가장 막강한 권한은 다름 아닌, 태초신의 임명권이었다.

그리고 처용은 그 계승자의 권한으로.

-올림포스의 주신 아테나를 태초신으로 ‘임명’한다.

아테나를 차기 태초신으로 지목했었다.

“음……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처용이 아테나의 질문에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첫 번째는 이전 태초신보다도 더 잘할 것이라는 제 믿음.”

[나를 믿어주는 건 고맙지만, 섣부른 생각이었다 말해 주고 싶구나.]

아테나가 처용의 말에 작은 한숨을 섞으며 말했다.

아직도 처용이 자신을 태초신으로 임명할 당시를 떠올리면, 정말 간담이 서늘했으니까.

그런 아테나의 모습에 처용이 작은 미소를 짓고는.

“두 번째 이유는 책임감이 가장 강한 성좌라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보다도 중요한 두 번째 이유를 언급했다.

[두 번째 이유만큼은 저도 공감입니다. 올림포스 주신.]

처용의 말에 스사노오가 진지한 목소리로 의견을 더했다.

사라진 제우스에 의해 반 강제로 올림포스의 주신 자리를 떠맡은 아테나.

아테나는 갑작스럽게 주어진 무거운 짊을 내버리지 않고 그 책임을 다했다.

일부 성좌들은 그런 아테나를 운 좋게 주신이 된 자라며 시기하고 질투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봤을 때, 나는 그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소.]

스사노오를 비릇한 몇몇 성좌들은 올림포스를 훌륭하게 이끈 아테나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아테나 님을 포함한 몇몇 후보들을 추리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스사노오의 의견을 들은 처용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제가 온전한 자격을 갖췄을 때는, 고민하고 고심해서 결론을 내릴 생각입니다.”

[기왕이면, 나는 가장 마지막에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구나.]

아테나가 처용의 말에 자신이 없다는 듯한 분위기로 읊조리듯 말했다.

처용이 태초신으로 지목했던 또 다른 성좌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그녀는 태초신에게서 태어난 마지막 선천적 신격이었다.

그런 그녀의 신명은 기계 장치, 우주의 법칙을 이용하고 다루는 권능이었다.

아테나는 기계 장치의 여신과 자신을 비교해 볼 때, 그녀에 비해서는 자신이 부족하다 생각했다.

또 태초신이 된다고 해도, 그 역할을 잘 해낼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자신은 가장 마지막 후보로 고려해 달라고 말한 것이었다.

‘방금 그 말로 당신에 대한 평가가 올라갔습니다. 아테나.’

처용은 스스로에 대해 엄격한 평가를 하는 아테나를 보며 속으로 읊조리고는.

“하하, 심사숙고하도록 하죠.”

미소를 지으며 아테나의 말에 답했다.

그때.

“그…… 역천군주, 혹시나 해서 묻는 것입니다만.”

이야기를 듣던 제시카가 조심스러운 분위기로 처용에게 입을 열었다.

“예언자 말입니다. 그…….”

제시카가 주변의 눈치를 보며 읊조리듯 말했다.

이전 세계 헌터 회의에서 ‘예언자’라는 존재가 언급되었을 때.

‘……설마!?’

제시카의 머릿속에 딱 떠오른 단 한 사람이 있었다.

레나 르블랑.

르블랑 가의 유일한 생존자.

로스차일드 가에서 제시카가 직접 마주쳤던 인물이었다.

마인들에게 강렬한 적대감을 가진 처용이 유일하게 적대감을 드러내지 않았던 마인.

조커에 대해서도 알고 있고 처용과도 알고 안면이 있는 사이인 듯 보였던 인물.

르블랑 가의 생존자라는 것 외에는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는 사람이었다.

세계 헌터 회의에서 ‘예언자’라는 존재가 언급될 때, 제사카는 레나 르블랑을 떠올렸다.

그녀는 자꾸 맴도는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물은 것이었다.

그러자.

“예상하는 그 사람이 맞습니다.”

처용이 제사카가 묻고자 하는 말을 알아차리고는 즉시 대답했다.

[…….]

“……!”

처용의 말에 스사노오와 야스라, 성자가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고.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구나.]

아테나는 예언자가 누군지 알아차렸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제길, 입단속을 해야겠군요.”

제시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처용은 ‘맞을 겁니다’도 아닌 ‘맞다’라고 확정 지어 대답했다.

그렇다면,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는 레나 르블랑이 확실하다는 의미였다.

문제는, 레나 르블랑을 목격한 이가 자신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때문에, 입단속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었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예언자의 정체를 알아챘다 해도,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처용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로잡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고.”

세계 헌터 회의에서 예언자를 향해 집착을 드러냈던 일부 성좌들.

처용은 그들을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굳이 제시카의 의혹 어린 질문에 확실한 답을 해준 이유가 있었다.

‘혹시, 모르니…….’

엘리스가 악신들과 마인들에 의해 위험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은 적었다.

하지만, 언제나 세상일은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

혹시나, 엘리스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적어도 제시카와 아테나에게는 그녀에 대해 알려 두는 것이 좋아 보였다.

이 둘이 엘리스의 정체에 대해 떠벌리고 다니지도 않을 테니, 크게 문제도 없었다.

그녀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순혈자들이 급하게 정보를 퍼트린 것으로 봐서, 아주 화려하게 날뛰고 있나 보군.’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듯 보였다.

엘리스가 제 역할을 하며 악신들의 시선을 꽉 잡는 동안, 처용은 제 할 일을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에스라 대륙의 골치 아픈 문제들을 서둘러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들처럼 없애 버려야 할 적들도 미리미리 없애야 했다.

처용은 드래곤 슬레이어들처럼 에스라 대륙에서 죽여야 할 적들을 떠올리다가.

“……성자.”

성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에스라 대륙에 가면…… 웬 미친 괴물 하나가 당신에게 악의적인 집착을 보일 겁니다.”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성자를 향해 말하자.

“……저를 제물로 원하는 자가 있나 보군요.”

성자가 차가운 눈빛을 띠며 처용의 말에 답하듯 말했다.

처용이 전해 준 에스라 대륙의 상황과 아스터 교단이 저질러 온 짓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왜 그들이 잔혹한 짓을 저지르는지에 대한 이유도 다시 상기했다.

거기에 이어서 자신이 제물로서 신들에게 노려졌던 일까지 떠올렸다.

성자의 말은 이러한 정보들을 생각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아니면, 제가 그들이 원하는 제물로서 제격이라던가.”

“생각하신 바가 맞습니다.”

처용은 성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망할 괴물을 마주하면, 대화할 생각은 하지도 말고 놈의 머리통을 날려 버리십시오.”

경각심이 일렁이는 목소리로 성자를 향해 진심 어린 경고를 전했다.

“그 괴물이 당신을 알면, 당신의 여동생, 성녀에게도 마수를 뻗을 테니까.”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처용의 말이 끝나자.

“……!”

-으드드!

침착한 표정이었던 성자가 인상을 크게 일그러뜨리고는 주먹을 거세게 쥐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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