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495화 (495/726)

#495화

[좋아. 따라와.]

-탁! 지이잉.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손가락을 튕기자, 전류가 모여들며 직사각형의 게이트가 열렸다.

처용과 커맨더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서고 마지막으로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발을 들이며 게이트가 닫혔다.

“여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만들어 낸 게이트로 들어온 처용이 주변을 보며 읊조렸다.

기계 장치를 결합하여 제작한 듯한, 우주 함선 내부와 같은 모습.

겉으로 볼 때는 커맨더의 함선 마키나의 내부로 들어온 것 같았다.

하지만.

“기계 장치의 성역이군요.”

처용은 자신이 있는 이 장소가 마키나의 내부가 아니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챘다.

[역시, 너도 신의 성역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녀석이니, 단번에 알아보는구나?]

-저벅.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먼저 들어온 처용을 앞서 지나가며 말했다.

처용과 커맨더가 앞서 나아가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따라갔다.

이윽고 강철의 벽으로 막혀 있는 터널의 끝에 도달했고.

-지잉. 촤작. 촤아아!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다가가자, 벽이 조각조각 갈라지고 접히며 사라졌다.

사라진 벽 너머, 어둠이 짙게 깔린 장소로 일행들이 발을 들이자.

-탁! 탁! 지이잉.

기계 장치들이 작동되는 소리와 함께 불이 환하게 켜지며 주변을 밝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주변에 널브러진 각종 기계 부품들.

그리고 정면에 보이는 난간 너머로 보이는 넓은 경기장과 같은 공동이었다.

“저것이로군요.”

난간 끝에 선 처용이 넓은 공동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처용의 시선이 닿은 곳은 공동 중앙.

그곳에는 남성과 여성으로 보이는 두 명의 인영이 나란히 서 있었다.

[내가 너무 제작에 힘을 줘서 말이지, 원래는 유진이의 군단처럼 양산형을 목적으로 만들려 했는데…….]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처용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본래 그녀가 만들려던 작품의 취지는 커맨더가 다루는 군단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커맨더의 군단은 그가 레벨이 오르고 스킬이 강해질수록 같이 강해지는 특성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싸워야 할 대표적인 적들은 다름 아닌 대악마.

그들은 커맨더의 군단만으로는 절대로 상대할 수 없는 막강한 적이었으니까.

특히, 디아블로와의 싸움에서 군단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었다.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군단의 강화를 실험했었고 처용의 도움까지 받았다.

그 결과.

[주어진 명령대로 행동하는 기계 장치가 아니라, 학습하고 배우는 기계 장치를 만들 수 있었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만족할 만한 작품이 탄생했지만.

[으…… 원래 만들려던 건 이게 아니었는데…….]

만들려던 작품이 본래의 취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완성되었다는 점이 조금 문제였다.

본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만들려던 것은 커맨더가 다루는 안드로이드의 강화판 프로토타입이었다.

그러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이것저것 실험하며 심취한 나머지.

[원래 만들려던 게 아닌데, 너무 잘 만들어져서 문제야.]

본래 취지와 맞지 않았음에도, 훌륭한 걸작품이 만들어졌다.

마치, 보물을 찾기 위한 배가 산으로 가 버렸는데, 산에서 보물을 발굴해 버린 상황이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곤란한 듯한 목소리로 읊조리자.

“너무 좋은 자료와 재료들을 받았다고 몰두하지 않았습니까?”

커맨더가 작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게 도움을 준 존재는 처용만이 아니었다.

“우리가 그간 연구하던 기술들, 네 전투 데이터, 로스차일드의 인공지능에 강철의 정령까지.”

커맨더가 그간 수집한 데이터들을 쭉 읊고는.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연구하고 한 곳에 집약시키다가 만들어진 게 저거야.”

공동 중앙을 마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계획과는 다르지만, 너무 잘 만들어져서 말이야. 테스트가 필요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시 공동 중앙을 바라보고는 처용을 향해 말했다.

본래 목적과 다른 물건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이미 공들여 만들어 놓은 걸 다시 부수기엔 아까웠다.

해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처용을 통해 작품의 성능을 테스트할 생각이었다.

“성능을 시험할 만한 상대로 제가 제격이라 판단한 것이로군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말에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직접 시험해 보죠.”

처용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고는.

-샥!

난간에서 뛰어내려 공동 중앙으로 향했다.

처용은 기왕 데우스 엑스 마키나에게 도움을 주려면 확실하게 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

지금까지 그녀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었으니까.

그녀가 전해 준 ‘마나 레이더’ 덕분에, 그토록 멸절시키고 싶었던 드래곤 슬레이어들도 쓸어 버릴 수 있었다.

도움을 받은 것은 그것 외에도 많았고 앞으로도 큰 도움이 될 존재였다.

-탓.

처용이 공동 중앙에 내려서자.

“…….”

“…….”

공동 중앙에 가만히 서 있던 두 인영의 모습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둘 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와 비슷한, 잿빛 머리를 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 명은 머리 위, 검은 리본 머리띠가 돋보이는 단발의 여성.

검은색과 잿빛이 섞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치마폭이 크지 않고 활동에 지장이 없는 디자인이었다.

다른 한 명은 검은 천으로 눈을 가린, 여성보다 조금 어리고 작은 키의 남자.

이 역시 움직임에 지장이 없어 보이는 검은 색의 편안한 활동복이었다.

둘은 옷을 입혀 놓은 마네킹처럼 전혀 움직임이 없는 듯 보였다.

“으음…….”

처용이 침음을 흘리고는 두 인영 중 하나, 검은 리본 머리띠를 한 단발의 여성을 응시했다.

[네오 안드로이드 – EB / 기물(機物)]

[등급 : 신화(神話)]

[특징 : 기계 장치의 여신과 그 신관에 의해 제작되었습니다.]

[아티팩트와 골렘의 특징을 모두 지니고 있습니다.]

[확인 불가.]

[스킬 : 확인 불가······.]

기계 장치의 여신의 손에서 만들어진 특별함 때문인지, 독특한 특징들이 통찰의 눈에 보였다.

아티팩트, 골렘, 성물의 특징이 골고루 뒤섞인 듯한 느낌.

간단하게 말하자면, 살아 있는 아티팩트이자 성물로 보였다.

처용이 두 인영은 관찰하며 잠시 생각한 순간.

“……해킹 반응 감지.”

-지이잉.

여성형 안드로이드가 고개를 들고 은색 눈동자를 푸르게 빛내며 목소리를 내었다.

목소리가 조금 딱딱한, 마치 컴퓨터 시스템의 말투 같았지만.

“방어 EMP 활성화.”

명확하게 입으로 소리를 내어 말하고 있었다.

골렘이나 아티팩트라기엔, 사람의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치지지……!

두 인영에게서 은빛의 전류가 흘러나오며 사방으로 퍼지자.

-치직!

“흐음?”

처용이 통찰의 눈이 끊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놀라움이 일렁이는 침음을 흘렸다.

그때.

[이비! 나인! 전력으로 상대해라!]

높은 난간 위에서 지켜보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명령하듯 소리쳤다.

여성형 안드로이드의 이름은 이비.

남성형 안드로이드의 이름은 나인.

둘에게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명령이 떨어지자.

-스스스!

이비와 나인에게서 은빛의 신성력과 짙은 마나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그리고.

-스르릉. 스릉. 스릉.

등 뒤에서 손바닥보다 조금 큰 삼각형의 판들이 튀어나와 허공을 부유했다.

마치, 수십 개의 삼각 표창들이 주변에 떠오른 듯한 모습.

그리고.

-철컥. 철컥. 철컥.

각각의 삼각형 판들이 서로 이어 붙더니.

-스르릉. 스릉.

검과 창 등, 조립식 무구를 만들어 내었다.

이비와 나인 주변으로 각각 여덟 개의 무구가 만들어진 순간.

-쐐에에! 쐐엑!

조립식 무구들이 처용을 향해 쇄도했다.

-스르릉. 차카! 캉!

처용은 즉시 역천의 절을 뽑아 들고 가장 앞에서 다가오는 네 개의 검을 쳐냈다.

그 순간.

-스릉. 샤-아악!

어느 세 주변을 에워싼 열 개의 창이 처용을 향해 날아들었다.

‘검성류 – 만월.’

-우웅. 후우웅!

처용이 역천의 절에 강기를 휘감고 크게 원을 그리며 머리 위로 휘두르자.

-차카캉!

날아들던 창들이 처용의 강기에 부딪쳐 조각나며 흩어졌다.

-우웅! 샤아악!

처용은 창들을 막아내자마자, 머리 위에 강기로 만들어 낸 만월을 앞으로 쏘아 보냈다.

그러자.

-파지직! 파직!

이비와 나인의 다리에 뇌전이 휘감기고는 각각 좌·우로 움직여 피해냈다.

‘……뢰신보?’

처용이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의문을 표했다.

다리에 번개의 힘을 휘감아 신속하게 움직이는 보법.

이비와 나인이 보인 움직임은 분명히 뢰신보였다.

처용의 눈동자가 좌우로 벌어진 둘 중 나인에게 향한 순간.

-지이잉! 샤악!

이비가 짙은 광선이 일렁이는 얇은 쌍검을 쥔 채, 처용에게 달려들었다.

처용의 지척에 이비가 다가온 순간.

-휘릭! 샤아악!

나선으로 몸을 비틀어 회전시키고 그에 따라 쌍검에 회전력을 실어 크게 휘둘렀다.

마치, 빠르고 격렬하게 회전하는 팽이와 같은 모습.

-차카캉! 차캉!

처용은 역천의 절을 비스듬히 세워 이비의 쌍검을 올려침과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방금 그건, 이진호 헌터의 스킬.’

이비의 공격에서 물러난 처용이 방금의 공격을 상기하며 속으로 읊조렸다.

-탁.

뒤로 물러난 처용의 발이 땅에 닿은 순간.

-치이이!

처용의 발이 닿은 주변 일대가 새빨갛게 달궈졌다.

이윽고 처용이 발을 움직여 피하기도 전에.

-쿠구! 콰콰콰콰!

화염이 거세게 폭발하며 뜨거운 불줄기가 휘몰아쳐 불기둥을 만들어 내었다.

처용이 화염 속에 집어삼켜져 당한 듯 보였지만.

“이건, 장현아 헌터의 스킬이고.”

-사각! 파아아!

화염 기둥이 반으로 쩍 갈라지고는 멀쩡한 모습의 처용이 나타났다.

작은 미소를 지은 채 읊조린 처용의 눈에는 이비의 뒤에서 땅을 짚고 있는 나인의 모습이 보였다.

처용이 화염 기둥에서 빠져나오자.

-스르릉! 스릉!

이번엔 삼각형 판들이 모여 만들어진 열두 개의 무구들이 주변을 포위하며 쇄도해왔다.

“이건…… 아무리 봐도 태극천체진이잖아?”

주변에 떠오른 조립식 무구들을 본 처용이 황당한 웃음을 내뱉었다.

다수의 무구가 허공을 자유자재로 부유하며 적을 공격하는 기술.

이비와 나인이 선보이는 기술은 다름 아닌 처용의 결전기, 태극천체진을 모방하고 있었다.

게다가, 단순히 모방하는 것 정도가 아니었다.

-파지직!

처용이 뢰신보를 사용하여 있던 자리를 벗어나자.

-촤자자작!

뒤로 물러나 있던 네 개의 무구가 서로 합쳐지더니.

-후웅! 촤아악!

8미터 크기의 대검으로 변하며 주변 일대를 크게 휩쓸었다.

대검이 휘둘러지는 방향은.

-탁.

정확히 처용이 몸을 피한 방향이었다.

“고정된 무구를 사용한 게 아니라, 단단한 물체를 조립하여 상황에 맞는 무구를 만들어 낸다라…….”

처용이 눈앞에서 휘둘러져 오는 대검을 응시하며 읊조리고는.

“재밌네.”

-우우웅!

손에 강기를 휘감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반탄장 - 강!”

처용이 강기를 휘감은 손을 앞으로 내뻗었고 대검의 칼날과 맞부딪힌 순간.

-파차창! 차창!

대검이 크게 부수어지며 흩어져 내렸다.

완전히 망가진 듯 보였지만.

-촤라라락!

부서진 대검의 잔해, 삼각형 판들이 다시 떠올라 네 개의 무구로 조립되었다.

-스르릉! 스릉!

다시금 열 개의 무구가 처용을 향해 날아들 때.

“팔괘 – 태극천체진.”

-스르릉. 스릉. 스릉.

처용이 결전기를 발동하며 열두 개의 무구를 불러냈다.

-차카캉! 차캉! 캉!

허공을 부유하는 무구들이 거센 마찰음을 일으키며 충돌했고.

-파차창! 차창!

이브와 나인이 만들어 낸 조립식 무구들이 처참하게 부서져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둘이 잠시 뒤로 물러났다.

지금껏 큰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지만.

“……나인.”

“전투 데이터의 원형이다.”

처용이 선보인 태극천체진을 보며 놀란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나인, 승률은?”

이비가 나인을 향해 진지한 분위기로 묻듯 말하자.

“……3%.”

나인이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아무 감정이 실리지 않은 듯, 일정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심각성이 일렁이는 듯 보였다.

“나를 상대로 3%의 승률이라…….”

그 말을 들은 처용이 작은 미소를 머금으며 입을 열고는.

“계산이 좀 많이 잘못된 것 같은데?”

-우우웅!

강기 속에 옅은 신력을 섞어 내뿜기 시작했다.

“……전투 데이터, 일부에 불과.”

“승산은…… 제로.”

그 모습을 본 이비와 나인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지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흐음, 생각할 줄 아는 인공지능이라.’

처용은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잠시 생각을 잇듯 고민을 하고는.

“지금부터, 너희들이 가진 모든 능력을 시험하고 평가해 주마.”

-쿠구구!

강렬한 신력과 강기를 내뿜으며 강하게 말했다.

동시에.

“극 이기어술 – 천체극섬.”

-스르릉! 스릉! 쐐에에!

처용의 강기와 신력이 둘러진 열두 개의 무구가 이비와 나인을 향해 쇄도했다.

-촤자자작!

이비와 나인이 조립식 무구를 만들어 내며 처용의 천체극섬을 방어하려 했지만.

-콰자작! 파창! 창!

처용의 무구와 충돌하는 순간, 조립된 이비와 나인의 무구가 처참하게 부서졌다.

“방어, 불가능.”

이비가 재빠른 판단을 내리며 말하고는 나인과 함께 땅을 박차 위로 뛰어올랐다.

그때.

“주변을 넓게 살피지 않고 하늘로 향하는 것은, 옳은 판단이 아니다.”

처용이 하늘로 뛰어오른 이비와 나인을 응시하며 경고하듯 말했다.

동시에.

-우우웅!

허공에 떠오른 이비와 나인 위로 처용의 강기가 둘러진 해머가 나타났다.

“감지 실패?”

“위험-.”

이비와 나인이 당황스러움을 드러내고는 차마 대비하기도 전에.

-후우우! 콰쾅!

해머가 크게 휘둘러지며 이비와 나인을 동시에 후려쳤다.

-쾅!

이비와 나인이 지면에 추락하며 흙먼지를 일으킨 순간.

-스르릉! 스릉!

주변을 배회하던 여섯 개의 무구가 동시에 날아들었다.

-콰자작! 콰직!

무겁고 날카로운 무구가 단단한 무언가를 긁고 뚫어내는 소리가 울렸다.

이윽고 흙먼지가 걷어지며 시야가 드러나자.

“앱솔루트 실드…… 활성화.”

반쯤 무릎을 꿇은 이비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런 이비의 주변에는 반구형의 방어막이 둘러져 있었고.

-파지직! 파직!

처용의 무구가 방어막을 뚫고 땅에 박혀 있었다.

방어막 덕분에 이비를 정확하게 타격하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간 듯 보였다.

그리고.

“미안, 이비.”

이비보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듯 보이는 나인이 이비의 뒤에서 반쯤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뒤에 쓰러진 나인을 지키기 위해 이비가 앞으로 나선 듯한 모습.

“호오?”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작은 감탄을 흘렸다.

처음 허공에서 무방비한 상태로 해머의 공격을 받을 때.

-이비, 위험.

나인이 급하게 이비의 등 뒤로 나서며 방어막을 펼쳤다.

때문에, 나인이 이비보다 더 큰 부상을 입은 채 추락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처용의 후속 공격에는 나인의 보호를 받아 부상이 적었던 이비가 앞으로 나서서 방어했다.

서로가 위험한 공격을 나눠서 부담하고 훌륭하게 막아낸 셈이었다.

‘……시험해 볼까?’

처용은 잠시 공격을 멈추고 생각에 잠기며 속으로 읊조렸다.

그 짧은 시간에 이비와 나인이 몸을 일으켰다.

-치지지. 치지.

옅은 스파크가 둘의 몸 여기저기에 피어오르자.

-치지지……!

부상으로 인해 여기저기 금이 가고 갈라졌던 육체가 원래대로 회복되어갔다.

마치, 자가 수리를 하는 듯한 모습.

이비와 나인이 거의 멀쩡한 모습으로 돌아오자.

“……다시 한 번 가겠다.”

-스르릉. 스릉.

생각을 마친 처용이 열두 개의 무구를 허공에 띄우며 말했다.

이윽고 무구들이 이비와 나인을 향해 쇄도하자.

-차카캉! 차캉!

이비와 나인이 조립식 무구들을 허공에 띄우고는 동시에 왼쪽으로 질주해 나가며 포위를 돌파했다.

조금 전, 위로 뛰어오를 때와는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린 것.

그 모습을 지켜본 처용은.

“……초월하라. 관천(貫天).”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며 신명의 힘을 끌어올렸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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