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493화 (493/726)

#493화

각 성운의 성좌들이 엘리스에 대해 파악했다.

이는 순혈자들이 만들어낸 상황이었다.

처용은 순혈자들의 의도를 파악하고는.

“하하하, 악신 놈들이 예언자한테 꽤나 애를 먹었나 봅니다. 이토록 애처롭게 찾을 줄이야.”

통쾌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예언자’라는 존재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말했다.

그 말에.

[예언자는 어디에 있느냐? 누구냐?]

오딘이 진지한 목소리로 처용에게 물었다.

처용은 오딘의 눈빛에 일렁이는 집착에 웃음을 싹 지우고는.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를 찾아서 뭐 하게?”

싸늘한 목소리로 적대감과 불쾌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적대감이 확 느껴지는 처용의 목소리가 울리자.

[네놈이……!]

오딘을 포함한, 데미갓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신들이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태초의 그릇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깃들었군.]

다른 성좌들 역시 작금의 상황을 파악한 듯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태초의 그릇은 어디에 있느냐!?]

[이 중요한 사실을 왜 숨긴 것이냐!]

몇몇 성좌들이 처용을 향해 따지듯 물었다.

처용은 태초의 그릇의 행방을 묻는 성좌들의 말을 듣고는.

“그걸 알아내서 뭘 할 건데? 데미갓 프로젝트 같은 짓거리를 또 실현하려고?”

적대감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처용의 대놓고 적대감을 드러내자, 성좌들 역시 표정이 일그러지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데미갓 프로젝트라면, 재앙의 나무와 관련이 있는……?”

“천교가 저지른 불법 실험이지 않았나?”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는 헌터들이 서로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하며 쑥덕였다.

이 자리는 세계의 상위 헌터들과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

그들 역시 데미갓 프로젝트에 대해서 전부는 아니지만, 얼추 알고는 있었다.

때문에, 지금 처용과 성좌들이 벌이는 기싸움 속에서 점차 정보를 얻고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었다.

그러는 와중에.

[다른 것도 아니고 태초의 그릇이다!]

[이 사실을 감추다니! 무슨 의도를 숨긴 것인가!?]

성좌들의 반응은 점점 더 거칠게 변했다.

개중 몇몇은 처용을 지지하는 성좌들에게까지, 비판과 음모의 목소리를 높였다.

[태초의 그릇으로 사고를 일으킨 것은 네놈들인데, 감히 우리에게 의도를 묻는 것인가?]

미륵이 싸늘한 눈빛을 지어 보이며 목소리를 높인 이들을 향해 말했다.

점차 분위기가 더 안 좋아지기 시작할 때.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정하시지요.]

이 상황을 중재하려는 듯, 침착한 목소리가 울렸다.

[태양신!]

[태초의 그릇이 얼마나 중요한지 정녕 모르는 것인가!?]

목소리를 높이던 성좌들이, 이 상황을 중재하려는 존재, 라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그대들이 저지른 잘못을 자각하고 있다면, 그 입을 다무는 것이 체면에 좋을 것입니다.]

-화르륵.

라가 잔잔한 불꽃의 파동을 흩뿌리며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하듯 말했다.

[태양신……!]

오딘이 라를 노려보며 읊조리자.

[그대들이 추궁한다고 하여, 저 아이가 답해 줄 것 같습니까? 관리자가 답해 줄 것 같습니까?]

라가 작게 인상을 쓰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라의 말에 성좌들이 크게 반박하지 못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하아.]

라가 답답함이 일렁이는 짧고 굵은 한숨을 내쉬고는.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이냐?]

처용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성좌들은 라가 처용에게 전한 질문에 고개를 저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처용이 대답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예언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처용은 순순히 라의 말에 대답했다.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 통칭 예언자라 불리는 존재.

그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처용의 말에, 성좌들이 눈을 크게 뜨며 집중했다.

하지만.

[누구인지…… 말해줄 수 있느냐?]

이어지는 라의 질문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처용이 말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 대답에 성좌들이 다시금 인상을 찌푸려 보였다.

그리고.

[신법의 대신께서는 말해주실 수 있습니까?]

라는 성좌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이번엔 여래에게 물었다.

예언자에 대해 알고 있냐고 묻기도 전에, 말해줄 수 있냐고 묻는 질문.

처용이 알고 있는 정보를 그의 성좌인 여래가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말할 수 없습니다.]

여래는 처용의 대답과 같이, 말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관철의 대신, 자비의 대신께서는?]

이번엔 미륵과 보살을 향한 질문.

[정말 미안하지만, 나 역시 말할 수 없네.]

[저 역시 말할 수 없습니다.]

미륵과 보살 역시 처용, 여래와 같은 대답을 했다.

[그대들 역시 말할 수 없는 겁니까?]

이번엔 태룡전에 거주하는 신들을 향한 라의 질문이 울렸다.

그러자.

[나는 예언자라는 존재에 대해서는 오늘 처음 알았소.]

해전무신은 전혀 들은 바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고.

[태초의 그릇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으나, 그 행방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들었소.]

청룡 역시 고개를 저으며 아는 바가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대답해 드릴 수 있는 말이 없군요.]

[나는 태초의 그릇이 무엇인지 모르오.]

세계수와 언문 역시 고개를 저으며 아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처용과 대신들은 말할 수 없다고 답했고 그 외 다른 이들은 아는 것이 없다고 답한 상황.

[말하지 않겠다가 아니라 말할 수 없다라…….]

대답을 들은 라가 처용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하듯 말을 이었다.

그때.

[엄한 녀석 손아귀에 들어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었다.]

작금의 상황을 지켜보며 침묵하고 있던 성좌, 야훼가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는 처용의 정체, 계승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성좌였다.

하지만, 계승자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존재.

태초의 그릇이 언급될 때는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고 있었다.

게다가.

[해서, 그 누구도 함부로 찾아내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에 대해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알고 있었단 말인가?]

오딘이 인상을 찌푸리고는 야훼를 노려보며 물었다.

야훼는 데미갓 프로젝트에 협력했던 대신 중 하나였다.

그런 그가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듯 말한 상황.

오딘은 그런 야훼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오딘의 시선을 받은 야훼 역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다시금 좋지 않은 분위기가 흐를 때.

[내가 예언자에게 보험을 걸기 위해 태초신의 대리자를 찾아갔었습니다.]

미륵이 어째서 야훼가 예언자에 대해 알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신의 권능으로도 추적할 수 없도록, 조치해 놓았지요.]

[……나는 그것이 최선이라 판단했고 관리자의 권한 위에 대리자의 권한을 덧씌워 놓았다.]

이어지는 미륵의 말에 야훼가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엘리스가 태룡전에 찾아와 미륵을 만난 이후.

미륵은 처용에게 계승자에 대해 말해 주고는 태초의 심장을 챙겨 곧장 야훼를 찾아갔었다.

야훼는 태초의 그릇을 품은 숙주, 엘리스에 대해 듣자마자.

-당장 그것을 잡아 봉인하지 않고 뭘 한 거냐!

당연히 격한 반응을 드러냈었다.

그러나.

-올포원(All For One)을 믿고 악의 종주에게 덤볐다간, 이 세상의 빛이 사라질 것이다.

미륵이 야훼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연 순간.

-……!!

야훼의 입이 탁 막히며 소리 없는 경악을 드러냈었다.

올포원(All For One).

이 우주에서 야훼 자신만이 알고 있는 강력한 권능이자 대리자의 권한.

태초신에게서 대리자로 임명받은 순간, 깨우친 힘이었다.

야훼 자신과 태초신을 제외하고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

-라고 그 아이가 말했었는데…… 정녕 사실이었나 보군.

그 비밀이 태초의 그릇을 품은 인간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야훼의 반응을 본 미륵은.

-숨겨야 하네, 그 어떤 권능으로도 찾을 수 없도록. 자네와 나조차도 찾을 수 없도록 말이야.

진지한 목소리로 야훼를 설득했다.

그리고…… 미륵이 전한 말은 태초의 그릇, 엘리스에 대한 말만이 아니었다.

‘순환의 시기가 빨라졌을 가능성이라니……!’

야훼가 미륵이 전했던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리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미륵의 설득에 협력하기로 한 야훼는 그가 들고 온 태초의 심장에 대리자의 권한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대리자와 관리자의 권한이 합쳐졌고.

-이것으로, 그 어떤 신의 권능으로도 그 아이를 찾아낼 순 없을 거다.

그 힘이 엘리스가 가진 태초의 그릇에 깃들었다.

이것이 미륵이 처용에게 말했던, 엘리스에게 걸어 두었던 보험이었다.

[그 누구도 찾을 수 없다. 이것만큼은 사실이다.]

야훼가 오딘을 포함한 몇몇 신들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단호한 야훼의 말에 오딘을 포함한 몇몇 신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이 상황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듯한 모습.

[의도는 알겠습니다만, 악신의 끄나풀들이 그 예언자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남아 있소.]

조용히 작금의 상황을 관찰하며 생각을 정리하던 토르가 입을 열었다.

태초의 그릇을 품은 자, 예언자라 불리는 존재는 인간이다.

그렇다면 우연히라도 악신을 따르는 타락한 인간들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있었다.

토르는 그런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 것이었다.

그러자.

“예언자가 마인들의 손에 놀아날 만한 자가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말해 두죠.”

그런 토르의 우려에 처용이 전혀 걱정이 없다는 듯, 진지하게 말했다.

[그 예언자라는 인간이 강한가?]

토르가 처용을 향해 묻자.

“예언자는 저와 호각으로 겨룰 수 있는 자입니다.”

처용이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말이 울리자.

“절대로 못 잡겠군.”

“찾는 것조차도 불가능할 것 같은데…….”

“오히려 마인들이 쓸려 나갈 수도…….”

헌터들이 단번에 납득했다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다.

이 자리에 모인 헌터들은 모두 최상위 헌터들.

그들은 처용이 전력을 드러내면 어느 정도의 무력을 발휘하는지 직접 목격했었다.

월드 헌터 토너먼트에서 열렸던 처용과 스무 명의 신관들이 벌이는 친선경기.

그 당시 처용은 압도적인 무력을 발휘하여 스무 명의 신관들을 휩쓸어 버렸었다.

심지어 그 스무 명은 성자와 각 길드의 길드장들을 포함한 이들, 전원 최상위 S급 헌터들이었다.

처용 다음으로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스무 명의 헌터들이 한 명에 불과한 처용에게 힘으로 압도당했다.

예언자는 그런 역천군주와 호각을 겨룰 정도로 강하다?

그렇다면 처용이 지금껏 벌였던 경악스러운 일들을 그 역시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헌터들이 납득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고.

[정녕 저 말이 사실이라면…….]

[그 비열한 배신자들이, 되레 호되게 당할 수도 있겠군.]

성좌들 중 일부도 납득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다.

처용을 함부로 잡으려 시도한 이들은 모두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었으니까.

예언자라는 존재가 그런 처용과 호각을 겨룰 정도로 강력한 무력을 지니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그 예언자를 찾아낸다 해도 문제였다.

예언자를 잡을 방법이 없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아니, 예언자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처용이 움직이는 것.

그러나 작금의 분위기로 볼 때.

“예언자의 안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지요.”

처용은 태초의 그릇을 품은 예언자와 협력 관계로 보였다.

그런 그가 예언자를 찾아내고 잡으러 다닐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했다.

[크음……!]

작금의 상황을 파악한 오딘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듯, 침음을 흘렸다.

동시에, 시선을 내려 휘하의 성좌 중 한 명을 눈짓했다.

오딘의 시선을 받은 성좌.

[…….]

토르의 뒤에 앉아 있던 로키가 오딘의 시선을 잠시 마주하고는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자꾸 이야기가 딴 곳으로 세는데…… 이제 더 의혹은 없는 겁니까?”

처용이 좌중의 분위기를 살피듯,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며 말하고는.

‘고작, 이 정도로 끝난 것인가? 놈들도 다급했던 것이었나?’

순혈자들의 심정과 상황을 예상해보며 속으로 읊조렸다.

엘리스에 대한 정보를 신계에 퍼트려 혼란을 야기하려던 순혈자들.

처용은 그런 그들의 계략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어쭙잖게 숨기려 했다가는 더 큰 혼란과 분란을 야기할 뿐일 테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알고 있는 정보를 오픈하여 모두가 알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부분은 딱 잘라 거절한다.

성좌들의 독촉에 대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는 전혀 없었다.

엘리스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자는 처용과 세 명의 대신, 여래, 미륵, 보살이 전부였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성좌라 해도, 이 네 명을 향해 압박을 가할 순 없었다.

게다가, 처용은 성좌들을 통제할 새로운 수단까지 손에 넣었고 이를 보여 주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계승자의 권한, 태초신의 임명권이었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처용에게 태초신의 임명권이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처용이 누구를 태초신으로 지목할지 알 수 없었다.

예상되는 이들은 있었지만, 바뀔 가능성 또한 존재했다.

게다가, 계승자는 스스로 태초신이 될 자격도 지니고 있었다.

성좌들의 입장에서는 처용이 무엇을 선택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선택을 통해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계승자 한처용은 태초신의 임명권을 가지고 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성좌들을 압박하기엔 충분했다.

처용이 이 임명권을 이용해 직접적으로 성좌들을 협박하지는 않았지만.

[…….]

[…….]

지금 처용을 향한 성좌들의 복잡한 시선 속에는 조심스러운 분위기 또한 일렁였다.

처용은 여러모로 예측이 불허한 인물.

그런 그에게 태초신의 임명권이라는 강력한 변수까지 쥐어졌다.

변수에 변수가 더해져 또 무슨 변수가 발생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마치, 터질 듯, 말 듯, 불안한 분위기가 일렁이는 화약고를 보는 기분이었다.

성좌들이 처용을 향해 복잡한 심정을 드러낼 때.

[별들의 의회에서 대답할 수 있는 말은 해줄 테니, 슬슬 본론을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만?]

미륵이 중재안을 제시하듯,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성좌들이 마지못해 납득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그리고.

“다른 건 잠시 제쳐두고 이제 에스라 대륙, 본론을 이야기하죠.”

처용이 이번 회의의 본 주제를 언급하며 본격적인 세계 헌터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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