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489화 (489/726)

#489화

판데모니움 독 지대 협곡 가장 깊은 장소.

대악마 말석, 안드로말리우스의 성역.

“뭐지? 놈들이 날 소환하지 않는다?”

안드로말리우스가 의문 어린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는 일주일에 두 번씩 인간들에게 소환되어 그들의 훈련 상대가 되는 굴욕을 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 일주일 동안은 인간들이 자신을 소환하지 않고 있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의문을 드러내자.

“나베리우스가 말하기로는 혈선의 성지에서 성운의 신들이 모인다고 하더군. 관련이 있나 싶은데?”

알레인이 손으로 마법진을 만들어내며 안드로말리우스의 말에 답하듯 말했다.

-우웅. 스르륵.

그녀는 여전히 자신이 맡은 일, 대악마 소환 마법진을 조사하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알레인이 맡은 일이 열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

“흠, 기껏 왔건만, 재미가 하나 줄어들었군.”

-화르륵.

또다시 안드로말리우스의 성역에 찾아온 대악마.

삼천마 디아블로가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안드로말리우스와 알레인이 불편한 듯한 눈빛을 지어 보일 때.

-맹독의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 ‘서열 교체 혈전’을 신청한다!!

-쿠구구!

독지대 협곡을 울리는 거대한 고함이 울려 퍼졌다.

판데모니움의 규칙 중 하나인 서열 교체 혈전.

이는 하위 서열의 악마가 상위 서열의 악마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이었다.

도전자가 상위 서열 악마와의 혈투에서 승리하면, 그 악마의 지위를 얻는 방식.

지금, 안드로말리우스의 자리를 노리는 악마가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서열 교체 혈전을 신청한다는 고함이 독 지대 협곡에 울려 퍼지자.

-으드드드!

안드로말리우스가 주먹을 강하게 쥐며 이마에 핏대를 세웠다.

“이 하찮은 것들이 감히! 나의 경고를 무시한 것이냐!!”

-쿠구구!

분노한 안드로말리우스가 마기를 담아 크게 소리치고는.

“이번 기회에 끝장을 내 버리겠다!”

-슈르륵! 파앗!

온몸에 독기를 휘감으며 사라졌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분노를 드러내며 도전자와의 혈투를 위해 자리를 비우자.

“흠…… 예상외였지만, 마침 잘 되었군.”

디아블로가 알레인을 향해 씨익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언가 불길한 기분을 느낀 알레인이 눈을 돌려 디아블로를 응시하자.

“안개의 대악마 알레인, 진정한 몽환의 군주, 아니 꿈의 종주.”

디아블로의 입에서 알레인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시금 흘러나오는 디아블로의 말에 알레인이 놀란 감정을 억누르고는.

“전에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는 감정을 내비치며 의문을 표했다.

“그런가? 그럼 이건 어떨까?”

그 말에 디아블로가 턱을 쓸며 잠시 말을 끊고는.

“니알라 – 크타니드, 악의 종주가 찾는 태초의 마수.”

짙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알레인의 진짜 이름과 정체를 언급했다.

“……!”

그 말에 알레인의 표정이 확 굳어졌고.

-스스스!

지면에서 빛 한점 없는 어둠이 스멀스멀 흘러나오더니, 주변 일대를 덮기 시작했다.

점점 주변을 메꾸어가며 어둠이 커지자.

-픽. 피픽.

짙은 어둠 속에서 작은 별빛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마치, 주변 일대를 우주 공간으로 뒤덮는 듯한 모습.

알레인에게서 묵직하고도 짙은 어둠의 기운이 흘러나오자.

“하하하! 이게 서열 9위의 힘이라고? 아몬과 마르바스 정도는 손쉽게 이기겠군!”

디아블로가 환희 어린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그가 언급한 아몬은 서열 7위의 대악마, 마르바스는 서열 5위의 대악마였다.

무려 알레인보다도 서열이 높은 대악마들.

디아블로는 지금 적대감을 드러내는 알레인을 7위, 5위의 대악마보다 강하다 평가했다.

“도대체…… 어떻게?”

알레인이 인상을 찌푸리며 의문을 읊조렸다.

나베리우스조차도, 바알조차도, 악의 종주도 자신에 대해 간파하지 못했다.

디아블로가 도대체 무슨 수로 자신의 정체를 간파했단 말인가?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디아블로의 정보력이 아니었다.

디아블로가 자신의 정체를 간파했다는 것, 그 자체였다.

아직, 판데모니움을 뚫는 마법진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

게다가.

“정보수집은 거짓이고 그게 판데모니움을 빠져나갈 방법인가?”

디아블로는 알레인의 계획 또한 아는 듯한 분위기로 말했다.

그 말에 알레인의 인상이 더 크게 일그러졌다.

지금 벌어진 상황은 최악이었다.

전력을 다한다 해도 디아블로를 이길 수 있을까?

정말 운이 좋아 그를 이긴다 해도, 그다음은 어찌할 것인가?

작금의 상황은 말 그대로 답이 없었다.

-우우웅!

알레인이 어둠을 더 끌어 올리며 인상을 찌푸릴 때.

“거래를 제안한다. 니알라 - 크티나드.”

디아블로가 알레인을 향해 손을 내밀며 말했다.

***

판데모니움 독 지대 협곡 외곽.

“크하하! 베놈 엠퍼러는 꼬리를 말고 도망친 것이냐?”

-쿵! 쿵!

거대하고 육중한 덩치의 악마가 발을 구르며 난동을 피우듯 소리쳤다.

무려 15미터는 넘는 듯한 거대한 덩치.

단단하고 묵직해 보이는 바위 피부.

피부와 같은 재질의 바위가 모여 만들어진 듯한 악마의 날개.

흔히 판데모니움에서 상위 악마족으로 분류되는 악마, 스톤 데몬(Stone Demon)이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어디에 있느냐!”

-쿠쿵! 쿠콰콰!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스톤 데몬이 발을 크게 구르자, 지면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가 난동을 피우는 장소는 독 지대 협곡 외곽에 자리한, 바질리아 종족의 터전이었다.

그곳에서 거대한 악마가 난동을 부린 결과.

“으으-!”

“피, 피해라!”

보랏빛 비늘에 독사의 머리를 가진 악마족.

바질리아 종족의 주민들이 뒤로 물러나며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강하게 흔들리는 지진의 영향으로 중심을 잡지 못해 쓰러지는 이들도 있었다.

“놈이 나올 때까지! 네놈들로 재미를 봐야겠구나!”

-후욱!

스톤 데몬이 거대한 손을 뻗어 쓰러진 바질리아 종족의 주민 한 명을 잡아채려는 순간.

-쐐에엑! 차카! 캉!

양손에 곡도를 쥔 베무스가 스톤 데몬의 팔을 쳐내 밀어내며 나타났다.

“록탄, 이게 무슨 짓이냐?”

-스릉.

베무스가 스톤 데몬, 록탄에게 곡도를 겨누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 판데모니움은 악마 간의 다툼이 제한되어 있었다.

특히, 고위 악마가 다른 구역에 거주하는 악마족을 습격하는 행위는 공식적으로 금지였다.

판데모니움을 평정한 위대한 존재가, 불필요한 싸움을 금지시켰으니까.

다만, 예외의 경우가 있었다.

“무슨 짓이냐고? 크흐흐.”

독 지대 협곡을 침범한 스톤 데몬, 록탄이 베무스를 향해 미소를 짓고는.

“맹독의 대악마 안드로말리우스! 서열 교체 혈전을 신청한다!!”

모두가 들으라는 듯, 거대한 포효를 내지르며 소리쳤다.

“내가 안드로말리우스를 죽이고 독 지대 협곡을 접수하면, 네놈들을 알뜰한 노예로 써먹어 주마!”

“차라리 죽음을 택하지.”

-스르릉.

베무스가 양손의 곡도를 움켜쥐고는 록탄의 말에 싸늘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때.

“네 이놈!”

-……슈우우. 쾅!

안드로말리우스가 하늘 위에서 날아오며 베무스 앞에 내려섰다.

“베무스, 이 일대 주민들을 대피시켜라.”

“예.”

베무스가 안드로말리우스이 말에 답하고는.

“모두 피해라!”

-탓. 샥!

뒤에 쓰러진 바질리아 종족을 짊어지며 물러남과 동시에, 명령하듯 소리쳤다.

대악마와 도전자를 제외한 모든 악마들이 주변에서 물러난 순간.

“안드로말리우스! 네놈을 찢어 죽이고 대악마의 자리를 받아 가겠다!”

-쿵! 쿵! 후우욱!

록탄이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돌진했다.

“이 하찮은 돌덩어리가!”

-우우웅!

안드로말리우스가 독기 서린 보랏빛 마기를 끌어 올리고는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대악마, 반면에 도전자인 록탄은 고위 악마였다.

보다 격이 높은 안드로말리우스가 우위여야 했지만.

-콰쾅! 치이이!

록탄의 돌진을 받아낸 안드로말리우스가 뒤로 쭉 밀려났다.

힘에서 대악마인 안드로말리우스가 밀린 상황.

애초에 육체의 강도와 힘은 안드로말리우스보다 록탄이 우위였다.

바질리아 종족의 대악마인 안드로말리우스의 덩치는 10미터.

반면에 도전자인 스톤 데몬 종족의 록탄은 15미터.

안드로말리우스보다 록탄이 종족으로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리고 안드로말리우스가 록탄의 돌진을 막으며 밀려날 때.

-피이! 촤자자작!

록탄의 바위 피부가 꿈틀거리더니, 날카로운 가시가 솟구쳐 나왔다.

-촤자작! 까각! 깡!

안드로말리우스가 급하게 오른쪽으로 빠지며 록탄이 내뿜는 바위 가시를 피했다.

단단한 가시들이 안드로말리우스의 비늘을 스치며 긁고 지나갔다.

“이 성가신 놈이!”

“크하하! 네놈의 독은 나에게 통하지 않는다!”

인상을 찌푸리는 안드로말리우스를 본 록탄이 웃음을 내질렀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속성은 ‘독’, 록탄의 속성은 ‘바위’였다.

록탄의 육체는 안드로말리우스의 독이 통하지 않았다.

안드로말리우스는 록탄에 비해 속성으로도, 종족으로도 밀렸다.

게다가, 록탄은 스톤 데몬들 중에서 가장 강한 악마.

육중한 육체로 발휘하는 묵직한 힘과 그에 어울리지 않는 빠른 움직임까지 보이는 악마였다.

안드로말리우스의 대악마 말석 자리를 가장 앞장서 위협하는 존재.

평소라면 진짜 모습을 개방하고 전력을 발휘해야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네놈을 약하게 만든 인간들을 원망해라!”

록탄이 승기를 잡은 듯, 환희를 내지르며 안드로말리우스를 향해 재차 돌진했다.

“감히!”

-우우웅!

록탄의 말에 분노가 차오른 안드로말리우스가 마기를 내뿜으며 이를 갈았다.

그때.

-스스스.

돌연, 안드로말리우스의 감각에, 눈앞에서 돌진해오는 록탄의 움직임이 느릿하게 보였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확 느려진 듯한 모습.

오른손을 강하게 쥐어 들어 올린 채 돌진해오는 자세.

앞으로 돌진해 나아가는 다리의 간격.

왼팔에 마기를 모으며 아까와 같은 후속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까지.

이 모든 록탄의 공격과 행동이 뚜렷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후우우욱!

육중하고 빠르게 내질러 오는 록탄의 주먹을 본 안드로말리우스는.

-샥!

왼쪽으로 가볍게 자리를 박차고 고개를 숙이며 록탄의 공격을 손쉽게 피해냈다.

록탄의 육중한 주먹이 안드로말리우스의 왼쪽 뺨을 스쳐 지나간 순간.

-피이! 촤자자!

록탄이 준비하던 후속 공격, 바위 가시가 솟구치며 덮쳐들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양손으로 가드를 올려 방어함과 동시에.

-후욱! 빠악!

앞으로 뻗어 있던 록탄의 오른쪽 다리 무릎을 강하게 밀어 찼다.

-쩌적. 우득.

단단한 바위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록탄의 오른쪽 다리 무릎에 금이 갔다.

“크악!?”

-후우!

예상치 못한 반격에 록탄이 휘청거린 순간.

“베놈 스파이럴!”

-우웅! 콰아아아!

안드로말리우스가 손아귀에 나선으로 휘몰아치는 독기를 모았다.

본래는 휘몰아치는 독기를 상대에게 발사하는 권능이었지만.

-후욱! 콰쾅!

안드로말리우스는 손바닥을 편 채, 그대로 록탄의 가슴에 독기의 덩어리를 쑤셔 박듯 밀어쳤다.

“소용없-!”

가슴을 향해 다가오는 공격을 본 록탄이 자신감을 내비치며 말했다.

단단한 바위는 독 따위 통하지 않으니까.

비록, 안드로말리우스의 마기가 자신보다 강했지만, 록탄은 자신의 육체가 가진 단단함을 믿었다.

그러나, 안드로말리우스의 독기가 가슴에 닿은 순간.

-쿠구! 쿠콰콰콰!

뭉쳐진 독기의 덩어리가 퍼져 나가며 록탄의 가슴을 부수고 찢어발겼다.

“크허어어억!?”

강렬한 충격을 받은 록탄이 뒤로 크게 밀려나며 고통 어린 비명을 내질렀다.

뒤로 물러선 록탄이 시선을 내리자.

-후두두……!

가슴을 덮은 바위가 깨지고 부서져 패인 흔적이 보였다.

마치, 드릴이 단단한 바위를 부수며 뚫어 갉아낸 듯한 모습.

“도대체 어떻게-?”

록탄이 가슴을 움켜쥐며 의문을 내뱉었다.

“인간들에게 주기적으로 화신체를 처치당해 힘이 약해졌다 들었는데……!”

안드로말리우스가 인간들에게 끌려 나가 주기적으로 사냥당한다.

판데모니움에 퍼진 소문이었다.

록탄은 이를 기회로 삼고 부하 몇몇을 보내 안드로말리우스의 상황을 확인했다.

-네 이놈들!

안드로말리우스는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알리려는 듯, 침입자를 손수 처치하는 모습을 보였다.

록탄은, 그 모습을 보고 안드로말리우스의 힘이 약해졌다 판단했다.

그가 건재하다면, 오히려 주변 악마들이 가하는 작은 도발들을 무시했을 테니까.

그래서 록탄은 이번 기회에 대악마의 자리를 거머쥐기 위해.

독 지대 협곡을 지배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나약한 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서열 교체 혈전을 신청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자신보다 더 짙은 마기를 지녔을 뿐, 육체의 강도와 속성은 열세였다.

그런 그가 거기서 더 약해졌다면, 이번에야말로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누가 그런 망발을 퍼트렸느냐!”

-쿠구구구!

눈앞에서 공격해 오는 안드로말리우스는 이전보다도 더 짙은 마기를 내뿜고 있었다.

“감히 나의 터전을 어지럽히고 내 백성들을 공격한 죄!”

-우웅! 슈화아!

록탄을 향해 돌진해 나가는 안드로말리우스가 양손에 독기를 모아 강하게 주먹을 쥐었다.

안드로말리우스의 양손에 나선으로 회전하는 독기가 뭉쳐 들었고.

“네놈의 목숨으로 받아 가겠다!”

록탄의 지척에 도달한 순간, 독기를 머금은 양손 주먹을 동시에 뻗었다.

-쿵! 쿠콰콰콰!

안드로말리우스의 양손에 뭉쳐져 있던 독기가 나선으로 풀려나며 소용돌이를 만들어 내었다.

-콰지지직! 콰직! 쿠콰콰!

맹렬하게 회전하는 독기의 소용돌이가 단단한 록탄의 육체를 점차 부수며 나아가자.

“크아아악-!”

록탄이 비명을 내질렀다.

어떻게든 독기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가려 시도했지만.

-콰자자작! 콰지직!

한 번 빠지면 나갈 수 없는 늪에 빠진 듯, 점점 더 깊이 빨려 들어가며 육체가 갈려 나갔다.

이윽고.

-우드득! 콰지직!

안드로말리우스가 뻗은 두 손을 강하게 벌리며 소용돌이를 찢어내자.

-콰자자작! 파사사……!

록탄의 육체가 조각조각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호기롭게 안드로말리우스에게 도전했던 고위 악마 록탄.

그는 그렇게 최후를 맞이하며 소멸했다.

안드로말리우스가 록탄을 찢어 버리며 완벽한 승리를 거머쥐자.

“이, 이겼다.”

“맹독의 대악마께서 승리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격렬한 싸움을 지켜보던 악마들이 환호를 표했다.

“주군, 록탄을…… 이기셨군요!”

베무스 역시 환호 어린 미소를 표하며 말했다.

고위 악마족 중 하나인 스톤 데몬(Stone Demon).

그들은 판데모니움이 위대한 존재에게 평정되기 이전부터, 독 지대 협곡을 침범하던 이들이었다.

독 지대 협곡에 거주하는 악마들을 잡아먹으며 힘을 키우던 포식자들.

록탄은 그런 스톤 데몬들 중 가장 강하고 포악한 악마였다.

대악마인 안드로말리우스조차 진짜 모습을 개방한 채 전력을 보여야 그를 압도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전보다 강해지셨다?’

베무스는 환호와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안드로말리우스는 진짜 모습도 개방하지 않고 록탄을 손쉽게 해치워 버렸으니까.

그리고 의문이 드는 것은 안드로말리우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지……?”

안드로말리우스가 작게 인상을 쓰며 읊조렸다.

항상 성가시게 굴던 고위 악마를 손쉽게 해치웠음에도, 뭔가 기쁘지 않은 듯한 모습.

그는 베무스와 마찬가지로 작금의 상황에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록탄을 너무나도 손쉽게 해치웠기 때문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평소에 잘 모르던 록탄의 취약점이 보였다. 그리고…….’

록탄의 특징과 약점이 훤히 보였고 그 부분을 공략해 해치웠다.

마치.

-내가 관절을 노리지.

-자세가 무너지면 공격을 퍼부어!

-단단한 비늘은 회전력을 실어 갈아 버려!

반복적인 주입식 교육을 받고 저도 모르게 행동한 듯한 느낌이었다.

무언가…… 무언가,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았다.

이내, 안드로말리우스가 좋지 않은 기분을 털어내듯, 고개를 한 번 젓고는.

“일단…… 이것으로 당분간 독 지대 협곡을 침범하는 놈은 없을 것이다.”

베무스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군, 덕분입니다.”

그 말에 베무스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고, 주변에 모여든 악마들이 따라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가기 전에 여흥으로 구경할 셈이었는데…….”

먼 곳에서 안드로말리우스와 록탄의 서열 교체 혈전을 구경하던 대악마.

“이것 또한 흥미롭군?”

디아블로가 안드로말리우스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듯한 분위기로 말했다.

동시에.

‘위험한 거래에는 변수가 더해져야 재밌는 법이겠지. 크크크.’

조금 전, 알레인과의 거래를 떠올리며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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