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계승자-488화 (488/726)

#488화

유르티나의 레어가 습격을 받은 지 이틀이 지났을 시점.

-우우웅.

잠시 태룡사에 머무르고 있었던 처용이 다시 아라한 왕국의 왕궁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셨군요.”

미리 연락을 받고 왕궁 2층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나샤가 처용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별일은 없었나 보네?”

“네, 오히려 지구에서 오신 분들 덕분에 많은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처용의 물음에 아나샤가 답할 때.

-스르륵.

게이트 속에서 루비아가 걸어 나왔고 뒤이어 비크라를 포함한 어린 드래곤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렇게 단번에 세계를 오갈 수 있는 힘이라니…… 신기하구나.”

은빛의 긴 머리와 푸른 청색의 브릿지가 돋보이는 여성.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유르티나가 놀라운 듯한 목소리로 말하며 걸어 나왔다.

“무사했구나. 루비아.”

아나샤가 뒤이어 나타난 다섯 사람 중 하나, 루비아를 보고 안도를 표하며 말하자.

“너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루비아가 아나샤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다들 모였나?”

처용이 루비아를 향해 묻자.

“네.”

루비아와 재회의 인사를 나누던 아나샤가 처용을 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가지.”

처용이 앞장서 나가며 말하자 아나샤가 뒤따랐고, 다른 이들 역시 처용을 따라나섰다.

그들이 향한 곳은 바로 아래층, 왕궁의 1층 안쪽에 새로 구축된 장소였다.

-척.

연회장의 입구처럼 화려하고 큰 문을 지키는 기사 둘이 아냐사를 보며 고개를 숙여 보였다.

-끼이이.

두 기사가 문을 열자, 원형의 난간 위에 단상이 빙 둘러진 장소가 나타났다.

각 나라의 주요 인사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회담장과 같은 장소.

아나샤와 처용이 왕궁의 회담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내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제가 늦었나 보군요.”

처용이 입구 근처에 있던 사람, 커맨더를 바라보며 말하자.

“아니, 우리도 1분 전에 왔어.”

커맨더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처용의 말에 답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얼마 전 커맨더와 함께 나타난 헌터들.

아나샤에게 충성을 맹세한, 아라한 왕국의 귀족들.

그리고 처용과 연화 연아 등의 핵심 인물들이었다.

회담장에 모여야 할 이들이 모두 모이고 각각 제 자리에 앉을 때.

“제가 어찌…….”

“이 나라의 여왕은 너다. 그 사실을 잊지 말도록.”

회담장의 중앙 안쪽,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진 자가 앉을 법한 자리.

그 자리를 부담스러워하는 아나샤에게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록, 처용이 아나샤를 여왕으로 세웠다 해도, 여왕은 여왕.

아라한 왕국의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진 이는 아나샤였다.

처용의 말에 아나샤가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고 처용이 그 옆에 섰다.

아나샤가 그저 처용의 명령에만 움직이는 꼭두각시 왕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처용은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의 반응을 한 번 살피고는.

“하하, 대마법사를 생포했다길래 뭘 하나 했더니…….”

회담장 중앙에 자리한 이를 보고 작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원형의 높은 단상 위에 자리한 모두가 한눈에 볼 수 있는 중앙 단상.

그곳에는 등 뒤에 큰 양피지 두루마리를 짊어진 암흑가의 수장, 멜리제가 있었다.

멜리제는 마치 속이 좋지 않아 불편한 듯, 하얗게 질린 안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처용의 시선을 받은 멜리제가 흠칫하자.

“우리 충직한 수하를 위해 내가 힘 좀 썼지.”

멜리제 바로 근처 단상에 턱을 괸 채 앉아 있는 연아가 말했다.

얼마 전, 아라한 왕국을 습격한 이들 중 하나였던 마탑의 마법사들.

연아는 그들 중 대마법사 하나와 세 명의 정예 마법사를 심해 속에 가두었었다.

그리고.

-아오, 산 채로 잡느라고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그들을 사살하는 것이 아닌, 모두 산 채로 붙잡았었다.

굳이 힘을 더 들여 마탑의 마법사들을 ‘생포’한 이유가 있었다.

“나한테 잘해, 알았지?”

연아가 입꼬리를 씨익 들어 올리고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무, 물론입니다.”

좋지 않은 안색을 내비치던 멜리제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연아가 생포했었던 고위 마법사들.

그들을 산 채로 잡은 이유는 다름 아닌.

“내가 큰맘 먹고 투자했는데, 그만큼 일을 해줘야지.”

그들의 심장을 멜리제에게 주기 위해서였다.

6서클 마법사의 심장까진 멜리제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7서클 대마법사의 심장은 그녀가 소화하기엔 버거웠다.

지금, 멜리제가 소화불량에 걸린 듯한 안색을 보이는 이유였다.

그래도 고통을 견디며 거대한 기운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힘을 받은 멜리제가 연아의 명령을 받아 수행한 일이 있었다.

“제게 주신 힘으로 더 많은 방면에서 놈들의 전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촤라라락.

멜리제가 등 뒤에 짊어지고 있던 넓은 양피지를 두루마리를 단상 위에 펼치며 말했다.

그러자.

-저건, 아스터 제국의 지도?

-역시, 암흑가의 수장이군. 이렇게 자세히 기록할 줄이야.

아라한 왕국의 귀족들이 술렁이며 놀라움을 드러냈다.

멜리제가 펼친 지도는 다름 아닌 아스터 제국의 지도.

그저 단순한 국가 지도 정도가 아니라, 각 주요 도시에 대한 정보와 위치가 기록된 상세 지도였다.

-탁. 탁.

멜리제가 지도의 도시로 보이는 몇몇 지점을 두드리자.

-우우웅.

마나가 퍼지며 멜리제가 가리킨 지도 부분에 돋보기를 댄 듯, 크게 확장되었다.

양피지에 기록된 지도는 단순한 지도가 아닌, 아티팩트로 제작해 낸 지도였다.

“아스터 제국은 수도를 제외한 이 지점들의 도시를 포기했습니다.”

멜리제가 확장된 지도의 지점들을 가리키며 말하고는.

-탁. 우우웅.

영상을 기록할 수 있는 수정구를 지도 위에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수정구 위에는 멜리제가 가리킨 지도의 도시 상황이 비추어졌다.

“서쪽의 이단 심문소 본부는 알 수 없는 저주가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멜리제가 수정구 위에 떠오른 한 지점, 아스터 제국의 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을 비추는 영상구에는.

-철퍽. 철퍽.

-으어어.

-크어…….

검은 대지가 넓게 펼쳐져 그 위를 배회하는 검은 좀비들이 비추어졌다.

“검은 대지? 저게 왜 적국에?”

“놈들이 실험하다 실수했나?”

검은 대지에 대해 알고 있는 헌터들, 커맨더를 포함한 몇몇이 의문을 드러내자.

“저건 내가 이단 심판관장, 그러니까 배신한 성좌, 아레스의 신관을 죽이면서 터진 폭탄이다.”

처용이 영상 속 검은 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검은 대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어?”

커맨더가 의문과 경악 어린 목소리로 묻자.

“제가 만들었다기보다는…… 놈들이 저를 죽이기 위해 만든 병기를 역이용했다고 해야 할까요?”

처용이 그날 있었던 진실을 조금 왜곡하여 말해 주었다.

“결과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었는데, 놈들이 고통받는 꼬라지를 보니 기분이 좋군요.”

영상 속 참담한 광경을 보며 처용이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멜리제가 처용의 잔혹함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서쪽은 그렇다 치고, 중요한 것은 수도입니다. 아스터 교단이 필사적으로 수습 중인…….”

서쪽을 비추던 영상구를 끈 멜리제가 다른 영상구를 작동시키며 말을 이었다.

-우웅. 지잉.

새롭게 작동시킨 영상구에는 불타오르고 있는 거대한 도시가 비추어졌다.

검은 잿더미가 되어 버린 도시와 그 잿더미 위에 일렁이며 꺼지지 않은 화염.

그리고.

-불을 꺼라!

-대신전 주변만이라도 수습해라! 당장!

화재를 진압하며 고군분투하는 사제들과 성기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뉴 클리어를 정통으로 맞았는데도, 저렇게 많이 살아 있다라…… 바퀴벌레 같은 놈들.”

처용이 살아남은 아스터 교단의 사제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핵미사일이 터져도 살아남는다고 알려진, 지구에서 가장 질긴 생명력을 지닌 벌레.

처용의 눈에는 살아남아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바퀴벌레처럼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제, 제국의 수도가…….

-저렇게 변할 줄이야.

아라한 왕국의 귀족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처용과 영상을 번갈아 보며 읊조렸다.

제국의 수도가 단번에 불바다가 되어 버린 상황.

게다가 더 놀라운 사실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제국의 수도를 불바다로 만든 장본인은 마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하늘 위를 부유하고 있는 거대한 성의 주인, 마신의 동료라고 알려진 존재가 행한 짓이었다.

“신관들뿐 아니라…… 아스터 교단의 성녀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탁.

분위기를 살피던 멜리제가 영상구를 조작하며 말을 이었다.

-지이잉.

새로운 영상이 떠올랐고 그 영상 속에는.

-화아아!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불길을 꺼뜨리는 핏빛 눈동자의 새하얀 여인.

아스터 교단의 성녀, 라사벨의 모습이 보였다.

“용케 저 여자를 보고도 들키지 않게 잘 빠져나왔군?”

처용이 멜리제를 향해 작은 놀람을 드러내며 말하자.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도망쳤습니다.”

멜리제가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냥, 지금 저것들 쓸어 버리면 안 되는 거야?”

연아가 영상 속, 불타오르는 제국의 수도를 보며 처용에게 물었다.

지금 아스터 교단은 단기간에 절대로 수습할 수 없는 엄청난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적들이 정신없는 틈을 타 공격하면 손쉽게 이길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대신전과 주요 신전이 건재해. 저 주변은 신이 강림할 수 있는 ‘성지’고.”

연아의 말에 처용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스터 교단이 엄청난 피해를 입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놈들이 피해를 입었다 해서,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세력은 결코 아니었다.

회귀 전, 아스터 교단이 어느 정도였는지 대충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적은 아스터 교단이 전부가 아니었다.

“마인 놈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모른다, 그전까지는 무리하지 말고 방어에 집중하는 것이 좋아.”

지구에서 도망친 마인들이 이 대륙 어디에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처용이 말이 울리자.

“그…… 마인이라는 세력이 자리 잡은 지역으로 의심되는 곳이 있습니다.”

멜리제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디냐?”

처용이 즉시 묻자.

“천 제국입니다. 그러니까 동방국이죠. 아직은 의심하는 단계이지만…….”

멜리제가 바로 알아낸 정보를 이야기했다.

“서쪽 항구에서 천 제국의 배를 확인했습니다. 아마도 아스터 교단과의 교역선인 것 같습니다.”

“천 제국……?”

처용이 멜리제의 말을 듣고 의문을 읊조리며 생각에 잠겼다.

‘동방국의 이름은 천 제국이 아닌데?’

에스라 대륙의 동방국은 아스터 제국의 반대편에 위치한 나라였다.

거리가 먼 국가이니만큼, 회귀 전 처용에게도 큰 접점이 없는 장소였다.

그저, 시스템이 무너지고 에스라 대륙이 멸망했을 때, 같이 멸망했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다만, 회귀 전 종종 들었던 동방 제국의 이름과 지금 동방 제국의 이름이 달랐다.

게다가 하필이면 바뀐 동방 제국의 이름이 ‘천(天)’이었다.

“……혹시 그 교역선에 무슨 문양 같은 게 그려져 있었나?”

의문이 든 처용이 혹시나? 하는 생각에 멜리제를 향해 묻자.

“예, 이런 문양이었는데…….”

멜리제가 손가락에 마나를 뭉쳐 문양을 그려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서 ‘구름과 번개’를 형상화한 듯한 문양이 그려진 순간.

“저건!?”

“저게 왜 이 세계에……?”

“맞지? 그놈들을 상징하는 문양이지?”

헌터들이 그 문양을 알아본 듯,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처용 역시 그 문양을 알아본 듯, 싸늘한 눈빛을 내비치고는.

“천교……!”

그 문양이 어떤 이들을 상징하는 것인지 말하며 분노를 읊조렸다.

“……아무래도, 마인들의 본거지를 찾은 것 같네?”

연화가 처용을 바라보며 말하자.

“그래…… 찾았네.”

처용이 살기 어린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

“안 그래도, 루나가 뱀파이어들의 상황을 미리 알아보기 위해 서쪽으로 간 참이야, 알려 줘야겠어.”

처음 처용과 함께 에스라 대륙에 발을 디뎠던 뱀파이어들.

그들은 지금 에스라 대륙의 서쪽으로 향해 있었다.

처용이 이곳에서 조사하고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던 상황.

뱀파이어들의 상황을 알아볼 틈이 없었기에, 처용은 루나와 뱀파이어들을 미리 서쪽으로 보냈었다.

뱀파이어 문제 또한 중요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곳의 방위 또한 이제 헌터들이 맡았기에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 이곳을 지켜 주십시오.”

처용이 은빛의 여인,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유르티나를 바라보며 말하자.

“알았다. 저들이 강한 이변을 일으킨다면, 내가 직접 나서겠다.”

유르티나가 처용의 말에 답했고 어린 드래곤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드래곤들이 모두 나설 수 있는 거야?”

연아가 유르티나를 보고는 처용에게 물었다.

드래곤들을 억압하는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존재들을 처용이 모두 없애 버렸다고 들었으니까.

하지만.

“아니, 그건 아직 불가능해.”

처용이 연아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왜? 드래곤들을 억압하던 법칙인가 뭔가 하는 놈들 네가 멸종시켰다며?”

“놈들을 모두 죽여 버리긴 했지만, 드래곤을 제약하는 중립의 법칙이 사라진 건 아니니까.”

연아의 의문에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그 이유를 말해 주었다.

신들이 시스템의 제약을 받는 것처럼, 드래곤들 역시 중립의 법칙에 제약을 받는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그 제약을 함부로 어겼을 경우, 드래곤에게 내려지는 형벌과 같은 존재들일 뿐이었다.

드래곤들을 제약하는 규칙, 중립의 법칙은 그것과는 별개였다.

드래곤들이 성역을 나와 지상에 나서기 위해선 나름대로 조건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지금껏 아스터 교단 놈들이 저지른 짓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든 드래곤이 총출동하기엔 부족하지.”

처용의 설명에 연아가 작게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래서 이분이 대표로 오신 거구나.”

이야기를 듣던 연화가 이해했다는 듯, 유르티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드래곤들은 그들을 제약하는 법칙 때문에 모두가 나설 수 없다.

하지만, 지상에 이변이 일어난 것은 사실이기에 일부 드래곤이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처용은 지상으로 나설 드래곤의 대표로 유르티나를 보내 달라고 바하무트에게 부탁했다.

어중간한 웜급 드래곤 다수보다, 에인션트급 드래곤 하나가 나서는 것이 나았으니까.

게다가, 유르티나의 약점이었던 그녀의 헤츨링, 레사나의 안전까지 확보된 상황.

큰 도움을 받은 유르티나이기에, 그녀 역시 처용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에인션트급 드래곤이 이곳에 있는 이상, 전처럼 에스라 성운의 신이 직접 나타나지는 못할 거다.”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만약, 에스라 성운이 또다시 시스템의 균열을 부수고 대격변을 일으키려 한다?

그 균열을 틈타 신의 화신체들이 또 지상에 강림한다?

그렇다면, 유르티나가 즉시 무력을 발휘하여 놈들을 쓸어 버릴 수 있었다.

적들은 화신체로 강림한 것이 비해, 유르티나는 본신의 무력을 전부 발휘할 수 있으니까.

처용의 말이 끝나자.

“그럼 얘들은?”

연아가 이번엔 어린 드래곤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갓 어덜트에 들어선 드래곤들이니만큼, 법칙의 제약이 조금 완화되지. 미륵님이 도와주시기도 했고.”

처용이 어린 드래곤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굳이 드래곤이 필요하다면 유르티나 하나만 해도 충분했지만.

‘이번 기회에 두고두고 써먹어야지.’

처용은 이 어린 드래곤들과의 인연을 조금 더 이어 볼 생각이었다.

아직 어린 이들이니만큼, 드래곤 특유의 오만함과 자만심이 덜했다.

무엇보다도 악신들과 맞서 싸울 때, 자신의 할 일을 훌륭하게 해내기도 했었다.

여러모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기에, 어린 드래곤들을 써먹기로 한 것이었다.

게다가, 아직 어리다고 해도 드래곤은 드래곤.

적어도 루비아 만큼이나 여러 상황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들이었다.

대략 해야 할 이야기를 마친 처용은.

“내일 나와 같이 지구로 가야겠다.”

이번엔 아냐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말에.

“세계 헌터 회의…… 라는 것 때문이로군요.”

아나샤가 처용이 했었던 말 중 하나를 기억해 내며 답했다.

지구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각 나라의 대표들과 신들이 모인다고 들었었으니까.

“그래, 지구의 길드들이 이곳에 당도하기 전에, 그들을 미리 봐 두는 게 좋겠지.”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이어지는 처용의 말에 아나샤가 기대감 어린 목소리로 답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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