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1화
“적극적으로 용기사를 팔아넘기는 데 협조한 놈들이 있을 텐데?”
처용이 드래곤들을 쭉 둘러보며 말하자.
[…….]
[크음.]
몇몇 드래곤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아니면, 당신이 아스터한테 동족을 팔았습니까?”
주변의 분위기를 살핀 처용이 이번엔 바하무트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 말에…… 부정할 수 없구나.]
바하무트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이 아닌, 잔잔한 목소리로 답했다.
자신의 탓임을 순순히 인정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감정을 감춘 진지한 목소리 속에는 슬픔이 일렁이고 있었다.
신수의 격을 가진 처용이기에 바하무트에게서 전해지는 감정의 일부분이 느껴졌다.
처용은 그런 바하무트를 복잡한 눈빛으로 잠시 바라보고는.
“……중립의 법칙에 어긋난 존재가 드래곤에게서 태어났다.”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아스터는 이를 빌미로 삼아 드래곤 슬레이어들과 손을 잡고 드래곤들을 협박했다.”
처용이 하는 말은, 용기사와 관련된 전체적인 이야기였다.
중립의 법칙을 지켜야 하는 드래곤.
그러나 그 중립의 법칙에 어긋난 존재가 둘이나 태어난다.
바로 하프 드래곤인 용기사와 그의 자녀, 쿼터 드래곤인 루비아.
아스터는 드래곤 슬레이어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드래곤들이 중립의 법칙을 어긴 것인지 확인했다.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수장, 지젤은 법칙의 힘으로 이를 확인했다.
드래곤에게서 태어난 하프와 쿼터가 중립의 법칙을 어긴 것인가?
확인 결과.
-위대한 법칙의 힘은, 드래곤들이 법칙을 어긴 것으로 판단했다.
중립의 법칙을 어긴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로 인해 용기사와 그의 가족들이 비극을 맞이했다.
반면에.
“아스터 그 개 같은 새끼는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이 상황을 초래한 악신, 아스터는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드래곤들이 지상에 이변이 발생해도 함부로 개입할 수 없게 제약을 걸었다.
동시에, ‘죄인’으로 판명된 이들의 신병을 ‘신의 심판’이라는 명목으로 양도받았다.
그나마.
-뭐든지 받아들이겠소. 대신, 이 아이 만큼은-!
루비아만큼은 신들의 마수에서 겨우 빼낼 수 있었다.
용기사와 그의 부친, 바하무트의 이름을 받은 골드 드래곤이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대가로…….
“제가 새운 가설 중 틀린 부분이 있다면 말해 주십시오.”
머릿속으로 정리한 가설을 이야기한 처용이 바하무트를 바라보며 말을 마치자.
[…….]
바하무트가 눈을 감으며 침묵해 보였다.
방금 처용이 말한 가설이 맞다는 것을 침묵으로 인정한 것이었다.
그러자.
“법칙을 만들 거면 좀 똑바로 쳐 만들던가!”
처용이 험악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누군가를 향해 비난하듯, 욕을 내뱉었다.
욕설을 담은 비난의 대상은 다름 아닌.
“태초신 이 개새끼가!”
드래곤들에게 중립의 법칙을 들이밀며 희생을 강요한 존재, 태초신이었다.
처용의 말이 울리자.
[인간……!]
[우주를 창조하신 분께!]
아니나 다를까 드래곤들이 난리가 났다.
지금껏 큰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바하무트조차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미륵을 응시했다.
신을 따르는 인간이 가장 드높은 최고신을 모욕했으니까.
그러나.
[…….]
미륵은 익숙하다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며 바하무트의 눈짓에 작은 미소로 답했다.
바하무트의 눈이 가늘어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을 때.
[신격에 닿았다 하여 오만방자한 것이냐!]
[우주를 창조하신 분을 모욕하다니!]
드래곤들이 처용을 향해 적대감 가득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내 말이 틀린가!?”
처용은 태초신을 변호하는 듯한 드래곤들의 태도에 더욱 목소리를 높이며 소리쳤다.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죄를 묻는 법칙? 집어치워!”
태초신이 만들어낸 법칙을 거침없이 비판하는 처용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
작금의 상황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보던 루비아가 표정을 굳혔다.
-법칙을 거스르고 태어나다니!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들.
태어나면서부터 죄인이었던 자신에게…… 가장 많은 상처가 되었던 말들이었다.
본인이 원해서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그저 법칙을 거스르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비극을 맞이했다.
이 모든 잘못은, 법칙을 거스르고 태어난 자신에게 있었다.
전 세계가, 우주가, 신과 드래곤, 인간 모두가 잘못 태어난 루비아를 비난했다.
그러나, 신격에 오른 단 한 명의 인간.
절대적인 우주의 법칙에 정면으로 맞서는 단 한 명의 인간이.
“이 모든 건 태초신의 잘못이다!”
우주를 창조한 태초신을 거침없이 비판하며, 법칙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했다.
아니, 지적한 것을 넘어서 직접 그 잘못된 법칙을 부숴 버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드래곤에겐 제약을 걸면서! 패륜을 저지르는 저 버러지 새끼들에게는 왜 제약을 걸지 않았던 거냐!”
태초신의 자식들, 처용이 신들을 향해 욕을 내뱉으며 법칙의 잘못됨을 지적하자.
[…….]
[…….]
처음에 분노를 드러냈던 드래곤들 중 일부가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며 침묵했다.
태초신은 드래곤에게 중립의 법칙을 강요하며 이 세계를 위한 희생과 봉사를 명령했다.
반면에…… 이 세계를 위해 봉사해야 할 관리자의 사명을 받은 신들.
그들에게는 아무런 제약을 두지 않았다.
오직 신들만을 위한 태초신의 편애이자 차별이었다.
“네놈들은 억울하지도 않은 거냐!? 태초신한테 분노조차 없는 거냐!?”
우주의 불합리함에 대한 분노가 가득 담긴 처용의 외침에, 모두가 복잡미묘한 분위기를 드러내며 침묵했다.
한바탕 태초신에 대한 분노를 쏟아낸 처용은.
“태초신은 드래곤들을 도구로 여겼을 뿐, 애정 따위는 없었어.”
진정한 듯 잔잔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방금과는 다른, 진지하고 작은 목소리였지만.
“아니, 신을 제외한 이들 모두에게 애정이 없었다. 인간도…… 마찬가지고.”
이 자리에 있는 모두에게는 그 마지막 말이 더 와닿았다.
[……계승자.]
처용의 분노 어린 외침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던 바하무트가 처용을 보며 말했다.
[그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바하무트의 질문에.
“에스라 성운의 완전한 파멸, 아스터의 완전한 소멸.”
처용은 망설임 없이 바하무트의 질문에 대답했다.
“더 나아가서 차원의 붕괴를 일으키는 놈들을 멸절시키는 것.”
[……난 계승자에게 해야 할 일에 대해 물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바하무트는 자신의 질문에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고는.
[네가 ‘원하는 것’을 물었다.]
다시금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음…….”
바하무트의 질문을 잠시 생각한 처용은.
“복수.”
많은 의미가 함축된 대답을 했다.
신들을 소멸시키겠다는 방금 전의 말과 크게 다른 의미가 없는 듯 보였지만.
[……그런가, 알았다.]
바하무트는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 말했다.
“……잠깐 주제를 벗어났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죠.”
바하무트의 말을 들은 처용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바라보며 본론을 이야기했다.
에스라 성운과 협력하는 드래곤이 있다는 것.
아니, 진짜 문제는 그들이 단순히 신들과 협력한 정도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드래곤의 레어는 철저하게 그 위치가 감춰져 있습니다. 신들조차 찾을 수 없을 만큼.”
드래곤들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개인적인 공간.
그들의 레어에는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면, 신이라 해도 함부로 침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드래곤이 레어 안에서 살해되었습니다.”
레어에 몸을 숨긴 드래곤이 신들의 손에 살해된 일이 발생했다.
본래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같은 동족인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는 한……! 말이죠.”
살해된 드래곤의 레어 위치를 알고 있는 드래곤이 알려준다면 가능했다.
[동족 중 누군가가…… 같은 동족을?]
바하무트가 처용이 하고자 하는 말을 이해한 듯 읊조리자.
“드래곤 중 누군가가 아스터와 손을 잡고 같은 동족을 팔아넘겼다.”
처용이 직설적으로 이야기했다.
[누가 그런 짓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른 드래곤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목소리를 높였다.
용기사와 그의 부친의 경우는 ‘중립의 법칙’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그런 특수한 경우 없이 드래곤이 같은 드래곤을 신들에게 살해당하도록 만든다?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아무리 믿기 힘든 사실이라 해도 진실이다.”
처용은 드래곤들을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회귀 전, 연옥에서 친분을 쌓았던 영혼 중 하나.
생전의 자신을 뛰어난 조사관이라고 소개했었던 영혼이 주로 입에 담았던 말이었다.
“잔혹한 비극은 벌어졌고 이 비극을 만들어낼 방법은 하나밖에 없죠.”
처용이 읊조리며 드래곤의 분위기를 은밀하게 살펴보았다.
대부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개하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아니, 그럴 리는 없다!]
[감히…… 동족을!]
다른 이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아주 미세한 불안감을 내비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 처용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비크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주변의 기세에 짓눌려 있는 어린 드래곤, 비크라를 불렀다.
“에스라 성운과 주로 협상 자리에 나선 드래곤이 누구냐.”
[그…….]
갑작스러운 처용의 질문에 비크라가 짐짓 놀라며 침음을 흘렸다.
[드, 드래곤의 일을 발설하면, 중립의 법칙이…….]
드래곤들은 같은 동족이 아닌 타인에게 함부로 드래곤에 관한 일을 발설할 수 없었다.
이는 중립의 법칙을 지켜야 하는 드래곤들의 규칙이었다.
그러나.
“드래곤에게 중립을 강요하던 새끼들의 모가지는 내가 다 따 버렸다.”
-툭. 툭.
처용이 어깨에 걸친 대검을 살짝 들어 어깨를 두 번 두드려 보이고는.
“뒷감당은 걱정하지 말고 이야기해라. 책임은 내가 진다.”
진지한 목소리로 주변을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
뒷감당은 걱정하지 말라는 처용의 말.
만약, 비크라에게 압박을 가하려는 이가 있다면, 이 자리에서 응징을 가할 것이라는 의미였다.
[데, 데이베른 장로님이다.]
고민을 잇던 비크라가 처용의 질문에 대답하자.
[감히……!]
비크라의 증언에서 흘러나온 이, 그린 드래곤의 장로 데이베른이 표정을 확 일그러뜨렸다.
“에인션트급 드래곤, 그린 드래곤을 이끄는 장로, 웜급 그린 드래곤 레어의 위치를 아는 자.”
처용이 데이베른을 노려보며 말했다.
피해자인 루사낙스는 웜급 그린 드래곤이었다.
그런 그녀의 레어 위치를 알고 이 사실을 밀고할 만한 존재는 그녀보다도 높은 에인션트급 드래곤.
비크라가 지목한 에인션트급 드래곤은 그린 드래곤들을 이끄는 장로인 데이베른.
게다가 공교롭게도 데이베른은 에스라 성운과 자주 협상 자리에 나서는 드래곤이었다.
앞서 처용이 말한 ‘범인의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이였다.
“크크, 두들겨 팬 건방진 새끼가 알고 보니 배신자였네?”
처용이 데이베른을 노려보며 살기 어린 미소를 흘리자.
[감히 나를 모함하다니!]
데이베른이 인상을 확 일그러뜨리며 거칠게 소리쳤다.
[내가 동족을 배신할 리가 없다! 내가 아닌 저 인간의 말을 믿는 것인가!?]
주변의 드래곤들을 향해 호소하는 데이베른의 말에.
[장로께서 그럴 리가 없다!]
[우리들을 분열시키려는 수작이다!]
몇몇 드래곤이 데이베른의 말을 믿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정황과 가능성일 뿐, 데이베른이 배신자라 확정 지을 순 없다. 계승자.]
바하무트 역시 데이베른을 변호하는 듯한 목소리를 내자, 데이베른이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배신자인지 아닌지를 ‘확실’하게 판명할 방법이 있다면요?”
처용이 짙은 미소를 지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무엇인가?]
바하무트의 물음과 동시에 모두의 시선이 처용에게 집중되었을 때.
“신법재판소.”
처용의 입에서 배신자를 판명 지을 확실한 방법이 흘러나왔다.
“용의자 데이베른을 신법 재판에 회부할 것을 요청합니다.”
[우주의 법칙을 논하는 권능…… 그렇군.]
바하무트가 신법재판소에 대해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눈을 감으며 잠시 생각하듯 침묵해 보이고는.
[……하루.]
감았던 눈을 뜨고 미륵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하루 뒤에 답을 주겠다. 계승자.]
“좋습니다.”
처용이 바하무트의 말에 흔쾌히 대답했다.
바하무트는 미륵을 통해 작금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처용은 그런 그의 생각을 곧장 눈치챌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용의자로 지목된 데이베른을 곧장 잡아 신법 재판을 받게 만들고 싶었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
처용은 더 섣부른 행동은 삼가고.
‘부탁드립니다. 미륵님.’
미륵을 눈짓하며 속으로 읊조렸다.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
이 이후에는 미륵에게 맡기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그런 처용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미륵의 전음이 들려왔다.
[하루 뒤에 다시 부르겠다.]
바하무트가 다른 드래곤들을 둘러보며 명령하듯 말하자, 모든 드래곤들이 고개를 숙였다.
“으음, 돌아가야 하나.”
-우웅.
슬슬 마무리되는 분위기 속에, 처용이 대검을 아공간에 집어넣으며 읊조렸다.
그리고.
“너희들도 그냥 나랑 같이 돌아가는 게 어떠냐?”
그간 함께 있던 세 명의 어린 드래곤들을 향해 말했다.
처용은 나름 이들을 배려하는 마음에 물어본 것이었다.
철없는 어린 드래곤들이 지상의 일에 나서는 바람에 작금의 사태가 벌어졌다.
주변의 드래곤들이 보내는 불편한 시선 속에는 이 어린 드래곤들을 탓하는 분위기도 일렁였다.
때문에, 이런 불편한 분위기 속에 두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들을 데리고 돌아가는 것이 나아 보였다.
추가로, 용기를 내어 증언한 비크라의 대견함을 칭찬하는 마음도 일부 있었다.
“하루 동안 치킨이나 뜯으면서 얌전히 기다리자고.”
처용이 작은 미소를 보이며 제안하자.
[…….]
[…….]
[…….]
세 명의 어린 드래곤이 서로를 눈짓하며 침묵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서로 소리 없이 의논하는 듯한 모습.
그때.
[이들은 제가 데리고 있겠습니다.]
-후욱.
드래곤 중 하나가 바하무트 앞에 나서고는 처용과 루비아, 어린 드래곤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드래곤들 사이에서 유독 돋보이는 은빛의 비늘을 가진 드래곤.
이 자리에 있는 드래곤 중, 유일한 실버 드래곤이었다.
[알았다. 내일 계승자와 함께 부르겠다.]
바하무트의 허락이 떨어지자.
-후욱!
실버 드래곤이 제단의 중앙, 처용과 루비아, 어린 드래곤들 앞에 내려섰다.
[오랜만이구나, 루비아.]
맑고 잔잔한 목소리가 실버 드래곤에게서 흘러나오자.
“오랜만이에요. 유르티나 님.”
루비아가 눈앞의 실버 드래곤, 유르티나를 향해 작은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
다른 드래곤들을 향해 보였던 두려움과 적대적인 모습이 아닌, 친근함이 일렁이는 목소리였다.
[나와 함께 가겠느냐?]
은빛의 실버 드래곤, 유르티나가 이번엔 처용을 바라보며 의사를 물었다.
처용은 자신을 바라보는 은빛의 드래곤이 보내는 눈빛을 잠시 마주하고는.
“……그러죠.”
마음속에서 솟구치는 복잡한 감정을 억누르며 답했다.
처용의 대답이 울리자.
-화아아!
유르티나에게서 흘러나온 은빛의 드래곤 포스가 처용과 루비아, 어린 드래곤들을 감쌌다.
-피이!
은빛에 휩싸인 이들이 바하무트의 성역에서 사라진 순간.
[……!]
데이베른이 그 모습을 보고 이를 갈며 인상을 거칠게 구겼다.
동시에 주변에 있는 몇몇 드래곤들을 눈짓했다.
그러자, 그 눈빛을 받은 드래곤들이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 홀로 계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