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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80화 (480/726)

#480화

처용이 태룡전의 열쇠로 게이트를 열자.

[어떻게 로드의 성역에서!?]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주변의 드래곤들이 경악을 드러냈다.

지금 있는 곳은 드래곤들의 성역 가장 깊은 장소.

드래곤 로드가 직접 만들어낸 그만의 성역이었다.

그가 모든 드래곤을 불러 모을 때가 아니면, 에인션트급 장로 드래곤들조차도 발을 들일 수 없었다.

드래곤들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지금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드래곤 로드를 제외한 그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장소.

당연히 외부인이 게이트를 만들어 들어오는 것 또한 절대로 불가능했다.

그러나.

-우우웅.

눈앞의 인간이 황금빛 열쇠로 게이트를 열어보았고.

-저벅.

그곳에서 신으로 보이는 이가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전례가 없는 상황에 드래곤들이 소리 없는 적의를 드러냈다.

드래곤 로드가 허락하지 않은 외부인이 들어오려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때.

[모두 멈춰라.]

드래곤 로드가 적대감을 피워올리는 드래곤들을 만류하듯 말했다.

그리고.

-우웅.

처용이 만들어낸 게이트 속에서 검은 용포를 두른 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을 본 드래곤 로드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이구나. 바하무트.]

게이트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신격, 미륵이 드래곤 로드를 바라보며 말하자.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에스라의 첫 번째 가신이시여.]

드래곤 로드가 놀람을 가라앉힌 듯, 평정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평정심과 무게감이 서린 목소리 속에는 미륵을 향한 존중이 서려 있었다.

누군가를 향해 존중을 드러내는 드래곤 로드의 모습에.

[로, 로드시여?]

[도대체……?]

이 자리에 있는 드래곤들이 모두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드래곤 로드는 에스라 대륙의 주신, 아스터 앞에서도, 그 어떤 신격 앞에서도 함부로 말을 높이지 않는다.

그가 말을 높여 부르는 존재는 단 하나뿐, 태초신 뿐이었다.

그리고.

[첫 번째 가신…… 설마?]

[아니, 그분의 가신들은 모두 안식에 드셨다!]

몇몇 에인션트급 드래곤들이 경악을 드러내며 말했다.

그들은 드래곤 로드에게 우주의 비밀과 태초신에 대해 종종 이야기를 들었었다.

태초신을 도와 우주 창조에 기여한 최초의 신격들.

그 중, 이름이 없다고 알려진 첫 번째 신격, 관리자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다름 아닌, 드래곤의 탄생과 깊은 연관이 있는 신격.

[다른 관리자들처럼, 안식에 드신 줄 알았습니다.]

드래곤 로드, 바하무트가 미륵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치,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를 다시 마주한 듯한 분위기.

[내가 소멸하기를 바랐었느냐?]

미륵이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묻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바하무트가 희미한 미소를 섞어 답하듯 말했다.

[너를 다시 보게 되어 반갑지만, 우선 이 불쌍한 녀석부터 네게 돌려보내는 것이 먼저겠구나.]

-우웅. 쿵!

미소를 짓던 미륵이 진지한 분위기를 내며 말함과 동시에, 관철의 조정자를 꺼내 들었다.

-따랑. 띠링.

석장에 달린 고리들이 맑은 소리를 내며 울리자.

-스르르륵.

잿빛의 신력이 퍼져 나가며 거대한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영혼이 형상화된 듯, 반쯤 투명하게 비치는 녹색 비늘의 드래곤.

[루사낙스?]

바하무트가 미륵이 불러낸 드래곤의 사념체, 루사낙스를 알아보며 읊조렸다.

[이제, 돌아가거라.]

[정말 감사합니다. 어르신.]

-후우욱.

루사낙스의 사념체가 미륵에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전했고 드래곤 로드에게로 날아갔다.

-화아! 스르륵.

드래곤 로드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황금빛이 루사낙스의 사념체를 자연스럽게 빨아들였다.

[그렇군…… 그러한 일이…….]

루사낙스의 사념체를 받아들인 드래곤 로드가 눈을 감으며 읊조렸다.

마치, 루사낙스의 기억을 살펴보는 듯한 모습.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강 알겠습니다.]

안타까움이 담긴 바하무트의 목소리가 울리자.

[받거라.]

-우웅. 스르륵.

미륵이 잿빛의 신력 속에서 거대한 형태를 불러내며 말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방금 바하무트에게 흡수된 루사낙스의 백골 시체였다.

[……누, 누가 이런 짓을!?]

[감히!]

이제야 사태를 사악한 다른 드래곤들이 분노를 드러냈다.

[동족을 제게 인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우웅.

바하무트가 미륵이 건넨 루사낙스의 백골을 황금빛으로 감싸며 미륵에게 감사를 전했다.

-우웅. 화아아!

루사낙스의 백골 시체가 바하무트의 드래곤 포스 속으로 점점 녹아드는 듯, 사라졌고.

[결국, 에스라 성운, 빛과 지혜의 신은 자신의 의무를 완전히 저버린 것인가?]

바하무트가 참담한 감정이 실린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구나. 바하무트.]

[…….]

그런 바하무트의 분위기를 본 미륵의 말에 바하무트가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알고…… 알고 있었어요?”

지금껏 침묵하고 있었던 사람.

루비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바하무트를 향해 물었다.

“에스라의 신들이…… 그놈들이 그런 새끼들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용기사를! 할아버지를!”

두려움을 딛고 입을 열자, 그간 쌓였던 설움과 분노가 터진 댐처럼 쏟아져 나왔다.

“우리 가족들을 신들한테 팔아넘긴 거였어!?”

격한 감정이 담긴 루비아의 목소리가 바하무트에게 향하자.

[이 어리석은 것이 감히!]

[법칙을 거스르고 태어난 것이 어디서-!]

몇몇 드래곤들이 루비아를 향해 윽박을 지르듯 불편함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그 개 같은 법칙! 법칙! 시끄러워!”

-콰득! 차카캉!

루비아가 머리에 씌워진 봉인 써클렛을 손으로 잡아 뜯고는 바닥에 내던지며 소리쳤다.

“난 당신들을 믿었어! 참회와 회개의 시간을 견디면 가족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믿었다고!”

-스르륵.

봉인 써클렛이 벗겨진 여파로 외뿔과 비늘 등, 루비아에게서 쿼터 드래곤의 흔적이 드러났다.

동시에.

-스스스!

무지갯빛이 옅게 일렁이는 금색의 드래곤 포스가 흘러나왔다.

“왜! 왜! 당신들을 위해 헌신한 용기사와 할아버지를 왜 죽게 만든 거야!”

그녀가 말하는 용기사는 부친인 루스우스 바하무트.

그리고 할아버지는 용기사의 부친이자 루비아의 조부.

비크라와 같은 로드의 직계 골드 드래곤, 바하무트의 이름을 받은 드래곤이었다.

[…….]

루비아의 호소에 바하무트의 눈빛이 조금 가늘어졌다.

그때.

[이 시건방진 것! 내가 일족의 오점을 직접 지우겠다!]

-쿠구구!

녹색의 비늘을 가진 거대한 덩치의 드래곤.

에인션트 급으로 보이는 고룡이 위협적인 드래곤 포스를 내뿜으며 소리쳤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에인션트 급 드래곤이 루비아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선 순간.

[어허.]

“…….”

-탁.

-샥.

미륵과 처용이 루비아의 앞에 나타나 그녀를 보호하듯 앞에 섰다.

[이 아해에게 손대는 것은 허락할 수 없다.]

미륵이 잿빛 신력을 내뿜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루비아를 위협하던 고룡이 저도 모르게 물러섰다.

하지만, 루비아를 향한 적대적인 기색은 여전했고.

[로드! 언제부터 드래곤이 태초신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고개를 숙였는가!]

작금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바하무트를 향해 따지기 시작했다.

[태초신을 따른 가신? 나 데오베른은 네놈을 인정할 수 없다!]

에인션트급 그린 드래곤이자 장로 드래곤 중 하나.

데오베른이 미륵을 향해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그의 의견에 동조하듯 몇몇 드래곤 역시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때.

“지금…… 감히 누구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냐 이 개새끼야.”

-쿠구구!

처용이 앞으로 한 발 나서며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 번 더 미륵님 앞에서 그따위로 지껄이면-.”

[당장 꺼져라! 외세의 신격!]

데오베른이 처용의 경고를 무시한 채 미륵을 향해 적대 어린 말을 이은 순간.

“……천마강림.”

-샥! 화아아!

천마의 의지를 불러낸 처용이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곧 데오베른의 앞에 나타났다.

[무-.]

순식간에 확 전해지는 강렬한 적대감과 살의에 데오베른이 의문을 다 내뱉기도 전에.

“난, 경고를 두 번 하지 않아.”

-우우웅! 쿠구구!

처용이 아공간에서 대검을 꺼내 들며 짙은 강기를 휘감고는.

‘천마신공 – 용왕참마도(龍王斬魔刀)!’

-후우욱! 콰쾅!

데오베른의 가슴을 거세게 내리쳤다.

[카악-!?]

순식간에 공격을 당한 데오베른이 경악 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밀려났고.

-콰지직! 후두두-!

육중한 대검의 공격을 받은 드래곤의 비늘이 갈라지고 부수어졌다.

그 광경에.

[어떻게!?]

[도대체 무슨?]

모든 드래곤들이 경악을 드러냈다.

데오베른은 드래곤들의 장로 중 하나 5천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에인션트급 드래곤이었다.

신으로 비교하자면 대신급에 버금가는 힘을 지닌 존재.

그런 그의 단단한 비늘과 육체는 절대로 인간에게 부서질 리가 없었다.

그러나.

[크허억! 으억?]

-후두둑! 주륵. 뚝.

데오베른이 길고 날카로운 자상이 새겨진 가슴을 붙잡으며 경악 어린 고통을 내뱉었다.

에인션트급 드래곤의 비늘이 부수어지고 깊은 칼자국이 새겨진 상황.

[이! 이 인간 따위가 감히-!]

분노한 데오베른이 처용을 향해 분노를 내지르며 드래곤 포스를 끌어 올렸다.

그때.

-샥! 쐐에에-!

또다시 거리를 좁힌 처용이 데오베른을 향해 대검을 내질렀다.

-쾅! 촤아아!

데오베른의 가슴에 또 한 번 깊은 자상이 새겨지며 비늘이 부수어졌고.

-우워워!

데오베른이 뒤로 밀려나자 천마의 의지가 데오베른의 머리 쪽으로 뛰어올라 대검을 내리쳤다.

-쾅!

육중한 무기로 단단한 물체를 가격한 듯, 무거운 소리가 울렸다.

[크학!]

-쿵!

머리를 가격당한 데오베른의 머리가 땅에 떨어지자.

-샥!

처용이 땅에 떨어진 데오베른의 머리 앞에 대검을 치켜든 채 나타났다.

당장이라도 내려칠 듯, 대검에 강렬한 강기가 휘감길 때.

-후욱! 위이이잉!

처용과 데오베른의 주변으로 몇몇의 드래곤들이 나타나며 드래곤 포스를 내뿜었다.

그 순간.

-우웅! 쿠구구구!

처용의 강기에 무형의 기운이 솟구치며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파아아! 화아!

위협적으로 짓눌러 오던 드래곤들의 기운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 이 힘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처용에게서 퍼지는 무형의 기운에 화들짝 놀란 드래곤들이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그건! 그 검은!?]

[법칙의 신물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드래곤들이 처용의 손에 들린 대검을 알아보며 재차 경악을 토해냈다.

처용의 손에 들린, 생물의 뼈를 깎아 만든 듯한 대검.

그것은 다름 아닌,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수장, 지젤이 다루던 법칙의 신물이었다.

[어, 어떻게 네놈이…… 법칙의 힘을……!]

몸을 일으킨 데오베른이 경악과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를 읊조렸다.

지금 처용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강기 속에는.

-우웅! 쿠구구!

드래곤들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힘이자 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힘.

드래곤 슬레이어들만이 다룰 수 있는 법칙의 힘이 뒤섞여 있었다.

에인션트급 드래곤이 단 일격에 깊은 상처를 입고 고통을 내지른 이유가 바로 법칙의 힘 때문이었다.

-우웅! 쿠구구!

처용이 다시 공격을 준비하려는 듯, 강기를 더욱 끌어올릴 때.

[그만하면 되었다.]

미륵이 처용을 향해 싸움을 멈출 것을 지시했다.

“알겠습니다.”

-파아아……!

그 말에 처용이 곧장 대답하고는 강기를 거두고 천마강림을 해제했다.

[모두 멈춰라.]

바하무트 역시 처용을 향해 적대감을 드러내는 드래곤들을 향해 명령하듯 말했다.

[로드……!]

데오베른이 바하무트를 향해 항의하려는 듯 말했지만.

[그만하라고 하였다.]

재차 이어지는 바하무트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에, 처용을 적대하던 드래곤들이 모두 물러났다.

처용과 드래곤들의 싸움이 잠시 일단락되었을 때.

[그 신물, 게다가 법칙의 힘까지.]

바하무트가 처용의 손에 들린 대검과 겉으로 흘러나오는 무형의 기운을 관찰하며 말을 이었다.

[법칙을 관장하는 자들을 어떻게 한 것이냐?]

의문이 담긴 바하무트의 질문에.

“거의 멸종시켰습니다만?”

-후웅. 탁!

처용이 오른손으로 쥔 대검을 어깨에 걸치고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

[거의 멸종시켰다?]

“네, 남아 있어 봐야…… 한 다섯 마리 정도 남아있으려나?”

재차 의문을 표하는 바하무트의 말에 처용이 어깨에 걸친 대검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렇게 된 것인가?]

생각에 잠겼던 듯, 잠시 침묵한 바하무트가 입을 열었다.

[관리자께서도 계승자의 선택에 동의하셨군요.]

[그래.]

작금의 상황을 대충 알겠다는 듯한 바하무트의 말에 미륵이 답했다.

그리고.

“아까 어떤 놈이 시비를 거는 바람에 못다 한 이야기부터 이어서 하죠.”

처용이 드래곤 로드를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고는.

“용기사를 팔아넘긴 놈…… 아스터와 손을 잡고 동족을 팔아넘긴 새끼부터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몇몇 드래곤들 아니 배신자들을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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