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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76화 (476/726)

#476화

정교하고 반듯하게 가공된 벽돌을 쌓아 올려 만든 듯한 직사각형의 공동.

바닥에는 짐승의 털가죽을 이어 붙여 만든 듯한 융단이 깔려 있었고.

-화아. 화아아.

벽에는 하얀빛을 발광하는 광석, 야광석이 부착되어 주변을 밝히고 있었다.

거대한 벽돌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벽면에는 드래곤과 인간이 싸우는 듯한 벽화가 새겨져 있었다.

마치, 거대한 벽돌을 쌓아 만든 피라미드의 내부와 같은 모습.

그리고 공동의 끝, 다섯 계단 정도 올려진 제단 위에는 뼈로 만들어진 왕좌가 세워져 있었다.

그 의자 위에는 드래곤의 두개골로 보이는 듯한 장식이 보였다.

이곳은 법칙의 사원이라 불리는, 드래곤 슬레이어들만의 낙원이자 성지.

벽돌로 둘러싸인 이 공동은 법칙의 사원 내부였다.

드래곤 슬레이어들을 이끄는 수장과 그를 따르는 장로들을 포함한 소수만이 드나들 수 있는 장소.

그런 법칙의 사원 내부에 있는, 드래곤을 사냥한 위대한 왕이 앉을 법한 뼈의 왕좌.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그 왕좌 위에 앉은, 왼쪽 눈에 발톱으로 그어진 듯한 흉터가 돋보이는 남자가 입을 열었다.

짐승의 털가죽을 벗겨 만든 짙은 적색의 망토와 큰 비늘을 쪼개 만든 듯한 갑옷을 입은 남자.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무게감 있는 목소리가 울리자.

“예, 바셀 장로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지젤 님.”

그의 앞에 있던, 단정한 천옷을 입은 남자가 뼈 왕좌에 앉은 남자를 보며 말했다.

눈에 새겨진 긴 발톱 자국의 흉터가 돋보이는 남자.

그는 드래곤 슬레이어들을 이끄는 수장이자 그들의 왕 지젤이었다.

“거의 10년 만에 중립의 법칙을 어긴 드래곤이 나타나서 그런가? 진상을 파악하는 중일지도…….”

지젤이 곰곰이 생각하듯,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드래곤 슬레이어 일족.

대대로 드래곤들을 감시하는 신성한 사명을 받은 이들.

그런 그들을 이끄는 수장은, 중립의 법칙에 상시 가호를 받는다.

그 가호를 통해 내려받은 능력 중 하나가 바로 드래곤을 감시하는 감각이었다.

드래곤이 그들의 성역을 빠져나와 지상에 나온 경우, 지젤은 바로 알 수 있었다.

물론, 지상에 이변이 발생해 드래곤이 이를 해결하러 나선 경우에는 지젤도 신경 쓰지 않는다.

지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를 해결하는 것은 드래곤의 의무였으니까.

하지만, 드래곤이 주어진 사명을 거부하고 중립의 법칙을 어기는 일이 일어난다?

그러면, 지젤은 그 사실을 곧장 알아챌 수 있었다.

만약, 드래곤이 자신에게 주어진 신성한 의무를 저버리고 마룡으로 변한다면?

지젤은 사원에 체류하는 드래곤 슬레이어들 중, 마룡을 죽일 집행자들을 선별해 외부로 내보낸다.

집행자가 된 이들은 지젤에게서 위대한 법칙의 힘을 내려받아 드래곤을 죽일 수 있었다.

물론, 이 역시 드래곤이 중립의 법칙을 어겨야만, 집행자들이 법칙의 힘을 다룰 수 있었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전.

-드래곤이 지상으로 나왔다.

지젤은 드래곤이 지상에 나온 것을 감지했었다.

그 드래곤이 지상의 이변을 감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드래곤들은 지상에 함부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10년 전, 그들이 저지른 잘못 때문에, 함부로 지상에 나올 수 없게 되었으니까.

지젤은 그 당시 드래곤 로드와 이 세계의 주신, 아스터와 함께 그 협상 자리에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드래곤들 중 일부가 성역을 나와 지상에 나타난 상황.

-가서 확인해 봐라.

지젤은 곧장 법칙의 집행자들을 선별하여 드래곤이 나타난 지역으로 보냈다.

지상에 문제가 발생하여 드래곤이 이를 해결하고 바로 사라진다면, 집행자들도 곧장 철수한다.

하지만, 드래곤이 또다시 중립의 법칙을 어기려 한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집행자들에게 법칙의 가호가 생기고 그 드래곤을 곧장 척살할 것이다.

지젤이 여러 상황을 생각하며 기다리던 도중.

-……감히, 중립의 법칙을 어기다니.

드래곤이 중립의 법칙을 어긴 것을 감지했다.

그는 곧장 현장에 나가 있는 집행자들에게 법칙의 힘을 내려 주었다.

현장에 나가 있는 이들은, 한 명의 장로와 다섯 명의 드래곤 슬레이어.

그들 전부가 법칙의 힘을 받은 이상,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집행자들이 법칙의 힘을 내려받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상황.

지금까지 현장에 나간 집행자들에게 소식이 없었다.

“흠, 늦어도 너무 늦는군. 차라리 진상을 파악할 목적이었으면 드래곤을 이곳으로 끌고 왔을 텐데.”

지젤이 의문을 담아 읊조리며 말하자.

“저도 좀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게다가 바셀 장로는 그 누구보다도 법칙을 고수하시는 분입니다.”

그의 앞에 있는 남자,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장로 중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법을 어기면 문답무용으로 처리하시는 분이지, 마룡에게 자비를 보일 분이 아닙니다.”

“흐음, 아무래도 내가 직접 확인을 해 봐야-.”

장로의 말을 들은 지젤이 침음을 흘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 순간.

-쿵! 끼이이-!

지젤이 있는 곳, 왕좌가 자리한 곳의 반대편 벽이 좌우로 열리더니, 누군가의 실루엣이 드러났다.

빛을 등지며 나타난 누군가.

“돌아온 것인가? 바셀 장로.”

지젤이 성지 안으로 발을 들인 이를 보며 말했다.

지금 이 장소는 같은 드래곤 슬레이어 일족이라 해도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는 장소.

지젤에게 허락을 받거나, 장로 이상의 직책을 가진 자가 아니면, 이곳에 들어올 수 없었다.

그랬기에, 막 문을 열고 들어온 이를 보며, 몇 시간 전에 집행을 나선 장로라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점점 후광이 사라지고 다가오는 이의 모습이 보이자.

“으음?”

지젤이 의문을 드러내며 고개를 기울였다.

성지 안으로 들어온 이는 장로가 아닌 다른 누군가.

그는 지젤이 알고 있는 드래곤 슬레이어 일족이 아니었다.

심지어.

“이야, 진짜 외진 곳이구만? 이런 곳에 처박혀 있으니, 찾을 수가 없었지.”

마치, 자신은 이곳에 살던 이가 아니라는 듯, 신기해하는 목소리까지.

이곳에 발을 들인 젊은 남자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아닌 외부인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문제였다.

이 주변 일대는 드래곤 슬레이어가 아닌 이는 절대로 발을 들일 수 없는 신성한 성지.

심지어 이 장소는 드래곤 슬레이어들 중 극소수만이 발을 들일 수 있는 법칙의 사원이었다.

눈앞에 나타난 젊은이가 드래곤 슬레이어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이곳에 들왔는가?

법칙의 사원 문을 무슨 수로 열었고 어떻게 이 안으로 발은 들였단 말인가?

“누구냐?”

지젤의 앞에 있던 드래곤 슬레이어 장로가 이곳에 들어온 침입자에게 적대 어린 목소리로 묻자.

“오늘 몇 번 말하는지 모르겠군. 나는 마신이다.”

처용이 붉은 눈동자를 흉흉하게 빛내며 답했다.

그 순간.

“……법칙의 신물이여!”

-스르릉! 쐐에에!

뼈 왕좌에 앉아 있던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수장.

지젤이 왕좌 뒤에 걸려 있던 대검을 뽑아 들며 처용에게 달려들었다.

마치, 거대한 짐승의 뼈를 깎아 만든 듯한 대검.

뼈의 대검이 처용을 갈라 버릴 기세로 쇄도해 오자.

-스르릉. 차카캉!

처용이 역천의 절을 앞으로 세워 가볍게 막아 내었다.

“어떻게 이곳에 발을 들인 것이냐?”

-쿠구구!

무형의 기운, 법칙의 힘을 격렬하게 내뿜는 지젤이 인상을 크게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글쎄? 어떻게 여길 찾았을까? 어떻게 여기에 들어왔을까? 크크크.”

처용은 그런 지젤의 분노 서린 목소리에 미소로 답했다.

그 말에 지젤이 인상을 더욱 거칠게 구기며 법칙의 힘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그건!?”

힘 싸움을 하던 도중, 처용의 목에 걸린 목걸이들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생물의 뼈와 발톱을 깎아 만든 듯한 장식품이 걸린 목걸이.

처용의 목에 걸린 목걸이들은 다름 아닌.

“왜 네놈이 마을의 성물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마을을 수호하는 수호 성물이었다.

각 마을을 대표하는 이들만이 다룰 수 있는 신성한 법칙의 성물.

그것들이 처용의 목에 걸려 있었다.

심지어 그것들은 지젤이 알기로 각각 모든 마을을 대표하는 성물들이었다.

즉 마을을 대표하는 이들이 가지고 있어야 할 모든 성물을 처용이 가지고 있는 상황.

“우리 일족의 마을을 어떻게 한 것이냐!?”

지젤이 분노와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며 거칠게 소리치듯 물음과 동시에.

-쿠구구! 쿠콰콰!

법칙의 힘을 거세게 끌어올리며 처용을 향해 폭발시켰다.

그 결과.

-콰콰! 쿠르르!

법칙의 사원, 처용이 발을 들인 사원의 입구 부분이 크게 무너지며 터져 나갔다.

-탓.

폭발력에 밀려난 처용이 사원 밖으로 나왔다.

-쿵!

그런 처용에게 곧장 따라붙은 지젤이 대검을 치켜들며 사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지, 지젤 님…… 이게 도대체?”

지젤과 함께 있던 드래곤 슬레이어의 장로 중 하나.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지젤을 불렀다.

지젤이 그 말을 듣고 잠시 눈을 돌리자.

“이, 이게…… 이게 도대체 무슨!?”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읊조렸다.

법칙의 사원이 자리한 장소는 드래곤 슬레이들이 거주하는 마을 중 가장 큰 마을.

드래곤 슬레이어들만의 성지라 봐도 무방했다.

외부인이 들어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 아주 평화로운 성지.

지금 그 성지가.

-크아아아!

-캬아악!

-쿠구! 콰콰!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괴물로 변한 채, 서로가 서로를 물어뜯으며 공격하고 있는 주민들.

난동을 피우는 사람들로 인해 무너져가는 건물들.

그리고 이런 참사를 만들어 낼 법한 확실한 용의자.

“하하하!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지 않나?”

마신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까지.

신성한 법칙의 사원과 성지가 실시간으로 지옥처럼 변해 가고 있었다.

“아름…… 답다고?”

-우드드!

떨리는 눈으로 성지에서 일어나는 참사를 바라보던 지젤이 처용의 말에 주먹을 강하게 쥐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왜…… 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이냐?”

지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읊조렸다.

이런 악마들도 저지르지 않을 법한 잔혹한 짓을 저질러 놓고 그 광경을 아름답다 말하는 마신.

“이런 짓을 저질러 놓고! 전 우주에서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마신이 보여준 극악무도함에 지젤이 분노를 담아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이야, 내로남불이라더니, 이거 아주 개새끼들이구만?”

마신, 처용은 그런 지젤의 분노가 가소롭다는 듯 비웃음으로 받아쳤다.

그리고.

“네놈들이 용기사에게 저지른 짓은 용서받을 수 있고?”

웃음기를 싹 지운 표정을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아스터한테 대가리를 숙인 네놈들이 드래곤들에게 저지른 짓은 정당하다고 생각하나?”

처용은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수장, 지젤에게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저 용기사에게 저지른 짓과 아스터와 동맹을 맺은 배신에 대해서만 물었지만.

‘네놈들이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이 정도 가지고는 약하다.’

속으로는 회귀 전, 지젤이 드래곤 슬레이어들을 이끌고 저지른 짓도 함께 묻고 있었다.

에스라 성운의 배신과 무너져가는 차원의 균열.

이를 막기 위해 지구의 성좌들이 분투했고 드래곤들이 그들을 도왔다.

그러나.

-중립의 법칙은 중립의 법칙, 네놈들의 죄를 심판하겠다.

지젤과 드래곤 슬레이어들은 그런 드래곤들에게 법칙을 어겼다며 공격을 감행했다.

처용은 그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에스라 성운을 막아야 한다 토로했지만.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지? 우리는 법칙을 이행할 뿐이다.

지젤과 드래곤 슬레이어들은 그 당시 사정을 무시한 채, 드래곤들을 마구잡이로 죽였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정 따위는 알 바 아니다.

그저 주어진 사명에 충실한다.

그리고.

-드래곤들은 새로운 법칙의 주인을 거부했다. 멍청하기 짝이 없군.

드래곤을 말살한 지젤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그 역시 에스라 성운, 악의 종주에게 충성을 맹세한 이였다.

때문에.

“자신의 죄를 모르는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완전한 파멸! 이 얼마나 아름다운 광경인가? 하하하하!”

지금, 드래곤 슬레이어들이 겪는 지옥 같은 비극이, 처용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는 법칙을 거스른 드래곤과 법칙을 거스르고 태어난 그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었다!”

지젤이 핏발 선 눈으로 처용을 향해 고함을 내질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처용의 웃음이 잠시 멎었다.

마치, 지금 불합리한 이 상황에 분노를 토로하는 지젤의 모습이.

-어째서 이런 짓을 저지른단 말인가!

회귀 전, 자신의 모습과 비슷하게 보였다.

드래곤들의 죽음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수호신과 그런 그를 비웃었던 드래곤 슬레이어들.

수호신은 마신이 되어 돌아왔고 드래곤 슬레이어들에게 지옥을 선사했다.

회귀 전과는 다르게, 이젠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수장, 지젤이 처용을 향해 분노하고 있었다.

이전과는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 도래하자.

“……서로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자고.”

미소를 싹 지운 처용이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강한 놈이 법이야. 이게 우주의 진정한 ‘진리’이자 진짜 ‘법칙’이다.”

처용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지금껏 숱한 전쟁과 절망, 절규를 겪으며 깨달은 진리였다.

“자비는 약한 자의 변명일 뿐, 당하는 놈이 병신이고 죽는 놈이 죄인이다. 이게 법칙이다.”

“그 사특한 입으로 법칙을 말하지 마라!”

-쿠구구!

지젤이 처용의 말에 인상을 거칠게 구기고는 법칙의 힘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때.

“지, 지젤 님-!”

법칙의 사원 안에서 지젤과 함게 있던 드래곤 슬레이어들의 장로 중 하나.

그가 지젤을 향해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자, 지젤이 잠시 눈을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 순간.

“캬아악!”

“크악! 갸악!”

-콰지직! 콰직! 콰직!

괴물로 변한 주민들이 장로에게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어뜯고 팔다리를 잡아 뜯어먹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주민들이 일족의 장로를 잡아먹는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지자.

“마아아-! 시이이인!!”

-탓! 콰아아아!

지젤이 이성을 잃은 듯, 괴성을 지르며 처용에게 돌진했다.

-스르릉! 쿠구구!

법칙의 힘을 휘감은 대검이 처용을 갈라 버릴 듯, 쇄도할 때.

“막아라.”

처용이 누군가에 명령하듯, 말했다.

그러자.

-샥! 타닷!

네 명의 인영이 처용 앞에 나타나 그를 보호하듯 팔로 가드를 올리며 나타났다.

-우드드득! 콰쾅!

팔에서 녹색의 뼈가 자라난 이들이 지젤의 대검을 가로막았다.

법칙의 힘에 밀리는데도, 처용을 지키겠다는 듯, 안간힘을 쓰는 듯한 모습.

“너, 너희들은! 어째서!”

지젤이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이들의 얼굴을 알아보며 경악을 내질렀다.

피부가 검녹색으로 변해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은 모두 지젤이 아는 얼굴이었다.

게다가.

-샥! 샤샥!

처용의 주변으로 몇 명의 인영이 추가로 나타났다.

“오, 이번에 만들어진 녀석들도 꽤 쓸만하군. 크크.”

그들을 본 처용이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무슨 짓을…… 동족들에게 무슨 짓을…….”

지젤이 떨리는 눈동자로 읊조렸다.

주변을 빠르게 둘러보니, 괴물로 변한 주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괴물들의 괴성과 난동을 피우는 소리도 멎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라고는 처용 옆에 나타난 소수뿐이었다.

“동족상잔에서 살아남은 선택받은 자들.”

처용이 잔혹한 진실을 알려주며 미소를 짓자.

“크르르!”

“으르르!”

괴물, 완전한 인고독으로 변한 주민들이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으르렁댔다.

“저 죄인을 죽여라.”

처용의 명령이 떨어진 순간.

“캬아!”

“크아아!”

-우드드득! 우득!

인고독들이 팔에서 날카로운 녹색의 뼈를 뽑아내며 지젤에게 달려들었다.

“이, 이……!”

지젤이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들.

아니, 동족이었던 이들을 보며 절망감 어린 침음을 흘렸다.

그리고.

“으아아아아!”

분노와 절규가 섞인 함성을 내지르고는.

-쿠구구!

법칙의 힘을 끌어올리며 자신에게 달려드는 괴물들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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