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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계승자-470화 (470/726)

#470화

“드래곤들은 이미 와 있다.”

처용이 이곳을 지켜보는 거대한 시선을 눈치채고는 읊조리자.

“그들이…… 제길.”

루비아가 싸늘해진 안색에 불안한 눈빛을 보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그녀의 감각에도 주변에서 일렁이는 거대한 존재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으…….”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루비아가 떨리는 목소리를 흘릴 때.

“구경만 하지 말고 나와라.”

-쿠구구!

처용이 목소리에 신력을 섞어 퍼트리며 말했다.

신력이 서린 처용의 목소리가 주변을 울리며 파동처럼 퍼져 나가자.

-우우웅! 쿠구!

무언가가 그 파동에 저항하는 듯, 묵직한 충돌음이 울렸다.

동시에.

-후욱!

지상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거대한 덩치의 무언가가 넓은 날개를 펴며 허공 위에 나타났다.

이윽고.

-훅! 쿠궁!

빠르게 날개를 접고 육중한 소리를 내며 지상에 내려앉았다.

10미터 높이는 훌쩍 넘는 덩치와 금빛이 번쩍이는 비늘.

날개뼈 마디에 상아가 튀어나와 있는 한 쌍의 파충류 날개.

육중한 덩치를 받치는 굳건한 용의 다리, 그보다 작은 팔.

유려하게 뻗은 목과 머리 위에 나 있는 상아 뿔에 세로로 찢어진 파충류의 눈동자.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덩치의 무언가는 명실상부 드래곤의 모습이었다.

심지어, 드래곤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격으로 취급되는 황금빛의 골드 드래곤.

[루비아 바하무트.]

-우우웅.

골드 드래곤의 입에서 무거운 목소리가 흘러나오며 루비아를 부르자.

“으…….”

루비아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침음을 흘렸다.

[중립의 법칙을 어기다니.]

“…….”

[신의 성지가 저렇게 된 것도, 네가 관련된 것인가?]

계속되는 골드 드래곤의 말에 루비아가 무어라 말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그때.

“야.”

처용이 골드 드래곤을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놈을 부른 건 난데, 왜 엄한 녀석한테 압박을 주고 지랄이야. 나이도 어려 보이는 새끼가.”

낮은 웃음소리를 머금은 처용의 목소리가 울리자.

“너, 너……!”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고 있던 루비아가 경악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더듬었다.

처용은 그런 루비아의 반응을 무시한 채.

“이 용가리 놈들이 게으른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제 막 어덜트가 된 녀석을 보낼 줄이야.”

-저벅.

골드 드래곤 앞으로 다가가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황금빛의 골드 드래곤.

보통의 인간이라면 겉으로 보이는 신성한 분위기와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인해 절로 고개가 숙여질 듯했지만.

‘왜 이렇게 어린 녀석이 온 거지?’

처용은 회귀 전, 드래곤과 신수의 계약을 맺었었던 이.

그만큼 드래곤에 대해 잘 알기에 속으로 의문을 읊조렸다.

눈앞에 있는 골드 드래곤은 처용의 말대로 어린 개체였다.

보통 나이로 나누는 드래곤의 등급은 크게 네 가지.

막 알에서 깨어나 성장하기 시작하는 개체는 헤츨링.

헤츨링이 잘 성장하여 500년의 세월을 넘기면, 어린 성룡 취급을 받는 어덜트 급.

2000살이 넘어가면, 이제 완전체라고도 할 수 있는 웜 급.

그리고 500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고룡은 에인션트 급이었다.

드래곤들 중 극소수인 에인션트 드래곤들의 전력은 에덴의 다섯 하늘과 비슷한 수준.

당연히 화신체가 아닌, 그들 본신이 지닌 능력과 무력에 비등했다.

처용이 드래곤들에 대해 잘 아는 이유.

회귀 전, 처용과 신수의 계약을 맺은 드래곤이 직접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드래곤 로드와 다른 드래곤들이 모두 멸절하고, 겨우 살아남았던 에인션트급 드래곤.

오랜 세월을 살아온 고룡이 직접 알려주었기에, 처용은 드래곤에 대해 나름 잘 아는 편이었다.

완전한 성체로 자란 웜급 드래곤은 덩치가 20미터에 달한다.

회귀 전, 신수의 계약을 맺었던 에인션트급 드래곤은 덩치가 30미터에 달했었다.

반면에, 눈앞에 나타난 골드 드래곤의 크기는 고작 10미터.

성체 드래곤이라기엔, 많이 작은 덩치였다.

[이제 갓 헤츨링을 벗어난 어린 녀석이구나.]

처용을 통해 드래곤을 관찰한 미륵 역시 같은 의견을 내었다.

미륵은 태초신을 도와 드래곤 창조에 일조한 신.

처용만큼이나 드래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존재였다.

그런 그의 눈에도 작금 나타난 골드 드래곤은 어린 개체로 보였다.

“드래곤의 임무를 직접 수행하기엔,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처용이 드래곤을 향해 읊조리듯 말하자.

[감히! 내가 살아온 세월이 500년이 넘었다!]

골드 드래곤에게서 분노 서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 전, 루비아를 향해 보이던 무게감 있는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어리숙한 분위기의 목소리.

“……이제, 열 살이네.”

스스로가 500년을 살았다는 드래곤의 말에 처용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왜 열 살이야?”

연아가 처용에게 궁금한 듯 물었다.

그저 처용이 드래곤의 신경을 건드려 그를 자극하는 것인가 싶었지만.

“나누기 50해라, 그게 이 녀석들 정신연령이니까.”

처용은 연아의 말에 진심이 섞인 듯 진지한 목소리로 답했다.

드래곤과 인간은 서로 살아가는 시간과 수명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

인간의 삶 1년은 드래곤의 50년과 같다.

이 말은 회귀 전, 신수의 계약을 맺었었던 에이션트 드래곤이 직접 해주었던 말이었다.

[이 건방진 인간 따위가!]

-쓰읍! 위이잉!

골드 드래곤이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처용의 태도에 분노를 표하며 숨을 들이켰다.

[우리가 중립의 법칙을 지킨다 하여, 받은 모욕을 그냥 넘길 줄 알았더냐!]

-화륵! 슈르륵! 파지직!

주변에 일렁이는 마나들이 다양한 속성을 발현하며 드래곤의 입 안으로 모여들었다.

보통 최상위 신수인 드래곤들은 모든 속성 마나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었다.

다만, 각각 개체별로 차이점이 있다면, 레드 드래곤은 불 속성 특화.

블루 드래곤은 물 속성에 특화되어 있다.

레드 드래곤이 물 속성 마나를 아예 다루지 못하는 건 아니었지만, 블루 드래곤보다는 못했다.

비늘 색깔로 구분되는 드래곤 일족의 종류에 따라 각각 특화 분야가 나뉘었다.

다만, 드래곤들 중 가장 상위 격으로 취급되는 골드 드래곤은 달랐다.

그들은 어느 속성 하나 미숙한 부분 없이 모두 다룰 수 있었다.

-쓰으으으-!

골드 드래곤의 입으로 온갖 속성의 힘을 품은 마나가 빠르게 모여들었고.

-푸화아아!

처용의 바로 눈앞에서 브레스를 내뿜었다.

“이-!”

루비아가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침음을 흘렸고 헌터들이 공격과 방어를 준비하려 했다.

“아무 문제 없어.”

처용은 오른손을 앞으로 뻗으며 여유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윽고 골드 드래곤의 브레스가 처용의 바로 앞까지 도달했다.

이대로 처용이 강렬한 브레스에 삼켜져 지워지는 듯 보였지만.

“흡기장 개(改) – 포확의 손아귀.”

-우우웅!

앞으로 뻗은 처용의 손에 강기와 신력이 일렁이더니.

-콰아아아!

골드 드래곤이 내뿜은 브레스를 처용의 손아귀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주변의 속성을 선인의 육체로 흡수하여 자신의 에너지로 환원시키는 흡기장.

어떤 에너지든 먹어 치워 소화시키는 폭식마의 힘, 포확.

상대의 에너지를 강탈하고 잡아먹는 두 가지 힘을 섞어 조화시킨 결과.

-슈화아아악!

온갖 속성이 뒤섞인 골드 드래곤의 브레스도 손쉽게 잡아먹을 수 있었다.

[뭣!?]

자신의 브레스가 인간의 손아귀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본 골드 드래곤이 당황스러움을 드러냈다.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믿어 지지가 않는 듯, 멍한 표정을 지을 때.

“팔괘봉인진 – 용옥의 사슬.”

-화아아!

처용이 강탈한 에너지를 활용해 발밑에 팔괘의 진법을 그려 내었다.

-촤르르륵!

순식간에 완성된 팔괘의 진법에서 무지갯빛으로 일렁이는 사슬이 튀어나와 골드 드래곤의 주변을 포위했다.

[이-!]

뒤늦게 골드 드래곤이 반응하며 뒤로 빠지려 했지만.

-촤라락! 촤락! 촤르륵!

사슬이 순식간에 쇄도하여 골드 드래곤의 날개와 꼬리, 팔, 머리 등 사지를 포박했다.

그 순간.

“철벽부 – 팔괘금강옥구(八卦金剛獄具).”

처용이 철벽부를 하늘로 쏘아 보내고는 두 손을 합장했다.

-……휘이이!

그러자 하늘 위에서 육중한 형태의 무언가가 지상을 향해 빠르게 낙하했다.

지름 5미터, 높이 10미터 크기의 정팔각기둥 여덟 개와.

-촤르륵! 촤륵!

각각의 팔각기둥들을 연결하는 두껍고 견고한 검은 사슬들.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옥구가 하늘 위에서 가속하며 골드 드래곤을 향해 떨어졌다.

이윽고.

-콰콰쾅!

[크허헉!?]

바닥에 구속된 골드 드래곤에게 육중한 충격을 선사하며 육체를 짓눌렀다.

동시에.

-촤라락! 촤락!

각, 팔각기둥들을 연결하는 사슬들이 추가로 뻗어 나와 골드 드래곤을 구속했다.

육중한 팔각기둥에 깔리고 사슬에 온몸이 포박된 모습.

[이! 감히!]

-쓰으으-!

골드 드래곤이 구속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입안에 마나를 모으려 시도했고.

-우웅. 우우웅!

주변으로 온갖 속성의 마나가 뭉치며 진동을 토해냈다.

이 일대 주변에 폭발을 일으켜 구속에서 빠져나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반응이 늦어.”

-탁!

그 모습을 본 처용이 손을 튕기자.

-촤르르륵! 촤락!

팔각기둥에서 사슬이 추가로 뻗어 나오며 골드 드래곤의 입을 휘감아 묶어 버렸고.

“압제.”

-파아아!

붉은 파동, 압제의 힘이 퍼지며 골드 드래곤 주변에 떠오른 마나를 모조리 흩어 버렸다.

최강의 신수라 불리던 드래곤이 순식간에 제압당하자.

“아……!”

루비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침음을 흘렸다.

비단 루비아만이 아닌.

“드, 드래곤을 이렇게 붙잡아도 괜찮은 건가요?”

아나샤 역시 우려가 담긴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하는지 고뇌하고 고민하는 듯한 모습.

“너보다 약해 보이는 녀석한테 쫄지 마라.”

처용이 그런 루비아의 반응을 보고는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눈앞에 구속된 어린 골드 드래곤은 루비아가 마음먹고 전력을 발휘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루비아는 그녀가 처한 특수한 환경 때문에, 드래곤을 향해 적대적인 모습을 보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아니, 본래라면 루비아만이 아닌 그 누구도 드래곤은 함부로 공격해서는 아니 되었다.

반드시 그러면 안 된다는 법칙은 없었지만, 그 누가 지상의 균형을 수호하는 신성한 신수를 함부로 공격하겠는가?

하지만, 처용은 드래곤을 도발하고 망설임 없이 드래곤을 향해 무력을 사용했다.

처용을 제외한 모두가 붙잡힌 드래곤을 보며 복잡한 감정을 드러낼 때.

[비크라!]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화아악!

앞서 붙잡힌 골드 드래곤보다 덩치가 조금 작은 두 마리의 드래곤이 하늘 위로 나타났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비늘이 돋보이는 레드 드래곤과 세련된 느낌이 전해져 나오는 그린 드래곤.

-우우웅! 우웅!

두 마리의 드래곤은 마치, 붙잡힌 골드 드래곤을 구해 내려는 듯, 드래곤 포스와 마나를 내뿜었다.

그때.

“용옥의 사슬.”

-촤라라라!

처용이 골드 드래곤을 제압하기 위해 만들어낸 팔각기둥에서 사슬이 뻗어 나갔다.

-촤라락! 촤락!

새로 나타난 두 마리 드래곤의 각각 날개와 다리, 목 부근에 사슬이 감겼다.

동시에.

“안녕?”

“…….”

-촤아아! 촤아!

레드 드래곤의 좌·우로 물줄기가 솟구치며 연아와 연화가 나타났고.

“치명상을 입히는 건 자제합시다.”

“제압을 최우선으로-!”

-샥! 샤샥!

그린 드래곤의 주변으로는 이진호와 백호를 포함한 헌터들이 나타났다.

“네 번째 장 – 해일 가르기.”

-쏴아아! 촤아!

연화가 환도에 파도가 휘감고는 레드 드래곤의 목을 칼등으로 내리치자.

[켁!]

기습을 당한 레드 드래곤이 짧고 굵은 숨을 토해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레드 드래곤의 자세가 무너진 순간.

“물 감옥의 악령, 휘감는 파도의 악령.”

-촤아아! 촤악!

연아가 물줄기가 모여 만들어진 악령을 다수 만들어내어 레드 드래곤의 사지를 붙잡았다.

동시에.

“폭풍참 - 이연격!”

-샤악! 빠박!

진호가 강기가 휘감긴 쌍검을 휘둘러 칼 옆면으로 그린 드래곤의 정수리를 두 번 후려쳤고.

“벽력 정타!”

-파지지직! 타앙!

백호는 주먹이 아닌 손바닥으로 그린 드래곤의 가슴을 가격했다.

그 외에도.

“용암의 족쇄.”

-화르륵! 치이!

용암과 불길을 엮어 만들어낸 족쇄로 드래곤들을 제압하는 현아와.

-우웅! 콰콰콰!

헌터들이 자신들만의 개성을 뽐내며 위력을 낮춘 스킬로 드래곤들을 제압해 냈다.

결국.

[으악!]

[캬악!]

-쿵! 콰쾅!

뒤이어 나타난 그린 드래곤과 레드 드래곤 역시, 먼저 제압된 골드 드래곤 옆에 묶여 제압되었다.

“이놈들도 꼬꼬마들이잖아?”

-저벅.

처용이 나란히 묶여 제압된 드래곤들 앞에 다가가며 말했다.

이제 갓 500살을 넘어 헤츨링을 벗어난 어덜트급 골드 드래곤.

보다 작은 덩치를 지닌 비슷한 나이 때로 보이는 어덜트급 레드, 그린 드래곤.

이 꼬마(?) 드래곤들은 지상의 일을 스스로 처리하기엔 아직 어린 개체들이었다.

“왜 이렇게 어린 녀석들이 밖으로 나온 거지?”

처용은 드래곤들을 관찰하며 의문 어린 말을 읊조렸다.

그러자.

[어, 어른들은 지금 지상의 일에 함부로 나설 수 없다!]

[그래서 우리가 무슨 일인지 확인하러 나온 거다!]

뒤이어 제압된 레드, 그린 드래곤이 힘겹게 고개를 들며 소리치듯 말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어린 드래곤들의 말에 처용이 고개를 기울이며 재차 의문을 표했다.

룬테라 왕국에 퍼진 검은 대지.

그간 마신이 되어 아스터 교단을 쳐부수고 미쳐 날뛰었던 처용.

이 세계의 시스템 장벽을 무너뜨리려는 에스라 성운의 개수작.

중립의 법칙을 어기고 드래곤 포스를 사용한 루비아.

커맨더가 아스터 제국 수도에 날린 뉴 클리어 등.

지상에 이 정도 이변이 일어났는데도 드래곤들이 함부로 나설 수 없다?

처용은 이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기울임과 동시에.

‘설마…… 벌써?’

한 가지 가정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인상이 일그러졌다.

나 홀로 계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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