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4화
이곳에 커맨더의 성지, 마키나가 모습을 드러낸 이유.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처용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
-이곳에 세운 성지의 좌표를 보내겠습니다. 바로 여기로-.
아라한 왕국 2층에서 지구에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었다.
처용이 지원을 요청한 사람은 바로 커맨더.
-좌표도 있고 네가 세운 성지 덕분에 이동할 수 있어, 하지만 시간이 좀 필요해.
지원 요청을 받은 커맨더는 즉시 마키나를 이동시킬 준비를 했다.
마키나를 이곳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가능했지만, 시간이 좀 필요한 상황.
처용은 커맨더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방어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가 이곳에 도착하는 순간, 작금 벌어지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었으니까.
약속대로 커맨더는 가장 필요한 순간, 마키나를 이끌고 에스라 대륙으로 넘어왔다.
마침, 국경선의 병사들이 모두 지치고 마도포의 마력이 바닥난 상황.
게다가 천사들에 이어 하메라까지 끝장을 보기 위해 벌어진 차원의 균열을 비집고 강림했다.
아무리 처용이라 해도, 작금의 상황을 단번에 피해 없이 해결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런 상황에 커맨더가 딱 나타난 것.
지금만 해도.
-피이이! 피이!
마키나에서 쏟아지는 함포 사격이 몬스터와 마수들을 향해 폭격을 퍼붓고 있었고.
[큭!]
[물러나라. 산개해라!]
천사들 역시 쏟아지는 함포 사격을 피해 뒤로 물러섰다.
[누구냐! 감히 우리가 지배하는 세계에 함부로 발을 들이다니!]
하메라가 하늘 위에서 나타난 함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신격을 향해 소리쳤다.
[외신 따위가 우리 세계를 침략하는 것이냐!]
함선 안에서 느껴지는 신격을 ‘침략자’ 칭하는 하메라의 말에.
[어디서 개소리야. 시스템의 장벽을 망가뜨린 놈들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경멸 어린 목소리를 흘리며 답하고는.
-키이이! 피슈-우웅!!
마키나의 가장 앞에 달린 거대한 함포에서 플라즈마 포를 쏘아 보냈다.
[이!]
-화르륵!
인상을 찌푸린 하메라가 참회의 화염을 뭉쳐 쏘아 보내며 방어했다.
-콰콰-콰쾅!
플라즈마 포와 하메라의 화염이 충돌한 여파로, 하늘 위에서 강렬한 불꽃이 터졌다.
그 여파로 천사들과 하메라가 뒤로 더 물러섰다.
그때.
-피이이!
마키나 쪽에서 처용을 향해 누군가가 날아왔다.
은색과 푸른색이 뒤섞인 기갑 슈트를 입은 이.
“여, 내가 너무 늦은 건가?”
-지잉. 철컥.
커맨더가 얼굴을 가리던 헬멧을 해제하고는, 처용 앞에 내려서며 손을 내밀었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습니다. 커맨더.”
-탁.
처용이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커맨더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그 말대로 커맨더는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타나 주었기에 더욱 반가웠다.
“저…… 이분은?”
아나샤가 커맨더를 보고는 처용에게 묻자.
“저 함선, 날아다니는 성의 주인.”
처용이 하늘 위, 마키나를 가리키며 커맨더를 간단하게 소개했다.
“자세한 소개는 나중에, 일단 지금 상황에 집중한다.”
“알겠습니다.”
이어지는 처용의 말에 아나샤가 궁금증을 뒤로하고는 마음을 다잡으며 대답했다.
“이곳에 도착하는 즉시, 여신님께서 손을 쓰셨어, 다른 분들도 힘을 보태주고 계셔.”
커맨더가 하늘 위, 정확히는 금이 간 하늘을 보며 말했다.
그 순간.
-쩌적. 쩌적…….
돌연, 하늘 위에서 점점 번지던 균열이 조금씩 메꿔지기 시작했다.
이곳에 일어난 시스템의 균열.
에스라 대륙을 불안정하게 흔들던 균열이 복구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결과.
-우웅. 우우웅…….
아라한 왕국 주변에 생겨났던 무수한 수의 게이트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끊임없이 튀어나오던 몬스터의 숫자 역시 줄어들었다.
[감히! 우리들의 대업을!]
시스템의 장벽이 점차 복구되는 것을 확인한 하메라가 마키나를 노려보며 분노를 표했다.
지금 균열을 복구하는 손길은 다름 아닌, 하늘을 나는 성.
마키나에서 뻗어 나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으니까.
[저 성을 파괴해라! 버러지 같은 이단국도 쓸어 버려!]
하메라가 천사들과 몬스터들을 향해 명령을 내렸다.
마침, 탄환이 다 떨어졌는지, 마키나에서 쏟아지던 함포 사격이 멈추었다.
이단국의 성벽 역시 마도포의 에너지가 완전히 바닥난 듯, 공격이 더 이어지지 않았다.
-캬아아!
-크아!
거대한 덩치의 마수들을 앞세운 몬스터들이 다시 아라한 왕국을 향해 일제히 진군하기 시작했고.
[침략자들을 배제해라!]
-피이!
천사들이 날개를 펴며 마키나를 향해 돌진해 나갔다.
“플라즈마 실드.”
-지잉. 띠릭.
커맨더가 왼손에 장착된 패널을 조작하며 명령을 내리자.
-우우웅.
녹색으로 일렁이는 원형의 실드가 마키나를 감쌌다.
-쾅! 쾅! 파지직!
천사들이 마키나를 감싸는 실드를 향해 빛의 창과 검을 꽂으며 공격했다.
“이런!”
전황을 살핀 아나샤가 지상과 하늘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늘의 성과 천사들은 몰라도 지상은 확실히 위험한 상황이었다.
마도포의 마나가 완전히 바닥나고 모든 병사와 기사, 마법사들도 지친 상태.
-여왕님 이제는…….
-마법사들이 모두 지쳤고 마나 포션 또한 바닥났습니다.
-명령을…….
지금도 절망적인 분위기가 일렁이는 명령이 통신구를 통해 들려오고 있었다.
더는 방어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밀려 들어오는 몬스터들을 맞이해야 했으니까.
“모두-.”
아나샤가 국경 성벽을 버리고 후퇴를 명령하려는 순간.
“후퇴할 필요 없어.”
처용이 아나샤를 향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바로 이해하지 못한 아나샤가 소리 없는 의문을 드러낼 때.
“저기, 오고 있네.”
커맨더가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 말에 아나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응시했다.
-피이이!
그런 그녀의 눈에 마키나에서 떨어져 내리는, 사람처럼 보이는 이들이 들어왔다.
그들 중 가장 앞에 있는 이.
-스릉!
쌍검을 쥔 채 하늘을 밟아 질주하는 듯한 모습.
“폭풍참, 팔연격!”
-촤자자자자!
하늘을 질주하며 지상을 향해 달려 나가는 이진호가 쌍검을 여덟 번 휘두르자.
-촤자자자작!
[크헉!?]
[어느새?]
마키나를 감싸는 실드를 공격하던 두 명의 천사가 온몸이 조각나며 사그라졌다.
동시에.
“벼락 쇄도!”
-쿠르릉!
백호가 한 줄기 벼락으로 변하며 이진호를 따라 떨어져 내리고는.
“벽력 지르기!”
-파지지직! 콰쾅!
강렬한 뇌전이 타오르는 오른손 주먹을 쥐고 앞을 가로막는 천사의 안면을 후려치며 지나갔다.
마키나에서 뛰쳐나온 두 명의 인간이 순식간에 천사 셋을 무력화시키며 지상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런 그들을 시작으로.
-슈우!
-피이잉!
스무 명에 달하는 헌터들이 각각 천사들을 습격하며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헌터들이 돌진하며 가한 공격으로 인해 무려 여덟에 달하는 천사가 무력화되었다.
천사들에게 기습 공격을 가한 헌터들은 천사들을 상대하지 않고 그들을 지나쳐 지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장 앞서 뛰쳐나갔던 헌터.
-차캉!
진호는 지상이 가까워지자, 쌍검을 좌·우로 펼치며 칼날을 세우고는.
“허리케인 블레이드!”
-휘리릭! 촤자자작!
칼날에 강기를 실은 채, 몸을 사선으로 회전하며 속도를 높였다.
마치, 작은 폭풍이 된 채 떨어져 내리는 진호의 앞에는.
-크아아!
몬스터들 중에서도 유독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도마뱀 모습의 마수가 있었다.
마수가 떨어져 내리는 진호를 인식하기도 전에.
-촤자자자작-촤작!
폭풍처럼 회전하는 진호가 마수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훑으며 지나갔다.
-차아-악!
회전을 멈춘 진호의 발이 지상에 닿은 순간.
-사각. 쩌저저적!
거대한 덩치의 마수가 마치 식칼에 썰린 햄처럼 잘게 잘려 나가며 무너져 내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휘익! 파아아!
진호를 중심으로 강기가 서린 폭풍의 칼날들이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 결과 주변의 있던 몬스터들 역시 뭉텅뭉텅 잘려 나가며 바닥에 고꾸라졌다.
순식간에 마수 하나와 다수의 몬스터들을 휩쓸어 버리며 지상에 착지했지만.
-캬아아!
-갸악!
아직, 사방에는 몬스터들이 득실댔고 그 수는 한참이나 많았다.
-크아아!
-쿵! 쿵!
방금 진호가 썰어 버린 마수와 같은 덩치와 크기를 가진 마수가 진호를 향해 돌진했다.
그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 역시 갑자기 나타난 적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때.
“벽력각!”
-쿠르릉! 파지직!
진호를 뒤따라 나섰던 백호.
그가 진호에게 달려드는 마수를 향해 벼락처럼 떨어져 내리며 발차기를 가했다.
번개처럼 떨어져 내리는 가속도에 이어 벼락의 힘까지 더한 발차기.
-쿠구구!
그 힘을 견디지 못한 마수가 지면에 틀어박히며 즉사했고.
-파지지직!
그 주변으로 강렬한 벼락 줄기가 뻗어 나가며 몬스터들을 태워버렸다.
진호와 백호를 시작으로.
“전부 쓸어버려!”
“높아 봐야 B급 몬스터들이다!”
그들을 뒤따라 내려온 헌터들이 자리를 잡아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위험한 것 아닙니까?”
전황을 살핀 아나샤가 처용을 향해 물었다.
하늘 위에 떠 있는 성에서 뛰쳐나온 스무 명의 전사들.
각각 개개인이 천사를 일격에 처치하는 모습을 보며 경악을 감추지 못했었다.
심지어 지상에 착지함과 동시에 거대한 괴물과 다수의 괴물을 쓸어 버리는 모습까지.
그들 하나하나가 가히 일당백이라 할 수 있는 이들로 보였다.
하지만, 아라한 왕국 주변에 즐비한 몬스터의 수는 너무나도 많은 상황.
고작 스무 명의 전사들이 맞서기에는 다소 무리로 보였다.
그런 아나샤의 질문에.
“헌터는 몬스터 전문 사냥꾼이다. 걱정할 필요는 없어.”
처용은 전혀 문제가 없다는 듯 말했다.
동시에.
“저 친구들에게만 맡기지도 않을 테고.”
커맨더가 처용의 말을 잇듯 입을 열고는.
“낙하기 투하!”
-지잉. 띠리릭.
왼손의 패널을 조작하며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탕! 탕! 탕! 타앙! 휘이잉!
마키나의 아랫부분에서 원기둥 형태의 낙하기가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쿵! 치이이……!
지상으로 떨어진 낙하기의 해치가 연기를 피워올리며 열렸고.
-쿵! 쿵! 쿵!
그곳에서 커맨더가 다루는 군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앞서 몬스터들을 쓸어 버리는 정예 헌터들에 이어 커맨더의 군단이 합류하자.
-캬아아!
-크아!
수적으로 압도적이던 몬스터들의 진형이 순식간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아나샤, 샛길로 빠져나와 왕국을 습격하려는 몬스터들만 신경 써라.”
처용이 전방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짓는 아나샤를 향해 명령을 내리자.
“……아, 네!”
아나샤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처용의 말에 대답했다.
-탓! 파지직!
처용은 아나샤의 말을 듣고는 곧장 다리를 박차 하늘로 향했다.
한 줄기의 번개가 된 처용이 빠르게 질주해 나감과 동시에.
-스릉. 우우웅!
역천의 절에 강기를 응축시켰다.
처용이 돌진해 나가는 방향에는.
[불태워 버리겠다!]
-화르륵!
마키나를 향해 화염을 내뿜고 있는 하메라가 있었다.
“뢰신보 - 천둥베기!”
-파지직! 사악!
벼락처럼 돌진해 나가는 뢰신보의 힘이 실린, 번개가 휘감긴 칼날이 하메라를 향해 쇄도했다.
[이! 간악한 변종이-!]
-화륵! 화르륵!
처용의 접근을 눈치챈 하메라가 전방에 내뿜던 참회의 화염을 모아 방패처럼 내세웠다.
이윽고.
-파지직! 차카-캉!
역천의 절과 하메라의 화염이 충돌하며 충격음을 퍼트렸다.
“이번엔 분신이 아니라 화신체로 강림해 주셨군?”
-우웅! 까가가강!
처용이 역천의 절에 둘러진 강기를 더욱 끌어 올리며 미소를 짓자.
[이 하계종이 감히!]
-화르륵!
하메라가 표정을 와락 일그러트리고는 손아귀에 모인 화염의 위력을 높였다.
지금은 무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분신과는 다른 온전한 화신체 상태.
완전한 화신체 상태인 하메라가 발휘하는 화염을 일개 인간이 버틸 리가 없었다.
그러나.
“촛불만도 못 하구나! 이 쌍년아!”
-콰아아!
처용은 그런 하메라의 화염을 강기로 받아치며 신성모독을 내뱉었다.
[네! 이! 놈!]
-화륵! 화르륵!
얼굴에 힘줄이 돋아난 하메라가 격한 분노를 드러냈다.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처용을 태워 죽이고 싶었다.
우주의 법칙을 거스르고 태어난 하계종을 영원히 소멸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왜? 열 받나? 그럼 더 힘을 써 보든가!”
-쿠구구!
도저히 인간이라고 보기엔 믿을 수 없는 힘.
화신체로 현현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처용은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아니, 밀리지 않는 것을 넘어서.
-까가가각! 까각!
우주의 법칙에 있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힘.
신살자의 힘이 하메라의 신력을 갉아먹고 처용의 발휘하는 강기의 위력을 높여주고 있었다.
하메라가 처용에게 힘 싸움으로 점점 밀려날 때.
[여신님을 도와라!]
[저 하계종을 죽여라!]
-피이! 피이잉!
마키나를 공격하던 천사들이 공격을 멈추고 일제히 처용에게 달려들었다.
그때.
“볼케이노 익스플로전!”
-화륵! 콰콰콰콰!!
처용 주변으로 용암과 화염이 뭉치더니, 거대한 화염 폭발이 일어났다.
[감히!]
폭발에 밀려난 천사들이 자신들을 방해한 존재를 노려보며 분노를 표했다.
천사들을 방해한 이는 다름 아닌.
[네년은!]
[신들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중립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이냐!]
드래곤 오러를 격렬하게 내뿜으며 천사들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루비아였다.
“네놈들이 용기사를 죽였어…… 약속을 먼저 저버린 건!”
-위이이잉!
루비아가 8서클 마나의 힘을 손아귀에 모으고는.
“네놈들이잖아! 이 비둘기 새끼들아!”
-파지직! 지이이잉!!
강렬한 뇌 속성 마나가 응축된 광선을 쏘아 보내며 천사들을 휩쓸었다.
[어디서 신들의 결정에 반하려 드느냐!]
[네년도 신들을 위해 바쳐지리라!]
-샥! 화아악!
몇몇 천사들이 빛으로 변하며 사라지더니 이윽고 루비아의 뒤에 나타났다.
-스릉! 피이이!
빛으로 만들어진 창과 검이 루비아의 뒤를 급습할 때.
“들이치는 밀물!”
-쏴아아아!
루비아의 뒤를 기습하려던 천사들에게 물줄기가 몰아쳤고 천사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돕죠.”
-스르릉.
루비아를 도운 이는 다름 아닌 연화.
그녀는 허공에 뭉쳐 놓은 물방울 발판을 밟으며 떠올라 있었다.
다리에 파도를 휘감아 움직이는 보법, 파도 질주를 응용한 기술이었다.
지상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이 기술을 통해 허공에서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오, 산 채로 잡느라고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쏴아아!
허공에 물줄기가 뭉치며 연아가 나타났다.
연아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감히, 시스템을 무너뜨리려 하다니.]
-샥.
마키나의 뱃머리 위에서 미륵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탁. 탁. 차랑. 차랑.
관철의 조정자를 들어 두 번 땅을 찍었다.
석장에 달린 고리들이 맑은 소리를 내며 울렸고.
-쩌저적. 쩌적.
그 소리에 영향을 받은 듯, 하늘에 퍼져 있던 균열의 일부가 사라졌다.
에스라 성운이 작정하고 낸 시스템의 균열이 빠르게 아무는 이유.
시스템의 균열을 수리하는 이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이이-!]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 하메라가 거칠게 인상을 쓰며 침음을 흘렸다.
당장, 무언가를 하고 싶어도.
“뜻대로 안 풀리니까 배알이 뒤틀리나? 크크크.”
-우우웅!
자신을 가로막는 빌어먹을 하계종에 이어.
[더는 이 세계를 망칠 수 없다.]
-차라랑. 차랑.
기껏 균열을 낸 시스템의 방벽을 고치는 가장 성가신 신격까지 나타난 상황.
하메라가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이를 아득바득 갈고 있을 때.
-일단은, 돌아와라.
그녀의 머릿속에 아스터의 목소리가 울렸다.
-곧 ‘그들’이 우리 세계에 당도한다.
[…….]
하메라가 아스터의 목소리에 조금씩 분노를 가라앉히고는.
[젠장!]
-화르륵! 파아아……!
거대한 불길을 피워내며 처용과 거리를 벌리고는 화신체를 해제하며 사라졌다.
하메라가 사라지자.
-피이! 피이이!
천사들 역시 빛무리로 변하며 화신체를 해제했다.
“도망이라?”
상황이 일단락되자, 처용이 사라진 적들을 생각하며 읊조렸다.
불같은 하메라의 성격상,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었다.
분명, 그녀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재, 아스터가 무언가 언질을 줬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다 곧 생각을 그만두고는.
‘아타.’
신수의 격을 통해 연결되어 있는 아타를 불렀다.
일단, 급했던 상황이 좋게 일단락되었으니, 이제 카란디아를 신경 써야 했으니까.
그러나.
‘……아타?’
바로 응답했어야 할 아타의 대답이 들려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아타를 불렀지만.
‘아타, 내 말에 대답해라.’
아타에게서 응답이 없었다.
세 번째 물음에 아타가 응답하지 않은 순간.
-파지지직!
처용이 뢰신보의 힘을 최대치로 개방하고는.
-콰르릉!
한 줄기 벼락으로 변하며 북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쏘아져 나갔다.
나 홀로 계승자